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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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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2-15 18:17 조회3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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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대가지사이로 허연 강물이 내다보이였다.

한덕삼은 둔덕우에 엎드리고 그보다 둬걸음뒤에 키가 자그만한 전상환이 같은 자세로 엎드려있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전사 박기만은 기관단총을 메고 전상환의 오른쪽옆에 있었다.

이제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락동강을 건너 예정된 집결장소에 가닿아야 하였다. 한덕삼을 조장으로 하는 정찰조가 부대를 떠난것은 사흘전이였다. 련합부대의 진격로를 개척하기 위해 세개조가 일시에 락동강대안에 붙어 각각 예정된 방향으로 흩어져갔다.

그들은 하루사이에 전투임무를 끝내고 도하지점을 무전으로 련락했는데 그 덕분으로 부대는 어렵지 않게 일제히 도하작전을 수행할수 있었다. 그러나 도하가 거의 끝날무렵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쳐 진격은 좌절되고 혼란을 겪게 되였다. 그가운데서도 한덕삼이네 조는 뒤늦게야 돌아서서 예정한 지점을 향해 행군하게 되였다.

한덕삼은 남달리 정황에 대한 판단이 좋았고 또 압록강에서 익혀둔 헤염치기로 해서 이 조에 망라되였다. 그는 서른이 넘은데다가 열살이나 되는 아이가 있어 《아바이전사》로 불리웠다. 그들은 한걸음씩 배밀이를 해서 강뚝에 이르렀다. 이제 얼마 안있어 강을 건느게 될것이였다. 전상환은 열여덟나이도 그렇지만 아무개야 하고 부르면 《넷!》 하는 대답과 함께 한걸음 앞에 나타나는 민첩하기로 이름난 애숭이였다. 그와 반면에 세번째 전사인 박기만은 동작이 그닥 빠른축이 아니지만 감각이 빠르고 예민해서 정찰에는 안성맞춤이였다.

전상환은 쑥대끝에 올라앉은 저녁해를 원망스럽게 바라보고있었다.

《여! 꼬마, 어델 보고있어. 이제 캄캄해지면 어쩔려고. 지형지물을 잘 기억해둬.》

《아바이전사》의 용의주도한 충고였다.

해가 지자 그들은 통나무 한대를 강기슭에 끌어내였다. 강폭이 한 250m밖에 안되기때문에 맨손으로라도 능히 헤여건늘수 있었지만 《아바이전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사에 불여튼튼》이라고 농민적인 타산을 앞세웠던것이다.

세사람이 하나의 통나무에 의지해서 헤염쳐 건너갔다. 한가운데《아바이전사》가 매달리고 량쪽에 하나씩 달라붙었다. 무엇보다도 소리가 나지 않게 해야 하는것이다. 순간 눈앞이 번쩍하더니 주위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적들이 조명탄을 쏴올리였다. 그와 동시에 강물에 대고 몰사격을 퍼붓는 바람에 한걸음도 내짚을수 없었다. 강물우에는 시체가 연방 떠내려오고있었다. 하지만 강은 건너야 하였다. 기슭을 떠나서 한20m 나갔는데 탄알이 비발치듯 날아왔다. 공교롭게도 왼쪽에서 헤염치던 박기만이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거리였다. 어깨에 관통상을 입어 헤염을 칠수 없게 된것이다. 한쪽손으로 애타게 물을 끌어당기건만 물살에 밀려 차츰 멀리 떠내려갔다.

《박동무, 박동무!》

한덕삼은 애타게 부르며 헤염쳐갔다. 하지만 박기만은 어둠속으로 빨리도 잦아들어 보이지 않게 되였다. 한덕삼은 헤염쳐오던데로 다시 돌아갔다. 강뚝을 기여서 한참 내려갔지만 박기만을 찾아낼 길이 없었다. 하는수없이 그들은 다시 물에 들어서서 강을 건느기로 하였다. 그런데 물에 들어서려던 전상환이 《아이쿠!》 하고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적탄이 대퇴를 때리고 지나갔다. 한덕삼은 바지가랭이를 찢어서 처매주고나서 전상환을 둘쳐업었다. 물에 들어서기만 하면 헤염치는것은 자신이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된 전상환은 신음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연방 비틀었다. 한덕삼은 《야, 참아라. 고까짓것!》 하면서 물속에 들어섰다. 한덕삼은 아득하게 바라보이는 강기슭을 향해 한치한치 헤염쳐나갔다. 모래불이 나졌다. 이제 그것을 극복하기만 하면 풀섶에 몸을 숨길수 있었다. 한덕삼은 전상환을 업은채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 찰나였다. 몽둥이로 배허벅을 후려치는것 같아 그는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눈앞에 불이 번쩍하더니 다음순간에는 캄캄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깐힘을 써서 일어나려고 하였지만 허리를 펼수 없었다. 한덕삼이 복부에 관통상을 입은줄 그때는 전상환이 몰랐다. 《여, 상환이! 정신차려. 어떤 일이 있어도 가야 돼.》 전상환은 다만 꿈결에서처럼 한덕삼의 말을 들었을뿐이다. 그렇지만 일어나 앉을수조차 없었다. 한덕삼은 강기슭에 자란 갈대를 꺾어서 발구 비슷한것을 만들었다. 그우에 전상환을 눕히고 질질 끌자는것이다. 전상환은 시키는대로 풀대우에 누었다. 그렇게 하고있노라니 하늘이 빙빙 돌기도 하고 멀리에 보이는 산들이 뒤로 물러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픔은 참아낼수 없었다. 동통이 일어날때마다 이를 사려물고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던 한덕삼은 입술을 짓씹으면서 다시 일어나 《발구》를 끌었다. 시간이 흐르자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면서 의식이 깜박거렸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강기슭에서 떠난지 며칠 되였는지 알수조차 없게 되였다.

그들은 산비탈에 누워있었다.

《상환이! 상환이!》 하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한덕삼이 입에다 무엇을 넣어주는것이였다.

《건빵이야.》

비상용건빵의 마지막쪼각이였다. 물은 한모금만 마시였다. 정신이 좀 드는것 같았다.

복부관통상을 입고 배를 움켜쥐면서 오던 한덕삼이도 누워서 숨을 톺기 시작하였다.

한덕삼은 웃옷앞섶의 단추를 풀고 당증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천천히 헤치더니 그속에서 신문지같은것을 꺼내였다.

《상환이! 이걸 보라구.… 이건 내가 신문에서 오려낸거야. 해방이 돼서 처음 보게된 사진이지.…》 한덕삼은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누워서 손에 든것을 한참 들여다보고있다가 넘겨주었다.

《그게 뭔데.》 하며 받아든 전상환은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김일성장군님의 사진인데. 당증만한 크기였다. 넥타이를 매신 장군님의 영상이였다. 이미 낯이 익을대로 익은 사진이지만 이런 정황에서 대하게 되니 소리를 지를만치 기쁘고 기운이 솟았던것이다. 《아! 장군님!》 전상환은 사진을 볼에 가져다대였다.

한편 한덕삼은 푸른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해방직후 토지개혁때 일을 회상하는것이다. 지주집에서 머슴을 살던 그가 6천평의토지를 받게 되였다. 그때 집에 모신 장군님의 초상화앞에서 두번 세번 절을 올리였고 밤에는 온 집안식구가 분여받은 밭에 나가 날을 새웠던것이다.

《아바이! 장군님은 지금 어데 계실가요?》

전상환의 느닷없는 질문에 한덕삼은 가슴이 왈카닥 흔들렸다.

《장군님께서… 우리를 지켜보고계시겠지.…》

《정말 그럴가요?》 전상환의 눈은 유리알처럼 빛을 내고있었다.

서로 말이 없었다.

얼마후에 한덕삼은 화를 내는것처럼 버럭 소리를 질렀다.

《상환이, 가자!》

전상환은 여전히 《발구》우에 누운 몸이였다.

한덕삼의 목소리…

《상환이, 부탁 하나 들어주겠소? 이제 우리가 승리하고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거요. 그렇게 되면 상환이, 우리 집에 들려주오. 집에는 늙으신 어머님이 계시고 내 처와 아이가 있소.… 왜 대답이 없나, 상환이! 정신차려! 왜 대답이 없어!》

《듣고있어요, 아바이. 그런데 아바인 왜 자기 집에 갈 생각 않고 나더러…》

《전쟁이니까 그렇게 될수도 있지. 부탁이야. 알겠지.》

《…》

해질녘이였다. 한여름의 긴긴 해가 지루하게 산마루에 걸려 하늘땅을 피빛으로 물들여놓았다. 푸르기도 하고 또한 붉게도 보이는 다박솔사이로 시꺼먼 두개의 덩어리가 움직이고있었다. 온통 흙투성이인데다가 풀과 나무가지로 위장을 하였다. 누가 보든지 이안에서 생명이 숨쉬고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때부터였던지 둘은 다 땅에 엎드려 기여가고있다. 풀대나 나무가지를 휘여잡고 몸을 추슬러올리기도 하고 돌등을 그러안고 넘어가기도 하였다. 그들은 한치한치 앞으로 톺아가고있었다.

어데선가 발자국소리가 어슴푸레하니 들리였다.

《여기 있다. 살았다!》

《아바이!》

《전상환이!》 어데선가 멀리서 울리는 소리 같았다. 마치 꿈결에 들리는것 같기도 하였다. 정찰조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전우들이 며칠동안 산과 들을 뒤지다가 끝내 여기에 와닿았던것이다.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리고보니 야전병원침대에 누워있었다. 정신이 들자 인차 전상환은 《아바이!》 하고 불러보았다. 대답이 없길래 좀더 크게 소리쳤다. 고함소리는 계속되였다. 그러나 감감 대답이 없었다. 얼마후에야 위생복을 입은 군의가 나타나 말하였다.

《동무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소. <아바이 전사>는 창자가 삐여져나올정도로 복부에 부상을 당하였는데 글쎄 동무를 끌고왔더란 말이요. 동무는 대퇴에 관통상이 났을뿐인데 동무보다 엄청나게 중한 부상자가 동무를 며칠동안 여기까지 끌어다놓고 숨을 거두었소.… 말그대로 마지막 피한방울까지 쏟으면서… 그런데 마지막순간에… 주먹을 가슴에 가져다대고 뭐라뭐라 하지 않겠소. 그리고는 숨이 졌소. 손을 눌러댄 가슴에는 당증과 함께 김일성장군님의 초상이 있더란말이요. 자세히 보니 해방직후 신문에서 오려낸것이였소.…》

아무말없이 듣고있던 전상환은 《덕삼아바이!》 하고 외마디소리를 지르고는 그만 새까맣게 까무라치고말았다.…

이야기가 끝나는것과 거의 동시에 승용차는 대동교를 넘어섰다. 하지만 방금전까지 흥분해서 이야기를 하던 전상환이도 그렇고 자주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깊이 듣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였다.

현관앞에서 차가 멎었는데도 그이께서는 자리를 뜰념을 하지 않으시였다. 송구스러운 기분에 잠기였던 전상환은 조용히 옆에서 지키고있을뿐이였다.

이윽해서 그이께서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씀하시였다.

《참으로 훌륭한 당원입니다. 전쟁때 그런 훌륭한 사람들에 의해 우리는 승리할수 있었습니다. 당사자인 부부장동무도 그렇고 또 나도 그렇고 우리 락동강의 전우들을 잊지 맙시다. 사람은 누구나 림종의 마지막순간에 한생을 살아온 모든것을 집약해서 한마디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아바이전사>도 그렇습니다. 생의 과정, 생의 목적, 생의 의의가 거기서 나타났습니다. 마지막숨을 넘기며 김일성장군의 사진을 꺼내였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원으로서, 하나의 전사로서 어떻게 자기 의무를 다했는가를 알수 있습니다. 당증주머니에 넣고다니던 자기 수령의 초상, 그것이 얼마나 많은것을 말해줍니까. 아, 참말…》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그이께서는 눈굽을 훔치시였다.

이윽해서 그이께서는 한마디 더 보태시였다.

《주먹을 가슴에다 눌러대고 뭐라뭐라했다는 말이 무슨 말이였는지 다 리해됩니다. 그것은 백마디, 천마디로도 대신할수 없는 귀중한 말일것입니다. 부부장동무는 참으로 훌륭한 전우를 가지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의 뜻대로…》 전상환은 뒤말을 더 이어대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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