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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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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2-14 17:44 조회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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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환을 만난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못 상쾌한 기분에 잠겨 제철소구내를 걸어가고계시였다.

유상철이와 헤여진 뒤 공장합숙과 식당을 돌아보았는데 어데서나 들끓는 분위기를 느낄수 있으시였다. 눈이 번쩍 뜨이게 달아맨 《전세계 로동계급의 국제적명절 5.1절 만세!》라든가 《7개년계획을 기한전에 완수하자!》라는 구호들이 생산현장에서는 보다 새로운 의미를 띠는것 같았다.

어떻게 그이께서 제철소에 오신것을 알았는지 마침 제철소에 내려와있던 림귀현과 당위원장이 인사를 하며 달려왔다. 그이께서는 조용히 제철소의 로동계급을 만나 그들의 사상정신상태나 료해하고 돌아가시려던 당초의 계획이 저으기 틀려지는것 같기는 하였으나 어쨌든 일군들을 만나니 기쁘시였다. 더우기 림귀현은 중앙당에서 두세번 만나신적이 있으시였고 당에 충실하고 성실한 일군이라는것을 파악하고계시는 그이이시였다.

안내를 맡은 기사장은 절대로 자화자찬에 빠지거나 어렵고 난해한 기술공정에로 들어가지 말자는것이였다. 하지만 일단 꼭지를 떼놓고보니 그렇게 되지 않아 기술연구과정과 그 공업적실현과정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곁에 서있는 청년용해공한테서 보호안경을 받아들고 로안을 들여다보시였다.

희다고 할수도 있고 붉다고 할수도 있으며 또 때로는 푸르다고도 할수 있는 화염속에서 쇠물이 팥죽끓듯하고있다. 몇초동안 들여다보고있는 사이에도 거기서 끓고있는 쇠물의 상태, 이러저러한 모든것이 하나로 녹아 합쳐지는 복잡한 과정을 목격할수 있으시였다.

《기사장동무!》

만면에 웃음을 담으신 그이께서는 안경을 넘겨주고나서 말씀하시였다.

《동무네 말은 그만하고 여기 로동자들과 기술자들을 만나봐야 하겠습니다.》

그제서야 기사장은 큰 실책을 범했다는듯이 어줍게 웃었다.

잠시후 기술혁신에 관계한 3명의 기술자와 용해공 여러명이 그이앞으로 다가서서 인사를 올리였다.

나이 들어보이는 연구사는 약 1년간에 걸친 연구과정을 개괄하고 그 실험수치들을 설명해드리였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다던 제진장치는 어떻게 되였습니까?》

《네! 그건 현재로서는 필요없습니다.》

연구사는 확신성있게 대답하였다.

《이것을 보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 청년의 어깨를 털어주며 말씀하시였다.

《여기에 이렇게 먼지가 앉지 않았습니까.》

그때 그 젊은 용해공이 큰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전에는 눈앞이 뽀얗게 흐려지군했었습니다. 용해장인것만큼 이런 정도는 보통…》

《아니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새로운 용해법이 아무리 좋다 해도 우리 용해공들이 먼지를 마시게 된다면 그건 허용될수 없습니다. 그런데서 선철이 아니라 금덩이가 나온대도 반댑니다.》

그이께서는 젊은 용해공의 가슴을 가볍게 쳐주시면서 중년기술자에게 다시 말을 건네시였다.

《용해공인 이 동무자신은 일없다고 하는데 그런 의견을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사업도 당정책대로 해야 합니다. 쇠물보다 사람입니다.》

잠간 중단하셨다가 이번에는 림귀현에게 말씀하시였다.

《당조직에서 틀어쥐고나갈것은 생산공정이 아나라 우선 인간에 대한 배려입니다. 우리에게는 쇠물이 귀중합니다. 그러나 쇠물이 아무리 귀중해도 우리 용해공보다 귀중할수는 없습니다. 먼지를 마시면 건강이 파괴됩니다. 해방직후 수령님께서는 한톤의 강재가 그토록 귀중한 때에도 로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성진제강소 원철로를 폭파시켜버렸다는것을 동무들도 알고있을것입니다.》

그이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전에 옆에 둘러섰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떨어뜨리였다.

《동무는 여기서 일한지 얼마나 되였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젊은 용해공에게 물으시는것이였다.

《네! 용해공 한창수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그는 발뒤꿈치에서 딱 소리가 나게 차렷자세를 취하며 활발하게 말하였다.

《저는 작년 4월부터 여기서 용해공으로 일하고있습니다.》

《그러니 한 1년남짓하구만. 그래 동무는 제대군인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1211고지에서 군사복무를 마치고 사회주의건설의 1211고지가 여기라고 해서 자원하여 왔습니다.》

《좋소. 아주 좋습니다. 이런 동무들이라면 무엇인들 못해내겠습니까.

당위원장동무! 현실을 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 동무들은 혁명초소를 지키는데서 일체 조건타발이 없을것입니다. 당의 요구라면 먼지가 아니라 불덩어리를 삼키면서라도 쇠물을 뽑아낼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동무네 말만 듣고 먼지가 이는데서 일하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수령님께서 교시하신바와 같이 당에서는 앞으로 힘든 로동, 유해로동을 다 없애며 완전자동화에로 넘어가려는것입니다.》

어깨가 떡판같고 얼굴이 적동색인 한창수의 어깨가 들먹들먹하더니 끝내 주먹으로 물기어린 눈굽을 북 문대였다.

그이의 절절한 말씀에 모두 가슴이 뻐근해져서인지 잠시 말이 없었다. 이윽고 그이께서 한창수를 돌아보시며 말씀하시였다.

《한창수동무, 고향은 어데요?》

《신의주에서 한10리 올라가있는 농촌입니다.》

《부모들은 거기에 계시오?》

《아버지는 전쟁때 전사하시고 어머님 혼자 계십니다.》

《장가는 갔소?》

《…》

그렇게도 패기만만하던 청년의 입이 불시에 굳어지고 눈길이 허둥거리였다.

《아직 총각이로구만.》

그이께서 미소를 지으시였다.

아까부터 한창수를 유심히 지켜보던 전상환이 웬일인지 안경을 벗어들고 청년을 찬찬히 여겨보고있었다. 의혹과 놀람이 착잡히 얽힌 그 눈길…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혹시 낯이 익어서 그럽니까?》

《아 아니 그저…》 전상환은 당황해서 머리를 저었다.

그이께서는 더 캐여묻지 않고 당위원장쪽으로 돌아서시였다.

《당위원장동무, 어떻게 된겁니까. 저 제대군인동무가 결혼문제에서 갑자기 말을 못하는것을 보면 혹시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게 아닙니까?》

당위원장은 그에 대해 별로 아는것이 없어 쩔쩔매였다.

그때 한창수옆에 서있던 같은또래 청년이 역시 같은 군대식 동작으로 차렷자세를 취하더니 말씀을 올리였다.

《한창수동무는 고향처녀를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요새 곡절이 좀 생겨 고민하고있습니다.》

《고민을 한다? 그것 참 안됐소. 그래 동무들이 곁에서 도와줘도 풀수 없는 문제입니까?》

《해결불가능입니다.》

《해결불가능? 하하. 흥미있소. 사연을 들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지자 그 청년은 주밋거리다가 사연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중학교를 같이 다닌 김명옥이라는 고향처녀를… 사랑했는데 정작 제대돼서 집에 돌아가보니 처녀는 평양에 올라가고 없었답니다. 그래 다시 평양에 올라가 만났는데 그의 아버지가 중앙기관에서 간부로 일하고있답니다.…》

그러다가 그 청년은 한창수쪽으로 고개를 돌리였다.

《여! 한동무, 직접 말씀드리라구. 점직해할거나 있어.》

청년은 말꼭지만 떼놓고 주인공 한창수의 팔을 잡아 앞으로 밀어내였다.

《그렇소. 동무가 직접 말하면 더욱 좋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짓을 하면서 이곳 당위원장에게 말씀하시였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제가 미처… 모르고있었습니다.》

《하기야 당위원장이라고 해서 이 제철소 전체 로동자들의 생활을 무슨 수로 다야 알겠습니까. 더구나 여기 온지 얼마 안된다니까. 하지만 우선 최전선에 선 용해공들에 대해서야 손금보듯 낱낱이 알아야 할게 아닙니까.》

그이께서는 가볍게 나무라고나서 한창수더러 어서 말해보라고 손짓을 하시였다.

《에익 참!》

한창수는 뒤덜미로 손을 가져가며 충동질을 한 친구를 흘겨보면서 천천히 말을 시작하였다.

《평양에서 만나니 처녀는 고향에 있을 때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대군인식으로 표현하면 멋쟁이가 되였더란 말입니다. 음악대학을 나오고 민족예술극장 성악배우가 되였습니다. 하나는 령장을 금방 뗀 제대군인이고 하나는 잠자리날개같은 무대복을 입고 매일 박수갈채를 받는 가수,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전이나 다름없이… 저를 정답게 대하는건 사실이였습니다. <동무는 나를 사랑하는가?> 하고 따졌습니다. 처녀는 대답이 없이 나를 말끄러미 쳐다만 보았습니다. 그래서 말하라고 몇번 다그니 간신히 입속말로 사랑한다 하고는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대동강유보도에서 담판은 이렇게 되였는데 그다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제철소에 가지 말고 평양에 떨어지라는겁니다. 직장도 구하고 수속도 다 맡아주겠다는것입니다. 내가 여기 돌아와 그 사연을 말했더니 우리 동무들은 펄쩍 뛰면서 <1211고지>에서 물러나는것은 비겁분자, 도피분자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옳은 생각이였습니다. 처녀더러 제철소로 와야 한다고 편지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한 반년동안…》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좌우에 둘러섰던 청년들이 저저마다 한마디씩 하였다.

《세게 당기면 끌려오기마련이지.》

《처녀도 녹녹치 않다누만요…》

《아무렴 <사회주의건설의 1211고지>가 질수야 있는가. 우리가 모두 달라붙어서라도 끌어와야지.》

《동무넨 사랑을 무슨 놀음으로 아나. 사랑은 우격다짐으로 통하지 않아.》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그 기세가 대단하였다.

《그런데 간단치 않은 문제가 하나 생겨서 골치거리입니다.》 하고 례의 청년이 팔소매를 걷어올리며 정색해서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니 처녀의 친척벌되는 사람이 어느 높은 간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기다 말해서 한창수를 훌쩍 소환해가면 그만이라고 한답니다.》

《동문 정말 그런걸 뭘 다 들추면서…》

한창수는 창피해서 쩔쩔맨다.

《아니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는게 왜 나빠?》

그래도 한창수는 뒤덜미를 만지며 우거지상을 하고있다.

《솔직하게 말해보시오.》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한창수앞으로 한걸음 다가서시였다. 《동무네들이 사랑하고있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습니까?》

《네…》 한창수의 말소리는 목안으로 기여들어가는것 같았다.

《아닙니다.》 그이께서는 손을 들어 흔드시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 무엇인가에 차이가 있어서 하나로 융합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사랑은 비슷하기만 해도 안됩니다. 완전히 하나로 합쳐져야 합니다. 하나로… 마치 그것은 불길과 같다고 말할수 있을것입니다. 동무네가 매일 보고있지 않습니까. 용광로안에 개개의 광석덩어리가 들어가는데 그것이 불에 타서 하나의 쇠물이 되지않습니까. 바로 그렇게 되여야 합니다.》

한창수는 얼굴이 밝아졌다. 《아 그렇군요. 말씀을 들으니…》

김정일동지께서는 약간 신중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서로 잡아당긴다… 사랑은 결코 유희나 운동경기가 아닙니다. 누가 이기는가가 문제가 아닙니다. 사랑은 우선 동지적관계로 융합되여야 하고 한생 생사고락을 같이할 길동무가 되여야 합니다. 그러니 어느 편이 자기의 요구대로 상대방을 끌어오는가 그렇게 되여서는 안됩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고… 그래서는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물을게…》

한창수는 이렇게 말을 떼놓고는 뒤말을 잇지 못하고 쩔쩔맸다.

《어서 말해보시오.》 재촉을 받고서야 힘을 얻은듯 한창수는 가까스로 말했다.

《이런 때는 어떻게 하면 좋… 좋겠습니까?》

그이께서는 고개를 젖히시고 통쾌하게 웃으시였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구? 누구에게 물을것이 없습니다. 결심은 동무자신이 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로동계급의 편입니다.》

이윽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그래 다른것은 더 애로되는것이 없습니까? 다 말해보시오.》

김정일동지를 우러러 그이의 인품에 흠뻑 반해버린 로동자들은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을 계속 듣고싶어하였다.

모두다 흥성거리는데 그중에서도 나이든 축들이 더 좋아하였다. 방열모를 쓰고 보안경을 손에 든 50대의 용해공이 한창수의 어깨를 툭 다치였다.

《여! 창수, 내친김에 이거 좀 말씀드려!》 용해공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내들었다. 이것은 그들사이에 통하는 돈이라는 뜻이였다.

《저같은 햇내기가 뭘 안다고… 아바이, 말씀드리세요.》

한창수가 뒤로 물러나자 용해공아바이는 한사코 그를 떠밀었다.

그러자 옆에 섰던 같은 나이또래 늙수그레한 용해공이 한술 더 떴다.

《줄난사람! 이런 때 우리한테 제일 절실한걸 말씀드려야지 뭘 주저해. 어서!》

이렇게 되자 한창수는 더는 빠질 구멍이 없다는것을 알게 되자 손등으로 턱을 한번 문대더니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리한테 지금 골치거리가 하나 있긴 있습니다. 그게 뭐냐하면<가화페>를 써서 로임을 많이 타게 한다는건데…》

한창수는 열기띤 음성으로 계속하였다.

《요새 우리 제철소에서는 별난일이 벌어지고있습니다. 가치법칙이란것을 적용시켜서 생산능률을 올린다고 합니다. 그래야 국가도 개인도 다 잘살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혁명에 이바지하기 위해 한몸바칠 각오가 되여있다, 강철기둥으로 우리 당을 떠받들기 위해 일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정일동지의 낮으나 예리한 음성이 침울한 공기를 쭉 갈라놓았다.

《위원장동무도 이것을 알고있었습니까? 돈을 가지고 생산능률을 높인다는것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화페>까지 만든다?》

푸른 섬광이 번뜩이는듯한 그이의 시선이 좌우를 쭉 훑었다.

허리를 구부정하고 서있던 제철소 당위원장이 갈린 목소리로 말씀올리였다.

《얼마전에 성에서 일하는 일군이 실험적으로 해본다고 왔었습니다.》

그이께서는 아무런 말씀이 없이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실험적으로 한단 말이지요. 얼마전에 쏘련학자 리베르만이라는 사람이 쓴 글을 읽어보았는데 근본적으로 잘못되였습니다. 거기서는 현재 중앙집권적계획경제는 비능률적이라고 하면서 리윤을 위주로 하는 경영방식이 좋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리베르만이란 사람은 경제학자입니다. 4년전인가 신문 <쁘라우다>지에 <계획, 리윤, 상금>이라는 론문을 발표하였는데 암만 들여다봐도 신통한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이것은 경제분야에서 수정주의입니다.

혹시 어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이러저러한 말을 할수 있는데 거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대안의 사업체계가 있습니다. 동무들도 아다싶이 현대수정주의는 정치분야에서만 아니라 경제, 문화, 군사 등 각 방면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혁명적진수를 거세하려고 책동하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말씀을 중단하고 한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림귀현에게 물으시였다.

《그래 도당위원장동무는 이것을 알고있었습니까?》

이때 그이께서는 당중앙에 즉시 보고하였다는 림귀현의 립장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런 자리에서 어떻게 처신하는가를 알고싶으시였다.

《네! 인차 알았습니다. 저는 즉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그래요! 직접 관계되는 부문은 아니지만 부부장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전상환을 돌아보시였다.

전상환이 대답하였다.

《먼저번 <에스메랄드>와 함께 왔을 때 들었는데 성에서 내려와 한다기에 별로 다르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이때 전상환은 옆에 있는 림귀현을 쳐다보았는데 림귀현은 의혹이 실린 시선으로 자기를 쳐다보고있었다. 하여 전상환은 솔직한 심정을 한마디 보태게 되였다.

《저는 그것이 경제분야에서 수정주의 표현이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듣고보니 자본주의경영과 별로 차이가 있을것 같지 않습니다.》

《차이는 있는데 위험성은 더 큽니다. 집권당에서 제기하는것이고 그것은 사회주의라는 위장포를 쓰고있으니까요. 교훈으로 삼고 각성을 높입시다.》

그이께서는 다시한번 전상환을 바라보시였다.

솔직한 심정은 귀중하다고 해도 전상환의 말이 너무나 실무적이 아닌가.

어느덧 일행은 정문쪽으로 향하다가 《구내산》의 그 둔덕진곳을 지나게 되였다. 바람결에 떨기나무의 가지들이 가볍게 떠는데 여기저기에는 봄풀이 파랗게 돋아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이께서는 제철소구내를 돌아보시면서도 문득문득 이 장소를 그리고 유상철로장의 절절한 목소리를 상기하군하시였다. 조국에 개선하신 수령님께서 처음으로 제철소에 오시여 로동자들을 만나시였던 이자리, 여기를 자기 운명의 귀중한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비단 로장 한사람뿐이 아니라 제철소로동계급전체일것이다. 그 숭고한 심정을 영원토록 간직하게 하는데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도움을 줄수 있겠는가…

그이께서는 떠오른 사색의 갈피들을 하나로 이어 마무리 지으시듯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우리 이렇게 하는것이 어떻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빛나는 안광으로 림귀현이와 전상환이 그리고 제철소 당위원장을 둘러보시였다. 그리고나서 다시 림귀현에게 시선을 멈추시였다.

《도당위원장동무, 유상철로장아바이의 심정을 우리가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수령님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겠습니까. 로장아바이는 실지 그렇게 한생을 살아오고있습니다.… 이것을 전체 당원들, 전체 인민들의 심정을 담은 신중한 문제로 보아야 할것입니다. 그러니 이자리에다 그 어떤 진귀한 돌이나 기자재로 장식한다 해도 로장아바이가 보고싶어하는 그것으로는 되지 못할것입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여기에다 수령님께서 현지지도하시는 모습을 형상한 유화를 크게 모시는것이 어떻겠습니까. 대형유화판을 말입니다. 그러면 유상철로장만이 아리라 여기 동무들이 모두 그날의 뜻깊은 사연을 잊지 않고 살아갈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참 좋겠습니다.》

림귀현이 환성을 올리듯 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위치까지 손수 잡아주시며 팔을 들어 구획을 정해주시였다. 그리고는 전상환이쪽으로 몸을 돌리시였다.

《올라가서 미술창작일군들을 여기로 내려보냅시다.》

《알겠습니다.》

전상환이 급히 대답을 드리였다.

얼마후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곳을 떠나 활달하게 걸음을 옮기시였다.

얼마간 걷던 그이께서 옆에서 따라오는 전상환을 돌아보시였다.

《부부장동무, 아까 그 동물 만나보지 않겠습니까. 그 동무와 개인적으로 무슨 연고관계가 있는것 같은데.》

《네, 락동강에 같이 나갔던 전우의 생각이 나서… 신통히 모습이 비슷합니다.》

《만나보시오. 우린 정문에서 기다릴테니.》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에 잠기시였다. 여기서는 크나 적으나 수정주의가 경제분야에 침투하려고 한다는것을 알게 되시였다.

이것은 의심할바없이 다른 나라에서 밀로를 통해 들어온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확대되면 정치분야에 영향을 미칠것은 더 말할것도 없다. 로동자들의 혁명사상을 마비시켜 몇푼의 돈으로 환심을 사려는 무서운 독소가 침습될것이다.

×

얼마후 전상환이 돌아왔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흥분해서 말씀드리였다.

《만나보았습니다. 한창수라는 청년이 락동강에서 전사한 전우의 아들이 틀림없었습니다. 척 보는 순간 모습이 비슷하다 했는데…》

《그러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눌걸 그랬습니다.》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전후에 제가 제대돼서 그 집에 찾아갔을 때는 어린 학생이였는데…》

《그럴수 있습니다. 같이 싸운 전우에 대한 인상인데 세월이 흘렀다 해서 쉽게 지워지겠습니까. 그런데 기왕 말이 난김에 한가지 부탁할것이 있습니다. 아까도 간단히 말했지만 그 동무의 애인문제가 마음에 걸립니다. 부부장동무도 전우의 자식에 대한 문제이기때문에 무관심할수 없을것입니다. 한번 당사자를 직접 만나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도와주는것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제철소정문근처에서 그곳 일군들과 일일이 작별인사를 나누시였다. 이윽고 차는 떠났다.

그이께서는 동석한 전상환에게 말씀하시였다.

《나는 오늘 참으로 의의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여기로 오는 도중에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건설장에 보낸다면서 학생아이들이 강물에 들어서서 조약돌을 줏고있는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로당원 유상철아바이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팔이 하나 없이도 용해공을 할수 있는가? 나는 생명이 불어있는 한 쇠물을 뽑아야 할 사람이다, 팔을 자를바에는 차라리 나를 죽여달라, 그랬다지 않습니까. 젊은 당원인 제대군인청년은 사회주의건설의 1211고지가 여기 제철소라고 해서 자원해서 찾아왔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가슴을 들먹이게 하는 사연들을 안고있단말입니다.》

차츰 음성이 갈리면서 말씀이 없으시였다.

차는 무연한 벌판을 달리고있었다. 방금 푸르러지기 시작한 들판이 석양을 흠뻑 받아 신비로울만치 아름다운 정경을 펼쳐놓고있다.

《차를 세우시오!》

그이께서 다급히 소리를 치시였다.

전상환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승용차앞에는 겁에 질린 염소 한마리가 죽기내기로 달리고있었다. 큰길 한쪽켠에서 풀을 뜯고있던 염소무리가 자동차가 나타나자 후닥닥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그중 한마리가 자동차도로에 훌쩍 뛰여들었다. 운전수는 속도를 내서 염소를 뒤떨굴 생각을 하였는데 염소는 한길로 꼿꼿이 그냥 앞서 달아났던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한 천메터나 되는 거리를 달리게 되였다.

승용차가 멎어서자 염소는 한번 피뜩 뒤를 돌아보더니 위험이 계속 뒤따르고있다고 보았는지 내처 달려나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으로 뒤를 돌아보시였다.

사양공처녀의 빨간 머리수건이 아득히 먼 산기슭에서 보이는데 제각기 흩어진 염소떼들을 몰아세우느라고 무어라고 계속 소리치고있었다.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는 운전수에게 이르시였다.

《자꾸 따라가지만 말고 슬슬 얼리시오.》

젊은 운전수는 염소가 달리는 방향을 돌려세우기만 하면 그놈이 오던 길로 쉽사리 돌아가게 할수 있을것으로 보고 다그쳐 차를 몰았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차에서 내려 길옆의 아카시아가지를 하나 꺾어 흔들며 다가가시였다.

문득 멈춰서서 뒤를 돌아다본 염소는 귀를 몇번 쭝깃쭝깃하더니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운전수는 짐칸에서 가느다란 바줄을 꺼내여 날쌔게 염소모가지에 걸더니 가로수에 비끄러매놓으려고 하였다.

《시간이 좀 지체되더라도 사양공에게 그놈을 넘겨주고 오시오. 사양공처녀는 지금 한마리가 없어졌다고 산에서 찾아헤맬수 있습니다.》

휘우듬한 도로 저쪽으로 하얀 점이 차차 멀어져갔다.

얼마후 운전수가 돌아왔다.

이윽해서 승용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불타기 시작하는 저녁노을을 바라보고계시던 그이께서는 고개를 돌리며 말씀하시였다.

《아까 그 제대군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별로 들어볼만한 큰 영웅담은 못됩니다. 전쟁때 흔히 볼수 있는 일이라고 할지…》

《어서 시작하시오. 농촌출신의 병사이야기를 듣고싶습니다. 어떤 사람이였기에 부부장동무를 그토록 흥분시키는지…》

전상환은 락동강변에서 있었던 그날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승용차는 고르로운 동음을 울리면서 달리고있는데 추억은 아득한 옛시절로 거슬러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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