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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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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2-13 19:42 조회3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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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는 어느새 제철소정문에 이르러 멈춰섰다. 운전수가 정문을 통과해서 용해직장까지 가낼수 있다고 하였지만 그이께서는 한사코 만류하시였다. 청사나 주택의 현관턱까지 바투 차를 들이대거나 인도가 따로 없는 농촌길에서 물탕을 튕기면서 달린다든지 또는 늙은이들이나 어린애들이 길가에 나와있다 해서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는것 같은것을 일체 엄금하신다는것을 잘 아는 운전수였다. 그래 제철소구내가 퍼그나 넓어 걸어다니기 힘들다는것을 알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가로수밑에 차를 세워놓았다.

정문을 지나 얼마쯤 들어가다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들어 해가늠을 해보시였다. 어느새 벌써 중낮이 되였다. 진회색 봄가을옷에 수수한 운동화를 신고 활개를 저으신다. 모자는 쓰지 않고 손에 든채로였다. 이렇게 되고보니 제철소 어데서나 흔히 볼수 있는 여느 종업원들과 별로 구별이 가지 않았다.

같이 오기로 되여있던 전상환이 나타나자면 아직 한시간은 실히 기다려야 하였다.

영천에서 돌아와 인차 어느 한 공장이나 기업소에 나가 실태를 료해해보자고 한것은 하나의 약속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날그날 바쁜 일에 쫓기다보니 어느새 한달이 지나가고말았다. 하여 그이께서는 이번주를 넘기지 말자고 한것이 결국 오늘로 예정되였던것이다.

그이께서 아침 첫시간에 전상환에게 전화를 거시였다. 생각난김에 훌쩍 떠서 제철소에 나가보지 않겠는가고 하니 고추먹은 사람처럼 훌훌하면서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그래 무슨 사정이 있는가고 하니 우에 올려보낼 문건때문에 그러는데 한시간정도 지체하면 안되겠는가고 하였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내가 먼저 떠나겠으니 일을 다 보고 천천히 따라와도 됩니다. 오늘을 넘기면 또 얼마간 뒤로 물러날수 있습니다.》

《곧 따라서겠습니다.》

이렇게 되여 결국 그이께서는 혼자서 제철소구내에 들어서게 되시였다. 어느덧 용광로직장이 저만치에 바라보이는곳에 이르게 되였다. 아무때 보아도 장엄하고 기운이 솟게 하는 위용이였다. 송풍기 돌아가는 소리, 권양기소리 그리고 각종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들이 조화되여 하나의 장엄한 교향악을 이루고있다. 흐뭇한 기분에 잠겨 한참동안 용광로를 바라보고섰다가 모자를 머리에 올려놓는것과 동시에 걸음을 앞으로 내짚으시였다.

얼마간 걸어가는데 길가의 언덕에서 용해공 비슷한 사람 하나를 띄여보시게 되였다. 방열복차림에 안전모까지 쓴것을 보면 방금 용해작업을 하다가 나온것 같은데 나이는 퍽 많은 기능공 같았다. 그는 불도젤로 《구내산》 한쪽을 밀어제끼다만것 같은 흙무지를 살펴보고있었다.

삽이 네댓자루 아무렇게나 놓여있고 들것도 있는것으로 보아 작업을 하다가 중단했거나 쉬는참인 모양이였다.

《수고합니다.》

그이께서 인사를 건네이자 용해공은 허리를 펴더니 명랑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수고라고 할게 없습니다.》

안전모채양에 손을 가져가며 바라보는데 도가 아니면 중앙에서 내려온 손님으로 보는것 같았다.

《뭘 하시는중입니까?》

《별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보니 공연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문제없습니다. 이렇게 메꾸면 되니까요.》

아바이는 흙묻은 손을 털면서 가까이 다가오더니 《평양서 내려오셨지요?》라고 하는데 그의 눈가에는 미소가 함뿍 어려있었다.

《척 보는 순간 한눈에 알리더란 말입니다… 중앙에서 내려오지 않구야 이런데까지 관심을 돌려냅니까.》

《평양에서 왔다는건 어떻게 압니까?》

《우리 용해공들의 눈은 속이지 못합니다. 측정계기도 없이 용융점을 척 보는 순간에 문제없이 알아맞히지요. 허허허.》

아바이는 사방을 두릿두릿 살피다가 땅속에서 나온 내화벽돌 두장을 집어다 한장은 이쪽에다 권하고 다른 하나는 자기 엉뎅이밑에 깔고앉는다.

《좀 앉으십시다. 저는 여기 2호실에서 일하는 유상철이라고 합니다.》

아바이는 김정일동지의 팔을 잡아 자리를 권하고나서 자기 염낭을 뒤져 담배쌈지를 꺼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김새에서나 말투와 행동거지에서 오랜 용해공의 체취가 진하게 풍기는것을 재미있게 바라보면서 그가 하자는대로 벽돌장을 깔고앉으시였다.

《여기 담배가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담배종이를 내미는 아바이의 손에 《건설》갑을 쥐여주면서 평양담배를 같이 태워보자고 하시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짜 담배군은 이런 마라초를 좋아한답니다. 무산이나 갑산의 독초는 한모금만 빨아도 개키면서 머리가 핑 도는데 이건 양덕초가 돼서 그렇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향기는 좋습니다.》

그이께서 《건설》을 권하자 아바이는 거기에 불을 달아 볼이 오무러들게 깊이 빨았다가 내불면서 영채가 어린 《평양손님》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는것이였다. 이렇게 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왜 이 지대를 파제끼려다 다시 그것을 메꾸고있는가를 묻게 되시였다.

《혼자서 이걸 언제 다 정리하겠습니까. 년새도 있는것 같은데.》

《혼자라니요. 오늘아침에 비번으로 들어가는 3교대동무들이 달라붙어 작업을 하는걸 내가 그쯤해두고 좀 케를 보자고 돌려보냈습니다. 가만, 한데 직함을 어떻게 부를가요. 지도원동지, 아니면 과장이나 처장동지라고…》

《아, 왜 이러십니까. 동무라고 하면 되잖습니까. 김동뭅니다.》

그이께서는 벽돌장을 끌어내 한걸음 더 앞으로 다가앉으시였다.

《그래요 김동무! 하하, 정말 이렇게 통하는 사람을 좀해 만나지 못하는데 오늘 좋은 날이군. 벌써 이쯤되고보니 요즈음 가슴속에 엉켰던것이 한절반은 풀리는것 같습니다.》

유상철은 흥이 나서 뒤를 이었다.

《여태 가만 보면 평양에서 왔다는 사람들은 거지반 다 사무실에 앉아 간부들을 만나 말을 듣거나 아니면 기껏했대야 공장구내를 한바퀴 휘익 돌아보고는 올라가군했는데요. 그런데 김동무는 어떻게 돼서 나같은 늙은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어보자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웨다. 어쨌든 나같은 사람을 알아주니 고맙습니다. 저번날 도당위원장한테두 얘기했지만… 제 좀 말할게 있기는 있습니다.》

잠시동안 담배만 뻐끔뻐끔 빨고있다가 아바이는 자리에서 훌쩍 일어나더니 불도젤날이 채 미치지 못한 약간 둔덕진곳을 가리키면서 말을 시작하였다.

《여기 요자리웨다. 그게 무슨 자린고 하니 해방되는해 가을 어느날 김일성장군님께서 우리 제철소에 오시였수다. 그때 여기서 저 용광로를 바라보시면서 말씀이 계셨습니다.》

아바이는 숨이 꺽 막혀 잠시 말을 못하고있다가 천천히 뒤를 이었다.

《그리 오래 계시지는 않았지만 저는 항상 그날의 그 모습으로 수령님을 그려보군한답니다. 아마 처음 뵈옵기때문이였겠지요.》

《어서 말씀하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며 재촉하시자 유상철은 천천히 뒤를 이었다.

《해방은 되였지만 여기 로동자들은 먹고 살아갈 길이 없어 사방으로 흩어졌지요. 땜쟁이가 된 사람, 쇠대장사를 하게 된 사람, 품팔이군으로 나뜬 사람, 가지각색이였지요. 용광로는 싸늘하게 식고 저기 저 굴뚝에는 까치가 앉아 까불대구요. 저는 나서자라 보고 배운것이 쇠물 녹이는것뿐이다보니까 아무 하는 일없이 하루 한번 시신처럼 된 여기 용광로에 나와 막연하게 바라보기만 하더랬는데 하루는 글쎄 김일성장군님께서 우리 제철소에 문득 찾아오셨습니다. 그날 저는 혹시 후날에라도 쓸모가 있지 않을가 해서 질통을 지고 구내를 돌아다니며 내화벽돌을 주어모으고있었습니다. 저는 지게를 벗어메치고 달려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시면서 여기 이쪽으로 걸어오고계시였습니다. 그게 바로 여기 이자리지요.》

아바이는 그만 격하여 목이 탁 갈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바로 이자리에 멈춰서시였습니다. 이렇게 손채양을 대고 용광로를 한참이나 바라보시였습니다. 바로 여기 이자리에서말이지요.》

이때 그의 주름진 눈시울이 점점 벌겋게 달아오르는것이 확연히 알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자리를 뜨시여 용광로를 하나하나 다 돌아보시고나서 다시 이자리에 돌아오셨습니다. 내 짐작에는 그때 이자리가 용광로를 한눈에 바라보는데는 제일 좋은 자리였던것 같습니다. 수원들과 같이 걸어오시며 한동안 말씀하고계시던 수령님께서는 문득 좌우를 둘러보시면서 <여기 공산당원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시였습니다. 저는 잠간 사이를 두고있다가 <예! 제가 공산당원입니다.> 하고 대답을 올렸습니다. 뒤이어 네명이 나섰는데… 아! 참.》

갑자르다가 턱을 몇번 문지르고나서야 뒤를 이었다.

《그때 다섯명이였던 공산당원이 지금은 나 하나가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에 로동당원만도 수백명이 넘습니다. 세월도 흘렀고 많이도 달라졌지요. 그건 그렇고, 수령님께서는 <공산당원들은 앞으로 나오시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우리 다섯명의 당원이 앞으로 나서자 그이께서는 용광로를 지켜내느라 수고했다면서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자고 하시였습니다. 저도 얼결에 손을 내밀었는데 글쎄 석탄가루가 온통 발린줄도 모르고… 그저 그렇게 되였지요. 저는 그날부터 오늘까지 수령님께서 잡아주신 이 손과 바로 이자리를 언제나 생각하면서 살아온답니다. 수령님께서는 제손을 잡으시고 <용광로를 빨리 복구합시다. 나라를 세우자면 기둥이 든든해야 합니다. 로동계급이 나라의 기둥입니다. 그중에서도 쇠물을 뽑아내는 동무들이 맨 첫손가락에 꼽힙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기술자도 없고 로력도 없고 자재도 모자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앉아 우는 소리나 하면 누가 나라를 세워줄줄 압니까.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가 주인입니다. 우리 나라는 우리가 세워야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막막하던 우리 가슴을 활짝 열어주셨고 눈을 번쩍 뜨게 해주시였지요. 전후 재더미가 되였을 때에도 수령님께서는 우리 제철소를 먼저 찾아주셨습니다. 1호로가 다시 조업하게 되였을때 테프를 끊어주시며 그토록 기뻐하신 수령님! 이래서 저는 기쁠때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항상 수령님의 말씀을 늘 생각하면서 살아가고있지요.》

흥분을 못이겨 어깨를 들먹이더니 아바이는 고개를 숙이고야말았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아바이, 한대 더 피우고 계속합시다.》

그이께서는 염낭에서 담배를 또 꺼내서 권하시였다. 그러자 아바이는 아까처럼 또 담배쌈지를 무릎에 놓고 종이를 뽑아들었다.

《아바이, 미안하지만 그걸 한대 피워봅시다. 이런 때는 굵직한 마라초를 입에 무는게 제격이지요.》

담배쌈지를 집어드시는것을 넌지시 건너다보고있다가 아바이는 무릎을 탁 치며 목소리를 높이였다.

《젊은분이 참 마음에 들거던. 어쩌면 그리도 우리 심정을 속속들이 꿰뚫고있는가요. 허허. 답답한 속을 열어제낄 때나 어지간히 괴로울 때는 이 뻥뻥초가 제일입니다.》

《그래요. 그야 응당한거지요. 우리가 왜 로당원들인 아바이네 심정을 모르겠습니까?》

《그렇지만도 아닌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지금 애를 먹고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고, 다섯명의 공산당원은 그후 모두 어떻게 됐습니까?》

《다섯명의 공산당원?》

아바이는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다섯중에 이제는 나혼자 남았수다. 그래 외토리가 돼서 이러고있지 않소. 나보다 한살우이던 용찬이란 친구는 송풍기를 지키다가 반동들한테 칼에 찔려죽었수다. 그후에 용광로를 복구해서 재미나게 일해볼만하니까 전쟁이 터졌지요. 두 친구가 전쟁에 나가면서 나와 승경이란 사람한테 용광로를 잘 지켜달라고 부탁합디다. 승경이란 친구는 그때 당시 첫 세포위원장이였수다. 군대에 나간 두친구는 희생됐다고 사망통지서가 왔지요. 승경이와 나는 땅굴을 파고 들어박혀 용광로경비를 서드랬는데 미국놈들이 들어와 우리가 있는 땅굴에 물을 부어넣었지요. 그래 우리는 할수 없이 놈들한테 붙잡혔수다. 쇠바줄로 때리고 코구멍에 고추가루물을 부어넣으면서 지하조직을 다 대라는겁니다. 나는 입에 쇠대를 잠그고 덮어놓고 모른다고 우겼습니다. 하루는 저기 저 강기슭에 사람들을 가득 모아놓고 로동당원만 열하나를 내세웠수다. 이제라도 <공산당은 나쁘다> 이렇게 한마디만 소리치면 살려준다는거지요. 한쪽끝에 있던 내가 먼저 끌려나갔습니다. <어서 말해! 공산당 나쁘다 하라.> 하기에 나는 얼결에 <나는 죽어도 공산당이다!>라고 소리쳤습니다. 내가 이제 와서 굴복한다고 해서 놈들이 살려줄게 뭡니까. 아무래도 죽는바에는 할소리는 해야겠더군요. 그때 기관총소리가 나면서 눈앞에 불이 번쩍합디다. 이렇게 끝장이 났지요. 그런데 사람일이란 별스럽지 않습니까.

후에 알았는데 11명이 모두 총에 맞아 흙구뎅이에 굴러떨어졌는데 한밤중에 나는 정신이 들었단 말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총총하였습니다. 허벅다리를 꼬집어보니 분명 꿈이 아니였지요. 다리를 번갈아 들어보니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래 몸을 일으키자고 하니 이 오른팔이 축 처져 거들거들하지 않겠나요. 가슴에는 끈적끈적하니 피가 걸죽이 붙었구요.

살았구나! 살았어… 어허허…》

아바이는 가슴을 움켜잡고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쪽으로 기울어드는 아바이를 부축하시였다.

《아바이, 천천히… 숨을 돌리십시오. 너무 흥분한것 같습니다.》

《아니요. 일없수다! 에이 참.》

《그만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간 심장부담이…》

《일없수다. 마저 하지요.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제부터웨다.》

《그래요? 그러면…》

《한쪽팔로 땅을 짚고 벌벌 기여서 웅뎅이에서 나와 강기슭을 따라 올라갔수다. 인가에 찾아들어가 허청간에 숨어서 치료를 받는데 인민군대가 보름만에 진격해서 제철소가 해방이 되였습니다. 참말 그때 그 감격을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며칠후에 그것이 벌커덕 뒤집혀 왜 죽지 못하고 엉기엉기 기여나왔는가 후회하게 되였수다. 병원에 실려가 진찰해보니 이 오른 팔을 뭉청 잘라버리는 수술을 해야 한다지 않습니까. 총알이 지나가면서 뼈를 부셔뜨려 놓았다는거지요. 나는 수술대에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면서 의사더러 물었수다. 팔이 하나 없이도 용해공을 할수 있는가, 용해공을 못할바에는 유상철이는 살아도 소용없다, 잠들고 깨나지 못하는 주사를 놓아달라, 나는 이 팔이 없이는 살아도 소용이 없다,이 팔에 붙은 이 손은 해방직후 김일성장군님께서 쇠물을 녹여 건국에 이바지하라시며 친히 잡아주신 손이다, 이렇게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수다. 그때부터 만 2년동안 이손을 건사하기 위해 수술을 다섯번이나 거듭해서 오늘 이 모양대로 팔이 붙어있지요. 무상치료제가 고맙다 고맙다 해도 이 유상철이처럼 혜택받은 사람이 또 어데 있겠습니까. 하 참, 기막힌 일이지요.》

아바이는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문대더니 옆으로 돌아앉고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해일처럼 밀려드는 격정을 이기지 못하여 또 쌈지를 펼치고 담배를 마시였다. 손끝이 떨리기까지 하시였다. 수령님의 현지교시, 그것을 결사적으로 지켜낸 용해공, 수십년후 나이먹은 이날까지도 그때 그 충정이 식지 않고 끓어번지고있는 로동당원, 평범하면서 숭엄한 보람을 가슴가득 안고사는 인간…

《아바이, 그만하면 오늘 왜 이렇게 이 땅을 메꾸고있는지 알만합니다. 정말 머리가 숙어집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숙연한 음성으로 말을 건늬시자 아바이는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글쎄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김동무처럼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도 인차 알아듣는데 어떤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가요. 결국 내가 제구실을 못해 그러지요. 내가 왜 진작 여기에 패말 하나라도 꽂아놓지 못했는지. 참 며칠전에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압니까. 구내정리를 한다면서 이 근방도 밀어치우겠다는걸 겨우 정지시켰수다. 때마침 도당위원장이 와있었는데 나의 설명을 듣고나서 밀어제끼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서야 그만뒀지요. 그런걸 내가 지금 좀 고루메꾸고있는거지요.》

《도당위원장이 여기를 본래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했겠습니다.》

《그렇지요. 더 다치지 말고 그냥 둬두라, 다시 정확한 대답을 주겠다 그랬지요. 그때 도당위원장만 없었어도 이 언덕진곳은 번번하게 밀어치웠을겁니다.》

《물론 공장구내를 정리하는것은 좋은 일이지요. 그러나 이런곳은 그냥 두고 공원처럼 꾸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기 보십시오. 수양버들도 자라고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바로 그거웨다.》 하면서 유상철은 와락 두팔로 그이의 어깨를 그러안으며 목메여 부르짖었다.

《아바이! 참 훌륭하십니다.》

그이의 음성도 떨리였다.

유상철은 한걸음 물러나면서 눈굽을 훔치며 말하였다.

《걱정할건 없습니다. 이제는 문제없습니다.》

그때 승용차 한대가 와 서더니 전상환이 내렸다. 요행 정문앞에서 운전수를 만나 온 구내를 찾아헤매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것이다.

《아바이, 전쟁때 잃어버릴번한 그 손을 나도 한번 잡아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 손을 내드시였다.

《그러지요.》 악수를 하고 그우에 손이 또 겹놓이였다. 한동안 서로 놓지 못하였다.

유상철은 그 순간 영채어린 눈길, 인자하면서로 항상 미소를 머금고있는 입모습 같은것에서 강한 인상을 받고 어리둥절해졌다. 제가 여직껏 너무 주책없이 지껄인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 당신같은 길동무가 있다면 한당대 같이 길을 걸어도 피곤한줄 모르겠소. 이름이나 알아두기요. 어느기관의 누구인지…》

이때 뒤에서 이야기가 끝나기를 초조히 기다리고있던 전상환이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나 좀 봅시다. 아바이!》

그이께서 미처 말씀하실 사이도 없이 전상환이 유상철의 팔을 잡고 한쪽옆으로 나섰다.

몇마디 말을 듣고난 유상철은 그만 너무나 놀라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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