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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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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2-11 15:58 조회1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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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증기가 뽀얗게 서린 목욕탕에서 나와 옷을 입고 반백의 상고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넘기던 로장 유상철이 한발 앞서 바깥으로 나가는 제대군인청년 한창수를 불렀다.

《여보게, 창수.》

《왜 그러십니까?》

청년은 복도에 나서다말고 의하해서 물었다.

《오늘은 공장대학에서 쉬는날이라구 했지.》

《네.》

《그러면 나하구 같이 영양제식당에 들려 이야기나 좀 나누자구.》

용광로의 온갖 조화와 변덕을 한손에 거머쥐고있는 로장은 손탁이 셀뿐더러 일에서는 몹시 엄격하였다. 그러면서도 신입공들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다심하였는데 제대된지 1년밖에 안되는 창수에 대해서는 각별히 관심해오고있는것이였다.

두사람은 갓 색칠을 해서《뼁끼주의!》라고 써붙인 식당문을 지나 창문곁에 놓인 식탁에 마주앉았다. 여기저기에 용해공들이 두셋씩 앉아 벌써 기분이 떠서 즐겁게 담소를 하고있었다.

유상철이 푸릿해진 턱을 문지르면서 한창수를 유심히 건너다보았다. 무슨 신중한 얘기가 있을듯싶다. 한창수가 상대방의 고뿌에 술병을 기울이려고 하자 유상철은 손을 뻗쳐 막는 시늉을 하면서 술병을 받아쥐고 먼저 한창수의 고뿌에 가득 부었다.

《요새 일이 어떻나? 공부하기가 힘들지 않아?》

《아닙니다. 힘들지 않구 뭐라고 할가, 막 재미가 납니다.》

《그래 그럴테지. 공장대학추천을 받겠다고 열성스레 뛰여다니던게 어제 같은데 지금 몇학년이더라?》

《이제 멀지 않아 2학년입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

《로장동지, 어서 드십시오.》

《자, 이렇게 들지 않나?》

유상철은 몇모금 마시는듯하더니 고뿌를 상우에 놓았다. 평소에는 자기 성미대로 한고뿌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제잡담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상철이였다.

그는 의자등받이에 의지하여 상반신을 쭉 펴며 버릇처럼 푸릿한 턱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니 이제부터 속에 있는 소리가 나오려는 모양이다.

《듣자니 평양에 있는 처녀를 후리지 못해 속을 태우고있다면서?》

이제야 한창수는 유상철이 자기와 만나자고 한 까닭을 알았다. 순진한 청년들이 다 그러하듯 한창수는 얼굴이 벌개서 잠시 술고뿌를 내려다보다가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제대군인이 무슨 그런데 속을 태우겠습니까? 이제 곧 결판을 짓자고 합니다.》

사실 유상철은 한창수가 앞으로 한다하는 용해공으로 자라리라 믿었고 그러자면 생활부터 안정시켜야겠다고 은근히 속을 써오는터였다. 생활이 안정되자면 가정부터 꾸려야 하는것이다.

《결판을 지어야지. 그래 여기루 데려올 자신이 있나?》

《…》

《듣자니 한마을에서 자란 고향처녀라는데 음악대학을 졸업했다면서?… 그러니 처녀가 여기루 오기 힘들다는거겠지?》

한창수는 말없이 마치 신기한 물건이나 손에 쥔듯이 고뿌를 이리저리 굽어보다가 고개를 젖히고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로장동지, 그 말은 그만했으면 합니다.》

《아니야, 중 제머리 못깎는다고 이런 땐 곁에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

그러더니 유상철은 허리를 굽히며 《꼭…》 하고는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자네한테만 말하는데… 젊었을 때 나도 어쨌는줄 아나… 자네들이 말하는 현대식련애와는 다르지만… 우리 로친이 체네땐 어지간히 곱살했어… 한데 처음엔 그쪽 부모가 머리를 기웃거렸지.

여기 제철소로동판에 온 품팔이군이라구. 처녀는 콜짝콜짝 울기만 하구. 울타리밖에 나와서두 날 따라서지 못했구… 그렇다고 그때 내가 덮치지 않고 물러섰다면 일이 어떻게 됐겠나?… 그러니 문제는 자네들이 말하는 그 정열이라는게 있어야 돼.》

《정열이요?…》

한창수는 더듬거리며 그 말을 되받아 외웠다.

60이 가까운 로장한테서 신기한 말을 들은듯 두눈이 커졌다.

《왜 놀라나? 나도 젊었을 땐 진짜 대장부였어.》

유상철이 껄껄 웃었다.

《아,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라…》

이렇듯 쇠내에 젖어 엄하게만 보이는 로장한테 젊은 시절에 그러한 사랑의 열정이 있었다는것이 놀랍기만 하여 한창수는 시꺼먼 눈섭을 쭝깃거리며 유상철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유상철은 천성적으로 락관주의자였다. 젊은 시절의 그 결패있는 성미도 아직 그대로였다.

교대반장들이나 용해공들의 인간관계가 복잡해지거나 작업공정에서 말썽이 생기면 욕설이나 추궁부터 하는것이 아니라 시간과 품을 들여 알아들을만치 차근차근 일깨워주고 나중에는 단호하게 그리고 신심에 넘쳐 《알만하지?… 문제없어.》라고 두말못하게 하였다. 하여 그의 역할은 마치 회전축에 윤활유를 부어넣는것처럼 모든것을 원활하게 만들군하였다.

30여명을 한식솔로 여기며 용해공들의 가정사에 편안치 않은 일이 생기면 집에 찾아가 낱낱이 알아보고 제나름의 인생담으로 《처방》을 내리고는 나중에 꼭 《문제없어. 이제 다 잘될거야!》 하고 결론하는것인데 대체로 그의 예견과 판단이 들어맞아서 이 《문제없다》는 말이 결코 빈말로는 되지 않아 젊은축들속에서는 《문제없어아바이》로도 통하는것이였다.

허나 바람소리만 듣고도 송풍기상태를 가늠할줄 아는 이 로장아바이도 인생의 중대사앞에서는 자신이 없는듯 무거운 어조로 말하였다.

《일생문제이니까 헤덤비지 않는게 좋아. 그렇다구 오물쪼물하지는 말구. 난 창수를 믿어…》

유상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창수를 대견스레 건너다본다. 정말 마음에 드는 제대군인청년이다.

한창수를 기술혁신조에 망라시키기를 주저하는 기술자들에게 《사람은 가꾸기탓이네. 더구나 한창수는 눈썰미가 있고 배우겠다는 욕망이 강하단 말이네.》 하고 떠밀어준것도 유상철이였다.

한데 사실 이 《문제없어아바이》한테도 요츰 골치거리가 하나 생기였다. 벌써 5월에 접어들었는데 상반년계획을 기한전에 완수할 타산이 잘 서지 않는것이다. 이제 월말에 물린 송풍관보수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쳐도 그 결과가 과연 어떨지 두고보아야 안다.

어쨌든 보수작업전까지 송풍기가 말썽이 없어야 하며 그래서 교대반장인 리명수한테도 아까 송풍기상태를 잘 살피라고 당부했던것이다.

식당에서 나온 유상철은 소풍이라도 하려는듯 왼쪽에 있는《구내산》이라고 부르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말이《구내산》이지 실지는 산이 아니고 약간 둔덕진곳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을뿐이다.

《산보삼아 가보지 않겠나?》

한창수는 말없이 따라섰다.

봄날의 저녁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는데 용광로쪽에서는 출선을 하는지 흰물김이 타래쳐올랐다.

《구내산》의 둔덕진곳에는 묵은 잡관목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그속에 키를 돋구며 백양나무 한그루가 연록색의 여린 잎새를 하느적거리고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둔덕 저쪽에는 전쟁때 생긴 폭탄구뎅이들이 많았었는데 거기다 슬라크를 처넣군하여 이제는 어지간히 평퍼짐해졌다.

이 둔덕진곳에서 용광로들은 물론 해탄로, 평로, 회전로 등 제철소의 대부분을 한눈으로 바라볼수 있었다. 저쪽 어둠이 깃든 후미진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불을 켜달고 불도젤이 우르렁거리고 있었다.

유상철이 머리를 기웃거렸다.

《불도젤이 왜 아직도 저기서 퉁퉁거려? 우묵진데를 메꾸자고 여기 흙을 쓰자는게 아니야?》

《옳아요. 그 운전수는 나와 같이 제대된 땅크병출신인데 요새 구내정리때문에 눈코뜰새 없대요. 강안쪽에 남아있던 폭탄구뎅이도 메꾸고 유보도를 꾸린답니다. 게다가 봄철위생월간이구 하여튼 제철소안을 번듯하게 해놓는다는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지. 좋은 일이야… 한데 흙을 쓰자구 여기를 밀어버리자는게 아닌가?》

유상철은 백양나무의 어린 잎새를 만지작거리며 근심스레 뇌이였다.

《글쎄요.》

《여긴 그대로 둬야겠는데.》

《무엇때문에요?》

《무엇때문이라니. 거참.》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가요?》

《사연이 있어두 깊은 사연이 있지.》

어째선지 유상철은 취기가 말끔히 가셔진 밝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한창수의 팔소매를 슬그머니 끌어당기였다.

《이보라구 창수, 여기가 어떤덴지 아나?》

《…》

《이런 답답이라구야. 내 말 좀 들어보라구… 어버이수령님께서 해방직후 처음 여기 오셨을 때 바루 이자리에서 말씀이 계셨거든. 그때 왜놈들이 다 마사놓고간 용광로를 빨리 복구할데 대해 간곡히 말씀하셨다네.》

《아, 여기서요?… 그때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건 들었지만 여기인줄은 몰랐습니다.》

《바루 여기라니… 그래서 난 이곳을 무심히 지나지 못하네… 여기를 바라보느라면 마음이 깨끗해지구 일하는 보람두 더 생기는것같아… 한데 이 사연을 아는 사람이 이제는 거의 없어. 전쟁통에 죽고 나이 먹어 다 가구 해놔서…》

저쪽에서 또다시 불도젤의 동음이 세차게 울려왔다.

《저놈이 진짜 여기 구내산에 달려들자는게 아닌가?》

유상철은 그쪽으로 엄엄한 눈길을 보냈였다. 그는 구내정리를 한다는 소문이 있기에 이틀전에 미리 당위원장한테 알아들을만큼 말해두었었다.

그런데… 유상철은 불도젤의 동음에서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것을 느낀듯 고개를 저으며 《가만, 가만… 안되겠어.》 하고 웅얼거렸다.

불도젤의 동음은 유상철의 불안한 마음을 더욱 휘저어놓으며 기승스럽게 퉁퉁거렸다.

×

키가 크고 어깨가 쩍 벌어진 림귀현은 담배를 석대나 잇달아 피우면서 책상두리를 계속 빙빙 돌고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잘 리해되지 않았다. 벌써 도당위원장 직무를 받은지도 2년이 되여오지만 요즘처럼 아리숭한 일에 련속 부닥쳐보기는 처음이였다. 그는 자신도 인정하고있는바와 같이 공부를 많이 해서 리론수준이 남들보다 뛰여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사업에서 남다른 묘술을 가지고있는것도 아니였다.

다만 그는 타고난 천성이라 할가 완강하고 검질긴데가 있어서 일단 결심만 하면 장벽이라도 떠밀고나가는 의지가 있을뿐이였다. 그런 성격이여서 그런지 아니면 젊은 시절에 착암작업을 많이 해서 생겨난것인지 알수 없으나 어쨌든 무슨 일이든 그의 손탁에 들게만 되면 끝장이 나고야말았다.

《이건 도대체 뭐라는건가?》 하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제철소에서 보내온 봉투를 뜯어보니 거기에는 《가화페》라는것이 나왔고 그에 대한 설명이 첨부되여있었다. 금속공업성에서 내려와 작업반별 채산제를 실시하는데 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가화페》를 발행하여 통용케 했다는것이다.

림귀현으로서는 《가화페》의 실용적가치나 그 의의에 대해서 잘 알수 없지만 기업경영방식이 전과는 완전히 달라지는것이라고 한다면 응당 그것은 중앙당에서 사전에 지시가 있어야 할것이라고 보았다.

전화로 지배인을 불러 따져물었다. 지배인의 대답은 금속공업성산하 몇개 기업소에 실험적으로 해보는것인데 성에서 사람이 내려와 직접 취하는 조치라고 하였다.

그에 대한 지배인의 의견은 어떤가고 물으니 그는 금속공업성이야기만 하면서 똑똑한 소리를 하지 못하였다. 지배인의 대답에 실망한 림귀현은 그날로 평양으로 올라갔다. 금속공업성에 들리니 담당국장의 태도는 완강하였다. 리윤본위제를 해야 원에 의한 통제가 강화되고 로동자들의 생산의욕을 부쩍 높일수 있다고 하면서 오히려 한개 도를 책임진 책임일군이 그에 대한 리해가 없는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림귀현은 바로 그 리윤본위라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자신이 홀동광산에서 다년간 착암공으로 일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일한적이 없었고 쇠돌생산으로 혁명에 이바지한다는 그 일념이 있었을뿐이였다. 그래서 그는 금속성일군에게 자기 도의 제철소에서는 더이상 리윤본위제를 적용할수 없다고 잘라 말하였다. 그리고는 중앙당의 해당 일군을 찾아가 제철소의 실태에 대하여 보고를 하였다.

(그 일이 어떻게 결론되였는지…)

아무래도 이 실태를 수령님께 직접 보고드려야 할것 같았다.

낯을 잔뜩 찌프린 림귀현은 턱을 고이고 앉아 사색의 깊은 골짜기를 톺아오르고있었다.

갑자기 목이 마르다는것을 느낀 그는 닫긴깃옷의 웃단추를 하나 터놓고나서 보온병이 놓인 구석쪽으로 다가갔다. 물병을 기울이는데 전화종이 울리였다. 급히 돌아서서 책상으로 다가가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림귀현이 전화받습니다.》

《도당위원장동집니까. 제철소 초급당위원장입니다.》

《음, 그래서.》

세상일이란 이렇게 공교로운것인가. 방금 그쪽에 대고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였는데…

《다름이 아니라 무연탄가스화실험로 있잖습니까.》

《실험로?》

《며칠전부터 불을 넣었는데 성과가 좋습니다. 이제는 앞이 좀 내다보입니다. 도당에서 늘 관심을 가지고있길래 알려드립니다.》

《성적이 좋다, 그러니 쇠물이 거기에서 나올수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오늘밤에 새 방법으로 또 한차지 해볼가 합니다.》

《좋은 일이요. 이제 곧 거기로 가겠소. 직접 내눈으로 보아야지…》

저쪽에서 뭐라뭐라고 설명하는것을 들으면 날도 저물었는데 래일이나 또 다른날이 어떤가고 하였다. 그러나 림귀현은 당장 가보아야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방금전까지 침울했던 기분이 홀연 가셔지고말았다. 생활의 본연이란 이토록 즐겁고 락천적인것인데 이따금씩 뜻하지 않은것이 끼워들어 마음을 괴롭히는것이다.

림귀현이 차를 타고 제철소에 도착해서 당위원회에 들어서니 제철소당위원장이 기다리고있었다.

×

그전날밤 유상철이 《구내산》을 두고 우려한것은 공연한 로파심에서가 아니였다.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구내산》은 한쪽변두리를 밀기 시작한 불도젤이 이제는 그 꼭대기에까지 올라서서 와릉와릉 용을 쓰고있는것이였다.

《여보게 운전수동무, 세우라!》

작업복차림의 유상철이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소리치며 불도젤앞에 버티고섰다.

불도젤은 우릉우릉 용을 쓰며 맞받아오다가 유상철의 발치에 와서 서고야말았다.

《물러서라요, 로장아바이! 왜 그래요?》

《그만 중지하라. 큰일나.》

《큰일이라니요?》

《그래… 여기는 그렇게 밀어제낄데가 아니야.》

흥분되다보니 말이 제대로 나가지 않는다.

《아바이, 비키세요. 난 오늘중으로 여기를 다 밀어 저쪽 우묵진데를 메꿔야 해요.》

《아, 아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돼.》

유상철이 손세를 써가며 강경히 나오는 바람에 운전수청년은 어리둥절해져서 눈만 꺼벅거린다.

《여긴 다른 땅과 달라. 그대루 보존해야 돼.》

《아바이, 정 그러면 우리 건설직장장한테 제기하시라요. 난 자의대로 작업지령을 변경 못해요.》

《여보! 젊은이, 우선 좀 내려오우. 내 꼭 할말이 있소.》

《이건 정말…》

《자, 어서 내려오라니까.》

운전수청년은 발동을 끄고 훌쩍 뛰여내린다.

유상철은 작업복앞섶을 헤치고 《갈매기》를 꺼내 한대 권한다.

《한대 피우라구.》

유상철은 이런 때 놀랄만큼 침착해진다.

그들은 마주선체로 말을 주고받았다.

《자, 어서.》

운전수청년은 그래도 례의는 잊지 않고 량손으로 담배를 받는다.

《여기는 그냥 두구 다른데부터 하라구.》

《…》

《내 당위원장한테두 제기했는데 우에서 인차 무슨 얘기가 있을거야.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위원회에 가자구.》

《아바인 정말… 가려면 갑시다. 하긴 당위원회아니라 지금 도당위원장동지도 와있으니까.》

운전수청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제사 유상철의 팔을 잡아끌었다.

《도당위원장이? 아, 마침 잘됐어.》

이렇게 되여 그들은 당위원회청사앞까지 가게 되였다.

하지만 허우대가 큰 도당위원장 림귀현이 당위원회청사층계를 내려오는것을 보자 불도젤운전수는 걸음을 딱 멈추었다.

유상철이 돌아보며 《운전수동무, 어서 가자는데.》 하고 소리쳤으나 운전수는 《로장아바이 혼자 가십시오. 나야 뭐… 하라는대로 하는걸요.》 하면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는것이였다. 림귀현이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유상철이한데로 다가왔다. 그는 유상철로장을 잘안다.

여기 제철소를 잘 알자면 유상철을 알아야 한다는 정도니까.

림귀현이 《유아바이, 안녕하십니까?》 하고 반색을 하였다.

《수고로이 오셨습니다. 위원장동지!》

《그새 로장아바이네 용광로에선 일이 제대로 돼갑니까!》

《뭘요. 상반년계획을 앞당기자면 좀 빳빳합니다.》

《그래요. 한데 당위원회에서 듣자니 <구내산>지대정리를 아바이가 반대한다는 말이 있던데 그건 어떻게 된겁니까?》

《그 일때문에 이자두 저 불도젤운전수와 옥신각신한걸요. 그래서 도당위원장동지의 결론을 받자고…》

이러며 그는 저만치 사라지는 불도젤운전수를 가리켜보이였다.

《보십시오. 저렇게 달아나누만요.》

《하하하》

림귀현은 어깨를 흔들며 웃었다. 그리고는 인차 정색을 하고 유상철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여기 당위원장동무한테서 아바이가 제기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좋은 일입니다.》

《웬걸요. 제가 응당 나서야 할 일이지요. 이제는 그때 일을 아는 사람이 몇밖에 안되는데 거기를 번번하게 밀어치운다니 내 가슴이 무너지는것 같아 그냥 있을수 없어 그랬을뿐입니다.》

《글쎄, 여기다 석축이나 좀 하고 삐찌포장이나 하면 되는건데…》

《아, 아니지요. 여기다 금은보화를 쌓는다고 해도 성차지 않는걸요.》

유상철은 흥분이 끓어올라 말을 잘 잇지 못한다.

《로장아바이의 심정을 알만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수령님의 교시터를 그대로 보존해야지요. 이제 중앙당에 제기해서 며칠안으로 확답을 받겠습니다.》

《한테 당장 밀어제끼겠다는건 어떻게 합니까.》

《그건 념려안해도 되겠습니다. 내가 책임지고 더는 다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유상철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도당위원장동지, 감사합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좋은 깨우침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림귀현은 유상철의 두눈굽에서 번쩍이는 이슬을 보았다.

림귀현은 마음이 격해서 그의 두손을 꽉 그러잡았다.

문득 그는 광산에서 착암공으로 일하고있을 때 막장에서 수령님을 뵈옵던 일이 떠올랐다.

벌써 20년이 가까와온다.

홀동광산 채광막장에서 착암작업을 하고있을 때였다. 갱구쪽에서 번쩍번쩍 간데라빛이 나타났다.

착암기를 멈추고 귀를 기울이니 귀에 선 발자국소리, 말소리가 들리였다. 얼마간 있노라니까 사람들이 나타났다.

림귀현은 군이나 도의 어떤 손님이 온것으로 짐작하고있었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나더니 《동무들! 수고합니다.》라는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리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막장에 들어오시였던것이다! 림귀현은 너무나 놀라와 어찌할바를 몰라하였다. 그는 얼결에 수령님께서 내미신 손을 돌가루가 잔뜩 게발린 손으로 잡고는 감격에 흐느끼였다.

《여기가 어디라고 오셨습니까. 여기는 다니실곳이 못됩니다. 수령님!》

《동무들이 수고하는것을 보기라도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막장에서 직접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수령님, 보시다싶이 여기는 돌가루가 날리고 석수가 비오듯합니다. 천반이 낮아 머리를 들기도 바쁘고…》

《괜찮습니다. 동무들은 여기서 땀을 흘리며 광석을 캐내고있는데 나야 이렇게 잠간 와보는것이 뭐가 그리 대단합니까.》

림귀현과 그의 짝패 또 한명은 한쪽팔에 하나씩 매달려 감격에 겨워 몸을 떨며 같은 인사말을 반복하고있었다. 얼마후에야 수령님께서는 땅바닥에 널린 광석덩어리를 하나 집어들고 간데라불에 비쳐보시는것이였다. 그 어떤 신비한 보물이라도 보시는것처럼 이모저모 돌려가며 살피시다가 그것을 림귀현앞으로 썩 내들며 말씀하시였다.

《우리 당은 동무들에게 이런 품위높은 광석을 많이 캐낼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나라가 잘살자면 이런것이 많아야 합니다. 동무들은 이 막장을 뚫고나가면서 부강한 우리 나라를 건설하고있고 조국통일의 길을 앞당겨오고있습니다. 나는 동무들이 당의 의도를 잘 알고 더 많이 일하리라고 믿습니다. 어서 착암기를 돌리시오. 기관총을 쏘는것 같은 그 소리를 한번 들어봅시다.》

림귀현은 착암기손잡이를 힘있게 틀어잡고 시동을 걸었다.

암벽을 세차게 타격하면서 정대는 기운차게 돌아갔다. 시간이 얼마간 지체된후에 수령님께서는 손에 드시였던 광석덩이를 림귀현에게 넘겨주고나서 《동무들, 수고들하십시오. 나는 동무들을 믿고 가겠습니다. 다시 만납시다.》 하며 손을 들어보이시였다…

그때 그 광석덩어리를 보관하고있다가 군당에 맡겼는데 그게 지금쯤 어떻게 되였는지…

그후 그는 착암공으로부터 초급당지도원, 다음에는 당학교를 나오고 도당조직부 과장 그리고 중앙당을 거쳐 줄곧 당일군으로 성장하였다.

《로장아바이의 심정이자 우리모두의 심정이지요. 진정한 당원들의 마음은 다 같으리라고 봅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다. 저녁무렵이라 어디선가 기계의 동음이 더욱 기세차게 들려왔다.

하늘에 하나 둘 별이 돋기 시작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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