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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41, 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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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31 18:00 조회1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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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때이른 가을비가 추덕추덕 내리고있었다.

얼굴을 찡그리고 검은구름이 덮인 하늘을 올려다보는 창근은 가슴속에 그 어떤 묵직하고 컴컴한 덩어리가 꽉 들어찬듯 한 감을 느끼였다.

이제껏 하늘소처럼 우쭐해서 세상에 제가 똑 제일인체 하던 창근은 대외건설지배인과 헤여지는 순간부터 꿰진 북신세가 되였다.

뒤늦게야 창근은 매 인간은 운명적인 시각에 평정이라는 저울에 자기의 몸값을 재여보게 된다는것을 안듯 싶었다.

그 저울우에 올라선 창근의 몸값은 눅거리였다.

마치 그 누구도 눈길을 돌리지 않는 체하상품처럼…

그런 상품은 아무리 겉이 번쩍거려도 별로 쓸모가 없는것으로 하여 그 누구도 손을 대지 않는다.

바로 창근이가 그 꼴이 되였다.

그것이 과연 누구의 탓인가를 놓고 고민의 산을 쌓던 창근은 제스스로 자기 눈을 찔렀다는 자책보다도 그 누군가가 자기가 잘되는것을 배가 아파 훼방을 놓았다고 생각하였다.

심사가 칡넝쿨처럼 꼬인 창근은 이미전에 공장을 뜨지 못한것을 백번천번 후회하였다.

공장을 떴더라면 만사가 무난히 해결되였을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을 할수 없는 괴로움을 안은 창근은 지금 송화한테로 가는 길이였다.

아까 대외건설지배인과 마주앉았을 때부터 성가실 정도로 자기를 찾는 손전화기신호가 련발하기에 전원을 차단해버렸었다.

밖에 나와 전원을 켜니 가시가 돋친 통보문이 눈을 찔렀다.

《지은 죄가 두려워서 전화를 받지 않는가요? 꼭 만날 일이 있으니 우리가 이전에 만나던 곳으로 나오세요.》

창근은 쓴웃음을 지었다.

뭐, 지은 죄가 두려워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구?

이건 도대체 무슨 도깨비같은 소리야?

창근은 송화가 왜 그런 통보문을 보냈을가 하고 추리를 해보았다.

죄지은것은 없는것이고… 그렇다면, 그렇다면?…

아하, 알만 하다. 이제껏 나를 썩은 콩 대하듯 하더니 그게 마음에 걸려 화해를 하자는것이 아닐가?

좋게 말하면 응할것 같지 않으니까 그런 오그랑수를 썼을거야.

역시 마음이 여린 송화다운 처신이다.

그렇다면 내 기꺼이 만나주지.

만나서 지나간 일을 놓고 진심으로 잘못을 사죄하면 용서해주는것이고 전번처럼 날 학생취급 하려들면 가만두지 않을테다.

제가 아무리 나보다 잘난체 해도 녀자야 녀자겠지.

멋스럽게 팔을 내저어 얼굴을 타고 흐르는 비물을 훔쳐내던 창근은 갑자기 못 볼것을 본듯 와뜰 놀랐다.

저앞으로 명선과 뽐프제작조 성원들이 걸어오고있었던것이다.

그들을 만나기가 두려웠다.

만났댔자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것은 뻔하였던것이다.

이런 땐 삼십륙계 줄행랑이 제일이라고 생각한 창근은 어디 몸을 숨길데가 없는가 해서 사방을 두릿거리였다.

허나 공교롭게도 길옆에는 벼가을을 끝낸 드넓은 논밭이 있을뿐…

그들과의 거리가 가까와졌다.

피할수 없는 외나무다리에 선듯 조바심치는 창근의 눈에 허리통이 굵은 나무 한대가 안겨들었다.

물에 빠진 놈 지푸래기 잡는 격으로 무작정 그곳으로 다가간 창근은 신발을 고쳐신는척 하며 허리를 굽히였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그를 향해 걸어오는 명선이네가 주고받는 말소리가 창근의 귀구멍을 쑤셔댔다.

《창근이 그치 오늘 자기때문에 사고가 난걸 알기나 하고 돌아치는지 모르겠구만.》

《알턱이 있어? 지금쯤 어느 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대패질을 하고있겠는데…》

《가련하군. 돈이라면 자존심이구 체면이구 헌신짝처럼 집어던지구 돌아친다니까.》

그들이 창근을 보지 못한듯 지나쳤다.

허리를 펴는 창근의 얼굴은 금시에 종이장처럼 하애졌다.

나때문에 오늘 사고가 났다는건 무슨 소리인가?

사고가 났다면 어떤 사고이고?…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 생각에서 허둥거리던 창근은 뭔가 짚이는것이 있었다.

엊그제 자기가 완성한 날개바퀴목형을 놓고 도면치수와 맞지 않는것같다고 하던 목형반장의 말이 생각히웠다.

그때 나는 그럴수 없다고 하였지. 그러니까 합격으로 인정을 하였고… 그것이 어떤 사고를 빚어냈단 말인가? 가만, 곰곰히 생각해보자.

목형이 완성되면 주형을 빚어 거기에 쇠물을 붓는다. 그다음 사락을 하고…

방정식풀이를 하듯 매 공정을 따져보던 창근은 자기때문에 사고가 났다는것을 도대체 리해할수가 없었다.

하다면 방금 명선이네가 한 말이 꾸며낸 소리겠는가.

온몸이 갑자기 오한을 만난듯 떨리였다.

대외건설지배인한테서 물러설 때의 절망감과는 질적으로 다른 그 무엇인가 공포감을 몰아왔다.

문득 처음 뽐프제작조를 구성할 때 고양정뽐프제작은 국가적으로 아주 절박하고 긴급한 과제이며 중요하게는 나라의 존엄과 공장 로동계급의 자존심을 지키고 우리가 세계와 당당히 겨루는 강자가 되는 중대사라고 하던 이모부의 엄숙한 강조가 뇌리를 때리였다.

가슴이 마구 풀무질을 하였다.

그래서 송화가 지은 죄가 두려워서 전화를 받지 않는가고 따졌댔구나.

혼비백산한 창근의 눈앞에 지금쯤 온몸에 서리발을 세우고 자기를 기다리고있을 송화의 표표한 모습이 얼른거렸다.

그앞에 서자니 다리가 후들거리였다. 차라리 그 누구에게 매를 맞느니 송화에게서 터질 줄욕을 들쓰기가 더 두려웠다.

돌아서고싶었지만 가야 했다.

사내라는 노루꼬리만 한 자존심이 뒤걸음치지 못하게 하였다.

허탈감에 온몸이 묶이워 지척지척 청천강제방뚝에 이르니 우산도 비옷도 없이 내리는 비를 온몸에 들쓴 송화가 결투라도 걸듯 창근을 향해 육박해왔다.

혐오감에 찬 눈길에서는 불꽃이 튕기였다.

창근은 그 눈길을 마주볼 용기가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저벅저벅 자갈밟는 소리가 귀를 메웠다.

《이걸 잡으라요.》

귀따갑게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쳐드니 삽을 쥔 송화의 손이 창근의 눈을 찌를듯 가까이에 있었다.

이건 뭔가? 창근은 무의식중에 삽을 받아쥐였다.

어쩌자는건가? 어리둥절해진 창근을 놀래우는 소리.

《저걸 뽑으라요.》

송화가 손짓하는 곳에 시선을 던지던 창근은 누가 뒤덜미를 잡아당기기라도 한듯 와뜰 놀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거기에는 떡돌처럼 반듯한 두개의 큼직한 돌이 놓여있었다.

몸서리치게 얼나간 사람처럼 그것을 보는 창근의 눈섭이 파르르 떨리였다.

그것을 뽑는다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것인지 짐작한 창근은 가슴이 섬찍하였다.

그것은… 그것은…

《왜 멍청해있는거예요?》

야멸차게 내쏘는 독촉에 창근은 삽을 내던지며 벌컥 성을 냈다.

《난 못해! 파겠으면 네 손으로 파라!》

《좋아요!》

자갈판에 나딩구는 삽을 쥔 송화가 와락와락 돌주변을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그 모양을 보지 않을듯 눈을 꾹 감고있던 창근이가 갑자기 와락 덤벼들며 송화의 손에서 삽을 나꾸어챘다.

《너 정말 나를 버리자는거야?》

그 서슬에 몸중심을 잃고 비칠거리는 송화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였다.

《누가 누굴 버렸다는거예요, 누가!… 길을 곧추 가라고 안타까이 간청할 때에는 제 잘난체 귀를 막고있은게 누구야? 그러구서두 내가 버린다구? 난 더이상 시궁창에 코를 박은 정창근이라는 인간과 마주서기 싫어, 싫어!》

눈물을 좔좔 쏟으며 하는 송화의 절규가 예리한 화살처럼 창근의 가슴을 뚫고들어와 심장을 마구 쑤셔댔다.

한동안 어깨를 떨며 흐느끼던 송화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돌아섰다. 멀어지는 송화의 뒤를 심술궂게 노려보는 창근의 입에서 황소영각같은 넉두리가 터져나왔다.

《갈테면 가라, 가! 너 없다고 내가 못살줄 알아?》

리성을 잃은듯 한 창근은 손에 쥔 삽으로 송화가 파다만 자리를 헤집고 돌을 뽑아내여 경사지로 내리굴리였다.

어느결에 다쳤는지 손등에서 피가 흘렀다.

마치 마음속에서 흘러내리는 피방울처럼 느껴져 창근은 눈물이 콱 솟았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손이 창근의 귀뺨을 때리였다.

얼마나 세게 때리였는지 창근은 몸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였다.

한손으로 얼굴을 싸쥐며 눈길을 쳐들고보니 언제 왔는지 어머니와 이모가 서있었다.

매를 든 사람은 이모였다.

《사람구실 못할 녀석!》

그들을 본 창근은 무시무시한 섬광을 보기라도 한듯 간이 콩알만 해서 고개를 수그리고 눈둘 곳을 몰라 허둥댔다.

순간 그의 시야에 어머니의 발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어머니의 한쪽발에는 신발이 없었다.

오른쪽에 신고있는 편리화마저 어디서 걸채였는지 앞코숭이가 찢어져있었다.

《네가 이 지경이 된걸 땅속에 누워계시는 아버지가 알면 날보고 뭐라고 하실테냐? 자식의 잘못을 꾸짖지 않으면 나중에 제가 벌을 받는다더니… 내가 벌을 받았지, 벌을 받았어.》

분격이 하늘에 치받는 이 시각 회초리를 휘둘러도 시원치 않을 아들에게 그 정도밖에 질책을 못하는 언니가 민망스러워난 영란이가 참지 못하고 창근의 어깨를 잡아흔들었다.

《이 자식아, 말은 고삐를 늦춰준 은혜를 알고 개는 자리를 깔아준 은혜에 보답을 한다고 했다. 하물며 사람의 허울을 쓴 네녀석은 그 미물들보다 나은게 뭐냐. 남들처럼 떳떳하게 살기를 바란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고 못된짓을 골라하더니 끝내는 집단의 버림을 받은 추물이 되였으니 어쩌면 좋단 말이냐, 응?》

《…》

《그만 돌아가자. 아무리 말해야 소귀에 경읽기야. 이녀석은 내 아들이 아니야. 나에겐 이젠 아들이 없어! 아하, 귀동이를 낳은줄 알았더니 내 배속에서 저런 악동이가 나왔구나, 어이구.》

가슴을 쥐여뜯는 슬픔을 달래며 혼자소리처럼 뇌인 창근의 어머니가 실성한 사람모양 비척비척 걸음을 옮기였다.

전혀 뜻밖인듯 영란이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언니! 어쩌면 그런 말을…》

얼마 못 간 창근이 어머니가 갑자기 그 자리에 풀싹 주저앉았다.

영란이가 얼른 뛰여가 언니앞에 무릎을 꺾고 앉았다.

《언니!》

창근의 어머니가 영란을 부둥켜안으며 오열을 터뜨리였다.

풀로 붙인듯 그 자리에 굳어져 얼빠진 사람모양 그들을 지켜보는 창근은 입술이 터져라 앙다물며 고개를 하늘로 쳐들었다.

아! 어머니! 그렇게 마음곱고 선량한 어머니…

어리석으리만치 어지고어진 어머니는 여적 창근에게 매 한번 든적이 없었다.

강아지도 욕할줄 모르는 어머니는 잘못을 타이르는 경우에도 갓난아이 얼리듯 조용조용 말하군 하였다.

그런 어머니를 이제껏 괴롭히고 가슴에 재를 꽉 채웠다고 생각하니 창근은 자신이 끝없이 저주스러웠다.

사람은 무엇을 잃은 뒤에야 귀한줄 알고 후회한다고 창근은 뒤늦게야 그렇듯 인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를 잃는다는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통절하게 절감하였다.

집단과 동지들의 버림을 받고 송화마저 잃은 내가 어머니까지 잃으면 어떻게 산단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창근은 갑자기 물밖에 난 잉어처럼 몸을 솟구며 앞으로 걸음을 내짚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숨이 떡 막히였다.

푸들푸들 떨리는 입술사이로 몇번이나 어머니라고 찾았으나 도무지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꺼이꺼이 울음소리만 흘러나오던 입에서 힘겹게 그러면서도 애타게 울부짖음같은 소리가 터쳐졌다.

《어머니!-》

창근의 웨침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였다.

아들의 목터지는듯 한 소리에 꺼이꺼이 목놓아울던 어머니가 펀뜩 고개를 쳐들었다.

허위허위 정신나간 사람처럼 달려오던 창근이가 그만 돌부리에 걸채여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그것을 본 어머니가 영란을 뿌리치고 한팔을 길게 내뻗치며 기겁한 비명을 터쳤다.

《창근아! 다치지 않았느냐.》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기여온 창근이가 와락 어머니품에 안겨들었다.

《어머니!》

창근의 어머니가 아들을 꼭 껴안았다.

《어머니, 날 버리지 마십시오. 죽을 죄를 지은 이 아들을 용서…》

어머니의 품을 파고드는 창근의 어깨가 마구 오르내리였다.

《내 아들아!》

《어머니!》

어머니와 아들은 뗄래야 뗄수 없는 한덩어리가 되였다.

한옆에 비켜서서 그 광경을 보는 영란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였다.

얼굴을 든 창근이가 한쪽신발이 없는 어머니의 발을 쓰다듬었다.

자식을 위해 쉼없이 걷고걸어온 어머니의 발, 피가 진 발등이며 터갈라진 발바닥을 정신없이 가슴에 붙안고 쓰다듬으며 창근은 참을수 없는 자신에 대한 환멸과 죄책감에 철부지 그때처럼 엉엉 울어댔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가지 말아요. 나를 버리고 가면 안돼요.》

비에 푹 젖은 흰머리칼을 빗질하듯 쓰다듬어주는 아들을 멍하니 지켜만 보던 어머니가 퍽 기운이 진한 소리로 조용히 뇌이였다.

《내가 널 버리고 가면 어디로 가겠니? 너 없이 난 못산다.》

창근은 손등으로 눈물을 뻑 닦고 등을 돌려댔다.

《어머니! 내 잔등에 업히세요.》

어머니가 기겁을 했다.

《그러지 말아. 내 발로 걸어갈수 있다.》

《안돼요. 맨발로 어떻게 가신다고 그래요. 어서 업히세요.》

어머니는 하는수없이 창근의 잔등에 업히였다.

움쭉 허리를 펴고 일어서던 창근의 가슴이 후두둑 떨리였다.

어머니가 솜처럼 가벼웠던것이다. 또다시 줄줄이 쏟아지는 눈물…

어머니, 날 업어키울 때 무거웠겠지요.

강인함과 대바름, 량심과 헌신… 간직된 그 모든것을 이 아들에게 넘겨주시느라 가벼워진 나의 어머니. 아, 이제라도 그것을 돌려줄순 없을가.

어머니를 아들에 대한 긍지와 자부로 다시 무겁게 해드릴수만 있다면…

창근의 량볼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였다.

그것은 회오의 눈물, 뼈아픈 자책의 눈물이였다.

어머니, 이 못난 자식때문에 어느 하루 마음 편한 날 없으셨을 어머니, 다시한번 용서를 빕니다.

전 이제껏 어머니를 잊고 살았어요. 전 오늘에야 알았어요. 세상에 어머니를 잊어버리는 아들은 있어도 아들을 잊어버리는 어머니는 없다는것을…

제 다시는 어머니를 잊지 않겠어요.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는 창근의 량볼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였다.

안개비는 조용히 내리고있었다.

강기슭으로 자책과 고뇌에 푹 젖은 창근이가 시름과 걱정에 젖을대로 젖은 어머니를 업고 조심조심 걸음을 내짚었다.


42

이튿날 공장에서는 지배인이 로동과장에게 창근을 공장에서 내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리대철이 그런 결심을 한것은 사고가 난지 한시간이 지나서였다.

사실 사람을 내보내고 받는 문제는 지배인 혼자 결심으로 할일이 아니라 당비서와 합의를 하고 결심할 문제였지만 창근의 경우에는 례외라고 생각하였다.

더구나 당비서가 도당에 회의가고 없는 때이라 사고현장에서 속이 불가마 된 리대철은 박영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릴수가 없었다.

창근이로 말하면 엄중한 사고를 저지른 장본인인데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처조카인것만큼 지배인이 그런 결심을 한데 대하여 당비서도 리해하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날 저녁 리대철은 집에 들어가서 안해로부터 청천강기슭에서 있은 이야기와 한번만 용서해줄것을 바라는 청도 들었지만 이미 내린 결단에 대하여 양보를 하지 않았다.

그때문에 이날이때껏 살아오면서 있어본적이 없는 안해와의 말다툼이 있었다.

했으나 리대철은 요지부동이였다. …

창근이가 공장에서 나가게 되였다는 소문을 들은 송화는 마음이 순편치 못하였다.

두번다시 창근과 마주서지 않기로 결심을 한 송화였지만 막상 그가 공장에서 나간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된것이 자기탓인듯 싶어 련민의 정을 금할수 없었다.

이제 그가 가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쩍하면 공장에서 나간다, 나가겠다고 하며 객기를 부릴 때 보아서는 다른데 가면 흠썩 잘될것 같던 창근이였지만 공장에서 몹쓸 놈이라고 버린 인간을 누가 품어주겠는가.

물론 한때 상업적거래로 가까와졌던 가구주문자들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의 운명에 대하여서는 책임질수가 없을것이다.

아이참, 내가 공연히 안할 걱정을 하면서 속을 썩인담.

이제야 남남이나 같은데…

모순된 감정속에서 갈팡질팡거리는 송화는 마음속 한구석에 채 털어버리지 못한 창근에 대한 정이 불씨처럼 묻혀있다는것을 의식하고 소스라쳐 놀랐다.

아, 정이란 무엇이길래 이다지도 집요한것인가.

문득 언젠가 읽은 소설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사랑으로 얻은 상처를 고치는 약은 없거니 가끔 눈물을 흘리고 원망을 할지언정 쉽게 포기하지 말라.

옥에도 티가 있고 털어 먼지 안 나는 옷이 없듯이 세상에 결함이 없는 사람이 어데 있겠는가.

진정으로 사랑하면 삐뚤어진것도 바로잡을수 있으리라.

그 말이 과연 타당한것인가.

그 소설을 쓴 작가는 사랑에 대한 어떤 체험을 했기에 그런 글을 남겼을가.

진정으로 사랑하면 삐뚤어진것도 바로잡을수 있다.

아니야, 그건 현실과 맞지 않아.

부정에 부정을 더하며 자신을 정당화해보던 송화는 자기와 창근의 사랑이 진정이였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소꿉시절, 중학교시절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진 창근이와의 관계를 과연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수 있겠는지.

거기에 아버지들의 친분관계가 쌓여있었지.

지나간 일을 소급해보며 생각을 골똘히 하던 송화는 끝내 답을 찾지 못한채 머리를 흔들었다.

그에 대한 답을 낼 사람은 아버지뿐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쳤다.

바람만난 대숲처럼 들레인 마음을 눅잦히지 못한채 작업장으로 들어서니 도당에 회의갔던 당비서 박영식이 오작난 날개바퀴주물품앞에서 뽐프제작조 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그러니까 목형을 다시 해야겠구만.》

《예.》

목형반장의 풀죽은 대답이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가?》

《최대한 당기겠습니다.》

《당겨야 하오. 벌써 11월이 돼오는데 날자가 긴박하오.》

《알겠습니다.》

《그럼 일들을 하오.》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서던 박영식이 다소곳이 인사를 하는 송화를 띄여보고 걸음을 옮기였다.

오도카니 서서 멀어지는 박영식을 쳐다보는 송화의 심중은 착잡하였다.

당비서동지는 창근동무가 공장에서 나가게 된걸 알고계실가.

마음속에서는 두 송화가 싱갱이질을 하였다.

《난 당비서동지를 만나 창근동무를 용서해달라고 할테야.》

《너 정신나가지 않았니? 짐승도 한번 빠진 구렁텅이를 에돌아간다는데 너 그 못난이때문에 속을 덜 태워서 그런 자비심을 베풀겠다는거야?》

《넘어지는 사람을 밀치지 말고 도와주랬어. 사람이 불행해진걸 보면서 외면할수야 없지 않아.》

《불행! 그 사람이 당한건 불행이 아니라 응당한 귀결이야.》

도대체 결판이 날것 같지 않은 싱갱이질을 하는 사이에 박영식은 점점 멀어지고있었다.

이제 그가 문밖으로 사라지기만 하면 창근의 운명이 끝날것만 같은 조바심에 송화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비서동지!》 하는 웨침이 터져나왔다.

챙챙한 목소리가 작업장을 흔들었다.

그 어떤 절박감을 예고하는듯 한 목소리에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놀란듯 송화쪽을 돌아보았다.

직장 출입문을 벗어나려던 박영식이 웬일인가 하여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쏜살같이 다가온 송화가 애바른 눈길로 박영식을 쳐다보았다.

무슨 막급한 일이 있어 자기를 불러세운것 같은데 말꼭지를 떼지 못하고 몸둘바를 몰라하자 박영식은 제사 속이 안달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야 알지.》

《저… 저…》 하며 안타까울 정도로 갑자르던 송화가 짜내는듯 한 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

《비서동지는 지배인동지가 창근동무를 공장에서 쫓아내라고 한것을 아십니까?》

박영식의 눈이 덩둘해졌다.

《창근이를 쫓아내다니? 언제…》

《어제…》

《그럴수가 있나.》

박영식은 모를 일이라는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비서동지, 창근동무를 내보내면 안됩니다. 오작난 날개바퀴는 다시 만들수 있지만 공장에서 몹쓸 사람이라고 버린 그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면 그 동무는 영영 버리고맙니다. 더구나 그 동무의 아버지를 봐서라도… 제 말이 주제넘는다면 용서해주십시오.》

힘들게 말을 마친 송화가 고개를 떨구었다.

대견한 눈길로 송화를 보는 박영식의 입이 벙싯해졌다.

이미전에 송화와 창근의 사이가 랭전상태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 박영식은 아쉬워하면서도 그들을 다시 마주세울 생각을 못했었다.

그것은 당사업 수십년에 결함있는 사람들은 많이 교양을 하였지만 청춘남녀의 사랑에 대하여서는 초학도와 같았기때문이였다.

왜냐면 사랑은 그 누구의 강요나 훈시를 좋아하지 않는다지 않는가.

《옳다, 못쓴다고 버린 물건도 돌아보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우리 공장에 남들이 못쓴다고 버린 파철도 강쇠로 만드는 용선로가 있는데 창근이를 왜 버린단 말이냐, 알겠다.》

《고맙습니다, 비서동지.》

《송화가 용커던. 내 이제 창근이녀석 단단히 버릇을 가르칠테야, 어때?》

《아이, 그거야… 옳습니다. 단단히 종아리를 쳐주십시오, 정신이 쑥 들게…》

《좋아!》 하던 박영식이 생각난듯 넌지시 한마디 했다.

《아버지가 알면 좋지 않아.》

《어마나, 비서동지두…》

활딱 얼굴을 붉히는 송화는 당비서가 나와 창근이 그리고 아버지와 창근이관계를 다 알고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활랑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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