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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33, 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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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27 17:47 조회4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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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건설을 담당한 내각 부총리가 부른다는 전화를 받은 리석민은 은근히 마음이 긴장해졌다.

나라의 건설전반을 맡아보는 부총리는 자주 현장에 내려와 걸린 문제를 토론해준적은 있어도 사무실로 부른적은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른것인가.

방에 들어서니 부총리는 누구에겐가 전화를 하고있었다.

《남흥과 흥남부터 세멘트를 직송해야겠소.》

전화를 마친 부총리가 리석민에게 자리를 권하며 점잖게 말하였다.

《바쁜데 불러서 안됐습니다. 한가지 불만스러운 일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는데 솔직히 말해주어야 하겠습니다.》

여느때처럼 설비문제에 대하여 물을줄 알고 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가지고온 리석민은 부총리의 왕청같은 물음에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불만스러운 일이란 대체 무엇일가.

재빨리 머리를 굴려보며 가늠을 해보았으나 짚이는것이 없었다.

《난 뒤늦게야 완공된 창전거리살림집들에 리용할 뽐프문제가 복잡하게 엉켜돌아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대관절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물음에 리석민은 속이 켕기였다.

그 말썽많은 뽐프문제로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을 몇번 만나보았지만 어떻게 하나 로출시키지 않고 자체로 처리하려고 하였는데 부총리가 어떻게 알게 되였는지 놀라왔다.

누가 그 사실을 보고하였는가. 김원삼인가 아니면 리대철인가.

사실대로 토설했다가는 일이 어떻게 번져질지 바이 짐작을 할수 없어 적당히 둘러쳤다.

《뭐 특별한건 아니고… 실은 동주뽐프공장에서 창전거리살림집들에 리용할 뽐프를 수입한다는걸 알고 자기네도 만들어보았으면 하길래 지휘부와 토의하여 수입계획을 취소하고 그들의 의견을 지지해주었습니다.》

두리뭉실하게 엮어대는 리석민의 변명에 부총리의 눈빛이 날카로와졌다.

《솔직하지 못하군요. 나한테 반영된 자료에 의하면 그 동무들은 수입을 중지할것을 요구하였다고 했는데요. 아닙니까?》

정통을 찔린 리석민은 속이 켕기여 얼굴을 붉히였다.

《예, 그런 요구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무리한 요구여서 제가 설복을 시켰습니다. 왜냐하면 그 뽐프로 말하면 기술이 발전된 나라들중에서도 몇개 나라밖에 만들지 못하는 첨단급이여서 만약 그 동무들의 요구대로 수입을 중지했다가 완공된 살림집들에 물보장을 못하는 경우 돌이킬수 없는 엄중한 후과를 초래할수 있기에…》

《옳습니다. 그건 심중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동무들을 믿었어야 했습니다.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로 첨단급이 저들의 독점물인것처럼 으시대는 외국의 기술을 누르고 나라의 존엄을 떨치겠다는 그들의 배짱이 얼마나 귀중합니까. 그걸 믿어주고 내밀어주는것이 일군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로동계급이 결심해서 못한 일이 있습니까. 더구나 당에서는 사대주의와 수입병을 뿌리뽑고 자력갱생하라고 했는데 왜 우리 힘을 믿지 않고 수입에 매달리는겁니까?》

부총리의 어조는 높지 않았으나 마디마디에 서리발이 느껴졌다.

빠질 구멍이 막힌 리석민은 이마에 내돋은 땀을 손바닥으로 문대며 기여드는 소리를 하였다.

《그 말은 옳습니다. 전 다만 첨단급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그들을 믿었다가 물보장을 못하면 어쩌랴 하는 로파심으로…》

《로파심인지 아니면 그 어떤 리해관계때문에 그랬는지는 두고보아야 할 일이고… 현재 그 문제가 어떻게 되였는지 말해보시오.》

리석민은 자기 속을 말짱히 헤집으려는 부총리가 원망스러웠다.

반정신이 나간 리석민은 한동안 궁여지책을 짜내듯 침묵을 지키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예. 그래서 대방과 계약했던 뽐프전량을 들여오지 않고 먼저 몇대를 들여다가 동주동무들이 만든 뽐프와 대비시험을 해보고 성능이 좋은걸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불만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부총리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일처리를 잘못했습니다. 물론 건설초기에 뽐프수입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우리 나라에서는 초고층아빠트에 물을 보장할수 있는 고양정뽐프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때문에 수입해들여와야 한다는 동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였던 내 잘못이 큽니다. 그에 대하여서는 당조직에 찾아가 비판을 하겠습니다. 사장동무도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라도 동주뽐프공장 로동계급을 밀어주어 기어이 우리 식 뽐프를 성공하여야 하겠습니다. 창전거리살림집들에는 수입품이 아니라 우리의것을 놓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부총리와 담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서는 리석민의 등골로 땀이 좔좔 흘러내렸다.

딛고 선 땅이 지진에 흔들리는듯 하여 몸중심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칠거렸다.

어쩌면 자기의 운명에 피할수 없는 함정이 입을 쩍 벌리고 기다리고있는것만 같은게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힘겹게 승용차에 몸을 실은 리석민은 풍만난 사람모양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손전화기를 꺼내 윤상배를 찾았다.

《이보라구, 급히 토론할 일이 있어 그러니 당장 나한테로 오라구. … 아니아니… 사무실이 아니라 그 식당으로 오라구.》

그 식당이란 모란봉구역에 있는 어느 한 간이식당이였다.

료리솜씨가 여느 식당보다 특이하여 한두번 리용하던 식당이 이제는 리석민과 윤상배의 단골식당으로 되였다.

여느때처럼 식탁에 마주앉은 리석민과 윤상배는 한동안 말이 없이 맥주를 마시였다.

맥주애호가인 리석민은 평시라면 벌써 숨도 안 쉬고 마셨으련만 심기가 불편해난 오늘은 별로 당기지 않는지 맥주고뿌에 입을 댔다 뗐다 하였다.

속이 달아오른 윤상배는 생각같애서 맹물마시듯 벌컥벌컥 들이키고싶었지만 리석민의 그 식을 본땄다.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불만을 눅잦히듯 길게 한숨을 내쉰 리석민이 넌지시 물었다.

《그래 자네 보기엔 어떤가?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담보서를 가지고올것 같은가?》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담보서를 리대철이 쉽게 내겠는가 하는 물음이였다.

거기에는 뽐프제작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달려있기에 아무리 배짱이 있다고 하는 리대철이라도 담보서만은 감히 내놓지 못할것이라는 윤상배의 말을 들으면 막혔던 속이 후련히 열릴것만 같았다.

헌데 웬걸, 윤상배의 입에서 튀여나온 말은 정반대였다.

《한번 한다고 하면 리성을 잃을 정도로 무분별한 리대철지배인은 주저하지 않을것입니다.》

귀를 항 열고있던 리석민은 실망감을 느끼였다.

《하지만 그것이 부나비처럼 되지 않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소리에 리석민은 속이 쭝깃해졌다.

《부나비라?》

《옳습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배심있게 담보서를 제출해도 성공은 불가능하지요.》

《그 말을 믿어도 될가? 》

《믿으십시오. 첨단급이란 력사가 없이는 안됩니다. 오죽하면 기술이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나라들도 선듯 접어들지 못하겠습니까?》

확신성있게 장담하는 윤상배의 말을 듣는 리석민은 마치 동굴속에서 희미하게 새여드는 가느다란 빛을 본 심정이였다.

그 빛이 과연 동굴을 대낮처럼 밝혀줄수 있겠는지. …



34

리대철이 가지고온 담보서를 들여다보던 리석민은 책상우에 놓여있는 통신자료를 대철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이걸 좀 보오. 여기에 아주 흥미있는 자료가 실렸소.》

흥미있는 자료라기에 호기심이 동해 자료를 끄당겨 읽어보는 리대철의 입가에 어이없는 웃음이 스치였다.

거기에는 어느 한 나라에서 위성운반로케트를 쏴올리다가 실패한 소식이 실려있었다.

리석민이 왜 이걸 보라고 했는지 짐작이 갔다. 심사숙고하라는 암시일것이다. 이 사람이 일부러 이 자료를 미리 준비해놓았다가 나한테 보이는게 아닐가 하는 의문에 날자를 보니 어제것이였다.

그런것 같지는 않은데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이제 어떻게 나오는가 두고보자.

담보서에 맞구멍이라도 낼듯 눈길을 떼지 못하는 리석민의 머리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그네질을 하였다.

이렇게 빨리 담보서를 가지고 나타날줄은 몰랐던것이다.

담보서란 책임을 가르는 법적인 문건으로서 성공을 하면 별일이 없지만 실패하면 매 인간들의 운명에 흑점을 남기는 엄한 책벌이 적용된다.

창전거리살림집이 완공되여 이들이 한사코 고집하여 만든 뽐프가 제구실을 못하여 입사한 주민들이 물공급을 받지 못한다고 상상해보라.

그것이 한두마디의 추궁으로 끝날 일인가.

기술부족이라는 결론에 앞서 고의적인 행위라는 평가가 내려질수도 있다. 담보서에는 자기들이 제작한 뽐프의 기술적특성과 운영과정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기술적으로 담보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배인 리대철을 비롯한 제작자들의 이름이 련명으로 수표되여있었다.

맨 마감에는 공장당비서의 수표까지 있었다.

《당비서도 이런데 수표를 해야 하는가?》

넌지시 던지는 리석민의 물음에 리대철은 진중해서 응대하였다.

《사람들의 운명문제가 아닙니까?》

《그렇지, 운명문제지. 그 자료를 다 보았소?》

《예.》

《리해가 안되거던. 그 나라로 말하면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이 제일 발전했다고 큰소리를 치던 나라인데 어떻게 되여 실패를 했는지 모르겠거던.》

여담삼아 하는 말 같았지만 리석민의 속심이 빤드름히 들여다보여 리대철은 속이 좋지 않았다. 이제라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자신이 없다면 담보서를 철회하라는것인데 우리 공장 로동계급의 의지를 너무도 모르고있다는 가소로운 생각이 들었다.

리대철은 시치미를 떼고 동문서답격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 배포된 체육신문을 보니 아시아청소년유술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첫날 경기에서부터 맞다드는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4개의 금메달을 쟁취했더군요. 모두 신진선수들인데 말입니다. 나이들은 어리지만 조국의 영예를 빛내인 그들이 얼마나 대견합니까.》

태연스럽게 번지는 리대철의 말을 듣는둥마는둥하던 리석민이 입다물고있기가 멋적은듯 푸접없이 한마디 하였다.

《그것 참 대단한 소식이구만.》

더는 리대철의 마음을 흔들수 없음을 느낀듯 한 리석민이 느닷없는 한숨을 내쉬였다.

《좋소! 모든 책임을 각오한 동무들의 의지에 탄복하오.》

《고맙습니다.》

《뽐프제작은 어느 정도 진척되고있소?》

《목형을 끝냈고 본체재료도 완성하였습니다. 남은것은 부분품들을 주형해서 가공하는것입니다.》

《허, 놀라운걸. …》

리석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뽐프제작이 그렇게 빨리 진척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하였던것이다.

그것을 보면 동주에서 뽐프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한 윤상배의 말도 믿을것이 못되였다.

자리를 차고 일어선 리대철이 못을 박듯 또박또박 다짐을 두었다.

《우리를 믿는 이상 더 다른 요구가 없기를 바랍니다.》

《난 일구이언할줄 모르오.》

어설픈 웃음을 지어보이는 리석민의 얼굴표정은 괴롭게 이그러져있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방을 나서는 리대철을 멀거니 쳐다보는 리석민의 눈섭이 파르르 떨리였다.

어쩌다 저런 인간과 맞다들렸는지. …

여적 그 누구에게도 자기의 주장을 양보해본적이 없는 리석민이였다.

그만큼 그는 언제나 모든 일에 자신만만해하였다.

그런데 자그마한 기업소 지배인에게 코를 꿰인데다가 그 뽐프때문에 부총리방에 불리워가서 진땀을 빼고 오기 바쁘게 건설지휘부 책임일군들한테 또 한바탕 도리깨질을 당한걸 생각하면 기가 막히였다.

건설지휘부 일군들도 아마 부총리한테 단단히 추궁을 받은 모양이였다. 《다시는 동주로동계급을 우롱하지 마시오!》

강개해서 하는 지휘부책임일군의 어조는 단호하였다.

자반뒤집기를 하는 속을 달래며 송수화기를 든 리석민은 윤상배에게 방금전에 리대철과 만났던 사실을 말하고 빨리 시험용뽐프를 들여오라고 지시하였다.

전화를 받은 윤상배의 목소리는 태연하였다.

《잘하셨습니다. 그들의 성공을 지켜보아야겠군요.》

그 말이 자기를 비웃는 야유라는것을 모르지 않는 리석민은 윤상배를 탓하고싶지 않았다. 그도 자기 못지 않게 심사가 편안치 않을것이다.

《이보라구 상배,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말라구. 닭알도 굴러가다가 모로 설 때가 있다지 않나. 나도 그들이 성공하리라는것이 믿어지지 않아. 그러나 사람은 항상 만약경우라는 은페호를 파놓고 사는게 좋아.

그러지 않아도 부총리가 우릴 지켜보는데 물덤벙술덤벙해서야 안되지. 자네도 내 립장에 서면 그렇게밖에는 달리 할수 없었을거야.

어쨌든 결과를 두고보자구. 욕망이 실천은 아니니까. 일단 수입을 하기로 된건 아무때건 들여오면 되는게 아닌가.》

《예. 말씀의 뜻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리석민은 가슴속에서 사품치는 불만을 삭이느라 피터지게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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