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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31, 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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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26 18:28 조회1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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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현대화공사에 보장하기로 되여있는 수십대의 각종 뽐프제작을 끝낸 공장은 한숨 돌릴 사이도 없이 2. 8비날론현대화와 흥남비료현대화 그리고 중요대상들에 보낼 뽐프제작에 달라붙었다.

제기된 대상설비생산을 드티지 말아야 고양정뽐프제작도 마음놓고 내밀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급선무는 2. 8비날론현대화에 보낼 대형뽐프 수십대를 사흘안으로 생산보장하는것이였다.

조직사업을 짜고들어 현장지휘를 하던 리대철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치게 되였다.

오늘 오후에 출선하게 된 용선로의 쇠물이 끓지 않았던것이다.

무연괴탄에 회분성분이 많은것으로 하여 발열량이 떨어지기때문이였다. 무연괴탄은 발열량이 7천카로리이상 되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로에 들어간 무연괴탄은 그렇지 못한것 같았다.

탄광들에서 나오는 무연괴탄은 갱마다 질이 다르다.

리대철은 속이 탔다. 당장 탄광에 나가 카로리가 높은 무연괴탄을 끌어오지 않으면 계획이 튀여나간다.

최근 규모가 작은 용선로를 운영하는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무연괴탄으로 얼마든지 쇠물을 뽑을수 있다는것을 알고 저저마다 무연괴탄에 의한 용해법에 달라붙은것으로 하여 탄광들에서 그걸 받아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문에 그 어느 자재일군이든 탄광에 가서 무연괴탄을 받아오라면 이마에 갈매기를 그려붙이며 한숨부터 내쉰다.

그만큼 고생을 해야 한다는걸 의미했다.

지금 있는 괴탄도 자재과 일군들이 떨쳐나서서 덕천지구 탄광련합기업소산하 여러 탄광들에 나가 며칠동안 품을 들여 끌어온것인데 그들더러 다시 탄광에 가라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우에 제기하여 중유를 받아다가 무연괴탄에 분사하면 되지 않는가고 하는데 긴장한 중유가 우리에게 차례질것이 있겠는가. 어림도 없다.

마음이 붙는 불에 기름을 치듯 조급해난 리대철은 운수과에 전화를 하여 대형화물자동차를 보내라고 지시를 주었다.

탄광에 가보기로 결심을 하였던것이다. 뚝 부러진 방도는 없었지만 앉아서 한숨을 쉴수야 없지 않은가.

서두르는 리대철에게 예순이 다 된 자재과장이 머리를 흔들었다.

《오늘 하루사이에 괴탄을 끌어온다는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손싸매고 앉아있을수야 없지 않습니까. 하자고 마음먹으면 막혔던 길도 열린다는데.》

《그럼 나도 함께 갑시다.》

리대철은 안심치 않아 따라서려는 자재과장을 만류하였다.

《그만두십시오. 과장동무야 좀전에 황철에서 돌아왔는데.》

자재과장을 떼버리고 차에 오른 리대철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 운전사를 들볶아 한시간도 못되여 개천지구 탄광련합기업소산하 어느 한 탄광에 도착하였다.

그 탄광은 탄질이 높은것으로 하여 몇번 여기 와서 무연괴탄을 접수해간적이 있어 지배인과 구면이였다.

지배인을 만나 속타는 마음을 헤쳐놓으면 어렵지 않게 괴탄을 해결받을것만 같았다.

산같은 기대를 안고 지배인방에 가니 유감스럽게도 쇠가 잠가져있었다.

기대가 컸던것만큼 실망도 컸다.

리대철은 운전사에게 지령실에 가서 지배인이 어데 있는가를 알아보라고 이르고는 저탄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끝이 보이지 않게 뻗어나간 전차길을 따라 걷느라니 탄을 가득가득 실은 탄차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쉴새없이 리대철의 곁을 지나친다.

탄차마다에는 아이머리통만 한 괴탄들이 섞여있었는데 그걸 보느라니 욕심이 솟구쳐 걸음이 빨라졌다.

한걸음이라도 드티면 누군가가 먼저 집어갈것만 같은 조바심이 났다.

땡볕에 땀을 철철 흘리며 저탄장가까이에 이르니 거대한 산을 통채로 옮겨놓은듯 우뚝 솟은 탄무지가 앞을 막아섰다.

그걸 보느라니 야! 굉장하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새여나왔다.

저탄장꼭대기 쇠기둥에 의지해있는 탄차전복기가 쉴새없이 들이닥치는 탄차들을 뒤집어 탄을 쏟는데 마치 손바닥뒤집듯 했다.

저탄장아래를 내려다보니 철도인입선에서는 여러대의 불도젤들과 왁새처럼 생긴 기중기들이 길게 늘어선 화차방통에 탄을 싣고있었다.

거기에 내려가야 괴탄이 있었다.

탄차에 실려온 가루탄에 섞여있던 괴탄은 전복기에서 탄을 쏟을 때 무거운것으로 하여 경사진 아래로 굴러내린다.

그렇게 굴러내린 괴탄들이 한데 모이는데 운수가 좋아 잘만 맞다들면 한차쯤은 땅짚고 헤염치기이다.

오늘 일이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급한 경사지로 미끄럼을 타듯 신발바닥을 질질 끌며 아래로 내려가니 괴탄더미들이 여기저기에 쌓여있었다.

벌써 다른 기업소들에서 선손을 쓴것이다.

행운을 기대하였던 리대철은 손맥이 풀리였다.

제길, 한발 늦었군.

조급한 마음같아서는 무져있는 괴탄을 남들이 안 볼 때 슬쩍 해가고싶은 생각이 굴뚝처럼 솟구쳤으나 여적 바늘 한개라도 남의것에 손을 대본적이 없는 리대철은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여기저기에 괴탄들이 널려져있는것이 눈에 띄였다.

저탄장꼭대기에서 쏟아져내리는 석탄과 함께 괴탄들이 밤나무에서 익은 밤알 떨어지듯 때없이 발치앞으로 굴러내렸다.

웃옷을 벗어 한곳에 놓은 리대철은 허리를 굽히고 주어모으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난사는 기중기바가지로 퍼올렸던 탄이 화차방통에 쏟아질 때마다 시커먼 탄가루가 날리는것이였는데 그걸 피하다가는 아무 일도 할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기중기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수 없었다.

오늘중으로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급한 생각에 리대철은 흩날리는 탄먼지를 고스란히 들쓰며 일손을 놀렸다.

잠간 사이에 얼굴이 새까매졌다. 게다가 탄더미에 불이라도 지필듯 내리지지는 따가운 해빛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그 모든걸 참으며 한참동안이나 정신없이 《이삭주이》를 하던 리대철은 그새 얼마나 모았는가를 보려고 허리를 폈다.

어림짐작에도 한톤은 잘될것 같았다. 탄가루가 새까맣게 매닥질된 얼굴에서는 두눈이 반짝거렸다.

어랍쇼, 대단한걸. 이 기세로 한 둬시간 죽었수다 하고 땀을 뽑으면 한차는 문제없겠는걸. 그런데 운전사 이 친구는 왜 나타날줄 몰라. 지배인을 앞세우고 오려나? 어쨌든 나타나겠지.

심신을 가다듬은 리대철은 다시 허리를 굽히고 두손을 놀리는데 손기가 얼마나 빠른지 재봉침바늘이 북나들듯 하였다.

한참 땀을 흘리다나니 갈증이 났다.

주변에 물이 있을만 한 곳이 없나 해서 주위를 살펴보니 눈에 보이는것은 온통 새까만 탄뿐이였다. 참을수밖에 없었다.

지독스럽게 내리지지는 땡볕에 어깨며 잔등이 쓰려났다.

정신없이 손을 놀리던 리대철은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며 속이 메슥해났다.

몸상태가 이상한감이 느껴져 허리를 펴는데 별안간 등뒤에서 《동무!》 하는 메마른 소리가 났다.

놀란듯 돌아보니 탄부제복을 입은 중년의 사나이가 경계어린 눈길로 리대철을 노려보고있었다.

아마도 지나가다가 리대철을 발견하고 다가온듯 싶었다.

《누가 국가재산에 함부로 손을 대라고 했소?》

도적이라도 잡은듯 을러메는 단속자의 얼굴은 하관이 강파로운게 여간만 패로와보이지 않았다.

뜻밖의 기습에 리대철은 한순간 굳어졌다.

《?!》

《어데 있소? 증명서를 봅시다.》

《내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요.》

했으나 단속자는 코웃음쳤다.

《뭐요? 뽐프공장 지배인?! 당신 누굴 놀리는거요? 그 공장 지배인이 할일이 없어 여기와서 괴탄을 수집하겠소?》

《허참, 내 말을 믿지 않는군.》

혼자소리로 중얼거린 리대철은 저쪽에 벗어놓은 웃옷 생각이 났다.

거기에 증명서가 있었던것이다. 리대철은 돌아서서 옷을 벗어놓은 곳으로 걸음을 내짚었다.

그런데 다리가 매시시한게 몇걸음 내짚지 못하고 비칠거렸다. 내가 왜 이럴가? 여태 이런 일은 없었는데.

리대철은 그것이 땀을 많이 흘린데다가 무더위로 인한 일사병증상임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단속자가 리대철의 이상한 거동에 짜증을 냈다.

《여보, 어디로 가는거요?》

흐리마리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모지름을 쓰던 리대철이 더이상 견디여내지 못하고 낫날에 찍힌 풀대처럼 그 자리에 폴싹 꼬꾸라졌다. 그것을 본 단속자가 깜짝 놀라 리대철에게로 다가서며 외마디소리를 내질렀다.

《왜 그러오? 갑자기…》

이어 무릎을 꺾고앉으며 의식을 잃은 리대철을 부둥켜안았다.

《여보시오, 정신차리시오! 여보시오!》

숨죽은 사람모양 아무런 반응도 없자 당황한 그가 사방을 두릿거리며 소리쳤다.

《누가 없소? 누가 없소?》

때마침 운전사가 이쪽으로 오다가 그 광경을 보고 웬일인가 해서 달음박질쳐왔다.

단속자의 품에 기신없이 누워있는 사람을 유심히 살피던 운전사가 그가 자기네 지배인임을 알아보고 펄쩍 뛰였다.

《지배인동지!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지배인동지! 정신차리십시오!》

목터지게 부르짖는 운전사의 소리에 단속자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느끼고 몸둘바를 몰라 쩔쩔맸다.

탄광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한 리대철은 하루이틀쯤 안정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권고를 뿌리치고 차에 올랐다.

탄광지배인과 탄부들의 도움으로 무연괴탄을 한차가득 싣고 공장으로 돌아가는 리대철은 오늘중으로 용선로에서 쇠물을 뽑을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흠썩하였다.

《지배인동지, 탄광지배인이 뭐라고 한줄 아십니까? 지배인동지와 함께 일하기가 헐치 않겠다고 혀를 차더군요.》

《그건 무슨 소리야?》

운전사가 뻔한걸 묻는다는듯 불평어린 소리를 했다.

《지배인동지야 한번 윽 하면 언제 뒤를 돌아봅니까?》

리대철이 흡족한 어조로 되물었다.

《여여, 비행기가 왜 빠른줄 알아?》

그건 무슨 생뚱같은 소리냐는듯 운전사가 얼굴을 돌렸다.

《그건 비행기에 후진이 없기때문이야.》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어디 베차서 따라가겠습니까? 정신차릴수 없게 내달리는데…》

《그래?! 허허허… 공장에 가선 오늘 일을 말하면 안돼!》

《왜요?! 난 자랑하겠습니다.》

《무슨 말을 해? 여론 나빠지게스리, 하하하…》

적재함에 산처럼 쌓인 괴탄을 본 주물직장 로동자들이 환성을 올렸다.

발열량이 높은 괴탄을 먹은 화실에서는 화광이 충천하였다.

로안에서는 주홍색쇠물이 끓었다.


32

불빛이 환한 주물직장작업장에서 목형공들이 고양정뽐프목형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톱으로 썰고 대패로 밀고 하며 설계도면의 요구대로 형타를 가공하여야 하는 작업은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것으로서 순간도 잡념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말없이 그들의 작업모습을 돌아보는 리대철의 눈에 창근이가 걸려들었다.

땀을 철철 흘리며 뽐프의 안내몸체형타를 만드는 창근은 마치 섬세한 조각가처럼 근엄하였다.

이윽토록 지켜보느라니 대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녀석, 처음부터 일을 그렇게 착실히 할것이지.

이번 기회에 제발 사람구실을 했으면…

잔등이라도 두드려주고싶었으나 작업에 방해가 될가봐 조심스럽게 물러선 리대철은 저주파유도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기에선 여러명의 사람들이 몰켜서서 무슨 일인지 열들을 올리고있었다. 일이 잘되지 않는 모양이였다.

《무슨 론쟁들을 하고있소?》

리대철의 우선우선한 소리에 이마를 맞대고있던 그들이 얼굴들을 쳐들었다.

《지배인동지, 야단났습니다. 변압기를 뜯었다가 다시 맞추었는데도 전압이 오르지 않습니다.》

《첫술에 배부르겠나. 한번 뜯었다 안되면 두번세번 뜯었다 맞춰서라도 전압을 올려야지.》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리대철의 마음은 개운치 못하였다.

구상화흑연주철을 위한 개량제를 빨리 뽑아야 목형이 끝나는 차제로 주물을 하겠는데 전압이 딸려 애를 먹고있다.

변압기를 개조하여 전압을 올려보려고 시도했는데 잘되지 않는다니 속타는 일이 아닌가.

《엎어진김에 쉬여간다구 한대씩들 피우며 생각들을 해보기요. 알겠소? 담배 한대 피우는 사이에 귀가 번쩍 하는 기발한 착상이 떠오를지.》

리대철은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내 명선이네한테 내밀며 주물품우에 걸터앉았다.

담배를 한가치씩 뽑아 불을 붙여문 제작조성원들이 연기를 말아올리며 생각들에 잠겨있는데 누군가가 한마디 하였다.

《방법이 한가지 있기는 한데…》

리대철은 물론 모두 호기심이 동해 그를 쳐다보았다.

《어떤 방법이요?》

《변전소에서 새벽에 몇시간정도 공장주변의 전원을 모두 차단하면 전압이 올라갈수도 있을것입니다.》

그럴듯한 소리였지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공장주변의 전원을 차단한다는것은 련속공정작업을 하는 여러 공장들까지 전기를 꺼야 한다는것인데 그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의견을 제기한 당자도 힘들줄 알면서도 그런 문제를 제기하였으리라고 생각하니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하는 리대철은 더 속이 탔다.

하다면 무슨 방도가 없겠는가.

《명선동무, 아무래도 변압기개조는 변전소동무들의 방조를 받아보기요.》

《알겠습니다.》

현장을 떠나 사무실로 들어서는 리대철을 기다린듯 전화종소리가 울리였다.

얼른 송수화기를 집어드니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배인동무! 수고하오.》

김원삼이였다.

《안녕하십니까, 처장동지.》

《뽐프제작은 어떻게 하기로 하였소?》

《제작조는 구성하였지만 이리저리 걸린 문제들이 있어 본격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고있습니다.》

리대철은 저주파유도로의 전압이 낮아 개량제를 뽑지 못하는 사정을 루루이 설명을 하였다.

한동안 말없이 듣고있던 김원삼이 경고하듯 말하였다.

《이보오! 지배인동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두주먹을 부르쥐오. 지금처럼 앉아뭉개다가는 언질을 잡지 못해 몸살을 떠는 윤상배한테 창을 맞을수 있소.》

리대철은 얼떠름해졌다.

윤상배가 언질을 잡지 못해 몸살을 떨다니.

그야 공장에 내려왔을 때 뽐프제작을 동의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말씀의 뜻이 리해가 안됩니다. 일이란 순차적인 공정이 있는건데 언질이라니 무슨 당치않은 소립니까?》

《손바닥뒤집듯 하는게 장사군이 아니요. 동무네 공장에서 돌아온 윤상배가 어쨌는줄 아오? 동주뽐프공장에서 고양정뽐프생산은 불가능하다고 발칵 뒤집는 바람에 나와 한바탕 맞불질을 했소. 다행히 동무네 웃기관의 차부국장이 놀랍게도 내 립장을 지지하는통에 윤상배가 골탕을 먹었지.》

믿어지지 않는 소리여서 리대철은 벌컥 성을 냈다.

《무엇이 불가능하다는겁니까? 도대체…》

김원삼은 그사이 벌어진 일을 숨김없이 다 털어놓았다.

《…그렇게 되여 뽐프 전량수입을 멈춰세웠소. 말문이 막힌 리석민사장이 타협안을 내놓았는데… 수입뽐프 몇대 들여다가 동무네가 생산한 뽐프와 대비시험을 한 후 동주뽐프를 놓느냐, 수입산을 놓느냐를 결정하자는거요.》

《뭐라구요?》

리대철은 기가 막혔다. 이건 또 무슨 희한한 소식인가. 그러니 끝내 수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것이 아닌가. 우리가 만든 뽐프와 대비시험을 해보고 결론을 하겠다? 세상에 별일도 다 있군. 아직도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을 믿지 못하겠다는거겠지? 하기야 남에게 의존하는데 버릇이 되면 제힘을 믿지 못하는것은 당연한 일이지.

윤상배! 공장에 내려와서는 가마목 시에미 며느리흠을 잡지 못해 안달아하듯 이것저것 들춰대며 야질거리다가 마지 못해 뽐프제작을 동의한다고 침발린 소릴 하는게 께름하다 했더니 종시…

너절한 인간!

《좋습니다. 그 사람들의 요구가 정 그렇다면 소원대로 해주지요.》

《그런데 말이요, 사장은 동무네 공장에서 담보서를 내라는거요.》

《담보서라니요?》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책임한계를 명백히 하자는게지.》

리대철은 어이가 없어 그만 앙천대소하고말았다.

《하하하, 그것 또한 기막힌 착상입니다. 좋습니다.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담보서가 어떤것인지 잘 알겠습니다.

내겠습니다, 당장… 그후에도 흡진갑진하면 그가 누구이든 더이상 참지 못하지요.》

전화를 끊은 리대철은 아직도 떨기를 멈추지 않고 후들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담배 한대를 붙여물었다.

담보서를 내는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고 공장실태료해 이후에 그런 소리가 나온것이 어쩐지 불쾌하였다.

누가 먼저 담보서소리를 꺼냈을가. 리석민사장일가? 아니면 윤상배?…

이는 분명 윤상배의 발기일것이다. 그의 입김에 리석민사장이 응했을것이고…

그렇게 문제를 세우고보니 리대철은 리석민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뭘 그렇게 심중해서 그럽니까?》

언제 방안으로 들어왔는지 박영식이 리대철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리대철은 잡친 기분을 털지 못한채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아직 퇴근하지 않았습니까?》

《지배인동무가 퇴근을 안했는데 내가 어떻게 먼저 퇴근하겠습니까. 얼굴색이 좋지 않은걸 보니 무슨 일이 있은게로구만요.》

《예, 그럴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리대철은 방금전에 김원삼과 전화로 주고받은 내용을 이야기하였다.

라이터불이 벙긋 일더니 박영식의 입에 물려있는 담배에 불이 달렸다.

페장깊이 연기를 들이켰다가 내뿜는 그의 얼굴에 이지러진 웃음이 스치였다.

《리해가 안되거던요. 우리 로동자들은 당의 의도라면 자신들의 운명적인것으로 받아들이고 결사집행하기 위하여 온넋을 다 바치는데 그사람들은 어떻게 돼먹었길래 갖은 구실과 조건을 내걸면서 제동을 거는지. 수입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단순히 우리 공장을 믿지 못해서겠는가, 아니면 다 챙겼다 했던 재물보따리가 우리때문에 나무아미타불이 될가봐서인가. 문제를 이렇게 세워놓고보면 모호한게 많습니다. 수입병에 빠진 사람치고 청백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야 그렇지 않겠지요.》

《예. 그는 지금 윤상배의 입김에 골머리를 앓는것 같습니다. 윤상배 그 사람이 이미 결정된 수입안을 취소하는것은 나라의 존엄을 훼손시키는것이라고 물고늘어지니까 자기 주견을 세우지 못하고 좌왕우왕하는것이지요.》

《이런 때 일군의 결심이 중요한데…》

갑자기 박영식이 줄기침을 하기 시작하였다.

리대철이 황급히 박영식의 잔등을 두드리며 원망하였다.

《기관지가 나쁜데 담배는 왜 자꾸 피웁니까. 그만큼 끊으라는데…》

기침이 멎자 박영식은 재털이에 담배불을 비벼끄며 허허 웃었다.

《끊자고 했다가도 기분나쁜 일이 생기면 안 피우고 못 견디겠습니다.》

《그건 구실입니다. 결단성이 없으니까 못 끊는거지요.》

《허 이런, 나중에 못하는 소리가 없군요. 내가 결단성이 없다, 좋습니다! 끊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끊되 고양정뽐프를 성공한 다음에 끊겠습니다. 그때까지 또 무슨 불쾌한 일이 있을지 알겠습니까? 허허허.》

《좋습니다. 두고봅시다.》

《담보서를 쓰십시오. 거기에 나도 수표를 하겠습니다.》

《비서동지까지야 무슨 수표를 하겠습니까?》

《무슨 소릴 합니까. 그들이 요구하는 담보서라는게 기술적인 문제만 책임지라는것이 아니라 실패하는 경우 목을 내대라는건데 그런 심각한 운명문제를 놓고 이 박영식이 수표를 안할수가 있습니까. 우리야 한배를 탄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러니 죽어도 살아도 운명을 같이해야지요.》

리대철은 흠칫 몸을 떨었다. 박영식의 말을 듣고보니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였다.

《내 생각엔 말입니다, 담보서는 지배인동무가 가지고갈것이 아니라 누구 다른 사람을 보내는게 어떨가요?》

박영식의 의견에 리대철은 어리둥절해졌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이번에 그 사람들과 부딪쳤다가 무슨 일이 날가봐 그럽니다. 분노와 참을성을 한심장에 품고있다는것은 힘든 일이지요. 굴레벗은 말과 바람은 멈출수 없다고 갖은 수단을 다 써서라도 수입을 성사시키려는 그 사람들이 깔지락거리면서 오그랑수를 쓰면 지배인동무의 그 욱하는 성미에 참아내겠습니까.》

《걱정마십시오. 남을 이기려면 먼저 자기를 이겨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옳습니다. 웃으면서 뺨을 친다고 이번엔 꼭 항복서를 받아내십시오.》

《받아내야지요. 아직 진리가 자리를 양보한적은 없으니까요.》

《그래 언제 떠나겠습니까?》

《래일 아침 떠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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