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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25, 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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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23 17:59 조회4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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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대형화물자동차를 끌고 길을 떠난 리대철이 함경남도지경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엄명선으로부터 손전화가 왔다.

건설지휘부에서 실태료해를 내려온다는 련락이 왔다는것이였다.

전화를 받은 리대철의 마음은 가랑잎에 불붙듯 하였다.

제길, 기다릴 때는 안 오더니 제일 급한 대목에 나타나다니…

이런 경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물론 자기가 없다고 일이 삐뚤어지는건 아니겠지만 앞뒤가 다른 윤상배가 어떻게 나올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김철지배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적은 편지를 써서 운전사에게 준 리대철은 즉시 렬차에 몸을 실었다.

렬차가 벼이삭들이 누렇게 익어가는 논벌을 가로질러 기세좋게 달리였다. 렬차칸은 손님들로 흥성거렸다.

알고보니 평양견학을 가는 어느 공장 단체였다.

별안간 노래소리, 웃음소리로 차넘치는 렬차안의 흥취를 흔들며 렬차방송원의 흥분된 목소리가 울리였다.

우리 나라의 오정애선수가 세계대학생체육경기대회에 참가하여 녀자력기 58키로그람급경기에서 영예의 1위를 쟁취하여 조국의 영예를 떨치고 람홍색공화국기를 휘날렸다는 환희에 찬 소식이였다.

방송이 끝나자 잠시 숨을 죽였던 손님들이 얼싸안고 만세의 함성을 터뜨리였다.

리대철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세계만방에 조국의 존엄을 떨친 그 선수가 앞에 있다면 껴안아주고싶었다.

부지중 자기 공장에도 조국의 존엄을 떨칠 무거운 임무가 지워져있다는 자각에 절로 마음이 숭엄해졌다.

리대철이 공장에 도착한 이튿날 김원삼과 윤상배, 차부국장이 실태료해를 위해 공장에 들어섰다.

리대철은 실태료해에 차부국장이 따라온것이 사뭇 놀라왔다.

그때는 기연가미연가 했었는데…

언젠가 윤상배로부터 실태료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던 의문이 머리를 쳐들었다.

어떻게 되여 이 사람이 이들 뒤를 쫓아왔는가.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그 누군가가 윤상배와 내가 어성버성한 사이라는것을 알고 차부국장에게 공장의 대상설비생산실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고양정뽐프제작에서 손을 떼도록 압을 넣은것은 아닌지.

아닐세라 차부국장은 리대철을 보자바람으로 눈살을 뾰족하게 세워가지고 대상설비생산정형을 깐깐히 따지고드는데 접어드는 품이 여간만 맵짜지 않았다.

내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제 코도 못 씻는 주제에 언제 남의 코를 씻겠다고 물덤벙술덤벙 할새가 있는가 하는 감정이 짙게 풍기였다.

윤상배는 공장이 몰라보게 달라진데 대하여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가 떠나갈 때만 하여도 초라하기 그지없던 공장이 지금은 덩지가 큼직큼직한 여러개의 직장들과 수십개의 부속건물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겉모양만 보아도 무게가 있어보였다.

공장구내에 심은 수종이 좋은 나무들은 무성한 아지들을 떠이고 설레이고있었다.

쇠붙이를 다루는 공장이 아니라 휴양소에 온것만 같았다.

그 모든것들을 눈주어보는 윤상배의 마음은 편안치 않았다.

그도그럴것이 죄지은자 발편잠을 못 잔다고 지난날 자신이 공장에 남긴 떳떳치 못한 행적이 세월의 이끼속에 파묻힌것이 아니라 공장구내의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있는것만 같았던것이다.

물론 공장을 떠날 때만 하여도 공장사람들은 상배가 자기들을 배반한줄 그 누구도 몰랐었다.

오히려 그와 헤여지는것을 못내 아쉬워하였다.

하건만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데 그후 자신의 배신이 영원한 비밀로 남아있다고 어떻게 장담할수 있겠는가.

다행스럽게 생각하는것은 자기를 맞이한 공장사람들중에는 그때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없는것이였다.

자기가 알만 한 사람은 리대철이뿐이였는데 그도 지나간 일을 거들지 않는걸 보아선 세상이 모르는 비밀도 있는가부다 하고 안도의 숨이 나가기는 하였지만 알고도 모르는척 하는지 어쨌든 현시점에서는 알고 모르고가 문제가 아니였다. 너절한 놈이라고 침을 뱉아도 목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참고 견디여야 한다.

눈먼 욕 사흘 못 간다고 돌아선 다음에야 죽일 놈, 살릴 놈 해도 그것은 하늘에 주먹질하는 격이다.

시종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떠올리고 가공직장과 조립직장, 제관직장을 돌아본 윤상배는 이번에는 주물직장을 보자고 하였다.

갓 이설을 하다보니 아직도 어설픈 구석이 더러 엿보였지만 덩지가 큰 용선로와 건조로들, 렬맞추어 서있는 쇠물프레스들과 혼사망, 공중에 매달린 두대의 천정기중기들을 보는 윤상배는 잠재력이 간단치 않음을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설명보다 직접 제 눈으로 보라는듯 말 한마디없이 상배네를 앞세우고 다니던 리대철은 손에 들고있던 종이말이를 펼쳐보이였다.

콤퓨터인쇄를 한 고양정뽐프설계였다.

《이것이 우리가 제작하려는 고양정뽐프요.》

설계도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윤상배가 왁새처럼 고개를 기웃하고있는 김원삼에게 넌지시 물었다.

《처장동지, 현재 창전거리에 설계된 뽐프장의 면적이 얼마던가요?》

아까부터 입에 빗장을 지르고있던 김원삼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지면적이 무슨 관계요?》

《무슨 관계라니요? 뽐프장설계는 수입을 전제로 하고 면적을 잡지 않았습니까?》

공장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자기를 밀어버리고 책임자연하며 거드름스럽게 처신하는 윤상배의 언행을 아니꼬와하던 김원삼이 이번에는 역증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이보우, 윤상배동무, 공장에 와서도 수입소리요? 자체로 만들기로 했으면 이 동무들의 요구에 복종해야 하오. 뽐프장면적이 작으면 이제라도 뜯어고치면 될게 아니겠소.》

틀지게 아무런 반응이 없이 따라만 다니던 차부국장이 드디여 한마디 끼여들었다.

《거, 그런데 다 지은 뽐프장을 헐고 다시 짓는다는게 말처럼 쉽겠는가가 문제인것 같습니다. 숱한 자재와 로력랑비도 그래…》

김원삼에게 얻어맞아 끈떨어진 감투꼴이 되였던 윤상배는 차부국장의 그 소리에 다시 기가 살아올랐다. 속이 꿈틀거렸으나 내색을 하지 않고 애매하게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야 그렇지요.》

리대철은 속이 언짢아 얼굴을 찌프리며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였다.

《우리가 만든 뽐프는 결코 수입산 못지 않을겁니다. 그러니 뽐프장 면적에 구애되지 않을겁니다.》

그 소리에 윤상배와 차부국장이 메사해서 마주보았다.

이윽고 세사람의 눈길이 그 종이장에 모여들었다.

고양정뽐프의 모형과 부분품들이 찍힌 천연색사진에 눈길을 박던 윤상배의 얼굴이 금시에 화석처럼 되였다.

제작자의 이름칸에 밝혀져있는 윤정향이라는 이름이 화살처럼 날아들며 눈을 찔렀던것이다.

그러니 정향이가 고양정뽐프제작에 참가했단 말인가.

윤상배는 심장이 터지는것만 같았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여나왔다. 붙는 불에 키질하듯 김원삼의 탄성이 상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이 공장 기술력량이 간단치 않구만. 설계가 아니라 금시 스위치를 넣으면 여봐라 하고 소리치며 돌아가는 실물을 보는것 같소.》

김원삼의 진심어린 격찬에 리대철은 사기가 났다.

《사실 처음 설계를 시작할 때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고양정뽐프를 만들어본 경험도 없는데다가 참고할만 한 자료도 없지, 있다면 죽으나사나 우리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뿐이였습니다. 설계를 담당했던 동무들은 모두 30대로서 무조건 세계를 딛고 올라서겠다는 야심으로 심장을 불태웠습니다. 일이 되려니까 때마침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류체력학을 전공한 처녀동무가 현실체험을 내려오지 않았겠습니까. 저절로 호박이 굴러온셈이지요. 콤퓨터로 난도높은 뽐프모형빚기와 뽐프특성모의시험과 해석을 그 동무가 해냈답니다.》

《대단하구만, 원래 김책공대 졸업생들이 실력이 있지.》

괴로움을 가까스로 억제하고있는 윤상배는 모순된 감정속에서 허둥거리였다.

다른 일로 왔다면 그 애가 내 딸이요 하고 소리쳐 자랑하련만…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싶었다. 당장 딸 정향이가 나타날가봐 두려웠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처한테는 여기로 내려간다는 소리를 입밖에 내지 않았는데 어이 알랴. 어디서 바람처럼 나타날지…

《이제 뭘 더 보아야 합니까?》 하던 윤상배는 아차ㅡ 하고 혀를 깨물었다.

빨리 돌아가자고 했어야 하는걸 하는 후회가 들었던것이다.

《뽐프의 재질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것도 알아야 할게 아니요. 고양정뽐프는 초고압을 받는것만큼 재질을 잘못 쓰면 파손될수 있기때문에 그것까지 정확히 확인을 해야 실리가 있는 실태료해가 아니겠소.》

《예, 그건 옳습니다.》

《재질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명선동무, 동무가 설명을 해드리오.》

흥이 난 리대철의 장담에 여적 말 한마디없이 따라다니던 명선이가 앞으로 나섰다.

그를 본 윤상배가 체면을 세우려는듯 거만하게 물었다.

《젊은 동무로구만. 어느 대학을 나왔소?》

《강선공업대학을 나왔습니다.》

차부국장이 고개를 기웃거렸다.

《강선공업대학?》

믿음이 가지 않는듯 고개를 기웃거리는 차부국장을 쳐다보는 명선은 기분이 상하였다.

《당의 CNC구상을 맨 선참으로 받든 기술자도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에서 공부한 사람입니다.》

명선의 말에 무안을 당한 차부국장의 얼굴이 지지벌개졌다.

윤상배가 마뜩지 않은 눈길로 명선을 흘기였다.

《허, 젊은 동무가 보통 예민하지 않구만.》

순식간에 싸늘해진 분위기를 해소할듯 김원삼이 우선우선한 표정을 지었다.

《거, 부국장동진 공연히 쓸데없는 소릴 꺼내가지고… 어디 한번 말해보오.》

김원삼의 따뜻한 말에 기분이 풀린 명선이가 입을 열었다.

《고양정뽐프는 초고압에도 견디여내야 하는것만큼 기계적세기가 일반주철보다 4~5배 높은 구상화흑연주철을 써야 합니다. 그것은 강철의 세기와 비슷합니다.》

《강철의 세기와 비슷하단 말이요?》

《예.》

《그걸 동무네가 자체로 만들수 있소?》

흥미가 동한 김원삼의 물음에 명선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였다.

《얼마든지 만들수 있습니다.》

이때라 리대철이 께끼였다.

《그건 걱정마십시오. 이 동문 그 부분에서는 전문가랍니다.》

《대단하구만. 윤동무, 귀맛이 동하지 않소?》

《예.》 하던 윤상배가 갑자기 머리를 흔들었다.

《가만! 구상화흑연주철은 용선로에서 뽑는것이 아니겠는데…》

차부국장이 이때라고 살을 당겼다.

《거, 그렇구만. 지배인동문 도대체 어쩌자는거요? 에?》

리대철은 당황해졌다. 그 말이 옳았다.

구상화흑연주철은 희유금속들의 합금으로서 덩지가 큰 용선로에서는 뽑을수가 없다.

그걸 잘 아는 윤상배가 중주파유도로가 없는 공장의 애로를 흠잡아 정통을 찌른것이 리대철으로서는 몹시 불쾌하였다.

야스껍기란… 우리가 한다면 하는거지 무슨 까박인가.

저도 모르게 리대철의 어성이 높아졌다.

《걱정하지 마시오. 꿩 대신 닭이라고 중주파유도로가 없으면 저주파유도로를 개조하여 얼마든지 보장할수 있소.》

아닌게아니라 공장에서는 지금 한창 저주파유도로를 개조하고있는중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라도 트집을 잡지 못해 몸살을 앓는 윤상배가 그말을 믿겠는가.

《그 말을 믿겠소. 좋소, 올라가서 실태를 구체적으로 반영하겠소. 오늘 공장을 돌아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소. 그렇지 않습니까? 처장동지.》

《옳소! 이 공장은 물질기술적으로 력량이 있는 공장이요. 난 이 동무들에게 고양정뽐프제작을 얼마든지 맡길수 있다고 보오. 그런만큼 제작을 시작해도 되겠소. 그렇게 하오.》

그 소리에 윤상배가 덴겁한 소리를 하였다.

《아니, 무슨 소릴 합니까? 사장동지와 토론도 없이…》

그때 반기를 드는 윤상배를 두둔하며 차부국장이 제꺽 발을 달았다.

《부원동무 말이 옳다고 봅니다. 어디까지나 실태료해인것만큼 그 누구도 이 자리에서 결론할 권한이 없다고 봅니다.》

입가에 쓴웃음을 떠올리고 차부국장을 쳐다보던 김원삼이 불쾌감을 누르며 점잖게 입을 열었다.

《부국장동지야 공장동무들의 편에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웃으면서 뺨치는듯 한 김원삼의 충고에 차부국장은 혀가 굳어진듯 눈이 휘둥그래서 쩔쩔맸다.

《그 말은 옳습니다만… 전 사실… 이 공장이 맡아안은 대상설비생산과제만 해도 과중한데 시키지도 않은 뽐프제작을 맡아안았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지 않겠는지 걱정이 돼서…》

그 소리에 극도의 실망감을 느낀 리대철이 참지 못하고 차부국장에게 면박을 안기였다.

《우린 게도 구럭도 놓칠만큼 어리숙한 사람들이 아니니 마음을 놓아도 되겠습니다.》

《뭐요?》

《됐습니다. 난 건설지휘부책임일군들도 다른 의견이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설계도 완성되였겠다, 재질문제도 해결이 되였겠다. 여기에 무슨 까박을 붙일 리유가 있습니까? 어떻소? 윤동무, 내 말이 틀렸소?》

《그렇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실태료해인것만큼 절차야 지켜야지요.》

소박맞은 며느리 옹알거리듯 중얼거리는 윤상배를 노려보는 리대철의 눈에서 불이 일었다.

《여보! 윤상배동무, 혹시 수입안을 포기하기가 아쉬워서 그런건 아니요? 립장을 명백히 밝히시오.》

속이 찔린 윤상배가 헤식은 웃음을 지으며 아닌보살하였다.

《무슨 소릴 하는거요? 난 그저 절차를 지키자는건데 지배인동문 공연히 성을 내누만.》

《난 동무가 두번다시 우리 공장 로동계급을 기만하지 않기를 바라오.》

리대철의 침질에 윤상배는 속이 들썩해났다. 이제껏 자신의 배신에 대하여 그 누구도 내색하지 않아 모르고있는가부다 하고 속으로 꽹과리를 쳤는데 이 무슨 벼락같은 소리인가.

두번다시 공장로동계급을 기만하지 말라, 하긴 내 두번다시 이 공장에 얼굴을 내밀겠는가.

《알겠소.》

승용차가 스르르 미끄러져오다가 세사람앞에 멎어섰다.

윤상배가 누가 쫓기라도 하듯 차문을 열고 몸을 감추었다.

《지배인동무! 본때를 보이오.》 하며 주먹을 흔들어보이던 김원삼이 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차부국장을 보고 눈짓을 했다.

《부국장동지, 안 가시겠습니까?》

《예, 전 천천히 가겠습니다.》

어설픈 웃음을 지어보인 차부국장의 목소리는 웬일인지 침울하였다. 그때 갑자기 승용차뒤문이 벌컥 열리더니 윤상배의 이지러진 얼굴이 쑥 나타났다.

《아니, 천천히 간다는게 무슨 말입니까? 실태료해보고를 함께 해야 할텐데.》

《함께 해야 된다는 법이야 없지요. 건설지휘부와 우리 지도국은 제각기 할일이 다른것만큼… 난 아직 실태료해에 대하여 어떤 립장을 취해야 할지 결심이 서지 않아 그럽니다. 그래 이왕 내려온김에 공장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하고 올라가겠습니다.》

무뚝뚝하게 하는 차부국장의 말에 윤상배가 애매하게 고개를 끄떡거렸다.

《알만 합니다. 우리야 부국장동지의 객관적인 립장만 알면 되지요. 올라가서 기다리겠습니다.》

윤상배가 차문을 닫자 승용차가 스르르 미끄러졌다.

멀어지는 승용차뒤를 이윽히 쳐다보는 리대철의 마음은 편안치 않았다.

방금 윤상배와 차부국장이 주고받은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윤상배는 왜 차부국장과 함께 가지 못해 몸달아했을가.

실태료해에 대하여 어떤 립장을 취해야 할지 결심이 서지 않았다는 부국장의 말은 무슨 뜻이고…

《사무실로 가시지 않겠습니까?》

마지못해 던지는 리대철의 물음에 차부국장이 무뚝뚝하게 응대하였다.

《지배인동문 제 일을 보오. 나한테는 기사장이나 부기사장을 붙여주고…》

랭대에 가까운 그 소리에 리대철은 속이 불끈거렸다.

기사장이나 부기사장을 만나겠다고 하는것은 중요대상설비생산에 대하여 따지겠다는건데… 까짓거 따져보라지.

한편 공장구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에 앉은 윤상배의 마음은 편안치 않았다.

그것은 공장에까지 왔다가 딸 정향이를 만나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것때문이였다.

아까는 정향이가 현장에 나타날가봐 은근히 마음을 조이고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딸앞에서 도적고양이처럼 처신한것이 묵은 체증처럼 명치끝에 매달려 내려가지 않았다.

전번에 집에 왔을 때에는 몰인정하게 욱박지른것이 마음에 걸렸댔는데 이번에는 숨박곡질을 하였다고 생각하니 부모로서 못할짓을 한것만 같았다. 내가 공장에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는걸 알면 딸이 뭐라고 할텐가. 가슴을 쥐여뜯으며 이 아버지를 원망할것이다.

처는 또 뭐라고 할텐가. 아, 언제부터 내가 사랑하는 딸과 《가면무도회》를 하는 신세가 되였는가.

부지중 정향의 소학교시절이 생각히웠다.

그때가 2학년때였던가. …

학교에서 돌아온 정향이가 잔뜩 볼이 부어 토달거렸다.

《명순이 그 앤 나쁜 애야.》

여태 그 누구에 대해 불만이나 뒤소리를 하는 딸을 본적이 없는 상배는 뜨아해서 물었다.

《그건 무슨 말이냐? 명순이야 너와 제일 친한 사이가 아니냐.》

아버지를 띠여본 정향이가 샐쭉해서 쏘아붙였다.

《그전에는 친했는데 이젠 아니야. 다시는 절대로 말 안할래.》

눈을 내리깔고 종알거리는 딸의 말을 듣고보니 그럴만 하였다.

수업이 끝나자 선생님이 시험을 치겠다면서 문제를 제시하였다.

그사이에 정향의 옆에 앉은 명순이가 날쌔게 답이 적혀있는 교과서를 펼쳐놓고 손바닥에 무엇인가 적어넣었다.

선생님이 제시한 문제를 보며 정향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잘 생각이 나지 않았던것이다.

그런데 명순은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시험지에 연필을 달리더니 제일먼저 일어나 뽀르르 선생님앞으로 다가가 시험지를 바치였다.

그것을 본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평시에 그 애가 공부를 잘하지 못했기때문이였다.

시험이 끝났으나 정향은 제시한 문제에 정확한 답을 써넣지 못해 마음이 아릿하였다.

한편 선생님을 속이고 시험지를 제일먼저 바친 명순이가 밉게 생각되였다.

선생님이 시험성적을 평가했는데 명순이의 성적이 제일 높았다.

동무들이 짝자그르르 쳐주는 축하의 박수를 받은 명순은 시틋해서 해죽거렸다.

그것을 보는 정향은 속이 발끈했다.

공부가 끝난 후 정향은 명순에게 당장 선생님을 찾아가 솔직하게 비판을 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명순은 코웃음을 쳤다.

약이 오른 정향은 총알처럼 내쏘았다.

《우리 어머니가 그러는데 사람은 언제나 정직하고 솔직해야 한다고 했어. 그렇지 못하면 이담에 나라도 속인다고 했거던.》

했으나 명순은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그후 정향은 정말 그 애와 마주서지 않았다.

그때문에 명순의 부모들은 정향의 집에 찾아와 찰떡처럼 붙어다니던 애들이 요즈음은 말도 안하는데 왜 그렇게 되였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였다.

그때 상배는 정향에게 명순을 용서해주고 다시 친하라고 타일렀다.

했으나 정향은 고집스럽게 머리를 흔들었다.

《싫어요. 난 그 애와 영영 말을 안할래요.》

생각에서 깨여난 상배는 딸 정향이가 자기를 그 명순이라는 애처럼 여기는게 아닐가 하는 불안감에 마음이 선뜩해났다.

정향아, 넌 지금 이 아버지에 대해 오해하고있다.

그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후날에는 만들수 있을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안돼.

발전된 나라의 설계도 보지 못한데다가 구상화흑연주철을 만들수 있는 개량제를 뽑을 설비도 변변치 못한 조건에서 어떻게 그 고급한 뽐프를 만들수 있단 말이냐. 너도 잘 알지? 창전거리건설이 얼마나 중요한 대상인지. 그래서 국가에서도 뽐프수입을 승인하였는데 공장지배인과 일부 사람들은 마치도 내가 고집해서 수입안이 성사된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야.

상배는 어떻게 하나 자신을 정당화해보려고 모지름을 써보았으나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26

리대철과 헤여진 차부국장은 언제 나타날지 모를 기사장이나 부기사장을 무료하게 기다릴수가 없어 가공직장쪽으로 스적스적 걸음을 옮기였다.

그의 앞으로 여러명의 로동자들이 소재가 가득 실린 대형밀차를 밀고오고있었다.

한옆으로 비켜서는 차부국장의 귀에 그들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리였다.

《좀전에 왔다갔다는 공장실태료해조라는건 무슨 소리야?》

《명선기사의 말에 의하면 수입병에 환장이 된 어른들이 우리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겠다니까 큰일이나 난것처럼 만드니 못 만드니 하며 야단법석대다가 정말로 만들수 있는가 타진해보기 위해서 왔댔다나.》

《한심한 어른들이구만. 우리가 한다면 믿는거지 무슨 말라빠진 실태료해야.》

《그런 사람들은 우리한테 와서 연길폭탄정신, 자력갱생의 정신이라는것이 무엇인지 배우라고 해.》

그들을 지나쳐보낸 차부국장은 얼굴이 뜨거워났다. 그들이 자기도 실태료해조의 한 성원이라는것을 안다면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차부국장은 그들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한게 다행스럽게 생각되였다.

가공직장현장에 들어서니 선반이며 볼반, 치절반 등 덩지가 큰 공작기계들이 보란듯이 기세찬 동음으로 차부국장을 맞이하였다.

천정기중기가 차부국장의 머리우에서 오가며 기대들곁에 가공되여 쌓여있는 각종 규격의 뽐프부분품들을 물어다가 자동차적재함에 싣고있었다. 조립직장에 보내기 위해서임을 알수 있었다.

그 어느 기대, 그 어느 기대공 할것없이 맡은 일감들을 안고 드바삐 돌아가는데 그 광경을 보느라니 좀전에 망돌에 지지눌린듯 했던 가슴이 활 열리는듯 싶었다.

부지중 자신이 이 공장의 지도단위일군이지만 생산현장과 너무도 거리가 멀게 살아왔다는 자책이 갈마들었다.

이제껏 생산을 담당한 부국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아래실정을 손금보듯 안다고 자부해왔지만 현장에 내려와 이렇듯 거창한 숨결을 호흡해본적이 몇번이였던가가 돌이켜졌다.

그전에는 공장에 내려오면 수박겉핥기식, 유람식으로 현장을 돌아보고 사무실에 들어박혀 생산수자를 따지다가 올라가는것으로 아래단위에 대한 지도사업을 대치하였었다.

그런 귀족화된 일본새에 능먹다보니 처음 지배인 리대철이 새로 건설되는 창전거리살림집들에 리용할 물뽐프와 난방용뽐프를 자체로 만들겠다고 제기했을 때 지진이라도 일어난듯 와들짝 놀라 아부재기를 친것은 아닌지.

계획에도 없는것, 더구나 만들어본 경험도 없이 뽐프를 맡아안았다가 중요대상설비생산에 지장을 주면 어쩌랴 하는 겁부터 앞선데다가 물인지 불인지를 모르고 골받이를 하는 리대철이 괘씸해서 안돼 하고 차단봉을 내렸었지. 그 감정이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의 무분별때문에 나라의 대외적권위가 훼손되고 완공된 살림집들에 입사한 주민들의 생활에 고통을 주면 지도국이 책임을 지겠는가고 하는 리석민의 말에 맹목적으로 맞장구를 치게 한것은 아닌지.

그제야 차부국장은 자신이 일군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줴버리고 넘지 말아야 할 계선에 발을 들여놓았음을 절감하였다.

방금전에 로동자들이 남기고간 말들이 머리를 휘저었다.

수입병에 환장이 된 어른들, 우리가 한다면 믿는거지 무슨 말라빠진 실태료해인가. 그런 사람들은 우리한테 와서 연길폭탄정신, 자력갱생의 정신이 무엇인지 배우라…

얼마나 심오한 뜻이 담겨진 말인가.

일군이라고 하여 사업과 생활에서 수양과 지적인 능력이 로동자들보다 앞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는것, 일군이라면 늘 로동계급속에 마음을 두고 그들의 창조적인 일본새를 따라배워야 한다는 심각한 교훈이였다.

가공직장을 돌아보고 나오는 차부국장을 향해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생산부기사장이 헐레벌떡거리며 뛰여왔다.

《부국장동지, 안녕하십니까?》

《아, 부기사장동무, 오래간만이요.》

공장에 내려올 때마다 자주 만나군 하여 안면을 익힌 생산부기사장은 50대 초엽으로서 현장경험이 풍부한 일군이였다.

《주물직장에 나가있는데 부국장동지한테 가보라는 지배인동지의 전화가 와서…》

늦어진 사유를 변명하는듯 한 부기사장의 얼굴에는 이상하게도 어색해하거나 바빠하는 기색이라고는 꼬물만큼도 찾아볼수 없었다.

그를 마주보는 차부국장의 입가에 어설픈 웃음이 스쳤다.

보나마나 지배인 리대철이 생산지휘에 바삐 돌아치는 이 부기사장을 나한테 보낼 때 좋지 않은 소리를 했겠지. 수입병에 환장한 사대주의자, 남의 힘에 매달리는데 버릇된 약자들의 풍에 맹종맹동하는 얼간망둥이라고…

실지 그렇게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런 말을 들어 싸지 싸.

《미안하오, 바쁜 사람을 불러대서… 가서 보던 일을 마저 보오. 나혼자서도 공장을 돌아볼수 있소.》

진중해서 하는 그의 말에 생산부기사장이 어정쩡해서 반문했다.

《아니, 그럼…》

《일없다니까. 내 그전처럼 공장에 내려오면 꼭 아래사람을 앞세워야 체면이 서는듯 하던 버릇이 있어 공연히 바쁜 사람을 오라가라 했소. 정말 미안하오.》

생산부기사장은 차부국장의 말이 도대체 리해가 안되는듯 고개를 기웃거리며 등을 떠미는대로 돌아섰다.

멀어지는 그를 보는 차부국장의 얼굴에 벙싯 웃음이 실리였다.

…거의 세시간에 걸쳐 공장의 모든 직장, 작업반들을 품놓고 돌아본 차부국장은 시간을 가늠하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넓은 하늘에 불그레한 석양을 남긴 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걸 봐선 퇴근시간이 지난듯 싶었다.

아닌게아니라 외출복들을 차려입은 처녀총각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웃고 떠들며 공장정문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리대철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지배인방으로 향하던 차부국장은 옆구리에 사업수첩을 끼고 밖으로 나오는 그와 마주쳤다.

차부국장을 본 리대철은 푸접없이 물었다.

《공장을 다 돌아보았습니까?》

《다 돌아보았소.》

차부국장이 얼굴에 환한 웃음을 실으며 명쾌하게 응대하였다.

《공장을 돌아보니 기분이 좋구만.》

그 소리에 리대철은 뜨아해졌다.

《?!》

《담배 한대 주오.》

스스럼없이 손을 내미는 차부국장을 보며 리대철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들었다.

평시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것으로 알고있는 부국장이 담배를 찾는것을 어떻게 리해해야 할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차부국장이 리대철이 내민 담배갑에서 한가치를 뽑아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켜던 리대철은 눈이 덩실해졌다.

차부국장의 입에 담배가 거꾸로 물려있었던것이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부국장동지, 담배를 거꾸로…》

《엉?!》

그 소리에 차부국장이 황망히 손에 담배를 쥐더니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에, 그만두겠어. 허허, 이거 오늘 지배인동무한테서 망신을 하는군. 하긴 속바지까지 다 벗긴 판에 그까짓게 대수요.》

《?!》

리대철은 어리둥절해졌다.

매사에 빈틈이 없던 차부국장이였는데 오늘의 언행을 어떻게 리해하여야 하는가.

김원삼이네와 함께 올라가지 않고 공장에 떨어진걸 보아선 부국장의 권한으로 한바탕 으름장을 놓으며 욕을 할줄 알았는데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선생님앞에 나선것처럼 제 몸건사도 제대로 못하는것은 무슨 까닭일가.

왕청같이 속바지를 다 벗기웠다는것은 무슨 소리이고…

실성한 사람모양 허허 웃던 차부국장이 정색해지며 갑자기 리대철의 어깨를 툭 쳤다.

《이보라구, 지배인동무! 우리가 서로 얼굴을 익힌게 언제부터였던가?》

새삼스러운 물음에 리대철은 얼른 속구구를 해보았다.

《예, 15년이 되였습니다.》

《옳구만! 15년이 되였어. 그새 우린 손발이 맞았지. 그런데 고양정뽐프때문에 서로 고양이와 쥐처럼 되였거던. 그래 누구탓인가? 지배인탓이 아니라 내탓이지.》

푸념하듯 자신을 타매하는 차부국장의 말에 리대철은 속이 뭉클해났다. 아까 현장을 돌아볼 때 같아서는 송곳눈을 해가지고 뭔가 후벼낼듯 하더니…

《사람이 나이들면 저도 모르게 로망줄에 든다고 하더니 내 경우를 두고 하는 말같아. 이제 뭘 숨기겠나. 언젠가 건설지휘부의 한 일군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더군. …》

허심없이 자초지종을 터놓는 차부국장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보았다.

그에게 걸려온 리석민의 전화는 불쾌감이 짙게 풍기였다.

지도국에서는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가, 위대한 수령님 탄생 100돐을 맞으며 그 어느 부문 할것 없이 긴장해서 일하는 때에 동주뽐프공장에선 할 일이 없어 국가적으로 중시하는 건설에 푼수없이 머리를 들이밀고 감놔라 배놔라 훈시질을 하며 복잡하게 노는데 지도국에서 그걸 알고있는가.

그것은 리대철이 고양정뽐프를 자기네가 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불쾌한 언쟁이 있은 며칠후에 있은 일이였다.

리대철에 대한 고까운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있는 때에 걸려온 리석민의 전화는 차부국장으로 하여금 붙는 불에 기름치는 격이 되게 하였다.

참을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동주뽐프공장에서 주물직장이설로 하여 맡은 대상설비생산이 늦어져 대상건설단위들에서 독촉이 불같은 때에 그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맡아안고 돌아치는 리대철이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대철에게 망치질을 해댔는데 이건 오히려 더 머리를 뻣뻣이 쳐들고 남의 장단에 춤을 추지 말라고 주먹질이다.

그런 가위에 리석민이 건설지휘부명의로 공장에 대한 실태료해를 하려고 하니 부국장도 함께 내려가보지 않겠는가고 건의하여왔다.

이번 기회에 리대철의 기를 꺾을 잡도리를 하고 내려왔던 차부국장은 자신이 청맹과니가 되여 리석민의 입김에 맹종맹동하게 되였음을 느끼게 되였다.

일군들이 사업에서 넘지 말아야 할 계선을 넘는 경우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 차부국장은 뒤늦게라도 자기의 립장을 지켜야겠다는 자각을 가지게 되였다.

《언젠가 동무가 날보고 뭐라고 했던가. 사람이 주견을 잃으면 존엄도 자존심도 잃은 무골충이 된다고 했지. 옳은 말이였소. 내가 무골충이였지. 왜 그 지경이 되였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건 당정책을 놓고 내가 할 일, 네가 할 일을 저울질했기때문이였지. 수입병을 없애고 자력갱생할데 대한 당정책은 집행할 사람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는걸 잊었댔거던. 그러니 머리 허연게 번마다 지배인동무에게 귀뺨을 맞았지. 싸지 싸, 허허허 …》

곡진하게 하는 차부국장의 진정에 리대철은 감동을 느끼였다.

성실한 사람은 어느 순간에 잘못을 느끼게 되면 인차 자신을 돌이켜보고 그 잘못을 씻는다.

마치 값진 항아리아구리에 금이 간것을 발견하면 그 값이 아무리 천금이래도 산산쪼각이 나게 내던지듯이…

일단 그런 결심을 내리게 되면 자중하게 되고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차부국장이 그런 인간이였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리대철은 차부국장에 대한 존경을 되찾은것이 기뻤다.

《부국장동지, 그만하십시오. 저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격한 심정에만 사로잡히다보니 과격하게 처신했습니다.》

《허허허, 리대철이 괜찮아. 어떤 때는 직사포처럼 사정이 없어 속이 불끈거릴 때도 있지만… 하긴 그것이 없으면 리대철이 아니지.》

차부국장의 주름깊은 얼굴이 다림질을 한듯이 쫙 펴졌다.

마음이 즐거워진 두사람은 공장구내식당에서 로동자들과 함께 시원한 오이랭국에 만 강냉이국수를 먹고나서 헤여졌다.

차부국장을 바래워준 리대철은 아까부터 머리속에서 맴도는 의문을 놓고 생각을 깊이 하였다.

그것은 리석민의 태도였다.

앞에서는 호인처럼 처신하고 뒤돌아앉아서는 내가 국가적인 건설에 감놔라 배놔라 하며 훈시질을 하며 복잡하게 논다고 했다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게 과연 당정책을 받드는 일군의 태도가 옳은가.

그렇다면 그는 앞뒤가 다른 인간이라는것이 아닌가.

정말 그런 인간일가. 아니, 그럴수 없어. 여기엔 무슨 오해가 있어.

첫인상이 집요하다고 처음 리석민에 대하여 호의적인 감정을 가진 리대철은 그가 절대로 앞뒤가 다른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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