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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17,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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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19 17:30 조회3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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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태양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강물은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명주필처럼 부드럽기 그지없는 강물은 잠시 흐름을 멈추고 어서 오라 부르는듯 싶었다.

두사람은 나란히 대동강유보도를 따라 걸었다.

살집이 부둥부둥한 얼굴에 벙글웃음을 실은 윤상배는 강물에 시선을 던지고 감개가 무량한듯 입을 열었다.

《이게 얼마만인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했는데 그 10년이 두번이나 더 지났으니 참 감회가 새롭구만.》

이미 상배에 대한 감정이 얼음물처럼 차거워진 리대철은 뽐프수입문제를 따지려고 기회를 노렸으나 제 기분에 뜬 윤상배는 꼭지를 틀어놓은 수도물처럼 끝없이 자기 감정만 줄줄이 쏟는다.

리대철이 더욱 기분이 상한것은 이전에 자기를 보고 형님, 형님 하던 상배가 오늘은 야, 자 하며 동갑이를 대하듯 하는것이였다.

《참, 아주머니병은 좀 어떤가?》

느닷없는 상배의 물음에 리대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 집사람이 당뇨병을 앓는다는것을 알고있을가.

아. 생각이 났다.

그때 신혼살림을 편 자기 집에 몇번 초청되여왔던 상배가 당뇨병을 앓고있는 집사람을 위해 그 병치료에 좋다는 약을 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그뿐인가. 처를 평양에까지 데리고올라가 어느 한 중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도록 노력도 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상배의 성의로 처의 병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호전되였다.

지금도 리대철의 처는 종종 윤상배에 대하여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군 한다.

리대철은 도덕적으로 보면 그때 자기 처를 위해 기울인 상배의 성의에 대하여 지금 이 시각 고맙다고 사례를 해야겠으나 그것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환심을 사기 위한 처세술이였음이 알몸뚱이처럼 적라라하게 드러난 이상 구태여 입에 올리고싶지 않았다.

《많이 나았네.》

적당히 얼버무린 리대철은 하고싶었던 말을 꺼냈다.

《좀전에 자네네 사장동지를 만났겠지?》

《만났네,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알고싶은가?》

《물론…》

상배의 얼굴은 웃고있었지만 가슴속에서는 불이 일고있었다.

리석민이 침을 놓지 않았더라면 이런 연극이 아니라 맞대거리로 붙어보려고 했을 윤상배였다.

리석민의 말은 리대철을 잘못 다루었다가 당의 국산화방침에 저촉되는 비당적인 행위를 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 문제가 설수 있기때문에 한걸음 비켜섰다는것이다.

상배는 리석민의 처사에 불만이 많았다.

발전하려면 대담하게 남의것을 받아들이고 허심하게 배워야 할게 아닌가.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능력도 기술도 없으면서 발전된 나라의것을 받아들이는것을 사대와 교조로 몰아붙이고 배격한다.

자기들은 어쩌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들중 한사람이 리대철이다.

과연 리대철은 자기네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 능력이 있기나 한걸 가지고 수입에 반기를 들었는가.

몇년후이면 몰라도 지금은 어림도 없다.

상배는 여유작작한 투로 말했다.

《날보고 빨리 대방에게 알리여 뽐프수입을 중지하라더군. 건설지휘부 책임일군들과 토론을 했다던지…》

《그래.》

리대철은 좀전에 리석민한테서 들은 말을 다시 들으니 속이 후련하였다. 하면서도 윤상배의 립장이 어떤지 알고싶었다.

《그에 대해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떠보듯 묻는 그 물음에 상배는 속이 뜨끔했으나 태연한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생각하긴, 불쾌해도 상급의 지시인데 복종하는수밖에…》 하던 상배가 사공 배머리 돌리듯 슬쩍 말을 돌리였다.

《사장동지가 자넬 칭찬하더군, 배짱이 있다고 말이야.》

《?》

그 말은 사실이였다.

좀전에 만났을 때 리석민은 리대철에게 얼이 나갈 정도로 한방망이 얻어맞았다면서 이제껏 그런 배짱가는 처음 보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날더러 김원삼처장 그리고 자네네 지도국 차부국장과 함께 공장에 내려가보라고 하더군.》

《우리 공장에 왜 내려가라는건가?》

《왜 놀라는건가? 사실 수입중지는 심중한 문제야. 그래서 자네네 공장에서 정말 첨단급뽐프를 만들수 있는가 없는가를 객관적으로 료해를 해보라는거지. 터놓고 말해서 자네 말을 듣고 수입을 중지했다가 일이 찌그러지는 날에는 그 책임을 누가 진단 말인가?》

윤상배의 말에 리대철은 그 지시를 당연한것으로 리해하였다. 수입을 중지시킨것만큼 공장의 능력을 료해하는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그런데 리해가 안되는것은 실태료해성원들중에 차부국장이 망라된것이였다.

그야 우리 공장에 대해 손금보듯 알고있는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그가 실태료해조에 속하게 되였는지.

《실태료해는 인차 시작될거네.》

《좋네. 어느때든 공장에 와보라구.》

리대철이 어떻게 나올것인가에 대하여 은근히 왼심을 쓰던 상배는 선선히 하는 그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식사라도 한끼 하자구.》

선의가 풍기는 상배의 말이였다.

허나 리대철은 응하고싶지 않았다.

《미안하네. 난 빨리 공장으로 돌아가야 하네.》

《금강산구경도 식후라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다고…》

《오늘만 날인가. 앞으로 마주앉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거네.》

《그럴가.》

윤상배는 리대철의 거절이 섭섭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되였다. 그것은 정향이때문이였다. 리대철과 마주앉았다가 저도 모르게 실수하여 정향이 소리가 튀여나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텐가. 정향이가 자기 딸이라는걸 알면 리대철이 뭐라고 하겠는가.

당장 공장에서 내쫓겠다고 할것이다. 윤상배는 딸 정향이가 언제 깨질지 모를 살얼음장우에 서있는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났다.

장차 일이 어떻게 되겠는지.



18

공장으로 돌아오던 도중 리대철은 차안에서 박영식에게 전화를 하였다.

자초지종을 들은 박영식의 호방한 웃음소리가 울리였다.

《허허허! 지배인동무가 끝내 범을 잡았구만요. 수고했습니다. 이거 서둘러야겠는데요.》

《그래야 할것 같습니다.》

《내 그래서 지금 지배인동무가 준 과업을 집행하러 가는 길입니다.》

《제가 준 과업이라니요?》

《지배인동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고양정을 단번에 성공시키자면 엄명선이가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내 수완으로 그녀석을 휘여내겠는지 모르겠구만요.》

전화를 끊은 리대철의 입가에 웃음이 스치였다.

이따금 당비서가 저렇게 엉너리를 칠 때면 꼼짝을 못하겠다.

엄명선을 데려오는 문제는 당비서자신이 먼저 꺼내고도 뭐 내가 과업을 주었다구? 엉큼하기란. 하긴 당비서말이 옳다. 고양정뽐프를 단번에 성공시키자면 엄명선이가 있어야 한다.

그걸 보면 당비서가 궁냥이 깊거던. 헌데 당비서가 엄명선이를 꽤 휘여잡을수 있을가. 엄명선은 호락호락 굽어들려고 하지 않을것이다. 워낙 코대가 세고 다루기가 말짼 인간이였으니까.

3년전 엄명선과 있었던 아름답지 못한 추억의 물이랑이 리대철의 눈앞으로 그물그물 다가섰다.

온 공장이 떨쳐나 공장구내에 나무를 심던 날이였다.

나무심기를 발기한 사람은 박영식이였다.

며칠전 박영식은 초급당회의를 열고 공장의 수림화, 원림화실태가 한심한데 대하여 안타까와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동무들도 잘 알다싶이 우리 공장은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불멸의 령도업적이 깃들어있는 영광의 일터이다, 그런데 공장구내를 둘러보라, 나를 비롯한 우리 일군들이 지난 시기 공장구내에 나무를 심었다고는 하지만 이제와 보면 당이 바라는 기준에 비해 한심하기 그지없다, 모두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제든지 위대한 장군님을 공장에 다시 모실수 있게 준비를 하자고 말들은 잘하는데 선군장정의 길을 이어가시던 장군님께서 문득 공장에 오시여 수림화가 안된 공장구내를 보시면 얼마나 가슴아파하시겠는가, 그걸 생각하면 난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소스라치군 한다.

가슴을 치며 하는 박영식의 말에 일군들의 얼굴은 화로불처럼 달아올랐다.

생산일면에만 치우치면서 공장꾸리기사업을 소홀히 한 자신들을 심심히 비판하였다.

그중에서도 지배인인 리대철의 자책은 남달랐다.

회의이후 정신을 번쩍 차린 일군들이 조직사업을 짜고들어 수종이 좋은 나무모들을 구해들여 사무부서들과 직장들에 구획을 정해주고 나무심기를 조직하였다.

총지휘는 리대철과 박영식이 하였다.

박영식은 구획마다 직선이 되게 줄을 띄워놓고 줄이 맞지 않으면 게으른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하듯 하며 반복을 시켰는데 그렇게 심어진 나무들은 마치 사열을 받기 위하여 정렬한 위병대 같았다.

너도나도 떨쳐나와 웃고 떠들며 성수들이 나서 나무를 심는것을 돌아보던 리대철과 박영식은 기술혁신돌격대가 맡은 구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단위들에 비해 여기는 초상집처럼 조용한데 그나마 일여덟명의 인원들이 파편처럼 여기저기 널려져 이붓애비 묘잔등 벌초하듯 건성건성 나무를 심고있었다.

꼴불견이였다.

골살을 찌프리고 누군가를 찾던 리대철이 보다못해 꽥 소리를 쳤다.

《대장은 왜 안 보이오?》

모두 벙어리흉내를 내는데 누군가 풀기없는 소리를 하였다.

《대장동문 오늘부터 자기는 이 공장 사람이 아니라면서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

리대철은 와짝 신경이 곤두섰다.

곁에 있던 박영식이 리해가 안되는듯 묻는듯 한 눈길로 리대철을 쳐다보았다. 공장에 온지 얼마 안되는 박영식은 아직 종업원들에 대한 파악이 깊지 못하였다.

쓴웃음을 지은 리대철이 마지 못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며칠전, 거의 한달가량 기술혁신에 필요한 자재구입으로 대안과 희천, 함흥에 갔다온 명선이가 리대철을 찾아왔다.

출장보고를 하러 온줄 알고 스스럼없이 《수고했소, 갔던 일은 잘되였소?》 하고 묻는 리대철에게 명선은 왕청같은 소리를 하였다.

《전 기술혁신돌격대 대장을 그만두겠습니다.》

아닌밤중에 홍두깨같은 소리에 리대철은 한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몰라서 묻습니까?》

리대철은 이녀석이 왜 이렇게 뿔이 나서 골받이를 하는걸가 속대중을 해보았으나 짚이는것이 없었다.

이윽고 명선의 입에서 제방을 허문 홍수마냥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할 재미가 없어서 그러는겁니다. 일할 재미가 없어서… 우리 기술혁신돌격대가 일을 적게 해서 막눅거리취급을 하는겁니까? 공장의 설비개조를 위해 몇달째 현장에서 침식을 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웃사람들에게 발라맞추면서 요령을 부리는 사람들에게는 상금을 주고… 그게 공평합니까? 내 언젠가 지배인동지에게 말했지요, 평균주의를 하면 일을 하려고 열성을 내던 사람들이 손맥이 풀려 주저앉는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사람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왜, 당장 눈에 뜨이는 성과가 없다고 그럽니까? 기술혁신이 하루밤에 떡 빚듯 되는 일입니까.》

성이 나서 윙윙 휘둘러대는 명선의 도리깨질에 리대철은 말문이 막히였다. 그의 질타가 옳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1. 4분기생산총화를 앞두고 공장에서는 종업원들에 대한 평가사업을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리대철은 김철에 선철을 해결하러 가는 바람에 빠지게 되였다.

그래 아래사람들에게 위임하였는데 그런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질줄이야. 이미전부터 일부 일군들속에서 사람들의 실적평가에서 공정치 못한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종업원들의 의견들이 제기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런 페단이 나타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는데도 또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그 책임을 지배인이 질수밖에 없었다.

엎지른 물은 주어담지 못하는 법이다. 명선을 설득시키기에는 행차뒤 나발격이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불만이 키를 솟구었다.

언제보아야 딱따구리처럼 톡톡 쫏기 좋아하고 모난 소리를 해서 일부 사람들은 명선을 곱지 않게 보고있었다.

리대철 역시 그와 몇번 부딪쳐보고 사람이 너무 말째고 까다롭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분별을 잃고 총인지 대포인지도 모르고 마구 내대니 겨드랑이에 낀 밤송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명선의 능력이 아까와 리대철은 불쾌감을 누르고 설복을 하였다.

동무의 비판을 접수한다, 다시는 그런 편향이 제기되지 않게 하겠다 했으나 명선은 들은체도 않고 문을 차고 밖으로 나갔다.

리대철은 그를 불러세우려다가 버릇을 궂혀놓을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출근을 하지 않았다.

심중해서 리대철의 말을 들은 박영식은 불만을 드러냈다.

《일처리를 잘못한것 같습니다.》

《?》

명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리대철은 고집이 옹박힌 사람처럼 박영식의 말을 새겨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을 아껴야 합니다, 특히 기술자들을 말이요. 물론 일부 기술자들이 소총명이 있고 주견이 강해서 사업하기가 말짼건 사실이지요. 하지만 일군이라면 그런 결함에 대하여 신경쓰기 전에 그들이 오늘의 첨단돌파전에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보배들이라는것을 먼저 생각해야지요. 일군의 일욕심은 인재를 귀중히 여기고 아끼는 인재욕심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군들은 아래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가려들을줄 알아야 한다, 불평불만과 바른 말은 질적으로 다르다, 불평불만에는 리해관계가 섞여있지만 바른 말에는 일이 안되는 안타까움과 해결방도가 담겨져있다, 그런데 일부 일군들은 아래사람들이 바른 소리를 하면 무작정 불평불만으로 몰아붙이며 들어보지도 않고 칼질을 하고 욕설을 한다, 말짼 사람이라느니, 입이 뾰족하다느니 하며… 지어는 함께 일할수 없다며 공장에서 나가라고까지 소리친다.

그때 리대철은 공장에 기술력량이 그쯘한데 그까짓 엄명선이 하나 없다고 할일을 못하겠는가 하는 불만으로 당비서의 비판을 새겨듣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비서의 비판이 얼마나 정당했으며 자신이 얼마나 수양이 부족하였는가를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후회란 언제나 때가 늦는 법이라 하였다. 엄명선이 과연 당비서의 요구에 응하겠는지, 응하지 않을것이다.

나하고는 다시는 상종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공장을 떠나간 그가 아닌가. 게다가 자존심은 또 얼마나 셌던가.

여기까지 생각한 리대철은 당비서가 자기때문에 헛걸음을 하는것 같은게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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