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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예술

장편소설 강자 9,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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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15 19:01 조회4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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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랭동기에서 꺼낸 살찐 오리 세마리를 찬물에 담근 박영란은 밖에 내건 두개의 큼직한 땅가마에 불을 지피였다.

평양기계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방학을 내려오면 몸보양을 시키려고 마련해놓은것이였는데 좀전에 남편이 전화로 새로 옮기는 주물직장에 나가보려고 하니 뭘 좀 준비해달라고 하기에 아쉬운대로 내놓은것이였다.

그다음엔 뭘 준비한다? 싱겁게 오리 세마리만 난딱 들고가게 할순 없지 않는가. 너무도 급작스러운 분부여서 뭘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궁냥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동안 곰곰히 생각을 더듬던 영란은 떡이라도 바꾸려고 부엌으로 들어가 쌀독을 여는데 밖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올리였다.

《여보!》

쌀독뚜껑을 도로 닫은 영란은 황망히 밖으로 나섰다.

문밖에 선 남편을 띄여본 영란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불만이 튀여나왔다.

《에이구, 우물에 가서 슝늉 찾겠어요. 지원을 하려면 미리 귀띔을 했어야지 그렇게 갑자기 분부를 하면 난들 어쩌라는거예요.》

《허허허! 지원은 무슨… 가만 거 듣고보니 그렇구만. 오리 세마리만 난딱 들고가기도 뭣하지, 뭐가 더 없을가?》

남편의 은근한 조바심에 박영란은 밉지 않게 눈을 흘기였다.

《막걸리를 담그어놓은것이 있는데 그거라도 가져가시겠어요?》

《막걸리? 말을 듣지 않을가?》

《원, 걱정두. 막걸리야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음료인데.…》

《응, 그렇구만. 그럼 그걸 한 댓리터 담아주오.》

《그거면 일없을가요?》

미타해하는 영란에게 리대철은 히쭉 웃어보였다.

《일없지 않구. 나도 그들과 함께 저녁밥을 먹자는거요.》

《그러면 오늘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다음번에는 잘하자구요.》

《그렇게 하기요.》

저녁어둠이 깃든 공장구내는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기계의 동음이 그냥 울리고있었다.

대상설비생산이 긴장한것만큼 교대작업을 하는것이였다.

한창 이설중인 주물직장에 들어선 리대철은 축구경기장보다 더 넓은 작업장을 휘 살피였다.

원래 있던 주물직장에서 옮겨온 덩지가 큰 설비들이 되는대로 널려있는것이 눈에 거슬렸다.

쇠물프레스들과 혼사망들, 한창 제작중인 용선로를 제자리에 앉히고 본격적인 생산을 하자면 얼마나 시일이 더 걸리겠는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명백한것은 최대한 다그쳐끝내야 한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주물직장도 밤낮없는 전투를 벌리는것이다.

원래 있던 주물직장은 부지면적이 여기보다 절반가량 되였었다.

그런데 건물이 하도 오래다보니 보름전에 갑자기 지붕이 통채로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생산을 중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긴장한 생산전투로 하여 언제부터 보수를 한다한다 미루어오던것이 끝내 일을 친것이였다.

다행히 밤에 일어난 사고여서 인명피해는 없었어도 손실은 참혹하였다.

천정기중기가 곤두박질하였고 레루는 엿가락처럼 꼬이였다.

1톤짜리 용선로는 폭격을 맞은듯 볼품없이 깨져나갔고 주형틀들이 박살이 났다.

리대철은 혼쭐이 나도록 욕을 먹었다.

국에 불리워다니며 비판서를 쓰고 사고심의에서 눈물이 쑥 나도록 추궁을 받았다.

뽐프생산의 첫 공정인 주물직장의 사고는 공장의 전반생산에 어두운 그늘을 던지였다.

더구나 어버이수령님탄생 100돐을 맞으며 일떠서는 국가적인 중점대상들에 보장하여야 할 뽐프생산이 중단될수 있는 난관이 조성되였던것이다. 일부 사람들속에서 계획을 조절해야 한다는 꿰진 소리들이 튀여나왔다. 타당성이 있는 소리들이였으나 리대철은 애당초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법과도 같은 인민경제계획을 놓고 흥정을 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군자리로동계급은 이보다 더 가혹하고 어려운 시련속에서도 전시생산을 보장하지 않았는가.

리대철은 화를 복으로 전환하기로 마음먹었다.

질그릇을 깬바에는 놋그릇을 장만한다지 않는가.

이번 기회에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있는 제관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거기에 주물직장을 앉힐 대담한 작전을 세웠다.

사람들이 입을 하 벌렸다.

지배인이 큰 타격에 넘어졌다 일어난것만도 다행스러운 일인데 이건 걷거나 뛰는것도 아니고 아예 날겠다는것이다.

역시 배짱있고 대틀인 지배인이 다르다고 연방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을 쳐드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리대철의 결심을 지지한 당위원회에서도 주물직장이설을 와닥닥 끝내기로 하고 종업원들을 불러일으켰다.

설비들은 자동차로 끌고 개미역사질하듯 사람들이 달라붙어 힘내기를 하여 옮기였다.

동시에 2톤짜리 용선로제작도 벌려놓았다.

볼과 이틀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설비들을 기본적으로 옮겨놓았지만 주물품의 사락과 원료를 파쇄하는 문형기중기는 옮기지 못하였다.

10톤이 넘는 무게도 무게지마는 기린처럼 기다란 그 높이때문에 사고없이 무난히 옮기기가 헐치 않았다.

그래 론의들이 분분하였는데 아직 시원한 방도가 나서지 않았다.

얼마전에 대형문형기중기를 옮긴적이 있다는 동림광산기계공장에 사람들을 보내여 경험을 배워오라고 보냈더니 개 바위돌 갔다온 격으로 헛물만 켜고 돌아왔다.

거기서는 경사지를 리용하여 문형기중기를 옮겼기때문에 별로 애를 먹지 않고 쉽게 옮겼다는것이다.

하지만 공장의 실정은 달랐다.

평지길인데다가 공장구내에 조성한 원림들과 잔디밭사이로 기중기가 빠져야 하므로 여간만 까다롭지 않았다.

리대철은 방도를 모색하다가 문형기중기의 네 발통에 스키형식으로 철판을 붙여 대형자동차로 끌면 어떨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여차하면 기중기가 통채로 자빠질수가 있어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있었다.

량손에 보자기에 싼 오리와 막걸리가 든 통을 들고 작업조성원들을 찾아 작업장가운데로 스적스적 걸음을 옮기던 리대철은 한쪽구석에 빙 둘러앉은 로동자들을 띄여보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식사전인듯 땅바닥에 포장지를 깔고 주런이 펴놓은 음식들을 보니 푸짐한게 구미가 당기였다.

《마침이군.》

리대철의 출현이 뜻밖인듯 빙 둘러앉았던 주물직장장과 송화와 주경세를 비롯한 로동자들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지배인동지, 어서 오십시오.》

리대철은 그들의 짬을 비집고 앉았다.

차린 음식들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허, 이거 잔치상이로구만.》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물고기, 떡, 빵, 남새무침 등 없는것이 없었다.

《송화동무가 집에서 가져왔습니다.》

직장장의 말에 리대철의 눈이 떼꾼해졌다.

《송화가?》

닭알형의 곱살한 얼굴에 강단이 엿보이는 송화가 성미그대로 대수롭지 않은듯 말했다.

《아버지가 직장이설작업을 하느라 모두 수고한다고 보냈습니다.》

《음, 그래서 생일상에 놓았던것을 그대로 보냈구만.》

리대철은 최금석의 진정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어제 송화의 아버지 최금석의 생일잔치를 하였다.

공장일군들과 오래동안 최금석과 함께 일한 기능공들과 주물직장로동자들이 찾아가 축하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상에 놓았던것을 고스란히 작업장에 내보내였다.

역시 최금석은 존경이 가는 로인이였다.

《송화야,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전해라. 자, 송화 아버지 성의인데 많이들 먹고 기운들을 내서 일하자구.》

로동자들이 수저를 들었다.

송화가 리대철에게 위생저가락을 주었다.

《허, 그런데 진수성찬에 빠진게 있다.》

리대철의 능청에 송화가 급해하였다.

《술생각을 했더랬는데 아버지가 얼마나 야단을 치시는지 그냥 왔습니다. 이제라도 집에 뛰여갔다오겠습니다.》

송화의 집은 공장에서 5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제 왕복 10리길을 언제 갔다온단 말인가.

《됐다. 이제 거기까지 갔다오느라면 이 삶아낸 오리랑 닭이랑 다시 살아나겠다. 그걸 보면 내가 영 눈치가 없는건 아니라니까.》하며 리대철은 옆에 놓였던 보자기에 싼것을 송화에게 밀어놓았다.

《이건 뭡니까?》

《우리 집사람이 준비한거야.》

보자기를 헤치니 막걸리가 든 수지통과 아직도 뜨끈뜨끈한 오리 세마리가 나졌다.

수지통을 흔들어보던 송화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어마나, 이거 술이 아닙니까?》

《술인지 아닌지 맛을 보고 평가하라구.》

술이라는 소리에 곁에 있던 주경세가 목젖을 움씰거리며 송화의 손에서 수지통을 앗아내였다.

《그걸 알아맞추는데야 이 주경세이상 있나? 어디 보자구.》

능청을 떠는 주경세를 보며 송화가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호호호, 경세동진 술이라면 오금을 못 쓴다니까.》

《허허허… 내가 왜 당비서동지랑 지배인동지 눈에 든줄 알아? 그건 말이야, 내 성의 뜻이 술 주자인데다가 그걸 좋아하기때문이지. 남들처럼 일 잘한다는 칭찬을 받지 못할바엔 술이라도 많이 마시고 소문을 내보자고 했더니 아닐세라… 지배인동지, 그렇지 않습니까?》

주경세의 희떠운 소리에 리대철이 어깨를 들썩이였다.

《허허허, 그 말이 옳아. 주경세라면 술고래로 소문이 났었지. 그때문에 비판도 많이 받았고… 헌데 요즘은 경세동무가 술을 마신다는 소문이 들리지 않으니 공장이 별스레 조용해진것 같아.》

《한생 먹을 술을 초과했으니 이젠 그쯤하자는겁니다. 대신 일을 잘해서 소문을 내자는겁니다.》

《허, 사람발전 모르겠거던. 동무들도 보았지, 요전날 생산총화에서 주경세동무가 상금을 받아안고 싱글벙글하던 모습을.…》

수지통마개를 열던 주경세가 코를 벌름거리며 부러 얼굴을 찡그리였다. 《이크! 이거 냄새가 이상한게 먹지 못할거로군.》

그 소리에 모두 눈들이 퀭해졌다.

가슴이 선뜩했던 리대철은 뒤늦게야 주경세가 노죽을 부린다는것을 눈치채고 시치미를 떼며 수지통에 손을 내밀었다.

《내가 양재물이 담긴 통과 바꾸어왔는가? 그걸 이리 가져오라구. 공연히 먹지도 못할걸 내놓았다가 여론 나빠지겠소.》

그러자 급해맞은 주경세가 통을 꽉 그러안으며 아부재기를 쳤다.

《아, 아닙니다. 이 아까운걸 내놓다니요.》

영문을 알리 없는 주물직장장과 로동자들이 고개를 기웃거리는데 주경세가 빈사발에 막걸리를 부어 입에 가져가며 너스레를 떨었다.

《잘들 보십시오. 내가 먼저 검식을 해보겠는데 이상이 없는지…》

그제사 주경세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향긋한 막걸리냄새를 맡고 흐아 흐아 웃음을 터뜨리였다.

《엉큼한 친구.》

《하하하, 역시 주경세의 노죽은 못 당하겠다니까.》

그러거나말거나 막걸리가 든 사발을 숨도 쉬지 않고 비운 주경세가 엄지손가락을 흔들었다.

《야! 막걸리맛 기막히다. 지배인동지, 이거 집의 아주머니가 담근것입니까?》

《내가 담근거야.》

《지배인동지가요? 모를 소리다. 좌우간 누가 담근것인지는 마시고 따져봅시다. 자, 동무들, 기름이 동동 뜬 찹쌀막걸리요. 송화 뭘해? 사발들을 펴놓지 않구.》

송화가 급해맞아 빈사발들을 주런이 펴놓자 주경세가 거기에 막걸리를 채워넣으며 시까슬렀다.

《자, 어서들 드시오. 먹다가 모자라면 지배인동지네 집으로 달려가 가져오면 될테니 걱정들 말라구요.》

리대철이 어이없어하며 주먹을 흔들어보였다.

《주경세, 말 조심하라구. 누가 들으면 우리 집이 주막집인줄 알겠어.》

《하하하!》

즐거운 웃음소리가 꽃보라처럼 날렸다.

식사가 끝나자 리대철이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주물직장에서는 문형기중기를 옮길 좋은 안이 나온게 없소?》

《예, 몇사람이 안을 제기하였는데 그중 송화동무의 아버지가 발기한 안이 제일 흥미가 있습니다.》

직장장의 말에 리대철은 흥미가 동하였다.

《송화 아버지가? 뭔데?…》

《예. 기중기발통에 스키형식으로 신발을 신기고 대형차로 끌면 된다는겁니다.》

《가만, 가만. 기중기발통에 스키형식으로 신발을 신기고…》

리대철은 자기의 생각과 일치한 최금석의 발기가 하도 신통해서 무릎을 쳤다.

《됐소! 멋있소. 역시 최금석아바이가 보배야!》

작업장으로 흩어진 로동자들이 벌써 일손들을 잡고 기세들을 올리고있었다.

출출했던 배에 만장약을 한 그들은 무거운 설비들을 옮기면서도 기운들이 넘쳐있었다.

《영차! 영차!》

함성소리가 넓은 작업장을 뒤흔들었다.

용선로제작을 마무리하는 용접화광에 작업장이 대낮처럼 밝았다.

지금처럼 일을 다그치면 이삼일후에는 주물직장이설을 완전히 끝내고 생산을 시작할것 같았다.

문형기중기를 옮기는것도 이제는 문제가 아니다.

로동자들의 기세에 힘을 합치고싶어 그들에게로 걸음을 옮기던 리대철은 무엇인가 놓친것이 있다는 생각에 송화쪽으로 돌아섰다.

창근이 문제때문이였다.

풀어놓은 망아지처럼 물덤벙술덤벙하는 녀석을 될대로 되라고 내버려두었다가는 무슨 일을 칠지 몰랐다.

눈에 거슬리는것을 쫓아가면서 욕을 할라치면 팥죽장사처럼 능글거리며 놀자고 접어드는데 영 이가 들어가지 않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창근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은 초급단체위원장이라는데 지금 노는 행동을 보면 그런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 송화에게 창근의 코를 꿰게 하여야 하겠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그게 꽤 가능하겠는지.…

한뿌리에서 자란 넝쿨처럼 서로 뗄래야 뗄수 없는 사이인 송화와 창근은 평시에는 퍼그나 다정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말은 한쪽귀를 열고 듣는 창근이지만 송화 말이라면 딸랭이를 흔드는 어머니를 쫓는 아기처럼 고분고분한다고 한다.

《요새 창근이를 자주 만나나?》

그릇들을 한쪽에 모아놓던 송화는 리대철의 말이 느닷없는 질문이여서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기여드는 소리를 했다.

《예.》

《다른 일은 없구?》

《없습니다.》

그 소리는 어쩐지 애달프게 들리였다.

표현은 안했지만 무슨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는듯싶었다.

그게 무슨 일이겠는지.

꼬집어 물어보고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리대철은 하는수없이 자기의 의사를 표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간생활이란 기쁜 일만 있는게 아니지. 송화가 창근이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을거야. 어찌겠니, 사람이란 만들어주기탓이라는데…》하던 리대철은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생각에 혀를 깨물었다.

사람이란 만들어주기탓이라는 말은 송화에게 해당되는것이 아니라 리대철자신의 몫이였던것이다.

그런데 누구에게 그 몫을 떠미는가.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주위가 어둑시그레하다보니 송화가 못 본게 다행이였다.

할수없지, 한번 내뱉은 말은 쏟은 물 한가지라는데. …

《창근이를 잘 이끌어주렴. 변명같지만 난 그녀석을 다룰 자신이 없어. 쩍하면 다른데로 보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데 제 아버지넋이 스민 공장을 버리고 가면 글쎄 어디로 간단 말이냐.》

진중해서 듣고있던 송화가 오연히 머리를 쳐들었다.

《너무 마음쓰지 마십시오.》

《고맙다. 아니, 미안하다. 어려운 부탁을 해서…》

리대철의 얼굴에 열적은 웃음이 어리였다.

《아이, 지배인동지두 그런 말씀을 하실 때두 다 있습니까.》

《허, 이 체네 봐라. 그럼 이 지배인이 곰같이 생겼다구 그런 말두 못하는줄 알았나?》

생긋이 웃어보이는 송화의 모습이 벙긋하며 작업장을 밝히는 용접불빛에 달덩이처럼 보였다.




10

 

창전거리살림집건설에 필요한 설비생산을 맡은 여러 단위의 공장, 기업소들을 돌아보고 온 리석민사장은 김원삼으로부터 자기가 없는 사이에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찾아와서 뽐프수입을 중지하라는 의견을 제기하였다는 말을 듣고 지진이라도 일어난듯 깜짝 놀랐다.

전혀 뜻밖이였다.

김원삼의 말에 의하면 그 공장 지배인의 요구는 강경하였다는것이다.

당의 국산화방침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몰아갔다던지…

리석민은 그 제기가 이발도 안 나온 갓난아이가 통강냉이를 씹겠다는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처럼 여겨졌지만 그렇다고 소홀히 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허참, 그 뽐프문제가 시작부터 말썽이더니 끝내…

처음 창전거리건설에 필요한 기계설비소요계획을 거의다 세웠을 때였다. 국내에서 생산보장할수 있는 설비들과 수입해와야 할 설비들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그만하면 빈틈이 없다 했는데 김원삼이 찾아와 살림집이 완공된 후 주민들이 리용할 물뽐프와 난방용뽐프는 수입에 의존하지 말고 동주뽐프공장에 맡길것을 제기하는 바람에 일이 좀 복잡하게 되였었다.

그 뽐프들로 말하면 수입에 지출되는 자금이 막대하였으나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초고층건물에 리용하는 뽐프를 만들지 못하기때문에 어쩔수없이 수입해들여와야 하는것으로 인정되여있었다.

김원삼의 제의를 받은 리석민은 주춤하였다.

초고압에도 끄떡없이 견디여내야 하는 고양정뽐프는 재질로부터 모든 부분품들과 구조가 첨단기술을 요구하는것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기술이 발전되였다는 나라들중 그것을 만드는 나라가 몇개밖에 안되는데 그 고급한 뽐프제작을 동주뽐프공장에 맡긴다는것은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았던것이다.

그렇다고 김원삼의 제기를 무작정 《안돼!》하고 잘라맬수도 없었다.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수입병을 없애고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에 의거하여 자력갱생할데 대한 당정책을 놓고볼 때 심중한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알아본데 의하면 동주뽐프공장에서 인민경제 각 부문들에서 요구하는 수백종의 뽐프들을 생산보장한다지만 아직까지 초고층살림집들에서 리용할 고양정뽐프는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리석민은 그것을 전제로 하여 뽐프수입안을 세웠었다.)

생각을 깊이 해본 끝에 리석민은 김원삼에게 창전거리건설의 중요성을 상기시키였다. 했으나 김원삼은 동주뽐프공장실태를 다시한번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결심할것을 권고하고 돌아갔다.

리석민의 심중은 착잡하였다.

동주뽐프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대담하게 그들에게 맡겨보는게 아닐가.

어떻게 해야 할지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있는데 때마침 출장갔던 윤상배가 돌아왔다.

출장보고를 한 윤상배는 뽐프수입계약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고 물었다. 한동안 생각을 굴리던 리석민은 아무래도 뽐프는 동주뽐프공장에 맡겨야 할것 같다고 하였다. 한숨 쉬듯 하는 리석민의 말에 윤상배는 갑자기 끓는 물벼락이라도 맞은듯 와들짝 놀라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질렀다.

《아니, 무슨 과오를 범하자고 그 뽐프제작을 동주에 맡긴단 말입니까? 안됩니다.》

단마디로 잘라매는 윤상배의 말에 리석민은 속이 울컥하였다.

《무슨 소릴 하는거요? 김원삼동무는 그 공장에 맡기면 해낼수 있다고 했는데 동무가 뭘 안다고…》

불만스럽게 말하는 리석민을 쳐다보는 윤상배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모양 안타까와하였다.

《난 김원삼처장동지가 동주뽐프공장의 뭘 보고 그들을 끌어들이자고 했는지 리해할수 없습니다. 내 장담하는데 그 공장은 아직 고양정뽐프를 만들만 한 기술적능력이 부족합니다. 그에 대해서는 그 공장에서 일해본 제가 잘 알지요.》

《?!》

그제야 리석민은 윤상배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동주뽐프공장에서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동문 동주뽐프공장출신이지?》

《예, 그 공장실태야 손금보듯 잘 알지요. 안됩니다. 누구나 인공위성을 가지고싶은 욕망을 품고있으면서도 만들지 못하는것은 기술이 따라서지 못해서가 아니겠습니까. 그 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생각해보십시오. 살림집들이 완공된 후 그들이 만든 뽐프가 먹는 물과 난방용수를 제대로 보장 못하여 인민들에게 생활상고통을 주면 그 책임을 누가 질것 같습니까.》

《?!》

가슴을 섬찍하게 하는 윤상배의 못질에 리석민은 몽둥이에 정수리를 얻어맞은듯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가슴속에서는 꽈르릉- 우뢰가 울었다.

물론 동주뽐프에 맡기면 어떻게든 만들것이다.

하지만 단번에 초고층까지 물을 퍼올린다는 담보는 없지 않는가.

윤상배의 말마따나 그들이 만든 뽐프가 제구실을 못하면 책임을 공장이 아니라 리석민 자기에게 따질것이다.

왜냐면 그것은 수입안이 론의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사람의 말에 주견이 없이 파악도 없는 공장에 뽐프제작을 맡긴 당사자가 바로 자기로 되기때문이다.

그런 경우를 두고 제 눈 제가 찌른다는것이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한 리석민은 제힘이 없으면 남에게 손을 내미는것은 피할수 없는 일임을 새삼스럽게 절감하였다.

천금처럼 귀한 자금을 남의 주머니에 채워준다고 생각하니 제 살점을 떼주는것만큼이나 아쉬웠지만 어찌하랴.

주고싶어 그 길을 택하는것은 아니지 않는가.

윤상배의 《금언》에 정신을 버쩍 차린 리석민은 김원삼의 의견을 무시하기로 하고 건설지휘부 책임일군들에게 뽐프수입의 타당성을 납득시켜 내각의 승인을 받았다.

그것을 알게 된 김원삼은 가만있지 않았다.

어느 고망년적에 동주뽐프공장에 잠간 있어본 윤상배의 말을 듣고 수입안을 택한것은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을 믿지 않는 패배주의적이며 투항주의적인 태도라고 공격하였다.

지어 난 이제껏 사장이 주대있고 결패있는 일군이라고 존경을 하였는데 이제 보니 약자라고 로골적으로 비난하였다.

모욕감에 속이 불끈했으나 김원삼으로 말하면 자기보다 나이가 두살 우이고 사업년한도 오랜 사람으로서 무척 조심스럽게 대하는데다가 성격이 대쪽같아 한번 성나면 잠재우기가 조련치 않음을 잘 아는 리석민은 얼굴에 웃음을 한가득 떠올리고 수입안을 택하게 된 리유를 루루이 설명하였다.

사개가 꼭 맞물린 리석민의 론거에 금시까지 기름가마끓듯 하던 김원삼은 반박할 말을 고르지 못하고 돌아섰다.

수십만금의 귀한 자금을 남의 주머니에 채워주는것이 아까와 수입을 그만두고 동주뽐프공장에 맡기자고 했었지만 막상 그 공장에 맡겼다가 제작을 못하는 경우 어떻게 될것인가 하는 우려감때문인듯싶었다.

그후 고양정뽐프를 생산하는 나라에 윤상배를 보내여 수입계약을 하게 하였는데 자기가 출장간 사이에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찾아와 수입중지를 요구하였다니 그거야말로 잔치집에 돌던진 격이 아닌가.

허참, 수입계약이 체결된 후 그런 일이 생길건 뭐람.

그 공장 지배인이 정말 자신이 있어서 수입중지를 요구했을가.

이미전에 그 지배인을 만났더라면 오늘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야단인데.

동주에서 자체로 뽐프를 제작하는 경우에는 수입을 보류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일이 여간만 복잡하지 않을것이다.

하긴 복잡할것도 없지, 무역거래과정에 계약파기는 있을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데 윤상배 그 사람에게는 미안하게 되였는걸.

수입계약을 위해 품을 많이 들였겠는데 그걸 알면 뭐라고 할텐가.

할수 없지, 설복을 시키는수밖에…

국가적인 리익을 위한 일인데 윤상배라고 한사코 수입을 주장할텐가. 갈래없이 뻗어가는 리석민의 상념을 흔들며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공연히 흠칫 놀라며 고개를 쳐든 리석민이 얼결에 소리쳤다.

《예, 들어오시오.》

나들문이 열리며 범 제 소리하면 온다더니 윤상배가 들어서며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그를 본 리석민의 얼굴엔 어느새 화색이 돌았다.

《이게 누군가! 출장길에 수고가 많았겠소.》

상배를 맞이한 리석민은 명절날처럼 기분이 붕 떠서 그의 어깨를 북두드리듯 하였다.

《수고했소, 수고했소. 그새 얼굴이 축간것 같구만. 하긴 가격싸움 이라는게 고도의 신경전이니 그럴수 있지.》

《아닌게아니라 속을 좀 썩였습니다, 그 량반들이 턱없이 가격을 높이는 바람에.…》

《그랬을거요.》

씨름군처럼 몸이 부한 상배는 리석민의 앞에서 몸둘바를 몰라하다가 들고온 가방에서 천연색사진과 외국어로 인쇄한 종이장을 꺼내들었다.

《이것이 이번에 계약한 뽐프이고 이건 기술담보서입니다.》

뽐프가 찍혀있는 천연색사진을 손에 들고 들여다보던 리석민이 흡족해서 머리를 주억거렸다.

《이게 고양정뽐프란 말이지. 멋있구만! 뽐프라는게 원래 주물품이여서 겉모양이 깨끗치 못해 상품가치가 없는데 이건 다르구만, 매끈한게…》

《그 사람들의 기술이야 첨단급이 아닙니까.》

《발전했어. 우린 언제 이 수준을 따라가겠는지. 이게 담보서라는건가?》

《예.》

외국글자들이 다닥다닥한 종이장을 장님 뭘 보듯 하던 리석민은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뭐라고 썼는지 알겠나. 젊었을 땐 외국어를 좀 하댔는데… 지금은 보고도 모르겠구만, 허허허.》

《예. 간단히 말하면 류량, 양정, 재질 등을 기술적으로 담보한다는겁니다.》

《그럴테지. 대당가격은 얼마로 하기로 했소?》

그것이 리석민에게는 제일 관심사였다.

상배가 대방이 부른 가격과 면담과정에 가격싸움을 벌려 흥정을 한 가격을 말하자 리석민은 입이 사과 한알 통채로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벌어졌다.

《대단하구만. 역시 자넨 부원이나 하긴 아까운 인물이야. 조금만 참으라구. 부사장령감이 나이가 많아 사표를 냈으니 건설이 끝날즈음이면 반가운 소식이 있을거네.》

리석민의 말은 사실이였다.

언제부터 윤상배를 부사장자리에 올려놓기 위해 기회를 보던 리석민은 그가 나이가 많아 사표를 내자 당위원회에 제꺽 상배를 그 자리에 추천하였다.

상배의 수완을 잘 아는 당비서도 리석민의 제기에 쾌히 응하였다.

무지개빛같은 유혹에 상배는 전신이 노그라졌다.

얼마나 학수고대하던 순간인가.

마음속에 꽃이 활짝 핀 상배가 이번에는 가방에서 화려하게 포장을 한 큼직한 곽 두개를 책상우에 올려놓았다.

《이건 뭔가?》

《예, 이건 최근에 새로운 가공방법으로 생산한 브라질산커피이고 이건 댁의 아주머니 심장병치료에 특효가 있는 약입니다.》

책상우에 놓여있는것이 금시 터질 폭탄이기라도 한듯 미심쩍은 눈길로 보는 리석민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와졌다.

《내 말하지 않던가, 이런걸 들고 다니지 말라고.…》 하더니 누가보기라도 한듯 경계어린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윤상배가 목을 움츠리며 제꺽 그것들을 다시 가방에 쓸어넣었다.

《내가 미처 그 생각을… 그럼 댁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솔직한 말로 이번에 갈 때 사모님이 심장병에 쓰는 약을 부탁하시길래…》

《우리 집사람이?》

속이 쭝깃해졌다.

리석민은 아래사람들한테서 물건을 받는것을 상당히 경계하였다.

누가 말했던가, 뢰물을 받아먹으면 입이 물러지고 물건을 받아쥐면 손이 짧아진다고… 하기야 커피 한통과 약을 뢰물이라고까지 할것이야 없지. 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닌 윤상배가 가져온것인데…

리석민은 상배의 성의를 무시한것이 미안스럽게 생각되였다.

《하여튼 고맙네. 아닌게아니라 로친의 심장병이 더 심해진것 같아 속상하구만.》

《치료를 해야지요. 그 나라에 가보니 심장병치료에 좋은 약들이 많이 개발되였는데… 그건 걱정마십시오.》

《고맙네.》

역시 상배는 의리를 아는 인간이였다.

리석민이 윤상배를 알게 된것은 15년전이였다.

어느날 리석민은 각 무역부문 일군들의 년간총화회의에 참가하게 되였다. 회의지도나온 일군이 실적을 낸 단위들은 비행기에 태워주고 앉아뭉개는 단위들은 정신이 빠질 정도로 다불러대더니 회의를 결속하면서 제기할 문제들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였다.

회의참가자들은 동토대우에 앉은듯 그 누구도 오금을 펼념을 못하였다.

모두 입에 빗장을 지르고 눈치를 살피고있는 때에 회의장말석에서 한사람이 용감하게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윤상배였다. 자기소개를 한 그는 자기네 회사가 계획을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면서 심심히 자기비판을 한 후 무역이 활성화되지 못하고있는 원인을 자기나름대로 분석을 하였다.

실례로 대방기업규모가 크면 우리 사람들이 처음부터 심리적으로 위축되여 주도권을 잃고 피동적으로 대하는 문제, 대방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료해와 깊은 연구가 없이 마주서는 문제 등 무역사업에서 제기되는 결함들을 지적하고나서 무역일군이라면 응당 거래대방에 대하여 사생활까지 찾아쥐고 흔들줄 알아야 하며 적은 투자를 하여 큰 리득을 볼수 있는 책략을 세워 사업을 해야 한다는 자기식의 견해를 력설하였다.

상배의 주장을 주의깊게 들은 리석민은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두뇌가 총명하다는것을 포착하였다.

상배와 같은 사람을 대외시장에 진출시키면 무역의 폭을 넓히고 활성화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 리석민은 회의가 끝난 후 그를 따로 만났다. 담화를 해보니 사람이 여간만 여물어보이지 않았다.

총명하기 이를데 없는 상배를 욕심낸 리석민은 그에게 자기네한테 와서 함께 일해볼 의향이 없는가고 찔렀다.

그런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윤상배는 제꺽 응하였다.

며칠내로 수속을 끝내고 리석민에게로 왔다.

여울목같은 자그마한 회사에서 발목도 제대로 잠그지 못하고있던 윤상배는 거대한 무역의 바다에 닻을 올리자마자 솜씨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수완과 림기웅변이 요술사 찜쪄먹을 정도로 능란한 상배는 일약 회사에서 손꼽히는 인물로 되였다.

물론 자기에게 날개를 달아준 리석민을 잊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의 인간적인 관계였다.

출장과정에 있은 일을 류창한 언변으로 구수하게 내리엮는 상배의 말에 심취된 리석민은 의자등받이에 기대여앉아 반탐물영화보듯 흥미있게 듣고있었다.

《처음 그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서 생산한 뽐프는 세계적으로 으뜸이라느니, 세계각국에 수요자들이 너무 많아 미처 충족을 시키기가 힘들다느니 하며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고나서 가격을 부르는게 아니겠습니까. 예견했던것보다 엄청난 가격이였습니다. 한동안 벙어리시늉을 하던 나는 어리숙한체 하고 가격이 그렇게 눅은가, 난 더 비쌀줄 알았는데 하고 미끼를 던지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한참이나 날 쳐다보더군요. 어디서 이런 얼뜨기가 나타났는가 하는 표정들이였습니다.

그러더니 저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겠지요. 가격을 더 올리자는겁니다. 난 무역마당에 처음 뛰여든 풋내기처럼 어리숙한체 하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지켜보았습니다.

아닐세라 가격을 일반뽐프와 삭갈려 잘못 불렀다고 하는것이였습니다. 나는 이때다 하고 주패장을 내던졌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고양정뽐프의 가격과 기술적특성을 그 나라의것과 대비를 해가면서 결함을 꼬집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뽐프살데가 없어서 당신들한테 온줄 아는가, 우리에게 뽐프를 팔아주겠다는 나라는 많다, 이제라도 거기에 가면 당신들이 부른 가격보다 눅은 값으로 살수 있다, 당신들은 나를 어떻게 알고 희롱질인가, 그만두자 하고 단호하게 자리를 차고 일어났습니다. 그랬더니 급해맞은 그 사람들이 혼이 빠져가지구 나를 붙잡으며 당신을 놀래운데 대하여 사죄를 하니 다시 흥정을 하자는게 아니겠습니까.》

한바탕 위세를 뽐내는 상배가 말을 끝내기 바쁘게 리석민은 어깨를 들썩이였다.

《하하하, 잘했어! 바로 그거란 말이야. 그래야 돼! 자넨 역시 수완가야.》

《그래서 뽐프납입을 래달초에 하기로 하였습니다.》

《래달초에?》

기계적으로 그 말을 받아외우던 리석민은 갑자기 누가 등골에 얼음물을 쏟아놓은듯 흠칠 몸을 떨었다.

상배의 신바람에 감감 잊고있었던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했다는 수입중지요구가 머리속에 살아났던것이다.

그 말을 상배에게 한다면 뭐라고 할것인가. 대바람에 반발할것이다.

처음부터 동주뽐프공장을 믿지 않고 수입을 제창한 상배가 아닌가. 뼈심을 들여 수입안을 성사시킨 상배의 수고가 물거품이 된것만 같아 마음이 괴로왔으나 어차피 말을 해주어야 하였다.

《유감이요. 동무가 부른 장훈이 빅장이 되지 않겠는지 모르겠구만.》

침울하게 하는 그 말에 흥이 떠있던 상배가 단박 조각처럼 되여버렸다.

《그건 어떻게 하시는 말씀입니까?》

《내 없는 사이에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왔다갔다오. 뽐프를 수입한다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자기네도 얼마든지 만들수 있으니 당장 수입을 중지하라고 했다오.》

《?》

시퍼런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를 들은듯 상배는 깜짝 놀랐다.

졸지에 얼굴에 피기가 말짱 가셔졌다.

허나 제꺽 자신을 다잡고 인차 대꾸할 말을 끄집어냈다.

《동주뽐프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든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습니다.》

신경질적으로 부르짖는 상배의 두눈에선 광채가 번쩍이였다.

《그렇게만 볼게 아니야.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안다지 않나.》

리석민의 말에 상배는 마음이 불안하였다.

부지중 밟고선 땅이 꺼져내리는것만 같았다.

파도가 세차면 배가 뒤집히듯이 일단 동주뽐프공장에서 수입중지라는 빨간 등을 켠 이상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흥, 숭어 뛰니 망등어 뛴다는 격인가.

저희들 수준에 어떻게 첨단급을 만든다고…

이런 때 리석민이 키를 어떻게 잡는가 하는것이 중요한데 과연 어떤 립장을 취할려는지…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그 공장 지배인이 날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니까 만나보고 결심을 해야지. 그 사람들이 자신이 있다면 수입을 중지하는 수밖에…》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있던 상배는 눈앞이 아뜩하였다.

마음속에서는 무엇인가 와르르 무너지는것 같은 소리가 고막을 채웠다.

《그래서 수입을 중지한단 말입니까.》

《당에서는 자체의 힘과 기술로 만들수 있는것은 절대로 수입해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걸 어기면 안되지.》

엄숙하게 하는 그 말이 상배의 귀에는 최종결론처럼 들리였다.

그만 입이 얼어붙고말았다. 입에 넣었던 감을 눈 편히 뜨고 남에게 가로채운 심정이였다.

어떻게 성사시킨 수입안이라고 중지시킨단 말인가. 통분할 일이 아닐수 없었다.

고통스럽게 속앓이를 하는 상배의 심중을 거울 들여다보듯 한 리석민이 한숨을 내쉬였다.

《물론 대방과 맺은 계약을 파기한다는것이 자존심이 깎이는 일이지. 하지만 너무 조급해말라구. 내 이제 지배인 그 사람을 만나면 회계를 명백히 하겠어. 그 사람이 창전거리건설의 중요성을 안다면 그렇게 즉흥적으로 나올수 없겠는데 물덤벙술덤벙하는것 같거던. 그리구 그 공장 지도단위에도 알아봐야겠어, 현재 그 공장 기술능력으로 꽤 해낼수 있는지.》

리석민의 말에 상배는 꼬깃꼬깃 우그러들었던 마음에 다림질을 시작했다.

조만간에 그가 한마디만 하면 모든것이 바로잡힐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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