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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강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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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1-09 17:27 조회4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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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첨단돌파전의 기수가 될 야심만만한 포부와 리상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배처럼 품어안고 무한대한 지식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인민대학습당 3층 열람실은 오늘도 물속같은 고요에 잠겨있었다.

헌데 별안간 그 정적을 깨뜨리며 40대의 사나이가 누가 뒤덜미를 잡아채기라도 한듯 벌떡 의자를 차고 일어섰다.

그는 동주기계공장 기사 엄명선이였다.

사곳에서 쏘아대는 눈총을 피하며 대출받았던 자료들을 반환한 명선은 바람에 밀리듯 순식간에 열람실을 나섰다.

명선은 공장의 첨단설비개발에 도움이 될만 한 자료작업을 위해 나흘전에 인민대학습당에 올라왔었다.

오늘이면 자료작업이 끝난다.

그런데 몇시간전에 있은 뜻밖의 일이 그를 열람실에 더는 앉아있지 못하게 하였다.

일은 이렇게 된것이였다.

평양탄광기계공장에 가서 그 공장에서 새로 제작하는 설비에 대한 기술을 전수받은 명선은 점심식사를 하고 인민대학습당으로 향하였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속에 섞이여 옥류교를 건느는 명선의 눈앞에 하늘을 꿰지를듯 키를 솟군 고층아빠트들의 우람한 덩지들이 안겨왔다.

그것을 보느라니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야!》

명선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속에서도 감탄들이 련발되였다.

《야! 대단하구만. 완전 로케트속도요, 로케트속도!》

《그 말이 옳소! 》

걸음을 늦춘 명선은 그들과 한덩어리가 되였다.

그때 흥분에 떠서 왁작거리는 손님들중 한사람이 뿔빠진 소리를 던지였다.

《저 높은 아빠트들에 수도물이며 난방용수를 어떻게 보장할가?》

그가 던진 의문은 삽시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 평양에 45층이상의 초고층아빠트가 없었던것이다.

정말 저기 저 높은 곳까지 음료수며 난방용수가 어떻게 올라갈가.

금시까지 흥분에 떠있던 모두의 눈빛에 이런 생각이 비끼였다.

《아, 그거야 뽐프로 하지 뭘로 하겠소?》

누군가가 별걸 다 가지고 신경을 쓴다는듯 대수롭지 않게 하는 소리였다.

《누가 그걸 모르오? 우리 나라에서도 저렇게 높은 아빠트들에 물을 퍼올리는 뽐프를 만드는가 하는거지요.》

키가 남보다 꺽두룩한 사람이 모두거리로 묻는 소리였다.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인공지구위성도 마음먹은대로 꽝꽝 쏴올리는데 그쯤한것도 못 만들겠소?》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열띤 목소리를 밀어내며 한사람이 제법 결론을 지었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초고층아빠트들에 필요한 뽐프를 만들지 못한답니다.》

그의 엄숙한 결론은 순간에 사람들의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사람들이 눈들이 머룩머룩해서 지켜보는 가운데 그 사람이 자기가 한 말의 신빙성을 부여하듯 말을 이었다.

《우리 아빠트에 어느 무역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사는데 그가 하는 말이 우리 나라에선 아직 첨단급뽐프를 만들지 못해서 다른 나라에서 사오기로 했다는거요.》

그 말은 잔잔하던 호수가에 던져진 돌처럼 사람들을 아연케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그런 뽐프를 만들지 못하다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

아까부터 속이 요글거리는것을 누르고있던 명선은 몸이 부한 그 사람을 쳐다보며 반발하듯 따져물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니까. 그 사람이 요전날 뽐프계약때문에 외국에 출장을 간다고 했소.》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기계설비수출입을 전문으로 하는 어느 한 무역회사가 창전거리건설에 필요한 기계설비를 보장하게 되였는데 사장과 몇명의 인원들이 건설지휘부에 동원되였다는것과 바로 뽐프수입을 그들이 맡았다는것이였다.

그의 말은 확정적인것 같았다.

명선은 그만 벙어리가 되고말았다.

뽐프계약때문에 외국출장을 갔다는데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명선은 수입이라는 소리에 자존심이 상했다.

뭐, 첨단급고양정뽐프여서 우리 나라에서 만들지 못한다구?

사람들에게 아니요, 우리 나라에서도 고양정뽐프를 만들수 있습니다 하고 목터지게 웨치고싶었다.

허나 왜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옥류교를 건너 그들과 헤여진 명선은 편안치 않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스적스적 인민대학습당쪽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오후중에 처리하여야 할 일이 있었다.

열람실에 들어앉아 둬시간 실히 자료를 들이파던 명선은 아까 옥류교에서 들은 뽐프수입이라는 말이 묵은 체증처럼 내려가지 않아 이렇게 뛰쳐나온것이다.

당장 동주뽐프공장에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해가 진 뒤라 서늘한 바람이 불어 걷기가 한결 헐하였다. 그러나 급하게 걸음을 내짚는 명선의 마음은 번거로왔다.

어떻게 되여 동주뽐프공장이 무시되고 뽐프를 수입해오기로 하였는지 도저히 리해가 안되였다.

3년전까지 동주뽐프공장에서 일한 명선은 그 공장의 기술능력을 잘 알고있었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공장에서는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요구하는 수백종의 뽐프들을 막힘없이 생산보장하였었다.

그런 힘있는 공장이 초고층살림집에서 리용할 뽐프를 만들지 못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동주뽐프공장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있는지…

혹시 알고있으면서 대상설비생산이 긴장해서 수입을 방임해두었는가?

고양정뽐프의 대당 가격이 얼마인지 알고있는 명선은 어림짐작으로 창전거리에 일떠서고있는 고층아빠트들의 호동수를 계산해보다가 입을 딱 벌리였다.

막대한 액수였던것이다.

나라에 무슨 돈이 많아서 그 숱한 뽐프를 사온단 말인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로도 얼마든지 만들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럴수 없다. 이건 잘못되였다. 한시바삐 바로잡아야 한다.

삼거웃처럼 엉킨 착잡한 마음으로 중앙우편국에 이른 명선은 안으로 들어섰다.

우편국안은 손님들로 복작거렸다.

통신기술이 발전하여 이동통신체계가 도입되면서 손전화기를 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도 우편국은 그냥 자기 할바를 다하고있다.

의연히 서신거래며 소포, 시외전화리용이 계속되고있는것이다.

시외전화를 신청하려던 명선은 그만 멍청해서 한숨을 내불었다.

동주뽐프공장 지배인, 기사장, 당비서(당시)방 전화번호를 몰랐던것이다.

하긴 그 공장을 떠난지가 3년이 넘었으니 그럴수밖에…

허참. 노젓는데 정신을 팔면 닻 올리는걸 잊는다더니 전화번호도 모르면서 여기까지 오다니…

저도 모르게 허구픈 웃음이 나갔다.

명선은 시외전화접수를 맡은 봉사원에게로 다가가 전화번호들을 문의하였다.

두툼한 전화번호안내책을 번지던 녀인이 친절하게 부탁한 번호들을 알려주었다.

흘릴세라 새겨들은 명선은 성급히 웃옷주머니에서 원주필을 꺼내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팔뚝에 그 번호들을 휘갈겨댔다.

송수화기를 집어들고 지배인방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는 가는데 방이 비였는지 응답이 없었다.

기사장방도 당비서방도 역시 받는 사람이 없었다.

명선은 속이 달았다.

이번에는 공장접수번호를 눌렀다.

다행스럽게 전화가 련결되였다.

《동주뽐프공장 접수입니다.》

상대방의 석쉼한 목소리에 명선은 어둠속을 헤매다가 불빛을 본듯 기뻐하며 목청을 올리였다.

《여보시오, 여기 평양인데… 지배인동지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대방은 명선의 안타까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소걸음을 하듯 늘어진 소리를 하였다.

《지배인동진 며칠전에 평양에 출장을 가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수다.》

당비서를 찾으니 도당에 회의갔단다.

기사장을 찾으니 현장에 나가있는 사람을 어떻게 찾겠는가고 하면서 오히려 그쪽에서 어성을 높이였다.

헛물을 켠 명선은 온몸이 나른해졌다. 그의 손에서 송수화기가 맥없이 미끄러졌다. 일도 참 맹랑하게 되였다.

속이 울적해서 밖으로 나선 명선은 한동안 길잃은 사람모양 허둥거리였다. 지배인이 평양에 출장왔다는데 바다처럼 넓은 이곳에서 어떻게 그를 찾는단 말인가.

그야말로 솔밭에서 바늘찾는 격일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명선은 무엇인가 뇌리를 치는것이 있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동주뽐프공장 지도단위가 선교구역에 있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났던것이다.

거기 가보면 지배인을 만날수 있지 않을가.

막연한 기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보는 수다.

결심을 내린 명선은 마음을 도사려먹고 걸음을 내짚었다.

땀으로 미역을 감으며 대동강다리를 건너 지도국 정문에 이른 명선은 그만 김빠진 공이 되고말았다.

접수원처녀의 말에 의하면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한시간전에 떠나갔다는것이였다.

닭쫓던 개 울바자 넘겨다보는 격이 되였다.

제길, 꼬리잡이를 해서 성공한 사람 없다더니…

접수원처녀가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진 사람모양 휘줄근해있는 명선에게 보기가 딱한듯 살뜰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친절하게 말하였다.

《지배인동지를 꼭 만나야 한다면 기계대학(당시)을 찾아가보십시오. 아들이 그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데 지배인동지는 평양에 올라오실 때마다 거기에 들렸다 가군 한답니다. 거기 가서도 못 만나면 밑져야 본전이라고 봉화산려관에 가보세요.》

멍청해서 그 말을 듣는둥마는둥하는 명선은 처녀의 진정이 고마왔지만 왜서인지 기대가 가지 않았으나 마지막으로 소경 막대기질하듯 할수밖에 없었다.

접수원처녀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 명선은 천근처럼 무거운 발을 옮기였다.

뻐스에 몸을 실은 그는 봉화산려관이 빤히 보이는 정류소에서 내리였다. 이번 걸음에도 만나지 못하면 어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살얼음장우에 올라선듯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려관에 도착한 명선은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들었다는 3층 1호실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똑똑똑…》

제발 사람이 있었으면…

허나 장벽처럼 막아선 문은 무정하게도 열릴줄 몰랐다.

여기서도 실패인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이럴수가 있는가.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복도를 지나치던 관리원인듯 한 녀인이 뜨아한 눈길로 명선을 쳐다보았다.

《지배인동진 안계시는데요.》

그 말을 어떻게 리해할지 몰라 명선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녀인을 마주보았다.

안계신다는것은 떠나갔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수수께끼를 풀듯 고개를 궁싯거리는데 녀인이 상긋 웃으며 말하였다.

《좀 기다리느라면 오실거예요.》

순간 빛을 잃었던 명선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세상에 그보다 더 기쁜 소식이 없을듯싶었다.

물먹은 솜처럼 나른했던 온몸에 기운이 쭉 뻗치였다.

흥분한 명선은 굽석 머리를 숙이며 녀인에게 인사를 하였다.

《고맙습니다. 정말…》

예상밖의 호사를 당한 녀인이 당황해서 기급한 소리를 하였다.

《어마나! 이 손님 왜 이러니? 인사까지야 뭐…》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으니 그러는거지요.》

《기쁜 소식이요? 호호호, 손님 정말 사람 웃기는군요.》

사연전말을 알수 없는 녀인은 큰상 받은 새신랑처럼 벙글거리는 명선의 행동이 이상스러운듯 새삼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터진 팥자루처럼 벌어진 명선의 입은 다물릴줄 몰랐다.

조만간에 지배인을 만나게 된다는 흥분에 떠있던 명선은 힘에 겨운 길을 줄달음쳐온 말처럼 기진맥진해서 물먹은 흙담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려관복도에 쭈그리고앉은것이 꼴불견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하였지만 덮쳐드는 졸음을 이겨낼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누군가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니 려관관리원 녀인이 무척 감동된 눈길로 내려다보고있었다.

《내 손님이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밤늦도록 지배인동지를 기다리는걸 보니 중한 일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참, 책임적이예요. 손님같은 사람은 무슨 일이나 다 잘할거예요.》

녀인의 공치사에 명선의 입이 벙글써 벌어졌다.

《그래요? 허허허.》

관리원녀인은 손에 들고있던 빵봉지를 내밀었다.

《저녁을 못했겠는데 이것으로라도 좀 요기를 하시라요. 어서요.》

빵봉지를 받아든 명선은 어줍은 웃음을 지었다.

《고맙습니다.》

졸음이 말짱 달아난 명선은 빵 한개를 입에 물고 복도 맞은켠 창문을 내다보다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어느새 어둠이 자리를 편것이였다.

허참, 덕분에 늘어지게 잤는걸…

그런데 지배인이 나타나기나 할걸 기다리고있는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친구의 집에 주저앉아 회포를 나누며 맥주잔을 기울일지 어이 알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사람을 밤새 기다릴수야 없지 않는가.

이런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관리원아주머니, 지배인동지가 오긴 올가요?》

《오지 않구요. 방에 짐이 있는데… 어제는 초저녁에 들어왔었는걸요.》

《…》

한동안 어쩔가 망설이던 명선은 결심이 선듯 손가방에서 종이와 원주필을 꺼내들었다.

문짝에 종이를 대고 생각을 더듬던 명선은 펜을 달리였다.

《지배인동지, 이 편지를 본 즉시 창전거리건설장으로 가보십시오. 알고계시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서는 초고층살림집들에 쓸 뽐프를 우리 나라에서는 만들지 못한다면서 귀한 외화를 들여 사온다고 합니다. 그것이 동주뽐프공장과 합의를 한것인지… 아니라면 이건 동주뽐프공장 로동계급에 대한 참을수 없는 모욕이고 무시라고 생각합니다. 한시바삐 바로잡아야 할줄 압니다. …》

그리고 뽐프수입을 맡은 단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적었다.

글을 마친 명선은 편지내용을 훑어보았다.

이렇게 쓰면 지배인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을가.

명선은 편지마감에 자기 이름을 밝히려다가 그만두고 종이를 네겹으로 접었다.

이렇게 못 만나는바치고는 차라리 이름을 밝히지 않는것이 더 나을상싶었다. 자기 이름을 밝히면 3년전 불미스러운 감정으로 헤여진 지배인에게 어떤 심리가 작용할지 가늠할수가 없기도 하였다.

《아주머니, 지배인동지를 더 기다릴수 없어서 그러니… 이 편지를 건사했다가 지배인동지가 돌아오면 전해주십시오.》

명선은 호기심어린 눈길로 마주보는 녀인에게 뽐프공장 지배인을 찾아오게 된 사연을 대충 이야기해주었다.

녀인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어리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만요. 걱정마세요. 내 꼭 전달하겠어요. 손님은 정말… 손님같은 사람들이 많아야겠는데…》

관리원은 무척 감성적이고 마음씨 고운 녀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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