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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년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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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10-26 11:27 조회5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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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성욱을 비롯한 설계일군들이 돌아간 후 이날도 여전히 다망한 시간을 보내시던 그이의 집무실유리창에 저녁어스름이 고요히 비끼기 시작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일손을 놓으시고 조용히 방안을 거니시다가 책임서기를 불러 당 제5차대회경축행사들이 수록된 록화테프와 건축자료들을 가져오도록 이르시였다. 그러시고는 쏘파에 비스듬히 앉아 뉴욕, 빠리, 로마의 초고층건물과 이름난 건축유산을 소개한 화첩을 번져보시던중 문득 《로마는 하루에 건설되지 않았다》는 유럽의 격언이 떠오르시여 자신도 모르게 가벼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하나의 큰 도시와 맞먹는 창광거리를 단 1년동안에 인류건축의 상상봉우에 올려세우려고 하시는것이였다.

또 어느 한 책자에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공원에 세워져있는 석조각상이 요란하게 소개되여 그이의 이목을 끌었다.

수백수천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원추형탑우에 한사람이 범잡은 포수의 기상을 하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현대의 인간피라미트상이였다. 그 규모와 예술적기교에서는 걸작의 평가를 받을는지 모르겠으나 극도의 개인주의를 설교하는 서방철학의 생동한 증거물이기도 하였다. 그이께서는 화첩을 덮으시고 조용히 눈길을 드시였다. 집무실창문곁에 놓여있는 텔레비죤화면에서는 당 제5차대회를 경축하여 진행된 평양시민들의 군중시위대렬이 장엄하게 흘러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드넓은 김일성광장을 온통 꽃물결, 만세의 환호성으로 메운 우리 인민의 억세고 름름한 모습을 이윽히 지켜보시다가 전화로 당중앙위원회 비서를 찾으시였다.

《비서동무, 이번의 군중시위는 어떻게 되여갑니까?》

며칠전만 하여도 일군들이 군중시위지망자수가 너무 많아서 골머리를 앓던 일이 떠올라 물어보시는 말씀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드리려던참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평양시군중시위 지망자수때문에 애를 먹고있습니다. 시안의 각 직장과 가두녀성들은 두말할것 없고 수도에서 떨어진 시외의 공장, 기업소들에서도 시위에 참가하겠다고 떨쳐나섰습니다. 200만명이 넘습니다.》

《그렇습니까? 그게 원자탄보다도 무서운 우리 인민의 단결된 힘입니다. 최덕신선생이 서울에 있을 때 우리 당 제5차대회를 경축하는 평양시 군중시위모습을 본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남조선당국자들이 극히 일부 요원들에게만 그 필림을 <참고>로 보여주었는데 저들이 떠들어대는 <남침위협설>을 실감있게 할 목적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두들 영화를 보고나서 우리 인민의 도도한 기상과 철통같은 단결력앞에 위압을 느끼고 부러워하는 기색이였다는것입니다. 결국 그 필림을 더는 돌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내 생각에도 이번의 군중시위를 200만명으로 조직하는건 너무 요란할것 같습니다. 인민들을 잘 량해시켜 절반으로 줄이도록 합시다. 100만명이 참가해도 대단합니다. 그 이상은 초과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평양시청년학생들의 집단체조와 경축야회도안도 준비되였다니 인차 봐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비서가 몹시 딱해하는 목소리로 뒤말을 힘겹게 이었다.

《오늘 밤만이라도 좀 쉬셔야겠습니다. 요즘도 인민들로부터 편지가 계속 올라오고있습니다.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늘 밤을 새우시는데 옆에서들 뭘하는가구 말입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가 《알겠습니다.》 하고 수화기를 놓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벌써 몇번이나 인민들로부터 휴식을 권고받으셨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건강보다도 우리 인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앞서며 밤늦도록 일손을 놓지 못하군 하시는 그이이시였다.

그런데도 창광거리건설은 아직도 설계에 걸려 공사가 굼뜨게 진척되고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곽운필참모장은 건설장의 곳곳에 골재와 세멘트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바질바질 끓어댄다고 한다. 곽운필이가 매일 현장에서 살다싶이 하며 아글타글해도 소용이 있는가? 수령님탄생 70돐까지 완공할 개선문건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개선문장식도안도 약속된 날자에 올라오지 못하고있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건설현장에 나가 우선 공사정형을 직접 료해해보셔야 할것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잠시후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하늘은 찌뿌둥하게 흐리여 별빛 한점 보이지 않았다.

천리마거리에 늘어선 고층아빠트의 창문들에만 형광등이 환히 켜져있었다. 아빠트의 네모난 불빛이 바둑판무늬를 이루고 반짝거리는 천리마거리를 지나서 승용차는 평양역방향으로 향하였다. 낮게 드리운 하늘에서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며 밤하늘에 물안개마냥 흩날리였다.

승용차의 앞창에는 좁쌀알모양의 작은 물방울들이 맺히여 수없이 아롱거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의 유리닦개가 부지런히 반원을 그리는 차창을 통해 버드나무거리의 밤정경을 살펴보시다가 어느덧 차가 대극장앞에 이르자 천천히 속력을 늦추시였다.

(아무리 봐도 대극장은 미남이야.)

앞으로 10년, 100년이 지나도 대극장은 낡은 건물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것 같았다.

대극장만이 아니라 옥류관, 인민문화궁전, 평양산원, 창광원은 모두 먼 후날에 가서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훌륭한 건축물들이였다. 우리 설계가들이 괜찮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속으로 뇌이시다가 장대재를 딛고 우뚝 솟아있는 평양학생소년궁전에 묵묵히 시선을 주시였다. 궁전을 개관할 당시만 해도 조국은 전쟁의 상처를 채 가시지 못한 때라 모든것이 넉넉치 못했다. 빈터우에 공장을 하나 새로 짓자고 해도 자금이 부족하였다. 하지만 수령님께서는 큰 기계공장을 다섯개나 지을수 있는 5억원의 막대한 돈을 들여 저 학생소년궁전을 건설하도록 하시였다. 이 세상에 부모로 생겨 제 자식 귀한줄 모르는 사람이란 없다. 그러나 수령님께서 푼전을 아껴쓰던 그 어려운 때 수만금을 투자하여 아이들의 궁전을 지어주실줄이야 상상인들 했던가? 금싸래기처럼 아이들을 아끼시는 수령님의 그 마음이자 우리 인민에 대한 대해같은 사랑이기도 하였다. 그 궁전을 림성욱이가 설계하였다.

림성욱은 지금 어떻게 하고있는지… 그이의 눈앞에 능력있는 설계가가 창광거리형성안때문에 머리를 싸쥐고 앉아있을 모습이 보이는듯 하여 마음이 좋지 않으시였다. 잠시후 중성동 네거리에 이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뜻하지 않았던 일로 승용차를 멈춰세우게 되시였다. 작업복차림을 한 웬 처녀가 비물에 젖은 대도로를 가로질러 창광거리건설장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가고있었다. 가만보니 보통 급한 걸음이 아니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처녀를 태워다줘야 할것 같아 차문을 열고 어디로 가는 길인가고 다정히 물으시였다.그러자 처녀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비물을 손등으로 밀어내며 울상이 되여 다급히 사정했다.

《좀 태워줘요. 급해서 그래요. 저기 건설장까지만 가면 돼요.》

《어서 타오.》

처녀는 승용차의 앞자리에 제꺽 올라탔다. 고맙다는 인사말을 할 경황도 없는지 줄곧 시창앞만 바라보던 처녀가 손수건으로 얼굴의 비물을 훔치는 모습이 차안의 거울에 비쳐들었다. 동실한 얼굴에 오똑하게 생긴 코, 여간 귀염성스러운 처녀가 아니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초조한 빛을 띠고 차창밖을 내다보고있는 처녀를 위해 차의 속도를 얼마간 높이시였다. 그러자 처녀는 덧이를 살짝 드러내며 생긋이 웃음을 머금었다.

《고마와요. 운전사아저씬 정말 마음이 좋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아저씨란 처녀의 말이 얼마나 마음을 따뜻이 덥혀주는지 몰랐다. 참말로 오래간만에 들어보시는 그 말이 흘러간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주는것 같아서 처녀와 자꾸만 이야기를 나누고싶으시였다. 사정이 허락하면 이 젊은이들과 더두 말고 얼마만이라도 함께 지내고싶은 마음이 간절하시였다. 그러면 그이의 생활에도 이 처녀처럼 웃을 일도 많으련만… 구김살 하나 없이 활짝 피여난 처녀가 정말 부러우시였다.

《동문 돌격대원이요?》

《예, 건설장에서 기중기를 몰아요.》

《대단하구만, 이름은?》

《진옥이라구 해요.》

그이께서는 처녀가 너무 초조해하니 짤막한 이야기밖에 나눌수 없으시였다.

《그래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소?》

《오빠가 급히 불러서… 남은 새기술창안을 하느라구 밤새우는데 집에 들어가 뭘해? 기중기를 세워두고… 당장 나와! 젖비린내 나는게 하구 전화로 으름장을 놨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옥의 말을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으시였다. 그들 오누이가 참말로 기특하게 생각되시였다.

처녀는 귀엽게 생긋 웃고 얼핏 등뒤를 돌아다봤다. 그이와는 아무런 허물도 없이 말하면서 오히려 뒤좌석에 앉아있는 부관을 어려워하는듯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처녀의 그 사랑스런 모습을 바라보느라니 10년전 동해안의 어느 한 역에서 잠간 만났던 처녀의 얼굴이 문득 떠오르시였다.

그날 그이께서 타신 특별렬차가 그 역에 멈춰섰을 때였다. 세괃게 퍼붓는 폭우를 뚫고 마주 달려오던 청진쪽으로 가는 렬차가 도착하자 렬차승무원복장을 한 처녀가 급히 홈에 뛰여내렸다. 알고보니 렬차가 머무른 사이에 끊어진 방송줄을 잇자고 서두르는 방송원이였다. 차가 다시 떠나기전에 일을 마치려고 안깐힘을 쓰는 애젊은 처녀의 작은 몸에는 호두알같이 굵은 비방울이 사정없이 후둑후둑 떨어져내렸다.

처녀는 너무 급해맞아서 그이께서 자기옆에 와 우산을 받쳐들고 서서 비발을 막아주고있는줄도 전혀 알지 못하고있었다.

끊어진 방송줄을 다 련결한 후에야 처녀는 흠뻑 젖은 그이의 옷과 신발을 바라보며 너무 송구스러워 차마 뭐라고 인사말도 못하였다.

《어마나 옷이…》

승강대에 오른 방송원처녀는 그렇게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렬차와 함께 멀어져갔을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날의 방송원처럼 이 돌격대원처녀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인심이 후한 운전사로 대해주는 일이 다행스러우시였다. 그렇지 않으면 처녀가 생긴 그대로 웃기도 하고 자기의 깊은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하며 이처럼 간격없이 이야기를 나눌수 있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수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모니 이런 유리한 점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시였다.

《가만 보니 애인과 무슨 약속이라도 있었던게로구만.》

처녀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까르르 웃어대였다.

《애인이라니요? 요즘 우리 건설장의 총각들은 저 같은 처녀따위는 풋병아리라고들 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우리 오빤 뭐라는지 알아요? 아직두 젖내난다는거예요. 밉살스러워 죽겠어요.》

《그건 너무한데. 그래 오빤 뭘하오?》

처녀는 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씀드리였다.

《저와 함께 건설장에서 일해요. 뚝바우긴 해도 일 하나만은 딱소리나게 해요. 호호…》

김정일동지께서 웃음 많은 처녀를 창광거리건설장의 평양시건설련대작업장에 내려놓았을 때였다.

처녀는 고맙다는 인사말삼아 《아니 제가 여기서 일하는줄은 어떻게 알았어요?》 하며 방싯 웃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며 《왜 모르겠소. 평양처녀야 평양시건설련대에서 일하게 된걸.》 하고 눈을 끔벅여보이시였다.

《태워다줘서 고마와요.》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걸… 어서 가보라구.》

진옥은 얼른 돌아서 아까처럼 건설장을 가로질러 탑식기중기쪽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야외등불빛에 어슴푸레 드러난 탑식기중기밑에서 한 처녀가 진옥을 반겨맞았다. 두 처녀는 손을 맞잡고 무슨 말인가 열중히 나누다가 승용차쪽을 흘끔 돌아다보았다. 진옥이가 금방 승용차의 신세를 톡톡히 졌다는 말이라도 한 모양이였다. 순간 그이께서는 진옥이와 마주선 처녀를 유심히 바라보시다가 부관에게 물으시였다.

《가만, 저게 미영이가 아니요?》

《예. 비슷합니다. 제가 얼른 가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부관이 즉시에 탑식기중기가 우뚝 서있는 곳으로 뛰여갔다가 인차 돌아왔다.

《미영동무가 옳습니다. 절 보자 눈물을 흠뻑 머금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건강하신가며…》

부관이 채 말을 끝맺기도전에 뒤따라 급히 달려온 미영이가 그이께 반갑게 인사를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무 기뻐서 어쩔바를 몰라하는 미영의 두손을 꼭 잡아주시였다.

《미영이를 오래간만에 보누만. 여기서 뭘하오?》

《돌격대원들이 30층주택의 대형층막조립작업기일을 앞당길수 있는 창안을 하는데 그걸 돕느라고…》

《아직 기초작업에도 착수하지 않았는데 그런걸 창안한단 말이지.》

《예. 강철준이라구 여기 이 진옥동무의 오빠가 발기했습니다. 정말 좋은 동무입니다. 우리 평양시건설련대 강두찬지배인동지의 아들입니다. 모두들 그를 보구 앞날의 지배인감이라고들 합니다. 아버질 닮아서 성격이 세지만 인정도 있고 대바른 청년입니다.》

미영의 등뒤에 서있는 진옥은 그처럼 오빠에 대한 자랑을 해도 고개를 쳐들지 못하였다. 좀전에 그이를 몰라뵈온 일이 죄송스러운 모양이였다.

《그럼 오늘밤 진옥의 오빠도 만나봐야겠구만.》

《요 며칠전에 그러지 않아도 철준동무가 자기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만나뵈웠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꿈같은 소릴 했지. 어방도 없어.> 하고 씽긋 웃었습니다.》

《그 동무의 소망도 그렇다면 진옥이가 가서 오빠를 데려오오.》

《네!》

진옥은 그제야 좋아서 깡충 뛰며 돌격대숙소를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사이 30층주택 설계정형을 알아보시다가 미영이가 세대당 면적을 150㎡으로 설계하였다는 말을 듣고 다정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우리 미영이가 대단해. 내 마음에 꼭 들거든. 우리가 천리마거리살림집을 짓고 신문에도 내며 자랑했지만 세대당면적이 70㎡밖에 안돼. 결국 두배가 넘는 집을 설계했다는 말인데 괜찮아.》

《소장동지가 많이 도와줬습니다. 저의 설계를 보고 우리 인민의 생활수준에 맞는가며 놀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소장동진 걱정말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우리 인민에게 최상의 집을 지어주려고 하시는데 오늘의 생활수준을 운운하는것은 다 떨떨한 소리라구 했습니다.》

《음.》

때마침 진옥을 달고 기운차게 뛰여오던 강철준이 그이앞에 와서 딱 멎어서며 오른손을 모자채양옆에 올려붙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대군인소대 소대장 강철준 명령대로 왔습니다.》

《됐소. 쉬엿하고 가까이 오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강철준의 쇠장대처럼 꿋꿋해진 몸을 풀어주시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제대군인소대장이 패기가 있구만. 정신이 버쩍들어. 저 어여쁘게 생긴 진옥이와는 영 딴판인걸. 동문 아버지를 닮았다지?》

《저, 그건…》

강철준이 멋적게 웃었다.

《꾸며낸 말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절 욕할적이면 늘쌍 <넌 도대체 누굴 닮았어?> 하고 소리를 지르군 합니다.》

《아니, 부자간이 비슷해. 내가 동무의 부친을 몰라서? 강두찬지배인이라고 하면 호랑이도 겁을 먹고 뒤걸음친다고 소문났지. 그런 아버지를 닮아선 나쁠것 없어. 사람이 떡쇠처럼 물러선 안되지.》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철준이 어깨를 씰룩거리는 모습을 정겹게 지켜보시였다.

《그래 미영동무가 설계한 집이 마음에 드오?》

《예, 정말 기딱막히게 잘 되였습니다. 요즘은 사기가 나서 잠이 다 안옵니다.》

《그렇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젊은이의 길둥그런 얼굴에 시선을 주신채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창광거리에 모두 그런 화려한 고층주택들을 우죽뿌죽 일떠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금강산의 절경처럼 건설하라고 하셨는데…》

강철준은 너무 흥분하다보니 제 목소리가 얼마나 높은지도 아는것 같지 않았다. 진옥이가 등뒤에 잠자리처럼 붙어서서 조용조용 말하라고 옆구리를 꼬집어주어서야 철준은 마음을 다잡으며 용서를 빌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버릇없이 말씀드려서…》

《일없소. 어서 계속하오.》

《전 군대때 표창휴가를 받고 금강산에 유람갔댔는데 너무도 황홀하여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분간해볼수 없었습니다. 이것도 저것 같고 저것도 이것 같아 보여서 길까지 잃고 헤매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시였다. 깊은 생각에 잠겨 축축히 젖은 땅을 밟으시며 거니시는 그이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진옥이가 미영이의 팔을 꼭 잡았다. 오빠가 아무 소리나 내키는대로 탕탕 했다고 속상해 하는 눈치였다. 진옥은 자기의 근심과는 달리 오빠가 그이께 얼마나 큰 기쁨을 드렸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있었다. 처녀의 그 갸륵한 심정을 감촉하시고도 김정일동지께서는 별다른 내색을 보이지 않으시다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좋은 구경을 하고 왔구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이제 설계만 나오면 창광거리를 멋들어지게 일떠세우겠습니다.》

《그렇게 하오. 할바에야 멋이 있게 건설해야지. 동무 말처럼 창광거리로 찾아온 사람들이 너무 황홀하여 길을 잃게 하자구. 그럼 다들 수고하오.》

뒤이어 젊은이들과 헤여져 승용차가 서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강철준을 정답게 돌아다보시였다.

《강철준동무, 그런데 한가지만은 꼭 고쳐야 하겠소. 누이동생을 젖비린내난다고 깔보는것말이요.》

강철준이 그이의 애정이 담긴 나무람을 듣고 무슨 말을 못하며 뒤덜미만 쓸어만지였다.

제대군인소대장의 그 사랑스런 모습을 바라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밝아지는것을 느끼시며 중성동네거리쪽으로 다시금 차머리를 돌리시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천리마동상앞 언덕길을 넘어서고있었다.

성글게 날리는 비발을 뚫고 우뚝 솟은 고노골뒤산의 중앙텔레비죤탑과 교예극장의 둥근 지붕이 어렴풋이 안겨왔다. 기초공사에 착수한지 얼마 되지 않는 개선문건설장에서는 도로확장공사가 동시에 벌어지고있었다. 우의탑쪽의 산중턱을 깎아내느라고 불도젤이며 돌격대원들이 한창 법석 끓어대였다. 순간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제동변을 가볍게 밟으시면서 모란봉경기장 초입에 우두커니 서있는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시였다. 어두운 밤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고있는 그의 구부정한 허리며 야외등불빛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길쑴한 얼굴… 어쩐지 별로 낯익어보인다 했더니 설계가 주명섭이였다. 바로 며칠전 그이께서는 림성욱, 김광성이와 함께 주명섭이 설계한 개선문형성도안을 보아주신 일이 있었다.

그날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고 흥분한 주명섭은 얼굴이 벌개서 이삼일이면 형성안을 완성하겠노라 신심에 넘쳐 결의를 다지였다. 그가 무슨 일로 이 밤중에 개선광장으로 나와 찬비를 맞으며 서있는가? 그 까닭을 전혀 짐작하실수 없었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도옆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그리로 가까이 다가가시였다.

《명섭동무, 왜 여기에 와있소?》

주명섭은 뜻밖에 그이를 뵙고 몹시 당황해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저…》

《그래두 밤중에 건설장으로 나왔을적에야 사연이 있겠지?》

《사실은 다름이 아니라…》

주명섭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나서 떠듬떠듬 자기의 마음속생각을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전 여태껏 개선문의 기본주제가 뭔지도 모르고 설계했습니다. 어제 만수대창작사 조각가들과 개선문의 주제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제가 단마디명창으로 <개선하신 장군님이시지 뭐겠소.>라고 말해주자 웃음통을 터뜨리지 않겠습니까. 그런 소린 누구나 할수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개선문장식조각들도 일반적으로 되고있다는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시였다.

《개선하신 장군님이라. 하긴 너무 직선적인감이 없잖소.》

그이께서는 어디까지나 설계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부드럽게 말씀하시며 어둠속에 누워있는 개선광장을 둘러보시였다. 광복된 그해 개선하신 수령님을 맞이한 40만군중의 끝없는 환호성으로 모란봉의 옛 성벽을 진감시키던 광경이 금시 눈앞에 떠오르는듯싶으시였다. 정녕 우리 수령님은 온민족이 우러르는 만고의 영웅이시다. 그리고 평양도 수령님의 력사적인 개선을 맞이하였기에 혁명의 수도로 승화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개선문의 주제를 개선하신 장군님이시라고 주장한데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우리 수령님은 일제 100만대군을 때려눕힌 천출명장이시고 조국광복을 안아오신민족의 태양이시니 말입니다. 저 프랑스에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에드왈드개선문이 있지만 사실 나뽈레옹은 패전장군이나 다름없습니다.》

주명섭을 마주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만 큰소리로 웃으시였다.

《이거 주명섭동무가 보통 흥분하지 않았구만. 그러지 말고 진정해서 내 말을 들어보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길숨한 얼굴에 시선을 주신채 나직하면서도 힘있는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주명섭동무, 일제의 식민지쇠사슬에 얽매여 신음하던 우리 인민이 어버이수령님께 운명을 의탁하고 광복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광복된 조국땅에서 <김일성장군 만세!>를 얼마나 목메여 부르고 또 불렀습니까. 우리가 세울 개선문은 단순히 력사유적을 남기는 건축물이 아니라 수령님에 대한 우리 인민의 뜨거운 경모의 마음을 대를 이어 영원히 칭송하게 될 대기념비입니다. 개선문의 주제는 영생불멸의 혁명송가 <김일성장군의 노래>로 되여야 합니다.》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큰 충격을 받고 굳어진듯 서있는 주명섭을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주명섭의 두눈에 갑자기 환희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는 가슴을 들먹이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부르짖듯이 말씀올렸다.

《알만합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우리의 개선문을 영생불멸의 혁명송가 <김일성장군의 노래>로 영원히 빛나게 하겠습니다. 이젠 됐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밤비만이 아무런 일도 없었던듯이 여전히 소리없이 내리고있었다.

《옳소. 바로 된것 같소. 우리 여기에 개선문을 높이 세우고 김일성민족의 긍지와 존엄을 세상에 떨칩시다. 내 생각엔 개선문에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기념비의 비문처럼 금문자로 크게 새겨넣는것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주명섭은 너무도 흥분하여 큰소리로 대답을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옷깃속으로 축축히 스며드는 비발을 전혀 감촉하지 못하고 서계시다가 여담삼아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참 동무가 나뽈레옹을 패전장군이라고 했지… 난 그 말을 들으면서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을 생각했소. 그 교향곡은 처음에 나뽈레옹을 프랑스인민이 낳은 명장으로 칭송하여 창작한 작품이였소. 나뽈레옹을 프랑스에 진정한 자유와 민주정치를 가져다 줄 희세의 영웅으로 봤던거요. 그는 교향곡을 완성하고 총보표지에 <보나 빠르트에게 바치노라>는 제명까지 써서 나뽈레옹에게 보내려고 했소. 그런데 나뽈레옹이 노뜨르담교외에서 즉위식을 올리고 프랑스의 황제로 되였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왔다고 하오. 나뽈레옹이 황제로 되다니… 인민을 짓밟는 그런 폭군에게 음악을 바치려고 했던 베토벤은 당장 곡의 제명을 지워버렸다고 하오. 그 교향곡이 오늘까지 세계적인 명곡으로 전해지고있는 <영웅>이요.》

그이의 의미심장한 말씀에 심취되여있던 주명섭은 저 혼자소리로 《나뽈레옹에게 바쳐지지 못한 교항곡…》 하고 중얼거리다가 놀란듯 눈을 크게 떴다.

그는 그제야 김정일동지의 어깨우에 떨어지는 비방울을 바라보며 몸둘바를 몰라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어서 빨리 차에 오르십시오.》

《그래, 오늘밤은 내가 집으로 데려다줄테니 동무도 가서 푹 쉬시오.》

《전 걸어서 가겠습니다. 저 강건너에 집이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명섭의 바래움을 받으며 천천히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오늘은 일이 괜찮게 되는 날이였다. 아마 이삼일후면 틀림없이 개선문장식도안이 완성되여 그이의 집무실 책상우에 놓이게 될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까 보슬비 내리는 밤거리에서 만난 처녀를 건설장으로 태워다주신 일도 어쩐지 모두 기쁘게만 생각되시였다.

밤은 깊어가고 어느새 맑게 개이기 시작하는 하늘에 싸락별들이 돋아나며 귀엽게 반짝이였다. 건설장을 벗어난 승용차가 어느덧 시내의 중심에 들어서자 뒤자리에 앉은 부관이 이젠 청사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고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부관동무, 수령님께선 우리가 창광거리건설을 발기한 보고를 받고 너무 기뻐서 축배까지 드시였댔소. 난 그날처럼 기뻐하시는 수령님을 처음 봤소. 이왕 떠난김에 좀 더 가봅시다. 난 이렇게 우리 인민이 살고있는 거리를 조용히 돌아볼 때가 제일 행복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를 천천히 몰아 멀리 사동구역 한끝까지 갔다가 돌아서며 창광산우의 푸르스름한 밤하늘을 바라보시였다. 이제 곧 창광거리도 수도의 풍치를 돋구며 한폭의 거대한 그림처럼 웅장화려하게 솟아날것이였다. 평양에서 제일 아름다운 고층주택들이 일떠설 거리… 우리 인민이 대대손손 살게 될 수도의 거리는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좋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없는 기쁨에 잠겨 그렇게 속으로 뇌이시며 현대의 첨단건물들이 으리으리하게 일떠선 자본주의나라의 도시들을 눈안에 그려보기도 하시였다.

번쩍이는 유리집, 하늘이 낮다하게 치솟은 초고층건물들과 빌딩, 밤이면 오색현란한 불빛들이 광란적으로 명멸하는 그 모든것들이 제아무리 요란스러워도 거기엔 평백성들이 쓰고사는 집이란 없다. 황금사회의 건축물들에 찍혀져있는 그러한 빈구석, 슬픈 허점을 찾아보시느라니 우리의 평양이야말로 이 세상의 으뜸가는 인민의 도시라고 당당히 자랑할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더 확고해지는것을 느끼시였다.

얼마후 그이께서는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돌아오시였다.

집무실의 벽시계는 벌써 밤 두시를 가리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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