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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행운아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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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9-24 18:07 조회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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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용감성은 타고나는가

8

그날부터 적의 추격이 악랄해졌다. 인민군정찰병들이 침투하여 너무도 어벌이 큰 타격을 가해오는데 질겁한 미군과 괴뢰군놈들은 그들을 일망타진해야 한다는 하나같은 야망으로 게거품을 물고 사병들을 수색작전에 내몰았다.

달려드는 수색대를 따돌리고 한숨 돌릴만 하면 다른 수색대가 접어들고 그놈들을 끌고 산속을 이리저리 돌아가다가 족쳐버리면 또 다른 놈들이 기다렸던듯이 나타났다.

정찰병들은 벌써 10여일째 놈들과 숨박곡질을 하면서 원주로부터 횡성과 평창, 제천일대를 메주밟듯 하다가 린제에 이르렀다.

소양강을 건너선 그들은 한계령에 들어갔다가 대승폭포로 들어가기 위해 행군했다. 깊은 골짜기인 그곳에 들어가면 놈들이 미처 추격해올 생각을 못할것이였다.

그들이 좌우를 살피다가 자동차길을 가로질러 산으로 오르려는데 갑자기 놈들의 자동차 한대가 달려왔다. 벌써 적들의 눈에 띄였으니 그냥 지나칠수도 없었다.

학문은 재빨리 운전석을 살펴보았다. 운전사는 흑인인데 옆에는 미군장교가 앉아있었다.

(치자!)

순식간에 결심을 세우고 버젓이 한손 들어 차를 세웠다. 괴뢰군헌병이 미군의 차를 세울 권한은 없었다.

아닐세라 미군장교는 단박에 《까뗌!》하고 노성을 지르고는 자벌레뛰듯 하면서 뛰여내렸다.

순간 박만호가 운전사를 쏘아넘겼다. 그놈은 끽소리도 못 내고 운전대우에 어푸러졌다.

포로된 미군장교는 중좌였다.

대승폭포에 이르러 휴식하면서 장교를 심문하기로 하고 깊숙이 들어갔다. 이 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예로부터 3대명폭으로 꼽히운다. 아득한 높이에서 쏟아져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한 맛을 준다는 장쾌한 폭포이지만 지금은 온통 얼음천지였다.

설악산령에서 사태쳐내린 물은 소양강에 흘러드는데 얼어붙은 폭포를 바라보는 대원들은 모두들 창황중에서도 탄성을 질렀다.

《여름이라면 멋진 구경을 하는건데 참 아쉽구만.》

《저 장교놈도 우리 덕분에 이런 유람을 하게 됐구만, 하하…》

대원들에게 휴식할것을 지시하고 한중일이를 부른 학문은 곧 심문을 시작했다. 한중일이 능란한 영어로 장교놈에게 물었다.

《윗츠요―아우트휠?》 (어느 부대인가?)

《윗츠요―즙?》 (직무는 무엇인가?)

《윗츠 더 미슌 옵 요―유니트?》 (당신의 임무는 무엇인가?)

심문결과 그놈은 련대지휘부 통신결속소의 통신장교이고 린제가까이에 있는 사단지휘부에 탄약과 통신기재를 인수하러 가던중이라는것을 알았다. 직무가 통신장교이다나니 부대들의 배치와 력량, 지휘부들의 위치와 기동상태에 대해서 많은 자료를 알고있었다.

불머리를 굽석거리며 묻는 말에 고분고분 대답하는 까닭에 더 많은 적정자료를 수집할수 있었다.

《좋소, 아주 좋아! 쉽지 않은 소득을 뜻밖에 얻어낸셈이군. 중일이, 수고했소. 무선수동무, 빨리 군단에 보고하시오.》

《알았습니다.》

너럭바위우에 무선기를 전개한 차용대는 새로운 적정을 군단에 보고하였다.

수십대의 비행기들에 이어 100대에 가까운 각 부대들의 자동차들이 송두리채 녹아나자 전선동부에 집중된 미10군단과 괴뢰 3, 5, 7, 9보병사단들은 그 어느 사단을 불문하고 작전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놈들은 그 후과를 만회하려고 심한 배비변동을 일으켰고 새로운 부대들을 추가배치하였다. 그 내용을 제때에 알아낸것은 군단의 차후작전에서 자못 큰 의의를 가질것이였다.

군단에서는 거둔 성과가 큰만큼 전선을 넘어와 휴식할것을 명령하였다. 정찰대의 안전한 귀대를 위해 증강된 2개 련대의 공격이 조직될것이라고 했다.

성과도 흐뭇하지만 학문의 마음을 보다 흡족하게 한것은 이번 적후싸움에서 모든 정찰병들이 제구실을 할줄 아는 싸움군들로 성장한것이였다. 그처럼 걱정스럽던 한중일이마저도 판판 달라졌다. 정찰병들이 《보쌈작전》이라고 통쾌하게 말하는 적자동차소멸전투도 그가 생각해낸것이 아닌가.

《이번에 중일동무가 큰일을 했소.》

심문을 마치고났을 때 학문은 한중일의 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고 진심의 소리를 꺼냈다. 이런 사람을 처음부터 마음에 차지 않아했던 자신이 미안스럽기도 했다. 했으나 한중일은 씁쓸하게 웃었다.

《저야 뭐 부부장동지랑 동무들이 잘 배워준 덕분인걸요. 저, 그런데 부부장동지, 한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뭔데? 우리 중일이가 하는 부탁이라면야… 어서 말하오.》

학문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여 그를 바라보았다. 배낭에서 수첩과 연필을 꺼내든 한중일은 무릎걸음으로 다가들었다.

《내 언제부터 해오는 생각인데 부부장동지에 대한 글을 좀 써볼가 해서 그럽니다.》

생각밖의 요구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글을?! 건 뭣하러?》

한중일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고 빙글서 웃었다.

《왜라니요? 이제 전쟁이 끝난 담에 우리 정찰병들의 위훈을 후대들이 다 알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찰병들이 세운 위훈을 온 세상이 다 알게 하는걸 나는 의무로 생각합니다.》

학문이도 허허 웃었다.

《그래서 동무의 배낭이 그렇게 컸구만. 어디 중일이가 지금껏 쓴 글을 좀 볼가?》

《아니, 됐습니다. 별로 쓴게 없는걸요. 하여간 후에라도 난 꼭 정찰병들에 대한 글을 쓸테니 부부장동지가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그건 그때 가서 보자구.》

학문은 그의 코를 꽉 쥐였다가 놓아주었다. 그래도 중일이는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어쩌다가 칭찬을 받은김에 목적을 이루자고 잡도리한것 같았다.

《부부장동지, 그러지 마시구 날 좀 도와달래두요. 1차진공때부터의 위훈담을 들려주시면 됩니다, 영웅의 무훈담!》

그때였다.

《부부장동지, 적입니다!》

경계보초소에서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뭐요?》

놈들은 벌써 총을 쏘아대며 달려들고있었다.

《안되겠소. 빨리 빠져나가야겠소.》

이상한 일이였다.

적들이 또 불의에 밀려들었다. 어떻게 알아내는지 무선기만 전개하면 이렇게 무리지어 덤벼들군 하는것이다.

(놈들이 어떻게 되여 우리의 행처를 알아차리고 이렇게 진드기처럼 달라붙는것일가?)

학문은 가리왕산부근으로 멀찍이 활동지역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대승폭포의 얼음기둥밑으로 빠져나가던 정찰병들은 놈들과 또 조우하여 추격을 받게 되였다. 얼어붙은 강물을 따라 내리뛰였는데 밑에서도 적들이 올라오고있었다. 완전포위에 든것이였다.

산기슭에 달려와 멎어선 화물차들에서 또 2개 중대가량의 적들이 뛰여내려 총질하며 달려올라왔다. 주변을 헤매던 적들까지 밀려온것이였다.

위급한 순간이였다. 시간을 끌수록 놈들의 력량이 점점 불어날것이다. 지금까지 적들의 추격을 한두번만 받아보지 않았으나 이놈들처럼 악착한 놈들은 처음이였다.

앞뒤에도 적, 량옆에도 적! 빠져나갈 틈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였다.

《부부장동지, 제가 놈들을 유인하겠으니 어서 전선을 넘으십시오.》

한중일이 웨쳤다. 영채로운 두눈이 새별처럼 빛났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리학문이 모를리 없었다.

《안돼!》

그는 단마디로 잘라버리고 돌아섰다. 그러나 다음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소스라쳐 놀라 되돌아섰다.

《용서하십시오, 부부장동지! 그리고 부대에 돌아가서는 저를 꼭 도와주셔야 합니다.》

벌써 반대편 산봉우리로 내달리며 한중일이가 웨친 소리였다.

《중일이! 돌아서라! 명령이야!》

대답대신 자동총련발사격소리와 함께 한중일의 고함소리만이 날아왔다.

《이놈들아, 인민군정찰병이 여기 있다. 덤빌테면 덤벼들어라!》

《중일이, 아! 중일아!》

학문은 목메여 불렀다. 벌써 건너편 산봉우리에 가붙은 한중일은 련발사격을 들이대며 적들을 자기에게로 끌려고 소리높이 웨치고 또 웨쳤다.

《비겁한 놈들아! 뭐가 무서워 서성대느냐, 인민군정찰병이 여기에 있다!》

우물쭈물거리던 적들은 모두 그쪽으로 와― 몰려갔다.

정찰병들은 한중일이 어떻게 최후를 마쳤는지 알수 없었다. 다만 산발넘어 적들을 끌고간 그의 뒤모습만을 보았을뿐이였다. 먼 후날 조국해방전쟁이 승리적으로 끝난 후에야 그의 최후를 목격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영웅적인 사실이 알려질수 있었다. 그는 악착하게 추격해온 적들의 포위에 들게 되자 심한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김일성장군 만세!》를 소리높이 부르며 수류탄을 터쳐 자폭했다고 한다.

그는 시신도 유언도 남긴것이 없었다.

글뒤주라고, 나약하다고 생각했던 한중일! 그는 어떻게 되여 길지 않은 적후투쟁의 나날에 목숨마저 서슴없이 바치는 영웅으로 성장했던가.

대승폭포의 얼음우에는 그가 남겨놓고간 배낭만이 놓여있었다.

적들의 포위를 성과적으로 뚫고나와 가리왕산의 깊은 수림속에 이르렀을 때 리학문은 그 배낭을 헤쳐보았다.

(중일이,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무겁게 지고다녔느냐. 대체 무엇을 쓰군 했느냐.)

배낭을 헤치고 그의 소지품들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면도칼과 세면도구, 목달개와 발싸개… 그외에 유지로 꽁꽁 싸고싼 잉크병이 있고 두툼한 붉은 수첩이 자그마한 지형도와 함께 들어있었다.

가녁이 다슬린 붉은 수첩을 집어들고 첫장을 번지였다.

첫페지에는 《빛나는 삶》이라는 글발이 새겨졌는데 다음장을 번지니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강철보다 더 강한 의지와 인내력을 발휘하여 희망을 쟁취하며 장군님의 충직한 전사로 빛나는 삶을 가꾸어가리라.》

또 다음장을 번졌다.

《나는 해방덕에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을 모르고 고스란히 자랐다. 백두산이야기를 전설처럼 듣던 중학시절부터 조선의 청년된 긍지를 알았다.

김일성장군님의 군대에 탄원한것을 무상의 자랑으로 여긴다. 더우기 가장 힘든 적후에서의 투쟁, 정찰행동은 나약했던 나를 강철로 단련시켜줄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동지들에게 짐이 될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맹세컨대 나는 장군님의 정찰병답게 싸울것이며 장군님의 참된 전사들이 어떻게 싸웠는가를 덜지도 보태지도 않고 체험그대로 글로 쓸것이다. 그것은 그대로 김일성장군님의 병사들인 우리 삶의 노래로 될것이고 먼먼 후손들에게 남기는 량심의 고백이 될것이다.》

(아, 한중일, 너는 이런 사람이였구나. 수박과 같은 너의 속내를 내 다 모르고 살았구나.)

학문은 수첩을 계속 번져갔다. 페지마다 날자와 지명, 간단한 전투내용이 기록되였는데 어떤 장은 쓰다가 중간에서 끊긴것도 있었다. 쓰다가 정황이 생겨 그만둔것 같았다.

학문의 눈앞에는 적후투쟁의 나날 남보다 큰 배낭을 지고 말없이 따라다니던 그의 모습이 자꾸만 얼른거렸다. 성실한 의무를 스스로 걸머진 돋보이는 모습이였다.

칼날같은 바람이 불어와 날씨는 몹시 추웠으나 학문의 달아오른 얼굴과 마음을 식혀주지 못했다.

(아, 용감성, 대담성은 타고나는것이 아니구나. 김일성장군님을 진정으로 따르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있는것, 조선인민군병사의 기질이 바로 그것이다!)

리학문은 팔소매로 어느새 눈굽에 맺힌 눈물을 뻑 씻어던지며 목메여 명령을 내렸다.

《전선을 넘읍시다. 동무들, 중일동무가 열어준 그 길로 앞으롯!》

모두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였다. 누구라 할것없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승리의 보고를 안고 전선을 넘는 그들이였지만 마음속에는 무거운 비감이 서려있었다. 임무를 성과적으로 수행했으나 전우를 잃은 슬픔은 그들모두의 가슴속에 천백배의 복수심을 불러일으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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