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연말이 이제 한 달 여가 좀 넘게 남았다.
지난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여정은 미국의 실천적 행동이 뒤따르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
북은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에 김정은 위원장은 4월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올해 연말까지 가져올 것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서도 미국은 북에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12월로 예정되었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발표해 북에 대화 제의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미국의 모습에 북은 꿈쩍하지 않고 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만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20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북을 잘 알 수도 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국방부 부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연말 시한’에 대해서 이는 미국이 설정한 것이 아니라 북이 설정한 것으로 미국은 북과의 협상에 ‘시한’이 없다며 “미국은 비핵화 문제에 25년 동안 매달려 있었으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지명자의 이런 말은 북이 말한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미국식 속도로 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비건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최근 파악한 바에 의하면 미 국무부는 북미 협상이 안 되는 이유로 북이 내부 사정에 의해 판단을 못 내린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북의 내부 사정이 미국과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북의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라는 견해와 ‘핵무기 폐기는 있을 수 없다’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어 결정을 못 내린다고 미 국무부는 분석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하면 미국은 당연히 북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넘겨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이런 인식은 북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무지에서 생기는 것이다.
북은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심단결’을 이룩하고 있는 나라이며, 핵무기보다 일심단결의 무기가 더 위력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나라이다. 일심단결의 정점에는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결심하면 하나같이 움직이는 사회이다.
북이라는 사회의 특성을 모르고 마치 미국식 정치판과 같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하면 안 된다.
비건이 미국과 같은 정치판을 생각하며 연말 시한은 상관없다는 듯한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착각에 빠져도 단단히 빠져 있다.
최근 북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명길 순회대사, 권정근 순회대사 모두가 미국의 생색내기식 시간 끌기 회담에는 관심이 없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북은 미국에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잠시 멈췄던 북미 대결의 시계 초침이 다시 움직이는 날이 머지 않았다. 미국은 정세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
미 국무부가 밝힌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진전을 위해 고심 중이라는 것이 말이 아니라 현실로 증명될 때만이 미국에 닥칠 끔찍한 미래는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북이 빈말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연말이라는 시한은 미국이 제시하지 않았어도,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북의 시간표에는 들어 있으며, 그 결과를 어떻게 맞을지를 미국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민들이 즐기는 추수감사절에 뜻깊은 선물을 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