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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국의 30년 전쟁중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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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11-01-16 23:34 조회2,5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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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크리스마스,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당시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쾌재를 불렀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당했던 것처럼 소련군을 아프간이라는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레이건행정부에서 무자헤딘 등 중동지역의 반소 이슬람전사들에게 스팅어 미사일 등 수십억 달러 어치의 첨단 무기와 군자금을 공급하면서 소련군을 괴롭히도록 지원했다. 소련군은 결국 아프간에서 10년을 허우적거리다 1989년 말에야 철수했고 이듬해 소련은 붕괴하고 말았다.

소련 붕괴 후 10여년이 지난 2001년, 미국은 9.11사태를 빌미로 아프간을 점령했고 2003년에는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 점령했으며 이후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 최대의 석유 산지인 중동지역은 물론 나아가 전세계까지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아프간 침공 만 10년이 돼가는 지금까지도 아프간과 이라크의 상황은 미국의 뜻대로 평정되지 않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힘을 키운 반소 이슬람 전사들을 비롯한 현지 주민들이 미국을 상대로 한 반미 항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아프간 철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시한으로 정한 2014년은 점점 다가오고 있으며 미군은 전차부대까지 투입하는 이른바 "군사력 증강(surge)" 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간에 최대한의 전력을 집중해 아프간 상황을 평정한 후에 미 지상군을 철수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 나아가 파키스탄 영토에서의 지상군 전투까지도 감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미국의 계획은 성공할 것인가.

미국의 진보적 언론인 톰 엥겔하트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군사력 증강"(urge to surge)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겉으로 보기에 미군은 승리만을 거듭하고 있지만 과거 1980년대 소련군이 그랬듯, 장기적으로 봐서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전쟁은 마약이다"(War is a drug)라는 제하의 이 칼럼에서 그는 과거 소련의 비밀 문서 등을 근거로 들며 소련군은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고 아프간 전역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프간 민중을 적으로 돌렸고 결국 게릴라들에게 이 나라를 내어준 채 퇴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상기시켰다. 지금 미군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엥겔하트는 특히 미국이 1980년대 이후 아프간전쟁에서 소련의 붕괴를 유도하면서 일종의 전쟁중독 상태(high)에 빠져 있으며 이 때문에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군사력 증강" 전략은 결국 스스로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군사력 증강 계획으로 아프간전쟁이 파키스탄으로까지 확대된다면, "즉 (군사력 증강에 의해) 파키스탄의 정세가, 이에 따라 미국 자체의 정세가 불안정해진다면 지정학적으로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끔찍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엥겔하트는 "30년 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력 증강"을 추진함으로써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의 붕괴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금의 "군사력 증강"은 냉전 시기의 또다른 초강대국(미국)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30년 전쟁 중독"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전쟁은 마약이다(War Is A Drug)

2010년 말 즈음 아프간 주둔 미군은 "군사력 증강(urge to surge)"을 선언했다. 워싱턴의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 아프간 주둔 미군 고위관계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위키리크스 활동가들이라도 된 양,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의 비밀스런 계획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기자에게 정보를 흘렸다. 이 작전은 파키스탄 국경 지대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신문을 보면, 베트남전에서 그랬듯 아프간전에서도 점점 패배의 그늘이 짙어가고 있다.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의 의미는 거의 퇴색했다. 미국의 적들은 이 국경지대에서 회복하고 있고 다시 무장하고 있으며 휴식할 "성소"도 갖고 있다. 심지어 이 전쟁이 어떤 적들에 대한 전쟁인지도 이제 명확하지 않으며 미국인들은 전쟁이 수월하게 척척 풀려 나가고 있지 않다는 데 좌절을 느끼고 있다.

베트남전을 경험한 세대라면 "전쟁을 한 단계만 더 확대시키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번에도 정부관리나 현지 미군 지휘관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미 당국의 누구도 베트남전이나 이라크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상황이 "전환점"에 이르렀다거나 "분수령"에 도달했다고 말하고 있진 않지만, 이런 사실은 어디에서나 관측되며 미군들은 희망과 절망을 함께 맛보고 있다.

예를 들어 는 "미군 지휘관들은 심지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미군 특수작전팀을 투입하기를 원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국경 지대에서 반군들을 사로잡아 아프간으로 데려와 심문함으로써 정보를 획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런 주장은 언제나 상황이 더 나빠질 때 제기되는 것이다.

이 기사만 봐도 전쟁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 알 수 있다. 침략과 군사작전은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다. 마치 약물 중독자가 금단 현상을 겪는 것과 같다. 정부는 멀쩡한 얼굴로 계획이니, "진전"이니(최근 한 백악관 성명에서는 이 단어가 9번이나 사용됐다), 철수 시점이니 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런 말들은 일견 합리적이거나 실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전쟁이라는 마약에 손을 대면 정상적인 사고는 마비되며 현실을 환상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이런 사실들은 무시된다. 지금의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지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과거 베트남전에서도 일어났다는 사실 말이다. 과거와 유사한 상태의 국경 지대에서 유사한 정보를 얻기 위해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유사한 "성소"들을 쓸어버린 것은 미국인들이나 현지인들 모두에게 재앙이 됐다. 이는 단지 캄보디아로 전장을 넓혔을 뿐이며 대량학살 사태를 불러왔을 뿐이다(당시 미국은 베트남에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 피신하는 베트콩을 소탕한다며 캄보디아 등에 대규모 공습 등을 감행했으나.
당초 목적은 이루지 못한 반면 무고한 희생자만 대거 발생시켰다: 역자).

또 이런 사실도 무시된다. 미국 특공대가 누구를 사로잡건, 가장 강력한 군사 제국의 침입과 맞서고 있는 이들 민족주의자(또는 부족주의자)들의 저항 의지까지 사로잡을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미군의 "전력 투입 확대" 전략은 전쟁이라는 마약의 효과를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가 "대중동"(the Greater Middle East)이라고 부른 이 지역에서 미국은 같은 짓을 세 번이나 되풀이하고 있다.

첫 번째는 1980년대 소련에 대항한 성전(지하드)을 지원한 레이건 행정부의 시도였고, 두 번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치러진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거대한 착각, 또는 제국주의적 과대망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으며 오직 "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한 것이었다. 세 번째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전쟁은 2006년 이라크에서 시작됐으며 2011년 아프가니스탄으로 번져가고 잇다.

우리는 지금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미 군사력 증강의 종막을 목격하고 있다. 미 당국의 "군사력 증강(urge to surge)" 선언이 사실은 (이 지역의) "불안정화(urge to destabilize)" 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군사력 증강에 의해) 파키스탄의 정세가, 이에 따라 미국 자체의 정세가 불안정해진다면 지정학적으로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끔찍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사태는 없을 것이다.

30년 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력 증강"을 추진함으로써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의 붕괴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금의 "군사력 증강"은 냉전 시기의 또다른 초강대국(미국)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미국의) "군사력 증강주의자"들이 "전례없는 전략적 기회"라고 불렀던 것은 이제 "전례없는 전략적 절망"이 돼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몇 십 년에 걸쳐 투여된 "마약"의 효과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이라는 마약은 30년에 걸쳐 미국을 중독시켰다. 지금 시점에서 1980년대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이런 의미가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라는 마약

2011년 현재, 1980년대 아프간에서 소련이 경험한 패배를 다룬 비밀문서를 읽는 것만큼 으스스한 일이 있을까?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 지 약 6년 후인 1985년 10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총서기는 정치국 회의에서 동료들에게 한 소련 시민의 적대감 가득한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는 "정치국은 큰 실수를 했으며 최대한 빨리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매일매일 소중한 생명이 죽어나가고 있다"는(따라서 아프간에서 한시바삐 소련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역자) 내용이었다.

또한 1986년 11월 고르바초프는 정치국원들에게 아프간 전쟁이 향후 1년, 최대한 2년 내에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고 아프간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강력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제국의 자존심과 동맹국들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1989년까지 아프간을 떠날 수 없었다. 미국은 아프간 침공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프간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그러니 과연 언제 미국은 아프간에서 손을 뗄 것인가!: 역자).

당시 세르게이 아흐로미프 소련군 사령관은 정치국에 이렇게 보고했다. "소련군은 아프간 전역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태반은 저항군 손 안에 있다." 지금 정직한 미군 사령관이 있다면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를 올릴 것이다. 소련군의 마지막 사령관이었던 보리스 그로모프 중장은 "이 나라에서의 마지막 날까지 어떤 소련군 요새나 기지도 정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호언장담에 그쳤다.

안드레이 그로미코 소련 최고 간부회의(Presidium of the Supreme Soviet)의장은 1986년 "미국은 아프간 상황을 해결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반면 전쟁을 질질 끄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오늘날에는 알카에다가 바로 미국과 같은 입장이다.

여전히 전쟁이 "질질 끌려가고" 있던 1988년 소련공산당은 당원들에게 아프간에서의 대실패의 원인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지금 미국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민족적, 역사적 요인을 간과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무장한 외국 세력은 이 나라에서 언제나 무기를 손에 쥔 민중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적군이 수억, 수십억 달러의 돈을 들여 무기와 탄약을 보급받는다면 소련군도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아프간전은 연간 5억 루블의 돈이 든다."

소련군 사령부가 유엔 수뇌부에 보낸 편지는 측은하기까지 하다. 1989년 2월 14일 작성된 이 편지는 "미국의 베트남전과 소련의 아프간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부조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날은 마지막까지 아프간에 남았던 10만 명의 소련군이 철수한 날이었다. 역사의 우연인지 지금 미군도 딱 10만 명 규모다.

아프간전으로 인해 소련은 지나치게 많은 피를 흘렸고, 사회기반시설은 낡았으며,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 소련공산당은 아프간전으로 인해 권위를 잃었고 체첸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소련 영토 내 이슬람권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소련도 곧 무너졌다.

당시 CIA의 윌리엄 웹스터 국장과 아프간 팀이 얼마나 기뻤을지는 상상이 간다. 아프간전은 베트남전 이래 최대 규모의 준군사작전(paramilitary)이었다. 레이건 행정부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돈을 뿌려댔고 수십억 달러를 동원해 이념 공세를 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의 독재자들을 동맹으로 삼은 미국은 소련에 반대하는 "지하드주의자"들을 "자유의 전사"라고 부르며 돈과 무기를 댔다.

미국은 베트남전의 패배를 설욕했다며 기뻐 날뛰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냉전의 수단으로 전쟁을 이용해 두 강대국 중 상대적으로 가난했던 소련에게 출혈을 강요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위대한 자본주의의 역동성은 우리에게 공산주의와의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부여했다. 그것은 돈이다. 소련은 결코 군비 경쟁에서 우리를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그들보다 많은 돈을 쓸 수 있다."

이 "군사력 증강"전략은 1990년까지는 상상 이상으로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다만 백만 명이 넘는 아프간 사람들이 죽었다거나, 이 나라 인구의 3분의 1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거나, 미국의 돈으로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전력이 강화되고 전투로 단련됐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군사력 증강"이 지금은 (소련이 아니라) 미국의 출혈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군이 떠나간 후 세워진 새로운 나라에서 미국이 "우리 편"이라고 굳게 믿었던 "자유의 전사"들과 이 나라 민중들이 미국을 적으로 삼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군사력에 집착하는 망상(Fever Dreams)

소련 붕괴 후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게 되자 "혼자 초강대국으로 남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냉전 후 미군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됐다. 미군의 새로운 목표는 몇 년 후 9.11 테러가 터지면서 제시됐다. 냉전 비용을 사회기반시설 등 국내 문제 해결에 돌리자는 이른바 "평화 배당금"과 같은 주장은 무시됐다.

새로이 선택된 방안은 그 과정과 상황이 독특하긴 했지만 결론은 뻔한 것이었다. 그것은 소련을 붕괴로 몰고 간 바로 그 길, 즉 소중한 국가 자원을 다른 무엇보다도 군사력에 가장 먼저 투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군사력 증강"을 주장하는 이들은 아프간 반군이 소련의 붉은 군대에게 어떤 타격을 입혔는지 전혀 관심이 없으며 자만에 빠져 소련과 미국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전에 "군비 경쟁"이란, 다른 모든 경쟁과 마찬가지로, 최소한 둘 이상의 참여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미국에 의해 전혀 새로운 "경쟁"의 양식이 제기됐다. 혼자 뛰는 것이다. 미국은 스스로를 전지구적인 군사적 지배자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

방위 산업은 최근 몇 년간 미국 경제의 근본이 됐다. 군대는 영향력이 확장됐을 뿐 아니라 민영화되기까지 했다. 전 세계의 미군 기지에서부터 항공모함 전단까지 미국 군사력의 "전지구적 존재감"은 강화돼 왔지만, 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

19명의 지하드주의자들이 저지른 9.11 테러 덕분에 군사력 증강에 대한 요구는 정당성을 얻었다. 하지만 한 신문이 썼듯이 "21세기의 진주만 공격"이 일어난 이런 순간을 미리 대비하고 있던 일단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살펴보려면 1997년 6월 3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날 워싱턴의 학자들, 정치인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는 세기말적인 "원칙에 대한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선언에서 "미국의 군사력은 강력하고 현재와 미래의 도전에 모두 맞설 수 있어야 하고, 외교정책은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미국의 원칙을 해외에서도 관철하야 하며, 국가 지도자는 미국의 국제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당시 클린턴 행정부, 또는 미래의 어떤 다른 정권에 "국방비를 확실히 늘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21세기에도 군사력을 늘려야 한다는 이 선언의 최초 서명자는 23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이었는데, 사실 이들은 단지 "싱크탱크"라고 불릴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들 중에는 나중에 부통령에 당선된 딕 체니와 그의 오른팔 루이스 "스쿠터" 리비, 국방장관이 된 도널드 럼스펠드 등이 포함됐다. 그 외에도 폴 월포위츠 국방차관, 부시 대통령 인수팀의 국방담당 책임자였으며 미국의 아프간 침공 후 최초의 아프간 대사를 비롯해 이라크 대사 유엔 대사 등을 역임한 잘메이 칼리자드, 국가안보회의 대통령 특별자문역 엘리엇 에이브람스, 파울라 도브리안스키 국무부 차관,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존 볼튼 유엔 대사 등이 있다(이들 인사들은 이후 부시행정부의 요직을 맡으며 아프간ㆍ이라크전쟁을 주도했음: 역자).

이들은 생각의 편협함으로 보나 그들이 생각을 담고 있는 책 <미국 방위의 재건>을 보나 1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러모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이들은 당시의 국제 정세에서 미국이 "전례없는 전략적 기회"를 맞았다고 주장했는데 작가 제임스 펙은 그의 저서 <이상주의의 환상>에서 그들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레이건 행정부 시기에 미국은 세계의 절반을 지배했는데(organized). 부시 시대에는 세계 전부를 지배하고 싶어했다."

<미국 방위의 재건>은 오늘날 기분나쁘고 형편없는 문장의 교범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예를 들면 "게다가, (군사력) 이동의 과정은, 만약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다면 길어질 것이며, 이로써 진주만 공격과 같은 파멸적이고 촉진적인 요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부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이유로도 주목받을 만하다. 책은 미래의 전쟁 양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공중전에서의 무인정찰기의 역할과 사이버전쟁의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이 책은 미국이 "도전받지 않는 절대적 군사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3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복음주의 연합"에서의 유명한 연설에서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칭했다. 그가 보기에 소련은 모든 어둠의 제국과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악당들이 갈망하는 것을 바로 그것, 즉 "세계 정복"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소련이 영광스런 "세계 (사회주의) 혁명"의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것으로 보았다. 지금 미국은 "미국의 안보와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PNAC 멤버들이 요구하는 것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악의 제국들이 추구했던 세계 정복을 완성하고 전지구적인 지배력을 틀어쥐려는 것 말이다.

군사력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이 수십억 달러의 돈을 (그들은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는 늘 거부하지만) 전쟁 준비와, 또 만약 필요하다면 전쟁 그 자체에 쏟아붓길 원했다. 이로써 "팍스 아메리카나"가 오대양 육대주에 걸쳐, 지상의 전진기지에서 우주 및 사이버 공간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강화될 것이라며, 미군의 방위 반경을 지구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 "미국의 군사적 절대 우위"를 강화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은 그런 방식을 통해서만 "미 본토"를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미국의 군사력이 난쟁이들 틈에 선 거인처럼 독보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으며, 군사적인 준비 상황이 "열악하다"거나 심지어는 "후퇴하고"(헉!) 있다고 열성적으로 주장했다. 그들은 좀더 국제적으로 생각하지 못했고(마약중독자처럼 시야가 좁아진 탓이다), 장기적으로 생각하지도 못했으며(그들 전공은 21세기라서), 군사 면에 있어서는 시대에 뒤떨어지기까지 했다.

더 중요한 이슈들에 있어서도 그들은 멍청하고 혼란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군사력의 사용에 대해서는 근본주의적인 모습을, 미국의 군사력 그 자체에 대해서는 우상숭배자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미군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그들은 매우 잘못된 계산을 했고 군사력에 타격을 입히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들 중 아무도 세계 최강인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의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발목이 잡힐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이 정권을 잡고 "선군정치"를 펴나간 것은 미국의 진정한 비극이다. 9.11 테러 다음날부터 PNAC 멤버들은 국방과 외교안보 정책에서 주도권을 쥐고 전쟁을 부추겼으며 미국의 국부를 군사력에 탕진했다.

"군사력 증강" 전략의 아이디어는 9.11 테러 당시 럼스펠드 전 장관이 했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납치된 비행기가 국방부로 돌진한 지 5시간 만에 참모들에게 이라크 공격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그는 테러를 저지른 것은 이라크가 아닌 알카에다라는 것을 이미 확실히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는 "대규모 공격을 준비해, 관계됐든 아니든 다 쓸어버려"(Go massive, Sweep it all up. Things related and not.)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쓸어 버렸다. 그러나 이후 그들은 자신들의 꿈과 지정학적 전략까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쓸려 나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같은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 절망적인 것은 그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련의 뒤를 따르고 있는 미국

최근 몇 년사이 우리는 이미 소련이 앞서 간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어쩌면 그보다도 더 절망적으로 군사력 증강 정책만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군은 소련군이 그랬듯 모든 전투마다 승리하고 있고 이 나라 전역을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승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미국은 아직 소련보다는 훨씬 부유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부분에서 소련을 닮아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본토에서 보안 검색이 강화된 것은 전체주의적이었던 소련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미국 경제로 눈을 돌리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사회기반시설은 낡아빠졌지만 여기에 쓸 돈은 없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재정 부족 때문에 교사, 경찰, 소방관들을 해고하고 있다. 미국은 대체에너지 개발 등 석유 수입 외에 마땅한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도 않은데 국제 유가는 불길하게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또 국민들이 낸 세금은 해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퍼부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집계된 바에 의하면 2011년 한 해 동안에만 아프간 군대를 훈련시키고 물자를 지원하는 데 116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하는 외에도 미국은 2015년(그리고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미래)까지 매년 62억 달러씩을 더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 액수는 미국이 매년 아프간전쟁에 쏟아부어야 할 1200억-1600억 달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금액이다.

2011년 미군은 아마 어떻게 파키스탄으로 지상전 전장을 확장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미 공중전은 얘기가 끝났다. 역사적 감각과 상식으로 볼 때 이런 방식으로는 더 큰 재앙만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며, 현명한 지도자라면 이런 계획은 생각지도 말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마약에 절은 듯 살아온 것을 볼 때, 미국의 "군사력 증강"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 국방부와 미군은 이르든 늦든 마약 중독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며, 그때까지 중독으로 인한 광기와 착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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