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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의 왕관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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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11-01-15 23:56 조회2,5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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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네스코 협약 가입과 ‘오구라 목록’ 발견으로 가능성 높아져

지난 1월4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제례가 있었다. 이씨대동종약원에서 주관하는 제사로, 조선왕조 시절이라면 국가의 시무식에 해당한다. 이 자리에는 고종의 황사손 이원씨가 참석했다. 그는 지난 왕조의 제사를 주관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왕릉과 사당에서 제를 올리는 것이다. 이날 종묘제례에서 이씨는 고종이 입던 제례복을 입었다. 이씨는 고종의 옷으로 추정되는 옷, 신발, 관, 갑옷과 투구 등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에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재이기 이전에, 그 자체로 아픈 역사다. 할아버지의 옷이다. 돌려받아야 한다.

우리 국토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100년 전과 비견되는 지금, 일본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와의 군사협정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고종 유품 반환 문제가 정치적으로 읽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씨는 “뒤에서 돕는다”는 원칙만 밝혔다. 개인이 부각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고종의 물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문화재 반환운동 단체 관계자를 처음 만나 명성황후 시해 당시 반출된 것으로 보이는 상이 있다는 사실도 들었다. 그즈음에는 명성황후의 제사가 있었다. 살을 에는 듯 아프고 분했다.

한-일 협정 뒤 추가 반환 거부하는 일본

“나라가 망했어도 찾아왔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찾아와야죠.”

우선은 문화재 반환운동을 하는 ‘문화재제자리찾기’,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과 함께 도쿄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후손으로서 소유권을 주장해 돌려받는 것이다. 왕실의 물건은 외부로 반출될 수 없는 것이어서, 어떤 경로를 거쳤든 일단 반출됐다는 것 자체로 불법적인 일이 된다. 법에 호소해 돌려받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혜문 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은 “왕실의 물건은 장물인 사정을 모르고 샀다고 해서 소유권이 인정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당시 조선의 법률에도 왕실의 물건은 이미 국유재산이니 사고파는 것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문화재 수집가인 오구라도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불법 취득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왕실의 물건은 장물인 사정을 모르고 샀다고 해서
소유권이 인정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시 조선의 법률에도 왕실의 물건은 이미 국유재산이니
사고파는 것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문화재 수집가인 오구라도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불법 취득이 분명하다.” -혜문 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오구라 컬렉션 반환 문제는 1965년 한-일 협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일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이 체결됐다. 이에 따라 돌아온 문화재가 1432점. 하지만 오구라 컬렉션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쪽은 “일본은 약탈한 것이 아니다. 문화재를 반환해야 하는 법적 근거를 인정하지 않지만, 한국의 독립에 대한 하나의 전별로 일본 쪽의 호의로 약간의 문화재를 증여한다는 의사 결정이 내려진 것”(1966년 일본 외무성 아시아국장의 국회 발언)이라는 입장이었다. ‘반환’이 아닌 ‘인도’라는 것이다. 또 “사유 문화재는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한-일 문화재 반환 문제는 1965년 협정으로 종결됐다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우리 쪽의 추가적인 문화재 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유네스코 협약 “점령지 문화재 반출은 불법”

일본이 문화재 반환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고종의 유품은 어떤 경로로 돌아올 수 있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우선 1982년 오구라 컬렉션 일체는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되면서 국가 소유가 됐다. 일본의 ‘사유 문화재 간섭 불가’ 논리는 이제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또한 일본은 1970년 제정된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이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유네스코 협약’(이하 1970년 유네스코 협약)에 가입하지 않다가 2003년 뒤늦게 가입했다. 당시는 이라크 전쟁 와중에 바그다드 박물관이 약탈당하는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산이 대량으로 파괴되거나 불법 유출되던 때였다. 국제사회가 국제문화유산 보호에 일치된 태도를 보이자 일본도 어쩔 수 없이 이에 따른 것이다. 이는 일본도 불법 문화재 반·출입에 대해 국제법상의 규제와 의무를 따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 유네스코 협약 11조는 “외국 군대에 의한 일국의 점령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의 반출과 소유권의 이전은 불법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곽동해 동국대 교수(불교예술문화학)는 “협약 준비 초안의 보고서를 보면 외관상 합법적인 거래의 형식을 취했을 경우에도 불법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유네스코 협약에 근거할 때 오구라 컬렉션은 불법적으로 반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네스코 협약은 일본을 포함한 96개국이 가입했으며, 문화재 불법 유출과 유통을 막고 반환을 촉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국제적 규약이 되고 있다.

궁중 문화재의 경우 한-일 사이에 정치적으로 해결 실마리를 찾은 경우도 있다. 1990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해 1991년 4월에 체결한 ‘영친왕비에서 유래한 복식 등의 양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영친왕과 왕비가 혼례식 때 입은 예복 등 의류와 장신구가 반환된 사례다. 이 유물은 일본에 거주하던 영친왕비가 1956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해 보관돼오다 마침 궁중유물전시관 건립을 위해 궁중유물을 찾던 우리 쪽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반환을 제의하자 일본 정부가 응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영친왕의 조부인 고종의 복식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곽동해 교수는 “국제법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이를 해결할 의지가 어느 정도냐가 문제”라며 “<오구라 컬렉션 목록>의 발견으로 반환 가능성은 더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의 반환 요구도 한 방법

다른 방법도 있다. 북한이 나서는 것이다.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문화재 반환이 끝났다는 일본의 논리는 북한 쪽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일본은 2002년 평양 선언을 통해 북한과 문화재 반환 문제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따라서 북한이 반환 협상에 나선다면 충분히 반환받을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에서도 북한과 문화재 반환 협력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제자리찾기 등이 2008년과 2009년 평양을 방문해 남북이 오구라 컬렉션 반환에 협조하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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