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갈등 분석: 미-중 전문가들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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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10-02-07 21:21 조회3,95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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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소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대표적인 진보적 성향의 외교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외교정책포커스를 이끌고 있으며, 미 외교전략과 중국 등 동아시아 외교문제, 한반도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2001년 여름에는 한국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강의한 적도 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6일(현지시각)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촉발시킨 대만 무기판매에 대해 “미 군수업체들의 워싱턴 로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두 나라가 전 지구적 문제에 공통으로 직면해 있기에 갈등 관계가 계속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뭔가?
“오바마 행정부는 대만이 군사력을 증강할 때, 본토 중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만 정부도 마찬가지다. 오바마는 지난해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를 고려해 (대만 무기판매 발표를) 미뤄왔을 뿐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을 의식해 달라이 라마와도 만나지 않는 등 매우 조심스레 행동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때와는 매우 다르다.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왜 이렇게 터프해졌나? 최근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것처럼 혹 ‘중국 길들이기’ 차원인가?
“(이전의 경험에 비춰) 중국에 대한 약간의 강경책이 중국의 양보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한편으론 미 내부 보수파의 공세를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대만 무기판매는 미 군수업체에는 큰 비즈니스이고, 그들은 워싱턴 로비업계의 큰손이다. 미 국방예산은 조지 부시 행정부에 비해 적다. 그래서 군수업체는 수출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대만 무기판매를 결정한 핵심 원인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보복할 것으로 보나?
“중국은 대만 무기판매 회사들에 대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위협이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결과는 심각해질 수 있다.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고, 중국의 군사력은 (이번)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로 도전받지 않는다. 중국이 군사교류를 늦추는 이상의 대응에 나서진 않을 것이다.”
-오바마가 사실상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했다. 이슈가 환율로 옮겨가나?
“위안화 평가절상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최고의 우선순위에 있다. 미국은 수출 확대를 원하고, 그 첫번째 전략이 위안화 절상이다. 중국은 외부 압력과 자국 이익의 절충 선에서 결정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생산뿐 아니라, 내수 확대도 지속될 때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어느 정도) 절상을 택할 것으로 본다.”
-현재 악화된 미-중 관계의 향후 전망은?
“부시 행정부도 취임 첫해에는 대중 관계가 원만치 않았다. 세계경제가 호전되면 다시 좋아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비핵화와 6자회담 복귀’라는 큰 틀에선 같은 입장이었다. 미-중 관계 악화가 북핵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주나?
“관계 악화와 상관없이 북핵 문제는 공조를 계속할 것이다. 핵이슈와 다른 이슈 사이에는 방화벽이 있다.”
-미래에 미국과 중국 사이 신냉전 가능성이 있나?
“두 나라가 상당한 양의 국방비를 쓰고, 각각의 군사전략을 추진중이기에 어떤 의미에선 이미 신냉전 상태다. 그러나 냉전으로 갈 수 없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두 나라 경제는 긴밀하게 얽혀 있다. 또 지구 온난화, 에너지 위기 등 전 지구적 도전에 대한 해결을 위해선 두 나라가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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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찬룽(48)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의 미-중 관계와 미국 정치, 중국 외교정책에 대한 대표적 전문가다. 푸단대와 중국사회과학원, 베이징대학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인민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과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 개혁개방논단 상임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전에는 말로만 항의
처음으로 행동 나서…
상반기 긴장 계속
하반기 호전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중-미 관계 전문가인 진찬룽 중국 인민(런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 5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중국이 미국에 말로만 항의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중국은 대만 무기판매와 관련된 미국 기업에 실제로 제재를 할 것이며, 미국의 반응을 본 뒤 국제문제에 대한 협력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중-미 협력 분위기가 악화돼 두 나라 모두 북핵문제를 긴박하게 다루지 않고 미뤄둘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새로운 힘의 균형 속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이 정면충돌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중 관계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까지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던 미국이 올들어 왜 갑자기 중국에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고 보는가?
“미국은 중미관계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미중관계가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여러번 강조하며 중국을 높이 평가했는데도 중국이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실망하고 있다. 또, 중국이 과거에 비해 오만해졌다고 여기고 있으며, 중국의 힘이 너무 커지고 있다고 느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77그룹(UN내 개발도상국 연합체)을 규합해 국제무대에서 힘을 발휘한 데 두려움을 느꼈다. 여기에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도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강력한 외교정책을 통해 국내 지지를 이끌어내려 한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쓰나미 속에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감춰졌던 양국간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와 달라이 라마 문제 등 미-중 간 해묵은 이슈가 다시 폭발했다. 중국의 대응은 왜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한가?
“중국의 힘이 커졌고 과거보다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200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9200억달러이고 미국은 전년도에 비해 2.4% 감소한 13조9000억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3배 차이도 나지 않는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은 약 1조달러, 미국은 약 10조달러로 10배 차이가 났다. 겨우 8년 만에 격차가 이만큼 줄었다. 중국의 이익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핵심이익, 중요이익, 주변이익(일반이익)에 대한 개념이 분명해졌고, 핵심이익인 대만과 티베트 문제를 침범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생겼다. 외부세계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중국 국내 정치적 변화도 크다. 3억8400만명의 네티즌과 2억명이 넘는 중산층 주식투자자 등 여론의 압력이 훨씬 커졌다. 또 중국은 일당국가지만 훨씬 다원화됐으며 당원들의 생각이 다양하다. 이런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면, 앞으로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훼손할 때마다 중국은 실질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다.”
-이번 미-중 갈등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중국은 양국 관계에서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고 하나?
“중국은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이전에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나면 중국은 말로만 항의하고 몇달 동안 군사교류를 중단한 뒤 곧 원상태로 회복됐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실제적인 행동에 나섰다. 목표가 분명한 제재(targeted sanction)를 통해 대만 무기판매에 관련된 미국 기업을 실제로 제재할 것이다. 아울러 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은 ‘국제적 문제에 대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는데, 제재보다 이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중국은 먼저 미국 기업에 제재를 한 뒤 미국의 반응을 보고 다음 행동(협력을 줄이는 것)에 나설 것이다.”
-미중간 국제적 이슈에 대한 협력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전면적 협력 중단은 없을 것이다. 현재 중미는 국제적으로 많은 공통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중미관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중국이 한두가지 이슈를 골라 미국과의 협력을 줄이겠지만 협력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북핵문제와 6자회담에 대한 미-중 협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일치된 입장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바라지 않으며 핵 보유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 점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중-미 협력 분위기가 악화돼 두 나라 모두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 방치할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국에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는데 모두 상관하지 않는다면 도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수준을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매우 원시적인 장치로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북한 핵무기 수준이 긴박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긴박하게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도 조급해할 필요 없이 밀어두고 기다릴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부시행정부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에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미중관계가 악화된다면 미국이 중국을 따돌리고 북한과 직접 거래를 할 가능성도 있는가?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낮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또, 평화협정 협상은 반드시 미국, 중국, 한국, 북한 4개국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밖에 미국도 북한이 전략적으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의지해 ‘극동의 이스라엘’이 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그럴만한 큰 역량이 없다. 미국은 북한과 그런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국내 정치도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 김정일에 대한 반감은 사담 후세인에 대한 반감보다 크다. 미국이 중국이나 한국을 따돌리고 북한과 수교하는 것은 공화당은 물론 의회에서 통과될 수가 없다.”
-올해 미중관계의 긴장 관계가 지속될까?
“양국 정부는 모두 이중적 태도를 취할 것이다. 구체적인 이슈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지만, 전략적으로는 양국관계 악화의 영향을 통제하면서 양국관계의 큰 틀을 유지하고자 한다. 구체적 이슈에서는 몇차례의 충돌이 있겠지만, 미중관계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 중미 관계의 긴장이 계속되겠지만, 하반기부터 호전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 구글사태,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무역제재 등이 모두 상반기에 집중된 뒤 후반기에는 긴장이 완화되기 시작해 연말에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으로 회복될 것이다. 4월에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현재 같은 중미관계 상황에서 4월 미국 방문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미중 관계가 전면적 대립으로 나갈 가능성은?
“세가지 요인 때문에 중미관계는 파국에 이르지 않는다. 첫째 중미 약국은 너무 커서 서로가 전면적으로 대립할 때 치를 대가를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중-미간 힘의 균형이 전면적으로 대립하면 어느 한쪽이 어느 한쪽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뒤지지만 양국이 전면적으로 충돌할 때 중국은 패배하기 전에 미국에 중상을 입힐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이런 사태를 바라지 않는다. 두번째는 세계적으로 중미 양국이 협력해야할 일들이 많고, 경제적으로도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공동의 이익이 너무 크다. 세번째로 양국은 많은 소통 채널과 기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면 중미관계는 통제 가능한 상황이다.“
-중미 수교 30년이 지났고 경제위기 속에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중미 관계의 새로운 틀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어떤 틀을 원하는가?
“중국은 중미관계와 평등한 협력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미국과 협력하고자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중국의 핵심적인 게임의 규칙이다. 새로운 관계가 한걸음에 이뤄질 수는 없다. 미국은 우두머리로 행동하는 게 습관이 됐다. (미국에게) 다른 국가를 존중하는 것, 특히 비 백인 국가를 존중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시간이 걸린다. 중국인들도 중국의 부상에 익숙하지 않다. 금융위기가 중국의 부상 시점을 5년 정도 단축시켜 버렸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전 중국의 GDP가 언제 일본을 추월할지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예상도 2015년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제위기 이후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들도 심리적, 제도적으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당연히 중국도 자신의 태도를 조정해야 하고 외부세계도 태도를 조정해야 한다.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서로 배워가야 한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중미 양국관계의 새로운 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중국도 미국도 새로운 중미관계의 틀을 찾지 못했으며,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양국관계에서 올해처럼 긴장과 완화로 이어지는 파동이 5~6년은 계속될 것이다. 현재는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기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6일(현지시각)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촉발시킨 대만 무기판매에 대해 “미 군수업체들의 워싱턴 로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두 나라가 전 지구적 문제에 공통으로 직면해 있기에 갈등 관계가 계속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뭔가?
“오바마 행정부는 대만이 군사력을 증강할 때, 본토 중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만 정부도 마찬가지다. 오바마는 지난해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를 고려해 (대만 무기판매 발표를) 미뤄왔을 뿐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을 의식해 달라이 라마와도 만나지 않는 등 매우 조심스레 행동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때와는 매우 다르다.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왜 이렇게 터프해졌나? 최근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것처럼 혹 ‘중국 길들이기’ 차원인가?
“(이전의 경험에 비춰) 중국에 대한 약간의 강경책이 중국의 양보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한편으론 미 내부 보수파의 공세를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대만 무기판매는 미 군수업체에는 큰 비즈니스이고, 그들은 워싱턴 로비업계의 큰손이다. 미 국방예산은 조지 부시 행정부에 비해 적다. 그래서 군수업체는 수출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대만 무기판매를 결정한 핵심 원인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보복할 것으로 보나?
“중국은 대만 무기판매 회사들에 대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위협이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결과는 심각해질 수 있다.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고, 중국의 군사력은 (이번)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로 도전받지 않는다. 중국이 군사교류를 늦추는 이상의 대응에 나서진 않을 것이다.”
-오바마가 사실상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했다. 이슈가 환율로 옮겨가나?
“위안화 평가절상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최고의 우선순위에 있다. 미국은 수출 확대를 원하고, 그 첫번째 전략이 위안화 절상이다. 중국은 외부 압력과 자국 이익의 절충 선에서 결정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생산뿐 아니라, 내수 확대도 지속될 때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어느 정도) 절상을 택할 것으로 본다.”
-현재 악화된 미-중 관계의 향후 전망은?
“부시 행정부도 취임 첫해에는 대중 관계가 원만치 않았다. 세계경제가 호전되면 다시 좋아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비핵화와 6자회담 복귀’라는 큰 틀에선 같은 입장이었다. 미-중 관계 악화가 북핵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주나?
“관계 악화와 상관없이 북핵 문제는 공조를 계속할 것이다. 핵이슈와 다른 이슈 사이에는 방화벽이 있다.”
-미래에 미국과 중국 사이 신냉전 가능성이 있나?
“두 나라가 상당한 양의 국방비를 쓰고, 각각의 군사전략을 추진중이기에 어떤 의미에선 이미 신냉전 상태다. 그러나 냉전으로 갈 수 없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두 나라 경제는 긴밀하게 얽혀 있다. 또 지구 온난화, 에너지 위기 등 전 지구적 도전에 대한 해결을 위해선 두 나라가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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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찬룽(48)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의 미-중 관계와 미국 정치, 중국 외교정책에 대한 대표적 전문가다. 푸단대와 중국사회과학원, 베이징대학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인민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과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 개혁개방논단 상임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전에는 말로만 항의
처음으로 행동 나서…
상반기 긴장 계속
하반기 호전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중-미 관계 전문가인 진찬룽 중국 인민(런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 5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중국이 미국에 말로만 항의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중국은 대만 무기판매와 관련된 미국 기업에 실제로 제재를 할 것이며, 미국의 반응을 본 뒤 국제문제에 대한 협력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중-미 협력 분위기가 악화돼 두 나라 모두 북핵문제를 긴박하게 다루지 않고 미뤄둘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새로운 힘의 균형 속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이 정면충돌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중 관계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까지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던 미국이 올들어 왜 갑자기 중국에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고 보는가?
“미국은 중미관계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미중관계가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여러번 강조하며 중국을 높이 평가했는데도 중국이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실망하고 있다. 또, 중국이 과거에 비해 오만해졌다고 여기고 있으며, 중국의 힘이 너무 커지고 있다고 느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77그룹(UN내 개발도상국 연합체)을 규합해 국제무대에서 힘을 발휘한 데 두려움을 느꼈다. 여기에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도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강력한 외교정책을 통해 국내 지지를 이끌어내려 한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쓰나미 속에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감춰졌던 양국간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와 달라이 라마 문제 등 미-중 간 해묵은 이슈가 다시 폭발했다. 중국의 대응은 왜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한가?
“중국의 힘이 커졌고 과거보다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200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9200억달러이고 미국은 전년도에 비해 2.4% 감소한 13조9000억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3배 차이도 나지 않는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은 약 1조달러, 미국은 약 10조달러로 10배 차이가 났다. 겨우 8년 만에 격차가 이만큼 줄었다. 중국의 이익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핵심이익, 중요이익, 주변이익(일반이익)에 대한 개념이 분명해졌고, 핵심이익인 대만과 티베트 문제를 침범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생겼다. 외부세계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중국 국내 정치적 변화도 크다. 3억8400만명의 네티즌과 2억명이 넘는 중산층 주식투자자 등 여론의 압력이 훨씬 커졌다. 또 중국은 일당국가지만 훨씬 다원화됐으며 당원들의 생각이 다양하다. 이런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면, 앞으로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훼손할 때마다 중국은 실질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다.”
-이번 미-중 갈등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중국은 양국 관계에서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고 하나?
“중국은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이전에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나면 중국은 말로만 항의하고 몇달 동안 군사교류를 중단한 뒤 곧 원상태로 회복됐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실제적인 행동에 나섰다. 목표가 분명한 제재(targeted sanction)를 통해 대만 무기판매에 관련된 미국 기업을 실제로 제재할 것이다. 아울러 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은 ‘국제적 문제에 대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는데, 제재보다 이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중국은 먼저 미국 기업에 제재를 한 뒤 미국의 반응을 보고 다음 행동(협력을 줄이는 것)에 나설 것이다.”
-미중간 국제적 이슈에 대한 협력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전면적 협력 중단은 없을 것이다. 현재 중미는 국제적으로 많은 공통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중미관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중국이 한두가지 이슈를 골라 미국과의 협력을 줄이겠지만 협력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북핵문제와 6자회담에 대한 미-중 협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일치된 입장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바라지 않으며 핵 보유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 점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중-미 협력 분위기가 악화돼 두 나라 모두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 방치할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국에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는데 모두 상관하지 않는다면 도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수준을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매우 원시적인 장치로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북한 핵무기 수준이 긴박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긴박하게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도 조급해할 필요 없이 밀어두고 기다릴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부시행정부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에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미중관계가 악화된다면 미국이 중국을 따돌리고 북한과 직접 거래를 할 가능성도 있는가?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낮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또, 평화협정 협상은 반드시 미국, 중국, 한국, 북한 4개국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밖에 미국도 북한이 전략적으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의지해 ‘극동의 이스라엘’이 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그럴만한 큰 역량이 없다. 미국은 북한과 그런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국내 정치도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 김정일에 대한 반감은 사담 후세인에 대한 반감보다 크다. 미국이 중국이나 한국을 따돌리고 북한과 수교하는 것은 공화당은 물론 의회에서 통과될 수가 없다.”
-올해 미중관계의 긴장 관계가 지속될까?
“양국 정부는 모두 이중적 태도를 취할 것이다. 구체적인 이슈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지만, 전략적으로는 양국관계 악화의 영향을 통제하면서 양국관계의 큰 틀을 유지하고자 한다. 구체적 이슈에서는 몇차례의 충돌이 있겠지만, 미중관계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 중미 관계의 긴장이 계속되겠지만, 하반기부터 호전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 구글사태,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무역제재 등이 모두 상반기에 집중된 뒤 후반기에는 긴장이 완화되기 시작해 연말에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으로 회복될 것이다. 4월에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현재 같은 중미관계 상황에서 4월 미국 방문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미중 관계가 전면적 대립으로 나갈 가능성은?
“세가지 요인 때문에 중미관계는 파국에 이르지 않는다. 첫째 중미 약국은 너무 커서 서로가 전면적으로 대립할 때 치를 대가를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중-미간 힘의 균형이 전면적으로 대립하면 어느 한쪽이 어느 한쪽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뒤지지만 양국이 전면적으로 충돌할 때 중국은 패배하기 전에 미국에 중상을 입힐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이런 사태를 바라지 않는다. 두번째는 세계적으로 중미 양국이 협력해야할 일들이 많고, 경제적으로도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공동의 이익이 너무 크다. 세번째로 양국은 많은 소통 채널과 기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면 중미관계는 통제 가능한 상황이다.“
-중미 수교 30년이 지났고 경제위기 속에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중미 관계의 새로운 틀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어떤 틀을 원하는가?
“중국은 중미관계와 평등한 협력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미국과 협력하고자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중국의 핵심적인 게임의 규칙이다. 새로운 관계가 한걸음에 이뤄질 수는 없다. 미국은 우두머리로 행동하는 게 습관이 됐다. (미국에게) 다른 국가를 존중하는 것, 특히 비 백인 국가를 존중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시간이 걸린다. 중국인들도 중국의 부상에 익숙하지 않다. 금융위기가 중국의 부상 시점을 5년 정도 단축시켜 버렸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전 중국의 GDP가 언제 일본을 추월할지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예상도 2015년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제위기 이후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들도 심리적, 제도적으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당연히 중국도 자신의 태도를 조정해야 하고 외부세계도 태도를 조정해야 한다.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서로 배워가야 한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중미 양국관계의 새로운 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중국도 미국도 새로운 중미관계의 틀을 찾지 못했으며,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양국관계에서 올해처럼 긴장과 완화로 이어지는 파동이 5~6년은 계속될 것이다. 현재는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기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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