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
<약속>
누군가에게 약속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지만,
지나간 모든 사랑처럼
순간의 진실이지만,
어떤 약속은
죽음도 넘어설 만큼
강한 것이다.
유한한 목숨보다
무한한 역사를 살며
모두의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다.
때로 그 새끼손가락은
십자가보다 무겁고
가시면류관보다 아픈 것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같이
짊어지고 같이
피 흘리는 것이다.
잘라내던진 손가락을
봉합하며
약속을 지킨다는 것
그것이 부활의 시작이다.
쉬운 선택만 하며 살았던
구차한 시간 속에도
어느새 내려앉는 묵직하고
유장한 여운
잊고싶다고 잊을 수 없는
그것이,
민족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