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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속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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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유 작성일19-10-31 17:59 조회8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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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이 아무개 선생의 글을 공유함

새장

고 2때 독일어 교과서에 새장에 갇힌 새 이야기가 실렸었다. 새장에 오래 갇혀 있다보니 새장문이 열렸어도 날아갈 줄 모르더라...하는 내용이었다. 난 성실한 모범생, 사전을 찾아 미리 예습까지 하고 수업에 임했으므로 정확히 기억한다.

정기화 선생님은 “새장 문이 열렸는데도 새는 왜 나가지 않게 되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시며 각자 생각을 말해보라 했다. 나는 독일어 시간에 주목받았던 학생. 선생님께서 나를 지명하시길래 대답했었다.

''너무 오래 갇혀 있다보니 날개 힘이 약해져 기회가 주어져도 날아갈 힘이 없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난 요즘의 우리 처지를 보면서 그 새장 속의 가련한 새를 생각하게 된다. 주어지고 허락받은 테두리 안에서만 살아온 지 70여 년, 탈출을 결행했거나 결행했다고 의심받은 이유만으로 백수십만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새장 너머의 삶을 생각하거나 말하기만 해도 처벌받는 세상에서 70여 년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새장이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버리고, 새장 안의 답답한 삶이 팔자고 운명이려니 받아들이며 살게 된 건 아닐까 한다. 새장 안의 새나 우리의 처지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에게 새장은 죽음에의 기억이고 공포다. 국가보안법, 한미동맹에 대한 환상, 북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 그리고 재벌에게 생존을 구걸하는 게 허락된 삶의 방식이라고 인정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에겐 새장이다. 그렇다면 새장 밖의 세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참된 민주주의, 미국에 대한 예속으로부터의 자유, 남북평화에 이는 통일, 일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삶....등이 있을 것이다.

미국이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매년 6조, 실제로는 10조 이상의 돈을 내놓으라 하고, 지들이 필요해서 군사훈련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지불하라고 강도적 요구를 하는 세상이다. 그런 황당한 요구를 하면서 미국이 앞으로도 두고두고 이 땅을 타고 앉아 지배자로 군림하려는데도, ‘야 씨댕아, 너 꼴보기 싫으니 여기서 꺼져라!!’하고 씨원하게 말하는 이 드물다. 정부는 꿀을 먹어서일까, 벙어리여서일까, 이 사태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미국으로부터 이런 대우받는 것이 이제는 새장 속의 새가 새장을 바라보듯 자연스럽게 여겨지게 되었나 보다.

비좁고 냄새나는 새장을 벗어나면 지금까지 한 번도 펼쳐보지 못한 우리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 맑은 공기 충만한 드높은 하늘을 마음껏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좁은 데서 서로 부대껴야 하는 짜증과 불편함, 서로에 대한 증오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전설로만 들어온 위대한 힘이 바로 우리의 것임을 곧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상상하고 결행하지 못한다...못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고 2때의 나는, 새가 날아가지 않은 이유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날 수 있음을 잊어버리고 새장 속의 삶에 안주해버린 탓이라고 답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어찌 새와 같겠는가. 우리는 갇혀있는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알고 다른 형태의 삶을 상상하고 실천할 줄 아는 자주적 존재, 언제까지나 이 갇혀 답답하고 고통스런 삶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다. 새장을 벗어나자.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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