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4권 14. 뜨거운 동지의 사랑으로 영원히 살자 - 박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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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3-07 01:03 조회2,3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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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동지의 사랑으로 영원히 살자
박 두 경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있은 일이다.
1936년 11월 녕안현일대에서 활동하던 우리 부대는 린접부대와의 련계를 맺기 위하여 3도구의 수림속을 행군하고있었다. 이때 지휘관은 가렬한 전투에서 부상당한 병선동무를 비롯하여 두 동무를 구완하라는 과업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환자들을 데리고 깊은 수림속에 남게 되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걱정된것은 환자를 치료하여본 경험과 약 그리고 치료기구가 전혀 없는것이였다.
관통상을 입은 병선동무의 다리는 날이 갈수록 꺼멓게 상해들어만 갔다. 나는 궁리하던 끝에 썩은데는 느릅나무껍질을 짓찧어서 붙이는것이 좋다는 그 누구의 이야기가 머리에 떠올랐다.
잣나무, 봇나무가 빼곡이 들어선 3도구의 수림속은 휘몰아치는 눈보라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산짐승도 추위에 떠는 그러한 날씨였다.
나는 느릅나무껍질을 구하기 위하여 산판을 오르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느릅나무는 좀체로 눈에 뜨이지 않아서 나는 며칠이고 눈덮인 이산저산을 뒤지고뒤지였다.
그러던 어느날 목재소가 자리잡은 뒤산에 올랐다가 거기서 느릅나무 한그루를 발견하였다. 나는 너무도 기뻐서 나무를 그러안고 (느릅나무야 고맙다.) 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그후 어느날 밤이였다.
몸이 쇠약할대로 쇠약해서 운신 못하는 녀환자를 보살펴주던 나는 그만 환자의 옆에서 앉은채로 잠이 들어버리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나는 잠결에 이런 말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암만해두 나는 희망이 없는것 같아요.》 녀동무의 흐느끼는듯한 말소리였다.
그의 말에 뒤이어 《그렇게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는 안됩니다. 〈요까짓 병이 다 무엇이냐.〉 하고 마음을 크게 먹어야지요. 굳은 의지와 뜨거운 동지들의 사랑보다 더 좋은 약은 우리에게 아마 없을겁니다.》 하는 병선동무의 말소리는 흥분으로 하여 떨리고있었다.
눈을 뜨고보니 병선동무는 운신을 못하는 녀환자에게 숟가락으로 죽을 떠먹이고있었다. 녀환자는 병선동무의 진정을 마다하기 어려운 모양으로 잠자코 그 죽을 받아넘기고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눈시울에는 어느덧 뜨거운 눈물이 핑 돌았다.
다음날이였다. 나는 병선동무의 상처에 처맨 헝겊을 풀어헤치고 심지를 뽑았다. 심한 고통을 참기에 이를 악물고 애쓰는 그의 얼굴에는 진땀이 치솟고있었다.
함께 진땀을 뽑으며 내가 치료를 끝냈을 때에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앉으며 《훅》 하고 더운 숨을 내쉬였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땀을 씻어주며 누우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병선동무는 눕지 않고 열려진 초막의 문가로 바깥을 한참 내다보았다. 그러더니 흐뭇한 미소를 만면에 지었다.
바깥은 눈이 온 다음의 맑은 날씨였다. 가지가지에 눈송이 앉은 잣나무들은 마치 흰꽃이 핀듯 그림처럼 아름다왔다. 그것을 보니 나도 어린시절의 고향산천이 눈앞에 그려졌다.
《봄날처럼 꽃이 폈군요.》 하며 병선동무는 조국을 그려보는듯 남쪽하늘을 황홀히 바라보며 혁명의 승리와 행복에 찬 래일에 대하여 속삭이였다.
《이제 일제놈들을 쳐부시고 조국에 돌아가면 나는 목수가 되겠습니다. 공장과 집들을 많이 지어야죠. 참 저런 아름드리 잣나무들도 우리의 살림을 꾸리는 훌륭한 집재목으로 되겠지요.》
얼마나 아름답고 젊은이다운 꿈인가. 이 아름다운 꿈이 하루빨리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는 혁명의 길을 따라 더욱 억세게 전진하여야 하며 난관앞에서 추호도 굴하지 말아야 함을 더욱 자각하게 되였다.
이때 갑자기 골안에 총소리가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황급히 운신을 못하는 녀환자를 둘러업고 다른 환자를 부축하면서 초막밖으로 뛰쳐나왔다. 벌써 10여명의 위만군놈들이 약 lkm되는 건너편 산등성이를 타고 이쪽으로 넘어오고있었다. 나는 왼쪽릉선으로 톺아오르기 시작했다. 적탄이 앙칼진 소리를 지르며 머리우를 날아지나기도 했다.
무릎까지 치는 눈속을 헤치며 두 환자를 부축하고 오르자니 숨이 방금 목에 닿는것만 같았다. 겨우 산등성이에 오른 나는 얼른 그들을 적당한 곳에 은페시킨 다음 숨돌릴사이도 없이 초막으로 내리뛰였다. 초막에는 병선동무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내가 초막안에 뛰여들었을 때였다. 도끼를 쳐든 병선동무가 이를 악물고 나에게로 덤벼드는것이 아닌가. 그의 부릅뜬 두눈에서는 원쑤에 대한 증오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번지였다.
《웬일인가. 병선이》나는 다급하게 부르짖으면서 도끼를 든 그의 손을 잡았다. 병선동무는 나를 《토벌대》로 여겼던것이다. 내가 누구라는것을 안 순간 그는 《아바이!》 하고 소리치더니 한시도 지체말고 산에 올라서 두 동무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자기는 이미 결심한 몸인즉 이 자리에서 끝까지 싸우겠노라고 했다. 나는 정황이 너무 급했으므로 《안된다.》는 말과 함께 그를 둘러업고 산으로 뛰여오르기 시작했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나는 환자들이 있는 곳과 반대방향인 오른쪽 산등성이로 톺아올랐다. 적탄은 사정없이 달리는 우리의 앞뒤를 누비며 눈속에 박히였고 놈들의 고함치는 소리도 방금 뒤에서 들려오고있었다.
《이건 억지요. 제발 부탁이요. 나를 내려놔야 합니다. 이러다간 무리죽음이 납니다.》 이렇게 웨치면서 등에 업힌 병선동무는 나를 못견디게 굴었다. 차라리 죽으면 같이 죽을지언정 그를 내려놓고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를 업은채 뛰고 또 뛰였다.
구사일생으로 놈들의 추격으로부터 겨우 벗어난 우리가 진대나무들이 겹겹이 싸인 울창한 수림속에 이르렀을 때는 어두워질무렵이였다. 나는 사람 하나쯤 들어갈수 있는 바위짬을 발견하여 거기에 병선동무를 은페시켰다. 그리고 눈자국을 메우면서 일정한 장소까지 나와서 두 환자를 은페시킨 산등성이를 향해 발걸음을 다그쳤다.
두 동무는 내가 당도했을 때까지도 눈을 뒤집어쓴채로 죽은듯이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어둠이 짙어가는 산 아래쪽에서는 놈들의 떠들어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고 초막을 태우는 불기둥이 하늘에 오르고있었다.
나는 눈무지곁으로 다가가서 인젠 일어나라고 나직이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몸우에 덮어씌운 눈을 헤치기 시작했다.
두 전우의 몸은 얼어서 꿋꿋하였다. 이것을 보았을 때 나의 가슴은 미여질것만 같았고 얼마동안은 참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그러나 그 어떤 추위도 우리들의 뜨거운 심장만은 얼굴수 없다고 하는 생각으로 하여 희망을 잃지 않았고 전우들의 몸을 녹여주는데 온갖 힘을 다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력을 회복하게 되였을 때 우리는 서로 그러안고 눈물을 흘리였다.
나는 이들을 부축하여 초막이 있던 곳으로 내려왔다. 놈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갔고 타다남은 초막의 기둥에서는 불길이 너울거리고있었다.
나는 두 전우들을 불가의 평탄한 곳에 눕히고 나의 겉옷을 덧씌워준 다음 다시금 병선동무를 데리러 떠났다. 병선동무는 제 자리에 없었다. 나는 성냥을 켜고 이곳저곳을 살피기도 하고 그의 이름을 몇번이고 불러보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허사였다. 나는 몹시 당황하였다.
나의 눈앞에는 그의 얼굴이 금시 나타났다가는 간데온데없이 사라지고 어디에선가 나를 부르며 달려오는것만 같았다. 안타깝던 그때의 심정은 이루 헤아릴수 없었다.
그날밤 나는 눈덮인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벼랑에서 떨어지였다. 얼마후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무잎 사이로는 별들이 총총 빛났고 흰구름이 어디론가 떠가고있었다. 그리고 어디선지 분명 나를 부르는 병선동무의 목소리가 귀전에 울리는듯하여 나는 다시금 산속을 헤매였다.
이렇게 온밤을 헤매던 나는 거의 새벽녘이 되여서야 맥없이 초막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병선동무가 혹시나 기여서라도 초막까지 내려왔을수 있다는 희망마저 허물어지자 나는 맥이 풀리여 땅에 쓰러지고말았다.
인제는 단 하나의 희망만이 남아있다. 벌목로동자들이 있는 목재소로 가보자. 그들이 산에서 일하다가 눈속을 헤매는 그를 구원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한 나는 지체없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 《목재소에 갔다올테니 기다려주오.》라는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다그쳤다. 목재소까지는 20리가 잘되였다.
목재소합숙이 있는 근방까지 이르니 동이 트기 시작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목재소합숙이 바라보이는 지름길로 잡아들었다. 이때 지척에서 인기척이 나므로 살펴보니 웬 사람이 주먹을 부르쥐고 마주오고있었다. 나는 나무뒤에 숨어서 그의 동정을 엿보다가 기침을 하면서 그앞에 나섰다. 그 사람은 바로 이곳의 목재소로동자였다. 그는 나를 아래우로 유심히 살피더니 은근하게 내가 혹시 유격대원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나를 힘껏 그러안고 됐다고 웨치면서 나를 목재소로 데리고 들어갔다.
어둑어둑한 첫 새벽의 목재소합숙은 조용하였다. 한 방에는 아직도 남포등이 켜있어 바깥에서도 그 방안에 여러 사람이 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로동자의 안내로 나는 불이 켜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안에 들어서자 로동자들의 환희에 넘치는듯한 시선들이 한꺼번에 나에게로 쏠리였으며 그속에서도 병선동무의 눈물겹도록 반가와하는 눈길과 마주쳤을 때 나는 목이 꽉 메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나는 그의 옆에 다가앉아서 그의 두툼한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나의 눈에서는 기쁨과 안도의 눈물이 쭉 훌러내렸다. 병선동무 역시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나의 얼굴을 오래동안 바라보기만 하였다.
우리의 상봉을 말없이 바라보고있던 로동자들중의 어느 한 사람은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병선동무가 어떻게 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였는가를 말하였다.
… 산에서 일하던 로동자들은 갑자기 일어나는 총소리를 듣고 여러가지로 공론하던 끝에 틀림없이 유격대가 놈들과 전투하는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날이 저물어 썰매에 나무를 싣고 아래로 내려오던 로동자들은 눈속에 엎딘채로 움직이지 못하는 병선동무를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로동자들은 자기들이 입고있던 덧저고리를 벗어서 그에게 덮어주었고 썰매에 그를 싣고 목재소합숙까지 왔다는것이다.
당시 은신했던 병선동무는 전우들을 생각하여 혼자힘으로 초막으로 내려오다가 그만 의식을 잃고 눈우에 쓰러졌던것이다. 그는 새벽녘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였다. 그리고 지난 밤의 일을 알게 된 그는 극도로 쇠약해진 몸이면서도 동무들이 기다리니 가봐야겠다고 굳이 고집하다가 로동자 한 동무를 산으로 련락을 보내는것을 보고서야 주저앉았다고 했다.…
병선동무는 나의 얼굴에 자기의 볼을 비비며 말하는것이였다.
《우리는 영원히 이 뜨거운 사랑속에 삽시다.》
나도 말없이 그를 힘껏 껴안아줬다. 그를 업고 밀영에 오자 애타게 나를 기다리던 두 동무는 나와 병선동무를 붙들고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심어주신 뜨거운 동지의 사랑으로 결합된 우리들은 그 어떤 어려움도 능히 뚫고나갈수 있다는 믿음이 더욱더 가슴후덥게 안겨오는것이였다.
박 두 경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있은 일이다.
1936년 11월 녕안현일대에서 활동하던 우리 부대는 린접부대와의 련계를 맺기 위하여 3도구의 수림속을 행군하고있었다. 이때 지휘관은 가렬한 전투에서 부상당한 병선동무를 비롯하여 두 동무를 구완하라는 과업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환자들을 데리고 깊은 수림속에 남게 되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걱정된것은 환자를 치료하여본 경험과 약 그리고 치료기구가 전혀 없는것이였다.
관통상을 입은 병선동무의 다리는 날이 갈수록 꺼멓게 상해들어만 갔다. 나는 궁리하던 끝에 썩은데는 느릅나무껍질을 짓찧어서 붙이는것이 좋다는 그 누구의 이야기가 머리에 떠올랐다.
잣나무, 봇나무가 빼곡이 들어선 3도구의 수림속은 휘몰아치는 눈보라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산짐승도 추위에 떠는 그러한 날씨였다.
나는 느릅나무껍질을 구하기 위하여 산판을 오르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느릅나무는 좀체로 눈에 뜨이지 않아서 나는 며칠이고 눈덮인 이산저산을 뒤지고뒤지였다.
그러던 어느날 목재소가 자리잡은 뒤산에 올랐다가 거기서 느릅나무 한그루를 발견하였다. 나는 너무도 기뻐서 나무를 그러안고 (느릅나무야 고맙다.) 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그후 어느날 밤이였다.
몸이 쇠약할대로 쇠약해서 운신 못하는 녀환자를 보살펴주던 나는 그만 환자의 옆에서 앉은채로 잠이 들어버리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나는 잠결에 이런 말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암만해두 나는 희망이 없는것 같아요.》 녀동무의 흐느끼는듯한 말소리였다.
그의 말에 뒤이어 《그렇게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는 안됩니다. 〈요까짓 병이 다 무엇이냐.〉 하고 마음을 크게 먹어야지요. 굳은 의지와 뜨거운 동지들의 사랑보다 더 좋은 약은 우리에게 아마 없을겁니다.》 하는 병선동무의 말소리는 흥분으로 하여 떨리고있었다.
눈을 뜨고보니 병선동무는 운신을 못하는 녀환자에게 숟가락으로 죽을 떠먹이고있었다. 녀환자는 병선동무의 진정을 마다하기 어려운 모양으로 잠자코 그 죽을 받아넘기고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눈시울에는 어느덧 뜨거운 눈물이 핑 돌았다.
다음날이였다. 나는 병선동무의 상처에 처맨 헝겊을 풀어헤치고 심지를 뽑았다. 심한 고통을 참기에 이를 악물고 애쓰는 그의 얼굴에는 진땀이 치솟고있었다.
함께 진땀을 뽑으며 내가 치료를 끝냈을 때에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앉으며 《훅》 하고 더운 숨을 내쉬였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땀을 씻어주며 누우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병선동무는 눕지 않고 열려진 초막의 문가로 바깥을 한참 내다보았다. 그러더니 흐뭇한 미소를 만면에 지었다.
바깥은 눈이 온 다음의 맑은 날씨였다. 가지가지에 눈송이 앉은 잣나무들은 마치 흰꽃이 핀듯 그림처럼 아름다왔다. 그것을 보니 나도 어린시절의 고향산천이 눈앞에 그려졌다.
《봄날처럼 꽃이 폈군요.》 하며 병선동무는 조국을 그려보는듯 남쪽하늘을 황홀히 바라보며 혁명의 승리와 행복에 찬 래일에 대하여 속삭이였다.
《이제 일제놈들을 쳐부시고 조국에 돌아가면 나는 목수가 되겠습니다. 공장과 집들을 많이 지어야죠. 참 저런 아름드리 잣나무들도 우리의 살림을 꾸리는 훌륭한 집재목으로 되겠지요.》
얼마나 아름답고 젊은이다운 꿈인가. 이 아름다운 꿈이 하루빨리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는 혁명의 길을 따라 더욱 억세게 전진하여야 하며 난관앞에서 추호도 굴하지 말아야 함을 더욱 자각하게 되였다.
이때 갑자기 골안에 총소리가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황급히 운신을 못하는 녀환자를 둘러업고 다른 환자를 부축하면서 초막밖으로 뛰쳐나왔다. 벌써 10여명의 위만군놈들이 약 lkm되는 건너편 산등성이를 타고 이쪽으로 넘어오고있었다. 나는 왼쪽릉선으로 톺아오르기 시작했다. 적탄이 앙칼진 소리를 지르며 머리우를 날아지나기도 했다.
무릎까지 치는 눈속을 헤치며 두 환자를 부축하고 오르자니 숨이 방금 목에 닿는것만 같았다. 겨우 산등성이에 오른 나는 얼른 그들을 적당한 곳에 은페시킨 다음 숨돌릴사이도 없이 초막으로 내리뛰였다. 초막에는 병선동무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내가 초막안에 뛰여들었을 때였다. 도끼를 쳐든 병선동무가 이를 악물고 나에게로 덤벼드는것이 아닌가. 그의 부릅뜬 두눈에서는 원쑤에 대한 증오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번지였다.
《웬일인가. 병선이》나는 다급하게 부르짖으면서 도끼를 든 그의 손을 잡았다. 병선동무는 나를 《토벌대》로 여겼던것이다. 내가 누구라는것을 안 순간 그는 《아바이!》 하고 소리치더니 한시도 지체말고 산에 올라서 두 동무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자기는 이미 결심한 몸인즉 이 자리에서 끝까지 싸우겠노라고 했다. 나는 정황이 너무 급했으므로 《안된다.》는 말과 함께 그를 둘러업고 산으로 뛰여오르기 시작했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나는 환자들이 있는 곳과 반대방향인 오른쪽 산등성이로 톺아올랐다. 적탄은 사정없이 달리는 우리의 앞뒤를 누비며 눈속에 박히였고 놈들의 고함치는 소리도 방금 뒤에서 들려오고있었다.
《이건 억지요. 제발 부탁이요. 나를 내려놔야 합니다. 이러다간 무리죽음이 납니다.》 이렇게 웨치면서 등에 업힌 병선동무는 나를 못견디게 굴었다. 차라리 죽으면 같이 죽을지언정 그를 내려놓고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를 업은채 뛰고 또 뛰였다.
구사일생으로 놈들의 추격으로부터 겨우 벗어난 우리가 진대나무들이 겹겹이 싸인 울창한 수림속에 이르렀을 때는 어두워질무렵이였다. 나는 사람 하나쯤 들어갈수 있는 바위짬을 발견하여 거기에 병선동무를 은페시켰다. 그리고 눈자국을 메우면서 일정한 장소까지 나와서 두 환자를 은페시킨 산등성이를 향해 발걸음을 다그쳤다.
두 동무는 내가 당도했을 때까지도 눈을 뒤집어쓴채로 죽은듯이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어둠이 짙어가는 산 아래쪽에서는 놈들의 떠들어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고 초막을 태우는 불기둥이 하늘에 오르고있었다.
나는 눈무지곁으로 다가가서 인젠 일어나라고 나직이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몸우에 덮어씌운 눈을 헤치기 시작했다.
두 전우의 몸은 얼어서 꿋꿋하였다. 이것을 보았을 때 나의 가슴은 미여질것만 같았고 얼마동안은 참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그러나 그 어떤 추위도 우리들의 뜨거운 심장만은 얼굴수 없다고 하는 생각으로 하여 희망을 잃지 않았고 전우들의 몸을 녹여주는데 온갖 힘을 다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력을 회복하게 되였을 때 우리는 서로 그러안고 눈물을 흘리였다.
나는 이들을 부축하여 초막이 있던 곳으로 내려왔다. 놈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갔고 타다남은 초막의 기둥에서는 불길이 너울거리고있었다.
나는 두 전우들을 불가의 평탄한 곳에 눕히고 나의 겉옷을 덧씌워준 다음 다시금 병선동무를 데리러 떠났다. 병선동무는 제 자리에 없었다. 나는 성냥을 켜고 이곳저곳을 살피기도 하고 그의 이름을 몇번이고 불러보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허사였다. 나는 몹시 당황하였다.
나의 눈앞에는 그의 얼굴이 금시 나타났다가는 간데온데없이 사라지고 어디에선가 나를 부르며 달려오는것만 같았다. 안타깝던 그때의 심정은 이루 헤아릴수 없었다.
그날밤 나는 눈덮인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벼랑에서 떨어지였다. 얼마후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무잎 사이로는 별들이 총총 빛났고 흰구름이 어디론가 떠가고있었다. 그리고 어디선지 분명 나를 부르는 병선동무의 목소리가 귀전에 울리는듯하여 나는 다시금 산속을 헤매였다.
이렇게 온밤을 헤매던 나는 거의 새벽녘이 되여서야 맥없이 초막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병선동무가 혹시나 기여서라도 초막까지 내려왔을수 있다는 희망마저 허물어지자 나는 맥이 풀리여 땅에 쓰러지고말았다.
인제는 단 하나의 희망만이 남아있다. 벌목로동자들이 있는 목재소로 가보자. 그들이 산에서 일하다가 눈속을 헤매는 그를 구원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한 나는 지체없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 《목재소에 갔다올테니 기다려주오.》라는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다그쳤다. 목재소까지는 20리가 잘되였다.
목재소합숙이 있는 근방까지 이르니 동이 트기 시작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목재소합숙이 바라보이는 지름길로 잡아들었다. 이때 지척에서 인기척이 나므로 살펴보니 웬 사람이 주먹을 부르쥐고 마주오고있었다. 나는 나무뒤에 숨어서 그의 동정을 엿보다가 기침을 하면서 그앞에 나섰다. 그 사람은 바로 이곳의 목재소로동자였다. 그는 나를 아래우로 유심히 살피더니 은근하게 내가 혹시 유격대원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나를 힘껏 그러안고 됐다고 웨치면서 나를 목재소로 데리고 들어갔다.
어둑어둑한 첫 새벽의 목재소합숙은 조용하였다. 한 방에는 아직도 남포등이 켜있어 바깥에서도 그 방안에 여러 사람이 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로동자의 안내로 나는 불이 켜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안에 들어서자 로동자들의 환희에 넘치는듯한 시선들이 한꺼번에 나에게로 쏠리였으며 그속에서도 병선동무의 눈물겹도록 반가와하는 눈길과 마주쳤을 때 나는 목이 꽉 메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나는 그의 옆에 다가앉아서 그의 두툼한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나의 눈에서는 기쁨과 안도의 눈물이 쭉 훌러내렸다. 병선동무 역시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나의 얼굴을 오래동안 바라보기만 하였다.
우리의 상봉을 말없이 바라보고있던 로동자들중의 어느 한 사람은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병선동무가 어떻게 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였는가를 말하였다.
… 산에서 일하던 로동자들은 갑자기 일어나는 총소리를 듣고 여러가지로 공론하던 끝에 틀림없이 유격대가 놈들과 전투하는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날이 저물어 썰매에 나무를 싣고 아래로 내려오던 로동자들은 눈속에 엎딘채로 움직이지 못하는 병선동무를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로동자들은 자기들이 입고있던 덧저고리를 벗어서 그에게 덮어주었고 썰매에 그를 싣고 목재소합숙까지 왔다는것이다.
당시 은신했던 병선동무는 전우들을 생각하여 혼자힘으로 초막으로 내려오다가 그만 의식을 잃고 눈우에 쓰러졌던것이다. 그는 새벽녘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였다. 그리고 지난 밤의 일을 알게 된 그는 극도로 쇠약해진 몸이면서도 동무들이 기다리니 가봐야겠다고 굳이 고집하다가 로동자 한 동무를 산으로 련락을 보내는것을 보고서야 주저앉았다고 했다.…
병선동무는 나의 얼굴에 자기의 볼을 비비며 말하는것이였다.
《우리는 영원히 이 뜨거운 사랑속에 삽시다.》
나도 말없이 그를 힘껏 껴안아줬다. 그를 업고 밀영에 오자 애타게 나를 기다리던 두 동무는 나와 병선동무를 붙들고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심어주신 뜨거운 동지의 사랑으로 결합된 우리들은 그 어떤 어려움도 능히 뚫고나갈수 있다는 믿음이 더욱더 가슴후덥게 안겨오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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