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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5권 14. 동지들의 뜨거운 사랑 - 리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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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5-26 08:05 조회1,7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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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의 뜨거운 사랑

리  오  송                    


9살때 아버지마저 잃고 항일유격대를 찾아간 나는 나와 같은 처지의 동무들과 함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따뜻한 품속에 안겨 혁명전사로 자라났다.

이렇게 자라는 행로에서 있은 수많은 잊지 못할 일들을 나는 여기에서 다 이야기할수 없다.

오직 어떻게 하면 나를 오늘처럼 키워준 김일성동지께 보답할것인가, 그리고 그이의 가르치심에 더욱 충실할것인가를 나는 언제나 생각한다.

이와 함께 나는 또한 나어린 우리들을 참되게 도와주고 이끌어주던 수많은 혁명선배들과 동지들을 잠시도 잊지 못한다.

참으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교양하고 육성하신 혁명선배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인간에 대한, 혁명동지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끓어넘치는 고결한 품성을 지닌 참된 혁명가들이였다.

이들은 모두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가까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님과 누나들이였다.

내가 무송현 마안산부근에서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녀성대원인 황동무에게 업히여 다진창후방병원으로 간것은 1936년 여름 어느날이였다. 그때 나는 겨우 10살 나는 아동단원이였다.

10여명의 환자들과 그곳 병원일군들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그날부터 나는 병원에 누워 치료를 받게 되였다.

황동무는 이곳에서 작식대원으로 일하면서 나를 간호해주었다. 수시로 어지러운것을 받아내주었고 봇나무껍질로 만든 붕대도 더러워질세라 갈아대주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리길을 걸어다니면서 고약도 얻어다 상처에 붙여주었고 입맛에 맞는 반찬을 만들어주려고 온갖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어디론가 갔다올 때면 산열매라도 꼭 따다가 입에 넣어주었고 아름다운 들꽃도 자주 꺾어다 머리맡에 꽂아주군 하였다.

무더운 수림속의 기나긴 여름밤, 쑤시는 상처의 아픔에 잠이 깨여 눈을 뜨면 언제나 황동무가 내곁에 조용히 앉아 푸른 나무가지로 내 얼굴에 부채질을 하고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미안한감이 들어 《인젠 안 아파요. 어서 돌아가 주무세요.》하였다.

이렇게 말하면 그는 빙긋이 웃으며 가물거리는 등잔불의 심지를 돋구고 다시 곁에 와 조용히 앉으며 이마의 땀을 훔쳐주는것이였다.

그 따뜻한 손길에 아픔을 잊고 다시 잠들었다가 깨여보면 황동무는 그자리에 여전히 앉아있군 하였다.

상처가 갑자기 못 견디도록 아파나던 어느날, 그날도 황동무는 내 머리맡에 앉아있었다. 나는 혹 다리를 영영 못쓰게나 되지 않을가 하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제 다리병신이 되겠지요. 그럼 원쑤놈들과 싸우지도 못하고…》

그리자 황동무는 나의 손을 꼭 쥐여주면서 《오송이, 아동단원이 그렇게 약한 소리를 하는것이 아니예요. 인제 오송이는 얼마든지 상처가 나아서 김일성장군님의 훌륭한 전사가 될수 있어요. 또 꼭 그렇게 되여 원쑤를 갚아야 해요.》라고 타일러주는것이였다.

순간 나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하여 나를 키위준 누나생각이 불현듯 가슴에 떠올라 목메여오름을 누를수 없었다.

처창즈에서 나와 헤여진 후 어린 동생 영자를 데리고 모진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내며 내도산에 있는 유격대를 찾아가다가 그전날 지하공작을 할 때 입었던 상처가 도져서 동생을 붙안고 길가에서 쓰러졌다는 누나.

나는 그 누나와 황동무가 무엇이 다르랴, 나를 타일러주고 사랑하여줌에 있어서 조금도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와락 황동무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이렇게 부르짖었다.

《누나, 정말 아파도 참고 견딜테야. 그리고 누나말처럼 빨리 나아서 꼭 장군님한테로 갈테야.》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나는 황동무를 누나라고 부르게 되였다.

병원생활의 나날은 흘러 어느덧 가을이 되였다.

아마 그해 10월이였다고 기억된다. 어느날 황동무도 군의아바이도 어디론가 가고 겨우 걸어다닐수 있거나 기여다닐수 있는 10여명의 환자들만이 뒤산 수림속에서 소풍을 하고있었다.

병실에는 홀로 나만이 누워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토벌대〉가 온다.》는 다급한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황겁히 상반신을 일궈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손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몸통채로 딩굴려고 해보았다.

그러나 상처입은 다리가 금시 떨어져나가는것만 같았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린채 숨을 죽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총탄이 날아와 풀썩풀썩 소리를 내며 벽에 박혔다.

이윽고 나무잎을 급히 밟는 와삭와삭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인젠 끝장이구나.》하는 생각이 번개치듯 머리를 스쳐지나가자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순간 문을 와락 잡아제끼는 소리가 났다. 심장이 얼어드는듯 한 느낌을 받으며 나는 몸을 웅크러뜨렸다.

《오송아, 오송아.》

다급히 부르는 소리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오송아, 빨리 업혀라.》

그제야 나의 심장은 다시 높뛰기 시작했다. 황동무였다. 그는 나를 업고 뒤문으로 빠져 뒤산으로 올려뛰기 시작하였다. 뛰여가다는 쓰러지고 쓰러졌다가는 다시 일어나 뛰군 하였다.

우리는 그길로 깊은 산속에 들어갔다. 어느 한 나무밑에 나를 내려눕힌 그는 가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송아, 인제는 일없다. 얼마나 혼이 났댔니.》

나는 북받치는 울음을 참을수 없어 그의 목을 그러안고 계속 흐느껴울었다.

후에 들어서 안 일이지만 그날 황동무는 적정을 알아보려고 부락으로 내려가다가 산굽인돌이에서 누렇게 밀려드는 적들과 맞다들었다.

갈수도 없고 되돌아설수도 없게 된 그는 길아래로 흐르는 강물에 뛰여들었다. 강을 건너 맞은편 산밑으로 해서 병원쪽으로 갈 계획이였던것이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수도 없이 병원에 누워있을 나한테로 생각이 미치자 위험하다는것도 잊어버리고 되돌아서 비발치듯 쏟아지는 적탄속을 뚫고 곧바로 병실로 내달려왔던것이다.

자기의 목숨을 내놓고 위험속에서 나를 구원해준 그의 뜨거운 마음에 나는 몇번이고 머리를 숙였다. 어머니인들 이러하랴. 그리고 나는 이렇듯 참된 사람들속에서 살며 자라나는것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가 하는 생각에 더욱 목놓아울었다.

원쑤놈들은 이날 병원에다 불을 지르고 물러갔다. 다음날 우리들은 백두산밑 깊은 수림속에 있는 밀영으로 떠났는데 나는 줄곧 황동무에게 업히워갔다.

밀영으로 옮겨온 후에도 나의 상처는 좋아질줄을 몰랐다. 날이 갈수록 오히려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군의아바이나 황동무가 기울여주는 정성을 생각하면 벌써 나은지도 오래이련만 무슨 영문인지 정갱이까지 팅팅 부어오르고 사지는 참을수 없을 정도로 쑤시기만 하였다.

하루는 군의아바이가 진찰을 하더니 긴 한숨을 입속으로 몰아쉬는것이였다. 그리고 한참동안이나 깊은 생각에 잠겨 서있다가 말없이 밖으로 나가버리는것이였다.

이윽하여 그가 나간쪽 밖에서 흥분에 떨리는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애는 꼭 살아날것이예요. 떳떳한 유격대의 전사로서, 당의 아들로서 살아날것이예요. 나는 이것을 굳게 믿어요. 제발 그 애의 다리만은 자르지 말아주세요.》

《정말 나도 내 이 다리를 자르면 잘랐지 차마 그 애 다리를 자르지는 못할것 같소. 그러나 생명이 위험한것을 어찌 하겠소.》

《나도 아바이마음을 잘 알고있어요. 그러나 아바이, 그 애가 무쇠같이 튼튼한 두다리로 산야를 주름잡고 다니며 원쑤놈들을 무찌를수 있도록 고쳐놓는것이 우리의 임무가 아닐가요. 나는 그렇게 하는것이 또한 우리에게 맡겨진 혁명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우리의 정성이 아직 부족한가봐요.》

《그럼, 어떻게 한담.》

잠시 흐느껴우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울음섞인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바이, 아바이에게 모든것을 맡기겠어요. 한많이 쓰러진 부모들과 동생들의 이름으로, 짓밟히운 조국의 이름으로, 원쑤놈들에게 백배천배의 복수를 갚아야 할 그 애, 광복된 조국땅에 보람찬 새 세상을 꾸리고 마음껏 행복을 누려야 할 그 애를 나는 아바이에게 맡기겠어요. 아바이만 믿겠어요.》

얼마간 조용했다. 기침소리만이 몇번 들려왔다. 그다음엔 어디론가 멀어져가는 발자국소리, 발자국소리와 아울러 이번에는 탁한 목소리가 뒤따라 울려왔다.

《이거야 어디 마음을 종잡을수 있나.》

다음날이였다. 군의아바이는 나를 자기 방으로 업어갔다. 나는 다리가 너무 아팠기때문에 그저 얼른 아프지 않게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였다.

《자, 이제 곧 시원하게 해줄터이니 사내답게 꾹 참고 있어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후의 일을 나는 자세히 모른다.

다만 이런 기억만이 떠오른다. 군의아바이가 내 허리를 가로타고앉을 때 나는 그에게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하고 애원했고 그가 상처를 만지려고 할 때 소리를 치기 시작하자 그는 나의 온몸을 사정없이 꽉꽉 짓눌렀다. 귀를 잡아당겼고 어깨를 쥐여 문질렀고 상처근방의 살을 모질게 꼬집어놓았다.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온몸이 아파나서 어디를 만져도 내 살같이 여겨지지 않았다.

군의아바이는 참으로 사정이 없었다. 나는 그가 상처를 칼로 쨀 때 비명을 올렸는데 그는 짼 살속에 손가락을 넣어 수술을 했다. 나는 너무나 급해서 《누나.》하고 목이 터지라고 불렀다. 그러나 황동무도 내 머리를 꽉 누른채 대답을 안했다.

나는 속으로 그들을 원망하였다. 나는 그만 의식을 잃고말았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군의아바이는 내 다리에서 부러진 뼈 한대를 손으로 끄집어내고 쏟아지는 고름을 말끔히 짜낸 다음 상처를 소금물로 씻어내고 아편을 넣어만든 고약을 붙이고 봇나무껍질로 싸매놓았다는것이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해가 서산에 기울어갈무렵이였다. 참을수 없는 아픔이 온몸을 짓눌렀다. 나는 《악》하고 고함을 질렀고 황동무를 애타게 불렀다. 몸은 옴짝 움직일수가 없었다. 나는 웨치고 부르짖고 하다가 끝내는 입술을 덜덜 떨면서 얼없이 주위를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보였다. 다음순간 문가에 서있는 황동무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있었고 눈은 번뇌와 애원에 차있었다. 이때 복도에서 인기척이 났다. 살펴보니 군의아바이가 웅크리고 앉아서 나를 애타게 바라보고있었다. 나의 눈길과 마주쳤을 때 그는 얼굴을 돌리면서 팔소매로 눈언저리를 쑥 문지르는것이였다.

나는 이들한테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무한히 행복했다. 뜨거운 사랑이 몸에 스며드는것을 느꼈고 그들이 나의 곁에 있음으로 하여 모든 고통이 가라앉는것 같았다.

그후부터 나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가며 신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수술후 나의 상처는 아주 좋아졌다. 상처자리가 근질근질해났다. 기분같아서는 당장 일어날것만 같았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이나 다리를 만져보았는지 모른다. 나의 오른다리는 여전히 붙어있었다. 그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몰랐다.

나는 군의아바이가 나타날 때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면 군의아바이는 나를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고통을 참고 이겨낼줄 아는 용감한 소년》이라고 칭찬해주었다.

군의아바이는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나의 몸을 추세우기 위하여 아침마다 근처의 내가에 나가 산천어를 낚아오군 하였다. 환자들을 치료하느라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그가 무슨 한가한 틈이 있어 낚시질을 다녔겠는가.

황동무는 그 산천어를 정성껏 지져서 가져오군 하였다. 나는 그것을 먹을 때마다 그들의 육친적사랑을 온몸에 느끼였다.

내가 다리를 조금씩 움직일수 있게 되면서부터 황동무는 나를 업어다 뒤산의 양지바른 곳에다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잣나무밑에 눕히고 잣을 따다가 한알한알 까주었다. 나는 황동무와 함께 산으로 오르는것이 제일 즐거웠다.

어느날 내발로 걸어서 앞산으로 올랐다. 병신이 될줄만 알았던 내가 동지들의 뜨거운 사랑에 의하여 이렇게 떳떳이 걸어다닐수 있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막 하늘에라도 날아오를것만 같았다.

가없이 넓은 가을하늘은 물들인듯 푸르른데 산들은 붉게붉게 단풍이 들었다.

《야, 참 경치가 좋구나.》

내입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말이 새여나왔다.

《응 정말 좋구나. 그러나 조선의 가을은 이보다 더 좋단다. 하늘과 바다가 새파랗고 가을이면 붉고붉은 산들이 정말 그림같단다. 우리는 일제놈들때문에 그렇게 아름다운 조국에서 살지 못하고 만주로 쫓겨왔단다. 그러니 우리는 힘껏 싸우고 또 싸워서 그놈들을 내쫓아야 한단다.》

그의 이야기에 나는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조국땅을 그려보면서 구름이 뭉게뭉게 피여오르는 남쪽하늘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조국을 빼앗고 아버지, 어머니들을 빼앗은 원쑤놈들에 대한 참을수 없는 증오가 치솟아올랐다.

나는 황동무의 손을 힘있게 붙잡고 이렇게 부르짖었다.

《하루속히 건강한 몸으로 김일성장군님을 가뵙자요. 그리고 유격대에 들어가 총을 메고 원쑤들을 치겠어요. 그리하여 장군님의 참된 아들이 되고 충직한 전사로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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