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5권 13. 이 배낭을 동지들에게 (류치수동지를 회상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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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12-05-25 02:05 조회1,80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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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낭을 동지들에게
(류치수동지를 회상하여)
김 충 렬
나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혁명을 위하여, 전우들을 위하여 서슴없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동지들을 알고있다.
내가 이야기하려는 류치수동무도 바로 이와 같은 숭고한 혁명정신으로 자기의 귀중한 생명을 바친 유격대원의 한사람이다.
류치수동무는 동북 요하현의 어느 한 농촌에서 소작살이를 하다가 1936년에 항일유격대에 입대하였었다. 그는 성품이 어질고 특히 동지에 대한 우애심이 강하여 입대한 첫날부터 전우들의 지극한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부대가 어려운 고비에 부닥칠 때마다 그는 늘 앞장에 서서 나갔으며 전투시에는 항상 용감하였고 대담하였다.
1939년 겨울이였다.
우리 부대는 북만의 요하, 호림일대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적들과 매일과 같이 치렬한 전투를 진행하고있었다. 적들은 계속 심대한 타격을 받으면서도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밤낮 휴식할 사이도 없이 전투를 하고 행군해야 하는 우리앞에는 곤난이 많았다.
부대가 도무허근방에 이르렀을 때 식량이 떨어져 3~4일씩 낟알구경을 못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우선 식량을 마련해야 했다.
지휘부에서는 식량공작대를 편성하였다. 거기에는 류치수동무와 나도 선발되였다. 당시 나는 기관총수였고 류치수동무는 부사수였다. 우리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허리를 치는 눈을 헤치며 밀림속을 행군하였다. 며칠씩 굶은데다가 눈보라까지 휘몰아쳐서 불과 40리밖에 안되는 목적지에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겨우 도착할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숨돌릴사이 없이 인차 그곳에 있는 자위단을 습격했다. 그리고 놈들의 식량을 로획하여 힘자라는데까지 한짐씩 걸머지고 되돌아섰다. 돌아오는 길은 몇곱절 더 힘들었다.
허기증이 극도에 달한데다 무거운 짐을 걸머진탓으로 눈속에 쓰러지면 제힘으로 얼른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부축하면서 생눈길을 기를 쓰고 헤쳐나갔다.
치수동무는 몸이 약한 동무의 배낭을 벗겨서 두몫을 걸머지고 걸었다. 그의 얼굴에는 땀이 물흐르듯 흘러내렸으나 종시 배낭 하나를 다른 동무들에게 넘겨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앞에서 다른 동무들의 손을 잡아 당겨주고 뒤에서 등을 밀어주기도 했다.
우리는 그 이튿날 아침 늦어서야 겨우 약속한 장소에 당도할수 있었다. 그러나 부대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였다. 우리는 이제까지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여 그만 그자리에 쓰러지다싶이 주저앉고말았다. 그리하여 제2집결장소로 떠나기전에 거기서 하루밤 휴식하기로 하였다. 원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그이상 행군을 계속할수 없었기때문이다.
우리는 지고온 강냉이를 삶아서 우선 요기를 하였다. 그리고 보초만을 남겨놓고 모두 밥에 취하여 우등불곁에 누워 잠이 들고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나는 문득 눈을 떴다. 모두 곤히 잠든채로 있었다. 다만 치수동무만이 홀로 우등불앞에 돌아앉아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있었다.
《무얼 하오?》하고 나는 일어나 앉으며 그에게 물었다.
치수동무는 나를 돌아보며 말없이 히죽 웃었다.
그는 강냉이를 우등불에 닦고있었다. 나는 그의 곁으로 갔다. 그러자 그는 말없이 옆에 놓인 배낭속에서 닦은 강냉이 한줌을 꺼내주었다.
그의 배낭은 닦은 강냉이로 그득하였다. 필경 한잠도 자지 않고 닦은것이 분명했다.
《웬 강냉이를 이렇게 많이 닦았소?》
내가 놀라운김에 이렇게 묻자 그는 《우리는 그래도 요기를 했지만 부대동무들이 오죽 시장하겠소. 동무들을 만나면 곧바로 먹을수 있게 나눠줘야지. 어떻게 한가하게 강냉이를 끓일 때까지 기다리게 하겠소.》하고 말하는것이였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에 뜨거운것이 안겨오는것을 억제할수 없었다. 전우들을 생각하는 그의 고귀한 품성은 나의 가슴을 세차게 때리는것 같았다.
《치수동무.》하고 나는 힘껏 그의 손목을 잡았다.
나는 그에게 강냉이는 내가 닦을테니 좀 누우라고 권했으나 그는 끝내 누우려고 하지 않았다.
얼마후에 동무들도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이무렵에 보초선에서 적들이 기여든다는 신호가 왔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적들은 우리 부대의 행방을 잃어버리고 이 근방을 그냥 헤매다가 우리와 조우하였던것이다.
류치수동무와 나는 산으로 오르는 동무들을 엄호하기 위하여 기관총을 산탁 코숭이에 걸어놓았다.
놈들은 우리의 인원수가 적음을 알고 포위태세를 취하면서 밀려들었다.
나는 덤벼드는 적의 무리를 향하여 련발로 불벼락을 안기였다. 류치수동무도 싸창으로 놈들을 하나하나 겨누어가며 면바로 쏘아눕혔다.
이바람에 우악스레 달려들던 적들도 더는 가까이 오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눈먼 총질만 하였다.
《충렬동무, 이틈에 산에 올라갑시다.》하고 치수동무는 어떻게하나 기관총을 보호해야 된다는것을 말했다.
우리는 재빨리 산정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절반쯤 올라왔을 때 그는 《암만해도 둘이 한곳에 붙어다니다가는 더 위험하겠군.》하고 갑자기 옆으로 내달리였다.
나는 그를 미처 만류할 사이도 없었다. 그는 벌써 적을 향하여 싸창을 연방 갈기면서 관목사이로 들어가고있었다.
내가 기관총을 들고 무사히 피하도록 그는 일부러 자기의 위치를 로출시키면서 적들을 딴데로 유도해가는것이였다. 그의 대담하고 희생적인 행동은 집단과 동지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위험속에도 서슴없이 뛰여드는 혁명전사들에게서만 찾아볼수 있는 고귀한 정신의 표현이였다.
그의 뒤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고지에 올라와 동무들과 함께 전투준비를 갖출 때까지 아래쪽에서는 계속 자지러지는 총성이 울려왔다.
이윽고 그는 땀투성이가 되여 고지로 올라왔다.
《치수동무, 수고했소. 다친데는 없소?》
《보는바와 같이 건강하지요. 걱정을 끼쳐서 안됐소다.》하고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배낭을 땅에 내려놓고 닦아넣은 강냉이가 쏟아지지 않았나 살펴본 다음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나서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나는 치수동무를 다시한번 보았다.
그리고 그의 혁명동지를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는 불굴의 투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좀 이슥하여 적들은 굶주린 이리떼마냥 다시 고지로 기여올랐다. 수백명은 실히 되였다.
우리는 놈들을 바싹 접근시켜놓고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적들은 삼대처럼 쓰러졌다. 이에 당황한 놈들은 허둥지둥 아래로 밀려내려갔다.
적들이 물러선 짬을 타서 우리는 눈을 쌓아올리고 다져서 진지를 구축하고 기관총을 단단히 걸어놓았다.
잠시후에 놈들은 또다시 기여올랐다. 이번에는 고지 정면과 좌우측으로 기여오르면서 기관총을 십자형으로 란사하여왔다. 그바람에 우리는 머리도 들수 없었다. 좌측에서 달려든 적들은 어느덧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다. 위험한 순간이였다. 치수동무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수류탄을 던졌다. 적들은 무리로 쓰러졌다.
그러나 그 순간 치수동무는 그만 적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나는 대원 한동무를 시켜 그를 인차 후송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아직 싸울수 있소. 나때문에 다른 동무까지 전투장에서 떨어지게 해서는 안됩니다. …저것 보시오. 적들이 누렇게 기여오르지 않소.》하고 그는 이를 악물고 싸창으로 놈들을 겨누어 쏘는것이였다.
우리는 불같은 적개심을 안고 놈들에게 복수의 명중탄을 퍼부었다.
적들은 집요하게 기여올랐다. 전투는 더욱 가렬해졌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치수동무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우리는 거듭 그를 후송시키려고 하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런 판에 가기는 어디로 가겠소.》하면서 한사코 동무들의 손을 뿌리치며 눈무지우에 기여올라 원쑤들에게 계속 사격을 하였다.
놈들이 우리들의 완강한 대항에 못이겨 다시 산밑으로 밀려내려가기 시작한 때였다.
치수동무는 적을 향해 총을 겨눈채 갑자기 눈우에 머리를 푹 떨구었다.
《치수동무, 치수동무, 정신차리오.》하고 옆에 있던 대원이 그를 껴안고 어깨에서 배낭을 벗기였다.
그는 중상을 입고도 동무들을 위해 강냉이를 닦아넣은 배낭을 벗지 않고있었던것이다.
전우의 품에 안긴 그는 간신히 눈을 떴다. 그리고 입속말로 《배낭…배낭을…》하고 되뇌였다.
나는 《배낭은 여기 있소.》하며 그의 손에 배낭을 쥐여주었다.
그는 그제서야 안심되는듯 머리를 끄덕이며 띠염띠염 《혁명을 위하여 끝까지 싸우지 못하는것이 분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가 꼭 승리하리라는걸 굳게 믿소. 이 배낭을 동무들에게…》 하고 말끝을 채 맺지 못하고는 그만 눈을 감고말았다.
《치수동무, 치수동무.》
우리는 그의 몸을 껴안고 흔들며 몇번이고 목메여 불렀다. 그러나 한번 감은 눈을 그는 다시 뜨지 못했다.
혁명의 길에서 변함없이 끝까지 싸워왔고 어렵고 힘든 일에 남보다 먼저 나설줄 아는 그의 고귀한 품성, 자기의 고귀한 생명을 바치는 마지막순간까지 혁명동지들을 생각하는 그의 숭고한 동지애에 대하여 어찌 몇마디의 말로 다 표현할수 있으랴!
류치수동무의 장렬한 최후는 우리의 가슴속에 몇배나 더 거센 투쟁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였다.
우리는 또다시 달려드는 원쑤들에게 불벼락을 안기였으며 성난 사자마냥 놈들을 맞받아나가 육박전으로 쓸어눕혔다. 우리의 복수전에 겁을 먹은 적들은 다시는 고지로 기여오를념을 내지 못하였다.
이리하여 우리는 수십배가 넘는 적들에게 섬멸적타격을 주고 그날밤 늦어서야 본부대와 만날수 있었다.
우리는 그 동안의 경과와 류치수동무의 영웅적인 투쟁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순간까지 자기의 임무를 잊지 않고 간직하였던 큼직한 배낭을 앞에 내놓았다.
배낭안에 든 닦은 강냉이는 치수동무의 말대로 지체없이 대원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였다.
정치위원동지는 동무들앞에서 이렇게 엄숙히 말했다.
《동무들이 받아든 강냉이 한알한알을 그저 닦은 강냉이알로만 생각해서는 안되오. 그 한알한알의 강냉이에는 치수동무의 고귀한 혁명적동지애의 정신이 스며있다는것을 잊지 말고 혁명을 위하여 그의 원쑤를 갚아야 하오.》
한줌씩 받아쥔 우리들의 손은 떨렸고 목이 메여 얼른 입에 넣지를 못하였다.
우리는 치수동무의 뜻을 이어 그가 이루지 못한 소원을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쳐 이룩하리라고 굳게굳게 맹세했다. 그리하여 부대는 그후 쏘만국경에 있는 일제경비선의 후방에 계속 타격을 가하면서 우쑤리강변에 승리의 붉은기를 높이 휘날리며 전진하였다.
그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류치수동무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며 그와 함께 싸우던 투쟁의 나날들이 삼삼히 떠오른다.
나는 혁명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쳐 싸운 류치수동무를 잊지 앉으며 내가 맡은 혁명임무수행에 끝까지 몸바쳐 싸우리라는 각오를 더욱 굳게 다지게 된다.
(류치수동지를 회상하여)
김 충 렬
나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혁명을 위하여, 전우들을 위하여 서슴없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동지들을 알고있다.
내가 이야기하려는 류치수동무도 바로 이와 같은 숭고한 혁명정신으로 자기의 귀중한 생명을 바친 유격대원의 한사람이다.
류치수동무는 동북 요하현의 어느 한 농촌에서 소작살이를 하다가 1936년에 항일유격대에 입대하였었다. 그는 성품이 어질고 특히 동지에 대한 우애심이 강하여 입대한 첫날부터 전우들의 지극한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부대가 어려운 고비에 부닥칠 때마다 그는 늘 앞장에 서서 나갔으며 전투시에는 항상 용감하였고 대담하였다.
1939년 겨울이였다.
우리 부대는 북만의 요하, 호림일대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적들과 매일과 같이 치렬한 전투를 진행하고있었다. 적들은 계속 심대한 타격을 받으면서도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밤낮 휴식할 사이도 없이 전투를 하고 행군해야 하는 우리앞에는 곤난이 많았다.
부대가 도무허근방에 이르렀을 때 식량이 떨어져 3~4일씩 낟알구경을 못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우선 식량을 마련해야 했다.
지휘부에서는 식량공작대를 편성하였다. 거기에는 류치수동무와 나도 선발되였다. 당시 나는 기관총수였고 류치수동무는 부사수였다. 우리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허리를 치는 눈을 헤치며 밀림속을 행군하였다. 며칠씩 굶은데다가 눈보라까지 휘몰아쳐서 불과 40리밖에 안되는 목적지에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겨우 도착할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숨돌릴사이 없이 인차 그곳에 있는 자위단을 습격했다. 그리고 놈들의 식량을 로획하여 힘자라는데까지 한짐씩 걸머지고 되돌아섰다. 돌아오는 길은 몇곱절 더 힘들었다.
허기증이 극도에 달한데다 무거운 짐을 걸머진탓으로 눈속에 쓰러지면 제힘으로 얼른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부축하면서 생눈길을 기를 쓰고 헤쳐나갔다.
치수동무는 몸이 약한 동무의 배낭을 벗겨서 두몫을 걸머지고 걸었다. 그의 얼굴에는 땀이 물흐르듯 흘러내렸으나 종시 배낭 하나를 다른 동무들에게 넘겨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앞에서 다른 동무들의 손을 잡아 당겨주고 뒤에서 등을 밀어주기도 했다.
우리는 그 이튿날 아침 늦어서야 겨우 약속한 장소에 당도할수 있었다. 그러나 부대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였다. 우리는 이제까지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여 그만 그자리에 쓰러지다싶이 주저앉고말았다. 그리하여 제2집결장소로 떠나기전에 거기서 하루밤 휴식하기로 하였다. 원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그이상 행군을 계속할수 없었기때문이다.
우리는 지고온 강냉이를 삶아서 우선 요기를 하였다. 그리고 보초만을 남겨놓고 모두 밥에 취하여 우등불곁에 누워 잠이 들고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나는 문득 눈을 떴다. 모두 곤히 잠든채로 있었다. 다만 치수동무만이 홀로 우등불앞에 돌아앉아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있었다.
《무얼 하오?》하고 나는 일어나 앉으며 그에게 물었다.
치수동무는 나를 돌아보며 말없이 히죽 웃었다.
그는 강냉이를 우등불에 닦고있었다. 나는 그의 곁으로 갔다. 그러자 그는 말없이 옆에 놓인 배낭속에서 닦은 강냉이 한줌을 꺼내주었다.
그의 배낭은 닦은 강냉이로 그득하였다. 필경 한잠도 자지 않고 닦은것이 분명했다.
《웬 강냉이를 이렇게 많이 닦았소?》
내가 놀라운김에 이렇게 묻자 그는 《우리는 그래도 요기를 했지만 부대동무들이 오죽 시장하겠소. 동무들을 만나면 곧바로 먹을수 있게 나눠줘야지. 어떻게 한가하게 강냉이를 끓일 때까지 기다리게 하겠소.》하고 말하는것이였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에 뜨거운것이 안겨오는것을 억제할수 없었다. 전우들을 생각하는 그의 고귀한 품성은 나의 가슴을 세차게 때리는것 같았다.
《치수동무.》하고 나는 힘껏 그의 손목을 잡았다.
나는 그에게 강냉이는 내가 닦을테니 좀 누우라고 권했으나 그는 끝내 누우려고 하지 않았다.
얼마후에 동무들도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이무렵에 보초선에서 적들이 기여든다는 신호가 왔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적들은 우리 부대의 행방을 잃어버리고 이 근방을 그냥 헤매다가 우리와 조우하였던것이다.
류치수동무와 나는 산으로 오르는 동무들을 엄호하기 위하여 기관총을 산탁 코숭이에 걸어놓았다.
놈들은 우리의 인원수가 적음을 알고 포위태세를 취하면서 밀려들었다.
나는 덤벼드는 적의 무리를 향하여 련발로 불벼락을 안기였다. 류치수동무도 싸창으로 놈들을 하나하나 겨누어가며 면바로 쏘아눕혔다.
이바람에 우악스레 달려들던 적들도 더는 가까이 오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눈먼 총질만 하였다.
《충렬동무, 이틈에 산에 올라갑시다.》하고 치수동무는 어떻게하나 기관총을 보호해야 된다는것을 말했다.
우리는 재빨리 산정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절반쯤 올라왔을 때 그는 《암만해도 둘이 한곳에 붙어다니다가는 더 위험하겠군.》하고 갑자기 옆으로 내달리였다.
나는 그를 미처 만류할 사이도 없었다. 그는 벌써 적을 향하여 싸창을 연방 갈기면서 관목사이로 들어가고있었다.
내가 기관총을 들고 무사히 피하도록 그는 일부러 자기의 위치를 로출시키면서 적들을 딴데로 유도해가는것이였다. 그의 대담하고 희생적인 행동은 집단과 동지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위험속에도 서슴없이 뛰여드는 혁명전사들에게서만 찾아볼수 있는 고귀한 정신의 표현이였다.
그의 뒤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고지에 올라와 동무들과 함께 전투준비를 갖출 때까지 아래쪽에서는 계속 자지러지는 총성이 울려왔다.
이윽고 그는 땀투성이가 되여 고지로 올라왔다.
《치수동무, 수고했소. 다친데는 없소?》
《보는바와 같이 건강하지요. 걱정을 끼쳐서 안됐소다.》하고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배낭을 땅에 내려놓고 닦아넣은 강냉이가 쏟아지지 않았나 살펴본 다음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나서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나는 치수동무를 다시한번 보았다.
그리고 그의 혁명동지를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는 불굴의 투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좀 이슥하여 적들은 굶주린 이리떼마냥 다시 고지로 기여올랐다. 수백명은 실히 되였다.
우리는 놈들을 바싹 접근시켜놓고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적들은 삼대처럼 쓰러졌다. 이에 당황한 놈들은 허둥지둥 아래로 밀려내려갔다.
적들이 물러선 짬을 타서 우리는 눈을 쌓아올리고 다져서 진지를 구축하고 기관총을 단단히 걸어놓았다.
잠시후에 놈들은 또다시 기여올랐다. 이번에는 고지 정면과 좌우측으로 기여오르면서 기관총을 십자형으로 란사하여왔다. 그바람에 우리는 머리도 들수 없었다. 좌측에서 달려든 적들은 어느덧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다. 위험한 순간이였다. 치수동무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수류탄을 던졌다. 적들은 무리로 쓰러졌다.
그러나 그 순간 치수동무는 그만 적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나는 대원 한동무를 시켜 그를 인차 후송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아직 싸울수 있소. 나때문에 다른 동무까지 전투장에서 떨어지게 해서는 안됩니다. …저것 보시오. 적들이 누렇게 기여오르지 않소.》하고 그는 이를 악물고 싸창으로 놈들을 겨누어 쏘는것이였다.
우리는 불같은 적개심을 안고 놈들에게 복수의 명중탄을 퍼부었다.
적들은 집요하게 기여올랐다. 전투는 더욱 가렬해졌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치수동무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우리는 거듭 그를 후송시키려고 하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런 판에 가기는 어디로 가겠소.》하면서 한사코 동무들의 손을 뿌리치며 눈무지우에 기여올라 원쑤들에게 계속 사격을 하였다.
놈들이 우리들의 완강한 대항에 못이겨 다시 산밑으로 밀려내려가기 시작한 때였다.
치수동무는 적을 향해 총을 겨눈채 갑자기 눈우에 머리를 푹 떨구었다.
《치수동무, 치수동무, 정신차리오.》하고 옆에 있던 대원이 그를 껴안고 어깨에서 배낭을 벗기였다.
그는 중상을 입고도 동무들을 위해 강냉이를 닦아넣은 배낭을 벗지 않고있었던것이다.
전우의 품에 안긴 그는 간신히 눈을 떴다. 그리고 입속말로 《배낭…배낭을…》하고 되뇌였다.
나는 《배낭은 여기 있소.》하며 그의 손에 배낭을 쥐여주었다.
그는 그제서야 안심되는듯 머리를 끄덕이며 띠염띠염 《혁명을 위하여 끝까지 싸우지 못하는것이 분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가 꼭 승리하리라는걸 굳게 믿소. 이 배낭을 동무들에게…》 하고 말끝을 채 맺지 못하고는 그만 눈을 감고말았다.
《치수동무, 치수동무.》
우리는 그의 몸을 껴안고 흔들며 몇번이고 목메여 불렀다. 그러나 한번 감은 눈을 그는 다시 뜨지 못했다.
혁명의 길에서 변함없이 끝까지 싸워왔고 어렵고 힘든 일에 남보다 먼저 나설줄 아는 그의 고귀한 품성, 자기의 고귀한 생명을 바치는 마지막순간까지 혁명동지들을 생각하는 그의 숭고한 동지애에 대하여 어찌 몇마디의 말로 다 표현할수 있으랴!
류치수동무의 장렬한 최후는 우리의 가슴속에 몇배나 더 거센 투쟁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였다.
우리는 또다시 달려드는 원쑤들에게 불벼락을 안기였으며 성난 사자마냥 놈들을 맞받아나가 육박전으로 쓸어눕혔다. 우리의 복수전에 겁을 먹은 적들은 다시는 고지로 기여오를념을 내지 못하였다.
이리하여 우리는 수십배가 넘는 적들에게 섬멸적타격을 주고 그날밤 늦어서야 본부대와 만날수 있었다.
우리는 그 동안의 경과와 류치수동무의 영웅적인 투쟁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순간까지 자기의 임무를 잊지 않고 간직하였던 큼직한 배낭을 앞에 내놓았다.
배낭안에 든 닦은 강냉이는 치수동무의 말대로 지체없이 대원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였다.
정치위원동지는 동무들앞에서 이렇게 엄숙히 말했다.
《동무들이 받아든 강냉이 한알한알을 그저 닦은 강냉이알로만 생각해서는 안되오. 그 한알한알의 강냉이에는 치수동무의 고귀한 혁명적동지애의 정신이 스며있다는것을 잊지 말고 혁명을 위하여 그의 원쑤를 갚아야 하오.》
한줌씩 받아쥔 우리들의 손은 떨렸고 목이 메여 얼른 입에 넣지를 못하였다.
우리는 치수동무의 뜻을 이어 그가 이루지 못한 소원을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쳐 이룩하리라고 굳게굳게 맹세했다. 그리하여 부대는 그후 쏘만국경에 있는 일제경비선의 후방에 계속 타격을 가하면서 우쑤리강변에 승리의 붉은기를 높이 휘날리며 전진하였다.
그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류치수동무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며 그와 함께 싸우던 투쟁의 나날들이 삼삼히 떠오른다.
나는 혁명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쳐 싸운 류치수동무를 잊지 앉으며 내가 맡은 혁명임무수행에 끝까지 몸바쳐 싸우리라는 각오를 더욱 굳게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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