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6권 2. 북만원정의 길에서 -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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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정 작성일2012-07-14 09:07 조회1,9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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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만원정의 길에서
오 진 우
항일무장투쟁의 장구한 나날에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리 대원들을 항상 세심히 보살펴주시였으며 훌륭한 혁명전사로 교양육성하시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이시였다.
그처럼 간고하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와 같은 나어린 인민혁명군대원들이 어떻게 그이의 따뜻한 손길에서 자라나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것을 그 어떤 말로나 글로 다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여기서 그이의 전사로 싸울 때에 있은 그 많은 감격적인 이야기중에서 특히 나자신이 직접 체험한 잊혀지지 않는 몇가지 사실만을 적으려 한다.
1935년 6월,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에 속한 나는 위대한 수령님의 지휘밑에 력사적인 북만원정의 길에 오르게 되였다. 그때 아직 어린 대원이였던 나에게 있어서 이 원정의 길은 걸음마다 고된 시련을 뚫고나가는 준엄한 로정이였다.
로흑산전투후 라자구지방에서 활동하다가 로야령을 넘어 녕안, 액목현일대에 진출한 우리 유격대는 도처에서 원쑤들에게 섬멸적타격을 주면서 광범한 인민들속에 혁명의 씨앗을 뿌렸다.
그때만 하여도 동만지방에 비하여 혁명적영향이 적게 미치였던 이곳 인민들속에서 우리는 일제의 침략정책에 대하여, 유격투쟁의 정당성과 혁명의 전망에 대하여 적극적인 해설선전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그들에게 승리의 신심을 높여주었다.
가는 곳마다에서 인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우리 부대는 1935년 겨울에 액목현에서 교하현쪽으로 행군하고있었다.
사나운 눈보라를 맞받아 허리를 치는 밀림속 생눈길을 헤쳐나가는 이 행군은 참으로 간고하였다.
이때에 대원들에게 돌려주신 위대한 수령님의 깊고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나는 영원히 잊을수 없다.
부대가 숙영할 때면 그이께서는 의례히 대원들을 먼저 재우고 일일이 돌아보신 다음 나중에야 자리에 누우시였고 아침에는 제일먼저 일어나시였다. 모두가 깊이 잠든 야밤삼경에도 대원들의 젖은 신발을 벗기여 우등불에 말리고계시는 사령관동지를 뵈옵고 가슴뜨거워진 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부대가 어느 한 부락에서 휴식을 마치고 행군을 준비할 때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대원들에게 이미 준비해가지고다니던 겨울용가죽신인 《도로기》를 신을것을 지시하시였다.
나는 《도로기》를 처음 신게 되였다. 그런데 그것을 신고 걸음을 옮겨보니 발에 붙지 않고 자꾸 벗어지며 거치장스럽기만 하였다.
그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어느새 이것을 아시였는지 나의 곁에 오시여 《어디 그 신발을 좀 벗어보오.》하고 말씀하시였다.
나는 말없이 한쪽 《도로기》를 벗어드렸다. 그이께서는 그것을 이리저리 만져보시다가 그안에 깐 짚을 손수 부드럽게 하여 깔아주시는것이였다.
그때 나는 사소한 신발에까지 그이의 손길이 미치게 한것이 어찌도 미안한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것을 느꼈다. 나는 한사코 내절로 하겠다고 말씀드리였다.
그러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부드러우신 음성으로 《원, 고집두 …〈도로기〉는 그렇게 신으면 안되오. 이렇게 짚을 꼭 맞게 잘 깔아야 발이 뜨뜻하고 벗어지지 않소. 그러지 말고 한쪽도 마저 벗소. 내가 다 해줄테니.》하고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나는 할수없이 남은 한쪽까지 벗어드렸다.
그이께서는 짚을 솜처럼 부드럽게 두드린것을 《도로기》안에 깔고 손을 넣으시여 신바닥을 일일이 다듬기까지 하시였다.
그이께서 손수 고쳐주신 《도로기》를 신은 나는 날아갈것 같은 심정이였다. 천리고 만리고 쉬지 않고도 갈것 같았다.
《이젠 발에 맞소?》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나에게 물으시였다.
《꼭 맞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만족한 얼굴로 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시고 다시금 다른 대원들의 신발을 일일이 보살펴주시였다.
그이의 따뜻한 손길과 세심한 배려는 대원들의 생활의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렇게 대원들을 극진히 사랑하시며 한사람한사람을 육친의 정으로 돌보시는 거기에서 기쁨을 느끼시는 위대한 수령님, 곤난한 때일수록 자신을 생각하시기전에 대원들을 먼저 생각하시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시는 위대한 수령님.
그이의 전사된 영예와 기쁨을 무엇에 비하랴.
우리는 오직 위대한 수령님의 두리에 한사람같이 굳게 뭉쳐 험준한 행로를 뚫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부대의 행군로정은 교하현경을 넘어서면서 더욱 간고해졌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휘하시는 조선인민혁명군의 북만원정에 질겁한 원쑤들은 발악적으로 우리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강행군을 하다가는 적을 치고, 적을 치고는 또 강행군을 계속하여야 했다.
행군은 낮에도 밤에도 계속되였다.
이러한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우리는 역시 밤을 꼬박 새우며 걸었다. 그런데 새벽녘에 한 골짜기에 이르자 그곳에는 적지 않은 목탄이 널려있었다.
(이것을 주어가지고가서 숙영할 때에 피우면 얼마나 좋으랴.) 이런 생각이 든 우리는 저마다 널려있는 목탄을 주어모았다. 나도 그것을 한아름이나 주어안고 행군을 계속했다.
대렬은 령마루에 이르러 잠시 휴식하게 되였다. 밤낮으로 행군하느라고 모두가 지칠대로 지친터이라 눈우에 앉기가 바쁘게 인차 잠이 들어 코를 고는 동무들까지 있었다.
나 역시 앉고보니 몸이 땅속에 잦아드는것만 같았고 사정없이 졸리였다.
그리하여 나는 덮치듯이 밀려드는 잠을 쫓느라고 손으로 연신 눈을 비비였다. 그래도 아무런 소용이 없이 끝내 잠이 들어 그자리에 곤드라지고야말았다.
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던지 행군개시의 구령소리가 마치 꿈속에서처럼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러다가 동무들이 부산스레 움직일 때에야 나는 눈을 번쩍 뜨며 황급히 목탄을 안고 일어섰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잠에서 미처 깨여나지 못한채 걷고있었다.
이렇게 얼마간 걸었을 때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두팔로 숯을 그러안고있는데 어쩐지 어깨가 허전하였다. 총이 없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정신없이 오던 길을 되돌아 휴식하던 장소로 달려갔다. 그러나 어찌도 마음이 조급해났던지 바로 지척인 휴식장소가 10리도 더 되는듯싶었다. 나는 헐떡거리며 가파로운 산으로 치달아올랐다.
내가 산마루에 거의 당도했을 때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휴식하던 장소를 제일 나중까지 일일이 돌아보시고 그때에야 내려오고계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를 보시자 여느때와 다름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시였다.
《진우동무, 어디 가오?》
나는 어쩔바를 몰랐다.
《저는 그만 …총, 총을 …》
목안이 확 달아오른 나는 말끝을 채 맺지 못하고 계속 산으로 뛰여올라가려고 하였다.
이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의 팔소매를 잡아당기시면서 미소를 띠우신 얼굴로 바라보시며 《너무 덤비지 마오.》하고 만류하시는것이였다.
나는 그제야 그이께서 나의 총을 어깨에 메고계신것을 보았다. 나는 얼굴에 모닥불을 쓴듯 화끈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무슨 말부터 하면 좋을지 몰라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는 나의 가슴은 자책으로 뒤설레였다.
(전우들의 피와 생명으로 바꾼 혁명의 무기가 아닌가. 그것을 어찌 잠시라도 몸에서 떼여놓을수 있단 말인가.)
나는 량심의 가책을 받으며 경각성이 해이된 자기를 깊이 뉘우쳤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에게 길을 재촉하시며 총을 어깨에 메신채 먼저 걸음을 옮기시였다.
내가 그 총을 메겠다는것을 말씀드렸으나 그이께서 그냥 가자고 하시기에 더는 말을 못하고 그이의 뒤를 묵묵히 따랐다.
그때에 나의 머리에는 요영구 소북구에서 그이를 처음 뵈올 때의 일이며 로흑산, 태평구전투후 로야령의 밀림을 뚫고 행군하던 일이며 북만에 온 후 이르는 곳마다에서 원쑤들을 통쾌하게 때려부시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도로기》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이 간고한 싸움의 나날에 그이께서는 우리 대원들을 얼마나 깊이 보살피시였던가.
나의 마음은 무척 괴로왔다.
어느새 동쪽 산마루에는 눈부신 아침해살이 활짝 떠올랐다. 부끄러움과 고민 그리고 자책에 뒤섞인 나는 우울해서 동무들속에 끼웠다.
그런데 웬일인지 동무들은 나를 보자 웃음을 참지 못해 허리를 그러안고 돌아가는것이였다. 그러자 옆에 계시던 그이께서도 나를 돌아보시고 빙긋이 웃음을 띠우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동무들 보기에 부끄럽던 나는 그들이 웃음까지 터치니 무슨 영문인지 몰라 더욱 어리둥절했다. 어쩔바를 몰라 나는 귀뿌리까지 화끈 달아올랐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인차 호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시여 나에게 주시면서 《이걸 보오. 얼굴이 어떻게 되였는가.…》라고 하시였다.
그때까지도 숯을 한아름 안고있던 나는 그것을 얼른 땅에 놓았다. 그리고 거울을 받아 얼굴을 비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속에 비친 나의 얼굴은 숯검댕이가 묻은 손으로 어떻게 만져놓았던지 두눈의 흰자위만 반득반득했다. 나는 자기의 얼굴을 보고 부끄러워 인차 거울을 내리우고말았다.
행군은 계속되였다. 눈보라는 더욱 기승을 부리며 휘몰아쳤다. 그러나 오직 한가지 생각에만 골몰한 나는 추운줄도 몰랐다.
나는 걸으면서도 줄곧 총에 대한 생각에 온 정신을 팔았다. 나는 다만 총을 빨리 주실것만 안타까이 기다렸다.
그러나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여전히 나의 총을 어깨에 메신채 아무 말씀도 없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놓으실뿐이였다.
(아마 단단히 혼내우시려는가부다.)
나는 은근히 근심스럽기도 하였다.
생각할수록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심각한 량심의 가책을 받을뿐이였다.
시간은 퍼그나 지났다. 그러나 총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말씀도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나는 맥없이 눈우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잠시후에 전령병이 와서 그이께서 나를 찾으신다고 하였다.
나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실가? 혹시 나더러 당분간 총을 메고다닐수 없다고 하시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큰 처벌이라도 내리실는지…)
나는 은근히 걱정을 하며 그이앞에 가서 긴장된 자세로 서있었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나를 잠시 지켜보시더니 인차 옆에 세워둔 총을 주시면서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나는 동무가 힘들어하는것 같아서 좀 도와주었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겠지. 어서 가지고 가오.
위대한 수령님의 이 말씀에 나는 불시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그제야 무엇때문에 그이께서 총을 여기까지 메고오시였는가를 알게 된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차라리 그이께서 나에게 되게 꾸지람을 해주시였으면 싶었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있던 나는 그저 《사령관동지.》하고는 그만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벌써 내 마음을 환히 알고계시는 그이께서는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씀하시였다.
동무의 심정은 충분히 리해할수 있소. 잘못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치면 되는것이요. 어서 돌아가보오.
그이께서는 더 길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때 위대한 수령님께서 하신 이 말씀은 참으로 그 어떤 처벌이나 추궁보다 비할수 없는 큰 힘을 가지고 나의 가슴을 후련하게 하여주었다.
나는 총을 꽉 틀어잡고 그이의 명령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더욱 용감히 싸울것을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하였다.
나는 오래도록 위대한 수령님의 따뜻한 손길을 가슴뜨거이 느끼며 더욱 기운을 내여 행군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자나깨나 나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충직한 전사로서 자기에게 맡겨진 혁명임무를 보다 충실히 수행하려는 결의를 더욱 굳게 다지며 모든 고난의 고비를 인내성있게 뚫고나아갔다.
오 진 우
항일무장투쟁의 장구한 나날에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리 대원들을 항상 세심히 보살펴주시였으며 훌륭한 혁명전사로 교양육성하시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이시였다.
그처럼 간고하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와 같은 나어린 인민혁명군대원들이 어떻게 그이의 따뜻한 손길에서 자라나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것을 그 어떤 말로나 글로 다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여기서 그이의 전사로 싸울 때에 있은 그 많은 감격적인 이야기중에서 특히 나자신이 직접 체험한 잊혀지지 않는 몇가지 사실만을 적으려 한다.
1935년 6월,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에 속한 나는 위대한 수령님의 지휘밑에 력사적인 북만원정의 길에 오르게 되였다. 그때 아직 어린 대원이였던 나에게 있어서 이 원정의 길은 걸음마다 고된 시련을 뚫고나가는 준엄한 로정이였다.
로흑산전투후 라자구지방에서 활동하다가 로야령을 넘어 녕안, 액목현일대에 진출한 우리 유격대는 도처에서 원쑤들에게 섬멸적타격을 주면서 광범한 인민들속에 혁명의 씨앗을 뿌렸다.
그때만 하여도 동만지방에 비하여 혁명적영향이 적게 미치였던 이곳 인민들속에서 우리는 일제의 침략정책에 대하여, 유격투쟁의 정당성과 혁명의 전망에 대하여 적극적인 해설선전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그들에게 승리의 신심을 높여주었다.
가는 곳마다에서 인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우리 부대는 1935년 겨울에 액목현에서 교하현쪽으로 행군하고있었다.
사나운 눈보라를 맞받아 허리를 치는 밀림속 생눈길을 헤쳐나가는 이 행군은 참으로 간고하였다.
이때에 대원들에게 돌려주신 위대한 수령님의 깊고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나는 영원히 잊을수 없다.
부대가 숙영할 때면 그이께서는 의례히 대원들을 먼저 재우고 일일이 돌아보신 다음 나중에야 자리에 누우시였고 아침에는 제일먼저 일어나시였다. 모두가 깊이 잠든 야밤삼경에도 대원들의 젖은 신발을 벗기여 우등불에 말리고계시는 사령관동지를 뵈옵고 가슴뜨거워진 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부대가 어느 한 부락에서 휴식을 마치고 행군을 준비할 때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대원들에게 이미 준비해가지고다니던 겨울용가죽신인 《도로기》를 신을것을 지시하시였다.
나는 《도로기》를 처음 신게 되였다. 그런데 그것을 신고 걸음을 옮겨보니 발에 붙지 않고 자꾸 벗어지며 거치장스럽기만 하였다.
그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어느새 이것을 아시였는지 나의 곁에 오시여 《어디 그 신발을 좀 벗어보오.》하고 말씀하시였다.
나는 말없이 한쪽 《도로기》를 벗어드렸다. 그이께서는 그것을 이리저리 만져보시다가 그안에 깐 짚을 손수 부드럽게 하여 깔아주시는것이였다.
그때 나는 사소한 신발에까지 그이의 손길이 미치게 한것이 어찌도 미안한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것을 느꼈다. 나는 한사코 내절로 하겠다고 말씀드리였다.
그러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부드러우신 음성으로 《원, 고집두 …〈도로기〉는 그렇게 신으면 안되오. 이렇게 짚을 꼭 맞게 잘 깔아야 발이 뜨뜻하고 벗어지지 않소. 그러지 말고 한쪽도 마저 벗소. 내가 다 해줄테니.》하고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나는 할수없이 남은 한쪽까지 벗어드렸다.
그이께서는 짚을 솜처럼 부드럽게 두드린것을 《도로기》안에 깔고 손을 넣으시여 신바닥을 일일이 다듬기까지 하시였다.
그이께서 손수 고쳐주신 《도로기》를 신은 나는 날아갈것 같은 심정이였다. 천리고 만리고 쉬지 않고도 갈것 같았다.
《이젠 발에 맞소?》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나에게 물으시였다.
《꼭 맞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만족한 얼굴로 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시고 다시금 다른 대원들의 신발을 일일이 보살펴주시였다.
그이의 따뜻한 손길과 세심한 배려는 대원들의 생활의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렇게 대원들을 극진히 사랑하시며 한사람한사람을 육친의 정으로 돌보시는 거기에서 기쁨을 느끼시는 위대한 수령님, 곤난한 때일수록 자신을 생각하시기전에 대원들을 먼저 생각하시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시는 위대한 수령님.
그이의 전사된 영예와 기쁨을 무엇에 비하랴.
우리는 오직 위대한 수령님의 두리에 한사람같이 굳게 뭉쳐 험준한 행로를 뚫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부대의 행군로정은 교하현경을 넘어서면서 더욱 간고해졌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휘하시는 조선인민혁명군의 북만원정에 질겁한 원쑤들은 발악적으로 우리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강행군을 하다가는 적을 치고, 적을 치고는 또 강행군을 계속하여야 했다.
행군은 낮에도 밤에도 계속되였다.
이러한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우리는 역시 밤을 꼬박 새우며 걸었다. 그런데 새벽녘에 한 골짜기에 이르자 그곳에는 적지 않은 목탄이 널려있었다.
(이것을 주어가지고가서 숙영할 때에 피우면 얼마나 좋으랴.) 이런 생각이 든 우리는 저마다 널려있는 목탄을 주어모았다. 나도 그것을 한아름이나 주어안고 행군을 계속했다.
대렬은 령마루에 이르러 잠시 휴식하게 되였다. 밤낮으로 행군하느라고 모두가 지칠대로 지친터이라 눈우에 앉기가 바쁘게 인차 잠이 들어 코를 고는 동무들까지 있었다.
나 역시 앉고보니 몸이 땅속에 잦아드는것만 같았고 사정없이 졸리였다.
그리하여 나는 덮치듯이 밀려드는 잠을 쫓느라고 손으로 연신 눈을 비비였다. 그래도 아무런 소용이 없이 끝내 잠이 들어 그자리에 곤드라지고야말았다.
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던지 행군개시의 구령소리가 마치 꿈속에서처럼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러다가 동무들이 부산스레 움직일 때에야 나는 눈을 번쩍 뜨며 황급히 목탄을 안고 일어섰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잠에서 미처 깨여나지 못한채 걷고있었다.
이렇게 얼마간 걸었을 때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두팔로 숯을 그러안고있는데 어쩐지 어깨가 허전하였다. 총이 없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정신없이 오던 길을 되돌아 휴식하던 장소로 달려갔다. 그러나 어찌도 마음이 조급해났던지 바로 지척인 휴식장소가 10리도 더 되는듯싶었다. 나는 헐떡거리며 가파로운 산으로 치달아올랐다.
내가 산마루에 거의 당도했을 때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휴식하던 장소를 제일 나중까지 일일이 돌아보시고 그때에야 내려오고계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를 보시자 여느때와 다름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시였다.
《진우동무, 어디 가오?》
나는 어쩔바를 몰랐다.
《저는 그만 …총, 총을 …》
목안이 확 달아오른 나는 말끝을 채 맺지 못하고 계속 산으로 뛰여올라가려고 하였다.
이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의 팔소매를 잡아당기시면서 미소를 띠우신 얼굴로 바라보시며 《너무 덤비지 마오.》하고 만류하시는것이였다.
나는 그제야 그이께서 나의 총을 어깨에 메고계신것을 보았다. 나는 얼굴에 모닥불을 쓴듯 화끈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무슨 말부터 하면 좋을지 몰라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는 나의 가슴은 자책으로 뒤설레였다.
(전우들의 피와 생명으로 바꾼 혁명의 무기가 아닌가. 그것을 어찌 잠시라도 몸에서 떼여놓을수 있단 말인가.)
나는 량심의 가책을 받으며 경각성이 해이된 자기를 깊이 뉘우쳤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에게 길을 재촉하시며 총을 어깨에 메신채 먼저 걸음을 옮기시였다.
내가 그 총을 메겠다는것을 말씀드렸으나 그이께서 그냥 가자고 하시기에 더는 말을 못하고 그이의 뒤를 묵묵히 따랐다.
그때에 나의 머리에는 요영구 소북구에서 그이를 처음 뵈올 때의 일이며 로흑산, 태평구전투후 로야령의 밀림을 뚫고 행군하던 일이며 북만에 온 후 이르는 곳마다에서 원쑤들을 통쾌하게 때려부시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도로기》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이 간고한 싸움의 나날에 그이께서는 우리 대원들을 얼마나 깊이 보살피시였던가.
나의 마음은 무척 괴로왔다.
어느새 동쪽 산마루에는 눈부신 아침해살이 활짝 떠올랐다. 부끄러움과 고민 그리고 자책에 뒤섞인 나는 우울해서 동무들속에 끼웠다.
그런데 웬일인지 동무들은 나를 보자 웃음을 참지 못해 허리를 그러안고 돌아가는것이였다. 그러자 옆에 계시던 그이께서도 나를 돌아보시고 빙긋이 웃음을 띠우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동무들 보기에 부끄럽던 나는 그들이 웃음까지 터치니 무슨 영문인지 몰라 더욱 어리둥절했다. 어쩔바를 몰라 나는 귀뿌리까지 화끈 달아올랐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인차 호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시여 나에게 주시면서 《이걸 보오. 얼굴이 어떻게 되였는가.…》라고 하시였다.
그때까지도 숯을 한아름 안고있던 나는 그것을 얼른 땅에 놓았다. 그리고 거울을 받아 얼굴을 비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속에 비친 나의 얼굴은 숯검댕이가 묻은 손으로 어떻게 만져놓았던지 두눈의 흰자위만 반득반득했다. 나는 자기의 얼굴을 보고 부끄러워 인차 거울을 내리우고말았다.
행군은 계속되였다. 눈보라는 더욱 기승을 부리며 휘몰아쳤다. 그러나 오직 한가지 생각에만 골몰한 나는 추운줄도 몰랐다.
나는 걸으면서도 줄곧 총에 대한 생각에 온 정신을 팔았다. 나는 다만 총을 빨리 주실것만 안타까이 기다렸다.
그러나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여전히 나의 총을 어깨에 메신채 아무 말씀도 없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놓으실뿐이였다.
(아마 단단히 혼내우시려는가부다.)
나는 은근히 근심스럽기도 하였다.
생각할수록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심각한 량심의 가책을 받을뿐이였다.
시간은 퍼그나 지났다. 그러나 총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말씀도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나는 맥없이 눈우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잠시후에 전령병이 와서 그이께서 나를 찾으신다고 하였다.
나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실가? 혹시 나더러 당분간 총을 메고다닐수 없다고 하시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큰 처벌이라도 내리실는지…)
나는 은근히 걱정을 하며 그이앞에 가서 긴장된 자세로 서있었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나를 잠시 지켜보시더니 인차 옆에 세워둔 총을 주시면서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나는 동무가 힘들어하는것 같아서 좀 도와주었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겠지. 어서 가지고 가오.
위대한 수령님의 이 말씀에 나는 불시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그제야 무엇때문에 그이께서 총을 여기까지 메고오시였는가를 알게 된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차라리 그이께서 나에게 되게 꾸지람을 해주시였으면 싶었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있던 나는 그저 《사령관동지.》하고는 그만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벌써 내 마음을 환히 알고계시는 그이께서는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씀하시였다.
동무의 심정은 충분히 리해할수 있소. 잘못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치면 되는것이요. 어서 돌아가보오.
그이께서는 더 길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때 위대한 수령님께서 하신 이 말씀은 참으로 그 어떤 처벌이나 추궁보다 비할수 없는 큰 힘을 가지고 나의 가슴을 후련하게 하여주었다.
나는 총을 꽉 틀어잡고 그이의 명령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더욱 용감히 싸울것을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하였다.
나는 오래도록 위대한 수령님의 따뜻한 손길을 가슴뜨거이 느끼며 더욱 기운을 내여 행군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자나깨나 나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충직한 전사로서 자기에게 맡겨진 혁명임무를 보다 충실히 수행하려는 결의를 더욱 굳게 다지며 모든 고난의 고비를 인내성있게 뚫고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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