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선 민족통신 편집위원은 25일 시론을 통해 지난 23일 북조선 국방위원회가 남측 당국을 비롯 정당, 사회단체들 및 각계에 보낸 공개서한에 대해 논평하면서 "전쟁의 참화를 막고 평화의 훈풍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그 앞을 가로막는 냉전 대결정책으로 꽁꽁 얼어붙은 철조망을 걷어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시론 전문을 여기에 게재한다.[민족통신 편집실]
[시론-17] 평화를 가로 막는 철조망
*글:장광선 편집위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1월23일 [북남관계개선의 활로를 열어나가는데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자]는 제목으로 한국정부당국과 여러 정당, 사회단체들, 각 계층 민중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내보냈습니다.
공개서한은 김정은국방위원회제1위원장의 신년사 중 남북(통일)관계분야를 구체화하여 실천방안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국방위원회의1월16일자 ‘중대 제안’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남측이 거절할 까닭이 없는데도 머뭇거리고 있음에 대해 서운함을 전하면서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그리고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실현됐을 때 그려지는 청사진을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신선호 유엔대사는 뉴욕에서 유엔주재기자단에게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립장]이라는 제목의 회견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회견문은 국방위원회의 ‘중대 제안’을 그대로 알려주면서 이 제안이 한국정부가 주장한 것처럼 ‘위장평화공세’나 ‘명분 쌓기’가 아닌 진정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험을 막고 민족의 안전과 평화수호를 위한 성의 있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한국당국이 “진정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귀중히 여긴다면 우리의 원칙적인 중대제안을 심중히 대하고 실지 행동으로 호응해 나와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기자들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되는 보도활동을 적극 벌려나가”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1월16일의 ‘중대제안’이 전달되자 한국정부는 채 하루가 가기도 전에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거부해버렸습니다.
북측의 ‘중대제안’과 남측의 거부 요점을 살펴봅시다.
첫째, 남북관계개선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하여 설을 계기로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중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비방중상은 북이 먼저 했으니 그 제안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게 남쪽의 거부 요점입니다.
제안은 양측이 같이 하자는 것이지 한 쪽에게만 그리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안은 이제까지 누가 어찌 했느냐를 따지지도 않습니다.
이제까지 누가 어떠했든 따지지 말고 설을 맞이하면서부터 너도 나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것을 네가 먼저 저질렀으니 그만두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한국의 모든 매체들은 조선 최고지도자의 신년사 중 “우리 민족문제, 북남관계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국제공조》를 청탁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롱락물로 내맡기는 수치스러운 사대매국행위입니다”고 지적한 것을 비방중상한 것으로 의식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나는 그 말이 비방중상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를 지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만, 그것이 비방중상으로 들린다 할지라도 이제부터 그리 하지말자는 것인데 트집 잡는 것이 아니면 이 말을 제안거부의 이유로 삼을 수 없다 생각합니다.
사실 조선은 크고 작은 국제적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어느 우방이든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거나 상대방인 미국과 한국에게 어찌 해주기를 요구한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피로 맺은 우방’이라는 중국과도 국익의 충돌로 심한 마찰을 빚으면서 홀로서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둘째,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하였고 실질적으로 다음 달부터 있을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남측은 그런 훈련이 ‘연례적’이며 ‘방어적’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습니다.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이 방어적인지 공격적인지는 지난해까지 그 훈련에 참여한 다국적군의 규모와 전쟁장비 작전목표 그리고 훈련형태를 살펴보면 명백합니다.
아무튼 북측은 ‘군사훈련’자체를 시비 거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지요.
자기들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자극하는 형태와 장소를 피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선반도의 령토와 령해, 령공을 멀리 벗어난 한적한 곳이나 미국에 건너가 벌려놓으라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또 미군은 동맹군임으로 합동군사훈련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정직하지 못한 변명입니다.
지난해의 훈련에는 일본 자위대를 포함한 다섯 개 나라의 군대가 참여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미연합군의 방위훈련’이라는 변명이 무색한 다국적 전쟁연습이며 남의 나라 군대의 전쟁연습을 위해 내 나라의 땅과 바다와 하늘을 무료로 내어줘 파괴하고 오염시킨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훈련을 중지할 수 없다고 한 데는 정직한 면도 있습니다.
이런 훈련을 결정하는 권한은 한국에 있지 않습니다.
전쟁훈련을 결정하는 작전통수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 있고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합참의장의 지령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시우님이 쓴 책[유엔군사령부]7쪽 참조.)
그러니 한국정부로서야 연합군사훈련장소는 물론 성격과 규모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바꾸거나 없앨 수 없다는 것은 정직한 고백인 샘이지요.
사실 중대제안의 두 번째 항목은 미국을 향한 것이고 한국에게는 이해당사자로서 미국의 결단을 부추기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제안은 특히 “서해 5개섬 열점지역을 포함하여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중지할 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여.... 실현을 위하여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 밝힘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주체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우리 모두를 열광하게 하는 조치가 기대되며 그 이후 미군과 한국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셋째, 한반도의 비핵화는 ‘민족공동의 목표’임으로 이를 위한 조치를 서로 취해나갈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 제안을 이해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조선은 세 차례나 핵실험을 성공한 명실공이 핵보유국이며 핵무력과 경제를 같이 발전시킨다는 ‘병진노선’을 국책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오바마대통령이 내세운 ‘핵 없는 세계’ 주장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은 현재 7600개가 넘는 핵폭탄을 단추만 누르면 목표지점에 날아가 터질 수 있도록 장착해놓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러시아도 그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고, 중국 영국 불란서 등 이른바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자기들만 공식적인 핵보유국이라 우기며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핵폭탄은 모두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가늠조차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세계멸망위협의 선봉에 선 미국지도자가 공공연히 ‘핵 없는 세계’를 주장합니다.
오바마의 ‘핵 없는 세계’ 주장은 대등한 핵강국 러시아와의 핵감축협상을 이끌어냈습니다.
비록 평화주의자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그런 협상은 세계를 핵참화로부터 구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몇 개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핵폭탄을 만든 조선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합니다.
조선의 핵이 위협으로 여겨진다면 이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하겠지요.
조선은 분명하게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핵은 한국전쟁 후 지속적으로 들이민 미국의 핵위협에 대항하여 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만들지 않을 수 없었으며 따라서 동족의 땅에 터뜨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조선반도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이다.
우리가 보유한 핵무력과 병진로선에 대하여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모두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과 공갈을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물론 세계의 비핵화까지 내다본 민족공동의 보검이며 가장 정당한 자위적인 선택이다.
우리 핵무력은 철두철미 미국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동족을 공갈하고 해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동족을 해치는 외세의 핵은 용인하고 온 겨레를 지키는 동족의 핵은 부인하는 이중적 행태와 단호히 결별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자기들의 핵정책을 비핵정책으로 바꾸기 위해) 한국정부도 “더 이상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이는 무모한 행위에 매달리지 말데 대하여 정중히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박근혜정권이 민족의 안녕과 평화번영을 위한 이 제안을 막무가내 ‘위장평화공세’로 몰아부처 거부하는 것은 그들의 속성 자체가 반평화 전쟁위협세력임을 드러낸 것입니다.
박근혜정권은 조선의 ‘긴급제안’을 거부하면서 천안함사건에 대한 사과부터 하라고도 했습니다.
천안함사건은 한국정부가 남북화해와 통일의 의지와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남북협력관계와 합의의 틀을 깨버리고 적대관계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천안함사건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꾸며낸 증거와 정황을 들이밀며 조선 어뢰공격에 의한 폭침이라고 덮어씌운 사건입니다.
정권이 바뀌었으면, 굳어있는 남북관계를 풀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비록 이전 정권이 저지른 조작질을 사과하는 정직한 용기를 갖지 못했을지라도 그냥 모르쇠로 넘어갈 법도 합니다.
그런데 이 빤한 조작질을 여전히 ‘북이 저지른 사실’로 우기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박근혜정권이 여전히 이명박정권과 같은 거짓과 기만으로 남북관계를 적대대결정책으로 몰고 가겠다는 분명한 신호인 것입니다.
국방위원회의 공개서한을 보도한 연합뉴스는 깃대에 높이 걸려 휘날리는 인공기 앞을 두 줄의 철조망이 가로지르는 사진을 함께 실었습니다.
평화의 바람을 가로막는 철조망처럼.
전쟁의 참화를 막고 평화의 훈풍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그 앞을 가로막는 냉전 대결정책으로 꽁꽁 얼어붙은 철조망을 걷어내야 합니다.
거짓과 기만이 본질인 반평화 전쟁위협이 본성인 박근혜정권을 끌어내리지 않고서는 남북의 화해협력, 한반도에 평화의 봄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2014년 1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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