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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경제위기와 진보적 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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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1-10-03 00:00 조회2,8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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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상 환(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최근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인 불황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 여야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여 경제정책 협의를 통해 제한적 범위의 경기부양책까지 강구하고 있다.
경기후퇴에 대한 노동계급의 투쟁은 경기후퇴의 과정과 그 해결책에 크게 영향을 준다. 경기후퇴에 대한 대응책은 친자본적인 것과 친노동계급적인 것이 있을 수 있다. 친자본적인 해결책은 노동자 실질 생계수준에 대한 공격, 공공 지출 삭감, 장기 고실업, 세계화의 가속화, 공공부문 민영화 내지 사기업적 원리 도입 등 자본의 힘을 강화하고 노동을 억압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계급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 위기의 해결은 친자본적 해결책들을 억제하고 진보의 기초를 닦는, 노동계급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을 점검하고 지난 8월 10일 여야정 경제정책 협의를 통하여 발표된 제한적 경기부양책의 내용과 문제점을 검토한다.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선 해결책으로서 "진보적 구조개혁"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세계대공황 가능성과 내년까지 지속될 경기침체

연초에 우리는 과거의 경기순환 경과와 세계경제 상황으로 봤을 때 경기침체가 적어도 연말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현재 상황을 보면 이 전망이 대체로 맞는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 가서야 회복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미국경제의 불황 지속 등 세계경제 악화에 다른 수출부진 심화, 국내 투자 위축 등이다.

1) 미국 및 세계경제의 침체와 수출 부진

미국경제는 2000년 4/4분기 이후 아직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정보기술(IT) 부문의 투자증대가 기술혁신을 추동하여 고성장, 저실업률, 저인플레를 구가하였다. 90년대 후반에는 IT 부문에 대한 투자증가가 총 설비투자 증가의 약 2/3를 차지하였다. 주가 폭등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소비지출을 증대시켰고, 밴처자본 투자의 급증으로 투자증대도 가져왔다. 기술혁신과 금융시장의 결합이 호황의 핵심적 기반이 되었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도 촉진제가 되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거품에 기초한 투자증가와 소비지출 증가에 의한 신경제 호황은 거품이 꺼지면 대불황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2000년 4/4분기 이후 미국경제는 침체에 들어갔다. GDP성장률은 2/4분기에 0.7%로 9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였고, 산업생산은 2000년 하반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2001년 1/4분기 경기침체 속에서 미국 900대 기업들의 이윤은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15%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25%나 감소했다. 나스닥은 2000년 3월 5000에서 2001년 4월 1800선이 붕괴했고, 다우지수도 10000선이 일시적으로 붕괴되었다. 결정적인 것은 투자의 위축인데 설비와 소프트웨어 투자는 2000년 4/4분기에 -3.3%, 2001년 1/4분기에 -2.6%로 감소하였다. 2/4분기에 비주거용 구조물 투자는 11.2% 감소하였고, 설비투자는 14.5%나 감소하였다.
주식시장의 불황이 투자 위축을 부추겼다. 벤처캐피탈 투자는 2000년 3/4분기 278억 달러에서 2001년 1/4분기 145억 달러로 반감하였다. 가계와 기업의 높은 부채가 불황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막대한 무역수지 문제와 제조업의 불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달러 가치를 인하시키면 그동안의 호황을 떠받쳐온 외국자본이 유출되어 심각한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미국경제의 침체는 빠른 시기 내에 회복되기 어렵고 상당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연방준비이사회(FEB)도 최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금년 미국경제성장률을 지난 2월의 2-2.5%에서 1.25-2%로 낮추어 추정했다.
미국경제의 전망을 둘러싸고는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전망이 나누어져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되어서야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불황이 3년 정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높은 주가, 밴처캐피탈 증대, 기술혁신, 경쟁 격화 등이 10여년간의 호황을 가져왔다면 그 반대의 악순환은 끔찍한 대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실업과 주가하락으로 인한 부(富)의 효과의 소멸이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총수요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미국 정부와 일부 분석가들은 제조업의 재고조정이 끝나가고 소비가 여전히 건실하다는 점에서 급속한 회복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섯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도 정보산업의 과잉설비가 해소되지 못하여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상황에 대해서 무력한 것을 볼 때 하반기 내의 회복은 불가능하고 내년 상반기가 지나야 과잉투자 해소와 새로운 투자증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컴퓨터와 IT산업을 제외한 재고판매비율은 올해 1월의 1.68에서 6월의 1.62로 개선되었는데 비해 IT산업의 재고판매비율은 같은 기간에 1.37에서 1.56으로 빠르게 상승한 것은 IT 장비 및 소프트웨어의 생산축소와 가동률 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그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기존 투자의 과잉부분의 해소까지 감안하면 IT산업의 경기회복은 훨씬 더딜 전망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전세계적 경기침체(recession)를 초래하였다. 1992년 중 25%에 불과하던 미국 설비투자 중 수입제품의 비중은 40%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미국의 수입이 미국을 제외한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의 두 배인 6%로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의 설비투자 부진이 여타 파급되면서 경기침체가 세계경제 전체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지난해 2/4분기 중 20% 증가에서 금년 중 10% 감소로 전환되었으며, 특히 전년 말 20% 이상 증가하였던 미국의 IT 설비 수입은 금년 3-5월중 연율 기준으로 약 50% 감소하여 아시아국가들에 큰 타격을 주었다.

유럽지역은 1/4분기 GDP 성장률이 0.6%에 그쳤고, 독일경제도 자본재의 수출의존도가 높아 유로지역의 여타 국가들에 비해 타격이 심하여 기업신뢰지수는 지난 5년 동안의 최저치로 하락하였다. IMF는 독일의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1.9%에서 1.25%로 하향 조정하였다. 독일의 GDP는 2분기에 감소했고, 이탈리아의 GDP도 2분기에 감소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유럽 전체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거의 제로 수준이다. 유럽은 더 이상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공황에 접어들었다. 산업생산이 6개월간 연율 기준으로 17% 감소하면서 GDP가 2분기 연속하여 감소하였고 일본 정부는 2분기(4-6월) 실질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마이너스 1.2%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5일 발표한 2분기 법인기업통계에 의하면 제조업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모두 마인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은행은 2분기에일본 GDP가 6%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디플레이션이 실질 부채부담의 증가와 소비의 연기를 초래하면서 소비를 위축시켰다. 공식 실업률은 지난 7월 사상 최악인 5%로 치솟은 것으로 발표되었는데 일본 정부는 9월 4일 구직을 포기한 실망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그 2배가 넘는 10.4%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의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16%나 감소하고 GDP성장률이 1/4분기 4.6%에서 2/4분기에는 -0.8%로 감소하였고, 상반기에 11%나 감소하였다. 대만은 2/4분기 수출이 17% 감소하고 연초에 비해 6월의 수출이 28%나 감소했다.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대만의 GDP는 상반기에 연율 6%나 감소하였다. 말래이지아와 태국도 침체에 가깝다. J. P. 모르간은행은 중극을 제외한 동아시아 신흥국 경제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3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시아 각국은 또한 설비과잉상태에 있어서 투자 급감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구조조정의 진행으로 인해 내수가 취약해지자 수출의존도를 높였고 이것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의 수출의존도(수출/GDP)는 1996년의 30%에서 2000년에 4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에 태국은 39%에서 66%로 높아졌다.
라틴 아메리카 각국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이미 침체에 들어섰고, 브라질도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에 달하여 곧 침체로 들어설 전망이다. 멕시코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GDP의 25%에 달할 정도로 미국의존이 심하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이미 침체(recession)에 빠져들었으며 이번 세계적 경제불황은 종래의 불황과는 다른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침체(recession)란 2분기 이상 국내총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첫째, 불황이 전세계적으로 동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종전 불황시에는 일부 국가의 경제가 호황을 유지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들의 불황으로부터의 탈출에 버팀목이 되었지만 이번의 불황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아시아 각국 모두 불황에 빠져 있어서 구원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무역과 투자의 세계화를 통해 세계 각국 경제가 점차 통합되어왔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투자가 붕괴되자 동아시아로부터 수입을 줄이고 동아시아의 수요위축은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으로부터의 수입도 감소시키는 것이다.
둘째, 인플레이션없는 불황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확대정책을 통하여 불황을 완화하는 정책수단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과잉투자의 문제 때문에 이자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불황의 완화는 어렵다. 실제로도 올해 들어 7차례에 걸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이자율 인하도 불황완화 효과가 적었다. 이자율인하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6-12개월의 시차가 있다. 게다가 이자율 인하는 주로 장기채권 수익률 하락과 고주가, 달러 약세 등을 통해 작용하는데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위의 이자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는 조금밖에 인하되지 않았고, 주가는 하락했으며, 달러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과잉투자로 인한 불황이라는 점이다. 종전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이자율 인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수요감퇴 탓에 불황이 왔는데 이번에는 10여년에 걸친 통신기술산업의 성장으로 과다차입, 과잉투자에 의한 과잉 생산설비가 누적되었다는 것이다. 과잉투자로 인한 불황은 2차대전 이전까지 일반적인 현상으로서 이로 인해 불황이 깊어지고 장기화된다. 과다차입과 과잉 생산설비가 적정수준으로 감축될 때까지 상당기간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불황도 그만큼 장기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과잉투자형 불황은 "혁신적 기술 → 투자활성화 → 주가급등 → 과잉소비 → 과잉투자 → 기업수익성 하락 → 기업도산 → 주가급락 투자와 소비의 위축"의 순환을 한다.
"Get a parachute", The Economist, Aug. 25th, 2001
"A global game of dominos", The Economist, Aug. 25th, 2001

요컨대 신자유주의적인 규제완화와 세계화의 결과 자본주의체제에 고유한 전형적인 과잉생산 공황이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경제는 방화벽 없는 건물, 혹은 칸막이 없는 유조선처럼 불안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 속에서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잠식당하여 불황으로부터의 탈출이 더욱 어렵다.

한국에서도 2000년 3/4분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세계적 불황 속에서 최근 수출부진이 두드러진다. 2001년 6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3.4%나 줄어들었고, 7월에는 20%나 감소하였다. 반도체와 컴퓨터 등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져 전자산업 수출은 작년 하반기의 354억달러에서 올해 상반기에 268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8월에도 수출은 작년 8월 대비 19.4% 감소하였다.

2) 경기 침체의 심화

<표 1>에서 보듯이 내수용 소비재 출하 증가율은 2001년 1/4분기에 8.1% 감소했다가 5월 3.3%, 6월 13.4%로 상승하였고, 설비투자도 같은 기간에 -6.2%에서 -5.3%, 6월 -2.9%로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내수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부진이 심화되며 산업생산 증가율이 2001년 1/4분기 5.0%에서 5월 2.3%로 내려갔다가 6월중에는 -2.7%로 감소하였다. 특히 반도체 생산은 1/4분기 이후 크게 하락하여 6월중에는 16.1%나 감소하였다.

소비위축도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8월 17일 발표한 7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6개월 뒤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 6월 100.3으로 기준선을 넘어섰으나 7월중 98.4로 다시 꺾였다. 회복되는 듯했던 소비심리가 장기화되는 실물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경기에 대한 기대는 97.2로 전월(103.1)보다 크게 하락하였고, 가계생활에 대한 기대는 99.4로 전월(100.6)보다 하락하였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전달보다 2.9포인트 떨어진 88.2로 나타났다. 경기에 대한 평가는 87.8로 전월(92.2)보다 하락하였고, 가계생활 형편에 대한 평가는 88.6으로 전월(90.0)보다 감소하여 생활형편이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였다. 7월중 가계수입 평가지수도 90.1로 전달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이상을 종합하면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경기나 가계형편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표 1> 산업활동동향
(전년동월(기) 대비, %)

자료: 통계청, "2001년 1월중 산업활동동향", 2000. 2.
통계청, "2000년 3월중 산업활동동향", 2000. 4.
통계청, "2000년 6월중 산업활동동향", 2000. 7.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되었다. 대신경제연구소가 12월 결산법인 230개사와 코스닥 주요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8월 15일 발표)에 의하면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2001년 상반기 당기 순이익은 8조913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0% 줄어들고 특히 제조업은 36.7%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6.4% 감소한 18조2281억원, 경상이익은 14.7% 줄어든 12조9757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코스닥기업들의 순이익은 5300억원으로 20.3% 줄었고 경상이익은 3.7% 감소한 8691억원, 영업이익은 5.6% 늘어난 1조1711억원이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 영향으로 설비투자는 작년 11월부터 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1% 감소하면 GDP 성장률은 0.33% 하락하므로 올해 설비투자가 3.8% 감소할 경우 내년 GDP 성장률은 1.3% 하락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월 2일 발표한 8월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7월보다 무려 14.4포인트 급락한 90.2로, 6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업의 경기전망이 어두워지는 등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7월 경제동향"에서 "내수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부진이 극심해짐에 따라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며 경기회복 시기를 향후 6개월-1년 정도로 잡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볼 때 현재의 경기침체는 금년 내로는 회복될 가능성이 적고 내년 상반기를 지나야 회복의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등 세계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회복의 시기는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2. 여야당 경제정책 합의는 빗나간 방향

1) 여야당 경제정책 합의의 내용

수출부진에 대해 정부에서는 수출업체 저리 금융 지원, 임금인상 억제 등 전통적인 처방을 강구하여왔고, 경기침체에 대해서도 부동산경기 활성화 조치를 취해왔다. 그리고 지난 8월 9-10일 여야 경제정책협의회에서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의 대응책으로서 감세, 추경 편성, 재벌규제 완화 등 제한적 경기활성화정책이 합의되었다.
감세 규모에 대해서 한나라당에서는 기업설비투자 활성화 등 민간중심의 경제활력을 회복한다는 취지로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5-7조원 경감하자고 주장한 반면 정부여당은 소폭 감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10조원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경기진폭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였다. 또한 정부는 이자율 인하를 강행하여 한국은행은 재무부의 요구에 따라 8월 9일 콜금리를 0.25% 추가 인하하였다. 또한 여야당은 집단소송제의 단계적 도입을 조건으로 30대기업집단 지정을 자산기준으로 변경하여 축소하기로 하고 합의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자산기준을 40조원으로 하자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규제대상은 4대 재벌로 축소되고 재벌규제는 거의 해소되게 된다. 그리고 8월 12일 민주당에서는 대기업집단 선정기준을 5-10조원으로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5조원 기준으로 하면 12대 재벌, 10조원 기준으로 하면 12대재벌이 해당된다.
여야당은 또한 구조조정의 지연을 경제불안의 요인이라고 보고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한편 실업대책을 강화하고 20만호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서민주거안정사업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2) 여야당 합의 경제정책의 문제점

그동안 경기대책으로 "구조조정론"과 "경기부양론"이 대립되었고, IMF, 정부여당,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이 모두 구조조정론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구조조정 만능론은 경기침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아니었다. 구조조정론자들은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미진전으로 기업경영의 불안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조조정 자체는 부실기업을 빨리 퇴출시켜서 과잉생산을 축소하자는 것이지만 부실기업 퇴출과정 그 자체가 바로 경기침체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와서 수출부진 등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고용이 불안해지자 제한적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여야 합의 경제정책은 현재의 경기침체에 올바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재벌과 자산가층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서 자본주의적 모순을 심화시키고 향후 더욱 심한 경제불안을 가져오게 될 잘못된 정책방향이다.
첫째, 감세정책과 이자율 인하는 경기침체 탈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인하는 부유층에 유리하고 투기만 부추길 따름이다. 이것은 부동산 임차료와 가격을 상승시켜 제조업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이자율은 이미 실질 이자율이 마이너스에 달할 정도로 크게 내려갔지만 수익성 전망이 불안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과 세율인하 검토>
분배개선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모든 계층에 어필하려는 시도.

둘째, 재정지출 확대규모가 너무 작다. 수출과 민간투자가 부진한 것이 문제이므로 이를 대신하여 정부의 투자가 요구되는데 10조원의 규모는 실질적 재정투자 확대하고 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5조1천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매년 해왔던 규모이다. 또 금년 예상되는 불용(잉여예산) 5조원을 쓴다고 하지만 이것은 올해 사용할 것으로 예정되었다가 못쓰고 내년에 쓸 것을 올해에 다시 당겨쓰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야당은 현재의 정부 채무가 과다하다고 하면서 적자재정 확대를 우려하지만 이것은 과장이고 금융자산 소유자의 이익을 지키는 건전한 화폐(sound money)를 유지하자는 속셈이다. 실제로 한국의 정부채무는 GDP의 25% 정도로 OECD 국가 평균 70%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셋째, 재벌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재벌개혁을 후퇴시키는 잘못된 방향이다. 재벌 문제는 구조 -> 행태 -> 결과라는 인과관계를 갖고 있다. 총수 일족의 소유경영독점이라는 지배구조로 인해 과다차입 문어발 확장, 과잉투자라는 행태가 자행되고 그 결과 기업수익성 악화와 국가적 경제위기(외환위기)가 초래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후 김대중정부 하에서 재벌개혁은 거의 진전되지 못했고, 일부 측면에서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사외이사제도 등이 도입되었지만 총수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되었다. 내부지분율은 작년의 43.4%에서 금년 45%로 높아졌고 총수 지분율도 1.5%에서 3.3%로 높아졌다. 비상장회사의 내부지분율은 65%로 상장사의 지분율 31.7%보다 훨씬 높다. 자산대비 출자비율도 작년의 32.9%에서 금년에 35.6%로 높아졌다. 출자총액 증가율은 5대 재벌 5.8%에 비해 6-30대 재벌 21.1%로 더 높다. 출자총액한도 초과분이 무려 23조원에 달한다.
또 2000년도 결합재무제표에 의하면 재벌의 부채비율은 대폭 상승하였다. 문어발식 확장도 재연되고 있다. 30대 재벌의 계열사수는 99년 686개에서 작년 544개로 줄었다가 금년에는 다시 624개로 1년 동안에 80개사나 늘어났다. 정보통신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한 결과이다. 제2금융권에 대한 재벌의 지배력도 강화되어 신용카드업에서는 삼성과 LG의 시장점유율이 98년 24.4%에서 2000년 37.1%로 높아졌고, 생명보험에서는 삼성의 점유율이 33.3%에서 40.4%로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기화로 하위 재벌들을 규제에서 제외하는 것은 과다차입과 과잉투자 등의 과거 재벌폐해를 재연시킬 수 있다. 재벌에 대한 주요규제로서는 계열회사간 상호출자금지, 신규채무보증 금지, 출자총액 제한 등이 있고, 금융 규제로서 동일인 및 동일계열군 여신한도, 은행주식지분한도 제한, 거액여신 한도 등이 있고, 세제상 규제로서는 과다 차입금 지급이자에 대한 손금불인정, 대손충당금의 손금산입 제외 등이 있다. 그리고 결합재무제표 작성의무, 언론과 농수산업 진입에 대한 규제 등이 있다. 재벌들은 경기침체에 대응한 투자활성화를 내세우며 꾸준히 대기업집단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고 이제 거의 재벌개혁을 무력화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3. 진보적 구조개혁으로 경제위기 극복

우리는 2000년말부터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대응방안으로 진보적 구조개혁을 제시하였다. 진보적 구조개혁의 내용은 ①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자산가들의 부담으로 축소하고, ②소득재분배로 국가지출을 확대하여 불황을 완화하고 경기를 호전시키며, ③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소유의 사회화와 노동자의 통제를 확대하며, ④국제적으로 국제금융자본의 운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영국 노동조합과 노동당에서도 1970년대 후반 불황에 대응하는 노동자계급의 경제정책노선으로 대안경제전략(Alternative Economic strategy, AES)을 제출하였다. 그 내용은 ①국가기업위원회(National Enterprise Board,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여 기업을 통제하는 기관)를 강화시키는 과정과 함께 은행과 보험회사 그리고 다수의 거대 제조업체들을 포함하는 공공부문을 실질적으로 확장시킨다. ②공공부문 및 민간부문에 성장과 투자프로그램의 기초를 제공하는 경제계획을 발전시키고 이를 계획협정과 비협조적 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통해 발전시킨다. ③생활수준의 즉각적인 개선 및 공공부문 긴축의 중단, 이는 투자를 증대시키고 실업을 줄일 것이다. ④군비지출의 대폭 삭감, ⑤엄격한 물가통제, ⑥국제수지 균형을 위한 수입통제의 부과 및 외채상환을 위한 해외자산의 매각, ⑦계획화과정과 산업민주주의의 발전의 모든 단계에 노동조합과 다른 민중조직들이 참여함으로써 경제생활을 전반적으로 민주화할 것 등이다.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대안은 진보적 구조개혁이다.

첫째, 기업 부실과 금융기관 부실채권 문제는 투자자와 예금자의 손실 부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기업 과다대출을 출자전환하여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되 총수 등 실패한 경영자를 축출하고 지배적인 주식지분을 노동자가 공동으로 보유하도록 한다.
정부가 보증하거나 정부가 직접 조성하는 기업단위 내지 산업단위 노동자 투자기금을 통해 채무상환이 어려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정부 보증의 경우 정부는 노동자투자기금 조성을 위한 금융기관 대출에 대한 지급을 보증하고, 기업과 노동자투자기금 및 노동조합간에 대출금 상환 및 노동자 경영참가협약을 체결하도록 한다. 증자 및 자사주를 노동자투자기금에 분배하는 것도 이를 촉진할 수 있다. 대출금 상환은 이자비용 및 투자기금 관련 비용은 기업이 지급하고 원금만 기업의 이익을 기초로 한 노동자 분배몫으로 노동자들이 장기 상환하도록 한다. 이 방식은 노동자 소유참가를 동반한 기업재무구조의 개선을 가져온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있다. 정부 조성의 경우 무분별한 공적자금 투입분을 기업·금융기관의 노동자투자기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노동자투자기금 및 노동조합과 기업·금융기관간에 자사주 분배 및 상환협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른 금융기관 손실 부담은 채권시가평가제를 과거 계정까지 전면 적용하고, 예금부분보장의 기준을 5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금융종합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등으로 부실채권 처리자금을 조달하여 해결해야 한다.

둘째, 국방비의 감축, 부유세의 신설 및 적자재정 확대로 공공부문 투자와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하여 불황을 완화해야 한다. 구조조정론자들은 경기부양책을 쓰면 구조조정이 지연된다고 경기부양책을 반대하지만, 불황기이므로 당연히 케인즈주의적 불황대책을 써야 하는 것이다. 경기침체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20조원 이상의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 재정지출 확대의 방향은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사회복지부문 확충과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교육연구개발 투자가 바람직하다. 주거비 안정을 통하여 임금인상 압력을 둔화시킬 수 있고, 또 3-5년만 지나면 중국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큰 산업의 잠재력을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제 개편과 사회보장지출 확대 등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으로 경제침체를 완화하도록 한다. 구조개혁과 경제회생에 소요되는 재정자금의 대부분은 재산소유자들이 감당해야 한다. 우선 조세징수를 늘려야 하고, 또한 간접세 중심에서 직접세 중심으로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1천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올리는 자들의 금융자산이 400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율 5%로 계산해도 금융자산 소득은 20조원으로, 절반만 조세로 흡수해도 10조원에 달한다. 부과기준 금액도 4,000만원에서 2000만원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아울러 주식, 채권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금융소득의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 <구조조정, 구조개혁, 경기부양의 관계>
"先 구조조정 - 後 경기부양론"과 "경기회복을 위한 내수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KDI는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병행론"을 편다. 구조조정은 경제내의 자원배분과 관련된 미시경제 차원의 문제인 반면 경기부양은 거시경제 혹은 총량변수 차원의 개념으로서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상호 독립적으로 혹은 병행 추진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책수단의 측면에서도 금리 재정 등 거시적 경기조절 수단은 모든 경제주체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반면, 제도개혁과 부실제거 등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은 부문 계층간 이해상충을 수반하고 비용과 편익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구조조정은 경기여건과 관계없이 그 자체의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경기조절은 경기여건과 경제안정 기조 등을 감안하여 신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KDI 거시경제팀, "경기대책의 주요 이슈 및 효과분석", 2001. 8. 31 참조)

*<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 문제>
KDI는 현재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나 다음과 같은 보완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경기대책, 2001. 8. 31)
-추가적인 재정확대는 기 실시사업의 완공을 촉진하는데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규모의 장기 투자사업보다는 필요시 중단이 용이한 사업(예 실업급여 확대)에 우선 배분
- 재정지출 확대 및 기타 경기부양 조치에 비례하여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
- 중장기 재정운영의 방향과 구체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재정상황에 대한 민간의 우려를 불식할 필요

<감세정책의 타당성 여부>
선진국들의 세율인하 추세, 조세부담률의 상승, 경기둔화 심화, 중산층 조세부담 경감 필요성 등으로 최근 세율 인하 논의가 본격화
KDI는 감세정책의 단기적인 경기활성화 효과는 재정확대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감세정책은 중장기적인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조세개편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감세정책을 실시하더라도 중기재정여건 세율 인하시 초래될 구조적인 세수감소 규모, 경기활성화에 필요한 적정 감세규모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중기재정여건이 불확실하고 세율 1% 포인트 인하시 법인세는 7천5백억원, 소득세는 약 6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세운확대-세율 인하방식의 조세개편을 추진한다는 기본원칙 하에 단기적으로는 경기활성화 및 국제경쟁력을 갖춘 조세구조 구축을 위한 소규모(2-3조원)의 감세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경제안정의 관계>
분배와 생산(성장)의 관계를 살펴보자. 급속한 경제성장과 보다 평등한 소득분배는 서로 양립가능한가, 아니면 상호 모순되는 목표인가. 급속한 경제성장은 소득분배의 불평등증대라는 희생을 바탕으로 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가, 아니면 소득격차의 완화가 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가.
분배와 성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경제이론의 시각과 입장에 따라서 견해가 다르다. 신고전파 이론에서는 불평등한 소득분배가 고저축과 고자본축적을 통하여 고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헤로드-도마-로스토우류 성장모델의 핵심적 내용이다. 그러나 신고전파의 모델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우선 후진국에서 일반적인 현상으로서 부유층의 소비성향이 결코 낮지 않다. 그들은 과시적 낭비, 외제품 선호, 해외 여행과 외화 도피, 부동산투기 등에 많은 돈을 낭비한다. 또한 분배의 개선이 대중의 참여를 촉진하고 사기를 고무하여 경제하려는 의지를 고양함으로써 경제발전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이정우, 1995).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에서도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자본축적의 결과로서 분배율의 개선은 축적률을 억압하게 되어서 경제적 확장을 저해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에는 동시에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착취의 결과로서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자본주의적 모순이 누적되면 공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도 포함되어 있다.
후기 케인지안파를 비롯한 구조주의 모형에서는 분배조건이 경제활동에 규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파악한다. 투자수요가 이윤 및 가동률과 정(正)의 상관관계에 있다면 임금증가를 위한 소득재분배는 자본축적률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과점적 시장구조가 특징적이며 과잉설비의 존재가 일반적일 때 임금몫이 증가하면 더높은 지출성향을 가진 노동자에게 소득이 재분배됨에 따라 총수요가 증가하고, 가동률도 증가하며, 가동률 증가가 이윤몫 감소 보다 크므로 이윤율은 상승하게 되며, 축적도 증가하고 성장률도 상승한다는 논리이다.
내생적 경제성장 모형에서는 소득분배와 성장이 상호 결합되어 결정되는데 성장과 분배와의 관계는 칼도어 등의 후기 케인지안파의 주장과 유사하다. "소득분배의 변화 --> 수요구성의 변화 --> 성장률의 변화"의 인과관계를 설정하여 제조업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여 소득분배상태가 개선되면 제조업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므로 성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토다로(1985)에 의하면 두 나라의 GNP와 1인당 소득이 같다고 하더라도 소득 분배가 상이함에 따라 소비와 생산의 패턴도 중대한 차이가 나게 된다. 소득분배가 불평등할수록 총수요와 생산은 더욱더 부유층의 소비선호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요컨대 경제성장의 요소로서 공급측 요인만 아니라 수요측 요인까지 고려하면 소득분배의 개선이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현재 한국자본주의는 고도성장을 통하여 공급능력은 이미 초과상태이며, 경제성장이 공급측 요인보다는 국내소비와 투자, 해외수출수요 등 수요측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으므로 소득분배의 개선은 안정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 급격히 진행된 경제개방화는 고소득층의 소득이 외제상품 및 해외 서비스 소비로 향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분배와 성장의 관계는 더욱 정(正)의 상관관계에 있을 수 있다.
물론 생산수단에 대한 기존 소유관계를 그대로 둔 채로 분배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수요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으로 생산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생산수단의 소유관계 변화에 의한 작업장내의 민주주의의 진전은 공급 측면에서 노동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을 강화하여 생산력의 안정적 발정을 가져올 수 있는 유력한 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소득분배는 경제안정에 기여한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되었는데 고소득층에 집중된 소득은 경기가 침체되면 비생산적 부문에 투자되거나 해외 소비로 향하게 된다. 따라서 소득 분배의 개선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향상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또한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단계에 도달했고, 경제 불안정이 심화된 오늘 한국경제에서는 형평을 통한 경제안정은 질적 성장의 기반이 된다.

셋째, 금융 공급 확대, 금리 인하, 사채시장의 초고금리를 규제하여 투자와 소비를 촉진한다. 사채시장 고금리 규제를 위해 이자제한법 제정을 추진한다.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미약하나 소득재분배 효과도 있고 중장기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다.
사채시장의 초고금리를 인하하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경제 위기의 지속과 법률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사채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채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신용불량자가 3월말의 240만명에서 6월말 272만명으로 늘어난 것을 볼 때, 정부의 사금융대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정부의 연 60%의 고리대금업을 합법화하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에 따라 현대스위스금고 등 신용금고가 연 60%짜리 사채상품을 내놓았지만 첫달 이자연체 비율이 무려 30%에 달해 신용불량자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 등은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들은 여전히 사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 5월 표시광고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채업체들이 사금융 광고시 금리 표시를 하도록 했으나 6-7월 두달간 조사한 결과 95%의 사채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업자들의 금리가 평균 298%로 여전하고, 신용불량자에게 고리의 수수료를 떼고 대출을 알선해주는 업체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욱더 충격적인 것은 대학생 사채업자까지 등장해서 폭행과 협박은 물론 신체포기각서까지 받고 있다.
정부의 사금융대책은 실효성이 없고 부작용만을 양산한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사금융피해는 여전하고, 공금융기관의 고금리 신용대출은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사금융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것도 기득권자들의 저항과 사채업체들의 회피로 별로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신용불량자 문제를 악화시켰는데 사채업에 대한 엄격한 법적 규제가 없으면 빈부격차와 수요기반 위축 등으로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고리사채업을 합법화시키려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안"을 즉각 폐기하고 고리사채를 사전 예방하고 사후 구제할 수 있는 "이자제한법"을 제정해야 한다.

<금리정책을 둘러싼 쟁점>
KDI는 통화정책으로 실질금리를 낮추는 정책은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간의 상대가격과 투자의 기회비용을 낮추는 것에 해당하므로 모든 경제주체의 현재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창출한다고 보고, 또 금리인하가 이자소득자의 소비축소를 초래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경기활성화로 금리 인하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금년 중 3차례 추진된 콜금리 인하(0.75% 포인트 인하)는 회사채 시장에서는 효과가 상당하고(약 0.5% 포인트 하락), 대출시장에서는 효과가 미약(약 0.12%포인트 하락)하며,주식시장에서는 콜금리 인하 직후의 주가상승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콜금리 인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제부실을 조기에 제거하여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넷째, 경제위기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기업과 금융기관의 소유와 경영을 민주화한다.
우선 과다차입, 과잉투자, 부실 확대에 의해 경제위기를 증폭시키는 재벌체제를 해소해야 한다. 재벌총수의 경영독점체제를 해소하는 등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독립전문기업으로 만드는 일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달성될 때까지 재벌규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재벌체제를 해소하여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하는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제조업체와는 국민경제적 위치가 다르므로 소유경영구조는 사회적 형태로 전환시켜야 한다. 은행 등 핵심적 금융기관은 공적 소유가 우위에 있도록 하고, 소규모 금융기관은 연기금 등 공적 기금과 해당 금융기관 노동자들의 투자기금이 소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노동자들의 경영참가를 통한 민주적 통제를 확립해야 한다.
은행 주식소유 한도의 완화를 통한 은행의 민영화는 현실적으로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관치금융의 폐해가 자금배분의 비효율성과 은행경영의 관료성에 있다면, 재벌지배의 금융은 이보다 더 큰 폐해를 야기할 것이다. 자금배분은 계열재벌기업으로 비효율적으로 집중될 것이며, 은행은 재벌 자금부서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은행의 고유기능인 투자프로젝트에 대한 심사와 평가, 그리고 투자진행에 대한 감시와 감독 기능은 사라지게 되어 금융제도 전체의 비효율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구조는 경제성장과 안정, 소득형평을 저해한다. 정치적 독재, 독점적 산업자본과의 유착, 금융의 투자심사 및 감시 기능 무시를 동반한 은행중심 시스템도 경제안정과 소득형평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금융구조는 자금흐름에 대한 통제가 시장이나 국가 또는 산업과 금융의 독점그룹이 아닌 이해당사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은행은 기업부문의 투자계획에 대한 심사와 평가 및 감시, 새로운 창업기업의 지원, 저소득자에 대한 금융제공 등의 기능을 가져야 한다. 특히 은행의 투자 심사와 평가기능은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은행의 해외매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이 단순히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을 넘어서 한 나라의 경제 전체를 조정하고 관리하는 공적 특성을 갖는다면 은행의 국적은 중요하다. 해외소유의 은행은 제일은행의 예에서 보듯이 국민경제의 정책목표보다는 개별은행의 수익을 우선 고려한다.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실효성있게 추진하고자 한다면, 은행소유의 대외적 독립은 중요하다.
한전, 철도청 등 공기업은 원칙적으로 공기업체제로 유지해야 하고 일부 공익성이 낮은 공기업의 경우에도 외국자본과 재벌들에게 매각할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연기금, 해당 공기업 노동자가 소유와 경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대외경제정책의 방향은 수출상품 구조의 고도화와 함께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자본자유화를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문제는 수출산업의 생산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과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수출산업의 기반과 관련된 문제로 예컨대 한국의 전자산업은 반도체 등 부품 소재산업과 가전제품은 비교적 경쟁력이 강하지만 산업용 전자제품은 아주 뒤떨어져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 제조업의 위치는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렵고 상향 이동하거나 후발 개도국 대열로 추락하는 두 가지 길이 있을 뿐이다. 산업자원부 일각에서는 향후 3-5년 지나면 한국 제조업의 성장 잠재력이 고갈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에서는 해외생산을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제조업이 중국 등 개도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경우 제조업이 공동화(空洞化)되는가, 아니면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1990년대 중반에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졌고 그 결과는 1997년말의 외환위기로 나타났다. 이제는 당연히 산업구조 고도화로 나가야 한다.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제조기술과 신소재를 개발하고,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컨설팅, 금융, 유통 등 생산적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저해하는 움직임을 제어해야 한다. 우선 정부의 부동산산업 활성화조치의 결과 지방 자금까지 서울로 이동하여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것은 주거비와 임대료 상승으로 임금임상 요인이 되어 제조업의 기반을 허물 뿐이다. 그리고 제조업체의 수익이 정보통신과 금융업 등 서비스업 진출이 아니라 마케팅 능력과 신기술 개발에 투자되도록 해야 하는데 재벌체제는 이것을 어렵게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경영참가가 필수적이다. 또한 산업을 고도화하려면 대학 학문 발전이 중요하지만 오늘의 대학 현실은 참담하다. 과다한 대학생수로 학급당 40-50명 이상으로는 제대로 된 지식 전수나 창의적 교육은 전혀 불가능하다. 정부관료 지배와 사학의 전횡을 차단함으로써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재정지원과 기부금출연이 확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을 바로잡아서 우리 경제가 선진국 경제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본자유화 규제대책으로서 우선 주식시장의 과도한 시가변동을 억제하기 위하여 외국인 지분율을 10% 이내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외환거래 자유화를 제한하고 토빈세의 시행이나 외화가변예치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를 유보하고 선물환거래 실수요자 원칙을 복원해야 한다. 헤지펀드 등 단기성 투기자금을 운용하는 외국투자자가 원화를 빌려 환투기를 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외국인들의 원화 차입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파생금융상품의 거래자유화 조치는 대규모 외국인의 원화 차입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기업의 1년 단기차입을 규제해야 한다. 한국 국적 비거주자에 대한 송금액 한도를 규제하고, 기업의 수출대금의 해외예치 대금한도도 규제해야 한다.

필요

진보적 구조개혁은 노동자계급의 고용안정과 분배개선을 위한 투쟁을 바탕으로 해서만 시행될 수 있다. 진보적 구조개혁은 노동자·민중의 생활을 개선함과 동시에 자본가의 헤게모니를 침식하고 경제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침체 국면에서 노동자계급과 민중운동은 그동안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반대" 내지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라는 수세적 대응을 넘어서서, 진보적 구조개혁이라는 요구를 공세적으로 제기하여 주기적 불황을 초래하는 한계를 드러내는 자본가들의 헤게모니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출처:민주노동당 정책포럼 발표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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