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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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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1-10-02 00:00 조회2,3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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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 사상계(www.sasangge.com)가 출범했다. 창간준비호에 김균 고려대 교수의 경제분석 글이 실렸다. 이글을 소개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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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미국 Duke대 경제학박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kimkyun.jpg그렇지 않아도 올해초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던 우리 경제가 미국 테러사태 이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언제 다시 회복될 지 가름하기 힘든 깊은 불경기의 수렁에 빠져버린 듯하다.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 규제완화 등의 긴급 경기부양책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그 효과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테러사태가 진정되고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의 경기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객관적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현재 부닥치고 있는 불경기는 단순히 경기순환 상의 불경기 국면만은 아니다. 지금의 불경기는 근본적으로 경제시스템 차원의 불확실성 문제를 안고 있다.

즉 IMF 위기이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시스템의 전환이 갖는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의 자기회복력이 크게 떨어지게 되면서 일본형의 장기불황의 가능성조차 배제 못할 긴 불경기 국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은 시스템 전환의 실패 내지는 지지부진에 대한 대가였다. 일본주식회사라고도 불렸던 과거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을 창출하고 정착시키기 전에는 일본의 장기불황이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는 한국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경제 역시 경제시스템 전환 과정의 한가운데에 위태롭게 서있는 것이다.

IMF 이후 한국경제 구조가 바뀌고 있다

IMF위기이후 한국경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그 구조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 구조변화의 성격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그 동안 IMF가 강요한 구조조정 방향에 따라 대외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개혁, 재벌개혁 등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국내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외국투기자본이 주식시장을 이끌어 가는 금융주도적 성장체계의 외양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100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공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국내금융산업의 경쟁력회복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는 의문이고, 그간의 재벌개혁과 몇몇 재벌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한국의 재벌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재벌총수의 일인지배도 여전하고 재벌기업의 경쟁력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한국기업의 전반적인 대외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되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이라는 동전의 다른 한쪽은 이른바 20대80 사회이었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보면, 실업율이 크게 증가했을 뿐 아니라 평생직장 또는 장기고용의 관행이 빠르게 후퇴하고 비정규직 노동이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지극히 당연하게도 소득분배구조가 크게 악화되었다.

안정적 고용과 고성장의 시대는 가버리고 20대80 사회로 상징되는 불안정고용과 저성장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항상적 실업인구와 저소득층의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정장치에 대해서는 이제 겨우 그 제도적 첫발을 디뎠을 따름이다.

신자유주의 경제로 성장동력 잠식

애초 IMF가 요구했고 또 김대중정부가 지향한 경제개혁의 성격은 분명히 영미형의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의 시장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시장 원칙에 반한 정부의 자의적 시장개입이 적지 않았고, 사실상의 관치금융이 엄존하고 있으며, 정경유착도 여전하다. 이런 혼란 속에서 재벌은 다시 그 기득권을 주장하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한국경제가 신자유주의적 또는 시장주의적 작동원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규정하기는 힘들다.

우리 경제는 신자유주의적 지향과 과거 시스템의 패해가 잡종교배된, 이도 저도 아닌 상태, 따라서 구조적 불확실성만 팽배해진 채 장기적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IMF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실패했다는 증거가 점점 확실해지는 것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지금까지의 경제적 변화가 사회적 통합력을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탈락자들에 대한 사회적 고려가 없는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사회적 의사결정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사회, 집단이기주의와 단기적 한탕주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회, 구성원들이 그 소속감을 상실한 사회- 이런 사회를 향해 방향타 놓친 배처럼 우리가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

대외개방 금융개방 속도 조정해야

그러기에 현재의 시점은, 이미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경제정책의 기본발상법을 바꿀 때이다. 무엇보다 먼저 대외개방, 특히 금융시장 개방의 속도를 조정해야한다.

지금과 같은 부분별하고 지나친 대외개방은 경제의 대외의존성과 종속성을 심화시켜 경기순환의 불안정성을 강화할 뿐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국제금융자본의 투기적 공격 앞에 극도로 취약하게 만들며, 또 경제정책의 주권을 상실하게 만든다. 일단 금융세계화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벽이 구축되어야, 국내 차원의 국가전략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둘째, 산업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재벌개혁은 지속되어야 하며, 그래서 중장기적 기업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셋째, 지금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삶 위주로 재편해야

이는 사회정책적 차원에서도 필수적이지만, 중장기적 산업경쟁력의 원천인 노동생산성의 증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성장최우선주의적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환경, 여가 등의 삶의 질을 고려한 경제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번 방향타를 놓친 배의 진로를 바로 잡는 일이 힘든 것처럼, 우리 경제를 제대로 된 경제시스템으로 세우는 일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떤 경제시스템이 우리에게 바람직하며 또 가능한가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합의와 그에 따른 일치된 노력이 있어야되고,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지도력도 있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성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당위적 차원의 대안적 논의는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디지탈 사상계 창간준비호 2001/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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