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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누가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로막는가 [200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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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1-07-29 00:00 조회2,3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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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 답방 전망

최근 김대중 대통령은 몇 차례에 걸쳐 북한에 2차 남북정상회담의 조기실현을 촉구했다. 또 우리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정상회담을 기피한다고 생각하면서, 북한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섣불리 단정짓는다. 과연 그럴까?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로막거나 훼방놓는 주요 요인들을 가려 ‘심층적’인 이해를 시도함으로써 정상회담의 현실을 짚어본다.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우선 1년 전 북한이 어떤 이유 때문에 정상회담에 임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1999년을 기해 지난 수년 동안의 혹독한 시련과 암울함을 벗어나 단기적 안정채비를 갖추면서 경제회복을 통한 장기적 생존권을 추진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회복은 외부협력 없이는 어렵고 또 현실적으로 협력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남한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미국의 경우 일정 정도 경제봉쇄를 해제하고 관계개선을 진전시켜 북한경제 회생을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는 데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한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할 때 실질적 협력대상은 남한밖에 없었다. 김대중 정부는 베를린선언을 통해 이를 명확히 밝히고, 남북이 다 함께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을 위해 협력하자고 간곡히 제안했다.

“비료, 농기구 개량, 관개시설 개선 등 근본적인 농업구조 개혁과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안정된 투자환경 조성을 한국정부가 제공하겠다.”


◆ 한반도 전쟁위기, 2003년 재발된다 ◆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북한은 정상회담을 경제협력의 계기로 삼아 체제의 장기적 생존권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남북관계를 개선, 평화와 통일의 발판을 자주적으로 마련하는 동시에 남북공조를 통해 클린턴 미국 정부와의 관계개선을 매듭지어 군사적인 생존권까지 확보하려는 장기적 포석을 가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한편 북한은 정상회담과 6·15 선언으로 대폭적 개방과 남쪽과의 교류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동시에 북 체제의 극한적 경제난 및 전반적 취약성을 노출시키고 북한 주민에게 이를 확인시키게 되는 체제위협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바로 장기적 체제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남북협력과 개방교류가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체제위협으로 다가올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인 것이다. 북한의 정상회담과 6·15 선언에 대한 결단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고뇌의 산물이었다.

우리는 서울도 울고 평양도 울고, 또 서울도 환희하고 평양도 환희했던 역사적 6·15 정상회담을 통해 6·15 선언이라는 금자탑을 이루어내었다. 이로써 민족통일과 평화, 화해 및 협력에 대한 이정표가 세워지고, 민족의 운명에 전환기가 마련된 셈이었다.

이산가족의 상봉, 비전향 장기수의 귀환, 언론인단의 북한 방문 등 화해부문에서 괄목할 진전이 이루어졌다. 민족경제를 도모하자는 6·15 선언에 따라 남북 간 경제협력이 경의선 복원의 시작으로 출발하는 듯했다. 또 조명록 차수의 미국방문을 기해 지난해 10월 12일에는 조·미 공동성명으로 한반도 평화보장체제와 북미 간의 ‘완전한’ 관계개선이 협약되어 해방에서부터 무려 55년간 계속됐던 냉전체제가 해체되는, 진정한 평화의 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기대되었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김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발표하고 이어 평화협정으로 나아가 냉전상태를 해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부시 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희망사항이 돼버렸다.

미국에 의해 한반도 평화선언은 포기되었다. 북측이 절실하게 요구했던 전력지원은 돌연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또 북미관계의 기본구도를 설정했던 10·21 북미협정을 위협하며, 북측의 재래식무기 감축까지 강요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03년이면 북한 해안 25∼50km 지점에 요격미사일을 30기 정도 장착한 이지스함이 배치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TMD체제가 북한을 겨냥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미국이나 일본의 무력공격에 최소한의 억지력 역할을 하던 북한의 중거리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되고, 북한은 미국과 일본의 군사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북한의 군사적 생존권이 심대한 위기에 봉착하는 것이다.

더구나 2003년은 10·21 북미 제네바협정에 의해 미국이 북조선에 경수로발전소 2기를 완공, 인도하게 되어 있는 마지막 해이다. 그러나 경수로발전소 완공이 2008년으로 지연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북한의 전력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가 북한과 미국 간 험난한 협상의 파고를 띨 것으로 보인다. 군사력 행사, 즉 전쟁을 결정적이고 중요한 외교수단으로 삼고 있는 미 부시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로 보아 2003년이야말로 한반도 전쟁위협이 마치 1994년 영변 핵위기의 아슬아슬한 순간처럼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 북이 정상회담을 망설이는 이유 ◆

6·15 선언 이후 1년. 북한이 추구했던 청사진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크게 그려보자.

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의 촉진을 기하고 장기적인 군사적 생존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호전적인 부시 정권의 등장으로 오히려 전쟁위협이 가중되었다. 또 북한이 그렇게 절실히 남북협력의 중점 사업으로 설정한 전력지원문제는 남한 내 냉전 수구세력에 의해 발목잡히고 다시 미국에 의해 결정적인 제동이 걸렸다.

남북협력으로 경제를 복구, 장기적 경제생존권을 확보한다는 북의 청사진이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베를린 선언에서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제대로 이행될지에 대해서도 북한은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남한이 미국의 신식민주의적 행태에 속수무책으로 민족자존을 훼손당하는 무력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한은 2차 남북정상회담을 남북공조라는 당위적 차원에서 진행시키기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위험 상황에 처해 있다. 물론 남한이 미국이라는 외세에 대해 어느 정도 자주성을 가지고 남북공조를 통해 이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북한도 기꺼이 조기 정상회담에 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한의 무기력함은 이를 기대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남한 내부 사정 또한 우호적이지 않다. 김대중 정부의 인기도는 바닥에 떨어져 벌써 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나고, 대북 적대정책을 공공연히 표명하는 ‘주류’ 언론과 야당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부화뇌동하여 더욱 기승을 떨고 있다.

북측 입장은 이제 면밀히 득과 실을 따져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기면서, 이에 이산가족 상봉 등과 같이 위험부담이 큰 사업을 연계시키는 호흡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맥락과 여러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2차 남북정상회담이 지연되는 까닭이 드러난다. 단순히 김 대통령의 촉구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정상회담의 발목을 잡고 있는 훼방꾼들을 세부적으로 점검해 보자.

뭐니 뭐니 해도 남북정상회담을 가로막는 제1의 훼방꾼은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다. 곧, ‘일방적 양보불가론’ ‘엄격한 상호주의론’ ‘철저한 검증론’ ‘평화선언불가론’ ‘재래식 무기감축론’ ‘북을 빌미로 한 MD 추진론’ ‘대량살상무기 반(反)확산의 최우선 대상으로서 북한론’ 등이다.

이들 세부 정책기조는 미국의 대 중국정책의 하위정책 성격을 띤 것으로 북한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저의가 보인다. 동시에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점을 노골화하는 정책기조로 북측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성사시키려 했던 북한의 체제생존권이 심대한 위협에 처하게 되었다. 이들 정책기조 가운데 대표적으로 핵 문제, 미국의 협정위배 문제, 한반도 평화선언 불가론과 ‘북한 먼저 재래식무기 감축론’을 살펴보면서 미국의 반이성적 정책을 확인해 보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은 1994년 영변 핵위기를 계기로 제기되어 1년 반 동안의 공방 끝에 체결된 10·21 제네바협정 때 이미 완결된 셈이다.

이 협정은 북한이 핵무기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중수로 흑연감속제 원자력발전소를 포기하고 대신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지어주도록 했다. 이로써 북한은 더 이상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은 그동안 핵 연료봉을 97%까지 봉인하고 핵발전소를 중단, 10·21 북미협정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미국은 합의사항인 중유 50만 톤을 적기에 제대로 공급하지도 않았고, 대북 경제제재도 거의 해제하지 않았다. 또 북한에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 차원의 공식적 보증도 하지 않았다. 한편 2003년까지 완료하게 되어 있는 2천 MW급 경수로발전소도 현재 공정으로 볼 때 2008년은 되어야 완결될 수 있어 적기공급이 불가능해졌다. 물론 북한과의 관계개선도 제대로 진전시키지 않았다.

이러한 견해는 임동원 전 외교안보수석이 1999년 3월 11일자로 미국은 “대북 경제지원, 관계개선, 북한의 안전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북미 간 제네바 합의를 지키는 대국의 아량을 보여야 한다. 북한이 먼저 이것을 해야 저것을 주겠다는 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발언이나, 제네바 협정을 지키지 않은 책임은 “엄밀히 따지면 미국쪽이 더 크다”고 언급한 데서 확인된다. 미 국무성 관리도 북측의 충실한 협정이행을 누누이 시인했다.


◆ 미국, 제 2의 6·25 부추기기 ◆

이러한데도 미국은 이제 와서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화력발전소로 대체하고, 협정에 없는 과거 핵에 대한 사찰을 추가해야 한다고 억지주장을 펼치며 철저한 사찰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들의 협정위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북한에만 일방적인 강요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미국이다.

미국은 또 제2의 6·25전쟁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평화선언을 하기로 원칙적 합의까지 이루었으나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강요로 무산되었다. 이로써 평화선언→평화협정→평화체제→냉전해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중 원대한 구상은 좌초위기를 맞았다.

평화선언과 평화협정을 거절하는 미국의 평화선언 불가론은 미국이 추구하는 21세기 신패권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한반도 긴장이나 또는 전쟁이 필요한 경우, 한반도의 희생양화가 요구될 경우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남북전쟁 부추기기론이고 민족죽이기론이다.

미국은 또 ‘재래식무기 북한 먼저 감축론’을 제기했다. 무기감축론 또는 군축론 일반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형평과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장기적 목표와 결합되었을 때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에 일방적인 재래식무기 감축을 요구하면서 남한에는 최신 무기를 강매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더 나아가 군사비를 2천8백억 달러에서 3천1백억 달러로 급증시키며 북한 해안가에 이지스함을 배치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북한의 군사비는 겨우 15억 달러로 남한의 10% 남짓에다 미국의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한과 미국의 군사력을 증강시키면서 북한에 재래식 무기를 먼저 감축하라는 요구는 마치 북한이 입고 있는 모든 옷을 벗어 무방비 상태가 되라는, 힘들이지 않고 북한을 죽이겠다는 것과 같다. 이에 대한 구체적 준비작업이 영국의 디펜스 위클리지가 보도한, 동해에 SM-2 블록4 요격미사일 30기를 장착한 이지스함 두 척을 북한에서 20∼50km 떨어진 해상에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북한죽이기’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교류 등이 진행될 때 북한의 체제위협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북한이 움츠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상회담 훼방꾼은 태평양 건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 남녘 땅에서도 그 광기가 열풍을 타고 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이정빈은 이임사에서 “한국언론은 미국언론이 동으로 가면 동, 서로 가면 서로 간다”고 한탄했다. 또 한미정상회담 직후 우리 사회의 사대주의적 작태에 대해 정치평론가 김민웅은 다음과 같이 통탄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대부분의 국내 언론들과 특히 야당인 한나라당, 그리고 이회창 총재는 미국의 이러한 패권적 내정간섭을 비판과 항의의 도마 위에 올려놓기보다는, 미국의 비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외교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식으로 …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이며 어느 나라 정치집단이며 어느 나라 지도자인가?”

이렇듯 국내 사대주의 세력들은 부시 정권의 ‘민족 앞길 가로막기’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허구적인 ‘일방적 양보불가론’과 ‘철저한 검증론’을 앵무새처럼 외쳐댔고, 더 나아가 남북공조보다 한미공조를 우선해야 한다는 ‘괴뢰주의 찬양론’에까지 이르렀다. 또 한·러 정상회담에서 ABM조약 준수를 동의한 첫 자주외교의 금자탑을 마치 엄청난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ABM 실책론’으로 들고 나왔다. 그들은 국제조약 파기를 찬양하고, 사대주의를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대주의는 마침내 MD 지지론에 이르면서 제2의 냉전론을 펴는 한국판 냉전 전사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 한국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 퍼주기’ 중 ◆

이들은 반언론개혁 및 지역패권주의와 야합, 6·15 선언을 폐기하고 남북관계를 과거로 환원시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이러한 반민족적이고 반평화적이면서 반통일적인 노선을 추구하면서 ‘북한 불변론’ ‘북한 퍼주기론’ ‘과거사 사죄론’ 등 허구적 논리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민족 앞길 가로막기’ 논리들의 허구성과 반통일성을 살펴보자.

‘북한 퍼주기론’은 현 정권의 대북지원을 ‘덮어놓고 또는 무턱대고 북한에 퍼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지불받지 못해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가로막는 제1의 훼방꾼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제와는 달리 과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퍼주기’라는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이름으로 6·15 선언을 죽이려는 정략적인 기도다.

실제 1995년 6월 이후 북한에 대한 지원은 총 4억7천만 달러인데, 이 중 김영삼 정권 때인 1998년 2월까지(2년 8개월)의 지원액이 2억 8천만 달러에 달해 김대중 정부가 1998년 이후 지원한 1억9천만 달러를 넘는다. 물론 앞으로 논의될 50만kw의 전력지원과 식량지원 60~70만 톤이 있지만 이는 장기 차관이나 북한 어장 등과 상호교환의 성격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무상지원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00년 국제사회를 통한 북한 지원액 중 민간지원이 3천5백13만 달러로 나타나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다면 실제 김대중 정부의 대북지원은 김영삼 정부의 지원에 비해 오히려 적은 셈이다.

또 대우와 제일은행을 구조조정하고 정상화하는 데 각각 20조 원과 12조 원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북한에 지원한 수천억 원의 돈은 ‘퍼주기’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힘들다.

우리가 정말 ‘퍼주기’를 하는 곳은 미국의 군산복합체다. 군 전력증강 5개년 계획엔 무려 30조 원이 든다.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는 차세대전투기(F-X)와 차기 대공미사일(SAM-X), 육군 차세대 공격용 헬기(AH-X) 사업 등에 10조 원대가 퍼부어지는 것이다.

‘퍼주기론’은 실제로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방만한 재벌에나 해당되는 것인데 정작 진짜 퍼주기는 문제삼지 않고 통일투자를 퍼주기로 왜곡하여 민족의 앞길을 가로막는 세력이 바로 ‘북한 퍼주기론’을 퍼뜨리는 국내 사대주의 수구세력인 것이다.

경제협력만큼 남북 간의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것은 없다. 경의선·경원선의 복원이나 서해공단 조성은 남북상호 이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중국의 공동 이익에 기여하기 때문에 동북아 경제공동체 추진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경협은 남북 간 상호의존성을 증가시켜 남북관계를 냉전시대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해서 통일기반 조성에 기여하는 바가 엄청나다. 동시에 군사비를 줄여서 사회보장비로 충당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등 남북한 민중의 복지 향상에도 기여한다.

한완상 부총리의 말처럼 “한반도 냉전의 얼음이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깨지기 시작했고 그 동안 평화유지에 든 비용에 비하면 대북지원은 비중이 크지 않으며, 후손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유산을 물려주려면” 이러한 경협이 통일비용이 아니라 통일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북한과 일체의 접촉을 일관되게 차단하고 있던 부시 행정부가 북미대화를 제의했다. 대화 재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겉으로 조금 누그러진 듯 보이나 국제사회의 무법자 같은 태도는 여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상호주의, 재래식 무기 위협 감소, 제네바협정 개선 등 일관되게 강조해온 사항을 협상의제로 삼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클린턴 정부처럼 ‘뇌물’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모욕적인 언사가 여전히 참모들의 입에서 난무한다. 기본적으로 북미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 남북공조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간섭 돌파해야 ◆

그러나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금강산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미국이 추진 중인 냉전구조에 조금의 틈이라도 생길 개연성이 높다. 이 틈을 남북은 최대한 활용하면서 공조체제를 이루어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를 추구해야 한다. 여기에 한국정부의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6·15 선언처럼 자주적 견지에서 민족문제에 접근하고 베를린선언에서와 같이 북한에 대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안정된 투자환경 조성, 그리고 농업구조 개혁’ 등에 대한 정부 수준의 협력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시급히 요구하는 전력지원을 미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제공함으로써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제의하고 10조 원에 달하는 ‘차세대’ 군사산업을 동결하는 등 전향적 정책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해 봄직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남한정부의 추진동력은 역시 시민사회 운동과 실천적 뒷받침이 담보되어야 힘을 얻을 것이다.

[출처:말지 웹페이지 7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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