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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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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0-12-27 00:00 조회2,6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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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한반도 평화

이활웅 씀


10년전 "코리언 스트릿 저널"(1989.11.16)에 싫은 글을 통해 나는 바람이 세차게 불면 불수록 외투를 더 꼭 끼어 입던 사람이 바람이 멎고 따뜻한 햇볕이 쪼이자 제손으로 외투를 벗었다는 이솝우화의 이야기속에서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진리를 찾아낼수 없을까고 제의한 적이 있다. 지금 한국의 김대중대통령은 소위 "햇볕정책"을 내세워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협력관계로 대체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전 여러 정권의 대북정책에 비해 훨씬 전향적이고 건설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대북관계 개선을 바란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안보는 어디까지나 미국과의 공고한 군사동맹관계에 의존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미군은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거듭 언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북한을 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미.일군사동맹의 부속물인 소위 한.미.일 공조체제의 말석에 안주하면서, 대북정책도 반드시 사전에 미.일과의 협의를 거쳐서 수립.시행하도록 제도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북한의 문턱에 버티고 서서 북한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주한미군은 지난 46년 동안 북한을 향해 불어제친 매서운 찬바람이다. 그 미군을 지금 뿐 아니라 통일후에도 그대로 붙들어 두겠다고 하면서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자가당착이다. 그런 "햇볕정책"은 기껏해서 "찬바람 휘몰아치는 햇볕정책"이다. 그것으로 북한이 외투를 벗을 까닭이 없다.

어떤 나라를 적으로 상정하고 적대관계를 지속시키는 한 군비확장과 안보체제 확립은 필수적이다. 이 경우 안전보장은 (1) 적보다 더 강력한 군비를 갖추든가, (2) 아니면 적어도 적의 선제공격의지를 꺾을 만큼 강력한 보복공격능력을 기르든가, 혹은 (3) 위의 두가지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불안한 경우에, 강력한 제3국(들)과 동맹관계를 맺던가 하는 방법을 취하게 된다. 한반도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은 제 (1)의 경우이며 남한의 입장은 제 (1)과 (3)을 합한 경우이며 북한의 입장은 제 (2)의 경우라 볼수 있다. 이런 대치상황과 군비경쟁이 격화되면 쌍방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마침내 폭발할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불안을 내포한채 충돌이 없는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상태의 지속을 평화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경우가 바로 그것으로 1953년 휴전 이래 지금까지 46년동안 산발적인 것을 빼고는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 상태를 두고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됐다 하면서 그것은 주한미군의 덕택이었다고 미국사람들이 자찬하는 것은 그럴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한국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매우 개탄스런 일이다.

이런 안보는 기껏해서 긴장속의 안보, 즉 소극적인 안보에 불과하다. 그런 상태는 결코 평화라 할수 없다. 우선 북한사람들은 주한미군의 존재 때문에 항상 위협을 느끼며 불안하게 살고 있다.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체제 속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고통스럽게 사는 것도 미국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명분하에 강요되고 또 견디어 내고 있다. 최근에는 기근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난다는데 그래도 비싼 돈을 써가며 최첨단 무기개발을 포함한 군비확충에 진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이 신봉하는 체제를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수호하기 위해서는 군비를 줄일수 없다는 처절한 결심의 표시이다. 주한미군이 없었다면 무기대신 식량을 사서 기아를 해결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남한에서는 또 어떤가? 요새는 덜 하겠지만 바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항상 북한에서 언제 처내려 올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면서 살았다. 그래서 비싼 경비를 대면서 미군을 붙들어 두고 있으며 국가주권의 핵심인 군대의 작전지휘권마저 미군에게 넘겨주고 있다. 또 대북공포심리를 교묘히 조장 이용하는 군사독재체제 밑에서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시달림과 학대와 괴로움을 당했는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엄두도 안나도록 만연된 정치적 부패와 사회적 부조리가 다 그 동안의 철저한 친미일변도의 반공.반북정책의 온실속에서 마음껏 자라온 현상이 아니었던가? 그결과 불어닥친 소위 IMF 사태로 지금은 정부와 기업과 노동계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민생은 고달프기만 하다. 이런 상태를 어찌 평화라 할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태는 미국의 입장에서 평화일 뿐이지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평화라 할수 없는 것이다.

참된 안전과 평화는 적과의 대결상태 즉 공포의 원인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즉 긴장이 아니라 평온 속에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적이 더 이상 적이 아닌 상태, 나가서는 적이 아니라 우방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 참된 안전과 평화를 도모하는 최상의 길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남한과 북한은 원래 적이 아니라 동족이다. 다만 54년전 해방될 때 미국이 그은 38선을 경계로 남북과 좌우로 갈리고, 남북에 각각 분단정부가 서고 2년후에는 남북간에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나면서, 남북간의 동족관계가 졸지에 원수관계로 전락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잠정적 분단선이었던 38선이 마침내는 백림장벽보다도 두텁고 높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반영구적인 군사분계선으로 굳어 지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자신의 문제를 우리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자각과 역량이 부족한 약점을 기화로, 미국이 대 아시아 패권정책의 일환으로 남북간의 적대감정을 교묘히 조종하고 이용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가 남북간에 서로 용서하고 불신을 해소하고 싸우지 않고 화해하고 협력하기로 작정만 한다면, 우리는 군비경쟁을 하지 않고 또 외국 군대를 우리땅에 묶어 두지 않고도 서로를 두려워할 필요 없이 다리 쭉 뻗고 편안히 잠잘수 있는 환경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즉 적극적인 안보이며 그것 보다 더 이상적인 안보와 평화는 없다. 그런데 그 일을 50년 동안이나 이루지 못하고 남북간에 항상 그 무거운 군비의 짐을 걸머지고 허덕이면서 편안한 잠을 못자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주한미군은 과연 한반도 평화의 수호자인가? 아니다.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수 없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불안과 긴장의 근본원인이다. 주한 미군의 문제는 비단 김대중정권의 "햇볕정책"의 성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민족이 분단의 벽을 헐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눈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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