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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언론: 통일지향 보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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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ohkilnam 작성일00-12-30 00:00 조회2,8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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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뒤이은 장관급회담의 성공적 개최 후 남북 화해 협력은 그 폭과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이뤄진 우리 언론사 대표단의 북한 방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고 통일을 지향하기 위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언론이 해야 할 몫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남북 언론사 대표단이 발표한 합의문을 보면 언론들도 이런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면서 앞으로의 활동방향과 소임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합의문의 첫째항은 바로 언론이 “민족의 단합을 이룩하고 통일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언론 활동”을 적극 벌여 나가기로 한 것이다. 둘째항 또한 “새롭게 조성된 정세의 흐름에 맞게 민족 내부에서 대결을 피하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는 비방 중상을 중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 언론이 이런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민족의 앞날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오고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질식시켜 왔던 냉전적 사고와 메카시즘적 논리를 무너뜨리고, 더욱 새롭고 전향적인 자세로서 민족의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여론을 조성하는 데 언론이 얼마나 선도적인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한반도에도 변화가 오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런 역사의 흐름을 이미 우리들도 목도하고 있는 바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동안 언론에 비친 우리 사회의 모습은 이런 시대의 변화와는 동떨어진 구태의연한 냉전적 발상과 관성이 변화를 거부할 때, 이에 박수를 보내는 식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을 잠시나마 잠재우고자 하는 퇴행적인 `반항자"로 나타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요컨대 이런 시대착오적 사고가 여전히 세력을 얻고 있는데 큰 조력자가 다름 아닌 바로 언론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언론은 특정집단의 견해나 이익만을 대변해서는 안되며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제시되고 논의될 수 있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언론의 책임 또한 동등한 비중으로 강조돼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민족의 명운을 가늠할 중대한 시점이 아닌가. 그동안 우리 언론이 남북한 관계에 관한 문제를 다룰 때 민족의 장래를 고뇌하면서 내린 사려깊은 판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도 적지 않았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북한 방문 중 남북 언론 대표단이 발표한 합의 내용도 바로 지금까지의 언론의 태도에 대한 반성이면서 앞으로의 새로운 각오로 생각된다.

앞으로는 특정한 발언을 두고 북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든가, 북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든가, 북에 유리한 것이라는 등의 유치한 편가르기성 보도는 더이상 듣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북쪽이 변하질 않았는데 왜 우리만 앞서 나가야 하느냐는 등의 소아적인 보도도 사라지길 바란다. 남북문제를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이 대화를 하고 앞으로 통일을 지향해 나가고자 한다면 서로의 이질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공통분모를 확대해 나가는 게 상식이다. 언론의 `자유" 못잖게 진정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는 지름길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상대의 허물과 약점을 들춰내 상대의 자존심을 허물고자 하는 것은 대화를 하고자 하는 태도가 못된다. 상대의 처지에서 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그것이 민족문제를 푸는 출발이다.

남북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통일의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언론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언론은 이번 남북 언론 합의문이 언론 분야의 남북정상의 공동 합의문에 해당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통일을 향한 언론의 역할에 더한층 고뇌와 분투가 있기를 기대하며 격려를 보내고자 한다.

(필자: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



한겨레 8/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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