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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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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0-12-26 00:00 조회3,1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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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웅(민족통신 고문)

한국의 외교통상부 장관 이정빈이란 분은 지난 18일 주한미군은 한미방위조약에 따라서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는 한미간의 문제이지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고 언명했다고 외신이 전하고 있다. 이 분은 또 북한은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으며 특히 식량이나 에너지등을 외국에서 구해오자면 한국의 협력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부득이 정상회담에 응하고 있는 것이라 하면서, 따라서 정상회담의 주요의제는 대북경제지원과 이산가족문제가 될 것이며 통일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을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상회담에 대한 이장관의 이러한 생각은 매우 얄팍한 것이라 아니할수 없다.

주한미군문제는 한미간의 문제이므로 북한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상식과 법이론에 모두 어긋난다. 주한미군은 북한과 전쟁을 한 군대이다. 이 군대는 한때 북한을 지구상에서 말살할 목적으로 북한에 쳐들어갔다가 미수에 그친 적이 있으며 또 지금도 북한의 문턱에 버티고 서서 그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군대이다. 그런데 어떻게 북한이 주한미군에 대해서 아무 말 않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수 있겠는가? 한미방위조약을 들고 나오지만, 이 조약은 1953년 휴전협정의 당사자인 북한으로서는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수 없는 조약이다. 왜냐하면 휴전협정 제4조는 휴전후 외국군대가 철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회담을 3개월 내에 개최할 것을 규정하였는데, 미국은 이 규정을 어기고 휴전 2개월후인 53년 10월 1일에 미군의 무기한 주둔을 규정하는 한미 방위조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한미방위조약을 근거로 주한미군문제에 참견하지 말라고 말할수 없는 처지에 있다. 입장을 바꾸어서 만약 6.25때 소련 군대가 한국을 멸망시킬 목적으로 처들어 왔다가 뜻을 못이루고 물러간후 철수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휴전협정을 무시하고 북한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북한땅에 무기한 주둔하고 있다면, 이장관은 그것은 북.러간의 문제이니 남한으로서는 아무 상관하지 않겠다고 할수 있겠는가?

북한이 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은 순전히 헐벗고 굶주렸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좀 주고 그 대가로 이산가족 상봉기회나 마련하면 그것으로 정상회담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라면 그 정상회담이 무슨 큰 뜻이 있겠는가? 남의 곤경이나 약점을 잡아서 억지로 부당한 원칙을 승복시키거나 약속을 받아 낸다면 그 합의나 약속이 끝끝내 지켜질수 있겠는가? 북한의 경제사정, 특히 식량문제와 에너지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널리 보도되어 잘 알려진 일이요 따라서 북한이 정상회담을 통하여 이런 문제의 해결을 도모할려고 할것은 짐작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분단 55만에 모처럼 처음으로 갖는 남북정상회담이 그런 문제만 다루고 남북간의 화해를 이루고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마침내 통일을 이루는데 있어서 근본이 된는 문제들을 외면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반세기를 넘긴 분단이 하루아침에 통일로 이어질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통일로 가는 도정에는 아무리 괴롭고 어려워도 반드시 뛰어 넘어야 할 단계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이 주한미군 철수문제이다. 이 문제를 전혀 외면한 남북정상회담은 후세의 역사가 볼 때 하나의 신파극에 불과할 것이다. 남북의 두 정상이 민족의 역사가 장차 내릴 준엄한 심판을 의식한다면 이 문제를 비록 지금당장 공식의제로는 다루지 못하더라도, 두분간의 비공식대화 혹은 밀담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견의 접근을 시도하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2000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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