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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프간 전쟁 - 세계전략 변화와 한반도 정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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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1-10-23 00:00 조회4,2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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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내용 2에서 계속된 글...]

미국의 대 아프간 전쟁은 전형적인 "미국식 국가전복 테러"이다.

"9월11일 사건" 발생 당일 미국의 언론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배후"로 지목했다.

과연 이번 참사가 빈 라덴의 소행일까?

미국은 최소한 98년 8월7일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 이후 꾸준히 라덴을 추적해왔고 그와 관련된 인물들을 세계 도처에서 체포하고 자금줄을 차단해 왔으며 작년 10월12일 예멘 아덴 항에서의 미 해군 구축함 콜 호 폭파사건 직후에는 "라덴의 미 본토 공격설"까지 흘리며 라덴 체포를 위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계획했었다.

미국은 또 98년 사건 직후 라덴 보호를 이유로 아프간과 수단에 토마호크 미사일 75기를 발사하며 무자비한 공습을 감행했고 이후 파키스탄을 통하거나 직접 탈레반과 접촉하며 라덴 인도를 종용하며 9월11일 사건 직전까지 미국은 탈레반과 접촉을 유지했고 탈레반도 사실상 라덴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었다. 일종의 감시자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이런 상태에서 라덴이 미국 본토에서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110층짜리 건물에 처박을 경우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보복이 어떠하리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10월7일 이후 미국의 공습이 잇따르자 탈레반은 10월10일 한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이제 라덴을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한다"며 "이제 라덴은 마음껏 미국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 라덴은 탈레반의 보호 하에 있었고 따라서 그가 테러를 지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10월 6일 현재 미국과 영국이 잇따라 내놓은 "라덴 관련 증거"들 역시 라덴과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준비된 자료"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며 이런 의구심은 미국과함께 아프간 공습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 및 러시아 언론들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간 공습에 이어 아랍 지역으로 전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10월11일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테러의 주범이라는 미국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신문은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테러의 주범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미국의 전쟁이 국제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각 국가에 유죄 증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영국 정부가 빈 라덴이 테러를 저질렀다는 직접 증거는 전혀 없이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믿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며 자국 정부의 친미 동조 행위를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이 제시한 "빈 라덴 개입 증거"는 ▲1996년과 98년 대미(對美) 성전(지하드) 선포 전력 ▲97, 98년 인터뷰에서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파범 언급 ▲지난달 사건과 98년 케냐-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의 유사점 등으로 왕실의 한 변호사는 "증거 가치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요언론들이 아프간 공습 다음날인 10월8일 "빈 라덴의 최측근 보좌관인 전직 이집트 경찰관 모하메드 아테프가 지난달 11일의 테러공격을 기획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언론들은 또한 당초 빈 라덴이 주모자라고 주장했다가 10월7일 공습을 시작할 때는 이집트 관료 출신인 "라덴의 측근"이 주범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는 자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미 연방수사국(FBI)이 "결정적" 증거라며 제시한 것은 △라덴과 양어머니와의 전화 통화 감청기록과 △테러범들이 송금에 이용했다는 은행 계좌와 그들의 해외 여행 행적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여권 및 테러 교본 및 △라덴 진영에 있다 미국에 협조한다는 소위 전향자들의 증언 등이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9월17일자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이 발표한 납치범 19명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출신으로 이들의 신분증이 모두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이들 중 4명은 위조신분증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 미 수사당국이 제시한 증거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또 "테러범들이 공항 옆에 자신들이 타고 온 렌터카를 주차시켜 놓고 또 이 차 속에 아랍어 비행교본과 코란 및 유서를 남겨 놓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범인들이 이처럼 "아랍권-사우디계" 연루 흔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실제 범인이 아랍계가 아니며 사건이 미국의 맹목적 분노를 중동 지역으로 돌리기 위한 시도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위 19명은 미 연방수사국(FBI)가 9월15일 범죄 용의자라고 밝힌 사람들로 이들의 신분이 위조됐을 것이라는 징후는 또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월5일 "익명의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9월11일 사건의 범인들" 19명 모두 해외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통해 관광비자와 상용(비지니스)비자를 발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 "비자신청 단계에서 비자발급 거부 대상 외국인 명단에 올려져 있는 국무부의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통과, 아무런 사전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이미 수 년 전부터 빈 라덴 주변인물과 아랍권 각국의 저항운동관련자들의 움직임과 자금운용 현황을 추적.감시하며 유럽 등지에서 수시로 체포해 온 미국이 "테러리스트" 19명의 입국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미 영사 당국의 실수치고는 너무 "완벽하다". 미국은 소위 "맹방"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조차 시도 때도 없이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등 외국인의 입출국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2001년 8월7일 "MBC 뉴스데스크" 시간에 미국의 비자발급 거부 실태를 심층 보도한 윤도한 기자는 자사 사외보 "MBC저널" 10월호에 <테러범들은 어떻게 비자를 받았을까?>라는 글을 게재했다. 윤 기자는 자신의 글에서 "영화 속의 가상"이라는 전제하에 "롱 키스 굿 나잇"(The Long Kiss Good Night)의 대사 한 구절을 옮겼다. : "1993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폭발물 테러 사건은 미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다. CIA는 국방예산을 더 많이 타내기 위해 테러범들에게 비자를 발급해 줘 입국시킨 뒤 테러를 저지르도록 했다". 이 영화에서는 또 미 첩보기관원들이 전직 첩보요원인 주인공 "사만다"를 죽이고 이를 아랍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꾸미기 위해 이미 냉동처리된 아랍인 남자의 시체를 창고에서 꺼내오는 장면이 나온다.)

테러에 연루된 내부의 적이 있을지 모른다는 미 언론의 보도는 9.11사건이 과연 "외부자"의 소행일까에 대한 의구심을 더 키워 놓는다. 뉴욕타임스의 저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는 9월13일자에 <벙커 내부에서>라는 글을 게재, "테러범들이 세계무역센터를 폭파시킨 뒤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찰국(SS)의 암호를 사용해 "다음은 에어포스 원"에 테러하겠다는 내용의 암호 메시지를 보내 이에 대한 많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라는 조직이 미 대통령 전용기에 보내는 암호를 해독하고 대통령 주변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대통령의 위치를 파악해 신호를 보냈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테러범들이 SS나 미 중앙정보국(CIA), 또는 연방수사국(FBI), 또는 연방항공국(FAA) 등에 비밀공작원을 두고 있을지 모른다"며 "내부 스파이 색출"의 시급함을 강조하는 새파이어의 논평은 차리리 개그였다. 라덴이 어느새 60-70년대 미국과 치열한 첩보전을 벌였던 구 소련의 위상으로 격상됐는가..

미국 언론들은 쌍둥이 빌딩 북쪽 건물에 돌진한 비행기를 몰았다고 미국이 주장하는 범인 모하메드 아타(33)의 일대기를 재구성해 기사화 하면서 그를 9.11사건의 실무책임자라고 밝혔지만 그 역시 "가공 인물"일 수 있다. 미 국무부는 1990년 10월26일 일단의 테러범들이 동지중해에서 여객선을 공격하거나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항공기를 공격할지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그 이유로 "미국이 3년 전인 87년 미국에서 체포된 "마흐무드 아타"를 이 이스라엘로 송환할 경우 미국의 국가이익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테러단체의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9월11일 사건의 핵심 테러리스트라고 미국이 주장하는 "모하메드 아타"는 이미 10년전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이첩됐을 "마흐무드 아타"일수도 있다. (아랍인들의 이름에는 "마호메드" 또는 "마흐무드"라 말이 많이 들어가며 두 개 중 하나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 두 개 모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스위스 경찰은 9월16일 아타와 또다른 조종사 등 2명이 올 여름 취리히를 여행했으며 두 사람중 한 명이 신용카드로 주머니칼 2개를 구입했다고 발표했고 뒤이어 미국 경찰당국은 아타가 보스톤 공항 부근 주차장에 세워둔 렌터카에서 이 칼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사상 초유의 사건을 저지를 범인들이 나보란 듯이 자신의 행적을 남기고 돌아다닌 뒤 공항 근처에 버젓이 자신들의 소지품을 남기는 경우도 있을까? 이들이 남긴 소지품 중에는 96년 작성했다는 유서도 있다고 미 연방수사국(FBI)는 밝혔다. 5년간 준비한 범행치고는 어리숙하기가 유치원 아동 수준이다.

라덴이 미국내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궐석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이나 사건발생 이틀 전 파리에 거주하는 양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가 "이틀 뒤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것. 앞으로 당분간 소식을 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감청 기록 또한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너무 유치하다. 차명계좌를 만들고 돈을 송금하는 것은 전문 테러리스트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미국 언론에 등장해 "라덴의 캠프에서 "테러훈련"을 받았고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는데 환멸을 느껴 미국에 협조하게 됐다"고 말하는 아랍인들의 신원도 의심스럽다.

미국이 라덴의 소행이라고 주장해온 93년 세계무역센터 "폭발물 테러 사건"이나 98년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과 2000년 미 해군 구축함 콜 호 폭발사고 역시 라덴의 행위라는 증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2001년 세계무역센터 비행기 충돌 사건과 마찬가지로 라덴을 궁지에 몰기 위한 음모일 수 있다.

99년 6월10일 라덴은 카타르의 한 위성방송과 90분간의 인터뷰를 갖고 98년 8월 두 미국 대사관 테러사건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미국은 우리 땅을 침범, 점령하고 재산을 강탈하면서 이에 저항하면 테러라고 주장한다"고 비난했다.

또 98년 미국이 아프간과 수단에 대한 무자비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직후 빈 라덴의 대변인인 세이크 오마르 바크리크는 미국 나이트리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성지해방을 위한 이슬람군"이라는 단체의 소행으로 이 조직과 빈 라덴과는 관련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2000년 10월12일 예멘의 아덴항에서 발생한 미 해군 구축함 콜 호 폭발사고 때도 미국은 빈 라덴을 배후라고 강변했고 두 번째 아프간 공습을 준비했지만 당시 예멘의 살레 대통령은 직접 TV에 출연해 라덴 배후설을 일축했다. 그는 "폭발은 구축함 내부에서 발생했고 아덴 항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모든 상황을 촬영했으나 테러행위를 의심할만한 어떤 물체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 국방장관 코언과 국무부가 10월 16일과 17일 잇따라 라덴을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라덴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자 "라덴이 콜 호 폭파를 명령한 장본인이란 확증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과 예멘 관계를 저해하려는 지역 첩보기관이나 이스라엘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2000년 12월18일자. / 이스라엘의 테러 조작 가능성은 "9월11일 사건" 이전부터 제기돼 왔음을 알 수 있다.)

빈 라덴 스스로 16일 아프가니스탄 AIP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테러"라면 배후를 자인하는 세력이 나타나 목적과 이유를 밝히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배후도 나타나지 않고 어떤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오로지 미국의 무자비한 보복만을 초래하는 테러를 저지르는 미련한 사람들이 있을까? 미국은 이미 98년 미 대사관 폭파사건과 2000년 콜 호 폭발사고의 배후를 라덴이라고 주장하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을 자행했거나 자행하려 했다. 이후 라덴 인도 놓고 미국과 탈레반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이런 상태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탈레반의 "보호"를 받고 있는 라덴이 또다시 아무런 목적도 소득도 없이, "오로지 미국의 분노를 자극하고" "보복테러를 당하기 위한 테러"를 저질렀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의 주장이 사실이기 위해서는 라덴과 라덴의 지휘를 받는다는 "알 카에다", 라덴을 보호하는 탈레반은 물론 라덴을 영웅시하는 이슬람 민중들은 하나같이 악마이거나 연쇄살인범 수준의 정신병자들, 혹은 초보적인 자기보호본능조차 갖추지 못한 저능아들이어야 한다. 똑같은 행위로 인해 이미 두 차례 미국의 무차별 공습을 당했거나 당할 뻔한 마당에 또 한 차례 똑같은 바보짓을 반복하는 바보 중의 바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9월11일 사건과 라덴이 무관함을 입증하는 것은 바로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10월10일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모든 제한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힌 것이다. 탈레반은 "앞으로 라덴은 미국에 대한 성전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게 됐다"고 천명함으로써 지금까지 라덴은 자신들의 보호 내지는 감시하에 있었음을 밝힌 것이다. 압둘 하이 무트마엔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영국 BBC 방송에서 "미국의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빈 라덴에 대한 제한 조치는 모두 해제됐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아프간에서 `손님"으로 생활하고 있는 빈 라덴에 대해 인터넷과 전화, 팩스 등 모든 통신수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해 왔다. 무트마엔 대변인은 또 "미국이 이슬람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고 상황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에 빈 라덴에 대한 제한조치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며 라덴에 대한 제한조치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하드(성전)는 모든 이슬람 세계의 의무이며 우리는 성전을 원하고 빈 라덴도 성전을 원한다"며 "미국은 자신들의 아프간 공격으로 인해 불쾌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라덴의 신병에 대한 보호 또는 감시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날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으로 알려진 알-카에다가 비디오 녹화 방식 테이프를 통해 "미국에 대한 항공기 납치 공격은 계속될 것이며 이 싸움은 미국이 이슬람 땅에서 철수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라덴이 테러를 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고 탈레반이 라덴의 개입 의혹을 부정하는 조치를 취한 가운데 라덴의 조직이라고 알려진 알-카에다가 라덴이 9월11일 사건의 주모자인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 성명이 나오지 미국과 영국은 곧바로 "그것 보라"며 카에다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의 발언을 언동이 마치 미국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처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한 술 더 떠 이 대변인의 말에 "추가 비행기 테러 암시"라며 토를 달아 9월11일 사건이 실제로 라덴의 작품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이 대변인은 결코 "추가 보복"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9월11일 사건이 "신의 뜻에 따라" "누군가가 미국을 응징하게 위해 결행한 것이라면" "그와 같은 대미 응징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이 대변인 말의 요지이다. 이 "알 카에다 대변인"이 서방이 내세운 꼭두각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단 이 사람의 말은 미국이 죄없는 아프간인들을 학살하고 있는데 대한 울분과 격앙의 토로로 볼 수 있다. 나온 말이다. 자신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침공하는 것과 똑같이 미국을 공격할만한 힘이 없으므로 "누군가" "신의 뜻에 따라" "그와 같은 대미 응징"을 계속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고 동시에 미국내 반전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언론들이 미국의 주장에 입각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황을 호도하며 미국이 원하는 바를 열심히 선전하는 것은 비단 알-카에다 대변인의 말뿐이 아니다. 몇몇 신문과 방송사들은 10월 들어 빈발하는 소위 "탄저병 테러"의 배후를 이라크로 몰고 가려는 미국의 의도에 철저히 복무하고 있다. 미국은 탄저병 편지 사건이 시작되면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빈 라덴" 또는 "알-카에다"에서 "이라크"로 옮기고 있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탄저병균 생산은 알-카에다와 같은 단체로는 역부족이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 국가는 바로 이라크라는 것이다. 우리 주요 언론들의 논조 역시 이와 같다. 탄저병균이 항생제에 반응하는 속도로 보아 미국에서 제조됐을 것이라는 지적은 철저히 외면하고 대신 이라크가 생산한 탄저병균을 체코를 통해 알-카에다가 입수했고 이를 미국에 들여와 테러에 이용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만을 확대하고 재생산한다.

서방 언론의 호전적이고 반인륜적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도 한 차례 질타한 바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10월21일 상하이에서 폐막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군 주도의 대(對) 아프간 공격에 언급, "다수 언론들이 사실 확인 절차도 생략한 채 제멋대로 보도, 무고한 민간인과 말레이시아 등 관련 국가들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탄저병균 생산지는 미국일 가능성이 높다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는 "미국 정부에서 탄저균 무기를 제조했던 과학자"의 말을 인용, "미국에서 발견되고 있는 탄저균들은 같은 균주에서 나온 것이며 항생제에 이처럼 빨리 반응하는 탄저균주를 생물학전을 위해 생산한 나라는 없기 때문에 미국내 조직이 만들었을 개연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YTN 장기영 기자 10월19일 보도)

실제로 미 국방부 대변인 빅토리아 클라크는 "9.11사건" 엿새 전인 9월4일 기자들에게 "미 국방정보국(DIA)는 기존의 탄저병균보다 더 강력한 새로운 형태의 탄저병균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올 초부터 백신 실험을 위한 변형 탄저병균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 자의 이날 기자회견은 4일자 뉴욕타임스지가 "미국 정부는 지난 수 년 간 생물무기 연구를 비밀리에 진행시켜 왔다"고 보도한데 대한 설명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또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생물학무기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지난 수 년 간 미국 정부의 우선 과제였다"며 "수년 간 생물학무기에 관한 비밀연구를 실시해왔다"고 확인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생물무기 연구는 이미 클린턴 행정부 시절 시작돼, 중앙정보국(CIA)이 `클리어 버전(Clear Version)"이란 암호명의 세균폭탄 연구를 실시했으며 국방부는 네바다 사막에 공장을 세운 뒤, 국제적으로 사용이 허가된 각종 물질을 이용해 쉽게 생물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또 부시 정부도 생물무기 연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미 올해 초 국방부가 탄저병을 유발하는 세균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립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또한 91년 걸프전 이후 10년간, 특히 98년초부터 집중적으로 이라크와 생화학무기와의 연관성을 집중 부각시켜왔고 실제 이라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작전을 위해 주한 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들에게까지 탄저병 항생제 주사를 놓기도 했다.

98년 3월 4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미 국방대학원 교수 시스 캐러스 가 한 말이 있다. "이라크가 만일 미국으로부터 공습을 당하면 사담 후세인은 미국내에서 세균무기를 동원한 테러공격을 지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로부터 약 열흘 전인 98년 2월24일에는 미 연방수사국(FBI)가 미생물학자이자 백인우월주의단체인 "아리안 네이션" 회원으로 과거 독극물 소지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었던 47세 남자 등 2명을 세균전 감행 혐의로 체포했다 풀어진 일도 있다.

미국은 또 9월11일 사건이 발생한 직후 아직 탄저병균 편지가 나돌기 훨씬 이전부터 "다음 테러는 화학테러"라는 말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워싱턴의 컨설팅 업체인 "새뮤얼 인터내셔널"의 크리스 넬슨 부사장은 사건 직후 "부시의 테러 전쟁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 "다음 조치는 빈 라덴의 미국에 대한 생화학공격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자는 "중동 각국의 경제난과 비민주주의를 제거하고 2차대전 이후 유럽 부흥을 위해 미국이 실시했던 "마샬플랜"을 마련돼야만 아프간전쟁에서 진정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며 "막대한 희생이 따를 "서구 문명과 이슬람 근본주의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있지도 않은 "생화학 테러"를 예견하고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랍판 마셜플랜"을 거론하면서 온 세계가 부정하는 "문명충돌"을 거듭 주장한 것은 그가 말한 "시나리오"야말로 미 군부가 부시 정부 출범 전부터 준비했고 부시 정부 출범 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중앙아시아 지배를 위한 중동전쟁 시나리오임을 반증한다.

급기야 미국은, 미국의 추악한 전쟁을 지휘하는 공작팀은 이라크의 한 여성 과학자를 "탄저병균 생산 총책"으로 몰고가려 하고 있다. 10월22일자 뉴욕포스트지는 리나브 타하(45)라는 이라크 여성 과학자가 유엔 무기 사찰단원들 사이에서 "세균 박사"로 불렸다며 이 사람을 "탄저병 테러"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미 언론이 탄저병 사건과 관련해 이라크 인을 특정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탄저균 편지 사건"은 내국인의 소행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제 탄저균 테러는 인종 갈등을 조장하려는 미국 극우세력의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다. FBI 수사 결과 그동안 발견된 탄저균은 모두 미국에서만 생성, 배양되는 변종이었다. 또 언론사를 집중 표적으로 삼은 점으로 미뤄 실제 살상보다는 선전 효과를 노린 범행으로 풀이됐다. FBI는 특히 표적에 포함된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극우세력 규제를 외쳐온 사실을 근거로 이들에 대한 혐의를 굳혔다고 한다. 물론 수사 실책도 시인했다."(한국일보 10월23일자 50판 6면<탄저균 테러 진범> 강병태 논설위원)

턴저균이 "라덴"과 관련돼 있으며 "알-카에다" 조직원 두 명이 "비행기 테러범과 접촉"했다거나 "테러단체로는 무리이고 특정 국가가 했을 것"이라며 "이라크"를 지목하며 전쟁의 빌미를 삼으려는 부시 패거리들의 가증스러운 음모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탄저균 편지"들이 9.11사건 발생 시점을 전후해 발송됐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나온 상태이다. 9.11사건은 또 어느 세력의 소행일까?

(라덴과 미국)

라덴과 미국의 적대관계는 "라덴의 테러 행위" 또는 "테러 혐의" 때문이라고 인식돼 있지만 실제로는 "테러" 또는 "혐의" 이전 미국이 라덴을 탄압했으며 라덴의 대미 적개심을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1957년 리야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라덴은 제다에서 수학하던 16세때부터 몇몇 회교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학교를 마친 후 그는 상속받은 건설회사를 운영했지만 종교적 신념에 이끌려 몇 년 후 사우디를 떠났다. 79년 빈 라덴이 처음 간 곳은 구 소련의 침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그는 그곳에서 수천 명의 아랍 의용군을 무장시키는데 돈을 상당히 썼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지에 밝힌 바 있다. 그후 89년 소련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자 사우디로 돌아왔으나 사업가로 정착하지 못하고 94년에는 이집트와 알제리의 과격 회교단체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여권까지 압수당했다. 빈 라덴은 여권을 되돌려 받자마자 수단으로 옮겨 건설업을 재개했으나 이번에는 미 정보당국으로부터 테러단체에 자금 및 훈련캠프 설치를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고 미국과 유엔의 압력에 굴복한 수단으로부터 추방당했다.....그는 96년과 98년 사이 사우디와 그밖의 "성지"에 들어앉아 있는 미국의 잔재들에 대해 지하드(聖戰)를 다짐하는 3차례의 회교 교령을 발표했다....."(98년 8월7일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발사고 사흘 뒤인 8월10일자 프랑스 AFP통신)

"9.11사건 전 미국은 중동전쟁을 계획했다"

미국은 사건 직후 라덴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테러 응징을 위한 전쟁"을 쉼없이 주장하며 공습을 시작했지만 "테러"는 구실일 뿐이고 미국은 테러 이전부터 아프간 전쟁을 획책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습개시 직전까지는 사건의 배후를 빈 라덴이라고 주장했던 미국은 공습을 시작하면서 그 배후를 라덴이 아닌 이집트 출신의 "라덴 측근"이라고 슬그머니 말을 바꾼다. 부시 정부는 또 공습 사흘만인 10월10을 느닷없이 "부시 독트린"이란 말을 앞세우며 "테러세력을 지원하는 모든 나라와 단체"들까지도 공격의 목표라고 공언했다. 이미 공습이 개시되면서 "빈 라덴의 테러"가 기정사실화됐고 다음 수순인 이라크 공격을 위해 "중동 테러 지원국들"을 반미국가들과의 전쟁"이라는 숨겨진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조선일보 9월15일자 45판 8면에 실린 "미 중동전문가"리처드 하먼(Richard Hermann.50)의 인터뷰는 9월11일 사건을 빌미로 한 미국의 아프간 침공은 이라크 침공을 위한 전초전이며 미국은 오래 전에 이라크를 공격을 준비해 왔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 자가 한 말을 곱씹어보면 미 대중동 침략전쟁의 시나리오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허먼이라는 한 개인의 한 차례 발언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의 깊이와 폭, 지배집단의 생각과 이들의 저의까지 추론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고 견강부회일수도 있으나 이 자의 발언은 부시행정부의 정책과 전략, 행위, 발언들을 총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아래와 같은 분석을 시도했다.)

조선일보는 <최종 목표는 사담 후세인 제거>라는 제목의 이 인터뷰기사에서 이 자를 소개하기를 "81년부터 걸프전쟁 때인 91년까지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에서 근무하기도 한 그는 미국의 이란 이라크 정책과 미국의 중동에 대한 군사보복 관련 저서가 있으며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정책,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정책에 대한 다수 논문을 쓴 중동 전문가"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 자가 한국에 언제, 무엇 때문에 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테러 사건 이후 미국으로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돼 서울에 머물고 있는 그를 14일 만났다"라고만 썼고 기사의 ABC에 해당하는 (인터뷰)장소 조차 명시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다분히 이 자의 의도에 따라 계획적으로 이뤄진 인터뷰라고 볼 수 있다. 미 국무부에서 10년간 중동정책을 담당해왔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중동 지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로서 9월11일 사건을 빌미로 한 미국의 중동전쟁을 합리화하려는 것이지만 인터뷰 곳곳에서 자승자박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군사 보복이 언제쯤 시작되나?"라는 물음에 "테러를 누가 저질렀는지가 분명해지면 곧바로 보복을 시작할 것"이라고 해 놓고 곧이어지는 "보복 대상은?"이라는 물음에는 "라덴 등 아프가니스탄 내 테러단체들은 물론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 시리아 등도 보복대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침공작전 대상을 먼저 정해 놓고 그 대상을 테러의 배후로 만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 자는 또 "이라크에 대해서는 미국이 어디를 폭격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으며 항상 군사행동의 준비가 돼 있다" "단기적인 목표는 라덴을 잡는 것이고...장기적인 목표는 이라크의 후세인을 몰락시키는 것" "이 전쟁의 최종 목표는 사담 후세인"이라고 말한다. 애초부터 빈 라덴을 빌미로 한 아프간 침공은 이라크를 치기 위한 구상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이 자는 "탈레반"과 "이라크" "시리아" 등이 공격 대상이 되는 이유에 대해 "테러와 관계가 있다"고 말했고 "군사적으로 미국의 주적은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도 아닌 테러임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한다. 이 자의 이 말은 "테러와의 전쟁" "21세기 새로운 전쟁" 등 이후 부시와 럼즈펠드 등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의 말을 통해서도 거듭 확인된다. 미국은 새로운 적을 창출해야 했던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했거나 방해하는 나라들이면서 이념의 적들로소 봉쇄.고립.압살의 대상이었다. 미국은 70년 이후 중국을 꾀어들여 러시아를 봉쇄했고 80년대 후반부터는 다시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이북에 대한 고립-압살을 시도했다. 러시아는 붕괴됐고 중국 또한 시장경제를 도입했으며 신흥 군사강국인 이북과는 부득이 평화공존의 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새로운 적"이 필요했고 그 적을 "테러리즘"으로 정의한 것이다.

이 자는 또 "라덴을 잡으면 테러위협은 사라지나?"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이번 보복은 또 다른 보복테러를 예상하고 하는 것"이라고 실토한다. 그는 "사태의 결말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라덴이 없어지더라도 중동에는 라덴 같은 테러리스트가 아주 많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전 인류가 우려하고 있고 미국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보복의 악순환"을 예상한 채 언제 끝날지 모를 대 중동전쟁을 벌인 것이다.

미국이 뚜렷한 목적(달성)도 없는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9월11일 사건" 자체에 대한 이 자의 의미심장한 발언을 주목한다. "이번 테러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는 질문에 "2차 대전 때 교전국들은 민간인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민간에 피해를 입혀 정치지도자들과 군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전략 폭격"이었다. 이번 미국에 대한 테러는 "빈자"들에 의한 전략폭격인 셈이다.....과거에도 일본이 진주만에 선제공격을 가한 적이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미국인들은 더 단결한다. 부시의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하나로 뭉친다."고 대답했다.

"진주만 공격을 당했을 때 미국은 단결했다"는 "역사적 교훈"이 있고 부시의 신 패권주의가 세계 각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부시 정부가 안팎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또 한번의 "거국적 단합"을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진주만 공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9월12일 부시가 사건을 가리켜 "전쟁"이라고 정의한 것은 "보복 수단의 제한을 없애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리처드 허먼이 9.11사건을 "전략 폭격"이라고 정의한 것에 비춰보면 부시가 "9.11사건"을 "전쟁"과 동일시한 것은 민간비행기를 110층 짜리 빌딩에 처박은 사상 초유의 사건을 미국이 수없이 치른 "국가적 행사"인 "전쟁"의 서막으로 치환한 것이었다. 이 치환을 통해 사건의 참상과 충격 및 사태의 심각성은 빠른 속도로 희석돼버리고 "새로운 적,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복수심과 적개심이 들어찬다. 최고 최악의 "국가 행위"인 "전쟁"은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고 모든 죄를 사해주는 면죄부가 되기도 한다.

허먼이나 부시 등이 "진주만 사건" 운운한 것은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로 만들어준 2차세계 대전에 대한 애절한 향수를 드러낸다. 2차대전의 "빛나는 성과"에 대한 향수는 곧 부시 등의 "3차 대전" 운운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멋진 전쟁"을 벌임으로써 20세기말 이북과의 핵-미사일 협상을 고비로 추락하는 패권국가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21세기를 다시 "미국의 세기"로 만들려는 원대한 구상이 엿보인다. "9.11사건"은 이와같은 찬란한 미래를 위해 기꺼이 바쳐야할 작은 제물일 수 있다.

미국이 9월11일 사건 훨씬 전에 아프간 침공을 계획했다는 사실은 곧 밝혀진다. 파키스탄 전 외무장관 니아즈 나이크는 9월19일 영국 BBC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테러 참사가 발생하기 전부터 10월 중순 타지키스탄공화국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계획이었다"고 밝혀 미국의 대 아프간 침공작전이 9월11일 참사 이전에 계획됐음을 처음 공개했다. 그는 "7월 중순 베를린에서 열린 한 회담에서 미국측으로부터 이런 계획을 통보 받았다"며 "미국은 타지키스탄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놓은 상태이며 탈레반이 빈 라덴을 인도해도 군사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증언했다. (한국일보 9월19일자 42판.)

영국 일간 가디언지도 9월22일자에서 나이크 전 파키스탄 외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파키스탄 정부가 나이크 전 장관의 전언에 따라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공격 계획을 탈레반 정부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의 탈레반 침공 계획은 올 7월 중순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미국과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의 전직 고위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4일간 열린 회의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또 작년에도 한 차례 아프가니스탄 인접국가인 타지키스탄을 발진기지로 하는 "텔타포스 특수부대 작전"을 전개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대 테러 특수부대 SAS 대원이었던 켄 코너는 이에 대해 안전한 헬기 발진기지를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 계획했던 작전이 마지막 순간에 취소됐다"고 밝힌 것으로 영국의 BBC 방송은 보도했다.

이 SAS 전 대원은 미국의 작년 아프간 침공 작전이 언제 시도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2000년 10월12일 예멘 아덴 항에 정박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 콜 호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난 직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예멘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테러가 아님을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사코 "테러"이며 그 배후는 라덴이라고 강변했고 제2의 아프간 공습작전을 준비했었다. 라덴 또한 이 사건 발생 닷새 만인 2000년10월17일 "미국은 아프간을 공습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미국의 AP통신은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라덴의 배후설이 낭설이거나 치밀하게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프간 침공계획을 서둘러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이미 오래 전미국의 아프간 공격 계획이 수립됐으며 9월11일 사건이나 이 사건에 대한 라덴의 배후설은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도는 ▲아프간 탈레반 전복 ▲73년 축출된 자히르 샤 전 아프간 국왕을 내세운 꼭두각시 친미 정권 수립 및 ▲아프간을 위시한 중앙아시아 전후 복구 계획으로 요약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방송 등 미 언론들은 10월4일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후 미국은 아프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지역의 경제 재건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는 9월18일 미 CBS와의 대담에서 "빈 라덴을 인도하더라도 미국의 공격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라는 조직은 복수의 지도부를 가진 광범위한 테러 조직이므로 라덴이 없어도 활동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어차피 라덴은 중앙아시아 지배를 위한 장기전의 구실에 불과했음을 미국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도 9월21일자에서 "이번 아프간 공격에 나서는 미국의 중기 전략 목표는 탈레반 정권 축출 및 친미정권 수립이다"라고 보도하고 그 근거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주재 자국 대사관에 보낸 전문을 인용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이 현재 나토 회원국들에게 탈레반 정권 전복과 과도정부 수립에 대한 지지를 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유에스에이(USA)투데이지 10월11일자 보도가 또한 주목을 끈다. 미국이 아프간 침공에 나선지 나흘 만이다. 미 국방부는 테러 퇴치 캠페인이 아프가니스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실망해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9.11테러"에 이라크가 관련돼 있는지를 은밀히 조사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93-94년 CIA를 지휘했던 울시 국장은 국방부 내 일부 임명직 관리들이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할 증거를 찾고 있다. ... 국방부 부장고나 월포위츠 등이 이라크 정권을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국방부 관리들은 9.11사건의 주모자인 모하메드 아타가 미국에 입국하기 직전인 작년 6월 이라크 정보원과 접촉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직후 이를 언론에 흘렸다." 억지로 이라크를 적으로 만들기 위한 공작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의 공영방송 ZDF는 10월15일 미국내 탄저병 테러에 라덴의 조직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모하메드 아타가 체코 프라하에서 이라크 비밀정보원과 2차례 만난 사실이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미 국방부의 공작에 의한 "언론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

미 대통령 부시는 9월25일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탈레반 정권의 전복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지만 금방 드러날 거짓말이었다.

백악관 대변인 애리 플라이셔는 10월1일 "누가 아프간을 통치할 것인지에 관해 미국이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테러가 아닌 평화를 추구하고 아프간 경제를 발전시킬 정치세력을 지지한다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라고 말했고 국무부 대변인 리처드 바우처도 "테러리스트를 비호하는 등 아프간 국민의 이익에 반하게 행동한 탈레반은 아프간을 대표하는 정부가 아니다"라며 친미정권 수립 의도를 드러냈다.

결국, 미국의 대 아프간 전쟁은 친미정권 수립을 위한 테러이며 미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저지른 수많은 "국가전복테러"의 또 한의 예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이 약소 적대국의 정권을 전복한 첫 사례는 51년 이란 민족주의자 모하마드 모사데그 정권을 전복시킨 뒤 꼭두각시 친미정권인 팔레비 왕정을 세운 것으로 이번 아프간 침략전은 부패와 폭압으로 얼룩진 제2 팔레비 왕정을 세우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또 60년대 쿠바 카스트로 정권 전복을 여러 차례 기도했고 73년 칠레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 전복(아옌데 사살), 앙골라 내전 개입(75-80년),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 지원(81-90년/다니엘 오르테가 정부 전복), 그라나다 혁명정부 전복(83-84년/비쇼프 총리사살), 엘살바도르 군사정권 지원(80-94년), 파나마 민족주의 정부 전복(89년) 등 수많은 국가 전복 테러를 자행했다.)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인 마이클 패런티(Michael Parenti)는 미국의 98년 아프간 공습을 가리켜 "국가살해(To Kill A Nation)"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미국의 행동은 명백한 침략행위(aggression)라고 질타했다. 미국의 양심적인 역사학자 하워드 진(Howard Zinn) 역시 마이클 패런티와 다를 바 없는 견해를 표명하는 가운데, 부시정권의 전쟁선포는 21세기를 폭력의 시대로 만들 것이라면서, 진정한 테러근절의 방법은 열악한 처지에 놓인 민족들의 현실을 개선하는데 미국의 부(富)를 사용하는 것에 있다고 역설했다"(김민웅 재미언론인.목사-오마이뉴스 기사 <전쟁은 미국 패권의 몰락을 재촉한다>)

<참고> 미국의 깡패국가적 본성을 논파한 책이 출간됐다. 미국 MIT 교수이자 언어학자, 철학자, 정치비평가로 유명한 노암 촘스키가 펴낸 「불량국가(Rogue States)」로 두레에서 출간됐다. 다음은 이 책에 관한 한 언론사 기자의 "서평" 기사이다.

『<미국은 과연 선한 나라인가〉 9.11 테러사건이 터지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것은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은 "선"이며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등 일부 아랍권 세력은 "악"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MIT 교수이자 언어학자, 철학자, 정치비평가로 유명한 노암 촘스키는 그의 최신작 「불량국가(Rogue States)」(두레)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표현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조목조목 입증하고 있다. 촘스키가 말하는 "불량국가"는 다름아닌 미국이다. 그는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예로 들며 초강대국 미국이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국제법과 유엔사법재판소의 판결 등 국제사회의 각종 규범을 무시하고 위반해 왔는지를 밝히고 있다. 미국이 국제법을 대하는 행동강령은 일찍이 1963년 미 국무장관 애치슨이 미국 국제법학회에서 행한 다음 연설에도 잘 드러난다. "미국의 힘, 지위, 특권에 대한 도전에 미국이 대응할 때 그것이 적절한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국제법적인 쟁점이 아니다." 미국은 모든 나라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거부했고 유엔 총회의 비슷한 결의안에 대해서도 거의 유일하게 반대했다. 유엔을 무력화시키는 주요 사례중 하나가 국제문제를 다루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행사이다.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에 관한 한 미국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제기구가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지 못할 때 그러한 국제기구가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 미국의 일반화된 원칙이었던 것이다. 촘스키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법의 지배"의 원칙을 무시하고 어떻게 "힘의 지배"를 실행하고 있는가를 과테말라, 콜롬비아, 쿠바 등 라틴 아메리카와 동티모르, 베트남, 이라크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게 해 선거를 통해 이뤄진 독자적인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군사 독재자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인권을 유린하고 민중에 대한 잔학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지원했다. 1954년 아이젠하워 정부가 후원한 쿠데타로 10년간의 짧은 민주주의 실험에 종지부를 찍게 된 과테말라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아이젠하워 정부는 이후 과테말라에서 야만적인 억압과 고문의 시대를 열어놓았으며 이는 케네디 행정부에 의해 더욱 강력한 지원을 받았다. 케네디 행정부는 과테말라만이 아니라 중남미 전체를 대상으로 국가안보 독트린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라틴 아메리카 전역으로 억압의 전염병을 번지게 했다. 과테말라에서의 잔학행위는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 시절 절정에 올랐다. 레이건 행정부는 유엔위원회가 살인자로 낙인찍은 범죄자들을 공개적이고 정열적으로 지원했다. 수하르토가 지휘하는 인도네시아군에 의해 주민의 4분의 1이 학살당한 동티모르의 경우도 비슷하다. 인도네시아는 1965년 수하르토가 권력을 장악한 후 미국의 적국에서 우호국으로 바뀌었으며 그는 줄곧 "르완다식" 학살을 자행했는데 그 후 수하르토는 클린턴 행정부가 지칭했다시피 줄곧 "우리 사람"이 되었다. 수하르토가 1975년 인도네시아로부터 자결권을 얻으려는 동티모르를 침공, 온갖 만행을 저지르자 같은 해 12월 유엔 안보리는 인도네시아가 침략군을 지체없이 철수할 것을 결의했으나 미국은 비밀리에 인도네시아 침략군에 대한 무기공수를 증가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1978년 동티모르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공격이 거의 인종청소 수준에 달했을 때 미국은 다시 한 번 무기 공급을 가속화시켰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한동안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바그다드의 야수"라는 칭호를 얻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미국은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의 후세인을 지원했다. 1988년 3월 이라크가 할라바 지역에서 쿠르드족에 대해 가스학살을 자행한 직후만 하더라도 미국 행정부 내에서 이라크에 대해 군사공격을 해야 한다는 열렬한 외침은 없었다. 오히려 미국과 영국은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사람"이었던 이 학살 주범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했다. 미국 ABC 방송은 할라바 사건 10개월 후에 후세인의 또 다른 생화학무기 공장을 폭로했는데 미 국무부는 이를 부인했다. 이렇듯 "우리 사람"이던 후세인이 어느 날 갑자기 "악의 화신"으로 변모하게 된 원인은 이라크가 저지른 흉악한 범죄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 나라가 미국이 설정해 놓은 궤도를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촘스키는 지적한다. 이 책에서 촘스키가 나열하고 있는 사례들은 "선"을 가장하고 있는 초강대국 미국이 사실은 얼마나 "악"한 나라이며 가난하고 힘없는 제3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얼마나 가증스러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불량국가"인가를 여실히 입증한다. "위선적인 불량국가" 미국을 향한 촘스키의 준열한 비판은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

"테러"의 최대 수혜자는 미 군산복합체와 자본가들이다

9월11일 사건과 미국의 사전 전쟁 모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증거 등 여러 가지 의혹으로 미뤄 볼 때 이번 사건의 배후는 미국의 무자비한 살륙전의 표적이 되고 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목적도 경제적 실리도 취하지 못하는 빈 라덴은 아니다. 오히려 대 아프간 전쟁을 준비했고 전쟁 이후 아프간 친미정권 수립과 전후 복구 과정 및 국내 정치.경제적 이득을 보게 될 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군산복합체이며 미국의 자본가들이며 이들 미국 파워엘리트에 기대고 있는 부시 행정부이다.(라덴이 미국 군산복합체 주식을 많이 갖고 있어 미국이 전쟁을 크게 벌이면 벌일수록 라덴이 큰 돈을 번다는 주장은 한 마디로 넌센스다. 미 군산복합체를 마치 라덴 혼자 거머쥐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또한 이미 몇 년 전부터 라덴의 자금줄을 차단해 온 미국에서 라덴의 자금이 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을 뚫고 주식시장에 흘러든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 설사 라덴이 미 군산복합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 전쟁으로 인해 미 군산복합체와 미 자본가들이 얻는 수익은 라덴이 얻는 수익의 수 천억 배이다.)

이번 부시 정부의 대 아프간 침공 작전은 91년 아버지 부시 정부가 걸프전을 계기로 군산복합체를 기사회생시키면서 누렸던 인기를 똑같이 누리고 있다. 걸프전 당시 아버지 부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고 아들 부시 역시 86%에 달하는 지지율을 자랑한다.

지금의 부시 정부에는 아버지 부시 정권 때 걸프전을 진두 지휘했던 "호전주의자"들이 포진해 있다. 미국에서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으로 "전쟁 장관"으로 불렸던 딕 체니는 지금 부통령이고 지금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은 당시 합참의장이었으며 현재 백악관 안보보좌관 곤돌리자 라이스는 당시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다. 이들 3거두는 모두 작년 미 대선 때부터 현 부시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물들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라크 폭격" "북한 무력 응징" 따위를 입에 올리던 자들이다. 이들 외에도 국방부와 국무부 부장관와 차관보 등 다수 인물들이 과거 부시 정부의 호전세력이다.)

이번 "테러-전쟁 시나리오"는 단지 정부의 인기를 높여줄 뿐 아니라 불황의 늪에 빠진 미국 경제를 기사회생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한 막대한 양의 전비 지출은 미국이 올들어 본격 추진하는 소위 "윈-윈 전략" 수정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켜주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미국의 지배층과 군수산업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파헤쳐 온 리차드 바넷(Richard Barnet)도 전쟁선포라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전쟁경제의 강력하고도 현실적인 요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갈파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의 행동방식은 보복과 응징을 논리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전쟁경제의 적극적인 가동을 통한 패권체제의 강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김민웅 재미언론인.목사-오마이뉴스 기사 <전쟁은 미국 패권의 몰락을 재촉한다>)

우선 군산복합체들은 이번 9.11사건 직후 주가 급등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주가는 테러 발생 이후 일주일간 14.3% 폭락한 반면, 아머 홀딩스(Armor Holdings)와 노드롭 그럼만(Northrop Grumman), 레이시온 등 미국의 주요 군수산업체들은 주가 폭등과 무기 및 무기 관련 장비 판매가 급증해 다참사 속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방탄조끼와 군용자켓, 장갑차 전문 업체인 "아머 홀딩스"사 주가는 40% 올랐고 B-2 스텔스폭격기와 전함, 정찰 장비 전문업체로 8만명을 고용하면서 150억달러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노스럽 그럼만 사 주가는 21.2% 올랐다. 레이시온사는 37%의 주가 상승 효과 외에 항공기 부품 판매고가 급등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위성과 항공, 잠수함 통신 전문업체인 L-3 커뮤니케이션스 주가는 38.5% 올랐고 수입의 70%를 국방부 납품으로 벌어들이는 EDO사 주가는 24.8%, 화약 및 스마트폭탄 제조업체인 ATK사 주가는 23.5% 상승했다. 또 미국 정부의 의도적 호들갑과 언론들의 장단맞추기로 미 전역에 테러 공포가 확산되면서 나스닥에 등록된 보안업체들의 주가도 폭등하고 있다."(평화시민네트워크 정세브리핑 자료. peacekorea.org)

이번 "테러"는 또한 추락하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테러 충격이 마무리되고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4%에 달하고 기업들의 영업순익이 올해보다 11-22% 증가할 것이다. 또 공습이 테러리즘에 대한 확연한 승리로 끝나지 못하더라도 추가 테러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미국 경제는 내년 2.4분기부터 회복되고 내년 기업들의 실적도 올해보다 3-10% 증가할 것이다"(미 경제분석가 에드워드 커쉬너. 10월8일)

한국의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미국의 아프간 공습 하루 전날인 10월7일(한국시간) 내놓은 "미 테러사태가 철강경기에 미칠 영향"이라는 보고서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전쟁과 경기회복의 연관성을 점치고 있다. : "테러사태에 대한 미국의 보복전이 장기전으로 전개될 경우 미국의 철강 수요를 진작시켜 사상 최악의 불황에 빠진 세계 철강경기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

테러를 계기로 IT산업의 수요가 생겨나고 인터넷회의와 보안산업 등이 새롭게 각광받으면서 IT산업 몰락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CEO"라는 평가를 듣는 칼라 피오리나 휴렛패커드 회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조선일보 19일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테러는 불황에 빠진 IT 산업에 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번 테러는 기업의 업무수단으로 인터넷과 무선통신이 신뢰를 얻게되는 계기가 됐다"며 IT산업 부흥을 예고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출범과 동시에 미국 경제의 불황을 경고했고 최근에는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이번 "9월11일 사건 때문에" 미국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이미 회복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었고 이번 "테러와 침공"을 계기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9월11일 사건 직전 미국의 경제 현황을 살펴본다. UCLA앤더슨 스쿨이 "테러" 직전 준비해 테러 다음날인 9월12일 발표한 "분기별 경제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이미 불황에 빠져 있으며 기업의 투자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에드 리머 교수는 "기업들의 영업실적 악화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매 감소로 장기적인 불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또 "테러 사태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9월19일 발표한 경기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테러 사건 이전인 8월과 9월초에도 미국 경제는 이미 부진했다"고 시인, "테러로 인한 경제 악영향"에 대한 행정부 인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과거 10년간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 온 반도체와 컴퓨터, 통신 등 3대 첨단기술 산업의 성장이 침체되면서 회복 불능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했다. 반도체 등 3대 첨단 산업은 작년 25%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급전직하로 떨어져 마이너스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첨단 주력업체가 과잉투자로 몸살을 앓으면서 대거 감원 조치에 나서는 등 주요 기업들의 연말 고용자 수가 연초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테러라고 주장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미 정부 관리들 특히 전쟁을 주도하는 행정부 매파들이 앞다퉈 경기부양책을 강조하며 회복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누구보다 먼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던 "전쟁 장관" 딕 체니 부통령은 10월6일 NBC 방송에 출연해 "테러 사태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말로 다가가면서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테러"전 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시행할 수 없었던 기업들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었다.

9월24일 미 재무장관 폴 오닐은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테러사태로 인해 불황기 진입 위험에 빠진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정책 프로그램의 개요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고 며칠 뒤 대통령 부시는 추가 감세와 실업수당 지급기한 13개월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회생책을 경제팀에 지시했다.

10월7일 미 재무장관 오닐의 말은 미국 경기 부진이 테러 때문이라고 선전하는 미국의 추악한 행태와 "전쟁을 발판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흑심을 드러낸다. :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문제는 얼마나 빨리 경제의 발판을 회복하고 9.11사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기하강 기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느냐 하는 것"

미국 정부는 이런 식으로 테러가 미국 경제를 망가뜨릴 우려가 있으니 거액의 예산을 쏟아부어 기업들을 살려야 한다고 선전하며 "테러 복구 및 전쟁비용"으로 승인된 550억 달러와 750억 달러 규모의 별도 경기부양조치를 추진, 총 1천300억 달러의 예산을 지출할 예정이다.(10월8일 현재 기준)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로 레이건 행정부 때의 감세 및 국방비 증액 규모보다 많은 것으로 미국 경기 회복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부시 정부의 이런 행위에 대해 미국 의회의 비판도 만많치 않지만 "전쟁을 통한 국가이익 실현"이라는 명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인 찰스 레인절 의원은 "공화당은 숨겨진 안건을 지니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털어낼 수 있고 미국 깃발로 감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연합뉴스 10월6일자.) 이 말은 단지 마구잡이식 예산 집행만을 지적한 말일 수도 있지만 9월11일 사건에서 아프간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시나리오에 담긴 모종의 음모를 경계하는 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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