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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미국의 아프간 전쟁 - 세계전략변화와 한반도 정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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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1-10-23 00:00 조회4,0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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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내용](2)에서 계속...

파키스탄 쿠데타 - 아프간 전쟁 - 이라크로의 확전

: "윈-윈"에서 "윈-플러스"로의 이행을 위한 전쟁이다

9.11사건 뒤 약 20일 만인 10월1일 발표된 4개년 국방전략검토보고서(QDR)는 2개 전쟁 동시 승리 전략인 "윈-윈 전략" 포기 및 한 개 전장에서의 압도적 승리와 기타 군소 분쟁 지역에서의 국지전 수행 능력을 높이는 "윈-플러스 전략"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국지전 대상지역과 관련, "아시아 지역 내 미군 기지 및 기반 시설에 대한 접근도가 다른 주요 지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기반시설을 확보하며 최소한의 전역(戰域) 지원을 통해 원거리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역내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는 미국이 아프간 탈레반 전복 및 중앙아시아 지역 개발을 위한 "제2 마샬계획"을 예고한 것이었다.


(아프간 친미정권은 중앙아시아 지배의 교두보)

아프간 침공작전으로 침체된 미국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시나리오에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대규모 전후 복구 및 재건 계획이 포함돼 있으며 빈 라덴을 구실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제거하고 친미정권을 세우려는 것은 바로 아프간에 중앙아시아 지배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10월4일 CNN 방송의 보도 내용은 이를 뒷받침한다. : "10월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조지프 바이든 위원장이 아프간 공격후 아프간은 물론 중앙아시아지역의 재건및 개발계획을 담은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바이든 위원장의 한 측근은 중앙아시아 재건및 개발계획은 2차대전으로 피폐해진 서유럽을 재건하기 위해 실행됐던 `마셜플랜"과 성격이 유사하하다고 지적하고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파키스탄등이 대상지역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은 90년대초 시작된 다국적기업들의 투르크메니스탄 가스전개발 사업과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 국가들간의 치열한 이해다툼의 장이었다. 96년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서방세계와 갈등을 빚고 빈 라덴 문제로 미국의 공습을 당한 것도 열강들의 이런 자원쟁탈전과 무관하지 않다.

98년 미 대사관 폭파사건 직후 프랑스의 르 몽드지가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본질에 대해 보도한 내용은 미국의 대 아프간 전쟁 음모와 이후 계획이 "돌발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님을 강력히 시사한다.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본질은 인접 투르크메니스탄의 엄청난 천연가스田 개발과 관련이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회사들이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를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수출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그동안 국제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수출을 저지하기 위해 자국내 송수관을 이용하는 것을 방해해 왔고 이에 따라 투르크메니스탄은 탈레반의 지원을 받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경유한 수출을 모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이란을 견제하고 가스 송수관 개설을 위한 경제적 이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과 함께 탈레반을 지원해 왔다"(98년 8월13일자 연합뉴스 유영준 파리 특파원 기사 "반미테러 대이슬람 술책과 연관")

"미국의 유노칼(UNOCAL)사는 27일 투르크메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개설을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델타 석유사와 러시아 가스프롬 등이 참여하는 20억 달러 규모의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에 대해 미 AP통신은 97년 10월27일 "그러나 이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1천km 이상의 파이프라인은 전쟁이 한창인 아프가니스탄을 경유토록 돼 있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논평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또 빈 라덴 인도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투르크메니스탄 천연가스 송수관의 아프간 통과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98년 1월4일 탈레반 공보문화장관 아미르 칸 마타키는 미국을 방문 투르크메니스탄 천연가스 송수관 컨소시엄 주체인 유노칼사와 협상을 가진 뒤 "천연가스를 파키스탄으로 보내는데 필요한 도관 건설 계약이 곧 체결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98년 4월과 5월 파키스탄과 인도의 탄도미사일발사시험을 둘러싼 긴장에 이어 미국이 98년 8월7일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테러가 빈 라덴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대 아프간 군사작전을 감행하면서 중앙아시아는 군사적. 정치외교적 대결장이 된다.

98년 미국의 아프간 공습 한 달 뒤인 98년 9월에는 이란 외교관 피살 사건이 발생, 이란이 아프가니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양국간 군사적 충돌 직전 상황이 연출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79년 호메이니 회교 혁명 이후 단절했던 이란과 각료급 회담을 개최, 아프간 고립이 심화된다.

미국은 또 이즈음 유엔을 시켜 중국과 이란,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주변 6개국과 미국 및 러시아가 참여하는 소위 "6+2"회담을 주선, 아프간에 대한 주변국들의 공동대응체제를 구축, 2001년 아프간 침공계획과 관련, 파키스탄이 아프간 탈레반 전복을 위한 쿠데타를 준비로 이어진다.("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한 측근은 최근 미국이 "6+2"회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파키스탄이 탈레반의 지지를 철회하고 쿠데타를 계획중이라고 말했다"-영국 일간신문 가디언지. 2001년 10월1일)

미국을 대표하는 벡텔과 제너럴일렉트릭 파이낸스 등 다국적기업들은 1999년 2월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와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99년 11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회의(OSCE) 정상회담을 통해 카스피해 연안국들인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터키 정상들로 하여금 가스 및 석유 수송을 위한 송수관 건설 협정을 맺도록 중재했다. 이때 각국 정상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지켜보는 가운데 협정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2000년 이후에도 미국(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러시아 및 아프간 주변 회교국가들과 카스피해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미국이 탈레반 전복을 꾀하게 된 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지정학적 위치와 탈레반 주변에 산재한 천연가스 및 석유자원 개발과 수출에 관한 미국 재계의 이해관계와도 관련이 있으며 아프간 침공 이후 실행에 옮길 중앙아시아 재건 및 개발에 관한 제2 마샬플랜의 목적은 미국이 "주장하듯 테러 없는 평화로운 중앙아시아 건설"이 아니라 카스피해 인근 유전 및 가스전 개발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99년 10월 이후 계속된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라덴을 넘겨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탈레반과 대치 상태가 계속될 경우 중앙아시아 자원개발과 관련한 미국의 이익 실현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자 2000년 10월 예멘 항구에서의 미 구축함 폭파사건을 빌미로 타지키스탄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으며 2001년 9월11일 사건을 구실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파키스탄 쿠데타를 다시 본다)

파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 및 예멘과 함께 96년 집권에 성공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인정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9월11일 사건 이후 미국의 아프간 침공계획을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앞서 적극적으로 동참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국민 다수의 의사와 정반대로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 침공작전의 발판 구실을 하고 있다. 9.11사건 직후 아프가니스탄에 여러 차례 특사 또는 협상팀을 파견해 미국의 전쟁 의지를 전달하고 빈 라덴을 넘길 것을 요청하는 등 미국의 대변자 노릇도 한다. 심지어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10월1일 "아프간 탈레반과의 협상이 결렬됐으며 탈레반 시대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월7일 공습이 시작되고 탈레반 전복 이후 친미정권 수립 문제로 미국과 다소 이견을 보이고는 있지만 탈레반에 대한 전통적 유대는 이미 포기했고 탈레반의 반발에 군사적 공격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파키스탄이 미국의 아프간 침공 계획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바로 99년 10월12일 쿠데타로 집권했으며 미국이 당시 쿠데타를 사주 또는 배후 조종했거나 지원한 징후가 농후하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파키스탄 쿠데타를 지원하는 것 또한 소위 "윈-윈 전략" 수정에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파키스탄에 친미 군사정부가 들어서는 것은 두 개 전장의 하나인 중동 전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99년 6월말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카슈미르 영토분쟁을 조정하면서 무샤라프 세력을 포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실권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앤서니 지니 중앙사령부 최고사령관을 앞세워 무샤라프 당시 군 총사령관과 자주 접촉했다.

무샤라프가 심지어 99년 6월26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연설을 통해 클린턴 미 대통령과 샤리프 총리와의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공표하기도 했다. 이는 무샤라프를 파키스탄의 실세로 내세우기 위한 미국의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99년 10월3일 파시 보하리 파키스탄 해군참모총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파키스탄 군부내 알력이 표면화되고 샤리프 총리가 무샤라프를 육군참모총장직에서 해임하는 사태에 이른다. 무샤라프는 샤리프의 해임 조치에 반발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무샤라프는 쿠데타 이후 13일만인 2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순방, 두 나라 지도자들로부터 지지 의사를 받아내고 26일 "7인 국가안보위원회"를 구성, 군사정부를 공식 출범시키는 등 별 어려움 없이 지도체제를 정비한다.(무샤라프 집권 과정은 80년 한국의 신군부 집권 시나리오와 너무도 흡사하다. 무샤라프는 쿠데타 11일 만인 10월23일 소위 부정축재자 색출 및 불법재산 환수를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하고 "약탈당한 국부를 회수한다"고 발표했고 그 해 11월11일 샤리프 전 총리 등 8명을 반역 및 살인공모, 납치 혐의로 고소했으며 이듬해인 2000년 3월20일 샤리프에게 사형을 구형하지만 그 해 12월10일 사면한 뒤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시킨다.)

이 와중에 2000년 3월25일 클린턴 미 대통령이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을 방문하기는 69년 닉슨 이후 처음이었다.

무샤라프는 지도체제를 정비한 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빈 라덴 인도를 종용하기 시작했고 2001년 들어서부터 미국과 탈레반 사이의 중개인 역할에 충실하며 탈레반과 파키스탄 사이의 유대관계를 전면 재조정한다. 2001년 6월20일 그는 대통령에 취임했다.

9월11일 사건이 터지자 무샤라프는 사건 발생 나흘만인 15일 아프간 침공 계획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전폭 수용"했고 여러 차례 탈레반에 라덴 인도를 촉구한 뒤 10월1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탈레반 시대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다.

결과적으로 99년 10월 쿠데타로 들어선 파키스탄 무샤라프 정권은 2001년 10월 미국이 벌이는 아프간 전복 및 친미정권 수립을 위한 발판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키스탄 쿠데타는 아프간 전복과 중앙아시아 지배로 미 세계전략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또한 파키스탄을 아프간 침공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했으며 무샤라프 또한 미국의 전쟁에 동참하는 대가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미국 하원은 10월17일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강화를 위해 파키스탄에 대한 제재해제를 공식 승인했다. 앞서 5일에는 미 상원이 만장일치로 관계법안을 통과시켰고 부시는 지난달 아프간 공격에 대한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강행 이후 내려진 제재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파키스탄의 샤우카트 아지즈 재무장관은 또 미국의 제재조치가 풀린 다음날인 18일 125억 달러에 이르는 대외 부채를 감면 받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파키스탄은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기관에 지고 있는 빚 155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370억 달러 규모의 대외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아프간 공격전에 발판 구실을 함으로써 대규모 경제원조 제공을 약속 받았다. (영국이 이날 영연방개발공사(CDC)의 계획에 따라 2천만 파운드(약 3천만 달러)의 대 파키스탄 채권을 포기하고 앞으로 3년 동안 파키스탄에 대해 1억500만 파운드(약 1억5천600만 달러)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미국의 중동전쟁 시나리오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그치는가. 그렇지 않다. 중동과 한반도를 두 개의 가상 전장(戰場)으로 하는 미국의 소위 "윈-윈 전략" 구도상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및 구 소련에 속해 있었던 힘없는 중앙아시아 회교국들만 장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버지 부시의 적이었던 이라크를 완전히 제압해야만 비로소 윈-윈 전략의 수정이 가능해진다.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집적이며 개전(開戰)의 이유를 찾기 위해 안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위 "부시 독트린"이 그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들어간 10월7일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대사 명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자위를 위해 다른 조직이나 국가에 대한 추가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지도 모른다"며 확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부시 정부가 그럴듯하게 붙인 전쟁 확대 정책의 이름이다.

부시 독트린의 내용은 `국제 테러리스트들은 물론 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국가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으로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하는 아프간 외에 이라크 등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라크는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자칫 미국의 마수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사소한 빌미도 주지 말아야 한다.(이라크 공보부가 10월 20일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전세계의 테러리즘과 기아, 분쟁을 없애는데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한 미국인의 e-메일에 대한 답장에서 9.11.테러참사 희생자에 대한 조의를 표시했다고 공개하면서 밝힌 것은 참 잘한 일이다.)

(탈레반 이후... 친미정권 수립)

반 탈레반 조직 및 인사들은 미국의 은밀한 조정에 따라 잦은 회합을 갖으면서 탈레반 전복 및 과도정부 수립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자히르 전 국왕은 9월23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의 회견에서 "아프간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고 이로부터 며칠 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국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과도정부 구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은 그가 유엔 특사를 만난 날이었다. 북부동맹 역시 CIA와 접촉하면서 미국의 탈레반 전복작전에 적극 나설 계획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북부동맹은 24일 대표단을 자히르 전 국왕에게 보냈다. 21일 영국 외무부 관계자들은 로마 근교에서 자히르 전 국왕을 만나 "서방이 후원하는 과도정부를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유누스 코누니 반탈레반 연합전선 대표는 자히르와 만나 탈레반 전복 이후에 대해서 논의한 뒤 10월3일 타슈켄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2주내 120명으로 구성된 "국민통일 최고회의" 의원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반 탈레반 세력의 긴밀한 움직임 뒤에는 미국과 미국을 추종하며 미국과 함께 이미 2000년부터 아프간 침공 작전을 준비했던 영국이 있다.

"북부동맹은 최근 미국의 비공식적인 지원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히르 전 국왕과 북부동맹 연합세력의 재집권이 미국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중앙일보 9월30일자 7면)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3일 "부시 대통령이 반탈레반 세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 등 비밀지원을 승인했다"고 보도, 자히르 전 국왕을 중심으로 하는 친미정권 수립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미국은 아프간 반군 세력뿐 아니라 파키스탄 군사정권에 대해서도 탈레반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미국을 지원해주는 대가를 톡톡히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샤라프 파키스탄 군부출신 대통령은 9월30일 "재정.금융 지원과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제재해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라고 말해 미국을 추종하는 대가가 적지 않음을 내비쳤다.

미국의 탈레반 전복 및 아프간 과도정부 구성 음모와 관련해 북부동맹을 조직하고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아마드 샤 마수드 전 아프간 국방장관이 "9월11일 사건" 발생 이틀전 정체불명의 "자살특공대"에 의해 살해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수드는 소련 침공 당시 가장 뛰어난 전선사령관이었고 군사전략이나 정치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던 인물로 탈레반 정권이 전복되는 경우 가장 유력한 차기 지도자감이었다. 뛰어난 전략가로 파벌간 알력을 조정해 온 그가 피살된 뒤 북부동맹의 결속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동아일보 9월26일자 외신 인용. / 마수드 암살과 "9월11일 사건"을 탈레반과 빈 라덴이 계획한 거사라는 시각도 있다. - 조선일보 9월26일자 - "북부동맹군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지도해 온 마수드가 탈레반이 보낸 자살특공대에 의해 숨졌다. 그가 숨진 뒤 탈레반은 북부동맹에 대대적 공세를 개시했다. 그날이 바로 미국에 테러 공격을 가했던 11일. 같은 날이다.")

아프간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려는 미국에게는 올해 나이 49세의 마수드 보다는 73년 쿠데타로 쫓겨난 뒤 이탈리아에서 호의호식한 86세의 자히르 전 국왕이나 96년 탈레반에 의해 축출된 60세의 랍바니 전 대통령이 훨씬 손쉬운 상대일 것이다.(한겨레 21 제378호 "누가 마수드를 죽였는가"를 쓴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는 자신이 직접 마수드를 인터뷰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사마 빈 라덴 조직이 마수드를 살해했다는 미국 및 러시아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마수드가 지닌 절대적인 카리스마는 탈레반 이후를 생각하는 외세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빈 라덴 사이의 적대관계와 빈 라덴을 빌미로 한 미국의 대 탈레반 전복 음모 및 탈레반 전복 이후의 친미 정권 수립이라는 연장선에서 보면 "9월11일 사건"과 "마수드 암살"이 빈 라덴의 소행일 개연성은 크게 줄어든다.

<보론> 미국의 중동전쟁은 성공할 것인가
그러면 미국이 "윈-윈 전략"을 포기하고 "윈-플러스 전략"으로 이행하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패권적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벌이는 추악한 전쟁은 성공할 것인가? 한반도 정세 변화가 추동한 미국의 "윈-윈 전략" 포기 과정에서 미국은 중동전쟁을 계획했다면 앞으로 세계질서는 어떻게 되는가? 한반도 침략전쟁을 포기했다지만 중동에서의 압도적 승리를 거둔 뒤 다시 한반도로 화력을 집중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모든 나라들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고 강대국의 지배를 받지 않는 신 세계질서를 향한 인류의 노력은 또 한 차례 위기를 맞고 있다.

미 제국주의는 세계 약소국 민중들을 군사적 경제적으로 억압.침탈하며 살아왔다. 비록 반세기에 걸친 한반도 전쟁에서 패배했지만 약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향한 미국의 본성은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세계 지배의 두 축 가운데 하나를 잃었지만, 지구 최대최악의 깡패국가답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권토중래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헐벗고 굶주린 채 토굴과 움막 속에 살아온 가난한 이슬람 민중들을 제2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음모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패배한 분풀이로 중동을 치려는 미국의 음모는 미 제국주의 생존의 결정적 패착이다.

아프간 탈레반을 전복시키고 꼭두각시 친미 정권을 세우는 1단계 계획은 바로 아프간 민중들의 저항에 밀려 성공을 거두기 힘든 상황이고 중동침략 2단계 시나리오인 이라크로의 확전 역시 "유럽의 미국 꼬붕" 영국 조차 참여를 꺼리고 있다. 미국은 2차대전의 파트너였던 독일을 꼬드겨 대이라크 공격을 위한 공작을 펼치고 있지만 이라크를 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세 번째 미국의 위기관리 능력과 이미 오래 전 불황기에 들어선 미국 경제 상황으로 볼 때 더 이상의 확전은 자칫 미국의 자멸일 수 있다.

우선 아프간 침공전을 보자. 아프니스탄 게릴라들과 10년 동안이나 전쟁을 벌였던 구 소련의 퇴역 장성 등 전문가들은 앞으로 벌어질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불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결론은 "미국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79~1989년의 10년 전쟁에 참가해 무공훈장을 받은 예비역 중장인 비루슬란 아우셰프 잉구셰티아 자치공화국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간을 점령하고, 군대를 보내고, 계속 폭격을 할 수는 있겠지만 승리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 소련은 이슬람 반군들과 싸우던 아프간 좌파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이 나라에 군대를 보내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전투를 벌였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소련의 붕괴를 재촉했을 뿐이다. 당시 소련은 아프간 전투에서 1만5천명의 장병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비공식 통계에 의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아우셰프 잉구셰티아 대통령은 9월11일 사건 발생 직후 AP통신과와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간에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 하더라도 그를 아프간에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아프간의 독특한 지형을 이루고 있는 바위의 정글의 산악에서 그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길을 잃기가 십상이고,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50만㎢나 되는 면적에서 모든 바위를 하나 하나 뒤질 태세 돼있지 않는 한 그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복은 물론 철모조차 없는 아프간 민중들이지만 이들은 이미 19세기 때부터 자국을 점령하려는 영국과 구 소련 등 많은 외국의 적들을 물리쳤고 미국의 가공할 폭력 앞에서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 소련 참전자인 에브게니 젤레노프 의원은 "미국이 어떠한 지상전 준비를 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승산이 없다. 미국은 무기와 함께 잠을 자고 생활해온 아프간인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의회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의원은 "아프간 내에는 수많은 은신처가 있기 때문에 미국이 지상 작전 없이 미사일 공격을 가한다면 그것은 국민에게 정부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목적을 가진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의 국내정보국 MI5의 국장을 지낸 스텔라 리밍턴도 9월15일 "부시 미 대통령이 선포한 세계적인 대테러 전쟁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영국 PA통신이 보도했다.

또 서방 언론과 서방 언론을 추종하는 우리 언론들이 전하는 소식과 달리 현지에 파견된 우리 몇몇 기자들이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아프간 탈레반은 민중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일보 이종환 기자는 10월15일자 12면에 실린 <美,테러 응징戰 / 카불 기업인 "아프간상황" 인터뷰> 제하의 이슬라마바드발 기사에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기업인 라티브 포팔(38)씨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 "매일 계속되는 미군기의 폭격으로 카불 주민은 불안에 떨고 있으나 반미 감정이 커져 탈레반의 지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다음은 이 신문기사 중 일부로 아프간 민중들의 저항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시내 상황은…. "매일 밤 엄청난 폭음과 대공포, 총소리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학교는 모두 문을 닫았다. 폭격 때는 정전이 되지만 평상시에는 전기가 들어온다. 식품이 모자라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
●지상군이 투입된다는데….
“연일 폭격으로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이 많이 파괴됐다. 지상군 투입에 대비해 시내에 보루가 만들어지고 있다. 탈레반 병사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도 높아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해도 곤란을 겪을 것이다.”
●주민들은 카불을 떠나고 있나.
“일부는 떠났지만 대부분 남아 있다. 한때 탈레반은 독재집단이란 비난을 받았는데 미국의 공습 개시 이후 자세를 낮추고 주민의 협력을 구해 예전보다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국의 공격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탈레반을 중심으로 뭉치게 만들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야 전쟁이 끝나지 않겠나.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누가 새 정부를 맡는단 말인가. 다수의 아프가니스탄인은 탈레반을 지지한다. 카불에 질서가 잡힌 것은 탈레반 집권 이후다. 그전에는 누구도 공장을 짓거나 기업을 경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북부동맹은 과거 잘못이 많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이번 공격은 큰 실수이며 미국은 결코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나세르 바흐 난민촌 내 나세르 티칭 병원에 입원중인 트럭운전사 파줄 라흐만(45)씨의 말도 전했다 : “11일 밤 11시쯤 폭격으로 집이 무너져 가족 4명이 죽고 혼자만 살아 남았다. 군인은 모두 산악지대로 가고 민간인만 남은 마을에 미국이 미사일 공격을 했다. 탈레반도 싫지만 미국은 정말 몸서리쳐진다”고 말했다.

미국의 침공을 받고 있는 아프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반미감정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친미주의에 반대하는 파키스탄 민중들의 저항이 유혈시위로 확대되고 있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아시아 회교권 국가들에서도 반미 시위가 거세다. 인도에서는 극단주의 반미단체인 "인민전쟁그룹" (PWG)이 벵골만(灣)에 인접한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州) 소재 코카콜라 제조 공장을 폭파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PWG의 한 지부 책임자는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위에 저항하고 진짜 테러리스트를 규탄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표시를 남겼다.

인도 솔로시에서도 10월21일 3천 여명의 이슬람교도가 "빈 라덴은 영웅"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미 시위를 벌였고 펀잡주 라발핀디에서도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인 자마트이 이슬라미당의 지지자 2천 여명이 반미.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에서도 같은 날 1만5천 여 명이 모여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대한 반대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독재정권을 수없이 지원해온 미국이 정의와 평화의 이름 아래 아프간을 공격하는 것은 야비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즉각 아프간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영국 총리실이 있는 런던의 다우닝가 주변에서도 반전주의자 500여명이 비를 맞으며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규탄했고 아프간에 대한 공격에 참여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수다만 해군기지가 위치한 그리스의 크레타섬에서도 600여명이 기지로 이어지는 도로를 차단한 채 시위를 벌였다.

이밖에 지난 7월 서방선진7개국과 러시아(G-8) 정상회담이 열린 제네바에서 시위를 주도한 반세계화단체 ATTAC도 이날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반전 운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국의 이슬람계는 이날 방콕과 나콘시 탐마라트주, 파타니주에서 미국의 공격을 받고 있는 아프간 국민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번 기도회에는 나콘 시 탐마라트주에서 1만5천명, 파타니주에서 1만명, 방콕 300명 등 모두 2만5천여명이 참석했다.

나콘 시 탐마라트주 `무슬림조직"의 니무 마카제는 "아프간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면서 미국 연쇄 테러로 촉발된 이번 사태를 미국이 무력을 통해 해결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도회를 준비한 조직위원회는 기도회를 마친 뒤 미국과 영국, 독일, 이스라엘 제품과 서방 소유 슈퍼마켓에 대한 불매운동을 이슬람 교도에게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으며 방콕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얼굴을 인쇄한 의류를 판매하기도 했다.

태국은 국민의 대부분이 불교 신자이며 이슬람 신자는 전체 인구의 5% 정도에 불과하고 미국과 해마다 공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이처럼 공공연한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뒤뜰이나 다름없던 한반도 이남 땅에 반미-반전.평화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8일을 기점으로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시작된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전 평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10월 20일에는 3시 서울역 광장에서는 `보복전쟁 중단·평화실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범국민대회`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한총련 소속 학생, 시민사회단체 등 1천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보복전쟁 반대·평화실현 신자유주의 세계화반대 연석회의 주최로 열린 이번 범국민대회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9개 도시에서 진행됐다.(유-뉴스)

이북과의 대결에서 지고 "윈-윈 전략"을 포기한 미국이 다시 중동전쟁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새로 작성한 "윈-플러스전략"도 무용지물이 된다. 장고 끝에 마련한 신 세계전략 이 무용이물이 되는 것은 미국 중심의 세계 패권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전쟁을 시작하며 국내 예산과 각국 지원금으로 마련한 수 천 억 달러의 자금이 미국을 언제까지 지탱시켜 줄 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의 노골적 패권체제로의 전환, 또는 전쟁국가로의 체제정비는 미국의 패권체제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투기성 금융자본의 동요를 경험하면서 미국의 세계자본주의 체제 주도력은 약화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지오바니 아리기가 그의 "긴 20세기(The Long Twentieth Century)"에서 날카롭게 갈파했듯이 패권체제 전환의 고비를 의미한다. 거기에 전쟁시스템의 강화가 추진되어나갈 때 그것은 잠시의 위력은 발휘할 지 모르나 미국의 힘을 적지 않게 손상시켜 갈 것이다. 파괴를 통한 지배는 로마제국의 평화처럼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진정 세계적 지도력을 회복하려면, 그것은 전쟁의 방식이 아니라 세계적 설득력을 갖춘 새로운 경제질서와 군축의 토대 위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공동의 번영을 함께 추구하는 자세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전쟁국가는 내부의 민주주의를 파손하고 국제적 반감의 대상이 됨으로써 그 생존의 역량을 스스로 자해하는 결과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김민웅 재미언론인.목사-오마이뉴스 기사 <전쟁은 미국 패권의 몰락을 재촉한다>)

미국이 패망하지 않는 길은 패권주의적 행태를 뉘우치고 세계 평화와 자주 평등의 세계질서 구축에 동참하는 길뿐이다. 이 미국에서 9.95 달러 짜리 영역본 『코란』을 출간한 펭귄출판사는 테러 이후 판매가 부쩍 늘어 평소의 다섯 배에 이르렀으며 최근 2만 부를 더 찍었다는 소식도 있다. "미국 근본주의" "미국 지상주의"의 오류에 빠진 "가장 우매한 인류"인 미국민들이 잘못된 세계관을 수정하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깨닫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한반도에 미칠 여파 ?]

국내 절대다수의 친서방.친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번 사태가 한반도정세에 악영향을 끼치고 북-미 대화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이번 9.11사건과 이후의 미국의 아프간 침공 작전을 "예기치 못한 돌발사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 한반도는 물론 지구촌 모든 지역에서 진행되던 미국의 업무가 마비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서술했듯이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동전쟁을 준비해왔고 "9.11사건"은 이 전쟁 준비를 실행으로 촉매한데 지나지 않으며 미국이 중동전쟁을 준비한 것은 바로 한반도의 신흥 강국 이북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때문이다. 남북통일과 조-미 평화를 향한 한반도 정세의 혁변은 미국으로 하여금 소위 "윈-윈"이라는 이름의 세계전략을 포기하게 만든 일대 사변이었다.

1994년 조-미 제네바 핵 합의 시간이 2003년으로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북은 미국이 이 합의를 이행하든 않든 국가적 합의를 2003년까지 지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화가 지속되는 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강조했다. 5월1일 평양을 방문한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와 8월4일 김정일 위원장과 세기적인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9월3일 평양을 방문한 강택민 중국 국가 주석 및 그 일행들은 그 메신저였다. 약속 시한을 거듭 밝힌 것은 바로 미국의 약속불이행을 거듭 확인한 것이었고 미국은 이 약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최소 10여 년간의 대북 대결정책 포기 과정을 되돌리는 것으로 매 분기점에서 미국이 취했던 항자(降者)로서의 태도로 미뤄볼 때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핵전쟁 전야의 끔찍한 긴장으로 점철된 조-미 대결사의 매 분기점에서 이북과의 평화공존을 약속해야 했고 한반도 통일 지지를 약속했다. 수없이 많은 공언(空言)이 있었지만 2000년 10월12일 조-미 공동코뮈니케를 또다시 공염불로 만들려는 미국의 수작은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대화를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5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미국의 대북 대화 "간청"이 잇따르고 조-러/조-중 정상회담이 계속되는 가운데 9월2일 이북이 전격 제의하고 이남이 이를 즉각 수락함으로써 성사됐다. "9월11일 사건"이 발생하자 남북대화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언론과 보수세력이 재 뿌리기에 나섰지만 남북은 무려 14개항에 걸친 합의를 이뤄냈다. 작년 12월 4차 장관급회담이후 2차 경제실무회담 등 남북대화가 부시 정부의 간섭으로 중지된 이후 9개월만에 이뤄진 5차 회담은 미국의 대남 간섭이 사실상 중지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곧이어 금강산관광활성화를 위한 1차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려 육로 개설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년 9월 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때 경의선 복원에 합의한데 이은 두 번째 "분단선 돌파"에 대한 남북합의이다.

금강산회담 합의문이 원론적 내용에 그친데 대해 일각에서는 "합의도출 실패" 운운했지만 이는 "분단선" 관리권에 관한 조-미 회담이 선행돼야 함을 모르는 소치이다. 조-미는 남북합의를 근거로 금강산 육로 개설을 위한 회담에 나서야 하고 이 육로가 지나는 분단선 남측 관리권을 이남이 되찾은 이후에야 비로소 구체적인 남북합의가 가능하다. 작년 9.25 남북국방장관회담 합의 이후 무려 6차례 조-미 회담이 열려 경의선 복원 구간 DMZ 남측 지역 관할권을 미국이 이남에 이양하기로 합의한 것과 같은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5차회담과 금강산관광회담이 성황리에 끝났고 조-미 관계가 경색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한 남북대화가 경색될 이유는 없다. "한-미 공조" 원칙에 따라 이남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거스르지 않고 미국이 이북과 대화를 원하는 한 남측은 북측과 대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 현재 한반도 역학관계이기 때문이다. 반통일세력의 저항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남과 북이 5차 장관급회담에서 금강산 육로관광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분단선 관리권 문제에 관한 북-미 협의가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것임을 의미한다. 금강산 관광도로와 철로는 판문점 경의선 통과지역에 이어 분단선에 또 하나의 파열구를 내는 작업이다.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의 길에 더 이상 장애는 없다. 부시가 10월16일 이남의 유일 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특별회견에서 ▲대북식량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남의 대북 쌀 지원을 종용한 것이나 ▲"이질적인 두 체제간의 통일"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이 주목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10월22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때 부시와 만나고 귀국, "양측이 모두 만족한 회담이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큰 관심과 자세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지난 3월초 방미 때와 달리 적극적 태도였다"고 평가하고 "부시 대통령과 남북관계에 대해 이해를 같이 하고 접점을 찾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시 정부가 대북 대화를 구걸한다는 말을 간접 확인하는 말이다.

이산가족이 오가고 당국간 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이남이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발동하면서 대북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은 아직 이남이 이북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었고 이북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부시는 또 18일 상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이남의 대북경계태세를 이유로 이북이 이산가족 교환방문 등을 연기했다"는 김 대통령의 말에 대해 "북한이 미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북과의 적대관계를 지속시킬 의지를 이미 상실했으며 더 이상 한반도 정세 변화를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미국은 이런 변화를 지연시키면서 한반도에서 잃어버린 패권적 지위를 되찾아 다시 한 번 동북아에서의 대결 태세를 취해볼 속셈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핵과 탄도미사일 협상을 통해 그런대로 이북의 비위를 맞춘 미국이 마지막 대량살상무기 통제수단인 화학무기협정(BWC)를 들고 나와 다시 한 번 이북을 압박하는 것 등이 미국이 생각해 냄직한 "꽁수"이다.

미국의 세계지배체제를 보장하는 국제적인 무기확산 방지협정들에는 비핵국가의 핵능력을 방지하고 핵국가들의 핵무기 수출을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68년의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사정거리 300 KM이상의 미사일 개발 기술 및 재료의 이전을 통제하는 87년 미사일기술통제협약(MTCR) 및 공격용 세균무기를 개발, 생산, 저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72년 화학무기협정 (BWC) 등이 있다.

미국은 생화학무기 개발 및 비축을 금지하는 BWC조약에 계속 반대하고 있으나 9.11일 사건 이후 이 문제와 관련한 모종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워싱턴 포스트지 10월17일) 미국은 이제 이 조약을 강화하고 세균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는다는 구실하에 11월19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생물학무기회의에서 새 구상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BWC 가입을 반대하며 은밀히 탄저병균 무기화한 뒤 이 무기를 독점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 군부가 이라크 침공을 위한 구실로 활용하려는 "탄저병균 무기"는 본래 이북에 대한 압박수단이기도 했고 실제로 미국은 98년 주한미군에 항생제 주사를 놓으며 이북의 생화학무기공격 가능성을 선전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생화학무기를 갖고 이북을 압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적대국 명부에서 제외시켰고 더 이상 싸울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해 이미 이북 침공을 한 개 축으로 하는 "윈-윈 전략"을 포기한 상황에서 다시 생물학무기를 들고나올 수 있을까?

앞으로 미국의 행태와 관련해 우려되는 것은 오히려 이북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아니라 이남에 대한 은밀한 공작일 것이다. 이북과의 대결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의 길에 나서기로 한 것은 곧 한-미간 대북 적대 공조체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곧 이남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지배체제가 허물어지는 것을 말한다.

부시가 우리 언론을 부추겨 "한-미 상호방위조약 불변" "주한미군 철수 없음"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바로 50년 미 지배체제가 무너지는 엄연한 사실을 호도하면서 이북에 공포심을 자극해 한-미 동맹을 유지하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놓아야 할 먹이를 놓기 전에 크게 한 입 베어 물어야 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우리 민중생존권을 짓밟고 미 자본가들의 배를 불릴 각종 무기판매와 시장개방 압력 등 군사적 경제적 침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차세대전투기사업(FX사업)이다. 이 사업은 김대중 정부가 남북통일 이후까지를 상정해 추진하는 21세기형 전력 증강사업으로 첨단 전투기와 전폭기를 사들이기 위해 자그마치 4조295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군수 메이저에 기반을 둔 부시 정권이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IMF로 우리 민간 부문이 미국으로 넘어간 것에 더해 이제 군수부문까지 미국에게 이양된다는 의미이다. 다시말해 우리의 모든 중요 산업이 미국에 예속된다는 의미가 된다."(정낙근 안민포럼 통일안보위원. <남-북-미 삼각관계 이변은 없다> - 신동아 10월호)

미국의 대남 경제침탈과 관련해서는 10월21일 폐막된 상하이(上海)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회의는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21개국 정상과 정부대표들이 참석해 대체로 부시의 "반 테러 개스"에 박수를 친 회의였지만 미국의 세계 경제전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준 행사였다.

정상들은 "APEC 정상선언문"을 별도로 발표, 보호주의에 대응하고 다가올 WTO 각료회의에서의 뉴라운드 출범을 약속하고 현재의 경제성장 둔화의 흐름을 반전시킬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또 세계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정책과 조치들을 취하기로 약속하고 거시경제 부문의 정책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21세기에 더 역동적이고 번영된 아시아태평양을 건설"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94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산물시장과 금융. 보험 등 자본시장 개방이 촉진되면서 이남에 대한 미국 경제력의 집중 포격이 어떤 것인지를 익히 경험했고 97년부터는 IMF체제하에서 막대한 부를 빼앗긴 우리에게 "정상선언문"이란 곧 "선전포고문"이나 다름없다. 11월9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의를 경계한다. 94년 끝난 우루과이라운드를 계승하는 무역협상의 장이 될 것이 분명한 이 회의를 기점으로 농업과 서비스, 환경, 노동, 반덤핑 분야를 포괄한 미국의 신 자유무역규범이 생성될 전망이다.

또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대테러전쟁"이라는 도그마와 강압에 밀려 미국을 추종하는 행위이다. 정부는 테러대책반을 운영한다하고 언론들은 우리의 화생방훈련 상태가 어X다 저X다 하지만 우 한반도 남북의 주민은 누구에게도 테러를 당할 까닭이 없다.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동안 미국의 패권주의정책에 편승해 미국의 잘못된 세계정책에 동참함으로써 미국과 한 통속이라고 치부되는 것이다. 악덕자본가의 우월적 지위를 흉내내며 돈벌러 온 해외 동포와 제3세계 주민들을 불평등하게 대우한 것이 죄라면 죄일 것이다. 무너지는 패권주의적 세계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거짓 선전전에 속아 아랍권을 테러집단시 하거나 미국과의 공조만이 살길이라는 시대착오적 세계관에 편승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공포는 무지에서 나온다. 우리의 무지는 바로 미국이 오도하는 세계관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데서 온다.

미국은 또한 이미 그네들 국내법조차 금지하고 있는 "더러운 전쟁"(dirty war)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면서 세계 60개국에 산재한 테러리스트 조직을 해체하겠다고 공언했고 부시는 지난달 미 중앙정보국(CIA)에 "테러와의 전쟁"에서 암살 공작과 도청, 감청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10월21일자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이번 "살인면허"는 80년대까지 CIA가 벌여온 비밀공작과 다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사람은 바로 미국의 지배에 저항하는 세계 각국의 민중이고 우리 이남의 민족민주-자주통일세력일수도 있다. 미국이 중동 각국을 적으로 삼은 것은 바로 이들 나라 민중들의 자주노선 때문이라면 "민족자주"의 기치를 드높이면서 미국의 한반도 분단관리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민족자주통일세력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세심하고 각별한 주의와 함께 총력 저항 태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의 여명은 어쩌면 미 지배체제 청산을 위한 이남 민중들의 결사전을 예고하는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성전(聖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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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월 12일 부산 "통일시대 젊은 벗" 주최 강연에서 썼던 자료를 보완해 10월22일 작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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