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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사건>에 담고 있는 조작음모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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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8-02-14 07:39 조회35,46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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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사건’, ‘북한 배후설’의 실체를 밝힌다<기고> 강진욱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기자

김정남사건-말레경찰기자회견.jpg


강진욱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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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2  23: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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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지 1년(2월 13일). 초반의 떠들썩하고 살벌했던 분위기와 달리, 어리바리한 동남아 처자 둘만 살인 혐의로 피고석에 앉아 재판을 받고 있다. 체면을 구긴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9달이 지나서야 뒤늦게, 사건 당일 평양으로 귀환한 이들을 범인으로 몰았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다.

사건은, 아니 작전은 지난해 1월 시작됐다. 행인을 골탕을 먹이는 리얼리티쇼를 찍는다며 누군가 두 처자를 꼬였다. 꾐에 넘어간 여인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몇 차례 예행연습을 했고,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발랐던 모양이다.

사건의 내막이 채 알려지기도 전에 국내 모 신문과 이 신문사가 운영하는 종편TV는 ‘독침에 의한 살해’를 떠벌렸다. 단순 와전일 수도 있지만, ‘북한의 독침 살해’ 각본이 미리 짜여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사천리로 북한 국적자들을 범인으로 몰아 간 것도 어떤 예정된 수순을 따른 듯했다.

치밀한 수사와 증거 수집 및 합리적 추리를 거쳐 사건의 실체와 그 배후를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후 맥락이 닿지 않는 억지와 이런저런 정황을 억지로 끼워 맞췄다. 한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언론이, 마치 역할을 분담하듯 ‘배후=북한’ 분위기를 선도한 것도 이상했다. 해괴망측한 이 사건의 흐름을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복기해 본다.

<기>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2월 19일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신원이 확인된 남성 용의자 5명의 국적이 북한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19) 이틀 전인 17일 검거됐다 곧 풀려나는 리정철 외에 리지현·홍송학·오종길·리재남 등 사건 당일 출국해 평양으로 돌아간 4명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경찰은 또 리지우 등 또다른 북한인 3명을 사건 연루자로 추적 중이라고 밝혀, 총 8명의 북한 국적자를 용의 선상에 올렸음을 시사했다.

사흘 뒤인 22일 “용의자나 연루자로 지목된 북한인 8명 가운데 1명은 외교여권을, 나머지는 7명은 공무여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현지 특파원발 <연합뉴스> 기사가 송고됐다. 이 시점에서 북한 국적자 8명을 콕 집어 범인으로 단정한 것은 성급한 감이 없지 않았다. 사실 사건 발생 1년이 다 되도록, 이들 8명의 혐의는 입증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인 8명 범인’은 어떤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8명 중 한 명인 리지우(30). 일본인 행세를 하며 ‘제임스’라는 가명으로 인도네시아인 아이샤를 사건에 끌어들인 것으로 돼 있다. 아이샤의 휴대폰에 있던 이 미남 청년의 사진도 공개됐다. 그런데 국적을 속이고 가명만 썼을 그의 국적이 북한이고 나이가 서른이며,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라는 것을 말레이시아 경찰이 어떻게 알았을까?

한국이나 미국 정보당국의 ‘어떤 자료’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위 22일 자 기사에 ‘대북소식통’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지우의 신병이 일찌감치 확보돼 그의 진술을 받아낸 것도 아니었다. 그는 사건 발생 1년이 다 지나도록 소재 파악도 안 되고 아예 입출국 기록조차 없다.

또 아이샤를 사건에 끌어들였다는 리지우의 신원은 이렇듯 빠르고 자세히 공개됐지만, 베트남 여성 흐엉을 사건에 개입시킨 자의 신원은 사건 발생 8개월이 지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역시 수상한 일이다.

그러다 10월 들어 고등법원 병합심리가 시작되면서 그 이름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더더욱 이상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목한 사람은 이미 상세히 공개된 ‘평양 귀환 4명’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평양 귀환 4인을 범인들로 몰아가기 위한 억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건 발생 보름 만인 2월 28일, 범행 현장에 있던 자들의 동선도 보름 만에 공개됐다.나중에는 이들을 ‘평양 귀환 4인’과 동일시하는 작업이 시작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이 CCTV를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두 그룹이 동일인물들이라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은 베트남 여성 흐엉의 손에 독극물을 발라 주는 등 현장에 있던 이들을 가리켜 ‘하나모리’ ‘Mr. 창’ ‘와이(Y)’ 등이라 했다. 공항 CCTV에는 이들 3명과 동남아 여성 둘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경찰의 기소인 명부(charge sheet)에는 이들 셋과 리지우의 별명(제임스) 등 네 개의 닉네임이 명기됐다.

이 ‘정체불명의 4인조’의 신병을 확보하면 사건은 해결된다. 그런데 샛길로 빠진다. 이미 그 샛길이 닦여 있었다. 바로 ‘북한인 8명이 범인’이라는 각본이 그것이다.

(이를 ‘각본’이라고 말하는 것은, 말레이시아 검찰과 경찰 소식통 및 현지 언론을 소스로 한국 매체들이 줄기차게 ‘북한인 8명’ 설을 퍼뜨렸지만, 8명 중 3명은 체포 또는 조사 후 무혐의로 풀려나 평양으로 돌아갔고, 1명은 입출국 기록조차 없으며, 사건 당일 평양으로 귀국한 4명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신빙성을 상실하는 일방적 주장을 광범위하게 설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그것은 어떤 각본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은 2월 27일(말레이시아 경찰 발표 하루 전) 리재남과 오종길은 북한 보위성, 리지현과 홍송학은 북한 외무성 소속이며, 8명 중 4명이 보위성 인사로 실제 행동에 옮긴 두 사람은 외무성 출신이라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이다. 선험적 통찰력인가, 아니면 놀라운 정보력인가. 이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2주 만에 주범과 공범의 신원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더 놀랄 일은, ‘북한 범인 8명’ 중 사건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귀환한 4명을, 사건 현장에서 문제의 여인들과 행동을 같이한 ‘하나모리’ ‘Mr.창’ ‘와이(Y)’ 및 휴대폰 속 인물 ‘제임스’ 등과 동일시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차후에 그렇게 정리된다.

사건 발생 1년이 되는 현재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동남아 여성들과 함께 CCTV에 잡힌 ‘하나모리’ ‘Mr. 창’ ‘Y(와이)’ 등 3명의 신원이 확인되기도 전에, ‘북한인 8명이 범인’이라는 각본을 짜 놓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넷이 바로 저 넷이라고 우기기 위함이었다.

평양 귀국 4인이 범행 현장에 있던 이들과 동일인물들이라는 어떤 증거나 정황이 확보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 경찰도 범인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하나모리’ ‘Mr.창’ ‘와이(Y)’라고 칭할 때, 벌써 ‘북한인 8명이 범인’이라는 최종 조사보고서가 나왔다는 것은 사전 각본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들다.

<승> ‘평양 귀환 4인’과 ‘정체불명의 4인조’가 동일한 인물들이라면, 일찌감치 현장 CCTV가 공개 될 때 밝혀졌을 것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기소인 명부에 ‘하나모리’ ‘Mr.창’ ‘Y’ 및 ‘제임스’ 등 4개의 별명만 올라 있는 이유는, 경찰이 두 그룹의 행적을 별개로 파악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두 여성의 변호인들은 재판이 열릴 때마다 이들 네 명의 신원을 밝혀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이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아니 밝힐 수 없었다. 어쩌면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평양으로 돌아간 4명이 바로 그들이라는 각본을 따른다면, 굳이 알아 내지 않아도 됐다.

이처럼 국정원이 ‘북한인 범인 8명’을 이야기하고, 말레이시아 경찰이 ‘하나모리’ 등을 지칭한 뒤, ‘평양 귀국 4인’과 정체불명의 별명조 4인을 동일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3월 3일 자 스페인 통신 < EFE > 기사.

“한국 정보 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그들 넷은 사건이 일어난 날 평양으로 도주했으며, 현재 인터폴 수배를 받고 있다.”(The four fled to Pyongyang on the day of the attack and are now on the Interpol wanted list, according to South Korean intelligence sources.)

3월 4일 자 일본 <교토통신> 기사. “김정남 살해는 ... 폐쇄 국가 [북한]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고 한국 정보당국은 밝혔다.”(... a crime planned by the reclusive country, South Korean intelligence has said.)

사건이 일어날 시각에 공항 대기실에 머물러 있다 몇 시간 뒤 말레이시아를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관련 혐의나 증거가 없는 이들의 출국을 ‘도주했다’고 표현하는 것이나, 이 범죄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주장의 진원지가 한국 국가정보원이라는 소리 아닌가?

앞서도 지적했듯이, 말레이시아 경찰 조사에는 북한 국적자들이 단 한 명도 거명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북한이 배후라고 밝힌 적이 없었다. 대신 한국이나 미국 정보당국과 연계돼 있는 말레이시아 정보 당국이나 검찰 및 경찰 일각에서, 또는 몇몇 현지 매체들을 통해 북한이 배후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었다.(Although Malaysia never directly accused North Korea of carrying out the attack, speculation is rampant that Pyongyang orchestrated a hit on a long-exiled member of its ruling elite. / AP통신 4월 13일자, 6월 16일자)

이런 식으로 북한을 사건의 배후로 모는 언론플레이가 지속적으로 전개됐다. 3월 15일과 17일 각각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NHK>가 느닷없이 ‘평양 귀환 4인’ 중 한 명인 ‘오종일’이 ‘정체불명의 4인조’ 중 한 명인 제임스(리지우)와 함께 아이샤를 데리고 캄보디아에 가 예행연습을 했다고 보도했다.

18일에는 말레이시아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평양 귀환 4인’에 속한 홍송학과 리재남이 공항에서 여성 피의자 2명과 한 패로 움직인 것처럼 썼다. 이들 각국 매체들이 전한 소식은 여과 없이 국내에 전해져 여론화됐다.

일본 매체 두 곳과 말레이시아 매체 한 곳이 하루 이틀의 시차를 두고 연달아, ‘평양 귀환 4인’과 ‘정체불명의 4인조’가 동일 인물들일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낸 점이 특이했다. <아사히신문>은 ‘인도네시아 당국자’, <NHK>는 ‘캄보디아 당국’이 소스였고,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문가와 CCTV를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지만, 이들 두 매체에 동일한 정보(자료)가 제공됐음이 분명했다.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는 1983년 10월 9일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 직후 국내 신문 두 곳에 하루 이틀 간격으로, 하나의 팩트가 조금씩 다르게 세 차례에 걸쳐 기사화되면서, 전후 맥락이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가 그럴듯한 팩트로 둔갑하는 것과 같다. ‘김정남 살해 사건’ 발생 직후 어느 매체가 이를 가리켜 ‘제2의 아웅 산 테러’라고 정의한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똑같은 작업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본다. 졸저『1983 버마』(박종철출판사) 참조)

특정 언론을 통해 평양 귀환자들과 사건 현장에 있던 범인들을 동일시하는 작업과 동시에, 아이샤의 핸드폰에 사진으로 존재하는 리지우가,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과 함께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다는 설이 퍼진다. 앞서 이야기 한 ‘북한인 범인 8명’ 중 3명이다.

‘평양 귀환 4인’을 현장에서 범행을 저지른 주범으로 규정한데 이어, 다른 3명을 공범으로 본 것이다. 급기야 3월 26일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대사관을 방문해 2시간 30분 간 현광성과 김욱일 두 사람을 면담 조사했다. 그런데 닷새 뒤인 31일, 이 둘은 김정남 시신을 실은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귀국했다.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현광성과 김욱일의 출국에 대해 “진술을 확보한 뒤 출국을 허용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확보했다.” “이들의 진술에 만족한다.” “그들은 수사에 필요 없는 이들이다.” “그들을 잡아 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연합뉴스 3월 31일 / 4월 1일 자)

이들의 귀국을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북한이 평양에 주재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을 인질로 붙잡고 있어서 할 수 없이 위 두 사람의 귀국을 허락했다는 식이다. 한 마디로 억지다.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헛소리를 했다는 말인가?

이즈음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여러 차례 물밑 접촉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두 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김정남 사건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 사건 직후 종료된 북한에 대한 비자면제 조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는 말도 전해졌다.

이는 김정남 사건과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는 반증 아닌가? 김정남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면 당장 외교관계를 끊는 것이 맞지 않을까? 왜 관계 회복을 약속하고 비자면제 조치 재개를 합의할까? 말레이시아 정부가 단 한 번도 이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북한 대사관 도피자’로 몰렸던 3명 중 2명이 모든 혐의를 벗고 출국하면서, ‘북한인 8명’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시나리오가 뒤엉키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던 ‘리정철’ 역시, 사건 관련 혐의가 아닌 비자 규정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추방된 데 이어, 다시 두 사람의 혐의가 풀려 버린 것이다. ‘북한 범인 8명’ 중 4명은 사건 당일 평양으로 돌아가 버렸고, 남아 있던 4명 중 3명이 혐의를 벗었다.

그래도 남은 한 명의 ‘북한인’ 리지우는 붙잡기만 하면, 김정남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밀어붙일 여지는 있다. 사진과 이름으로 보면 북한 국적자로 보인다. 그런데 이 리지우는 애초에 말레이시아에 들어온 흔적조차 없었다.

<전> ‘북한인 8명이 범인’이라는 각본은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4월 이후 약 6개월 간 효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6개월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반전인지 반격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정해져 있었던 수순이었는지, 사건을 재구성하려는 저변의 움직임이 있었다. 8명 중 무혐의 등으로 논외가 된 4명을 제외하고, 이미 평양으로 돌아간 4명을 주범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

그 첫 시도는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재판이 열린 4월 13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을 말레이시아로 돌려보내라고 말했다”는 뉴스였다. ‘말레이시아키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이라는 소스를 달고 <연합뉴스> 특파원 발 기사(4월 14일 자)를 통해 국내로 전해졌다.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앞서 지적한 대로, ‘북한인 8인이 범인’이라는 시나리오에 재를 뿌린 스포일러였다. 3월 31일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이후 김정남 사건과 관련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2018년 1월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기자들과 따로 만나 사건 당일 평양으로 귀국한 4명에게 혐의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가짜뉴스이거나, 최소한 그의 말이 왜곡됐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4월 13일 재판 소식을 전한 주요 외신 어디에도 아부 바카르 청장의 위 발언은 없다.

같은 날인 4월 14일 자 <아사히신문> 기사도 좀 수상했다. “인도네시아 여성 아이샤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 주모자의 한명으로 알려진 북한 외무성 소속의 홍송학(33)이 1월 자신에게 "2월 9~19일 마카오에서 촬영하자"고 제안했다.”(연합뉴스 4월 14일) 아이샤가 사건 당일 평양으로 돌아간 4명 중 한 명인 홍송학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말 그랬다면, 이후 열린 여러 차례 재판에서, 그의 변호사든 검찰이든, 아니면 경찰 관계자든, 누구에게서라도 “아이샤가 홍송학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코멘트가 나왔을 것이고, 각국 매체들이 이를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평양으로 간 4명이 진범이라는 결정적 증언을 놓칠 기자는 없다. 그런 증언이 나왔다면 김정남 사건의 판도는 일시에 뒤집어졌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이 신문 기자는 가짜뉴스이다. 누군가가 또 거짓 정보를 유포한 것이다. 이미 평양으로 돌아간 4인 중 한 명인 홍송학을 ‘사건 주모자의 한 명’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수상한 손길이 느껴지는 보도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오종길, 리지현, 리재남, 홍송학 등 북한 국적자 4명은 지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화학무기로 분류되는 VX 신경작용제에 노출돼 사망한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연합뉴스 5월 30일 / 6월 14일 자) 그냥 ‘돌아갔다’라고 할 것을 ‘도주했다’고 표현한 것은, 이들이 바로 범인이라는 말과 같다.

외신들은 분명히 “경찰의 기소용 범죄자 명부(charge sheet)에는 용의자 4명이 누구인지 거명돼 있지 않다”고 수도 없이 썼지만, 우리 언론은 이를 무시한 채, ‘북한인 8명이 범인’이라는 국가정보원의 주장만 믿고, 북한으로 돌아간 4명이 그들이라고 맹신한 것이다.

한심한 보도가 이어지는 동안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압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4월 이후 ‘북한인 8명 범인’ 프로세스가 중단되고,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대한 비자면제 폐기를 부활시키려는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 다시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8월 8일 미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이 말레이시아를 방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면담하고, 양국 정보당국간 북한 관련 정보 공유 의사를 타진하면서 말레이시아 내 북한 기업 폐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8월 9일 자) 양국이 대체 무슨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할지는, 두 달 뒤 시작되는 ‘김정남 사건 시즌 2’에서 밝혀진다. 기대하시라!

미국의 압력은 즉각 효력을 발휘했다. 13일 미국을 방문한 나집 라작 총리는 아시아가 북한 핵의 인질이 돼선 안 된다면서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연합뉴스 8월 15일 자), 곧바로 그의 미국 방문 일정이 잡혔다.

북한도 대응에 나섰다. 김유성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대사 직무대행이 9월 19일 조호르 주의 왕세자인 이스마일 이드리스(33)에게 북한 영공 통행 권리를 보장하는 각서를 전했다. 거듭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와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9월 28일 “모든 말레이시아인은 추후 공고가 있을 때까지 북한 방문을 금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외교적 대응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김정남 사건 직후 자국민의 북한 방문을 금지했다가 이즈음에야 해제했던 말레이시아 정부가 다시 대북 강공으로 돌아선 것은 모두 미국과 박근혜 정권의 북한 옥죄기 외교의 효과였다. 그 때문인지 말레이시아의 대북 비자면제는 지금까지 발효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테러 국가로 모는 공작과 동시에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작업에 나선 것 역시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1983년 10월의 아웅 산 묘소 테러 사건 때도 그랬고, 1987년 11월 김현희 사건(KAL기 폭파 사건) 때도 그랬다. 1983년에는 ‘늑대사냥’, 1987년에는 ‘무지개 공작’이라는 작전명이었다. 아웅 산 사건 직후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려다 말았고, 김현희 사건 이듬해인 1988년 결국 북한을 그 명부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북한은 2008년 그 명부에서 제외됐으나, 김정남 사건을 빌미로 다시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결> 미국의 뒤집기 시도가 한창인 가운데 10월 ‘김정남 사건 시즌 2’가 시작된다. 두 동남아 여성의 재판이 병합돼 10월 2일 열린 첫 고등법원 재판이 그 시작이었다.

‘시즌 2’는 전편과 무엇이 다를까? 미국의 뒤집기 시도의 약발이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관전 포인트. 말레이시아 경찰청장 아부 바카르가 무대에서 사라지고 대신 ‘현장 수사 책임자’(investigating officer) 완 아지룰 니잠이라는 이가 새로 등장해, ‘북한인 8명이 범인’ 각본을 되살린 것이 핵심이다. 한국 정보당국이 공범이라고 주장했던 이들을 풀어줌으로써, ‘북한인 8명이 범인’ 프로세스에 재를 뿌린 경찰청장을 밀어 내고 대타가 등장해 원래의 각본을 되살리려는 것이다.

아부 바카르 경찰철장 대신 등장한 것은 완 아지룰 니잠만이 아니었다. 배후 조직이 있었다. 니잠은 11월 6일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무심코 “경찰특수부(Special Branch)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어떤 외신은 이를 가리켜 ‘경찰정보국’(police intelligence)이라고 풀이한다. 이거나 저거나 정상적인 경찰 내 의사결정 구조를 넘어서는 조직임이 분명하다. 미 국무장관이 말레이시아 총리에게 양국 정보당국간 북한 관련 정보 공유 의사를 타진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두 나라가 공유한 대북 정보의 실체가 곧 공개된다.

우선 멍석 깔기. 10월 2일 재판. 이 재판 관련 <연합뉴스> 기사. “시티 아이샤는 올해[2017] 초 북한 국적자 리지우(일명 제임스.30)와 홍송학(34)에 의해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포섭됐다. 중국 시장 판매용 TV 리얼리티쇼 제작자인 ‘장’[Mr.창]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홍송학은 수 차례 예행연습을 시킨 뒤 ... 2월 13일 .. 아이샤의 손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줬다고 구이 변호사는 말했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의 4월 14일 기사 두 건의 연장이다. <말레이시아키니>라는 현지 매체를 통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평양 귀국 4인’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고, <아사히신문>은 마치 인도네시아 여성 아이샤가 평양으로 간 4인 중 한 명인 홍송학을 배후로 지목한 것처럼 가짜뉴스를 유포한데 이어, 그렇게 부각시킨 홍송학에게 드디어 ‘Mr.창’이라는 닉네임을 부여한 것이다.

‘평양 귀환 4인’과 ‘기소인 명부 속 4인’을 동일시할 수 있는 연결고리 한 개를 만든 것이다. 3월 <아사히신문>과 <NHK>, <스트레이츠타임스>, 4월 다시 <아사히신문>과 <말레이시아키니> 등을 통한 집요한 언론플레이가 <연합뉴스> 기사로 이어진 것이다.

다음에 벌어질 일은 불문가지(不問可知)! 평양 귀환 4인 중 나머지 3인과 기소인명부에 있는 4인 중 나머지 3인을 각각 짝지어 두 그룹을 동일시하는 것. 10월 12일과 26일 재판에서 화질이 형편없는 범행 현장 CCTV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기자들을 긴가민가 헷갈리게 만들면 된다.

내.외신 기사로 미뤄 볼 때, 이들 영상에는 진짜 범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상은 ‘하나모리’란 가명을 쓰는 동양인 남성이 지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다른 공범들을 지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10월 26일 자)

그런데도 기자들은 영상 속 인물들이 바로 몇 시간 뒤 출국해 평양으로 돌아간 ‘북한 국적자들’인 것처럼 썼다.

“12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서 검찰은 북한인 용의자들이[?] 동남아 출신 여성 피고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공항 내 CCTV 영상을 공개했다.”(10월 12일 자)

영상에 무엇이 찍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피고 여성들과 함께 행동한 자들은 ‘하나모리’ ‘Mr.창’ ‘Y(와이)’ 셋이다. 경찰 조서에도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이들을 ‘북한 용의자들’이라고 본 것이다. 평양 귀환 4인의 모습과 동남아 여성들의 모습을 뒤섞은 영상이었나?

사실 영상이 흐려 누가 누구인지 확인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10월 12일 자 AP통신은 “(영상 속) 남자들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The faces of the men can't be seen cleary.)”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들이 저들일 것’이라는 식으로 쓴 것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프레임 때문이다. ‘북한인 8명이 범인’이라는 예정된 결론에 매몰돼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기사에는 늘 다음과 같은 말들이 따라 붙었다.

“올해 초 말레이시아 경찰은 최소 8명의 북한인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고 밝힌 바 있다. ... 홍송학은 범행 당일 오종길(55), 리지현(33), 리재남(57) 등 다른 북한인 용의자들과 함께 출국해 평양으로 도주했다[?].”(10월 12일 자) 이들 출국자들이 여인네들과 함께 움직인 그 범인들인지 확인할 수 없는데도, 이들이 바로 그들일 것이라는 뉘앙스다.

다음 인용문도 마찬가지.

“하나모리와 장[Mr.창], 와이는 다시 차에 올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이용한 차량은 사건 초기 체포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북한인 용의자 리정철(46) 소유의 도시형 밴이었다.(10월 26일 자)

진짜 범인들이 북한 국적자 리정철 소유의 밴을 타고 왔다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리정철을 풀어줬을 리 없다. 이 차는 북한대사관 보유 차량으로 소유자는 리정철로 돼 있고, 이 밴을 타고 공항에 온 이들은 이날 평양으로 돌아간 북한 국적자들이다.

그런데 이들 넷을 ‘하나모리’와 ‘Mr.창’ ‘와이(Y)’ 등 실제 범행에 가담한 자들과 동일시하는 작업이 시작되면서, 실제 범인들이 이 밴을 타고 온 것처럼 거짓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현지 검경은 하나모리와 와이가 오종길이나 리지현, 리재남인지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10월 26일 자) “[말레이시아 경찰] 완 아지룰은 [범행 현장에 있던] 이들의 국적이 북한인지와, 범행 당일 출국한 북한인 용의자 4명과 동일인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10월 12일 자)

현지 경찰이나 검찰 일각에서 무슨 이야기를 흘리든, 당국의 공식적 입장은 ‘평양 귀환 4인’이 범인들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써 놓고도 뒤에 가서는 슬쩍슬쩍 딴 소리를 끼워 넣으면서 두 그룹을 동일시하는 수법이 너무도 교묘하다.

“미스터 장[Mr.창]의 정체는 북한 외무성 소속으로 알려진 북한인 홍송학(34)으로 추정되며, 제임스는 올해 초 쿠알라룸푸르 교외 주점에서 시티 아이샤를 포섭한 북한인 리지우(30)로 여겨진다. 하지만 하나모리와 미스터 와이의 신원은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10월 12일 자)

교활하다. 이 넷과 저 넷을 한꺼번에 짝짓는 대신, 둘씩 둘씩 짝을 지워 신중하게 증거를 찾고 있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모양이다.

“하나모리는 암살 결행 시각 90분 전쯤 북한 외무성 소속 홍송학(34)으로 추정되는 ‘장’과, ‘와이’로 불리는 남성 등 두 명과 같은 차를 타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장과 와이는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여)의 손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직접 발라주며 김정남을 공격하도록 지시한 이들이다.”(10월 26일 자)

말레이시아 경찰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북한인’으로 추정된다? 누가 그렇게 추정했지? ‘미스터 창’을 홍송학인 것처럼 보도한 매체를 기억할 것이다. 4월 14일 자 <아사히신문>. ‘인도네시아 여성 아이샤의 증언에 따르면’이라는 식으로, 그녀가 ‘평양 귀환 4인’ 중 한 명인 홍송학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처럼 쓴 수상한 기사였다. 출처 불명의,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 한 줄을 슬쩍 걸쳐, 홍송학과 ‘미스터 창’이 동일 인물인 것처럼 만들어 놓고, 몇 달 뒤 ‘그렇게 추정되는’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누가 이런 거짓 정보를 기자들에게 전달해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게 할까?

이 ‘Mr.창’이 북한 국적자가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도 있다.

“장[Mr.창]과 와이는 야구모자와 티셔츠, 배낭 차림이었으며 장[Mr.창]은 비닐봉투를, 와이는 물통을 각각 손에 든 채 김정남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이들은 김정남에 대한 공격이 성공하자마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모자와 배낭 등을 버렸다. 장[Mr.창]은 혹시 모를 추적을 피하려고 턱수염까지 깎은 것으로 확인됐다.”(10월 26일 자)

위 인용문은 분명 실제 범인들의 동선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들의 손에 뭔가를 발라 준 자들의 행동거지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낭 등 소지품까지 버리고 염소수염까지 깎고(the former[Mr.Chang]..shaved off his goatee / 교도통신) 도주하는 치밀함이 엿보인다.

그런데, 북한 국적자들이 염소수염을 기르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이런 우스꽝스러운 수염을 기른 ‘Mr.창’이 수염을 깎으면 홍송학이 될까? ‘Mr. 창’의 범행 장면과 홍송학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장면을 이어 붙이면 그렇게 보일까?

확인되지도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쓰는 것을 넘어, 사건의 키맨인 ‘정체불명의 리지우’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마구 퍼뜨렸다.

“리지우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등 다른 용의자들과 함께 치외법권인 대사관 내에 숨어 있다가 3월 말 출국이 허용됐다. 북한 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은 북한의 인질외교에 말레이시아 당국이 굴복한 결과다.”(10월 12일 자)

앞서도 밝혔지만, 리지우는 북한 대사관에 없었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출국을 허락한 일도 없다. 현광성·김욱일의 출국은 혐의가 없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석방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던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갑자기 물러났다는 사실도 이미 밝혔다.

범행 현장에는 나타나지도 않았고, 말레이시아에 들고 난 기록조차 없는 리지우가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쓰기도 한다.

“하나모리와 장, 와이는 다시 차에 올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으로 이동했다. ... 비슷한 시각 제임스는 공항 내 호텔에서 체크아웃 절차를 밟은 뒤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다른 공범들과 합류한 것으로 조사됐다.”(10월 26일 자)

웃기는 얘기지만, 이 공항에 출현한 제임스는 리지우가 아니라, 다른 제임스 즉, 오종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이해가 간다. 단, 이때는 오종길이 제임스로 둔갑하기 전이다. 오종길이 제임스라는 주장은 11월 6일 재판에서 처음 등장한다. 따라서 10월 26일 재판 시점의 제임스는 리지우여야 한다. 그렇다면 입출국 기록조차 없는 리지우가 공항에 있었던 것처럼 쓴 것은 넌센스다. 제임스가 공항에 있었던 것처럼 쓴 것은, 머잖아 ‘제임스=오종길’이라는 웃기는 각본이 등장할 것을 전제로, 그렇게 준비된 각본에 따라 쓴 것이다.

‘미래의 제임스’ 즉 오종길이 범행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미리부터 조작해야 4대 4 짝을 맞추기 쉽다. 앞에서 우리는 여러 단계의, 여러 나라 매체들을 동원한 치밀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홍송학을 ‘Mr.창’으로 만드는 과정을 살펴봤다. 그 뒤를 이어 오종길을 ‘제임스’로 만들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짝짓기를 시도한 것이다.

10월 12일과 26일 CCTV 영상은 맛뵈기였다. 본 게임 즉, 4 대 4 짝짓기 완결판이 남아 있다.

11월 6일 샤 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 이날 검찰 측의 아홉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아지룰 니잠의 폭탄 선언. “오종길은 ‘제임스’, 리재남은 ‘하나모리’, 홍송학은 ‘Mr.창’, 리지현은 ‘Y(와이)”고 주장한다. ‘평양 귀환 4인’과 ‘현장 범인들’을 동일시하는 작업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범죄의 재구성이다. 놀라운 비약이지만 오래 전부터 - 어쩌면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 그렇게 가기로 각본이 짜여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평양으로 돌아간 4명을, 경찰의 기소인 명부에 명시된 ‘하나모리’ ‘Mr.창’ ‘Y’ ‘제임스’ 등 4개의 별명과 억지로 짝짓기를 하려다 보니, 평양에 가 있는 네 명 중 한 명인 오종길이 제임스가 돼 버렸다.

그러면 ‘진짜 제임스’, 아니 인도네시아 여성의 휴대폰 속 사진으로도 잘 알려진 ‘원래 제임스’는 어떻게 되지? 그냥 없애버리면 될까? 원래부터 없었던 인물이라고, 아이샤가 거짓말을 했다고 우기면 어떨까?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 하지도 않다. 저들이 못할 짓이 뭐가 있겠나? 이 나라 저 나라 언론이 저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판에!

10월 2일 자 <연합뉴스> 기사에 “시티 아이샤는 올해[2017] 초 북한 국적자 리지우(일명 제임스.30)와 홍송학(34)에 의해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포섭됐다”고 돼 있다. 아이샤의 포섭자가 리지우라는 초기 각본에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수작이다. 그 포섭자가 사실은 홍송학(=‘Mr.창’)이었다고 바꿔치기 할 수도 있겠다.

2018년 1월 속개된 두 차례 재판에서, 리지우가 국외로 도주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와, 말레이시아인 택시운전사가 아이샤를 리지우에게 소개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 것도 수상하다. 말레이시아인 택시운전사로 하여금, 자신이 아이샤를 소개해 준 이는 ‘또다른 제임스’(오종길)고 증언하게 하려는 것일까?

결국, 말레이시아 및 관련 국가 정보 당국이 사건 당일 북한으로 돌아간 4명을 범인으로 모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정작 사건의 열쇄를 쥐고 있는 리지우의 존재가 허공에 붕 뜨고, 그럼으로써 사건의 실체와 배후를 밝히기가 불가능해진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원래부터 사건의 실체를 감추고, 엉뚱한 이들을 범인으로 몰기로 돼 있었던 것일까?

사실, 아이샤의 휴대폰 속 인물 리지우가 붙잡히면, 이 사건을 누가 꾸몄는지를 밝힐 수 있다. 그래서 당초의 각본이 만들어질 때부터 리지우는 ‘증발될 존재’로서의 역할이 부여됐는지도 모른다. 사건의 진짜 배후를 은폐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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