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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김동엽교수, <남북관계를 상수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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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8-04-14 10:44 조회18,8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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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시아경제 칼럼을 통해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그려나갈 그림의 끝은 그저 남북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가 아니다. 또 남북이 적대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평화공존에 만족하려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는 비핵화나 북ㆍ미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종속변수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남북관계를 독립변수이자 모든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편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의 논단을 함께 게재한다.[민족통신 편집실]


[포럼] 남북관계를 '상수화'하자


최종수정 2018.04.10 11:55 기사입력 2018.04.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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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한반도에 봄이 왔다. 어느 누구도 이리 봄이 일찍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따라잡기 어렵다. 탐색전도 없이 1라운드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정됐다. 한반도의 대문을 열고 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우리 정부의 정교한 전략과 뛰어난 협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벌써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미 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김정은의 깜짝 방중으로 북ㆍ중정상회담마저 부지불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일본과 러시아까지 한반도라는 링 위에 올라올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북관계가 중심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는 북ㆍ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북핵문제와 북ㆍ미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디딤돌을 놓아주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단순히 북ㆍ미 정상회담을 위한 마중물이나 건널목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북ㆍ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남북관계의 미래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는 남북관계만의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구분한 '투 트랙(Two-Track)' 방식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비핵화 및 북ㆍ미관계와 상호 긍정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ㆍ미 간의 협상은 매우 길고 지난한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롤러코스터와 같다면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만큼은 같은 방향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6ㆍ15공동선언 정신 계승과 10ㆍ4선언 이행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 발상의 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기본협정을 체결하고 다양한 분야와 수준에서의 남북대화를 정례화 하는 남북관계를 체계적으로 제도화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 제재 국면에서 경제적으로 깊은 결실을 맺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이 긴장을 완화하고 군사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과 결실이 우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남북간 군사안보문제는 북핵문제 및 평화체제 진전에 따라 뒤따라가는 것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북핵문제와 북ㆍ미관계, 미ㆍ중관계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었고, 우리 스스로 한반도의 주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북핵문제와 평화체제 협상이 진전되는 과정과 발맞추거나 오히려 남북 간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통한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주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이미 남북 간 합의한 6ㆍ4합의(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에서의 선전활동 중지)를 복원하고 10ㆍ4 선언의 3조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여기에 정전협정 1조에 명시된 대로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2km를 진정한 비무장지대(DMZ)로 만들고 한반도 중앙인 3번 국도와 경원선 지역의 지뢰를 제거해 남북 간 혈맥을 뚫길 기대해 본다. 이곳은 군사적으로 남북 상호 진격로를 터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군사적 신뢰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정부가 그리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DMZ벨트를 현실화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동해벨트와 서해벨트를 관통하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그려나갈 그림의 끝은 그저 남북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가 아니다. 또 남북이 적대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평화공존에 만족하려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는 비핵화나 북ㆍ미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종속변수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남북관계를 독립변수이자 모든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만들어야 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와 풀기-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2018년 4월 11

 

 

※ 평화네트워크는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싱크탱크형 NGO’입니다홈페이지는 www.peacekorea.org 연락처는 02-733-3509입니다본 보고서의 출처를 밝히면 자유롭게 인용·게재·배포할 수 있습니다별도의 내용 요약은 없으며 강조하고자 한 부분은 굵은 글씨로 표시했습니다각주를 포함한 파일은 아래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1. 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가?

 

기실 새로운 접근은 이미 시작됐다남북한은 2018년 2월과 3월에 걸친 특사 교환을 통해 “4월말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이뿐만이 아니다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특사단을 통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트러프는 영구적인 비핵화를 위해 5월 이내에 만날 것이라고 화답했다또한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임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고트럼프는 “5월이나 6월초에”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기존의 외교 문법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이다. 1990년 초반 북핵 문제가 대두된 이후 협상 구도는 철저하게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방식(bottom-up)’이었다하지만 과거의 협상은 최종적인 문제 해결 및 북미정상회담의 문턱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다그런데 이번에는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top-down)’이 등장했다북미간에 낮은 수준의 대화조차 없던 상황에서 가장 높은 정상회담이 사실상 합의되었고 이후 북미 직접 접촉을 통해 실무적인 문제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북미정상회담을 출구에 두었다면트럼프는 입구로 가져온 셈이다.

 

북미관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탑 다운’ 방식은 큰 기대와 함께 우려도 수반하고 있다두 지도자가 극적인 타결에 성공하고 추후 협상의 지침을 제시한다면, 70년간 지속되어온 한반도의 적대적 냉전구조와 25년간 지속되어온 북핵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대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반면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난다면한반도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특히 북미정상회담의 실패는 추후 실무급 대화와 협상조차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대화 없는 대결의 장기화나 심지어 무력 충돌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탑 다운 방식의 유용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일단 당사국들이 문제 해결을 향한 정치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기실 지난 25년간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실패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좋은 해법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문제를 풀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결핍된 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김정은도 최근 조선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비핵화가 최종적인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그리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한반도 평화번영의 3대 축을 다시 세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해법의 절박한 필요성에 비해 이를 찾아내고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당사국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커진 것 못지않게 각자가 생각하는 해법의 차이도 여전히 크다가령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북핵 해법의 원칙과 목표로 제시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 정부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하지만 CVID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에도 실패한 접근법이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와 김정은 정권은 각기 상반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및 그 이행조치 합의들을 실패한 합의로 규정한다아울러 북한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선호하는 반면에미국은 가능한 일괄적이고 빠른 비핵화를 선호한다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 ‘이란 모델’,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로루스 모델’, ‘남아공 모델’ 등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하지만 이들 사례를 단순 적용하는 것은 불가하다.

 

이에 따라 본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해법은 상기한 문제의식을 포괄하면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새롭고도 담대한 방안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 합의들의 미지한 부분은 개선하고 적실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제외하면서도 여전히 유망한 요소는 포함시켰다또한 다른 나라나 지역의 사례들 가운데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다이를 통해 과거보다 더 강력하고 가시적이며 지속가능한 합의를 권고하려고 했다.

 

본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해법의 백미는 탑 다운’ 방식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진정성의 교환에 있다. 여기서 최고 수준의 진정성의 교환은 두 가지 맥락을 품고 있다하나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를 포함한 핵심 당사국들 정상간의 합의라는 것이고또 하나는 손에 잡히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합의이다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단번에 끊는 것은 아닐지라도끊을 것은 끊고 풀 것은 풀면서 문제 해결을 도모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이를 위해 본 보고서에서는 당사자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재구성하고 문제 해결을 향한 정치적 의지를 뒷받침하면서 또한 이를 증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에 핵심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보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를 목적에 두고 있다.

 

하나는 상호간의 사이의 적대와 불신 관계가 바닥을 치고 평화와 신뢰 관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변곡점을 찾는 것이다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의 관건은 상호간 불신의 악순환을 신뢰의 선순환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 찾기와 실천에 있다고 할 수 있다이는 거꾸로 북한의 핵 포기 의지와 한미동맹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의지를 가시적이고도 동시적인 이행을 통해 획기적인 신뢰 구축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목표는 여러 의제들과 상호간의 요구들이 얽히고설킨 협상 구도에서 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절묘한 실 고르기를 해보자는 것이다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에 해당되는 것으로써, “디테일 속에 있는 악마들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치밀하고도 창의적이며 대담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이 보고서에 담긴 정책 제안은 예상되는 난제들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해 또 다시 결렬이나 파국을 맞이하는 상황을 예방하고 포괄적 합의에 기초해 협상과 이행을 가속화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2. 예상되는 난제들

 

일단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금까지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작용해왔고 앞으로도 장애 요인이 될 쟁점들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세우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이 말해주듯사소해 보이는 문제로 인해 협상 국면은 언제든 대결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북핵 25년사가 보여주는 핵심적인 교훈 가운데 하나이다개별적 사안에 대한 합의 실패나 합의 사항 이행 실패그리고 합의 사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따른 갈등은 역류 현상을 동반하면서 협상 자체를 총체적으로 위태롭게 할 수 있다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여러 현안들과 쟁점들이 개별적으로도 해결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 하나의 문제가 꼬이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전체 협상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고르디우스의 매듭’ 가운데 끊을 것은 끊고 풀 것은 풀면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사전에 짚어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또한 직접적인 협상 의제는 아니더라도 협상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돌출 변수와 악재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일단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양해의 뜻과 함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예키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또한 남북관계의 회복과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 노력 역시 돌출 악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안들은 반드시 미리 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1) CVID와 비핵화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사를 밝혔다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한미 양국이 말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6월 한미정상회담 때부터 ‘CVID’를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CVID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하지만 한미 양국이 CVID를 고수하면 합의 자체에도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망은 CVID의 역사에 근거한다이 표현은 아들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을 주도했던 네오콘이 2003년에 고안한 것이다이에 부시 행정부는 2003년 4월에 열린 북미중 3자 회담 및 그 해 8월부터 시작된 6자회담에서 북한에 CVID를 요구했다하지만 북한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었다. CVID는 패전국에게나 적용되는 표현이고미국의 의도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평화적 핵 활동까지 금지시키려고 하는 데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3년 8월에 시작된 6자회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이전까지 CVID를 둘러싼 북미간의 거친 말싸움으로 허송세월하고 말았다치열한 공방 끝에 9.11 공동성명에는 완전한과 불가역적인이 빠졌고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만 담기게 되었다. 그 이후 CVID가 되살아난 시기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부터다이후 한미 양국혹은 한미일 3자회담에서 CVID가 북핵 해결의 원칙이라고 밝혔고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그런데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CVID를 거부하고 결국 6자도 이에 동의했었다더구나 북한은 그 이후 6차례의 핵실험과 수많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국가 핵무력 건설 완성을 선언한 상태이다이에 따라 북한이 CVID에 동의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힌 조선반도 비핵화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이와 관련해 2016년 7월 6일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김정은 집권 이후 현재까지 핵문제에 관한 가장 구체적인 입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성명에선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라며 5가지 요구 사항을 내놨다첫째, “남조선에 끌어들여놓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미국의 핵무기들부터 모두 공개하여야 한다.” 둘째,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폐하고 세계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 셋째,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타격수단들을 다시는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여야 한다.” 넷째, “그 어떤 경우에도 핵으로 우리를 위협공갈하거나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여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하여야 한다.” 다섯째, “남조선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여야 한다.” 김정은이 현재에도 위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그러나 상기한 내용은 김정은 시대 들어 새롭게 나온 것이 아니라 선대” 때부터 줄곧 나온 것이었다이에 따라 한반도 핵문제 해법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CVID’와 조선반도 비핵화가 거칠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2) 대북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가장 중요한 상응조치는 대북 안전보장 제공에 있다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2018년 3월 초에 남한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 3월 하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미가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을 비핵화의 조건으로 제시했다이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4월 초순 현재까지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안보적 상응조치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북미 양측을 중재하고 조율해야 하는 책무를 맡게 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비핵화의 병행 조치로 염두에 두고 있다.

 

대북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와 관련해 예상되는 논점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첫째북미관계 정상화는 비교적 명확한 반면에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둘째이들 대북 안전보장 조치들과 관계정상화를 비핵화와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셋째북한의 핵포기는 대북 안전보장 제공과 관계정상화의 충분조건인지아니면 미사일과 생화학무기재래식 군사력인권 문제 등 다른 문제들의 해결도 대북 안전보장 및 관계정상화와 연계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넷째북한의 핵포기는 물리적이면서도 돌이키기 어려운 조치인 반면에대북 안전보장 조치들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도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다섯째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대북 안전보장(CVIG)”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여섯째평화협정 체결이 북한의 요구를 상당 부분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이냐는 점이다일곱째김정은이 한반도 정세가 안정으로 진입하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한미군사훈련의 문제이다끝으로북한의 핵포기시 더욱 격차가 벌어질 북한과 한미동맹 사이의 군사력 불균형의 문제이다.

 

(3) 한반도 평화협정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상기한 문제들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대북 안전보장의 유력한 방안이라면한미 양국의 결단에 따라 대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일단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후에도 평화협정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 철회의 핵심적인 관건으로 여겨왔다북한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직후인 2010년 1월 외무성 성명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조미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빠른 속도로 적극 추동하게 될 것이라며평화협정 체결을 비핵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또한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7월 25일 외무성 대변인은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는 한 우리는 절대로 핵억제력을 먼저 내놓을수 없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조건 없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러한 입장은 최근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2018년 3월 초에 김정은을 면담한 서훈 국정원장이 “(김정은이핵과 미사일평화체제 문제 등에 대해 금년 안에 큰 가닥을 잡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또한 김정은은 4월 1일 봄이 온다는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관람한 뒤, “‘봄이 온다를 잘했으니까 가을에는 남측에서 가을이 왔다를 하자고 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김정은은 2018년 이내에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이 되는 9월 9일 이전에 비핵화 합의 및 평화협정 체결이나 이를 향한 획기적인 진전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 안전보장을 위한 유력한 방식으로 간주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줄 것이라고 여긴다면커다란 난제를 풀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평화협정 체결은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 안전보장이 품고 있는 모호성과 추상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협정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우선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선후 관계이다이전 미국 행정부들은 대체로 선 비핵화후 평화협정을 상정했었고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아직까지 제시한 바 없다반면 북한은 선 평화협정후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문재인 정부는 비핵화 완료 단계에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선후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핵심적인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 비핵화의 획기적인 진전은 시급한 과제로 간주되는 반면에한반도 평화협정은 기존의 문법대로 추진할 경우 협상 개시에서부터 완료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에는 평화협정의 사전 단계로 종전 선언이 검토되었었다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동일한 것이라는 입장이었고노무현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컸었다.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남북미 3자가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해소되고 있지만중국의 포함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아울러 평화협정 체결이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4) 대북 제재

 

대북 제재 문제도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대북 제재와 선제공격을 포함한 최대의 압박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주장도 쏟아지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결론에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북한의 태도 변화는 제재에 따른 고통이나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는 분석 못지않게 핵무력 건설 완성” 선언에 따른 자신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또한 2017년까지 제재가 효과가 없었다고 해놓고선 하루아침에 제재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무엇보다도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와 선제공격 위협이 최대치에 달했던 2017년에 북한이 이를 감수하면서 핵무력 건설을 향해 돌진했다는 사실과도 차이가 있다.

 

지난 25년간 북한의 기본 입장은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도 제재에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이러한 입장은 현재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이에 따라 대북 제재 강화를 북한의 태도 변화의 요인으로 여기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접근은 역효과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북한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철회를 요구해왔고 제재를 대표적인 적대시정책의 사례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미국이 북한을 적대할 의도가 없다는 언명과 대북 제재 유지·강화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건은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의 유예·완화·해제를 어떻게 상호조율되는 방향으로 이뤄나갈 것인가로 모아진다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3월 10일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바 있다트럼프가 제재 완화나 해제 시점을 비핵화 완료 이전인 합의’ 단계로 상정하고 있다면타협의 여지는 만들어질 수 있다.

 

(5) 핵 신고

 

북핵 폐기의 1차적인 선행 절차는 핵 신고이다그런데 핵 신고 대상을 놓고도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플루토늄 불일치 및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로 전쟁위기까지 치달은 바 있다. 9.19 공동성명의 2단계 이행조치로 채택된 2007년 10.3 합의에서도 핵 신고를 둘러싸고 큰 마찰이 있었다북한은 영변 핵시설 및 플루토늄으로 한정하려고 했었고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그러자 한미일 일각에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시리아로의 핵확산 전력 등이 빠졌다며 강하게 반발했었다이뿐만이 아니었다. 10.3 합의에 따른 신고 대상에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자 딕 체니 부통령과 그의 최측근인 에릭 에델만(Eric Edelman) 국방부 차관은 이를 강력히 문제삼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이전보다 훨씬 고도화·다양화되었다자체적으로 우라늄 농축 시설과 실험용 경수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15-60개의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또한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이용되는 탄도미사일의 종류도 다양화되었고증폭 핵분열탄이나 수소탄 생산에 필요한 시설과 핵탄두 연구 및 제조 시설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아울러 일각에선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건은 북한이 핵 신고 대상에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그리고 이와 관련된 연구·제조 시설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로 모아진다. 10.3 합의의 전례와 핵무력을 최후의 보루로 간주하는 입장에 비춰볼 때북한은 핵 신고 대상도 나누어서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6) 평화적 핵 이용경수로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북한의 핵 신고 대상과 폐기 대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는 우라늄 농축 시설과 실험용 경수로가 당면 현안이 될 것이다.

 

이전까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전면 부인했었던 북한은 2009년 5월 농축 프로그램의 착수를 선언했고 2010년 11월에는 이 시설을 전격 공개했다당시에는 2천개의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상황이었지만 현재에는 그 규모가 2배로 늘어난 상태이다이들 모두를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용으로 이용할 경우 연간 100kg 안팎을 생산할 수 있다동시에 3-5%의 저농축 우라늄은 경수로의 핵 연료로 사용된다. 아울러 북한이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와 삼중수소 생산을 위해 IRT-2000을 가동하면서 이에 필요한 핵 연료로 농축 우라늄을 사용해왔을 가능성도 존재한다하지만 북한이 어느 용도로 사용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더구나 북한이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 이외에도 별도의 농축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핵 협상에서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였던 경수로 문제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제네바 합의에선 2003년을 목표로 2기의 경수로를 제공키로 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9.19 공동성명에서는 경수로 제공 문제를 적절한 시점에 논의하기로 했었는데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었다한미 양국은 북핵 폐기가 완료되고 북한이 NPT와 IAEA에 복귀해 국제 사회의 신뢰를 확보한 다음이라고 주장했고북한은 경수로 제공 이전에 핵폐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었다그런데 북한은 2009년에 자체적인 경수로 건설에 착수해 2018년 4월 현재에는 시험 가동에 들어갔거나 그 준비를 하고 있다북한의 경수로 보유 목적이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 추출에 있는지전력 생산용에 있는지아니면 두 가지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아마도 이미 공개된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실험용 경수로는 핵 신고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다하지만 이들 시설의 폐기에는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이들 시설의 건설과 가동에는 상당한 비용과 자원이 투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평화적 핵 이용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우라늄 농축 시설은 대표적인 이중용도 프로그램일 뿐만 아니라 경수로에서도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이에 따라 CVID를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은 폐기 대상에 이들 시설도 포함시키려고 할 것이다설사 북한이 이에 동의하더라도 에너지 제공 등 보상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7) 검증

 

핵 신고에서부터 폐기 완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통하는 문제가 바로 검증이다과거 사례를 복기하더라도 검증은 합의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자 가장 큰 갈등 유발 요인이었다. 1990년 초반에는 미국이 미신고 시설에 대한 검증 방안으로 특별사찰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겪기도 했다또한 2008년에는 6자회담이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한미일이 3단계에서 다루기로 했던 검증 문제를 2단계로 가져온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단히 강도 높은 검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영변 이외의 지역에 미신고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에 비핵화 사찰은 북한 전역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단계적이면서도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그는 2017년 6월 하순 워싱턴행 비행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각 단계의 하나하나가 완벽히 검증돼야 한다며 서로 검증이 확실히 될 때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검증 대상과 방식그리고 시기를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북한은 과거에도 시료 채취와 같은 강도 높은 사찰에 대해서는 가택 수사라고 거부했고북한 전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찰은 패전국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반발했었다또한 북한은 핵폐기의 핵심 대상인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한 검증은 마지막 단계로 미루려고 할 것이다.

 

(8) 탄도미사일과 위성 발사체

 

탄도미사일은 대표적인 핵무기 운반수단이고위성 발사체는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또한 2009년 이후 한반도 문제가 악순환을 거듭한 데에는 북한의 위성 발사와 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한미일의 강경 대응이 핵심적인 요인이었다더구나 이후 북한은 화성’ 계열의 지대지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북극성으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개발·생산해왔다아울러 위성 발사는 주권 국가의 정당한 권리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북한은 일단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하지만 여기에는 명시적으로 위성 발사도 자제하겠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추후 접촉과 협상에서 위성 발사도 유예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다만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위성 발사 권리를 계속 제약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아니면 일정 정도의 조건이 충족되면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폐기 대상에 북한의 탄도미사일도 포함시킬 것인지포함시킨다면 그 대상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가 될 것이다현실적으로 북한이 모든 탄도미사일의 폐기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북미 협상에서 폐기 대상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한정할 경우 한국과 일본 일각에서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3. 대타협을 위한 과제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탑 다운’ 방식의 협상 구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합의와 이행 체계를 만드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냉정하게 볼 때, 4월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은 5-6월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예비회담으로서의 성격이 짙다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1차적인 당사국이자 북미관계의 핵심적인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과 이에 따른 남북정상회담의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현재 확정적인 정상 외교 일정은 남북정상회담한미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이다이러한 순서를 고려할 때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관한 김정은의 의지를 명확히 확인하고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이를 전하면서 북미간의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사를 확인해야만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다리를 놓을 수 있다남북·한미·북미 정상회담과 사전·사후 회담에서 논의되었으면 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역사적 의미와 유용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만 역사적 위업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냉전 시대 가장 비극적인 전쟁이었고 65년째 멈춘 상태로 있는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만드는 것도 크나큰 업적이다또한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및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의 안보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비핵화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기면서 비핵화 완료 이후나 이와 동시에 체결하는 방안이 주로 모색되어왔다이제는 다른 접근을 모색할 때이다평화협정 자체가 당사국들이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이자 비핵화에 결정적인 추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유력한 옵션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비핵화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접근이 요구된다후술하겠지만평화협정 체결이야말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와 끊기의 핵심이다.

 

둘째합의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이다지금까지의 한반도 문제 관련 합의들은 당사국들이 비준 절차를 밟지 않아 국내적국제적 법적 구속력이 취약했다이렇다 보니 대북 관련 합의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정권의 교체에 따라 합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이에 따라 향후 핵심적인 합의는 당사국들 의회에서 비준 절차를 거침으로써 연속성과 구속력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비준 대상이 되는 합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하나는 한반도 평화협정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의 최종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지대조약 체결을 추진하는 것이다.

 

셋째합의 이행의 시간표를 짜는 것이다과거의 합의들은 상호간의 공약들을 연계시켜 단계적으로 이행키로 하는 내용을 담았지만이행의 시간표는 거의 없었다이러다 보니 공약 이행 완료는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상호간에 시간 끌기나 시간 벌기와 같은 언사를 동원한 비방전이 난무했다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최대한 예방하고 합의 이행의 가시권과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상호간의 공약 사항에 시간표를 작성하는 접근이 요구된다이와 관련해 본 보고서는 2018년을 전환기적 대타협을 이루는 해로, 2021년을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의 해로 삼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넷째역진 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과거의 합의들에는 당사국이 약속 불이행시 이에 대한 벌칙 조항이나 갈등 해결 장치가 없었다이에 따라 어느 일방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판단을 다른 일방이 자의적으로 하면서 합의 파기나 제제 조치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다이러한 상황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치가 요구된다하나는 이란 핵 합의에 적용된 스냅 백(snap back)’ 조항을 북한과의 협상에 적용하는 방안도 강구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합의 불이행 논란이 불거졌을 때갈등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과유불급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과거 북미간의 제네바 합의와 북미 공동코뮤니케그리고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이 북핵 해결 합의시 대북 안전보장 및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해놓고선 핵문제 이외에 다른 조건을 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인권 문제 등이 대표적이었다이는 역류 현상을 수반한 핵심적인 요인이기도 했다향후 협상 및 합의 이행 과정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이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합의는 촘촘하게 하고 이행은 철저하게 하는 구도를 마련해야 한다가령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핵심적인 목표라고 한다면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탄도미사일 및 위성 발사체 등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또한 생화학무기와 인권 문제 등은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삼기보다는 관계 개선을 통해 점진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6자회담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조속한 재개를 추진하는 것이다. 2008년 결렬 이후 10년째 6자회담이 열리지 않으면서 이 회담에 대한 회의론도 커졌다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6자회담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6자회담 재개는 필요하다북한과 미국이 핵심 당사국이라고 하더라도 양자의 담판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양측의 이견과 요구 사항의 불일치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이견을 조율하고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 여전히 유용한 틀이다또한 6자회담은 합의 이행에 다자적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고 다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아울러 6자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곱째방어 충분성과 전략적 갈등 방지에 입각한 한반도 군축 계획이다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폐기 및 부분적인 탄도미사일 폐기가 완료되면 한미동맹 대 북한 사이의 군사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이러한 가능성은 북한이 핵폐기에 주저하게 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에 따라 북한의 핵폐기 수준에 조응할 수 있는 한반도 군축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한미동맹과 북한이 방어 충분성 입각해 병력 감축과 상륙형 무기 및 장비 축소를 중심으로 재래식 군축 협상 및 한미동맹의 우선적인 조치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특히 양측의 병력 감축은 적화통일 및 흡수통일을 시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가장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물리적 조치에 해당된다. 또한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철수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자칫 이란 핵협정에도 불구하고 유럽 MD가 강화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 한반도에서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합의와 한반도 기본(혹은 잠정평화협정 체결시 사드를 철수한다는 점에 한미가 미리 합의해둘 필요가 있다.

 

여덟째북미정상회담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양자간다자간 정상회담을 가능한 자주 하는 것이다권력이 지배한다는 국제정치에서 지도자간의 인간적인 유대 형성이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1980년대 후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연이은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특히 북한 체제와 북미관계의 특성상 양측 정상간의 인간적 유대 형성은 문제 해결에 가장 유용한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한반도 문제를 지정학 중심에서 지경학 중심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도 요구된다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면서 지정학적 딜레마의 상징처럼 간주되어왔다하지만 시야를 달리 한다면 한반도는 세계 최대의 태평양 경제권과 풍부한 자원과 메가 프로젝트들이 꿈틀거리는 유라시아 대륙의 가교이기도 하다이에 따라 지경학적 관점은 제로섬의 국제관계를 윈-윈의 국제관계로 전환하는 데에 대단히 유용하다또한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제제 해제는 북한만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에게도 경제적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지경학적 관점은 김정은의 전략적 결단을 유도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경제적 상호의존 증대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한반도 비핵평화로 가는 로드맵

 

(1) 전환기적 대타협을 통한 최고 수준의 진정성의 교환

 

앞서 밝힌 것처럼 본 보고서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전략적 불신관계를 신뢰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변곡점을 찾고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여러 쟁점들 속에서 문제 해결을 촉진할 수 있는 절묘한 실을 고르는 데에 있다이를 위한 핵심 골자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무기급 핵물질 폐기 시한과 방식에 동의하고 높은 수준의 핵동결’ 조치를 취하며 과도기적 지위(transitional status)’ NPT에 복귀하는 것과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 및 대북 제재의 실질적인 해제를 동시 행동’ 차원에서 교환하는 것이다또한 이러한 대타협의 시점은 2018년으로 상정할 것을 권고한다아울러 북핵 폐기 완료 및 이에 대한 상응조치의 완료 시한으로는 본 합의 3년 후인 2021년 이내로 권고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1991년 12월 소련 해체 후 세계 3, 4, 5위의 핵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이들 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과도기적 지위로 NPT에 가입했고 가입 이후 핵무기 폐기 완료까지는 대체로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4천여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던 우크라이나는 1994년에 NPT에 가입했고, 2년여 후인 1996년까지 핵탄두를 러시아로 이전·폐기했다. 14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했던 카자흐스탄 역시 1994년에 NPT에 가입한 데 이어 핵무기의 러시아로의 이전·폐기는 1995년에 완료됐고, 800여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었던 벨라루스의 NPT 가입 및 핵폐기 완료도 각각 1993년과 1996년에 이뤄졌다이처럼 상당량의 핵무기를 갖고 있었던 이들 3개국의 핵폐기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완료된 데에는 핵폐기에 앞서 NPT에 가입함으로써 이에 따른 의무와 권리를 갖게 되었고폐기 방식 역시 러시아로의 이전 방식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물론 이들 세 나라가 이러한 방식의 문제 해결에 합의하고 이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 국가에 대한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이 큰 역할을 했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볼 때북한이 모든 핵무기 폐기를 공약하고 과도기적 지위로 NPT에 복귀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북한은 핵 신고 대상에 핵무기 및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도 포함시켜야 하고 핵 신고는 2018년 이내로검증 및 폐기는 2021년 이내로 해야 할 것이다또한 북한의 핵 폐기 방식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러시아로 이전해 폐기하는 방안을 권고한다이러한 제안은 러시아가 핵 폐기에 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면서 북한과 비교적 우호 관계에 있고외부 이전을 통한 폐기가 북한 내에서의 폐기보다 비용과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으며사실상 비가역적인 북핵 폐기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들을 고려한 것이다.

 

상기한 내용이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물질과 핵무기 폐기를 위한 것이라면 높은 수준의 핵동결’ 조치는 미래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낮은 수준의 핵동결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중간 수준의 핵동결은 과거 제네바 합의와 6자회담의 2.13 합의 및 10.3 합의에 담긴 영변 핵시설 일시 폐쇄 및 불능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이에 반해 높은 수준의 핵동결은 이러한 내용을 내포할 뿐만 아니라 훨씬 강력한 조치들도 포함하고 있다합의한 시설들의 일시 폐쇄 및 불능화를 넘어 완전한 폐기를 추구하고 있으며핵무기 연구개발 및 생산 시설과 핵실험장의 폐기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 신고 대상에 핵무기도 포함시키고 폐기 대상과 시한과 방식을 공약하며 NPT 복귀 및 높은 수준의 핵동결’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은 북핵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도 일괄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북한의 이러한 결단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상응조치도 가장 확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과 실질적인 대북 제재 해제를 동시적인 상응조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권고는 이에 따른 것이다한미 양국과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가장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조치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평화협정 체결은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와 풀기에 가장 근접한 방안이다북핵이 자라온 정전체제라는 비정상적인 토양 자체를 평화체제라는 정상적인 토양으로 바꿈으로써 북핵의 뿌리를 캐낼 수 있다또한 핵 신고에서부터 검증에 이르기까지 디테일 속의 악마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일례로 북한은 교전 상태를 이유로 핵 신고 대상에서 핵무기를 제외한 바 있고시료 채취를 비롯한 국제적 검증도 거부한 바 있다그런데 평화협정 체결은 교전 상태즉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의 재연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연내에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협상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터인데 2018년 연내에 체결이 가능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본 보고서에서 평화협정을 기본 협정+부속합의서(추가의정서)’ 방식으로 제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호 주권 존중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상호 불가침 및 안전보장 등 원칙적이고 조속히 합의할 수 있는 항목들로 기본 협정을 체결하고북방한계선(NLL), 유엔사와 주한미군군축 문제평화체제 관리 기구 구성과 운영과 같은 까다롭고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부속 합의서에 담는 방식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은 연내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북핵 폐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하지만 기본 평화협정 체결의 동시적 조건은 상기한 북핵 폐기 공약 및 이행이며기본 평화협정에 한반도 비핵화혹은 궁극적인 목표로 비핵지대조약 체결을 명시하면 이러한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아울러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종결은 현 단계에서는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다만 북한의 핵 폐기 단계에 조응해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과 북핵 폐기 완료시 추가적인 감축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해법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첫째최고 수준의 진정성의 교환을 통해 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간의 전략적 불신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상기한 방식으로의 핵 폐기 접근은 북한이 비핵화에 관해 가장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고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제재 해제는 북미간의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관계로 전환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이정표에 해당된다둘째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셋째최대 난제들인 핵 신고 대상 설정과 평화적 핵 이용 문제그리고 검증 문제의 해법도 마련할 수 있다넷째문제 해결의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이러한 접근이 왜 포괄적이고도 빠른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하는지 첨언하고자 한다본 보고서에선 전환기적 대타협을 2018년 이내로완전한 문제 해결의 목표 시점으로 2021년 이내를 제안하고 있다시간의 중요성은 물리적인 길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간의 인간적인 유대 형성을 포함한 화학적인 작용에도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이러한 시간표는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본 보고서에서 제안하고 있는 일괄타결안은 과거 합의에 담긴 이행 조치들의 개선된 재합의와 이행의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둘째북핵 폐기의 핵심적인 대상인 핵무기 및 핵물질의 폐기 방식을 러시아로의 이전·폐기로 하면사실상 북핵 폐기는 핵무기와 핵물질이 러시아로의 이전이 완료되는 시점으로 삼을 수 있다셋째한반도 평화협정도 기본 평화협정과 부속합의서로 이뤄진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조속한 기본 평화협정이 가능해진다넷째전환기적 대타협을 통한 대전환은 이후 평화와 교류협력의 고도화와 제도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조속하고도 궁극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게 한다.

 

(2) 핵 신고평화적 핵 이용검증 문제 해법

 

앞서 언급한 것처럼북한의 핵 신고 대상 합의에서부터 평화적 핵 이용그리고 검증 대상과 방식과 시기를 정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디테일 속에 숨어 있는 악마들은 수두룩하다이들 문제를 별도로 다룬 이유는 이들 사안이야말로 북핵 문제의 발단과 전개뿐만 아니라 향후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적인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런데 북한의 확고한 핵 폐기 약속 및 NPT 복귀와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의 동시적 이행은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우선 북한이 2007년 10.3 합의에 핵무기 신고를 제외시키고 시료 채취를 포함한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다음 단계로 넘겼고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도 10.3 합의에서 이를 수용했던 이유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당시 북한이 내세웠던 핵심적인 이유는 한반도가 아직 교전 상태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재에는 2007-2008년보다 핵 신고 대상도 많아졌고 검증해야 할 대상도 많아졌다. ‘CVID’라는 표현의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이 과거보다 더 강력한 합의와 검증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도 명약관화하다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한반도 기본 평화협정은 북한의 핵 신고 대상에 핵무기도 포함시키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체제 마련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다북한이 이들 조치를 거부할 명분을 제거하고 북한의 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이를 근거로 핵 신고 및 검증과 관련해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으로 한다는 합의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검증 문제는 치밀하면서도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핵무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시설들은 검증가능한 폐기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5MWe 원자로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 시설), 삼중수소 등 증폭 핵분열탄과 수소탄 물질 생산 시설핵무기 연구개발 및 제조 시설풍계리 핵실험장 등이 이에 해당된다핵 신고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신고할 핵물질에 대한 검증도 필수적이다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그리고 삼중수소 등의 총생산량, 6차례에 걸친 핵실험에서 사용한 물질의 종류와 분량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의 종류와 분량핵무기 제조에 사용된 핵물질의 종류와 양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또한 북한이 영변 이외의 장소에 비공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그러나 이는 대단히 도전적인 분야가 될 것이다북한의 완벽한 협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검증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증은 포괄적인 합의를 전제로 3단계로 나누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1단계는 폐기에 합의한 시설들은 검증을 동반한 조속한 폐기를 추진하면서 핵물질과 핵무기에 대해서는 현장 방문문서 검토관계자 인터뷰 등 초보적인 검증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다아울러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는 IAEA 감시단의 영변 복귀를 통해 상시 감시 태세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2단계는 북한의 NPT 복귀 및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 직후에 북한은 IAEA 안전조치협정에 재가입하고 6개월 이내에 기존 안전조치협정을 대폭 강화한 추가의정서를 서명·비준하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비공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 확인을 비롯한 핵 신고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게 된다. 3단계는 핵무기 검증이다핵무기의 종류와 수량그리고 여기에 사용된 핵물질의 종류와 양을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해체와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 단계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다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하나는 북한 내에서 해체와 분석을 마무리하고 러시아 등 제3국으로의 이전·폐기하는 것이고또 하나는 제3국으로 이전해서 해체·분석·폐기를 진행하는 것이다본 보고서는 후자의 방식을 제안한다.

전술한 것처럼핵 신고 대상과 폐기 대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및 실험용 경수로 등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과 CVID를 추구하는 미국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북한이 이들 핵시설의 폐기에도 동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를 위해 9.19 공동성명에 담긴 “200만 킬로와트의 전력공급을 비롯한 대체 에너지 제공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자칫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로 인해 협상 자체가 결렬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고수하고 우라늄 농축 시설 및 실험용 경수로를 폐기 대상에서 제외시키고자 한다면북한의 NPT 복귀는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여기서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이란 북한의 평화적 핵 활동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강력한 국제적 통제 하에 둠으로써 군사적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북한의 NPT 복귀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국제법적 기반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합의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첫째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은 전력 생산 및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에 국한하고 이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사찰 체계를 구축한다둘째실험용 경수로에서 사용한 핵연료의 재처리를 포기하고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 시설)은 폐기한다셋째영변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핵연료봉 제조 시설은 합의된 기간까지만 이용하고 이후에는 폐기한다넷째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 및 핵연료봉 제조 시설은 합의 당사국들 및 IAEA가 공동으로 구성하는 국제 컨소시엄이 관할권을 갖고 이 컨소시엄에서 영변 경수로에 필요한 핵연료를 공급하고 잔여분이 있을 경우에 상업적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다섯째북한은 추가적인 경수로 및 우라늄 농축 시설 건설은 포기한다.

 

(3) 전환기적 대타협 이후

 

본 보고서의 핵심적인 내용은 2018년 이내에 전환기적 대타협을 이뤄야 하는 필요성과 그 구체적인 정책 제안에 있다이에 따라 2018년에서 2021년을 목표 시점으로 하는 완전한 문제 해결까지 가는 로드맵은 추후 과제로 남겨놓기로 한다다만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핵물질 및 핵무기의 폐기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2021년을 목표 시점으로 한다면 이때에 일괄적으로 폐기할 것인지아니면 2019년부터 3년간에 걸쳐 매년 3분의 1씩 단계적으로 폐기할 것인지아니면 다른 절차를 모색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본 보고서에서는 핵물질은 2019년에 모두 제거하고 핵무기는 3년에 걸쳐 단계적인 폐기를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방식이 전환기적 대타협 이후의 로드맵을 짜고 이행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2018년 전환기적 대타협에 실질적인 대북 제재 해제가 포함된다면핵 폐기 완료 이전까지 남북경제협력과 국제사회의 대북 경협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일단 대북 제재의 실질적인 해제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의 길을 열어 주게 된다이들 사업의 조속한 재개와 함께 개성공단의 확대와 추가적인 남북경협 단지 조성북한 경제특구에 국제적인 투자 및 경협 모색북일관계 정상화를 통한 일본의 대북 경협 본격화 등도 추진해야 한다이를 통해 북한이 군사 중심의 국가에서 경제 중심의 국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북한을 포함한 한반도가 유라시아 지경학의 허브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갖지 않고도 더 안전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북핵의 중심지인 영변을 국제 비핵협력 단지로 변모시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구소련 국가들을 상대로 큰 성과를 보인 미국의 협력적위협감소(CTR) 프로그램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CTR를 통해 핵 시설의 안전한 폐기 및 환경오염 정화핵 관련 종사자들의 재훈련 및 재취업 지원영변의 비핵산업의 육성 등을 추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한반도식 CTR은 북핵 문제 해결의 완전성과 비가역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치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요한다.

 

넷째한반도 기본 평화협정의 완전성과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부속합의서의 타결을 조속히 진행하고 타결시 남북미중이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기적으로는 2020년을 목표 시한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다섯째2021년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되거나 이에 임박하면한반도 비핵지대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지대조약 체결은 북한의 핵폐기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고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유력한 방식이다조약 당사국은 남북한과 주변 핵보유국들인 미국중국러시아가 되어야 할 것이며유엔 안보리에 기탁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의 서명·비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또한 일본이 비핵국가로 참여 의사를 보인다면 그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필요하다이렇게 될 경우 동북아 비핵지대가 창설될 수 있다.

 

끝으로 북미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는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사급 관계가 수립되어 양측의 대사관에 서로의 국기가 내걸리고 양측의 국민이 체류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안심하고 핵무기를 모두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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