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남북 당국회담 결렬의 책임을 묻는다(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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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5-12-22 04:01 조회5,854회 댓글5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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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 11-12일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8년 만에 열린 남북 당국회담 결렬의 책임이 남한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북측이 아닌 남측에 있음이 드러났다. 회담 과정에서 남측 수석대표가 “미국의 승인 없이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합의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북측이 밝혔기 때문이다. 그 같은 북측 주장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주독립국가이다. 너무 이치에 안 맞는 왜곡된 선전이 북측 보도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북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여간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아니다. 미국 눈치 살피느라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쉬운 문제 하나조차 주체적으로 풀지 못하면서 무슨 놈의 얼어죽을 자주독립국가 타령을 하는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과 같은 군사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한심한 나라를 연민이 가득한 눈초리로 외세의 가련한 신식민지 속국으로 볼지언정 그런 쓸개빠진 나라를 온전한 자주독립국가로 존중해줄 나라는 아마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전작권 무기한 연기 결정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자 한민구 국방장관이 그랬다. “전작권은 주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따라서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는 결코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아무래도 한 나라의 국방을 책임진 사람이 제정신으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통일부 대변인이 말한 왜곡 날조된 거짓 선전으로 보도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쪽은 오히려 남측이 아닌가 싶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같은해 5월 24일 이른바 5.24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해 남북 교역과 대북 지원사업 등이 전면 중단되는 등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고 만다. 이런 와중에서도 남북 양측은 비밀리에 해외에서 만나 물밑 접촉을 통해 해빙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모양이다. 그때 남측은 겉으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 없이는 절대 대화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정상회담을 위해 뒤로는 돈봉투까지 쥐어주며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내놓자”며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걸복걸한 사실이 북측에 의해 뒤늦게 밝혀지자 남측은 파렴치하게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지 않았던가.
박근혜 정부도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말로만 요란하게 통일대박 운운할 뿐 수구언론을 앞세워 왜곡 날조된 허위 보도로 국민을 기망하기는 전임 정부 못지 않다.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요구는 표면적인 핑계일 뿐 사실상 이번 당국회담을 깬 것은 남측이다. 금강산관광 재개가 미국의 승인을 받는 것 말고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지 여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궁색한 논리를 들어 북측의 요구를 거절해 회담이 결렬된 것이다. 사실이 그러함에도 정부는 예의 수구언론을 동원해 “금강산관광이 북의 대표적 달러박스”라느니 “달러박스를 순순히 열어주지 않자 판을 깬 것”이라느니 하며 마치 북이 돈에 환장한 나머지 판을 깬 것처럼 호도하면서 적반하장으로 회담 결렬의 책임을 북측에 전가하고 있다.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막심한 손해를 입은 쪽은 역설적이게도 북측이 아니라 남측이다. 지금까지 현대아산이 입은 피해액만 무려 1조 762억원에 달하며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도산하는 등 약 4천여 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고성군 접경지역 주민들도 생업을 잃고 무책임한 정부를 원망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진정 민생을 걱정하고 챙기는 정부라면 금강산관광 재개를 서둘러야 할 쪽은 도리어 남측일 것이다.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는 대북제재 유엔결의란 간단히 말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뭉칫돈이 핵개발에 쓰일 것을 우려한 유엔안보리가 2013년과 2014년에 채택한 것으로 이를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개성공단도 엄연한 유엔결의 위반으로 폐쇄되어 마땅할 것이다. 그럴 경우 ‘달러박스’라는 금강산관광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금강산관광 재개는 유엔결의와는 전혀 상관 없는 문제임이 틀림없다. 지난해 8월 방한한 미 재무부 고위 관리가 “금강산관광 재개는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 결의와는 무관하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
남한 정부가 유엔안보리 결의를 핑계로 남북 당국회담을 무산시킨 것은 한마디로 통일은 고사하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남북 모두에 백해무익한 5.24 조치부터 풀어야 한다. 5.24 조치 해제 없는 남북관계 개선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5.24 조치를 그대로 놔둔 채 대통령이 연목구어와 다름 없는 통일대박 운운하는 것은 혹세무민의 말장난일 뿐으로 역사와 민족 앞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돌아가는 꼴을 보면 채 넉 달도 안 남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혹시 지지층인 보수세력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남북대화에 임하는 척 시늉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분단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또 한 명의 지인이 엊그제 향년 77세로 곁을 떠났다. 외세 의존적인 반통일 분단 기득권 세력이 집권하는 한, 슬프지만 나 또한 아무래도 통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가야 할 것 같다.(끝)
댓글목록
시카고님의 댓글
시카고 작성일
김중산 선생님의 이번 시평은
아주 명쾌하며 정곡을 찌르는 평론이라 생각됩니다.
남한의 집건자들, 보수와 그 언론들 국민을 기망한죄값 받을날
멀지않았다 생각됩니다.
분단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위해 헌신하시는분들이 한명 두명 곁을 떠나...'슬프지만'
김선생님 같으신분들이 있어 우리는 '의존'하며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같고 살고있습니다.
선생님 답답함 압니다.
그래도
'통일에 대한미련'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지개님의 댓글
무지개 작성일
안녕하십니까 김중산 선생님, 선생님글릐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그냥 지나칠수 없서 댓글을 적습니다
"외세 의존적인 반통일 분단 기득권 세력이 집권하는 한, 슬프지만 나 또한 아무래도 통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가야 할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는것이 어떨까요.
제가 보았을적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황진님의 댓글
황진 작성일
시키고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무지개님 마지막 문장 지적에도
찬동합니다.
어려운 난관에 처해 있으되
이걸 투쟁으로 가면
성공한다고 봐요.
진달래님의 댓글
진달래 작성일
정세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 그리고 그 관점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역사가 바뀐다는 것이 주체사관의 입장으로 봅니다. 하여 막막하던 이승만정권시기에 4.19가 났고, 박정희 18년이 오른팔에 의해 사라졌고, 삼엄한 군사독재가 출현하자 광주시민들의 봉기가 5.18민중혁명을 만들었잖아요. 1987년 6.10시민봉기가 있었고, 1990년 범민족대회가 있었고, 2000년 김대중-김정일 두분의 정상이 6.15시대를 열었잖아요.
이명박-박근혜 시대는 사라질 것이라고 봐요. 새 시대는 반드시 열린다고 믿어요. 제3차민중궐기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그 투쟁이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요.
유학생님의 댓글
유학생 작성일
저도 결렬원인들 그렇게 생각했지만
무지개님 마지막 문장 지적 동감입니다.
일본의 동포평론가이신 김명철 선생님의
5년예상론이 떠 오릅니다.
모순의 누적은 투쟁을 낳는다 했잖아요.
투쟁땜에 4.19가일어났지요
투쟁땜에 5.18이 일어났지요
투쟁땜에 6.10시민의거가 일어났지요
그러하기에 나는 마지막 문장에서
아무리 우리가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동포들이 힘합쳐 투쟁하면
이길수 있어요
이길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