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마친 북측 대표단이 북한으로 돌아가던 날, 또 한 번의 헤어짐 앞에 남과 북은 배웅 길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12일 오후 2시, 2박 3일간 방남 일정을 마친 북한 노동단체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주영길 위원장을 비롯해 북측 대표단 64명이 숙소였던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을 나섰다. 양대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통일선봉대원과 서울 시민 통일 서포터즈 등 많은 시민이 북측 대표단을 환송했다.
북측 대표단이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남측 환송단은 힘차게 한반도 단일기를 흔들며 “다시 만나자”고 외쳤고, “우리는 하나다”를 강조했다. 북측 대표단도 이에 보답하듯 함께 단일기를 들고 손을 흔들었다. 전날 만찬장에서 얼굴을 익힌 사람들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서로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했다. 남측 시민들은 북측 대표단 중 가장 먼저 숙소 밖을 나온 북측 기자단과도 인사를 나누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북측 대표단에서는 환송단의 모습을 개인의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돌아가는 버스에 탄 북측 대표단과 떠나보내는 남측 환송단은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북측 대표단이 창문 밖으로 단일기를 내보였고, 남측 시민들도 차량 옆에서 단일기를 흔들었다. 북측 대표단이 눈물을 흘리자 작은 창문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측 시민들도 눈물을 흘렸다.
김선경 민주노총 조합원은 “눈물이 많이 난다”며 “차에서 우리를 보고 눈물을 터뜨리는 것을 보니 같이 울게 된다. 다시 만나자고, 다음엔 평양에서 만나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 권순영 응원팀장은 “북측 대표단을 감동적으로 환영해주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다”며 “북측 선수들이 경기 뛰느라 우리가 응원하는 것을 잘 못 봤다고 했다. 우리가 이렇게 준비했다, 이런 마음이었다는 것을 보여 줄 사진을 보내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빨리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 만나는 게 큰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어렵나 싶다”며 “많은 시민이 북측 사람들과 손잡고 이야기 나누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만찬 자리에서 직총 경공업팀 팀원, 건설팀 팀원과 함께 앉았다는 권 응원팀장은 “같이 손잡고 노래 부른 것이 기억에 남는다. 헤어질 때 평양에서 보자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고 회상했다.
환송 3시간 전부터 행사장에 도착한 남측 시민들은 ‘조선직업총동맹 노동자 여러분 다시 만납시다!’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판문점 선언 이행 427’과 리영일, 한원철, 김철성, 백명철 등 북측 선수들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들었다.
이들이 설치한 스피커에선 ‘다시 만납시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다 “우리 민족끼리 조국 통일”을 외쳤고 단일기를 흔들었다. 아직 북측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때도 곳곳에서 눈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별이 가까워 왔을 땐 자리에 있던 대부분 사람이 눈물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