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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개작, 드라마 <사랑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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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10-02-09 16:44 조회5,49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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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영상화하기는 쉽지 않다. 성공한 소설일수록 그러하다
.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주요인물들의 형상이 나름대로 자리잡았고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믿을 만 하게 그려내자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장편소설은 그 부피와 내용으로 보아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만드는 편이 상대적으로 낫겠다.

<##IMAGE##> 반도의 북반부에서는 드라마라는 외래어를 쓰지 않고 《텔레비죤극》, 《텔레비죤련속극》, 《텔레비죤소설》, 《텔레비죤예술영화》라는 개념들을 쓴다. 여기서 《텔레비죤소설》은 초기에 쓰던 개념으로서 1990년대 초반에 천세봉의 명작소설을 각색한 《석개울의 새봄》이 대표적이라 한다. 그런데 이 《텔레비죤소설》과 《텔레비죤예술영화》가 이해하기 쉬운 《극》이나 《련속극》과 어떻게 다른지 실제로 보지 못한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아동영화들은 시리즈가 여러 편 나왔으나 텔레비전시리즈는 아직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본 《련속극》으로는 김문창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16부작 《백금산》이 제일 길었다.

《통일문화 만들어가며》의 8편에서 다룬 장편소설 《사랑의 권리》를 예전에 보면서 참 재미있는데 영화나 드라마로 찍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인물이 많고 경력이 복잡하며 적잖은 이야기가 풍부한 심리활동에 의해 좌우지되기 때문이었다.

하기에 금년 1월에 서평방송을 통해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방영한 《텔레비죤련속극》(아래에서는 《드라마》로 부름) 《사랑의 권리》를 접할 때 감상만이 아니라 해부와 평가도 하였다. 총 8부로 짐작되는 작품을 서평방송이 1~7부만 전했고 그나마 숱한 부분들이 잘려 맥락이 끊어졌으나, 원작을 잘 아는 덕분에 줄거리는 대충 알만 했고 제작진(텔레비전문학(시나리오) 량경철, 연출[감독] 김봉오)의 노력과 시도도 가늠할 수 있었다.

《통일문화 만들어가며》의 8편에서 소설가가 돌격대의 13개 구성단위에서 절반 가까이를 과감하게 버렸음을 지적했는데, 드라마 제작자들은 거기에서 또 절반 정도 버리고 강원도 소대, 자강도 소대, 평양시 소대, 지휘부 이 4개 단위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인물들의 지위, 성격, 운명 따위를 바꾸거나 옮기거나 합쳐서 배역들의 형상이 풍만해지도록 애썼다.

<##IMAGE##>강원도 소대에서는 부소대장으로부터 소대장으로 되는 량철룡의 지위는 유지했으나 그 경력과 이야기는 많아 바꾸었고, 처녀대원 차금향은 지위가 소설과 같으나 역할은 훨씬 줄어들었다. 평안북도 소대에서 말썽을 부리다가 쫓겨나는 부소대장 로명환을 강원도 소대로 옮겨놓고 그가 주인공과 이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엮으면서 어렵사리 개조되는 인물로 그렸으며, 붕락사고현장에서 차금향이 쓴 《동무들! 50만톤을 부탁해요!》를 그가 쓰는 것으로 고쳤다. 또 함경남도 소대의 서창길도 나이, 경력을 많이 바꾸어 강원도 소대로 옮겨 놓았는데, 사실은 소설의 오명일과 한인호라는 두 어린 대원을 합친 인물로 되었으므로 굳이 서창길이라는 이름을 쓴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자강도 소대에서는 사관장 조춘영을 뒷날 지휘부 종합참모로 승진시키고 소설의 종합참모 김순실의 역까지 맡도록 만들었고, 평안남도 2소대에서 락반사고로 불구가 되었다가 김순실과 결혼하는 분대장 최명남을 자강도 소대의 소대장으로 그려 조춘영과 결혼하도록 엮었다. 그리고 원작의 자강도 소대 소대장이었다가 후에 돌격대 참모장으로 되는 배정삼은 이름이 사라지고 처음부터 참모장이라는 역만 죽 나온다.

평양시 소대에서는 백설림의 대원 지위가 그대로이나 이야기가 많이 늘어났고, 원작의 윤학성에 비추어 방예성이라는 음악지망생을 만들었는바, 백설림의 옛 동창생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어갔다. 또 원작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고 《일에서는 결패가 있는데 회의때의 구변은 락제》(339페이지)인 소대장에게 소설에서 평안남도 2소대 소대장이었다가 후에 후방참모로 되는 박상호의 유머러스한 성격을 부여하여 색깔을 보태주었다.

<##IMAGE##>지휘부에서는 주인공 김용남에게서 처음부터 갖고 있던 정치부장 직무를 떼어내어 소설의 원래 참모장이며 주인공의 옛 상급이었던 송건일에게 넘겨주었는데, 성격과 역할을 많이 변화시켜 이름이 안 나오는《정치부장》이라는 듬직한 당일꾼의 형상을 새로이 만들었다. 후방참모 허창식은 키와 성격, 이야기가 좀 달라졌으나 부정인물 지위(?)는 유지되었다. 간호원 류혜경은 일기를 쓰는 관찰자역이 백설림에게 빼앗기고 덜렁거리는 조춘영의 이야기와 성격을 일부 받아 들여 역할이 상당히 변했다.

청년동맹중앙의 비서 명석호와 부부장 권영찬이 원래 이름대로 나오지만 권영찬의 부정적역할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잘린 부분이 많아 이 정도로 추측한다).
그리고 앞뒤 사연이 길고 복잡한 이야기들과 상식에 어긋나는 언행들은 대체로 많이 줄였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 주인공은 늘 밖에 나가 있다 보니 딸애 윤희가 여섯 살 먹도록 《언제 한번 담쏙 안아서 여린 볼에 입술을 대여보지 못했다는 아쉽고 분한 느낌》(227페이지)을 갖고 있다. 엄마를 따라 돌격대로 설을 쇠러 온 딸애가 반가와 두 팔을 벌렸으나 실망한다.

《설 전날 여기에 도착했을 때에도 딸애는 아버지가 벌린 팔의 반경밖에서 바라지 않는 절을 했었다.
<아버지 안녕하십니까?>》(227페이지)

뒤이어 전날 정치대학 졸업학년생으로서 실습차로 지방에 갔다가 잠깐 처가에 들렸더니, 세 살난 딸애가 《삼촌》이지 《아버지》가 아니라면서 멀리하는 바람에 일어난 풍파를 그렸다. 부녀 사이의 서먹서먹한 관계에 대해 이처럼 충분히 소개했기에 주인공이 설을 쇠고 나서부터 곧 식구들을 돌려보내려 할 때 사라진 딸애가 지휘부 뒷뜰안에서 《곰이》라고 부르는 검정강아지에게 하는 말이 아주 자연스럽고 또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너는 좋겠구나. 맨날 우리 아버지와 함께 있어서… 아버지가 널 고와하지? 이렇게 쓸어주면서. 내가 봤어. 그런데 아버진 날 고와 안한한다. 자꾸 가라지 않니. 그래서 난 이제 엄마하구 가야 해.》(237페이지)

그런데 드라마에서 예전에 이랬다 저랬다 설명하자면 한정없이 길어진다. 하여 상식에 맞추어 1부에서 평양으로 잠깐 돌아온 주인공이 집부근에 연을 날리는 딸을 만날 때 딸애가 그에게 안기도록 설정했다. 또 4부에서 강아지와 이야기할 때(오른쪽 사진) 《아버지는 나도 고와한단다. 늘 안아도 주구》라는 말을 보탰다. 충격력은 퍽 줄었으나 드라마에서 이보다 더 낫게 하기는 어렵겠다.

영화나 드라마제작은 어떤 의미에서 시간과의 싸움이다. 영화는 90분정도, 드라마는 40분정도가 상례이므로 1분1초를 아끼지 않으면 안 된다.

위에서처럼 문자로는 좋으나 장면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들은 아쉬운대로 버리거나 바꾸는 동시에, 극적인 충돌을 장면으로 그릴 만한 인물과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늘이고 보태는가? 어떻게 화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가? 영화나 드라마의 장편소설개작성공여부가 여기서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사랑의 권리》는 상당히 성공적이다.

예를 몇 개 들어본다. 백설림은 소설에서 이야기가 3분의 1가량 지나간 다음에 처음 등장해 갓 돌격대에 들어온 윤학성에게 《동문 왜 여기에 왔어요?》(145페이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뒤에서 자꾸만 던지는 같은 질문이 《나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면서 자기의 경력을 들려준다. 두 페이지 반이 좀 못되는 분량이다.

《여기 와서 내가 한동안 얼마나 말썽꾸레기였는지 동문 상상도 못할거예요. 멋없이 코대를 높이고 순진한 동무들을 깔보고 일하기 싫어하고…

지휘부경리사업을 맡았다가 떨어져 소대취사원으로 내려갔어요. 감정이 이지러지기 시작했어요. 우리 대장동지는 … 소대원들속에서도 평이 나쁘게 제기되니까 나를 가차없이 막장운반공으로 밀어놓더군요. … 그때 힘들고 눈물이 나던 생각을 하면… 더는 못견디겠더군요. 도망을 치려고 짐을 싸든채 역으로 나갔던적이 있었어요. 대장동지가 소대동무들한테서 련락을 받고 정신없이 달려왔더군요. 끌려들어갔지요. 난 <심문>을 받았어요.》 (151페이지)


그 뒤에 주인공이 분노하여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고는 《 놀랍구만. 놀라와! 그런 훌륭한 집안에서 동무같은 잡초가 자랐다는것이!》 하면서 배반을 당한 심정이라고, 이래도 가겠으면 가라고 탄식하여 《그렇게 혹독하고 그렇게 절절한 질책을 나서 처음으로》 들은 백설림이 고쳐지기 시작했다고 묘사되었다.

이런 간단한 묘사에서 극성을 발견한 제작진은 1부부터 그녀를 등장시켜 활약하게 만든다. 말썽을 부리고 교만하게 노는 경력을 장면들로 살리고 지휘부에서 소대로 내려간 이유도 지휘부에서 새끼를 치려고 남겨둔 우량종염소를 로명환에게 내주어 잡아먹게 했기에 처벌받았다는 식으로 엮어 중요한 인물들의 운명과 얽었다. 또 탈주에 한 번은 실패하고 두 번째는 성공했다고 고쳐서 평양에 돌아간 그녀가 할아버지와 소설에는 없는 어머니, 방예성을 만나는 이야기들을 보태여 소설에서는 깊이 파지 않은 도주자들의 심리변화를 교묘하게 그려보였다.

또 소설에서는 거의 끝나는 398페이지에서야 돌격대 하루일과의 첫시작인 율동체조가 나온다. 1만 8천미터 굴진을 앞당겨 완수하고 한달 남은 기간에 초과완수하려고 노력하는 시기에 주인공이 흥겨운 심정으로 바라본 뭇사람의 웃기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그러나 드라마는 1부에서 백설림이 갓 돌격대에 들어온 대목에 나오는 바, 남들과 달리 흥심 없이 팔다리를 놀리는 그녀의 모습으로 심리상태들을 잘 보여주었다. 또한 주인공의 뒤에다가 《자강도 소대 최명남》을 찬양하는 속보판을 보여주어 그 인물이 정식등장하기 전에 미리 복선을 깔아 주었다.

속보, 경쟁도표 따위를 활용하여 각 소대와 인물들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대사의 힘을 충분히 살려 이야기를 간결하게 전달하고 오해와 극성을 부풀린 점들도 돋보였다.
실례를 두 개 들어본다.

소설에서는 1996년 여름 대학을 갓 졸업한 손녀 백설림이 《간부들을 많이 아시는》(150페이지) 할아버지에게 자기를 중앙기관에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헌데 백형준은 그녀를 청년동맹중앙위원회청사로 데려간다. 백설림이 윤학성에게 들려주는 회억에서는 백형준의 말만 나온다.

《네 요구대로 왔다. 여기야 너희들 조직의 제일 높은 중앙기관이 아니냐.》(150페이지)

허나 드라마에서는 그 뒤에 백설림이 굉장히 좋아하는 대사가 보태졌다.

《그럼 절 여기 청년동맹중앙위원회에 입직시켜 주시겠어요?》

소설에서는 돌격대로 찾아왔던 문정녀가 쓸쓸하게 떠나간 다음 주인공이 운전사와 함께 순천 기차역으로 쫓아가서 찾다가 실패하는 과정이 짧게 그려졌다.

《그는 정성국에게 녀자의 이름과 직업, 나이를 대주었다. 그리고 각각 헤여져서 찾기 시작했다.
<원산시에서 살고있는 문정녀동무가 아닙니까?>
비슷하다고 짐작되는 녀자와 맞다들리면 밑도끝도 없이 던지는 물음이였다.
얼마후에 정성국이 투덜거리며 다가왔다.
<왜 그러오?>
<내 원 참 재수없어서. 아 쬐꼬만 계집애가 절 어쩌기라도 한것처럼 <이 사람 잘못되지 않안? 두번씩이나 물어보면서.> 하지 않겠습니까. 대장동무, 이런 방법으로는 안되겠습니다.>
<그럼 어쨌으면 좋소?>
<사람이 기다림칸뿐인줄 압니까. 바깥마당엔 더 많습니다.>》(186~187페이지)


▲ 1부에서 박선경의 회상에서 솜모자솜옷차림의 김용남이 돌격대 대장으로 가게 된 사실을 전한다

그때 검표가 시작된다는 방송이 울리고 뒤이어 기차가 곧 떠난다고 알린다. 두 사람은 방송실에 쳐들어가지 않았음을 뉘우친다.
드라마 2부에서는 이리저리 돌면서 무턱대고 묻는 장면들을 한번한번 보여주고 정성국이 같은 여자에게 두 번 묻다가 코를 떼이는 이야기를 사용한 외에, 두 가지를 보탰다. 주인공이 의자에 앉은 한 여자에게 《처녀동무》하고 말을 거니 여자 곁의 어린 사내애가 웃어댄다.

《우리 엄마 보고 처녀래.》

또 자기를 찾아다니는 사람과 소리를 듣고 문정려(드라마에서의 이름)가 슬며시 피하다가 주인공과 마주쳐 질문을 받을 때 잠깐 생각해보고 《아닙니다》고 부인(위 사진)한다. 관중들의 안타까움을 노렸던 것이다.

이밖에 소설과 크게 달라진 것은 돌격대조직시점이다. 워낙 1996년 여름에 조직되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겨울로 바뀌었다. 1부에서 주인공의 아내 박선경이 돌격대로 나가게 되었음을 알리던 남편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솜옷, 솜모자차림으로 자연스레 시기를 알려주었고(위 사진), 5부에서 또 주인공이 설립초기를 회상하는 대목에서 대원들이 눈 내린 한지에서 모닥불을 피운 장면들로 어려움을 한껏 부풀렸다(아래 사진). 또한 이처럼 바뀐 설정에 근거하여 주제가도 만들어냈다.

너와 나 언 땅에 천막을 치고
소중한 꿈을 나눴지
기쁨과 괴로움 서로 나누며
생사를 같이 하였네
조국의 부강을 위해
불 타는 우리 사랑
영원히 영원히 안고 살리라
동지의 사랑

너와 나 오가는 마음속에는
혈육의 정은 넘치고
내 마음 네 마음 변함없을 때
진정한 동지가 되리
조국에 심장 바칠 때
사랑은 더욱 뜨거워
영원히 영원히 안고 살리라
동지의 사랑

총체적으로 보아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스러운 점들이 많겠으나, 드라마 자체를 독자적인 작품으로 간주할 때에는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흠집을 찾는다면 박선경을 비롯한 일부 인물들의 형상이 소설에서보다 약해진 것과 너무 잘 입고 너무 잘 신고 너무 잘 먹는(잘린 대목들에 식량 때문에 고생하는 내용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등이겠다.
제일 심하게 변한 인물- 량철룡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소설에서 그는 제2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문학예술작품에서 별로 다뤄지지 않던 고위간부자식으로서 그 심리와 운명의 변화는 의의가 상당하다.
량철룡은 강원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부지사)의 아들로서 열일곱 살에 중학교를 졸업한 다음 도체육단에 들어가 레슬링을 시작한다. 국제경기에 나가 우승하려는 꿈을 가졌는데 스물세살 때 공화국선수권대회출전을 위한 선수선발경기에서 자기보다 세 살 아래인 같은 몸무게급의 도전자에게 완전어깨닿기로 여지없이 패한다.

《그가 있던 도체육단의 선수들은 두 부류로 갈라져있었다. 하나는 오직 경기와 훈련밖에 모르는, 앞날이 기대되는 선수들의 부류와 다른 하나는 전망이 없는것으로 인정되여 자포자기에 빠져있는 부류였다. 성공을 포기한 둘째부류의 친구들은 먹고 마시고 노는 방향으로 나갔다.》 (16페이지)

둘째부류의 한 연장자는 《특급기업소 지배인》의 아들로서 선발경기에 앞서 단골 맥주집에서 량철룡에게 충고(?)했었다.

《철룡이, 너두 안돼! 운동에서 성공하려면 야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억지로 쥐여 짜서 생기는게 아니란 말야. 자기한테 천성으로 주어져있는 그 길이 아니면 더는 딴 길이 없는 그런 사람에게서 진짜 야심이 생겨나. 내가 말하는건 그런 친구들을 따라앞어시 힘들다 그뜻이야.
너나 내게는 체육 이외에도 갈길이 있거든. … 힘든 레스링 줴 내깔려두 아버지들의 등을 타고 얼마든지 좋은 직업과 풍족한 생활터전을 넘겨 받을수 있단말이야. 그러니 악이 생길수 있어? 좋으면 하고 힘들면 그만두고…》 (16페이지)

그때 량철룡은 분개하여 마시다 남은 맥주고뿌(컵)를 들어 상대방의 얼굴에 뿌렸지만 경기에서 참패한 순간 그 말을 떠올린다.

패배를 계기로 체육단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가 아버지의 도움을 거부하고 내 앞길은 내 힘으로 개척하겠다면서 제발로 수산사업소에 입직해 2년동안 고기배를 타나 성적이 시원치 않았다. 30마력짜리 크지 않은 기관선이 수산사업소적으로 어획량이 뒤떨어지고 또 기관장과 마음이 맞지 않아 다투기도 하여 자리를 옮기려던 차에 중요대상건설돌격대에 내보낼 인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진하여 간다. 돌격대에서 혁신자로 이름을 날리고 소대장으로 일하던 그는 3년만에 입당문제가 제기되는데 그만 거품으로 돼버린다.

《어느날 늘 꾀를 부리며 소대의 분위기를 흐려놓는 대원을 데려다 교양사업을 하다가 이가 들지 않아 결김에 옷자락을 쥐고 흔들었다. 거머쥐면 둘러메치는데 습관되였던 레스링선수의 기질이 몸에 잠재해있던 때문인지 자제하며 힘을 쓰지 않은것으로 생각되는데 대원은 머리를 짓찧으며 나자빠졌다.
그것이 <구타사건>으로 문제시되여 모처럼 일정에 올랐던 입당이 보류되였다.
그때 진심으로 자기반성을 했으면 일이 달리 되였을는지도 몰랐다. 그는 자기문제를 취급하는 청년동맹회의마당에서 그런 <꾀바리>는 돌격대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열을 올리며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돌격대에서 쫓기워난것은 그 <꾀바리>가 아니라 자기였다. 아니, 스스로 나왔다. 배짱을 내대고 나왔다. 그런데 빠개놓고보면 그 배짱이라는것은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다는데서 생긴것이였다. 그는 아버지로 하여금 해당기관에 이야기해서 자기에게 부당한 처분을 내린 돌격대일군들을 거꾸로 추궁받게 하리라 생각했다. 그다음 당당하게 돌격대에 다시 가든가 하리라 하는 마음을 먹고 집에 오니 뜻밖에도 아버지가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되였다.》 (18페이지)

경공업공장들의 건설을 질질 끈 과오로 해임된 아버지는 스스로 처음 일을 시작했던 옛 공장으로 가서 노동자로 된다. 아무것도 이뤄놓은것이 없는 량철룡은 숨이 막힐 지경이 된 차에 전국고속도청년돌격대 모집소식을 듣고 적을 두고 있던 수산사업소 청년동맹에 찾아간다.

《청년동맹비서는 그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철룡은 돌격대에서 돌아온 후 싸움군으로 소문나 있었다. 그런 그를 전국이 모이는 돌격대에 추천하기가 미타했던것이였다. 청년동맹비서는 면전에서 거절하기는 바쁜지 직장일군들한테 승인받으면 고려해 보겠노라고 묘한 발뺌을 했다. 아마 직장장이나 반장은 승낙하지 않을것이라고 믿은 모양이였다. 그러나 웬걸 직장장은 어서 가거라하는 태도로 나왔다. 말썽꾸레기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시원하다는 뜻이였다.》 (19페이지)

아무튼 량철룡은 새 출발을 다짐하는데 체육단에서 회계원을 하는 문정녀가 그를 바래준다. 체육단에 있을 때 량철룡이 똑똑하고 마음씨 고운 처녀에게 접근했으나 처녀는 보통관계를 넘기를 저어했다. 그러다가 량철룡이 체육단에서 나와 자립의 길에 들어선 때로부터 마음을 주기 시작한다. 량철룡이 풍파를 겪으면서 처녀를 잊어버렸는데 처녀는 오히려 그를 찾는다. 돌격대에 갔다가 량철룡에게 쫓겨나는 등 풍파를 또 겪은 다음 처녀는 뒷날 편지로 마음변화를 밝힌다.

《동무가 체육단에서 선수생활을 하던 때 내가 동무를 가까이 하기 꺼려한것은 동무한테서 이따금 나타나군 하던 남을 깔보는듯 한 거만하고 실없는 태도였어요. 난 그것이 흔히 직위가 높은 부모를 등댄 자식들이 가지고있던 허영심이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동무곁에 서는것이 두렵더군요. 혹시 알겠어요. 한때 흥미거리로 처녀를 사귀였다가 헌신처럼 버리고 다른 대상을 넘볼지?…

동무가 제때에 선수생활에서의 실패를 인정하고 체육단을 나가면서 모든것을 자기 힘으로 개척할 결심을 한것을 보고야 나는 내가 마음을 바쳐 사랑할수 있는 남자를 보는듯 해서 기뻤어요. 그때부터 정말로 동무에게 정을 주고싶었어요.
나한테는 동무의 아버지가 실책을 범하고 직위를 내놓은것이나 그로하여 동무네 가정환경이 어두워진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였어요.
난 애초에 동무를 사귀면서 높은 직위나 근심없는 생활터전따위는 타산조차 하지 않았단 말예요. 그런것은 되려 부담이 되지 않을가 생각했어요.》(319~320페이지)

스물아홉살에 돌격대로 들어와 입당을 하려던 량철룡은 재빨리 굴진을 배워내고 부소대장, 소대장으로 되지만 과격한 성격과 거치른 일본새로 하여 많은 충돌을 빚어낸다. 대원들을 욕하고 손찌검을 했다가 권영찬에게 줄욕을 먹은 뒤에는 심지어 떠나가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가 자기 사업방법의 치명적인 결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고치기 시작한다. 1999년 4월 뜻하지 않은 붕락사고로 차금향, 오명일, 한인호와 같이 도합 4명이 막장에 갇혔을 때 그는 자포자기에 빠졌다가 처녀 차금향이 《동무들! 50만톤을 부탁해요!》(오른쪽 사진)라고 글을 쓴것을 보고 정신이 펄쩍 들어 대원들을 이끌어 해머를 휘두르며 굴진을 계속하다가 15시간만에 구원된다. 그 놀라운 사적으로 《청년전위》신문에 이름이 오르고 또 《<고난의 행군>, 강행군길에서 청년돌격대의 영예를 더욱 빛내여가자》라는 제목의 텔레비전 좌담회에 참가해 발언한다. 그 《붕락사고》는 또한 보류되었던 입당문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10월 초의 어느 날, 입당심의장소에서 동무는 왜 당원이 되려고 하는가는 질문을 받은 그는 고충을 겪다가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사실은 생사기로에 놓였을 때 비겁했다, 그뒤에 생명을 초월한 용감성을 발휘한 것은 한갖 객기에 불과했다…

《차금향동무처럼 인간의 진가는 생명을 내대야 할 순간에 알아본다고 했는데 저는 그 순간에 동지들과 조국보다도 꺼져가는 자신의 육체적생명을 더 애달파한것이였습니다. 그후 저는 응당이 그에 대해 수치를 느끼고 고민해야 했으나 집단과 동무들이 내세워주는데서 자체위안을 찾고 더 돌이켜보기도 싫어했습니다. 아주 거만해지고 우쭐해진적도 있었습니다. 전 이런 놈입니다.…》 (316페이지)

그의 고백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감심을 표시한다. 김용남의 낯에도 미소가 어린다.

《량철룡동무는 누구나 할수 없는 아주 힘든 말을 했습니다. 당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치려는 각오가 되여있지 못한 사람은 구태여 공개하지 않아도 될 그런 심중의 사연을 선뜻 말하지 못합니다. 이 한가지사실로도 량철룡동무는 당원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317페이지)

이로써 그는 성격과 심리, 일본새의 본질적결함을 극복하고 상당히 성숙된 인간으로 자라난다. 그러나 사랑문제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가 김용남의 끈질긴 도움을 받아 돌격대로 찾아온 문정녀와 화해한다(소설삽화).

시간적으로 길고 갈래가 복잡하기에 소설을 보면서 이 사람의 이야기를 극으로 고치기 제일 어렵다고 여겼었다. 허나 드라마에서는 상당히 잘 소화했다.
드라마에서는 우선 나이가 훨씬 젊어졌다. 체육단에서 직접 돌격대로 온 것이다. 《공화국선수권》을 따려다가 참패하니 일종 도피로 돌격대에 왔다.
그리고 경기종목이 바뀌었다. 레슬링이 아니라 권투다. 전문지식이 없이는 승부를 가리기 어려운 레슬링보다는 연거푸 얻어맞는 장면으로 누구든지 쉽게 우열을 가려볼 수 있는 권투가 장면에 더 어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붕락사고로 갇힌 사람은 로명환, 서창길을 포함한 3명이다. 또한 입당심의에서 심경을 고백한 게 아니라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회와 청년동맹중앙의 일꾼들이 내려와 포상심사를 하는 장소에서 고통을 겪다가 실토한다. 하여 소설에서는 돌격대가 결속될 때 《김일성청년영예상》을 받지만 드라마에서는 훨씬 앞당겨 얻는다.

또 여자친구와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로 관계가 고쳐 졌고 어린 시절의 장면들도 나온다.
소설에서는 저자가 의도적으로 문정녀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다가 뒤에 가서 김용남의 시선으로 《산골녀자처럼 순박하고 부끄러움 잘 타는 형의 녀자》(343페이지)로 보여주었다. 허나 드라마에서는 문정려가 1부부터 얼굴을 드러내는데 전형적인 도시여자이다. 순결함과 사랑스러운 면이 많이 덜어졌다. 아무리 드라마의 특성에 따라 이해하더라도 조금은 유감스럽다.

이와는 정반대로 윤학성을 바꾸어 만들어낸 방예성이라는 인물은 완전히 드라마를 위해 다듬었는데 상당히 성공적이고 생동하다. 3부에서 버스에 탄 백설림을 알아보면서 처음 나올 때 남이 내준 자리에 앉기 전에 차창에다가 먼저 손수건을 대고서야 어깨를 대는 장면은 음악지망생으로서 깔끔을 떠는 그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훌륭한 세부였다. 그즈음 그는 예술학원 졸업 평양음악무용대학 작곡학부에 시험쳤다가 미끄러졌다. 이유는 《대학강좌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진정한 작곡가가 되려거든 돌격대같은데 나가서 생활체험을 하고 오라》는것.

《돌격대생활에 손가락이 다 굳어진다는데 피아노를 칠수 있소?》
《그리구 내가 뭐가 모자라서 저 돌격대 막판에 가서 모진 고생을 사서 한단 말이요?》

이렇게 돌격대를 비하하다가 백설림에게서 《돌격대가 어떤 곳인지 한번 가보기나 했어요? 그들은 시대를 빛내는 진주보석들이얘요》나무람을 듣는다. 헌데 백설림은 돌격대에서 도주한 형편이었으므로 자신의 말과 행동에서 심각한 모순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방예성은 6부에서 돌격대로 온다. 집안의 권위자인 맏매부의 강요이다. 이는 소설에서 권영찬이 맏형의 명으로 돌격대에 갔다는 세부를 옮겨온 것이다. 그는 아주 신출내기로서 돌격대의 이모저모를 새로이 감수한다. 돌격대생활을 거쳐 참된 음악을 알게 되고 주인공이 쓴 가사에 곡을 붙여 7부에서 음악전문가들의 인정을 받는다.

3부에서 방예성의 대사를 들을 때 필자는 이른바 《탈북자》들의 주장들을 연상했다. 돌격대가 고달프기에 《누구나 기피한다》, 《현대판노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청년동맹이 주도하는 돌격대가 정식 발족해서부터 수십 년 동안 돌격대를 거친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돌격대생활을 뉘우치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긍지로 여기는 사람들보다 적으리라고 보인다. 미루벌에 관개수를 제공하는 자연흐름식물길에 대해 쓴 《자주민보》 이창기 기자의 글에 어느 네티즌이 너라면 몇 해동안 어두운 곳에서 청춘을 썪이겠느냐고 비꼬는 댓글을 달았다. 장편소설 《사랑의 권리》에는 마침 그 댓글에 답을 줄만한 대목이 있다. 윤학성이 주인공의 계시를 받고 써서 신문 《청년전위》에 낸 수필이다. 제목은 《더 높은 곳으로》.

《…매일매일 우리는 땅속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땅우에 불빛을 주려고 땅우의 행복을 가져오는 창조자의 긍지를 안고 매일매일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있다…》 (298페이지)

세상에는 누군가 꼭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어렵고 힘들고 품이 많이 든다 하여 《나》같은 특수한 인물이 아니라 별 볼일 없는 녀석들이나 해야 한다고 여기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끝없는 분열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2010년 2월 6일)

* 다음 일요일이 설연휴이므로 연재《통일문화 만들어가며》는 한 주 쉽니다.)


첨부자료 1종:
드라마 《사랑의 권리》 창조성원

텔레비죤문학 량경철
연출 김봉오
촬영 리룡우
작곡 박병우
부주제가 작사 권오준
노래 김희옥, 김윤미, 유병철

배역
김용남 - 김대혁
량철룡 - 박원주
백설림 - 김향순
문정려 - 김혜경
박선경 - 최경희
정치부장 - 차룡웅
참모장 - 방철남
허창식 - 리금철
로명환 - 김성호
조춘영 - 김은옥
방예성 - 문귀룡
명석호 - 공훈배우 고승룡
권영찬 - 박철근
백형준 - 공훈배우 김인삼
장인 - 리춘삼
장모 - 김인애
운전사 - 김영호
장영호 - 김승주
평양시 소대장 - 김화룡
최명남 - 전석철
차금향 - 오수향
류혜경 - 태설경(평양연극영화대학)
금희 - 김수정(평양연극영화대학)
윤희- 최국경(평양긴마을소학교)
리기영 - 홍일명
설림 어머니 -공훈배우 박금희
석재환 - 백은길
동실 - 김혁신
어린 정려 - 최국평(평양긴마을소학교)
어린 철룡 - 문위혁 (평양음악무용학원)
외과과장 - 인민배우 방석운
인민반장 - 손금선
서창길 - 오금청 (평양연극영화대학)
자재참모 - 김철
부대장 - 김경철
탄광 지배인 - 리상렬
통역 - 김은미 (평양연극영화대학)
외국기자 - 허성준
차진팔 - 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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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멋진인생님의 댓글

멋진인생 작성일

우리나라나 일본 그외의 자본주의국가들에서는 저런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겠냐? 북한만큼 평범한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이세상에 없을거다!

멋진인생님의 댓글

멋진인생 작성일

저기 드라마에 나온 여배우들 남녘에 오면 미녀축에도 못끼고 단역급밖에 내주지못해 자살하고 그랬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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