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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간이 ‘벌레’가 된 나라>로 형상화한 영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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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9-11-26 23:14 조회4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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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한국 영화인 <기생충>은 이 상황을 영화의 언어로 핍진감 있게 잘 그려냈다. 기택의 가족도 문광과 근세 부부도 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약자·서민들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협력이나 연대의 흔적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불가능하기만 한 ‘신분 상승’을 목표로 두고,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혈투 같은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 위에 군림하는 주인 가정의 가장이나 그의 어린 아들에게는 가난한 기택의 가족 전원은 다름이 아닌 ‘몸 냄새’로 식별된다. 거의 태생적인, 아무리 씻어도 씻겨지지 않는 ‘빈곤의 냄새’는 새로운 ‘열등 인종’으로서 빈민의 징표가 된다.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빈부 차별이 과거의 반상 차별을 넘어 이미 거의 인종주의적 차별만큼 철저해졌다는 이야기다.

"돈을 덜 버는 사람이 인간도 아닌 벌레, ‘이백충’으로 불리고 돈이 전지전능한 신이 된 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다. 이 시점에서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 서로 조금씩 정견을 달리한다 해도 ― 만인 평등, 만인 존엄, 빈민을 불가촉천민으로 만든 사회·경제적 인종주의에 대한 반대로 같이 뭉쳐 함께 싸울 필요가 있다. 돈이 없으면 인간이 아닌 벌레로 취급받고, 돈이 많으면 ‘우월한 인종’으로 대접받고, 같은 약자끼리 연대 아닌 상호 경쟁으로만 일관하는 사회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놀웨이 오슬로 대학 <한국학>교수인 외국인 박노자의 지적이다. 그의 글이 한겨레신문에 대서특필로 소개되었다.[민족통신 편집실]



박노자교수.jpg
*사진은 필자



한국, 인간이 ‘벌레’가 된 나라



박노자-기생충.jpg




가끔 격차가 최근에 생긴 문제인 양 논해지기도 하지만, 사실 사유재산 본위의 사회인 만큼 애당초부터 있었다. 6·25 직후의 사회에서 극소수의 부호나 고위직 관료와 절대 빈곤 상태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한국인 다수 사이의 격차 폭은 오늘보다 더 컸다. 1964년에 개봉된 김기덕 감독의 유명한 영화 <맨발의 청춘>을 기억하는가? 이 영화가 그린 것은 저잣거리 폭력배 서두수와 고위 외교관의 딸 요안나 사이의 꿈같고 동화 같은 사랑이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신분과 문화 차이라는 벽을 넘어 극적으로 한 몸이 되지만, 끝내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닫고 동반자살하고 만다. 그러니 반백년 전 한국인의 집단의식 속에서는 부호와 빈민 사이의 벽이란 저승으로 가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을 처음 찾은 1991년에는, 격차의 존재는 뚜렷했다. 값이 계속 오르기만 하는 내 집을 갖고 있는 중산층과 전세, 월세방 신세인 노동자가 각각 체험하는 현실은 천양지차였다. 1980년대 말은 민주화 투쟁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땅값 급등의 시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국제결제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1988년과 1991년 사이만 해도 한국의 실질 부동산 가격은 약 40%나 깡충 뛰었다. 특정 지역에 땅·집을 가진 사람은 1980년대 말부터 자율화된 외국 관광도 즐길 수 있는 상대적 부자가 됐지만, 가진 게 없는 무주택자들의 억울함은 커지기만 했다. 내가 그때 만난 서울 성북구 서민들 사이에서는 ‘강남 복부인’이나 ‘압구정동 오렌지족’들은 이질감과 묘한 질투가 섞인 원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1990년대 초반의 한국은 오늘날과 여러 측면에서 결정적으로 달랐다. 격차는 뚜렷했지만 그 누구도 그 격차가 영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고속성장 중인 한국에서 그 당시에는, ‘열심히만 하면’ 적어도 중산층으로의 편입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실제로 그때만 해도 내가 다녔던 고려대학교에서 만난 상당수의 학생은 농어촌이나 중하층 출신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가난을 부끄럽게 여길 생각도 없었다. 내가 고려대에 온, 거의 첫날에 이 학교는 농민들이 소를 판 돈으로 자식 교육을 시킨 ‘우골탑’(牛骨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자기비하가 아닌 긍정과 자랑으로 들렸다. 게다가 그때까지만 해도 대놓고 돈을 인생의 목표나 최고 가치로 내세울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의식이 있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노동야학에서 가르쳤던 그런 시절이었다. 분명 이미 격차 사회였지만, 격차를 상대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아직 존재했던 것이다.

1997년 이후의 신자유주의 도입은 이 요소들을 제거하고 말았다. 통계상의 성장은 한동안 지속되긴 했지만, 비정규직이 된 저임금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잘 오르지 않아 신분 상승의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 ‘질 나쁜 성장’이었다. 20년 전에 약 54%였던 주택의 자가점유율은, 오늘날에 접어들어도 57%밖에 되지 못한다. 즉, 무주택자 대부분에게 ‘내 집 마련’이 이미 비현실적 꿈이 됐단 이야기다. 늘 있어온 격차는, 이제 고정되고 말았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가난은, 경제·사회적 신분이 거의 세습되기에 이른 오늘날 사회에서는 그저 하나의 태생적인 조건으로 인지되는 셈이다. 가난이 전통사회의 양반이나 천민 신분처럼 태생적인 조건이 됨과 동시에 돈에 대한 욕망은 노골화됐다. 2000년대 초반에 흔해진 “부자 되세요!”와 같은 인사말은, 1990년대 초반에는 거의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기 돈 내고 노동야학에서 가르쳤던 이야기는 이제 그야말로 ‘먼 과거의 전설’이 되고, 오늘날 많은 대학 ‘교수님’들은 특강 요청을 수락하기 전에 강의료 액수를 꼼꼼히 확인하고, ‘싼’ 강의를 사양하기도 한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되는, 돈 욕심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하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돈 욕심뿐만이 아니다. 돈 없는 사람에 대한 노골적 멸시도 이제는 더 이상 패륜이 아니고 그저 일상일 뿐이다. 한국에 갈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신조어들을 듣게 되면 아연실색하여 어찌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휴거’(휴먼시아, 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임대주택에서 사는 거지), ‘빌거’(빌라에서 사는 거지), ‘임거’(임대아파트에서 사는 거지) ‘월거지’(월셋집에서 사는 거지), ‘전거지’(전셋집에서 사는 거지), ‘엘사’(LH, 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주택에서 사는 사람), ‘이백충’(한달에 200만원 이하의 소득으로 사는 벌레 같은 사람) 등등. 이와 같은 끔찍한 차별주의적인 표현들이 초·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최근에 몇 번이나 한국에서 직접 보고 들었다. 자가 주택이 없고 소득이 적은 사람을 ‘거지’나 아예 ‘벌레’에 비유하면서 습관적으로 멸시하는 것을, 아이들이 이제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배우고 익히며 내면화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한국에서 더 이상 단순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부와 빈곤을 세습하게 만드는 제도만은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한국인이 마시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조선시대 사회에서 양반 도련님이 나이 많은 노비한테까지 반말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듯이, 오늘날 한국에서 동류와 경쟁을 벌이면서 윗사람만 보고 사는 것, 경쟁에서 패배했거나 패배할 것 같은 사람을 무시하는 것 등등은 이미 거의 당연지사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8594.html?_fr=mt1#csidx713fe6c517af21e93b23e63a6f98f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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