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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재미동포 도서<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동영상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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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8-08-11 11:45 조회24,6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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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휴가기간에 재미동포가 발행한 도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읽었다는 보도가 나가자 그의 도서가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로 부상해 해내외 동포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인 재미동포 언론인 진천규기자의 도서가 남녘 각 신문방송 등 대부분의 언론들에 소개되었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에서 다룬 그의 도서에 관한 보도자료를 여기에 소개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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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진천규.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진천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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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좀 봐봐." 손주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평양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모란봉공원에서 휴대전화로 손자를 찍는 할아버지, 을밀대 앞에서 현판이 잘 나오게 사진을 찍던 가족, 결혼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터트리는 신랑과 신부의 친구들. 모두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기자 출신 재미 언론인 진천규씨가 쓴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에 등장한 평양은 서울과 다를 게 없었다. 굳이 다른 모습을 꼽자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대신 책을 읽으며 거리를 지나던 학생 정도였다. 우산이 두 개인데 굳이 하나는 손에 들고 나머지 하나를 나누어 쓰며 과자를 나눠 먹던 소녀들도 진씨의 마음에 남았다. 폭우 속에서 어찌나 꼭 붙어 다니는지 소녀들을 한 참이나 바라봤다.

우산을 쓰고 가는 소녀들 우산을 쓰고 가는 소녀들
▲ 우산을 쓰고 가는 소녀들 우산을 쓰고 가는 소녀들
ⓒ 진천규, 타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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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의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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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씨는 자칭 타칭 평양순회 특파원으로 불린다. 2010년 5·4 조치 이후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단독 방북취재를 했다. 

"로켓맨이 자살 임무 중", "늙다리 미치광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설전을 펼치던 지난해 10월에도 그는 평양을 찾았다. 2000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취재차 방문한 지 17년 만 이었다. 이후 올해 7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평양, 원산 등을 방문했다. 미국 영주권자이기에 가능했던 방북이었다. 

지난 8일 서울에서 만난 진씨는 "(지난해 10월 트럼프와 김정은이 설전을 벌이는 시기) 평양은 고요했다"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느냐는 식이었다는 것. 전 세계가 '남북 전쟁이 일어나는 거 아니냐'며 두려움과 걱정이 뒤섞인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봐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핵 대신 경제건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진천규.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진천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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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거리 평양의 거리
▲ 평양의 거리 평양의 거리
ⓒ 진천규, 타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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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랑 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아침이면 지하철,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저녁이면 대동강 맥주를 한 잔씩 하기도 하고요. 밖에서는 우리나라에 전쟁 난다고 떠들었지만, 우리는 별 신경 안 썼잖아요? 똑같아요. 평양도."

진씨는 "똑같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가 보고 듣고 느낀 평양은 서울의 일상과 다를 게 없었다는 뜻이다. 그가 평양에서 들은 말은 "모른다"라는 거였다. 남쪽 사람들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거였다. '우리는 북한을 모르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진씨가 속으로 되뇌인 말이다.

물론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핵은 핵으로 맞선다'는 구호가 평양 여기저기에 나부꼈지만 올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제건설 매진하자'는 구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난 4월 방북했을 당시 구호를 교체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미화도 왜곡도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평양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씨가 책을 낸 이유다. 그의 바람을 담은 책은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을 계기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며 그의 책을 읽었던 것.

지난 3일인 금요일, 대통령이 읽은 책이라는 걸 그 역시 뉴스를 통해 알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책의 판매는 전과 비교해 160% 이상 상승했다. 대형문고는 앞다투어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책' 코너를 마련했다. 진씨는 얼떨떨했고 동시에 기뻤다. '이제 사람들이 조금 더 북한의 현실을 알 수 있겠지' 설렜다.

불그죽죽한 놈?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진천규.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진천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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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에 북한을 다녀온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한 참 전에 북한에 살았던 사람들이 북한이 이렇다 저렇다 떠드는 게 참... 종편에서 탈북민들로 프로그램 만드는 것도 그렇고. 태영호 같은 사람도 그래요. 탈북한 사람들이야 당연히 북한을 비난하지 않겠어요. 자기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그렇고요. 오래 전 북한이 싫어 떠나온 사람들이 말하는 게 과연 진실일까요?"

진씨가 의자를 당겨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설명을 이어갔다. 고개를 저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보수세력은 늘 그래요. 거짓말하지 말라고. 북한 체제선전 하지 말라고요. 제가 강의하는 곳까지 태극기를 든 노인들이 찾아와 그래요. 너 그러면 북한 가서 살라는 댓글도 달리고. 불그죽죽한 놈이라고도 하고."

빨갱이, 반공 분자, 들을 수 있는 말은 다 들었다. 그가 찍은 평양을 사진으로 보여주면 "하나 만알고 둘은 모르는 것 아니냐"는 화살이 돌아왔다. 평양과 지역의 차이는 클 텐데, 잘 사는 평양만 보고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우리는 서울과 지역의 차이가 없나요? 서울과 전라도, 서울과 경상도의 도시 상황이 똑같다고 할 수 있나요? 어떻게 비교가 됩니까. 미국과 영국도 그래요. 수도와 지역은 어느 나라든 달라요. 그게 당연한 건데, 유독 북한에만 상식 밖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죠."

평양의 일상 

대동강 맥주 평양에서 대동강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 대동강 맥주 평양에서 대동강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 진천규, 타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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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평양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겪으려 애썼다. 평양대극장 앞 광장, 거리선전대가 북을 치며 출근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고 지하철과 택시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창전거리 1층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도 만났다. 카드로 계산을 하며 휴대전화로 "요즘 재미 좀 보냐"라고 통화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했다.

북한에서 최초로 진씨에게만 촬영을 허락한 곳도 있었다. 평양 주체사상탑 전망대에서 외지인 최초로 시내 야경촬영을 할 수 있었고, 옥류관과 청류관의 주방은 남쪽 사람에겐 처음 공개된 모습이었다.

"식당 주방은 원래 위생과 육수의 비밀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제게는 촬영이 허락됐죠. 신발을 갈아신고 위생복을 입고 마스크를 끼고 볼 수 있었어요. 물론 육수 만드는 건 볼 수 없었어요. 당연하잖아요, 업계 비밀일텐데."

우리는 인권 국가일까?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진천규.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진천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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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도 봤다. 그중에는 2016년 집단 탈북한 종업원의 가족이 사는 집도 포함됐다.

"한 종업원의 어머니는 딸이 납치됐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저를 붙잡고 '제 발로 갔다면 제 발로 올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죠. 제게도 가족이 있지 않냐며 '내가 딸을 어떻게 키웠는데' 한숨 쉬더라고요. 정말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탈북 종업원들이 원해서 서울로 갔다고 칩시다, 그럼 원할 때 돌아갈 수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한민국이 인권 국가라면 말이죠."

진씨가 만난 평양 사람들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외려 당당했다. 70년간 단 하루도 제재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그 나름의 사는 방식을 터득한 것 같았다. 그들은 손안에 든 쥐도 독배를 든 미치광이 수령을 모시고 있는 이들도 아니었다.


"체제가 다르잖아요. 그 나라의 체제는 다른 나라에서 찬성하고 반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와 다른 체제라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죠. 그 나름의 체제, 방식을 두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의 잣대로 누군가를 평가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는 또 한 번의 방북을 준비하고 있다. 8월 15일 방북해 북한이 그가 준비하는 <통일 TV>에 북한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도록 계약할 생각이다. <통일 TV>는 북한의 역사·자연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역사드라마를 방영하는 케이블 방송이다. 다름을 보이기도 하고 같은 역사를 지닌 민족을 드러내기도 하는 콘텐츠가 방송될 예정이다. 그가 프로그램을 통해 묻고 싶은 건 딱 하나다. 우리는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르냐고. 있는 그대로의 북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물을 계획이다.

 





 
우리는 평양에서의 삶을 모른 체 하고 있었다
[프레시안 books] 진천규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2018.07.22 13:50:04
우리는 평양에서의 삶을 모른 체 하고 있었다
2017년 8월, 트럼프는 "북한은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중장거리 전략 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 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말폭탄'이 오갔다. 트럼프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트위터 선전포고'를 할지 모른다는 말들이 나왔다. 우스개였지만 웃을 수 없었다. 

북미 간 긴장도가 하늘을 찌르던 2017년 9월, 중국 심양의 한 호텔 로비. 

"기필코 방북을 원합니다."  

언론인 진천규는 외쳤다. 1998년 한겨레 신문 창간 기자로 합류해 판문점 출입 기자,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취재 기자를 지냈던 베테랑 사진 기자 진천규는 미국 뉴욕에 있는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 비자를 신청했다. 비자는 평양 당국의 심사를 거쳐 중국 심양 영사관에서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한국인이지만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했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9월부터 미국 시민권자들의 북한 방문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 행정명령은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 함께 가기로 한 재미 언론인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생겼다. 진천규는 혼자라도 가겠다고 외쳤다. 그렇게 해서 그는 2017년 10월 6일부터 9일간을 시작으로, 11월 10일부터 13일간, 그리고 2018년 4월 11일부터 11일간, 6월 23일부터 15일간 총 네 차례 평양과 원산, 남포 등지로 들어갔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이후 한국 국적의 언론인으로서는 최초 단독 방북 취재였다. 무려 8년이 걸렸다.  

외국 기자들의 방북 취재와 다른 점은,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남북 분단의 역사가 오롯이 몸에 새겨져 있는, 같은 말씨를 쓰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그의 방북 취재가 특별한 이유다. 그의 사진 속에는 우리 민족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외국인 기자에게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힘이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진천규 지음, 타커스 펴냄. 이하 <평양의 시간>)는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다.  

ⓒ진천규

▲ 신의주에서 평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 만두, 계란 등이 있고 푸짐해 보인다. ⓒ진천규


당신이 '아는' 북한, 거기에 '있는' 북한 

북한의 이미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 무려 70년간 굳어져 온 이미지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와 실제의 구분은 무의미하다지만, 그래도 '허구를 걷어내고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를, 숨겨진 어떤 것을 드러내려 노력해 온 일련의 직군이 사진 저널리스트들 아닌가 한다.  

우리가 북한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은 틀에 박혀 있다. 거대한 미사일을 실은 군용 트퍽, 제복 입은 군인들의 기계적 사열,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과 군복 입은 그의 측근들, 굶주리는 아이들, 노동에 찌든 청년들, 그리고 가시 돋친 구호들. 생활상은 영락없이 1950~60년대 남한의 모습이다. 언론은 이를 소비하고 재생산한다. 북한 관련 뉴스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불꽃을 뿜는 미사일, 버섯 구름 배경 속에 인민복을 입은 영도자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평양의 시간>은 우리가 아는 곳과 다른 평양을 소개한다. 단둥발 평양행 기차에서 먹는 도시락은 푸짐해 보인다. 핸드폰(손전화)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리고, 학생들은 재잘대며 청년들은 사랑을 나누고 가족들은 푸근함을 보여준다. 공원과 전철,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옥류관엔 긴 줄이 서 있다. 아파트 베란다엔 장독대가 놓여 있고, 식당에선 유기농 식탁 차려지며, 맥주집 스탠딩 홀에서는 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간혹 카드를 사용해 물건값을 낸다.  

믿을만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금 북한에는 손전화 600만 대가 돌아다닌다고 한다. 한 대에 얼추 300달러 정도다. 거칠게 계산하면 18억 달러의 '하드 커런시'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북한 경제도 사실상 '달러화'가 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공식 시장이 500개 정도, 장마당이 500개 정도 존재하며, '암시장'도 활성화돼 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북한 경제가 망가졌고, 대북 제재로 현재까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야 한다는 허구의 '당위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남한의 보수 정치인들은 이를 믿지 않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평양은 변했다. '고난의 행군'에서 빠져나왔고, 극심한 제재 속에서도 '생존'에 성공했다. '달러 경제'를 막고 무리한 '경제 독립'을 추구하지 않았던 게 주요했다.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했던 쿠바가 어쩔 수 없이 '달러 경제'를 인정하고 시장의 이원화(이중 경제)를 방조해 생존에 성공한 것처럼, 북한도 비슷한 상황으로 현재까지 온 것 아닌가 추정된다. 특히 북한에게는 중국이라는 경제 대국이 있었다.  

진천규가 보고 느낀 것, 그리고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메시지도 바로 그 지점이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멋을 알고 유행을 알고,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단둥발 평양행 기차 안에서는 '만두 도시락'이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진천규 지음, 타커스 펴냄). ⓒ타커스

진천규는 '단동-평양 국제 여객열차'를 타고 신의주, 정주시, 안주시를 거쳐 평양역에서 내린다. 시간표상으로 단동에서 10시에 출발, 10시 5분에 신의주 도착 후, 17시 20분에 평양에 닿는 여정이다. 열차는 시속 40~50킬로미터로 운행된다. 선로가 단선이라 맞은편에서 열차가 오면 평양으로 가던 열차는 잠시 비켜서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한다. 열차 안에서부터 그의 호기심은 시작된다. 그가 묘사한 기차 풍경은 매우 흥미롭다. 

"신의주역으로 출발하면서 승객들은 미리 출입국 카드와 세관신고서를 작성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신의주역에 열차가 서면, 검사원들이 여권 검사와 세관 조사를 한다. 세관검사원들이 열차에 타서 직접 육안으로 검사하는데, 2017년 10월 방북 땐 2시간 남짓, 그 다음 11월 방북 땐 3시간 조금 못 미친 시간이 걸렸다. 과도하게 검사한다는 느낌은 없으나, 모든 승객의 짐 가방 하나하나를 검사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외설물의 밀반입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생활용품이나 기본적인 물건들은 거의 제한 없이 가지고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 시간이 길기에 객실 안에서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안주로 고기를 먹는 사람이 많다. 열차에서 파는 도시락은 쌀밥, 왕만두, 삶은 계란, 생선전, 소고기볶음, 배추김치, 기타 반찬 등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동행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고, 졸기도 하는 모습은 우리네 열차 안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와 똑같은 생김새, 똑같은 모습이지만, 이곳은 북한이다. 

(아이들 몇 몇이 지나가는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이들의 외형은 순박했지만 표정과 눈빛에서 기대와 설렘, 동경 같은 것이 느껴졌다. '저 열차를 타고 대도시에 가고 싶어', '평양에 가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열차를 타고 대도시에 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은 기분."

장항선을 타고 군산으로 가는 길에서 느낄 법한 일상들이다. 그들의 눈빛에서 우리는 '미제에 항거'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결의를 읽을 수 있을까? 전쟁은 단지 정치 행위일 뿐이다. 무형의 권력과 무형의 권력이 맞서는 거대한 선전물들이 난무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북한과, 실제 거기에 '있는' 북한은 다르다.  

북한의 일상에서 그가 또 찾아낸 것은 '맛'이었다. 북한의 유기농법과 유기농산물은 여유 있는 중국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북한이 개방에 나설 경우 특히 북한의 농업 분야에 관심을 두는 기업들이 있다고 한다. 북한이 유기농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제재에 의한 비료 및 종자 부족이 만들어 낸 기현상일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어렸을 때 먹었던 몇 가지 음식의 고유한 맛을 평양과 원산에서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았다. 첫 번째 다시 찾은 맛은 콩나물 맛이다. 평양의 한 음식점에서 콩나물무침을 먹고 50년 전 초등학교 시절에 먹었던 콩나물 맛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두 번째 다시 찾은 맛은 두부 맛이다. (그 고소한 두부의 맛을 평양에서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유전자를 변형해서 수확량을 늘린 GMO 콩을 수입해서 공장에서 기계로 만든 요즘의 우리 두부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북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특히 그는 2017년 완공된 려명거리의 초고층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집안 내부 모습과 가족들의 생활상을 취재했다. 외지인에게 려명거리 살림집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한다. 

"눈에 띄는 점은 재개발하기 이전에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 즉 철거민에게 아파트 입주 1순위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철거 맞았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기존 집이 철거된 사람들은 새 아파트가 지어지면 그곳에 1순위로 입주하게 된다. (…) 려명동 4반 12층 1호로, 서구공공건설사업소에서 미장공으로 근무하는 김충성(31세) 씨의 집이다. 조국해방전선승리기념관 관리원으로 근무 중인 아내 전혜성(29세) 씨와 어머니 박순석(69세) 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김 씨는 건설노동자 출신으로 입사증을 얻어 입주했다. 집은 방 2개 주방, 화장실, 거실로 구성되어 있고, 텔레비전과 피아노도 갖춰져 있었다. 온도계가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도 당연히 사람이 살고 있었네 

우리는 그들을 모른 체 하고 있었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외면했다. 북한과 같은 곳에서 사는 사람은 있을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북한은 북한이 아니었다. 남북이 화해한다는 것은 지도자들끼리의 화해가 아니다. 그들이 손을 맞잡고 얼싸안은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고 해서, 북녘의 사람들, 남녘의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기자는 2008년, 2015년 두 차례 쿠바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쿠바 방문 후에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람들이 저마다 만들어 낸 쿠바의 이미지 속에 들어앉아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면 그제야 '신기하다'며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수정한다. 어차피 이미지는 주관적인 것이다. 우리는 굳어진 이미지를 수정하기 위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특히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전쟁과 권력이 만든 '이미지의 벽'을 인정하고 조금씩 허물어갈 때, 우리는 진짜 이해와 화해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진천규는 사진가이면서, 글 잘 쓰는 작가다. 일상의 세밀한 곳을 포착해 내고,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진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표지판 하나, 사람들의 몸짓 하나에도 북한이 담겨 있고, 세계가 담겨 있다.   

ⓒ진천규

ⓒ진천규

ⓒ진천규

ⓒ진천규

ⓒ진천규

ⓒ진천규

ⓒ진천규

ⓒ진천규

ⓒ진천규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단독 방북 취재에 성공한 언론인 진천규가 담아낸 평양의 현재 모습. 지난 10여 년간 베일에 감춰져 있던 평양의 변화상을 최초로 공개한다. 이 책에는 한창 추수 중인 평안도의 농촌 풍경부터 73층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평양 려명거리의 화려한 야경까지 급속한 변화가 진행 중인 ‘평양의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17년 만에 다시 찾은 평양의 첫인상을 ‘놀라움’이라는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한다. 전쟁 준비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동원되었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과는 판이한 평온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저자가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여러 매체에 방송되면서 알려졌듯이, 평양 거리에서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학교와 도서관 등에서는 IT 기기와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도로에 차량의 수가 많이 늘어났는데, 특히 택시의 수가 눈에 띄게 많다.

평양 시내에만 6,000대 이상의 택시가 운행 중이고, 택시 회사도 5~6개가 된다고 한다. 옥류관 앞에는 항상 10여 대의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외국인이나 고위 간부들만 택시를 탈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일반 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이런 풍경은 저자가 최근에 사진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다.

첫문장
2017년 10월 6일, 북으로 가는 세 번째 길이다. 정확하게 17년 만의 재방문이다.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  
: 이 책의 제목은 당연히 중의적이다. 30분 차이 났던 시차가 비로소 같아졌다는 것과 함께 남과 북의 정서적, 아니 역사적 시간은 결국 함께 흘러가야 한다는 것. 진천규가 만난 북의 시간과 공간들은 어떤 것인가? 오랜 시간 동안 들여다볼 수 없었던 땅 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그 변화들은 혹시 일시적이거나 제한된 것은 아닌가? 끊임없이 의구심을 갖고 읽게 되는 것은 내가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두껍지 않은 책이면서도 던져주는 고민은 참으로 두껍다. 그러나 결국 의구심을 걷어내기로 한 것은 그가 단지 호기심이 아니라 애정으로 그 땅 위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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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커스(끌레마)     
 최근작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자기신뢰>,<나는 단대신문 기자다>등 총 30종
 대표분야 : 인간관계 14위 (브랜드 지수 6,523점), 한국사회비평/칼럼 18위 (브랜드 지수 4,579점) 

◆ 일일(一日) 일만기(一萬器), 선주후면(先酒後麵)의 옥류관 주방 최초 공개
◆ 려명거리 73층 아파트(살림집) 내부 최초 공개
◆ 주체사상탑 전망대에서 찍은 평양 시내 야경 최초 공개
◆ 단동-평양 국제여객열차에서 찍은 평안도 평야지대와 추수 장면 최초 공개
◆ 실제 평양지도 최초 공개
◆ JTBC <뉴스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SBS <블랙하우스> 등 수많은 방송에 출연해 최신 북한 소식을 전함
◆ 2018년 7월 4일 평양에서 실시간 이메일로 보내온 에필로그 삽입

두껍지 않은 책이면서도 던져주는 고민은 참으로 두껍다.
_손석희(JTBC 보도부문 사장)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단독 방북 취재에 성공한
언론인 진천규가 담아낸 평양의 현재 모습
택시와 휴대폰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옥류관 냉면과 피자를 동시에 즐기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 최초 공개.
평안도의 드넓은 평야부터 대동강과 모란봉공원, 
살구꽃이 만개한 개선문거리, 려명거리 73층 살림집까지
역사와 문화를 따라 평양의 속살을 느낀다! 


2010년 5.24 조치 이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단독 방북 취재에 성공해 북한의 변화상과 현재 모습을 알린 언론인 진천규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가 출간되었다. 
최근 몇 달 사이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며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지난 10여 년간 남과 북은 지구상에서 접근하기가 가장 어려운 곳이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고 우리 국민의 방북은 물론이고 언론인의 방북 취재도 일절 금지되었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남북관계는 완전한 암흑기에 들어갔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도 극소수의 공식행사 취재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로는 유일하게 방북 취재에 성공해 북한의 변화상을 알린 이가 있다. 자칭, 타칭 ‘통일기자’ 진천규가 그이다.
저자는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기자로 입사해 판문점에 출입하며 북한 취재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방북 취재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특히 2000년 평양 정상회담 당시 6.15 공동선언 현장에서 단독으로 찍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잘 알려져 있다. 이로부터 17년 뒤인 2017년 10월,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방북 취재에 성공했다. 북한과 미국이 “핵무력 건설”,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로켓맨(rocketman)”, “완전 파괴” 등의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저자는 방북 길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2018년 7월 현재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평양, 원산, 마식령스키장, 묘향산,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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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기사에서 우연히 찾아내서 주문하고 단숨에 읽었다. 우리야말로 북에 대해서 너무 몰랐고, 또 권력과 언론들이 지나치게 왜곡해서 보도했다. 이제라도 북을 제대로 알아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새창으로 보기 
가람 ㅣ 2018-08-10 l 공감(1) ㅣ 댓글(0) Thanksto 공감
 최근 평양의 모습을 담았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건물이나 자연의 모습만 찍은 게 아니라 실제 평양시민들의 삶에 한발 더 다가가 얻어낸 소중한 사진들입니다. 또한 그러한 사진들을 거의 아무런 제약 없이 카메라에 담아 책으로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창으로 보기 
pedrailmin ㅣ 2018-07-27 l 공감(4) ㅣ 댓글(0) Thanksto 공감
 요즘 평양의 실제 모습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읽어 볼, 좋은 책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 대한 진한 애정이 담겨있으며 문장은 유려하고 내용은 참 재미있다. 새창으로 보기
윤리샌님 ㅣ 2018-07-23 l 공감(3) ㅣ 댓글(0) Thanksto 공감
 이제 북을 사실대로 보자 그럴려면 언론에서 여과없이 보도해야 한다. 새창으로 보기
역사smof ㅣ 2018-07-23 l 공감(3) ㅣ 댓글(0) Thanksto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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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냉면 먹고 백두산으로 피서가고 싶다 새창으로 보기
parkdo  ㅣ 2018-07-27 ㅣ 공감(1) ㅣ 댓글 (0)

                                                               박도 (작가, 전 오산중 교사)

 

한 제자의 출간 소식

 

그는 이즈음도 일흔이 넘은 옛 훈장에게 여태 이런저런 소식을 전화나 문자로 보내주고 있다.

 

"비자 발급받아 단동을 출발하여 평양에 갑니다."

"3차 방북 취재를 마치고 중국 심양을 거쳐 어제 밤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평양을 출발하여 지금 막 심양에 도착 했습니다저녁에 인천공항 도착예정입니다."

 

나는 진천규 제자가 소식을 전해올 때마다 짤막한 답신을 보냈다.

 

"수고 많네건강건투!"

 

그런데 지난 주 수요일인 18일 이 뜨거운 삼복중에 <평양의 시간은 서울과 함께 흐른다>라는 옥동자를 탄생했다는 기별을 받았다나는 즉시 "잘 알았네즉시 주문하여 사보도록 할게"라는 답신을 보내고 그 자리에서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여 지난 주말 따끈한 그의 첫 작품집을 받았다.

 

그의 땀이 듬뿍 밴 책을 펴자 내가 작품집을 낸 이상으로 반갑고느껍고그가 대견해 보였다.

       

"교육자는 그 제자들이 말한다"

 

흔히들 말한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교육자는 무엇으로 말할까아마도 그 답은 "교육자는 그 제자들이 말한다"일 것이다정말 나는 그가 자랑스럽다지난해 가을부터 전쟁기운이 가득했던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그가 신의주 평양 등을 둘러보고 "북녘은 평온하다"는 소식을 남녘으로 전할 때 우리 모두는 안도할 수 있었다.

 

나는 그를 46년 전인 1972년 3월 1일 서울 오산중학교 운동장에서 처음 만났다해마다 오산(五山)학교는 국경일인 삼일절 날 개학식 입학식을 치렀는데 이는 오산 후학들이 학교를 세우신 남강 이승훈 선생을 기리고자 하는 갸륵한 정성이었다.

 

나는 그때 신임교사로 중신입생을 담임 맡았다가장 신출내기라고 1-12반에 배정되었다그날 나는 운동장에 모인 70명 신입생 모두를 하나하나 껴안아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맛보았다그때 진천규 기자도 내 반 학생이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뒤 <한겨레신문>을 보면 사진 밑에 진천규 기자라는 이름이 보였다혹시 그가 아닐까 하는 기대로 전화를 하자바로 내 제자 진천규였다우리는 한 밥집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그가 사진기자가 된 것은 나 때문이라고 하여 깜작 놀랐다.

 

나는 반 학생들의 소풍 때나 그밖에 행사 때는 카메라로 그들의 모습을 앵글에 담곤 했다그게 반 학생들에게는 멋지게 비친 나머지그는 부모에게 졸라 카메라를 입수하여 취미 생활하던 게 평생 직업이 되었다고 말했다.

 

2004년 1월 31일 나는 <오마이뉴스시민기자로 권중희 선생을 모시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갔다그때 한 독자가 권 선생 항공표를 구해 준 바로스앤젤레스를 경유케 되었다그런데 그가 그 사실을 알고 출국 전 내 집으로 전화가 왔다. LA 공항에 나오겠다는사실 권 선생과 나는 토종 한국인으로 영어 한 마디조차 할 줄도 모른다.

 

우리 두 토박이 늙은이가 LA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아 밖으로 나가는데 누군가 "선생님!"하고 불렀다꺽다리인 그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그는 나를 취재하고나는 그를 취재하는 사제의 열띤 취재장이 되었다그의 덕분으로 미국 입국 때도돌아올 때도 LA 동포들이 조촐한 환영회와 환송회를 해줘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평양 시민도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에는 이번 취재기간 동안 내가 보고느끼고경험한 평양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나는 그들을 구경하러 가지 않았다구경꾼이 되기도 싫고관찰자가 되기는 더욱 싫었다무슨어떠한 자격으로 그들을 '동물원'의 울타리에 갇힌 동물원 구경하듯이 하겠는가?

 

한 핏줄을 나눈 동포이기 이전에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고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싶었다그들도 우리처럼 가족과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고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휴일에는 공원에서 놀이를 즐기며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의 책 머리말을 읽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넌 내 제자다나는 평생 내 동족을 헐뜯거나 이상한 말로 비난한 적이 없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46년 전 그 시절로 돌아가 다섯메 그 교정에서 그를 다시 껴안아 주고 싶다.

  

우리는 원래 하나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둘로 나눠져 있지만 언젠가아니 곧 우리는 하나로 합쳐질 거다마치 시냇물이 바위를 만나 두 줄기로 나눠져 흐르다가 다시 한 줄기로 합쳐져 바다로 흘러가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반드시 하나가 될 것이다.

 

"무엇을 읽고 있을까출근길을 재촉하는 평양 시민들 사이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학교로 향하는 두 소녀가 보였다정말 오랜만에 휴대폰이 아니라 책을 보며 길을 걷는 모습을 보니 옛 기억이 새롭다나도 중·고등학교 무렵에는 시험기간이면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등굣길에도 책을 보곤 했는데저 아이들도 오늘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걸까평양에서는 이처럼 학생들이 책을 보며 걷는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 120

 

하루에 일만 그릇의 평양냉면을 만들면서도 역사상 단 한 번도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은 옥류관 주방을 진 기자는 2018년 6월 제4차 방문 때 취재하여 일부나마 공개하고 있다.

 

"주방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인민 위생 때문이다그 무엇보다 위생이 우선이라고 설명한다그래서 주방의 통로와 홀로 음식을 나르는 통로가 분리되어 있고유리창과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주방의 통로에 접근하더라도 밖에서 주방의 일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는 없다둘째육수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 181

 

"지금 우리도 하나가 될 준비를 쌓아나가고 있다수많은 염원이 모여 큰 물결이되고그 물결이 힘 있게 흘러 한반도 구석구석을 적시고다시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될 수 있도록그래서 완전한 하나가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 - 292

 

이 책은 46배판 형으로 지금 북한의 생생한 장면을 100점 이상 컬러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JTBC 손석희 사장이 추천하는 글을 썼다아마도 그분도 나와 같은 평화통일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으리라.

      

"이 책의 제목은 당연히 중의적이다. 30분 차이 났던 시차가 비로소 같아졌다는 것과 함께 남과 북의 정서적아니 역사적 시간은 결국 함께 흘러가야 한다는 것진천규가 만난 북의 시간과 공간들은 어떤 것인가오랜 시간 동안 들여다볼 수 없었던 땅 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그 변화들은 혹시 일시적이거나 제한된 것은 아닌가

 

끊임없이 의구심을 갖고 읽게 되는 것은 내가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두껍지 않은 책이면서도 던져주는 고민은 참으로 두껍다그러나 결국 의구심을 걷어내기로 한 것은 그가 단지 호기심이 아니라 애정으로 그 땅 위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316쪽의 책장을 모두 읽고 덮자 문득 내년 여름에는 평양 옥류관에 가서 냉면을 먹은 뒤 백두산을 오르고 싶다나는 2005년 여름 민족작가대회로 백두산 장군봉을 올라갔다그때 엄청 추웠다동행 김원일 남정현 선생은 추위와 바람 때문에 목도리를 두르거나 파카를 입었다그날은 가장 무더운 때인 2005년 7월 23일 새벽 해 뜰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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