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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교수가 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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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8-03-13 10:16 조회1,18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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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전격 합의되면서 북미간 ‘탐색적 대화’가 정상 차원에서 이뤄지게 됐다. 과거처럼 실무라인 협의부터 진행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의 합의부터 하자는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북한도 이 같은 평화구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상당부분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단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제 정세의 배경, 역사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다 파악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현재로선 전초전격인 4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5월 북미정상회담으로 순조롭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통일뉴스 기고를 통해 진단했다. 전문을 여기에 소개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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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자인 정창현 교수



김정은 위원장은 왜 정상외교를 선택했나?
<연재> 정창현의 ‘색다른 북한이야기’ (15)
정창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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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2  07: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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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비 완료와 핵무력 완성 선언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접견하고 5월 내에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전격 합의되면서 북미간 ‘탐색적 대화’가 정상 차원에서 이뤄지게 됐다. 과거처럼 실무라인 협의부터 진행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의 합의부터 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제한적 대북 예방공격 검토 등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나돌던 지난해 말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흐름이다.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또는 북미간 특사 상호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그 예상조차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년사에서 9월의 ‘대경사’를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을 언급한 북한이 전향적으로, 속전속결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남을 제안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례 없는 북미정상회담에 함께하면 두 정상이 “역사적인 돌파구(historic breakthrough)를 만들 수 있다”며 특별메시지를 전달했다. 특별메시지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신뢰구축의 일환이고, 매우 포괄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스크(위험)가 있다”는 참모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즉석에서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2017년 11월 28일 이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고 우리 회동 중에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나는 그들이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북한이 제시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비핵화 회담 의지 표명에 일단 신뢰를 보낸 것이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우리가 마주앉아서 세계를 위해 가장 위대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접촉뿐만 아니라 북미간에도 상당한 물밑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3월 5일 평양을 방문한 대북특사단에게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북쪽 실무진이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이야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간에 직접 핫라인을 개설하고 이를 통해 난제가 발생하면 직접 논의해 풀어나가자는 이야기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와 대외관계를 풀기 위해 직접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을 예고한 셈이다. 평창올림픽 때 북측 고위급대표단과 펜스 미 부통령간의 만남이 불발되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구두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도 이를 시사한다.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접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일반적인 예측을 벗어나 김정은 위원장은 왜 ‘정상외교’에 나선 것일까?
2012년 김정은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북한은 김일성시대를 기준점으로 삼아 노동당과 국가 기구의 운영, 당군관계, 대외노선 등을 재정비했다. 신년사 직접 발표, ‘집단적 협의구조’의 복원 등 김일성시대를 모델로 한 내부 체제정비 과정은 2016년 5월 노동당 7차대회 개최를 통해 기본적으로 완료되었다.


특히 노동당 7차대회와 2017년 10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거치면서 김정은시대를 대표하는 신진엘리트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들은 아직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실력과 국제 감각을 갖춘 중견 간부들로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3월 5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대북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어떤 사안에 대해 말할 때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게 인상적이었다. 본인이 미리 예측하지 않은 사안이 의제로 올라왔을 때도 빠른 판단을 하고 결단했다. 남북 관계뿐 아니라 국제 정세의 배경, 역사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다 파악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내부 시스템을 안착시키면서 ‘평화적 환경’ 조성과 대외관계 개선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하고, 2016년 7월 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비핵화의 5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북한은 이미 2014년 하반기에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외교’에 관한 구상을 세운 바 있다. 이 구상은 대내, 대외적 여러 요인으로 유보됐지만 지금은 정세가 또 변했다. ‘김여정 특사’ 파견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여정 특사’가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었다면 이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를 돌파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나설 차례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러시아 최고지도자들과 제한적으로 정상회담을 했던 김정일시대와 달리 김일성 주석은 사회주의권과 비동맹국가의 지도자들과 폭넓게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러한 역사에 기초해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까지 대결관계에 있는 미국, 일본 등과도 정상외교를 통해 관계정상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체제 출범이후 미국, 일본과 실무단위에서 접촉과 회담, 합의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대북특사단도 “기본적으론 김 위원장이 자기 구상하고 있는 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 미국과 현재 걸려 있는 걸림돌이 되는 모든 현안, 즉 핵과 미사일,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금년 안에 큰 가닥을 잡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전략국가론’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 조선로동당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련,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수석특사 등 남측 특사단을 접견하고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사 등을 전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적극적인 ‘평화공세’와 함께 정상외교에 나서는 내부 논리는 ‘전략국가론’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신년사에서 두 차례 ‘전략국가’의 지위를 언급했다. 2014년의 ‘정상외교’ 구상을 다시 추진하려는 복선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세포위원장대회 개막사에서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핵으로 위협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 지위가 확보됐다는 의미다.


이보다 앞선 11월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바 있다. 핵보유국이라는 지위에서 공세적으로 ‘대화국면’에 나설 수 있는 내부 논리가 완성된 것이다.


북한의 매체들은 “조성된 주객관적 조건들과 정세전망에 대하여 종합분석하고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거창하고도 섬세한 방략과 독창적인 전략전술적 방침들을 내놓았다”고 선전한다. 이때 ‘핵무력 완성 선언’과 ‘전략국가론’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략국가론에 입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외교 구상은 3월 5일 남측지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결정되는 순간 실행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국제정치에서 영원불변한 규칙이나 원칙은 없다. 더 이상의 대화는 소용없다고 선언했다가도 필요하고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 다시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게 현실 국제정치다. 국제정치는 다양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변화하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말처럼 수시로 변동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패싱’이란 말이 유행처럼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중국 패싱’, ‘일본 패싱’으로 전환됐다.


“비핵화 회담은 없다”던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직후 국면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해 한국과 미국에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를 명백히 밝혔다.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한 뒤, 대외 환경 안정을 토대로 경제발전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의 논리대로라면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추진하면서 핵무력이 완성된 만큼 이제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에 나설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입구 진입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 남측 특사단을 접견하고 비핵화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등 '전략국가론'에 입각한 북측의 구상을 제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본격적 궤도에 들어설 것이라며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이 ‘역사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북미정상회담 합의로 한반도 정세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4월과 5월 한반도에서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입각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의 압박과 개입’을 골자로 하는 대북정책, 전략국가론에 입각한 북한의 ‘포괄적 세계전략’이 부딪히는 정상외교의 장이 펼쳐진다.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과거와 다른 협상형식을 띠기 때문에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회담을 통해 실무적으로 수많은 논의를 거쳐 합의를 끌어내는 ‘바텀 업(Bottom Up)’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정상 수준에서 직접 담판을 짓는 ‘톱 다운(Top Down)’ 방식으로 논의가 전개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회담틀도 6자회담이 아니라 10.4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3자 또는 4자회담’ 형태로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북러, 북중, 북일 정상회담도 추진할 것이다.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6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발표한 ‘한반도 평화구상’이 주목된다. 당시 ‘한반도 평화구상’을 통해 문 대통령은 (1) 한반도 평화 만들기, (2)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3)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 (4)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5) 정치군사문제와 남북교류협력사업 분리 등을 제시하면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관련국들과 다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북한도 이 같은 평화구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상당부분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단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제 정세의 배경, 역사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다 파악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전초전격인 4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5월 북미정상회담으로 순조롭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지역으로 남아 있는 냉전의 상징이다. 이곳에서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린다면 상징적 의미와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정전협정 체결 65년 만에 마침내 한반도 비핵화 협상, 북미·북일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을 위한 입구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출구로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단계와 국면을 거쳐 최대 난제인 검증과 보장문제가 타결되어야 하겠지만,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고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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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란꽃님의 댓글

목란꽃 작성일

안녕하세요 정창현교수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미국시각들님의 댓글

미국시각들 작성일

"대북 협상은 제로섬 게임일 뿐" vs "양측 이득 가능"
송고시간 | 2018/03/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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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 에버슈타트· 대북협상경험 칼린, 북미·남북 회담에 상반된 조언
"평양 회담은 '성지순례'"…"평양 회담 못 할 것 없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에선 반대, 회의, 비관, '아주 신중한' 기대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으나 낙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왼쪽부터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합성.
왼쪽부터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합성.
북한 정치체제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미국 정치의 정통 규범을 벗어난 사고와 언행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속이려 만 드니 상대(engagement)해선 안된다는 입장인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이런 불신을 바탕으로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과 대화는 반드시 한쪽은 손해 보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지도자들이 북한 측을 만나서 호주머니를 털리지 않는" 법을 조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등에서 거의 40년간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각종 대북 협상에도 12년간 직접 참여했던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은 12일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내 경험상, 북한과 고위급 회담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 우리는 대북 협상을 그런 틀에 억지로 집어넣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칼린이 자신의 기고문 목적을 에버슈타트의 주장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힌 만큼 두 사람의 주장을 1대 1로 대치시켜 봤다.


▲에버(에버슈타트) = 전임자들은 '상상 속의' 북한 정권과 협상하려 했지만, 이번엔 '현실에 존재하는' 북한 정권을 알고 가면 북한과 상대해도 과거처럼 더 나쁜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칼린 = 에버슈타트가 훌륭한 학자이고 똑똑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가 관찰한 내용은 하늘의 별 만큼이나 실제와 거리가 있다. 아마, 북한과 직접 협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에버 = 좋은 대북 협상을 위해선 의제를 즉각 장악해야 한다. 갑자기 대화를 중단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다시 대화하자고 해서 상대를 난조에 빠뜨리는 게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북한 팀'은 자신들이 의제 장악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다시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대화를 중단한다.

▲칼린 = "의제를 장악(seizing control)"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그들의" 의제를 바탕으로 협상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북한 팀도 안다. 우리도 그것(북한이 미국의 의제를 바탕으로 협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북한은 우리의 제의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나오는 일이 많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의제를 올려놓는 편이다.

▲에버 = "합의"해놓고도 그게 실종된다. 어떠한 "합의"도 북한이 합의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합의가 아니다. 북한이 합의라고 말하는 한에서만 합의다.

▲칼린 = 당연히 양측이 합의라고 말하지 않는 한 어떠한 합의도 합의가 아니다. 사실 이것은 동어반복일 뿐이다.

▲에버 = "윈-윈"은 없다. 아시아의 전통과 반대로 북한 협상가들은 "체면을 살리는" 결과를 싫어한다. 북한의 관점에선 자신들이 정당하고 적은 그 정의상 부당하다. 따라서 상대편에게 좋은 것을 남겨놓는 것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비애국적인 짓이다. (북한에) 좋은 협상이란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을 모두 얻는 것이며, 상대에게 모욕이나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다.

북한과 고위급 회담은 제로섬 게임이다. 한국이나 미국의 이득은 북한에 손실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북한 측은 자신들의 핵 지위를 강화하고 핵 프로그램 자금을 확보하며, 한·미동맹을 분열시키기 위해 한·미가 실책을 저지를 기회를 찾고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

▲칼린 = 나는 '윈-윈'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허한 구호가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말의 핵심이 무슨 뜻인지 북한 사람들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그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으며,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양측 둘 다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내가 12년 동안 참여했던 대북 협상 때마다 그들이나 우리는 열심히 협상을 벌였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모욕이나 치욕을 안기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들은 귀국해서 이겼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역시 그러했다.

사실은 북한 사람들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때는 좋은 협상가이다. 물론 우리 협상팀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북한팀은 '외교 원론'대로 한다.

▲에버 = 북한은 핵심 용어들을 자신들의 숨은 의도에 따라 재정의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말한 "자주적" 통일이란 "외세 불허", 즉 미국의 불개입을 뜻한다. 북한이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것도 과거 북한의 합의 파기나 위반을 문제 삼지 말라는 뜻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한다는 것은 먼저 핵보유국인 미국과 동맹 종식을 통해 남한을 "비핵화"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칼린 = 나는 북한이 합의한 사후에 "핵심 용어들"을 재정의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 양측이 비교적 덜 중요한 용어들에 대해 공통된 정의를 내리고, 나중에 그러나 다행히도 협상이 끝나기 전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통역을 통해야 한다는 점도 난관을 만든다. 이 때문에 협상 속도가 더뎌지기도 한다. 미국 대표팀은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에버 = 더 이상 선의의 양보를 하거나 우호적인 자세를 보여선 안 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한 결과를 보라. 북한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대가를 받지 않고는 아무것도 줘선 안 된다. 약속은 믿을 수 없다. 신뢰 입증은 북한의 책임이다. 북한이 신뢰를 입증하기 위해선 벌충할 게 많다.

▲칼린 = 나는 미국이 "선의의" 양보를 하는 것을 못 봤다. 내가 본 것은 북한이 특정 미국의 행동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하다가 "앞으로 이러이러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미국 측 보장을 받고" 미국이 요구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충분하다고 판단해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에버 = 불성실, 부정직을 비롯해 북한의 전매특허 협상술을 비판하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 회담 분위기가 깨질 것을 걱정해서도 안 된다. 지구 상 최고로 극악한 정권과 인기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나쁜 합의는 합의하지 못함보다 나쁘다.

▲칼린 = 미국은 우리가 반대하는 일을 북한이 했을 때 지적하지 않은 적이 없다. 우리 협상 대표가 북한 측의 위반 행위에 대해 일장 훈계를 하는 것을 듣느라 환기도 잘 안 되는 후덥지근한 방에 꼼짝없이 갇혀 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우리가 선을 넘었을 땐 우리도 북한 측으로부터 지적을 들어야 한다. 다행히도 양측이 직접 대면을 거듭할수록 모난 부분을 깎아나감으로써 이런 일들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북한팀이 협상장에서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는 일은 드물다. 우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조용히 안경을 벗거나 노트북을 닫고 펜을 옆에 내려놓는 식으로 나온다.

▲에버 = 절대 평양에서 회담해선 안 된다. 그런 성지순례는 북한 독재정권의 대내 정통성을 키워주는 일일 뿐이다.

▲칼린 = 평양에서 못할 것도 없다. 우리 쪽이 안전한 통신망을 확보하는 문제만 아니라면. 통신망 확보도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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