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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칼바람속 길거리농성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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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1-01-11 00:00 조회1,7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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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이창조씨는 혹한속의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인권운동가들의 투쟁에 관한 이유들에 대하여 설명한 특별기고를 한겨레신문에 올렸다. 5일자 사이트에 올라운 글을 전재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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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글: 이창조(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춥다. 겹겹이 옷을 껴입고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도,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칼바람은 온몸을 후벼판다. 오늘로써 9일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상단식농성. 단식에 추위마저 가세한 탓인지 벌써 2명이 탈진증상을 보인 끝에 농성을 중단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이러한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가?

새해 첫날 대학생 한 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됐다. 이유는 총학생회장으로서 한총련의 당연직 대의원이었다는 것. 국가보안법이 온존하는 한 사상·표현·결사의 자유를 구속하는 일은 끊일 수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환기시켜준 사건이다. 또 지난 연말 의정부교도소에서 발생한 재소자 사망사건은 관련자인 교도소쪽이 수사를 담당함에 따라 사인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설치가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권단체 연합 단식농성단은 이 두 가지 인권개혁과제의 실현, 곧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문제가 또다시 해를 넘긴 채 실종되어 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이후 적잖은 기대가 있었고, 한편으론 치열한 투쟁도 전개됐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개혁입법의 처리는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3년 간의 기대와 투쟁이 결국 물거품이 돼버릴지도 모를, 이 절망에 가까운 상황 앞에서 인권운동가들은 참담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것이 이 혹한의 노상에서 밥을 굶고 있는 까닭이다.

명동성당을 농성장소로 택하기까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지난 연말 한국통신 노조의 농성을 빌미삼아 명동성당은 `농성불가"를 천명했고, 농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었다. 그렇지만 선택의 여지는 좁았다. 국회 앞에서, 또는 민주당사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려 해도 그것은 현행법 아래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민주화의 성지" 명동성당이었다. 농성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천막을 설치하지 않았다. 성당 쪽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어 농성투쟁의 의의를 훼손당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에 농성단은 하늘을 지붕삼아 잠을 청하고, 침낭 위의 얼음을 털며 아침을 맞았다. 비가 내리던 12월30일 밤엔, 가톨릭회관 처마 밑으로 피하는 것조차 불허당했고, 1월1일엔 폭설을 피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하려다 성당 신도들의 제지를 받았다. 일련의 상황을 거치면서 성당 쪽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민주화의 성지"라는 명예는 누가 부여한 것인지? 사유지라는 이유로 민중과 역사의 소중한 자산이 사라져도 되는 것인지?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이길 포기하겠다면, 차라리 공개적으로 이를 천명하고 명동성당의 모든 기록에서 `민주화의 성지"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고된 농성이지만, 연일 농성장을 찾아오는 각계 인사와 사회단체 활동가, 농성장 옆을 지나며 모금함에 성금을 넣어주는 신도와 시민들은 커다란 힘이 되어 준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지지와 연대가 아직 커다란 물줄기로 하나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향후 정치일정을 내다보면, 인권개혁과제의 실현을 위한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 올 봄을 지나 대선국면으로 옮겨가게 되면, 결국 모든 인권개혁과제가 차기 정권으로 미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간은 채 두세 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미련을 털고, 냉소를 버리고, 다시금 인권개혁 투쟁의 전선으로 모여야 한다. 국가보안법으로 상징되는 야만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통해 새로운 인권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비단 인권운동가들만의 여망일 수 없을 뿐더러, 우리의 인권상황이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개혁입법에 대한 당론조차 결정하지 않고 있는 집권여당으로서도 더 이상 `소수정권의 한계" 타령만 할 수 없는 시점이다. 이제 민주당과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한겨울 노상에서 단식농성을 전개하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절박한 요청이다.

이창조/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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