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경제의 결함과 법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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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1-03-31 00:00 조회1,39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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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욱의 인권이야기 **
***** 경제의 결함과 법의 실패 *****
"계엄"을 방불케 한다던 부평역 주변의 사태를 보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과
근로의 인권은 차치하고, 내쫓긴 이들의 몸부림과 절규인 집회와 시위의 인
권마저도 그토록 가혹하게 제압해 버리는 공권력의 위험성에 새삼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경제체제에 대하여 그리고 근로와 생존의 인권에 대하여는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 것이 없다. 단지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강화된 자본주의의 반인
권성을 다시금 지적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수정권인 현 정부에 대하여
는 다만 사회민주주의적인 지향성을 방어해 내라는 것 이외에 다른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결코 자랑할 것도, 치적으로 내세울 것도
없는 일이다. 만약 그것이 우리 현대사의 누적된 폐해로서 현 정부로서는
불가피하게 처리해야 할 짐이었다면, 이는 마땅히 우리 역사를 반성하는 국
가적 차원의 "석고대죄"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자들의 집회
와 시위는 바로 그러한 통과의례의 하나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체제의
결함과 실패로 희생된 무고한 인간들의 외침과 그들의 고통에 대하여는 모
두가 겸허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정당성 혹은 불가피성을 강변하고 나아가
그에 따른 엄격한 법집행 만을 되뇌이는 것은 그 자체로 오만한 일일뿐만
아니라, 경제의 결함을 곧 인권과 법의 실패로까지 몰고 가는 위험한 일이
다. 무릇 법집행이 약자에게 폭력으로 분출되는 경우는 대개 권위적 우세와
더불어 가치적 정당성이라는 심리적 기제에 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
에 직접 나서는 공권력의 경우에도, 그것이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고 그
인간적 절규까지도 짓밟는 지경에로 나아가는 데에는, 예컨대 부당한 폭력
시위를 엄단한다는 것과 같은 우월의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수가 많다.
나는 수업시간에 법의 사명은 폭력의 순화와 통제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
러나 나 자신 "법"을 행한다면서, 오히려 폭력적 충동에 빠지게 되고, 실제
그런 행동을 낳기도 한다. 특히 우리 아이에게 말이다. 왜 그렇게 나는 쉽게
소위 "위협형" 아빠가 되는가? 보다 나약한 대상에 대한 힘의 확인의 충동
과 같은 어떤 존재론적 폭력성을 접어 둔다면, 그것은 아빠로서의 권위와
더불어 보다 더 잘 알고 현명하다는 어른으로서의 인지적 및 도덕적 우월의
식에 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법과 폭력, 도덕과 폭력은 서로 상극이면서도 동시에 아주 가까이 붙어있
다. 인간의 의지란 간사한 것이다. 모든 법적, 도덕적 권위들이 경계하지 않
으면 안될 것이다.
◎ 정태욱(영남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경제의 결함과 법의 실패 *****
"계엄"을 방불케 한다던 부평역 주변의 사태를 보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과
근로의 인권은 차치하고, 내쫓긴 이들의 몸부림과 절규인 집회와 시위의 인
권마저도 그토록 가혹하게 제압해 버리는 공권력의 위험성에 새삼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경제체제에 대하여 그리고 근로와 생존의 인권에 대하여는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 것이 없다. 단지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강화된 자본주의의 반인
권성을 다시금 지적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수정권인 현 정부에 대하여
는 다만 사회민주주의적인 지향성을 방어해 내라는 것 이외에 다른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결코 자랑할 것도, 치적으로 내세울 것도
없는 일이다. 만약 그것이 우리 현대사의 누적된 폐해로서 현 정부로서는
불가피하게 처리해야 할 짐이었다면, 이는 마땅히 우리 역사를 반성하는 국
가적 차원의 "석고대죄"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자들의 집회
와 시위는 바로 그러한 통과의례의 하나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체제의
결함과 실패로 희생된 무고한 인간들의 외침과 그들의 고통에 대하여는 모
두가 겸허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정당성 혹은 불가피성을 강변하고 나아가
그에 따른 엄격한 법집행 만을 되뇌이는 것은 그 자체로 오만한 일일뿐만
아니라, 경제의 결함을 곧 인권과 법의 실패로까지 몰고 가는 위험한 일이
다. 무릇 법집행이 약자에게 폭력으로 분출되는 경우는 대개 권위적 우세와
더불어 가치적 정당성이라는 심리적 기제에 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
에 직접 나서는 공권력의 경우에도, 그것이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고 그
인간적 절규까지도 짓밟는 지경에로 나아가는 데에는, 예컨대 부당한 폭력
시위를 엄단한다는 것과 같은 우월의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수가 많다.
나는 수업시간에 법의 사명은 폭력의 순화와 통제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
러나 나 자신 "법"을 행한다면서, 오히려 폭력적 충동에 빠지게 되고, 실제
그런 행동을 낳기도 한다. 특히 우리 아이에게 말이다. 왜 그렇게 나는 쉽게
소위 "위협형" 아빠가 되는가? 보다 나약한 대상에 대한 힘의 확인의 충동
과 같은 어떤 존재론적 폭력성을 접어 둔다면, 그것은 아빠로서의 권위와
더불어 보다 더 잘 알고 현명하다는 어른으로서의 인지적 및 도덕적 우월의
식에 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법과 폭력, 도덕과 폭력은 서로 상극이면서도 동시에 아주 가까이 붙어있
다. 인간의 의지란 간사한 것이다. 모든 법적, 도덕적 권위들이 경계하지 않
으면 안될 것이다.
◎ 정태욱(영남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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