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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요르단 암만서 현장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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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4-03 00:00 조회1,2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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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나의 평화위해 남의 피눈물 강요할 수 없어"

"노동의 새벽"의 시인인 박노해씨가 지난 23일 요르단 암만에서 보내온 글이 25일자 <한겨레>에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박노해씨는 이 "현장서신"에서 "시내 모스크나 광장에서 마주친 이라크인들과 팔레스타인계 요르단인들은 낯선 동양인인 저와 눈이 마주치면 따뜻한 얼굴로 다가와 "살람 알레이쿰!" 하고 인사를 건넨다"며 "이 인사말이 이렇게 사무치게 느껴진 적은 없다"고 적고 있다. 이어 박씨를 향한 이들의 질문을 쏟아졌다.

"왜 코리아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하겠다는 거냐."
"당신들도 전쟁을 겪은 걸로 아는데 왜 이라크인들을 죽이는 데 앞장서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코리아를 좋아했다. 전자제품도 최고이고 자동차도 최고다. 월드컵 때도 최고였고 인정많고 겸손하고 똑똑하다. 그런데 왜 미국의 석유침략전쟁에 나서는가."

박씨는 "지금 중동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전쟁지지가 발표되자마자 중동의 민심은 가파르게 코리아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현지 민심을 전했다.

박씨는 "전쟁 당일, 노 대통령의 발표장면은 전세계 방송을 타고 며칠동안 계속 되풀이 방영되고 있다"며 "앞으로 코리아는 13억 아랍인들에게 호감의 대상에서 증오의 대상으로 떠오를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한 "우리는 강대국의 외세침략과 전쟁의 참혹함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체험한 민족이고 그 아픔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에 칼날처럼 흐르고 있다"며 "그런 우리가 가난하고 힘없는 이라크인들에게 가동할 무기로 폭력하는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고 군대까지 파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방침 결정에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이어 박씨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미국에 약속받는 대신 이라크 침공을 지원하는 부도덕한 거래는 "오, 피스 코리아"의 치욕"이라며 "나의 평화를 위해 남의 피눈물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대로 파병한다면 우리는 13억 아랍인은 물론 전쟁을 반대하는 인류의 이성과 양심으로부터 버림받고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고 말 것"이라며 "이라크 침공이 끝나고 북핵문제로 이땅에 전쟁이 현실로 닥칠 때 우리는 무슨 면목으로 국제사회에 평화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박씨는 지난 19일 반전평화활동을 위해 이라크로 혼자 떠났다. 그는 19일 경유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이라크전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내 나라의 현실이 슬프고 부끄럽다"며 "나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라크인들과 고통을 함께 하며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 편지에서 "한국인들의 진정한 마음은 이렇게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나누는 것임을 조용히 보여주고 싶다"며 "세상을 바꾸는 것은 첨단 무기의 힘이 아니라 지극히 작고 부드러운 사랑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요르단 암만에 머물고 있다.

다음은 박노해 시인이 요르단 암만에서 보내온 "현장서신" 전문이다.

살람 알레이꿈! "당신에게 평화를’이라는 아랍인들의 인사입니다.

이라크에서 400㎞ 떨어진 이곳 요르단 수도 암만에도 전쟁의 긴장과 공포가 가득합니다. 시내 모스크나 광장에서 마주친 이라크인들과 팔레스타인계 요르단인들은 낯선 동양인인 저와 눈이 마주치면 따뜻한 얼굴로 다가와 ‘살람 알레이꿈!’ 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에게 평화를’이라는 인사말이 이렇게 사무치게 느껴진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몇 마디 인사가 오간 다음, 이들은 부드럽지만 묵직하게 물어옵니다. “왜 코리아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하겠다는 거냐” “당신들도 전쟁을 겪은 걸로 아는데 왜 이라크인들을 죽이는 데 앞장서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코리아를 좋아했다. 전자제품도 최고이고, 자동차도 최고다. 월드컵 때도 최고였고 인정 많고 겸손하고 똑똑하다. 그런데 왜 미국의 석유침략 전쟁에 나서는가” 어느 새 수십 명으로 늘어나 겹겹으로 에워싼 그들은 점점 격앙된 질문을 던지면서도 이방인에 대한 정중한 배려를 잊지 않습니다.

지금, 중동의 민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쟁 지지가 발표되자마자 중동의 민심은 가파르게 코리아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전쟁 당일, 노 대통령의 발표장면은 전세계 방송을 타고 며칠 동안 계속 되풀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13억 명의 중동지역 아랍인들이 시청하는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자지라>에서는 그 장면이 더욱 자주, 더 강조해서 방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리아는 13억 아랍인들에게 호감의 대상에서 증오의 대상으로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70년대 중동에서 돈을 벌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루었습니다. 그럼에도 중동과 이슬람에 대한 이해와 문화 다양성의 존중에는 성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무슬림들이 자유롭지 못하고 배척당하는 몇 안되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강대국의 외세침략과 전쟁의 참혹함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체험한 민족이고, 그 아픔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에 칼날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가 가난하고 힘없는 이라크인들에게 가공할 무기로 폭격하는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고 군대까지 파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정부의 고뇌어린 파병 결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나 결코 승인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나는 여기 전쟁의 현장에서 온 몸으로 파병을 반대합니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미국에게 약속받는 대신 이라크 침공을 지원하는 부도덕한 거래는 ‘오, 피스 코리아’의 치욕입니다. (저는 우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오역은 월드컵 때 외국인들이 ‘오, 필승 코리아’를 ‘오, 피스 코리아’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25전쟁으로 피 흘리고 그 상처를 누구보다 절감하는 우리가, 나의 평화를 위해 남의 피눈물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대로 파병한다면, 우리는 13억 아랍인은 물론 전쟁을 반대하는 인류의 이성과 양심으로부터 버림받고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이라크 침공이 끝나고 북핵 문제로 이땅에 전쟁이 현실로 닥칠 때, 우리는 무슨 면목으로 국제사회에 평화를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아이들에게 우리는 ‘정의’와 ‘사랑’과 ‘우정’이라는 삶의 원칙에 대해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이곳 암만의 거리와 광장에서 마주치는 아랍인들은 낯선 코리안에게 ‘살람 알레이꿈!’하며 간절한 평화의 인사를 건넵니다. 아, 방금 한 이라크 청년이 <알자지라>를 보니 당신의 나라 코리아에서도 전쟁반대 평화집회가 있었다며 환한 표정으로 알려주네요. 순간, 저를 둘러싼 아랍인들은 저에게 힘찬 우정의 손을 내밀며 미소짓는군요.

알레이꿈 살람!

2003년 3월 23일 요르단의 암만에서 박노해

구영식 기자

[출처:오마이 뉴스 0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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