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대 상임의장인 한상렬 목사는 민중의 소리와 가진 대담을 통해 "전쟁의 불바다는 평화의 촛불로 막아야한다"고 강조하면서 3.1민족대회을 높이 평가했다. 대담내용을 전재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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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민족대회 결산] 통일연대 한상렬 목사

역사적인 3.1민족대회가 큰 무리 없이 무난하게 끝났다.
이번에 처음 시작된 3월 행사가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6.15공동행사, 8.15공동행사와 더불어 3대 민족행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3.1민족대회는 단순한 민족자주를 위한 3.1절을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역사적 의미 외에 8월 행사 이후 다음해 6월까지의 긴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이번 대회를 치름으로써 남과 북은 성숙하고 유연한 대회진행이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북에 대한 남쪽 내의 경직되고 미숙한 모습 또한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반핵반김"이라는 명분으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모인 대규모 집회는 거론하지 않더라도, 통일연대 소속인사들의 참가불허 문제, 96세의 통일운동원로에 대한 경찰의 몰상식한 납치극, 북측 교인들이 참여했던 소망교회에서의 불미스런 소란 등 대회 진행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남쪽의 미성숙이 드러났다.

공동행사추진본부 중 가장 아픔이 컸던 통일연대의 상임대표인 한상렬 목사에게 이번 3.1민족대회와 관련한 심정을 들어보기로 하자.

이번 3.1민족대회의 의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어느 때보다 민족공조가 절실한 때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점. 둘재, 3.1자주민족독립운동이라는 역사적인 기조 위에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족자주반전평화를 주제로 하여 대회가 이루어졌다는 점. 셋째, 남북 종교인이 함께 만나 각 종교 행사에 북측 종교인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소망교회에서의 불미스런 일에 대해서는?
-분단 현실을 절감할 수 있었고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써 아픔을 느꼈다. 북은 현재 전쟁 위기로 굉장히 절박하다. 그런 상황에서 민족공조로 전쟁을 막자는 취지였음을 이해해 줬어야 했다. 그런데 기존의 선입관으로 바라본 것 같다. 북측 대표단은 손님이다. 좀더 따뜻하게 배려하고 북의 현실을 이해하여 넓게 받아 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불허자를 결정한 정부측의 논리와 그의 부당함을 지적한다면?
-불허 사유는 간단하다. 해당자들이 이적단체인 범민련, 한총련 등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행사 때마다 이러한 문제로 잠을 못 이룬다. 그런데 어느때부턴가 이같은 일이 상습이 되었다.

한총련을 이적 단체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 매해 기마다 그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하는데 싸잡아 몰아세우고 있다. 범민련과 한총련은 이적(利敵)이 아니라 이족(利族)단체다. 더욱이 둘 다 6.15공동선언을 기초로 하여 강령도 수정했고 이번 행사와 관련해 원활한 대회진행을 위해 행동도 아주 유연하게 했다. 이점은 종단도 인정했다.

경찰이 벌인 신창균 선생 납치와 관련한 심정은?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얼굴 한 번 보겠다고 나서는 연로하신 분을 그렇게 납치, 격리시켰다는 점에 대해서 정말 분노하고 있다. 사실 사건이 발생한 3월 1일에 바로 문제화시킬까 했는데 대회 진행을 위해 참다가 3일날 선생님 찾아가 상임의장으로써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데 대해 무릎꿇고 사죄했다.

이일로 4일날 경찰청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그날 밤을 새고 다음날 장영달 국회의원이 오고서야 만남이 이루어졌다. 경찰청장은 그 자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 들어섰는데 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 행사는 다른 남북 행사에 비해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 그 원인은?
-이번에 여러 행사가 겹쳤었다. 그리고 8.15보다 조용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종단간의 직접 교류, 삼자 연대의 새로운 가능성 등 드러나진 않지만 내재적인 힘이 6.15와 8.15에 이어져 언젠가는 표출될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드러나지 않게 묻힌 듯한 행사도 있을 필요 있다.

반면에 어지러운 남북 분위기에서 북측과 함께 행사를 했음에도 보수언론이 조용했다. 이것도 변화인가?
-반핵반김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의 거품이라고 본다. 오히려 역사의 진실을 볼 줄 아는 침묵하는 다수가 더 많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인식을 가진 사람과 만나 대화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도 역사의 진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종단, 민화협과의 3자 추진본부에 대해서 초기에는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연대를 하다 보니 정부의 입장이 과도하게 존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3자 연대 속에서 노동, 농민, 여성 등 부문별로 활성화하여 좀더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당국과 너무 과도한 간섭을 하지 말고 보다 더 성숙한 관계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새정부 이후 첫 남북 행사였다는 점에서 새정부의 태도를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되지 않았나?
-사실 기대도 있었지만... 좀더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행태로는 안된다. 이제 민간 차원 행사를 신뢰해야 한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은?
-대회 연설에서 한 말처럼 이제 제 2의 3.1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3.1운동에 나타난 위대한 3대 정신을 이어 민족혼을 살려야 한다.

첫째, 우리민족은 대동단결 정신을 살려 민족공조로 이어져야 하고 둘째, 외세와의 평등·상생 정신으로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오늘날 SOFA개정도 이루어 내야 한다. 단 여기서 사랑과 정의를 기초로 한 민족자주 투쟁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수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다. 세 번째로, 세계 반전평화 정신을 이어 ‘전쟁의 포 바다는 평화의 초 불바다로 막을 수 있다’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라크 전쟁도 막아야 한다.

한상렬 목사는 통일연대 상임대표로써 이번 대회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분노와 포용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었다.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불합리한 처사에 대해서는 강렬한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남북관계의 진전이라는 역사적 입장에서는 모든 걸 보듬어 안고 가는 포용을 보여 주었다.장상종 기자

[출처:민중의 소리 2003년03월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