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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 작성일01-04-24 00:00 조회2,2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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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로 탄생된 민족언론, <민족21>사이트(minjog21.com)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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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의 북녘대학순례 평양기계대학

하늘로 날아간 김대원 대표의 구두 한 짝
cut_university01.gif 황선 씨는 1998년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이하 범청학련) 남측본부 대표로 방북했다. 이북에서 그는 "북녘 역사문화유적답사", "학술제", "범청학련 통일축구대회" 등 여러 행사에 참가했고, 많은 대학을 방문해 이북 학생들을 만났다.

황선/범청학련 남측본부 대변인

평양의 대학에 들어서면 늘 긴장해야만 했다. 한 학교에서는 김대원 대표(건국대 축산경영학과·1998년 범청학련 남측본부 대표로 함께 방북, 현재 구속 중)의 손목시계가 박살났고, 다른 학교에서는 환영 인파에 휩쓸려 "이게 바로 압사라는 거구나" 하는 공포감까지 맛봐야 했다. 하긴 "공포"라는 감정이 그만큼 거대한 감동을 동반한다면, 수백 번이라도 다시 겪을 용의가 있지만.

1998년 9월 평양기계대학 운동장에서는 범청학련 통일축구대회 평양시 결승전이 한창이었다. 김대원 대표와 내가 평양기계대학으로 들어섰을 때, 이미 운동장은 동서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편에는 평양건설건재대학 응원 인파, 또 다른 편엔 평양기계대학 응원 인파로 왁자지껄했다. 김대원 대표와 나는 한 학교씩을 응원하기로 하고 각각 건설건재대학 응원석과 기계대학 응원석으로 찾아갔다. 아쉽게도 우리는 경기를 주의깊게 감상할 수 없었다. 기계대학 학생들이 축구경기보다 남녘에서 온 대학생친구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응원대열은 경기장이 아니라 한총련 대표들을 중심으로 둥글게 뭉쳐져 버렸다.

미안해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리지은 사람들을 일렬로 정돈시키고 아예 응원단장석에 자리를 잡고 다함께 할 수 있는 율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미처 운동장으로 나오지 못했던 학생들까지 창가에 몸을 내밀고 우리의 응원 몸짓을 따라했는데, 그 유쾌한 일치감이란! 모두의 얼굴이 흙먼지와 땀으로 번들거렸지만 아직도 나는 그 얼굴들보다 천진하고 고운 얼굴들을 알지 못한다.

cut_university02.gif [사진은 1998년 방북 때 북녘 대학생들과 함께 한 범청학련 남측본부 김대원 대표(가운데)]

유리를 씹어먹는 진기명기

기계대학과 건설건재대학의 축구경기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응원전 역시 만만치 않았다. 건설건재대학에서는 아리따운 여학우들이 흰 셔츠에 붉은 스카프를 손에 들고 고운 율동으로 응원 열기를 고취시켰다. 또 기계대학에서는 화려하게 치장한 남학우가 절제되고 큰 몸짓으로 박수를 유도했다.
경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응원의 목소리 또한 뜨거움을 더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한 학우의 마술이었다. 아니 "마술"이란 말로는 다 표현 못할 기괴한 기술이었다. 바로 유리를 씹어먹는 진기명기. 척 보기에도 소화력이 좋게 생긴 이 친구는 전구를 지난해 9월 평양시 대동강 고수부지.
김형직사범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함께 들놀이를 나왔다. 몇 개 들고 관중들 앞으로 썩 나서더니만 그 전구를 와작와작 잘도 씹어먹었다. 게다가 마이크까지 대고 전구 씹는 소리를 방송하는 것이 아닌가?

그 "기술자"는 경악한 내 눈이 점점 커지는 게 신이 나는지 "와작" 소리도 경쾌하게 자꾸만 유리를 씹어삼켰다. 이쯤 되니 단지 놀라워만 하고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그만 드세요. 큰일 나겠어요!" 그런데 막상 옆의 친구들은 태평이었다.
"일없습니다. 저 녀석에겐 간식이에요." 그러나 나는 내 뱃속이 따끔거려옴을 느끼며 무대로 뛰어나가 통사정을 했다. 그제야 그 친구는 슬며시 웃으며 아쉽다는 듯 진기명기를 끝냈다. 남녘의 젊은이들 중에도 특이한 재주꾼들이 많지만 북녘 역시 만만치 않았다.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이처럼 눈에 띄는 재주꾼들이 여럿 있었다.

하여간 이런저런 구경거리에 정신을 뺏기고 있는 동안 정작 본판인 축구경기는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전후반이 마무리됐을 때는 예상대로 "동점"을 기록했다. 저마다 자신들이 남녘 대학생들과 축구경기를 해야 한다는 굳은 결의 속에서 치러진 연장전도 결국 동점으로 끝났다

. 이젠 마지막 남은 승부차기에 승패를 걸 수밖에. 그런데 이것도 약속이나 한 듯, 이편에서 한 골을 넣으면 따라서 한 골을 넣고, 이편에서 못 넣으면 저편도 못 넣고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오직 한 번씩의 승부차기가 남았을 때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먼저 평양기계대학이 정통으로 골을 넣었다. 평양건설건재대학이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 그동안의 기나긴 경기는 물거품이 되고, 역사적인 남북해외 범청학련 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할 가능성도 영 물 건너가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순간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건설건재대학 축구선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김대원 대표가 보무도 당당하게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김대원 대표가 힘차게 공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날아간 것은 공이 아니라 김 대표의 검은 구두 한 짝. 순간, 천지는 고요했다.

우리가 만나면 신발짝도 보석이다

cut_university03.gif평소에 유머와 익살이 넘치던 북녘 친구들이었지만 한총련 대표의 실수 앞에서는 누구도 웃지 않았다. 그러니 분위기 수습을 위해서라도 나는 요절복통을 해야 했다. 솔직히 말해 조국통일에 한 몫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점철된 그 긴장된 승부를 이렇게 유쾌하게 끝맺음한 김대원 대표의 반전이 너무 재미있어서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날 내내 김대원 대표는 민망할 정도로 시무룩해 있었다.

"나 때문에 져서 어떡하냐. 건설건재대학 친구들에게 미안해 죽겠다."
하지만 범청학련 북측본부 친구들은 이러한 죄책감을 너무나 명쾌하게 풀어주었다.

"김 대표, 거 너무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경기가 너무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김 대표가 멋지게 끝내준 겁니다. 그리고 김 대표가 공을 차지 않고 건설건재대학 선수가 찼는데 져보십시오. 학교친구들한테 크게 욕먹었을 겁니다. 사실 선수들도 내심 한 시름 놨을 겁니다. 모두에게 인상 깊은 추억을 남겼으니 좋지요."

그제야 김 대표도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내가 거기서 끝내지 않았으면 큰일이잖아."
웃음이 묻어나는 따뜻한 추억을 남기고 평양시 학생들의 통일축구대회는 끝났다. 분단선 저편 친구들을 만날 생각만으로도 이렇듯 뜨거운데, 정말 우리가 만나서 축구경기를 한다면…. 경기는 무슨, 우리는 웃느라 우느라 온 운동장을 굴러다닐 것이다. 수 개월, 수 년을 준비한 경기가 무산돼도 너나없이 승자가 된 기분으로 즐거울 것이다.

우리가 만나면 축구경기장에서 날아가는 신발짝도 보석처럼 빛나고 위안이 된다.

가고 싶다. 서럽지 않게 물밀 듯이. 그리고 창공에 모자를 날리고 셔츠도 날리고 신발도 날리고, 웃다가 실신을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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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덕성여대 국어국문학과 입학
1998년 8월 7일~11월 3일 범청학련 대표로 방북
1998년 11월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
2000년 8·15 석방
2001년 현재 범청학련 남측본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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