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13388_1300323290122509_2507965256790179840_n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조러 정상회담이 진행된 무렵에 일본의 한 TV방송이 내보낸 조선(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시사해설 프로를 보았다.


일본의 학자, 전문가들과 함께 총련의 언론인도 출연한 방송을 흥미있게 보았는데 방송을 보면서 필자의 시선은 여기에 쓰인 보드(board)에 쏠렸다.


보드는 “북조선을 둘러싼 각국의 금후 움직임은…”하는 표제밑에 조선(한)반도 주변나라 수뇌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한 회수가 한눈에 알 수 있게 그려졌다.(사진 참조)


그에 의하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장 많은 4번, 그 다음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3번(남북은 국가관계가  아니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번, 그리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0이었다.


필자가 이 보드를 페이스북에 소개했는데 이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나름대로의 의견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그중 대부분은 아베 총리가 0이라는 ‘점수’를 받은데 관심을 표시했다.


어떤 사람은 아베 총리가 올해들어 기회있을 때마다 다음은 자신이 조선의 최고수뇌와 마주앉을 차례라고 말했기때문에 그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언급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그러한 그의 언행과 관련해서 좀전까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에 추종하고 가는곳마다에서 “북조선에 대한 압력”을 애걸하고 다녔으며 지난해부터 조선(한)반도 정세에서 변화가 보이게 되었는데도 “북조선의 미소외교에 속지말라”고 악담을 퍼붓다가 막상 조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조선과의 대화 운운하게 된 그의 모습을 비웃기도 했었다.


충분히 공감할만한 의견들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날 방송에 쓰인 보드를 좀 다른 시각에서 보았다.


최근처럼 제재니 압력이니 하고 조선이 악마화된 시기는 물론 그렇게 되기 이전에도 언제 한번 여러 나라(지역) 수뇌들이 조선의 최고수뇌와 몇번 만나서 회담을 했는가를 놓고 금후 정세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가 진행된 일이 있었던가.


물론 변덕스러운 국제정치하에서 보드에 적힌 수자가 앞으로 다시 변할 수도 있다. 또한 각국 수뇌들이 조선의 수뇌와 회담을 했다고 만사가 다 풀리는 것도 아니다. 2002년의 평양에서의 조일정상회담이나 얼마전 하노이에서 열린 조미정상회담처럼 회담을 계기로 오히려 관계가 악화되거나 회담 자체가 합의 없이 끝나는 등의 우여곡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조선을 제외하고 정세를 논하거나 전망하기가 곤난했졌다고 하는 엄연한 현실을 보드는 보여주지 않았던가.


새삼스럽게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조선(한)반도와 주변의 정세를 논할 때마다 대국들의 포위속에 있는 이 지역의 운명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척도로 문제를 보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어왔다. 그 근저에는 주변 열강들의 각축전에 농락되는 것이 조선(한)반도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하는 지정학적 숙명론이 정설처럼 굳어졌다는 사정이 있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로 인한 고정관념 때문에 사람들은 어느새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조선(한)반도, 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존재나 이 나라에서 발신되는 목소리에 무심히 대하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같은 고정관념이 이제는 정세를 보는 잣대가 될 수 없다.


가령 하노이에서의 2차 조미 정상회담이 합의없이 끝난데 대해서 조선측의 주장과 견해를 무시한채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또한 중단된 회담의 재개 전망도 조선이 어떤 의사표시를 하는가를 보지 않으면 내다볼 수 없다.


모처럼 좋게 나갔다가 주춤거리는 남북관계도 그렇고 아베 총리가 회담을 하고싶어서 안달인 조일관계 역시 사정은 마찬가이이다.


상황은 확실히 변하고 있다.


일본의 TV방송이 각국(지역) 수뇌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몇번 만나서 회담했는가를 놓고 금후 정세를 내다보게 된 사실이야 말로 정세가 조선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게 되었다고 하는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보드를 보고 필자가 생각했던 바이다.


지난날 조선에서 말하는 “지정학적 숙명론의 종식”이나 “조선이 주변 나라들을 좌지우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타고 앉았다”고 하는 말들을 무심히 들은 사람들도 이제는 이 말을 다시 진지하게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K)


20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