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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김정은 체제의 새 출발’이라며 주목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2019.4.11∼12)에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은 사회주의강국 건설을 위한 과제와 관련해서 맨 처음으로 ‘자주’를 강조했다.




…앞으로도 동풍이 불어오든 서풍이 불어오든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끝만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을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해결해 나가면서 우리 식, 우리 힘으로 사회주의강국 건설을 다그쳐나갈 것이다…




시정연설은 조선이 지리적으로 대국들 사이에 위치하고 국토가 분열되어 있으며, 자기들을 억제하고 약화시키며 압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책동이 가증되는 속에서 사회주의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한 지역적, 세계적 범위에서 패권쟁탈을 위한 열강들의 모순과 대결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다음 이를 “우리 혁명의 특수한 환경과 오늘의 복잡한 세계정세”라며 위와 같이 강조했다.




이 내용을 보고 한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올해 정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여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구절이다.




이 ‘새로운 길’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지금까지 참으로 의견이 분분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중단된 핵시험이나 미사일발사의 재개를 의미한다고 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하노이에서의 조미 정상회담이 합의없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 이렇다할 입장표시가 없다고 하면서 그 자체를 ‘빈말’ 혹은 ‘허풍치기’라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들은 모두 빗나갔다.




시정연설은 조선의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현실앞에서 저들에 본토안전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이 회담장에 나와서 한편으로 관계개선과 평화의 보따리를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제재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리면서 어떻게 하나 우리가 가는 길을 돌려세우고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 야망”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두차례에 걸친 조미정상회담이 왜 진행되었는가 하는 동기와 함께 미국 혹은 미국 주도하의 대조선제재의 본질에 대해서 명쾌하게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폼페이어 국무장관이 지난 2월 13일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왈샤와)에서  북조선이 미국에 도달하는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자기들이 당장 대처해야 할 위협이며 그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선택했다고 말한 것처럼 미국 스스로가 인정했었다.




시정연설은 또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조미관계가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정연설은 적대세력의 항시적인 제재속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하는데 만성화되어서는 안되며 혁명의 전진속도를 조금도 늦출 수 없다며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보면 조선의 ‘새로운 결심’이란 핵시험, 미사일발사시험의 재개도 아니며 하물며 빈말도 아니다. 바로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고 전략국가의 지위에 오른 조선은 더 이상 핵시험이나 미사일발사시험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경제건설에 전력을 기울여 나갈데 대한 전략노선을 계속 틀어쥐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자립, 자력 즉 자력갱생이 부각된다. 최고인민회회의에 앞서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이 거듭 강조된 것은 바로 이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기회에 조선에서 말하는 자력갱생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력갱생은 결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라 조선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견지해온 입장인데 김일성 시대에 자력갱생, 이것은 자기 나라 혁명은 기본적으로 자기의 주체적 역량에 의거하여 완수하는 철저한 혁명적 입장이며 자기 나라 건설은 자기 인민의 노동과 자기 나라의 부원으로 진행하려는 자주적 입장(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4기 제1차회의에서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정강 1967.12.16)이라고 정식화되었다.




김일성 주석은 또한 1973년 9월 19일 일본 언론인을 만난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력갱생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다 자기것만 가지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것이 아니라, 남이 이미 발명했고 발전시킨 기술은 우리가 새로이 연구하는 것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다, 남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자력갱생에 속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0년대에 자력갱생의 원칙은 과학기술이 안받침되어야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과의 담화 1985.8.3)고 자력갱생의 정의를 보다 심화시켰다.




자력갱생은 오늘 김정은 시대에 와서 우리의 힘, 우리의 자원, 우리의 기술로 온 세계에 앞서나가는 민족자존의 정신이며 최첨단돌파의 정신(조선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에서 한 연설 2014.2.25)이라고 보다 심화되었다.




조선에서는 이처럼 자력갱생이 연대를 이어 심화되면서 확고히 견지되어 왔다. 그리하여 20세기 후반기에는 제국주의, 반동들의 고립, 압살 책동과 자연재해로 인한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었으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정설처럼 굳어져 온 조선(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숙명론의 종식을 선포한데 이어 이미 본 것처럼 미국과의 핵대결에서 승리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시정연설이 왜 “적대세럭들의 제재해제문제 따위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표명할 수 있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을 것이다.(K)



2019.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