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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형제들의 따듯한 마음과 거대한 예술- 오 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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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ohkilnam 작성일00-12-30 00:00 조회2,4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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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방북 소감

"북녘 동포들의 따듯한 마음을 건네 받고 "


지난 달, 우리는 북녘 동포들에게 방북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최고의 명절을 맞이하는 커다란 기쁨을 헤어진 겨레와 함께 나누려는 북녘 형제들의 따듯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 여야 각 정당과 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을 두루 포함하여 여러 명망인사들이 그 정성스런 마음을 나누어 받았습니다. 남쪽의 반응은 매우 다양했는데, 그 가운데에서 특별히 두드러진 두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겨레의 통일 약속,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화해와 단합의 새 역사가 크게 열리는 이 마당에, 북녘 동포들의 초청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며 따라서 흔쾌히 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남측을 분열시키려는 통일전선 전략이니 절대로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방북을 반대하는 견해가 일부에서 격렬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우리가 초청 받은 커다란 잔치가 다름 아닌 조선노동당 창건 55돌 기념행사이고 보니, 반대하는 이들이 휘두르는 공격의 창끝은 더욱 예리하게 번뜩였으며 그들이 내두르는 칼질 또한 한층 날카로웠던 것입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들 나름으로 몹시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관측되었습니다. 정당 가운데에서는, 기왕에 남북 정당간의 교류를 제안한 바 있는 민주노동당 만이 찬성 의사를 밝혔으며 나머지 정당들은 적극 반대하거나 유보적 태도를 보이며 방북 길을 꺼려,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여러 단체가운데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을 비롯하여 범민련 남측본부,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가협, 전농, 민주노동당, 한총련 등 8개 조직들이 10월 5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북녘 길에 나설 것을 공식 선언합니다. 이 같은 노력에 호응하여 전국연합 소속인 유가협과 민주노총 소속인 전교조가 적극적으로 방북을 희망하였으며, 여성단체연합과 종교계 등이 차례로 합류합니다. 우여곡절이 거듭되는 동안, 그러나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견해는 처음에서 끝까지 분명했습니다. [북녘동포들은 10월 10일을 당신들 최고의 명절이라 했고, 알아보니 그것은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적대와 반목, 원한과 증오의 망국병을 말끔히 청산하고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민족대단결을 바탕으로 마침내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룩할 승리의 시점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번영과 행복과 영광이 자손 만대에 이르는 길, 자랑스런 새 역사의 길, 그 입구에 서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의 위대성이 바로 거기에 있으며, 참 뜻 역시 바로 거기에 있다. 헌데, 명절잔치에 함께 하자는 초대장을 받아놓고, "나는 당신들 잔치를 반대한다. 따라서 나는 당신들 초청에 응할 수 없다!" "나는 처지가 곤란해서 못 간다!" "나는 눈치 보느라 못 간다!" 야당 여당 정부 모두 이런 모습이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을 드높이 우러르며 화해와 협력, 자주와 통일의 날을 애타게 부르는 온 겨레에게 그것은 커다란 실망이요, 시퍼런 아픔이다. 이대로 두면, 초청장을 건넨 북녘 형제들의 손이 무색해지며, 그들의 마음 역시 매우 무거워질 것이었다. 그러므로, 민족민주단체와 인사들이 정부와 제도권 정당이 비켜 선 그 자리에 확고히 나서는 것은 절박하고 절실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남녘 당국을 크게 돕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를 차단한다면, 그 옹졸한 처사는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며, 나아가 앞으로의 남북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초청 받은 방북 길에 스스로 나서지 못하겠거든 우리를 조용히 도와야 한다. 돕지도 못하겠거든 막지는 말아야 한다. 막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언론에도 이 점을 누누이 강조했고, 통일부 장관을 만나는 동안에도 진솔하게 설명하였습니다. 한결 같은 마음들이 모이고 다시 모여 결국 길은 열리고 있었습니다.



꿈결 같은 길을 건너



우리 민간 방북단이 마침내 출발을 앞두게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방북 대표단에 속하여 서울로 올라오던 동지들, 출발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을 향하던 수많은 동지들이 "이게 꿈이 아닌가?" 기뻐하며 자기 살을 비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0월 9일, 42명의 민간 방북단은 북에서 보낸 고려민항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분단의 장벽을 건너 평양으로 날았습니다. 기가 막히는 세월, 겨레가 둘로 갈라져 헤어져 살아야 했던 피와 눈물의 세월, 그 철통같이 견고하고 힘겨운 세월의 무게를 생각하면 민간의 대표들이 김포공항에서 고려민항기를 타는 일은 꿈, 아니 꿈속의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꿈길을 우리는 마침내 현실에서 날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나는 머리 속에 붙들고 있는 하나의 생각에 몰두하느라 가슴 두근거림도 설렘도, 그 어떤 감회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어느 때, 문득 눈을 들었는데 시선 가득 북녘의 산하가 푸르게, 그리고 우람하게 달려드는 것이었습니다. 창 밖으로 펼쳐진 활주로가 끝도 없이 뒤로 미끄러져 가는 동안, 그 옆으로 뻗은 갓길에는 스치듯 북녘 동포들이 걷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 하는 소리가 내 마음 속 깊은 곳을 뚫고 솟구쳐 올랐습니다. 드디어 순안 비행장 청사가 한 눈에 가득 밀려드는 것이었습니다. 느닷없는 눈물이 나도 모르게 왈칵 쏟아지려 했습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해 주는 그 쪽 일꾼들은 직책의 높고 낮은 차이가 없이 누구나 우리 모두를 따듯하고 정중하게, 그리고 지극 정성으로 맞이하였습니다. 북녘에 머무는 동안 묵게될 우리 숙소는 평양시 강동군에 자리한 봉화초대소인데, 외국의 부총리급 이상 되는 귀빈을 접대하는 곳이었습니다. 방북단이 참관하게될 공식행사는 크게 셋이었습니다. 당 창건 기념일, 그리고 다음날 이어진 당 창건 기념 횃불행진, 끝으로 그 다음 날 마련된 집단체조가 바로 그것입니다. 노동당 창건 55돌 기념행사는 인민군의 사열과 분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 창건 기념에 웬 군대인가?"하는 물음은 조선노동당과 조선인민군의 특수한 관계를 알면 금새 답을 얻게 된다는 것이 북녘 형제들의 설명입니다.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군사퍼레이드에 일체의 중무기를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군사 행진을 하면서 중무기를 제외한 것은 사실 너무나 예상 밖의 일입니다. 6.15공동선언이 다시 한 번 더 실감있게 떠올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부 대열만이 소화기를 지녔고 대부분은 맨손차림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삼엄함이란 가히 산이라도 베어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내 눈에 가장 인상깊게 드리워진 것은 군대도, 노동자 대오도, 청년 대오도, 학생 대오도 아닌 일반군중이었습니다. 100만이라는, 군중의 그 드넓은 규모와, 몸놀림의 그 뜨거운 기세와, 조직력의 그 드높은 정교함이 내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아무려면 백만이나 되겠느냐고, 과장이 좀 지나친 게 아니냐고 말하려다가 김대중 대통령 방북 때 환영 나온 평양시민의 엄청남 규모를 상기하고 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 없이 많은 교과서와 언론 매체들을 통해 북녘 동포들을 그려낸 그림과 사진을 보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역시 직접 보는 것과 천양지차(天壤之差)였습니다.


북녘 형제들의 거대한 예술을 보며



그런데 문제는, 보이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보는 시각입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제 동원된 것이라거나 일부 광신적 맹종주의자들의 푸닥거리라고 인식되게끔 철저히 교육하고 또 교육받아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과 수령과 대중의 유기적 일치사상으로 철저히 무장된 북녘 사회에서, 그 분네들의 영도자는 대상화된 존재가 아니라 민중 자신들의 마음과 마음의 총화이자 사회적 단결의 구심점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습니다. 전자가 맞는지 후자가 맞는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설명이 맞는지, 내 능력으로 지금 단언할 수는 없으나, 진실은 오직 하나일 것입니다. 기념대회 다음 날 저녁에 펼쳐진 횃불행진은 그냥, "굉장했다", 라고 말해야 합니다. 아니 한가지 더 말해야 합니다. 시작하기 전, 어둠이 깔려오는 김일성 광장 좌우로 사람들이 집결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제 볼 일들을 보느라고 어지러이 흩어져 왕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작을 예고하는 듯한 외마디 방송이 나가자 삽시간에 대열이 이루어졌습니다. 마치, 거대한 마음의 빗자루로 스스로 광장을 쓸 듯, 사람들은 일제히 제 자리로 달려가 정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지금껏 한 치도 지워지지 않고 마음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그 다음 날 이어진 집단체조는, 아무래도 그 표현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집단예술"이라 해야 걸맞습니다. 며칠전 미 국무장관이 방북 했을 때 우리네 텔레비젼 화면에 몇 장면 스치듯 지나는 것을 보았는데, 고난의 행군을 형상화하는 대목에서 5.1 경기장 바닥까지 덮쳐 오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전진하는 장면이나,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이기며 그 모진 시련의 끝에서 마침내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모습을 표현한 광경은 가히 예술의 절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장관보다도, 선군정치나 강성대국을 형상화하는 장면보다도, 아니 그 모든 장면들 모두와 견주어서도 단연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이 있으니 다음 두 가지입니다. 그 하나는 "우리에게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말라."는 북녘 형제들의 외침입니다. 북은 지금 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남 북, 미 일이 모두 엄청나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고 합니다. 더욱 세련되게 더욱 도량 있게 더욱 안정감 있게 변하면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겠다는 그 무엇이 있음을 그들은 온 세상에 확고히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정녕 무엇일까? 생각은 한없이 달렸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를 건드리는 자, 이 행성 우에 살아남을 자리가 없다."는 또렷한 글씨입니다. 그냥 엄포가 아니라, 그런 결의와 태세가 준비되었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독침을 쏘고 나면 내 몸 역시 치명적 상처를 당하지만, 죽을 수도 있지만, 내 둥지를 건드리는 적을 결코 용납하지 않아, 한사코 달려들어 기어이 독침을 쏘고야 마는 야생벌의 준엄한 생태가 생각났습니다. 민족의 생명과 존엄을 해칠 때는, 그가 어떤 상대이든 송두리째 파멸시켜버릴 거대한 독침을 정확히 겨누고 있는 2.500만 강철 벌떼가 시야 가득히 떠오름을 느꼈습니다. 이 전율 같은 느낌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깊이 눌러 박힌 적대감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한 핏줄이라는 자긍심에서 오는 것일까?


동지들의 장엄한 실천 행렬을 바라보며



이번 방북 길 내내, 모든 일정에서 북측이 보여준 태도는 정말 예상 밖으로 이례적이었습니다. 방북단의 귀환한 후,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신변안전 문제는 물론이고, 이후의 화해와 교류 협력을 위한 후속사업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심하게 마음 쓰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 남녘 방북단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풀어준 북녘 형제들에게 정말로 고마운 마음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방북 길 앞과 뒤에서 지지와 성원을 주신 동지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방북 길에서 보고들은, 그리고 느낀 여러 가지 사연들은 다음 기회에 계속하여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은 남북정상, 최고위급회담이 예고된 그 처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또 앞으로도 일관된 입장과 관점, 그리고 흔들림 없는 결의를 다져왔으며 다져나갈 것입니다. 결의는 실천할 때만, 참다운 가치를 지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실천의 한 길을 성큼 나아가고 있습니다. 동지들 모두의 장엄한 실천 행렬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가슴 벅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000. 11 . 1.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의장 오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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