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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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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3-03-29 19:28 조회7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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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강민혁부총리의 방을 나선 리성민은 곧바로 봉화산려관으로 향했다. 리철이 평양에 올 때마다 고정처럼 들군 하는 려관이였다.

리철은 벌써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평양에 올 때마다 밀린 잠을 봉창하는 그였다. 성강에 있을 때면 이맘때가 초저녁일것이다.

코까지 드렁드렁 골며 셈평좋게 잠들어있는 리철을 보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들었다. 저라고 귀가 없어 성강에서 돌아가는 뛰뛰한 소리를 못 들었겠는가. 성에서 진행하는 정기회의도 회의이지만 리철의 문제가 더 급하여 서둘러 평양에 올라온 리성민이였다.

청도회사 화물차를 파손시킨 문제는 점점 더 크게 불거져갔다.

리성민이 사유를 알아보니 리철에게만 책임을 몰아붙일 일이 아니였다.

청도회사에서 가져가려던 강재는 정련로건설에 쓰자고 남겨놓았던 규격강재였다. 청도회사에서도 무슨 흉내를 내보자는 속심같았다. 익은 음식 볼줄은 알아서 일반강재배정을 가지고 규격강재만 골라가니 실정이 빤한 초소에서 곱살하게 놔줄리 만무했다.

차들은 련속 밀리는데 운전칸에 딱 벋치고앉아 말끝마다 상급단위를 암시하며 드틸념을 안하니 리철로서도 성이 독같이 날만 했을것이다.

자동차가 크게 파손된것도 따깨비모자가 말한대로 불도젤삽날에 찍힌것이 아니라 한옆으로 밀어붙인데 불과했는데 자작만든 적재함을 얹은 조립식차다나니 절로 분리되면서 엎어진것이였다.

따깨비모자가 손찌검을 당했다는것도 생억지였다. 불도젤운전수가 후끈 단김에 멱살을 거머쥐여 차에서 끌어내린것은 사실이지만 턱에 진 멍은 불달린 염소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가 적재함모서리에 턱을 찧고 절로 넘어지면서 생긴것이였다.

사정은 아무렇든간에 자동차가 크게 파손된것이 문제였다. 작지 않은 기업소의 기사장이라는 사람의 눈앞에서 이런 험한 란동이 벌어졌으니 책임이 리철에게 몰릴수밖에 없었다.

대방에게 언질을 주어도 단단히 준셈이였다. 법은 직권을 가리지 않는다는 청도회사 사장녀인의 말이 편안치 않게 들려왔다.

이 문제에 관여했던 리성민도 처음에는 벌어진 일을 두고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회사측에서 점점 더 안하무인격으로 나오자 생각이 달라졌다. 불집은 회사측에서 일으키고 오히려 제편에서 불이야 하는 격이였다.

그런데 리해되지 않는것은 성강쪽에서 함구무언인것이다. 성강에서 벌어지고있는 크고작은 모든 일을 손금처럼 꿰들고있는 책임비서 전진광도 이 문제만은 아닌보살하고있었다.

청도회사 사장의 전화를 받고는(그때 리성민도 책임비서방에 있었다.) 《기고만장했군.》하고 한마디 던지더니 껄껄 웃기만 했다. 염량이 큰 웃음이였다. 그 담을 닮아서인지 상급기관의 호출을 받고 온 리철도 여간만 배심이 든든한것 같지 않았다.

《잠이 오오?》

리성민은 침대머리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못 잘것도 없지요. 남아돌아가는게 시간입니다.》

《배심이 좋군.》

《그럼 울랍니까?》

《하긴 한숨 쉬는것 보다는 낫지.》

《그때 아예 불도젤로 깔아뭉개지 못한게 분하우다.》

그때의 성이 채 가라앉지 않았는지 리철은 잔뜩 낯을 찌프렸디.

이럴 때엔 덩지큰 련합기업소의 기사장이라기보다 꼭 어린애같았다.

《아무튼 일이 시끄럽게 번져지지 말아야겠는데.》

리성민은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마침 잘 왔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기다렸댔는데…》

자리에서 일어선 리철은 원탁우에 놓았던 가방에서 부피두툼한 종이뭉테기를 꺼내들었다.

《선경이가 대학에 제출했던 연구론문입니다.》

《선경이가?》

《예, 주체철생산공정을 꾸리는데 절실히 필요한 문제를 골라잡았다고 봅니다.》

리성민은 얼핏 론문제목부터 훑어보았다.

《슬라크성질이 내화물의 침식에 미치는 영향과 개선대책》이라는 제목이였다.

《허허허.》

리성민은 껄껄 소리내여 웃기부터 했다. 범이 제 소리하면 온다더니 간저녁에 강민혁부총리를 만나 선경이소리를 했는데 또 선경이소리가 튀여나온다.

강선경을 처음 만났던 비내리던 날 밤이 생각났다.

긴장한 내화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단천마그네샤공장에 갔던 리성민과 리철이 성강으로 돌아오던 날 밤이였다. 그들은 밤늦게야 김책땅에 들어섰다.

단천에서부터 줄금대던 비는 김책에 들어서면서 대줄기같은 소낙비로 변했다.

차가 성강의 관문처럼 솟아있는 쌍포고개를 넘을 때였다.

고개마루에 올라서려던 차가 갑자기 급정거하였다. 고개마루쪽에서 손달구지 하나가 지쳐내려왔던것이다.

《앗!》

손달구지채를 부여잡은 녀인의 외마디비명이 비속을 누볐다.

거의 동시에 차문이 열리면서 리철과 운전사가 달려나와 손달구지를 멈춰세웠다.

《이건 뭐야, 죽자고 그래?!》

운전사의 감때사나운 목소리가 밤공기를 얼구었다.

《미안해요. 제가 미처…》

한절반 얼혼이 나간 녀인은 와들와들 떨기만 했다. 비물에 흠빡 젖은 녀인은 나이를 대중할수 없었다.

파랗게 얼어든 입술이며 창백한 얼굴만이 전조등빛에 얼른거렸다.

《가만, 이게 선경동무가 아닌가?》

《아이, 기사장동지.》

선경은 창황중에도 비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반가와 어쩔줄 몰라했다.

《그런데 어데 갔다오는 길이요?》

리철은 손달구지에 실은 비에 젖어 번들거리는 마그벽돌무지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성진내화물공장에 갔댔습니다.》

성진내화물공장에서 성강까지는 10리길이다. 력사가 오랜 성진내화물공장에는 오랜 세월 축적된 파손된 내화물이 산처럼 쌓여있는데 거기서 선별해오는것 같았다.

《기업소에서 차라도 조직해달랠노릇이지 이게 뭐요?》

리철은 손달구지채를 끌어당기며 운전사에게 승용차꽁무니를 대게 했다.

《얼마되지 않는걸요. 이젠 다 왔습니다.》

선경은 손달구지채를 꼭 움켜쥔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

《빨리!》

리철은 운전사를 재촉하여 승용차뒤문을 열어제끼게 했다. 차에는 마그벽들을 실을만 한 자리가 없었다. 아차! 하고 돌아보니 선경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달가닥대며 굴러가는 손달구지소리가 어둠속으로 멀어져갔다.

《고집두!…》

두손만 썩썩 맞비비던 리철은 어쩔수없는지 차에 올랐다.

《잘하는군, 손달구지까지 동원하고.》

리성민은 어이가 없어 차에서 내리지부터 않았다.

덩지큰 성강이 삼화철생산공정을 꾸리는 거창한 일에 손달구지까지 동원한다는게 격에 맞지 않았다.

남이 봐도 웃을 일이였다.

《쉽지 않은 동뭅니다. 얼마나 이악한지…》

리철이 동문서답을 했다.

《동무네 성강엔 사람이 없소?》

리성민의 입에서는 심기불편한 소리가 튀여나왔다.

처녀가 한밤중에 마그벽들을 나르게 하고도 무슨 할말이 있단 말인가. 그제야 리성민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리철이 사유를 설명했다.

《연구사가 아니면 마그벽돌의 질을 가늠해냅니까?》

《연구사라니?》

이번에는 리성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모릅니까? 강선경, 김책공업종합대학 연구사, 강민혁부총리의 딸…》

《강부총리의 딸?》

《예, 몇해전부터 5월17일공장에 연구사로 와있지요.》

생각났다.

5월17일공장에 나갈 때마다 종합지령실 한옆에 있는 콤퓨터에 마주앉아있던 연구사처녀를 본 기억이 났다. 늘 봐야 말이 없는데다 눈에 뜨이지도 않는 수수한 작업복을 입고 콤퓨터에만 열중하다보니 크게 눈에 새겨넣지 않았다.

전국의 수많은 이름있는 야금전문가들이 오가는 5월17일공장에서 선경이같이 이름없는 연구사쯤은 눈에 들리 만무했다. 그랬던 그가 강민혁부총리의 딸이라니?!

리성민은 말없이 머리만 끄덕였다.

강민혁부총리와 오래동안 사업상 련계를 가지면서도 그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것이 없는 리성민이였다.

늘 바삐 지내는 부총리와 그런 말을 나눌 사이도 없었다. 그의 부인이 사망한 소식도 얼마전에야 인편에 전해들었다. 늦은 조상을 갈수도 없어 바재이댔는데 부인을 잃고 고독해하는 부총리가 하나밖에 없는 딸과도 헤여져있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안되겠소, 싹 걷어치워야지. 이런 식으로 내화물문제를 풀것 같소?》

여유를 두면 이야기가 길어질것 같아 리성민은 단마디로 잡아뗐다.

실은 그도 다 생각이 있어 하는 말이였다.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가요?》

《손달구지로?》

《개미가 커서 동뚝을 허뭅니까?》

《두말할것 없소. 그 동문 이 일에서 손을 떼게 하고 돌려보내오.》

《어데로요? 그건 우리 권한밖입니다. 그 동문 김책공업종합대학 연구삽니다.》

리철은 김책공업종합대학이라는 말에 력점을 찍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은 나라의 공업발전에 크게 기여하고있는 관록있는 대학이라는것을 리성민도 모르지 않는다.

성강에서 추진하고있는 주체철생산체계도입에도 10여년째 바쳐오는 그들의 땀과 지혜가 깃들어있다. 하지만…

리성민은 마음을 다잡았다.

무른 인정이 때로는 화를 불러올수도 있다.

《동무네가 못하겠다면 내가 하지.》

《그게 말처럼 될가요?》

리철은 두툼한 입술을 내밀고 느물느물 웃기만 했다. 그때는 그럴만하게 여겼는데 그 웃음이 끝내 오늘과 같은 론문을 만들어냈다.

리성민이 몇차례나 강선경을 본대학에 돌려보낼데 대한 조치를 취했으나 리철이 싸고돌며 말을 듣지 않았던것이다.

리철로서도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는 선경의 남다른 꿈을 알고있었다. 하나의 전일적인 체계로 꾸려진 주체철생산공정을 모두 현대화하여 야금공업전반을 어렵고 힘든 일에서 해방시키겠다는것이 그의 꿈이고 희망이였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처녀시절을 바쳐가는 선경이였다.

남다른 집안환경은 그로 하여금 다른 길을 택하게 할수도 있을것이다. 화려하고 유족한 생활이 담보된 그런 길이 우리 주위에 없단 말인가.

하지만 선경은 그 모든 길을 마다하고 남들이 걸어보지 못한 초행길을 택했다. 그것도 어려운 야금계에 발을 들여놓고 말이다. 우연히 택한 길이 아니였다.

그는 얼마전 선경에게 날아온 한통의 편지를 본적이 있었다.

공업시험소에 다니면서 선경이와 련계가 깊은 안해가 보여준 편지였다. 아마도 가까운 녀성들사이에는 비밀이 없는것 같았다.

편지는 군대에서 복무하는 선경의 애인에게서 온것이였다.

권혁은 먼저 간단한 안부를 물은 다음 이렇게 썼다.

…오늘 우리 근위병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다시 뵙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녕원발전소에서 약속하신대로 희천에 오시였다. 그런데 나에게 천만뜻밖의 희한한 일이 생겼다.

그이께서 나를 따로 부르신것이다. 나는 무슨 정신에 그이앞에 달려갔는지 알수 없다. 환희, 격정, 감격… 누구나 바라면서도 감히 이룰수 없는 영광의 절정에 유독 나만이 서있는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나는 동무의 아버지를 잘 알고있다. 동무의 아버지는 나라가 시련을 겪고있던 어려운 나날 녕원발전소의 완공을 위해 자신을 바친 훌륭한 장령이였다. 그래서 더욱 잊지 못한다.

그때 나는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아버지의 희생을 생각지 않고 살아있는것처럼 말한 일을 두고 사죄의 말씀을 드리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아니다, 훌륭한 아버지를 늘 가슴에 안고산다는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 아버지들은 죽어서도 영생하는 법이다, 선대의 넋은 후대에 의하여 빛난다, 래일이 없는 오늘의 삶이 무의미하듯 미래가 없는 인간의 삶은 단명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동무를 만나는것이다, 동무를 만나니 아버지를 다시 보는것 같다고 하시며 나에게 애인이 있는가고 물어주시였다. 친어버이의 다정한 음성이시였다. 나는 금시 눈물이 쏟아지는것을 참으며 동무에 대해서, 동무의 집에 대해서 말씀드리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강부총리의 집에 들어간단 말이지. 무슨 덕을 바라는가?》라고 하시며 엄하신 눈길로 나를 바라보시였다.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간판만 요란했지 보통집만 못합니다. 나는 친아버지앞에서처럼 구김살없이 대답올렸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밝게 웃으시며 강부총리라면 그럴수있지, 그럴수있어라고 뇌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지금 허리띠를 조이고 혁명과 건설을 다그치고있다.

앞장에 인민군대가 서있다. 영웅적인민군대가 있어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나 다 창조해내고있다. 이 재부야말로 우리 인민이 후손만대를 두고 누려야 할 부귀영화의 귀중한 밑천이다. 락을 누리는것만이 부귀영화가 아니다. 더 좋은 래일을 위하여 바치는 삶도 부귀영화이다.

개인의 부귀영화는 재부와 함께 끝나지만 인민이 창조하는 부귀영화는 영원하다. 인민의 부귀영화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야말로 부귀영화의 참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수 있다.

나는 넋을 잃고 그이의 존안만 우러러보았다. 진정한 애국자, 위대한 인민의 어버이심장에서만 이런 가슴치는 말씀이 불덩이처럼 우러나올수 있다. 나는 언제인가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적이 있다.

…인간의 리상과 행복의 대명사임에도 불구하고 부귀영화란 말은 자기의 진정한 주인과 의미를 잃어버린채 오랜 기간 몇몇 부자들이나 통치배들의 독점물로 되여왔다. 자본주의부귀영화는 개인의것이지만 사회주의부귀영화는 온 나라 대가정이 함께 누리는 참다운 인민의 부귀영화이다.…

안락과 향유만이 결코 부귀영화가 아니다. 재물이 많은 사람이 부자인것이 아니라 남에게 재부를 안겨주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자기의 피땀으로 조국이 강해지고 인민이 부유해지며 후손들이 잘살게 된다면 그로 하여 느끼게 되는 행복감은 실로 억만금에도 비길수 없는 가장 아름답고 귀중한것이다.

바로 이러한 소중한 행복관을 지녔기에 우리 병사들은 찬눈비에 언밥을 말아먹으면서도 밝게 웃는것이다. 번영하는 조국의 래일을 위해 피와 땀, 지어는 목숨까지 서슴없이 바치면서도 그것을 인생의 한시절밖에 차례지지 않는 청춘시절의 자랑으로, 영광으로 소리높이 구가하는것이다. 나는 이러한 감정을 어려움도 잊고 그이앞에 두서없이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그래그래, 군대만이 할수 있는 말이야. 나라를 위해 피땀을 바쳐보지 못한 사람은 그런 말을 못해. 사람은 자기가 바친것만큼 사랑하거던.》라고 하시며 수행한 일군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떻소? 강부총리의 사위감으로는 이만하면 합격 아니요?》

일군들은 소리내여 웃었지만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져내려 끝내 그이품에 얼굴을 묻고말았다. 그 순간 나에게는 이 사위감에게 뭔가 하나라도 더 해주지 못해 애쓰다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소박한 모습이 떠올랐다. 언제봐야 검박하게 생활하며 일밖에 모르는 선경동무의 모습도 그려보았다.

스스로 택한 고생은 고생이 아니다. 평범하고 소박한 생활속에서 참다운 행복을 찾는 그 마음들이야말로 얼마나 높이 사야 할 인생관인가.

그 마음들을 한품에 안아 소중히 꽃피워주시고 내세워주시는분은 우리의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이시다.

온 나라 대가정의 어버이가 되시여 가는 바람, 오는 바람 다 막아주시는 그이이시야말로 만민이 우러르는 참다운 인생관의 정화이시다.

위대한 그 품속에서 우리 인민이 누리는 부귀영화는 이 땅, 이 하늘아래 우리의 땀과 지혜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나 다 창조해나가는 만능의 복, 천만가지 락을 다 꽃피우는 사회주의복이고 창창한 미래를 열어나가는 천하제일복이다.

우리가 언제인가 대동강유보도길을 걸을 때 《발걸음》노래를 부르면서도 약속했지만 수령복, 장군복, 선군조선의 찬란한 래일을 부르는 힘찬 발걸음소리는 우리가 누리는 최고의 부귀영화임을 잊지 말자…

리철은 편지에 깃든 뜨거운 사연을 잊을수 없었다. 하지만 부상앞에는 터놓을수 없었다. 청춘남녀들의 비밀은 어디까지나 지켜주어야 한다.…

리철과 헤여져 밤길에 오른 리성민의 머리속에는 콕스탄재고량을 묻던 강민혁의 목소리가 또다시 재촉하듯 울려왔다.

시간은 석달밖에 없었다. 석달이면 콕스탄이 바닥난다. 그러면 김철은 생산을 중지할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눈길은 성강에 쏠려있다.

주체철을 생산에 전면도입하는 길만이 야금공업의 숨결을 이어놓을수 있다. 리성민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마지않았다. 하지만 실태는 어떠한가. 성강을 떠나오기 이틀전에 일어났던 쇠물폭발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척척하게 젖어온다. 폭발은 산소용융로에서 슬라크를 배출하는 수채통에서 일어났다. 휘뿌려진 쇠물, 우그러진 철판들… 아직은 약과다. 이제 더 큰 폭발이 일어날지 뉘 알랴. 내화물문제도 아직 묘연하다. 한주일이 멀다하게 녹아난 내화벽돌을 뜯어내느라 역사질이다.

성강사람들은 이 모든 난관을 응당 겪어야 할 과정처럼 웃으며 넘기지만 리성민으로서는 수수방관할수 없었다. 콕스탄재고량을 물으면서 컴컴하게 질려들던 부총리의 눈빛을 잊을수 없었다. 이제는 어차피 결심을 내려야 한다. 이제라도 콕스탄수입이라는 새 출구가 열릴수 있다. 부총리의 눈빛은 바로 이 대답을 재촉하고있다. 그러지 않아도 얼마전 심양주재 무역일군들의 말에 의하면 중국측에서 후불을 고려해볼 용의가 있다는 암시를 해왔다고 한다.

모든 일에는 선후차가 있는 법이다. 결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내 앞서 달리다 꺼꾸러지면 비난이나 받지만 뒤걸음치다 떨어지면 천길낭떠러지다. 이것은 책임적인 일군일수록 넘지 말아야 할 금단의 계선이다.

제 생각에 잠겨 걷고있던 리성민은 거리표식판을 보고야 걸음을 멈추었다. 집을 지나쳤던것이다. 그는 큰거리 한복판에서 저도 모르게 《허허.》하고 웃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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