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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노동운동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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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족통신 작성일12-04-19 17:02 조회3,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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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눌 이슬람
지난 4월 5일에 방글라데시 경찰이 살해된 시체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변두리에서 찾았다. 시체에는 심각한 고문의 흔적이 보였다. 경찰은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서 사진만 찍고 땅에 묻었다. 이틀 후인 토요일에 고인의 유가족은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고 신원을 확인했다. 살인 피해자는 노동자 지원단체인 방글라데시노동자연대센터(BCWS) 활동가 아미눌 이슬람(Aminul Islam)이었다.


탄압 아래의 삶


이슬람은 재작년부터 정부, 경찰과 자본의 탄압 아래 놓여 있었다. 2010년 6월에 노동부의 요청에 따라 출석하였을 때 함께 온 노동자 3명과 방글라데시 국정원에 의해 납치되고 고문을 당한 적이 있다. 같은 해 8월에는 BCWS 대표자인 칼포나 악터(Kalpona Akhter)와 바불 악터(Babul Akhter)와 함께 폭력시위 선동 등 무고로 기소되고 구금되었다. 이후에 이슬람은 지속적인 사찰과 감시를 받았다. 피살되기 전 날에는 BCSW 사무실 앞에서 감시하는 경찰차를 목격해서 사무실을 일찍 닫기도 했다. 이슬람에 대한 살해는 BCWS에 대한 지속되는 탄압의 일환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노동자연대센터(BCWS) 소개


이슬람이 속한 BCWS는 부정부패로 유명한 방글라데시 노동운동에서 제일 커다란 존중을 받고 있는 노동운동 조직 가운데 하나다. 2001년 의류노동자 3명이 설립한 BCWS는 다카 본부를 포함해 5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31명의 상근 활동가가 있다. 주된 활동은 의류 노동자 대상 노동권 교육, 활동가 훈련 프로그램과 노동권 위반에 대한 시정을 지원하는 일이다. 전투적이거나 급진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NGO의 일상 활동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서는 매우 대담하고 위험한 일이다.


의류자본과의 싸움


BCWS의 지난 2년 간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의류자본에 도전하면서 더욱 위험해졌다. 2010년 초부터 BCWS는 방글라데시 거대 의류업체인 Envoy Group(매출액 1.2억 달러) 및 Nassa Group(매출액 2.1억 달러)과 맞붙게 되었다. 대부분의 방글라데시 의류업체와 마찬가지로 Envoy와 Nassa는 세계 유명 의류 브랜드를 위해 옷을 OEM(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고 납품한다. Envoy의 구매자는 월마트, JC Penny, Sears, Kohl"s 등 이다. Nassa는 주로 월마트를 위해 생산하는데 Tesco JC Penny, H&M 등의 브랜드들도 구매자이다.

Envoy와 Nassa 노동자는 13~14시간 강제 장시간 노동, 폭언과 폭력행위, 잔업수당 미지급, 필요한 응급 치료 미제공, 화재 안전장치 부재와 열악한 노동환경 등 매우 극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면 사측은 바로 형사고발 위협을 하였다.


Envoy와 Nassa 노동자는 사측의 보복에 대해 두려워했지만 침묵으로 착취를 당하는 것보다 정당한 노동권을 요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BCWS에 교육 진행과 노조 건설 지원을 요청했다. BCWS가 요청에 응하여 두 공장에서 여러 차례의 교육을 진행하였고 Envoy에 대한 노동조건 조사를 실시했다. Envoy 노동자는 BCSW가 주최한 3.8 세계 여성의 날 대회에 참여해 자신들의 경험을 말했다. 2010년 6월에 의류노동자 수만 명이 참여한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Envoy와 Nassa 노동자들도 참여해 동료들과 함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Nassa와 Envoy 자본은 이러한 노동자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Nassa 사측은 무고를 조작해 아미눌 이슬람과 바불 악터를 고발하였다. Nassa 관리자는 두 활동가가 공장에 진입하여 관리자를 폭행하고 90만 타카(방글라데시 화폐단위) 상당의 자산을 파괴하였으며 컴퓨터를 훔쳤다고 거짓말했다. 다음 달인 7월에 Envoy는 비슷한 거짓 혐의로 이슬람을 고발하기도 하였다.


두 회사는 또한 BCWS에 대한 악선전과 노동자에 대한 압박을 고수했다. Nassa는 모든 노동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공장 방송 시스템을 통해서 “먼저, BCWS의 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한 노동자는 국가의 적(enemies of the nation)이므로 해고될 것이다. 둘째, 이러한 노동자는 이 지역에서 살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BCWS는 뼈저린 교훈을 배울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비영리단체 자격 취소와 지속되는 탄압


방글라데시 정부당국은 BCWS를 탄압하는 데에 Nassa와 Envoy자본과 협력하였다. 6월에 이슬람에 대한 납치와 고문을 했고, 8월에는 활동가 3명에 대한 기소 및 구금뿐 아니라 BCWS 조직 자체가 활동을 못하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2010년 6월에 정부는 BCWS에 대해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려면 필수적인 비영리단체 자격을 취소했다. 어떤 판결도 없었음에도 방글라데시 비영리단체관리국(NGO Affairs Bureau)은 비영리자격 취하의 근거로 BCWS가 의류노동자의 폭동을 선동하는 등 “여러 잘못된 행위에 연루되어 있는 것을 확신하며 이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제시하였다. 또한 주로 언론을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시위를 BCWS와 같은 ‘외부세력’ 또는 ‘테러세력’에 의해 조작되었다고 계속해서 악선전을 했다.


Envoy과 Nassa의 고발은 근거부족으로 취하되었지만 BCWS 활동가들은 정부가 제기한 형사고발로 아직 재판을 받고 있으면 유죄선고를 받으면 사형까지 처하게 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2012년 4월 4일에 아미눌 이슬람이 살해를 당한 것이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반노동적 태도


비영리자격 취하, 고소고발, 연행, 구금, 고문, 살인까지... 탄압의 심각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사태는 방글라데시 정부기관의 부정부패와 반노동적 태도가 중요한 원인이다. 국정원이 노동운동 활동가를 협박하고 자의적으로 연행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스파이를 고용해 활동가와 일반 시민까지 감시한다.


소위 사회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준군사적 신속기동대(Rapid Action Battalion, RAB)도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RAB가 2004년에 만들어진 후에 ‘구금 살해(custody killing)’율이 급증했다. RAB는 ‘십자 포화 살해’(crossfire killing), 즉 연행자를 죽인 이후에 RAB와 범죄 집단 사이의 총격전에 휘말려 죽었다고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지금 RAB뿐 아니라 일반 경찰도 십자 포화 살해를 종종 사용한다.


또한 2010년에 만들어진 특수 노무경찰부대(industrial police)가 있다. 노무경찰은 의류공장 밀집지역을 감시하고 노동쟁의를 방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여러 정부기관 중에 정확히 어떤 기관이 이슬람 살인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모두 다 BCWS을 비롯한 많은 노동운동단체와 활동가를 탄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류산업의 구조적 착취


그러나 BCWS에 대한 탄압과 이슬람에 대한 살해는 단순히 정부기관의 야만성과 반노동적 태도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정부기관 뒤에 강력한 의류산업과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생산품을 수입하는 초국적 브랜드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류자본은 방글라데시의 낮은 노동비용으로 거대한 이윤을 보기 때문에 의류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에 큰 위협을 느낀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중국 다음의 세계 2번째 최대 의류수출산업이다. 작년 OEM 의류 수출액은 180억 달러에 달했으며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운수산업은 의류산업에 연관해서 연 7000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다. 의류공장이 밀집한 치타공 지역 항만의 전체 업무 중 80%는 의류수출에 관한 것이다.


약 340만 명의 노동자가 4천개 이상의 의류공장에 고용되어 있으며 대부분 수출가공지역(EPZ)에서 일한다. EPZ에서 노동자의 노동3권이 엄격히 제한되는 반면에 투자한 지본은 세금 혜택, 자본재 수입에 대한 면세, 외국인 소득세 면제,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 수출에 대한 면세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방글라데시 경제의 핵심 축인 의류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 세계 의류노동자 중에서 제일 낮은 임금을 받는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이 노동자들은 월 3000 타카, 즉 36달러를 받는다. 캄보디아 의류노동자 임금(66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베트남(90달러), 인도(130달러), 중국(166달러) 의류노동자 임금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저임금에다가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열악한 노동안전조건으로 유명하다. 부족한 노동안전규제, 근로감독과 노동안전 교육 미비로 인해 위험한 노동환경이 일반적이다. 2010년 상반기만 해도 의류노동자 356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대부분의 산재는 화재, 감전, 폭발 등 노후한 시설과 관련한 사고로 인해 발생한다. 관리자의 폭행으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노동자도 적지 않다.


저임금, 투자자에 대한 혜택과 느슨한 노동기준 집행 등의 이유로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해외진출기업에게는 일차적인 목적지이다. 한국만 해도 100여 개의 회사가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의류업체인 영원무역(노스페이스 생산)은 매출액 4억 달러 이상으로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 투자한 최대기업이다.


저단가 때문에 월마트, 토미 힐피거, H&M 등 유명한 초국적 브랜드들도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 매력을 느낀다. 이러한 브랜드들이 납품업체에 대해 비용인하를 계속해서 요구하기 때문에 의류업체들은 시설개선, 임금인상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게 된다.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 활동가에 대한 반감도 심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의류업체와 브랜드들도 이슬람 살해와 같은 심각한 탄압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류노동자의 임금은 바닥에 머물러 있다. 2010년 최저임금은 1662.5 타카로 2006년 수준과 같았다. 2006년 전에는 12년 동안 930 타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카대학교 식영양연구소(Institute of Food and Nutrition)의 연구에 의하면 하루 10시간 동안 일하는 의류노동자는 하루 3,400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고 한다. 2010년에 3,400 칼로리의 식량을 사기 위해서는 2,351 타카가 필요했다. 즉, 1666.5 타카의 최저임금은 가족부양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아 임금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2010년 말에 월 3000 타카로 올라간 최저임금도 물가인상을 고려했을 때 최저생계를 보장하지 않는 수준이다. 지난 몇 년 간의 식량가격 상승을 고려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2008년에 농업 최저임금을 월 4,500 타카로 정한바 있다. 공기업 최저임금은 월 6,000 타카이다.



▲ BCWS 회원의 최저임금 집회


최저임금 투쟁


비참한 임금과 턱없이 열악한 노동조건은 의류노동자의 분노와 투쟁을 유발한다. 사업장 단위 투쟁 뿐 아니라 의류노동자 전반의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 종종 발생한다.


최저임금 기준은 5년마다 노사정 최저임금위원회에 의해 결정된다. 2010년 초에 최임위가 일정대로 논의에 들어갔는데, 사용자단체인 방글라데시 의류제조 수출업자연합(BGMEA)이 참여를 거부했다. 이는 노동자의 규탄과 시위를 촉발했다. BGMEA가 결국 4월에 위원회에 결합했는데 불과 200 타카 인상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의류노동자 수 만 명이 길거리에 나서 5,000 타카의 최저임금을 요구했다. 의류노조들도 5,000 타카 기준을 지지하며 총파업으로 위협했다.


7월 29일에 최임위가 11일 1일부터 시행될 최저임금을 3,000 타카로 발표했다. 대부분의 의류노조들이 이를 받아들였지만 의류노동자들이 거부해서 길거리에 다시 나서서 6일 연속 시위를 벌였다. 노동자들이 경찰과 충돌하여 시위노동자 40여 명이 다쳤다. 8월에도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즉시 시행, 체불임금 지급, 9시간 노동시간 등을 요구하면서 거리행진을 하고 고속도로 봉쇄투쟁을 벌였다.


11월에는 새로운 최저임금이 시행된 후 대규모 시위가 다시 발생했다. 이 집회는 한국 기업인 영원무역 치타공 공장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최저임금 기준이 적용되면서 비숙련공의 임금인상 폭에 비해 회사에 오래 다녔던 숙련공의 인상 폭이 낮았고 비현실적인 임금을 받고 일하던 숙련공들의 불만이 가중됐다. 또한 그 동안 임금과 별도로 인플레이션 수당으로 지급했던 돈을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더 이상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것 역시 노동자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12월 11일에 벌어진 시위 현장에서 방글라데시 정부가 실탄까지 사용하여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3명이 사망하고, 2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그 여파로 30,000여 명의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기소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밟힐 수 없는 노동자의 투쟁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요구해 시위를 벌일 때 정부와 자본의 태도는 똑같다. BCWS와 같은 노동자 지원단체들은 외부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시위를 선동하고 폭력을 주도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시위가 있을 때마다 쉽게 볼 수 있듯이 노동자의 투쟁은 외부세력에 의해 조작된 것이기는 커녕 노동자의 정당한 불만과 분노로부터 촉발된 것이다.


이슬람의 죽음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노동운동과 인권단체들은 노동자 활동에 겁을 주고 노동자 투쟁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방글라데시 노동운동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바불 악터는 이슬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체포되고 재판을 받지 않으면 노동운동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중요한 지도자 한 명을 잃었다. 그러나 그들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 정당한 임금과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계속 싸울 것이다. 한국자본이 그들의 착취와 탄압에 연루되어 있는 만큼 한국 노동운동의 연대가 중요하다.

노동자운동연구소

* 국제 노동단체인 International Labor Rights Forum이 방글라데시 정부에 항의서한 보내기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에 이슬람 살인을 규탄하고 조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려면 아래 사이트에 접속하면 된다.
http://action.laborrights.org/p/dia/action/public/?action_KEY=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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